도르곤은 죽어서야 황제의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후 몇년 동안뿐이었다. 여섯 살에 황제의 자리에 올랐던 순치는 스무 살에 이르러 친정을 선포했는데, 명실상부 황제가 된 순치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이미 죽은 도르곤의 완전한 제거였다. 도르곤이 생전에 역모를 꾀했다는 고변이 올라왔고, 순치는 기다렸다는 듯 그 고변을 받아들였다. 고변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올라왔으나, 뜻은 순치의 것이었다.순치는 죽은 지 오래된 도르곤의 시체를 파헤쳐 뼈와 문드러진 살에 가죽 채찍을 내리치게 하고, 모가지를 자르게 했다. 부관참시였다. 시체의 모가지는 저잣거리에 매달렸다. 그에게 바쳐졌던 모든 존호는 사라졌고, 가산은 적몰되었고, 가솔도 죽거나 유배에 처해졌다. (p.330)















삼국지에서도 내가 가장 놀랐던 건, 그들이 자신의 적을 처벌할 때, 그 당사자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적의 '삼대를 멸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삼대를 멸하다니. 그게 할 짓인가? 당사자만 처벌하면 그의 자식이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더라도 '삼대를 멸하'는 것은 지나치게 부당해 보인다. 그런데 이 책, 『소현』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를 파헤쳐 때리고 모가지를 자르다니. 게다가 이미 죽은 사람인데 그의 가솔마저 죽이다니. 대체 이런 일들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아주 오래전의 일이니 그저 그때 당시에 내가 그곳에 살지 않음을 다행이라 여겨야만 하는걸까.

물론 이것이 비단 청나라만의 얘기는 아니다. 조선의 일이기도 했다.

세자가 세상을 뜨고 한 해 후에는 세자빈 강빈이 임금을 저주했다는 혐의를 입어 사약을 받았다. 이때에 세자의 세 아들도 모두 유배형에 처해졌다. 한때는 원손이었고, 아비가 살아 있기만 했다면 세손이 되었을 것이며 임금의 자리에도 올랐을 석철은 그의 동생 석견과 함께 제주에서 굶어 죽었다. 그때 석철의 나이 겨우 열두 살이었다. (p.332)

무려 임금의 손자인데 '굶어' 죽었단다. 열두 살의 나이에. 이 아이가 큰 범죄를 저지른게 아니라, 이 아이의 아버지가 '반청'이라는 임금 자신의 의지에 반하였기 때문에.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있으며 억울한 마음 한 번 품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있을까마는, 소현 세자에 있어서만큼은 그 먹먹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8년간을 머물러야 했고 그 사이에 조선에는 단 두 번 다녀갔을 뿐이다. 게다가 조선에 다녀갈 동안에는 자신의 볼모자리에 고작 열 살도 안된 자신의 아들이 대신 와 있어야 했다. 묵묵히 그 시간들을 참고 억누르고 견디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환국하게 되었지만, 조선에 돌아간지 2개월후에 죽고만다. 삼십대 중반이었다.

후아- 이게 조선의 일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작가가 거기에 살을 붙이고 문장을 꾸며냈을지언정, 소현 세자가 볼모로 잡혀갔던 일, 8년을 거기에 머물렀던 일, 조선으로 돌아오자마자 죽어버린 일, 이 모두는 거짓이 아니란 말이다. 



















이 책의 배경은 스탈린 체제의 구소련이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직 절반도 채 읽지 못했는데, 이제 막 스탈린이 죽었는데, 아, 정말 미치겠다. 이 책은 초반부터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읽다가 중단하는 상황이 몹시 짜증난다. 출근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어딘가로 도망가서 조용히 앉아 이 책을 읽고 싶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고작 내가 말할 수 있는 감상이란 것이


'내가 스탈린 체제의 구소련에 살고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것 뿐이다. 아, 한심해, 정말. 그런데 진짜 이렇게밖에 말을 못하겠다.


이 책은 엄청나게 재미있다. 아직 절반 이상이 남았으니 그 분량들이 재미를 더할지 혹은 실망을 줄 지는 알 수 없지만, 절반만 읽은 지금으로서도 다른 모든 미스터리 책들을 압도한다. 그래, 스노우맨도 이 책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내 마음대로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따위는 오, 어림도 없다. 



게다가 남자주인공인 레오(레오 레오)의 갈등과 고민을 보는 것이 좋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그는 현 체제에 충실하지만, 자꾸만 의심이 든다, 아니지 않나, 이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혹시 내가 잘못하는 건 아닐까. 그 누구보다 국가에 충실해서 국가요원으로 빠른 승진을 하는 그이기에 더더욱이 이런 의심은 그에게 위험하다. 아, 흥미진진해. ㅠㅠ




지난 주말에는 영화를 봤다.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이 영화가 딱히 '좋다'는 느낌이 들었던 건 아니지만 영화에 몰두할 수 있었다. 왜? 임수정이 미인이라서. 그러니까 무슨 얘긴고 하니,


영화속에서 여자에게 남자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는 이유는 여자가 '예뻐서'였기 때문이다. 제가 밥 사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남자. 그 남자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름다우세요. 이렇게 미인을 만나게 되다니 제가 운이 좋죠." (당연히 정확한 문구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런 뉘앙스다. 뭐 다른 뉘앙스일수가 없잖은가!)


이 여자는 결혼 후 7년이 지났는데, 옆집에 사는 남자로부터 또(!!) 이런 말을 듣는다.


"아름다우세요. 이렇게 미인을 만나게 되다니 제가 운이 좋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물론 나도 미남을 만나면 기쁘다. 좋다. 웃게 된다. 심한 경우엔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남이 아닌 남자에게


"당신 같은 미남을 만나다니 제가 운이 좋죠" 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뭐, 자만할까봐 미남에게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그러니까 대체적으로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빈말로 '미인'이라고 할 수도 있고 '예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예쁜 여자에게 그것은 빈말이 아니고 당연히 찬사가 되지 않는가. 임수정이 미인인건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내 남동생도 아는 것. 예쁜 여자는 자기가 예쁘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터, 실제의 상황에서 누군가 아름답다고 말하면, 그들은 이미 '내가 좀 그렇지'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영화 『애프터 미드나잇』에서 영화는 터프한 남자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녀를 사모해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까지 만드는 순수한 남자가 등장한다. 동시에 그녀는 두 남자로부터 사랑받게 되는데,


그녀의 남자친구를 남몰래 짝사랑해오던 여자의 '친구'는 이 상황이 씁쓸할 수 밖에 없다. 자신이 하는건 짝사랑에 불과하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애인은 다른 남자로부터 또 사랑을 받고.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몰표의 부당함."







영화 『사과』에서 여자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의 끈질긴 구애를 받는다. 같은 빌딩내의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는 남자가 바로 그인데, 그녀는 한 날, 그렇게 물어본다. 대체 나한테 왜이러느냐고. 나 남자친구 있다고 말하지 않았냐고. 그러자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빌딩에서 당신이 제일 예쁘잖아요."







그러니까 내 말은 예쁜 여자에게 당연히 몰표가 가고, 그 몰표는 부당하다....뭐.............그런거? ( ") 나는 『애프터 미드나잇』에서 여자주인공에게는 전혀 감정 이입을 하지 못했지만, 여자의 친구에게는 감정이입이 오만프로 됐다. 몰표의 부당함.



『내 아내의 모든것』을 보고나서 나와 친구들은 임수정의 피부에 대해 말했다. 피부 봤냐고, 광채가 난다고. 나는 말했다. 옥을 으깨서 광대뼈에 바른 것 같다고. 어쩌면 피부 빛깔이 그렇게 예쁘고 또 빛날 수 있는거냐고. 정말 그랬다. 영화 보는 내내 임수정의 피부가 반짝거리는거다. 에스케이투....를 써서 그런건가? 나도 이제 내 화장품을 에스케이투..로 바꿔버리면 옥을 깨부셔서 광대뼈에 바른 듯..하게 될 수 있을까? 에스케이투..로 모든 화장품을 바꾸면 화장품 사는데 카드를 긁고 할부를 한 이십 개월..해야 하는걸까? 그렇게 한 번 해볼까? 그러면 '당신이 이 빌딩에서 제일 예뻐요'란 말을 들을 수 있게될까? 후아- 난 지금 화장품이 다 떨어졌고, 화장품 살 돈은 없어서, 샘플로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데.....orz




조퇴하고 『차일드 44』 읽고싶다.





우앗. 방금 친구가 알려준 오늘 하루 알라딘 특가상품, 사이드 테이블!!


침대에 앉아서 넷북 하거나 책 볼 때 완전 유용하겠다 싶어서 당장 결제했다. 캬 >.<

그동안은 침대에 앉아서 책 볼 때 자꾸 졸았는데, 책을 이 테이블 위에 두고 보면 안졸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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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을수가 없잖아!
    from 마지막 키스 2012-05-24 23:58 
    김인숙의 『소현』에서도 몇 개 오타가 있었지만 책 한 권에 몇 개의 오타쯤이야 그냥 넘기는 편이기는 하다. 나는 (내 생각에) 그리 까다로운 독자는 아니다. ( ") 방금전까지 『차일드 44』를 읽고 있었다. 이 책에도 오타가 한 두개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전에 읽은 소현에 대한 것인지 이 책인지 헷갈린다. 어쨌든, 정말이지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 321 페이지에서 나는 이런 오타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그
 
 
야클 2012-05-2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레오'라는 남자주인공 이름에 참으로 약하시군요. '새벽 세시, 배가 고픈가요?'라는 소설의 남자주인공 이름도 아마 '레오'였지요?
2. 사이드테이블은 책 읽을때 맥주나 과자 올려 놓고 먹기 좋겠군요.
3. 잘 몰라서 그러는데 에스케이원 화장품도 있나요?

다락방 2012-05-24 13:32   좋아요 0 | URL
1. 그러게나 말입니다, 야클님. '새벽 세시, 어김없이 배가 고파요'라는 소설속의 레오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 이름을 가진 모두를 사랑하는가봐요.
2. 사이드테이블이 오고난 후의 제 생활이 기대되요. 머그컵에 와인을 가득 따라두고 책을 읽어도 좋을것 같아요. 우하하하.
3. 글쎄요, 투가 있으니 원이나 쓰리도 있지 않을까요? ( ")

레와 2012-05-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고 잘생기면 모든게 용서(?)되는 세상. 쳇. 흥.


술 마시자!!

다락방 2012-05-24 16:04   좋아요 0 | URL
술!!

네꼬 2012-05-24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락님, 하하하. 테이블 말이에요. 지금 이거 하루 특가라는 거 보고, 어? 이거 다락님 좋아하겠다! 하고 상품 상세 설명 봤는데 맨끝에 다락방님 페이퍼 달려 있는 거 있죠. ㅎㅎㅎㅎㅎ (나 진짜 네꼬임)

다락방 2012-05-24 16:17   좋아요 0 | URL
난 왜이렇게 파악이 쉬운 여자지? 하루특가보고 말해준 이가 울 회사 동룐데 보자마자 지르면서 나한테 말해준거거든요. ㅋㅋㅋㅋ 옛날에 퍼실세제 하루특가할때도 울 회사 동료가 이거 엄마 사다드리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살만한것만 말해줘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는 왜 뻔질나게 알라딘을 드나들면서 하루특가 뭐하는지 쳐다보지도 않지? 왜 다른 사람이 말해줘야 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paviana 2012-05-2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케이원을 써도 절대 안돼요 . 흑흑. 그냥 맛난 돼지껍데기 사 드세요.

다락방 2012-05-25 10:00   좋아요 0 | URL
돼지껍데기라면 이미 충분히 먹고 있는데.........돼지살까지도..........어제도 먹었는데........................근데 전 왜이래요? orz

가연 2012-05-2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락방님은 화장품만 바꾸시면 이 빌딩에서 가장 아름다우세요, 라는 말씀을 들으실 수 있는 거군요. 행간을 잘 읽어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느...ㄴ 그러니까 제 상상속의 다락방님은 미, 미녀로... 아휴, 정말 다락방님 같은 미인 서재 이웃을 둬서 정말 운이 좋네요ㅎ

다락방 2012-05-25 10: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 교묘하게 제가 은근한 미인이라고 밝힌......꼴인가요? (라고 쓰면 정말 은근한 미인같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는 가연님과 온라인에서 친하게 지내면서 결코 얼굴 보는 일은 없어야 겠어요. 환상은 언제나 현실보다 아름답죠. 가연님 상상속의 다락방이 미녀라면.........그게.............음............그걸 부수고 싶질 않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가연님 처럼 멋진 남자사람을 서재 이웃으로 둬서 울트라캡숑나이스짱르로 기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2-05-28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05-28 22:07   좋아요 0 | URL
줄게요 줄게요 가스라기 줄게요!!

2012-05-28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8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9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9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0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2-05-25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 저두 야클님 1번과 같은 생각^*^ 참고로 울 아들 성당 세례명도 레오예요~~
에스케이투. 요즘 피부도 안좋은데 면세점에서 젤 인기 있는 그거 하나라도 바꿀까봐요.

다락방 2012-05-25 10:02   좋아요 0 | URL
우앗. 세례명이 레오라니~ 앞으로 자라서 멋진 에미를 만나겠어요! >.<

에스케이투 안사셔도 되요, 세실님은. 이미 충분한 미인이시라 말이죠.

프레이야 2012-05-26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터졌어요. 에스케이투 때문에요.ㅎㅎ
에스케이투 저도 하나 써요. 티페라 에센스 ㅋㅋ 그래도 임수정표 피부는 안 된다능 ㅎㅎ
임수정이 스스로 그랬다잖아요. 피부에 돈 엄청 들인다고.. ㅠㅠ 세수 하기도 귀찮은데요..흑..
저는저는 류승용이 넘 좋아요. 히힛~~ 다락방님^^

다락방 2012-05-28 19:26   좋아요 0 | URL
네,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임수정은 피부에 돈 엄청들인다고. 돈 엄청 들이기도 해야겠지만 타고나기도 해야하는 것 같아요. 전 타고나지도 못했지만 돈도 엄청 안들여서. 흑흑. 피부가 예쁘면 얼굴이 더 예뻐보이는데 말입니다. 흑흑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