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는 팬심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란 여자, 팬심 같은 거 없는 여자로구나, 하고. 무엇이 계기가 된건지 모르겠는데, 팬심이란 것에 대해 점심먹고난 후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나는 팬심이란 게 없는 사람 같어."

"음..그러고보니 차장님은 누구 좋아해서 덕후가 되고 그러진 않는 것 같아요."

"응. 나는 요즘 헨리 좋아하지만, 보면 좋다는 거지 안보면 생각나고 그러진 않아."

"차장님 다니엘 헤니도 그랬었죠, 한 때."

"응, 만나자고 하면 만나겠지만 내가 막 좋아 죽고 그러진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들으면 클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하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차장님 그 덕의 기질이 칠봉이한테 있어서 다른 데 안간 것 같아요. 칠봉이 덕후였잖아요."

"아 맞네. 칠봉이 빠였지."

"네, 이미 거기 덕후인데 뭐 다른 거야..."

"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 번에 <비긴 어게인>을 친구의 추천으로 시청하다가 헨리한테 완전 반했었다. 뭐랄까, 그 천재적임이 뒤에서 빛을 뿜었달까. 한 번 들은 음악도 연주하고 언제나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고.. 너무 최고인 것이다. 그 후에 헨리가 보이면 '으앗, 헨리네! 이뻐, 좋아!' 이렇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헨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찾아서 보고싶다던가, 헨리를 만나고 싶다던가..하는 팬심 같은 건 없는 것이야? 게다가 에피톤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음악 좋다고 앨범 사긴 했었지만, 책 읽고 돌아서버리는 냉철함.... 나는 역시 팬심 같은 거 없고, 홀리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는 것인가... 세상 냉정한 여자, 차가운 도시여자...



오래전에 읽은 '엘리자베스 게이지'의 <스타킹 훔쳐보기> 시리즈에 보면, 위에 내가 설명한 감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그러니까, 보면 좋지만 안보고 있을 때는 딱히 생각나지 않는 것. 당시에 그 책 읽을 때는 도대체 그게 무슨 감정인지 알 수는 없으면서 '그러나 사랑은 아니다'라고 스스로 결론 내렸는데,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주인공 남자(이름이 조나단 이었는지 조단 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 이젠 너무 오래되었어.)는 '레슬리 챔버레인'을 사랑했고, 그래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었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다. 부와 명예를 가진 그에게 '질 플레밍'이라는 여자가 다가오는데, 남자는 질 플레밍을 보고 훅 빠져들지만, 그녀를 만나고 있지 않을 때는, 즉 일을 하거나 할 때는 그녀의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그녀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 조차 없었던 것. 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소 '아, 그녀!' 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도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를 왜 평소에 나는 생각하지 않지?'에 의문을 잠깐 갖긴 하지만, 어쨌든 그는 질 플레밍과 결혼을 한다. 결혼하고 나서 그녀와 다정하게 지내고 그녀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자신이 그리워했던 레슬리의 모습을 질 플레밍에게서 자신도 모르는 채 기대했다는 것.....


남자는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내와 사이좋게 지내면서도, 내내 레슬리를 생각했다. 티나지 않게, 조용히, 자신이 혼자 있을 때. 그 생각은 애써 생각했다기 보다도, 어떤 강한 그리움 이라기 보다도 뭐랄까, 그냥 마음 한 곳에, 이를테면 마음 속 성소라고 해야할까, 그냥 같이 있고 살았다는 것. 무엇이 사랑이고 사랑이 아닌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지만, 왜 그렇게 계속 마음에 두는 상대와 함께 살 수 없는걸까?



아, 저건 팬심 생각하다 떠오른 책에 대한 얘기였고, 팬심 얘기를 왜 하게 됐냐면, 나에게 팬심이란 게 드디어 생긴 게 아닐까 싶어졌기 때문이다.


주말에 부산에 가 윤김지영 샘의 강연을 듣고 왔다. <백래시와 남근선망>이라는 강연이었다. 몇차례 윤김쌤 강연을 들었던 적이 있고, 멀리 움직여 들으러 간 적도 있었고, 크리스마스에 카드를 보내기도 했어서, 이제 선생님과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강연 시작 전에 친구들이 '저기 선생님 계셔' 하고 알려주어(내 친구들은 진짜 짱이야) 가서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이 멀리까지 오셨냐며 선생님은 반가워 하셨고, 나 역시 선생님 응원한다고 말씀드리며 간단히 안부를 전했는데, 아 선생님 너무 좋아..


그렇게 강연을 들었는데, 강연 너무 좋았다! 나를 포함해 여자 다섯명이 들었는데, 다들 강연 너무 좋다고 돌아가는 길에 후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질의응답 시간이 좋았다. 나와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10-20대의 여성들이었는데 게다가 백프로 탈코한 여성들이었어. 와, 다들 어린 사람들이구나, 싶었는데, 질문을 얼마나 근사하게들 하던지. 첫질문은 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인상깊었는데, 학계에서의 래디컬의 입지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에 선생님은, 자신 말고도 분명히 래디컬 학자들은 있다 하셨다.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분명히 더 있지만, 학생들이 더 많이 들어와 학계에 있어주어야 한다고. 수가 중요한데, 한 명이 래디컬 주제를 연구한다고 하면 무시될 가능성도 있지만, 여러 명이 래디컬 주제를 연구한다고 하면, '왜들 이걸 하려고 하는거지?' 하며 그렇지 않았던 교수들 까지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자꾸자꾸 더 들어와야 한다고 하신 거다. 질문과 대답이 너무 좋아서 감탄을 했고, 친구들과도 와 질문 진짜 너무 똑똑하다 얘기했다. 같은 강연을 들었지만 나는 이런 질문 생각도 못했는데. 아마도 내가 이미 학교에선 멀어진 사람이라 그랬던 게 아닐까.


그래서 아쉽고 후회가 됐다.

내가 학생이었다면, 내가 앞으로 대학에 가거나 혹은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러면 내가 기꺼이 그 수를 늘려줄 수 있을텐데. 아아, 나는 너무 멀어져 버렸구나 싶어진 거다. 공부할 수 있고 연구할 수 있고, 그렇게 학자 한 명에 더 래디컬을 늘려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나는 왜 여기까지 와버렸는가... 왜 이제서야, 이렇게 늦은 나이에서야 후회하고 있는가.


너무 아쉬웠지만, 어쩌면 그것도 내 운명의 흐름 가운데 지금이 가장 맞는 때여서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나이에 이렇게 되어버리고야 만 것.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인생의 지금 이 시점에서 래디컬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야. 아마 내가 인생의 지금 이 시점에서 래디컬에 어울리는 무언가를 가장 잘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 이야기가 갑자기 또 새버렸는데, 그러니까 팬심, 팬심!


강의가 끝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친구들이 이 얘기 저 얘기 하는데, 나는 돌연 크게 말했다.


"나 윤김지영 선생님 사랑하는 것 같아!"


친구들은 그걸 이제 알았냐고 했어.. 아, 몰라, 나 사랑하는 것 같아! 그렇게 나에게 팬심이 생겨버린 것 ♡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실 나로서는 약간 고개 갸웃해지는 대답이긴 했다. 그런식으로 생각해볼 만하다, 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뭐랄까 속시원하지 않은 느낌. 씅에 차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어쨌든. 학자로서의 언어로 더 많은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여지면, 쓰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팬심 같은 거 갖지 않는, 팬심 욕망 없는 나이지만, 사주볼 때 사주 선생님은 내게 '골수팬'을 늘상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골수팬이라니, 으음, 좋군, 했는데, 막상 골수팬이란 단어를 대입해보니, 아아, 나 팬심은 비로소 생겨났지만 골수팬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골수팬은 역시 내가 될 수 없는 어떤 성질의 것....




-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다. 사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이니만큼 내가 큰 관심을 안가지고 있었고, 뭔가 내가 딱 싫어하는 어떤 힐링서중 하나일 것 같아 흐음- 했었는데, 얼마전 도서관에 갔다 표지를 보고는, 한 번 봐볼까? 하고는 빌려왔더랬다. 아, 그런데 너무 좋은 거다!


















그러니까 김승섭이 하려는 얘기가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것이다. 책의 이 소제목만 봤을 때도 감이 잘 안잡혔는데, 본문을 읽으며 비로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사회역학은 그 사회적 관계가 인간의 몸에 질병으로 남긴 상처를 해독하는 학문입니다. (p.14)


허리가 아파도 병가를 쓸 수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바로 옆 건물 병원의 의료기술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는지요. (p.7)



결과적으로 그는, 차별받는 곳에 있는 약한 사람들, 소수자들에게 연대하고자 한다. 그들의 편에서 질병을 연구하고자 하는 거다. 그렇게 여러 사례들이 나오는데,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어서, 그러니까 내가 신경쓰지 않았고 또 내가 보지 않았던 곳을 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다행으로 느껴지는 거다.



2009년 제가 미국에서 박사과정 학생이던 때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유병률을 기사를 통해 처음 확인했고, 무엇인가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몇 년 뒤 연구를 시작하면서 분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다시 원데이터를 받아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그대로였습니다. 2009년 파업에 참여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 2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5명(50.5%)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분류된 것입니다. (p.87)



내가 감탄한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같은 기사를 내가 봤다면, 아마 그 아픔에 공감은 했을지언정 그 데이터를 보고 '무엇인게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는 것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을 거라는 것. 그런데 김승섭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관심있게 보는 분야가 다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이 이 세상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거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분명 따로 있지만, 이런 내가 관심 갖지 않는, 이런 내 신경이 미치지 않는 여러 부분에서도 당연히 중요한 문제들이 있고 사회적 문제, 현상들이 있다. '나'라는 한 개인이 관심을 쏟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내가 기본적으로 어떤 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을 지언정, 그 모두에 시선을 고루 뿌리며 행동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자신이 가진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 그래서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것. 일전에 '엘린 켈지'의 <거인을 바라보다> 읽으면서, '와, 세상에 고래를 연구하기 위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있어!' 라고 감탄했는데, 김승섭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자 한다. <랩 걸>의 '호프 자렌'은 온갖 식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고, 누군가는 펭귄에, 누군가는 동물보호에, 누군가는 육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얘기를 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정말이지 근사하지 않은가!




여동생과 남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 위해 오늘 두 권을 주문했다.




- 출근시간이 평소보다 좀 더 빨라졌다.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고 평소보다 일찍 라디오를 켜두었다. 출근 준비를 하며 듣는 라디오에서는 '귀여운 공격성'에 대해 얘기했다. 귀여운 공격성?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란다. 너무 귀여운 존재에 대해 '으악 귀여워~' 하다가 '깨물어주고 싶다' 혹은 '꼬집어주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발화하는 것, 그것은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라는 것. 귀여운 것에 홀릴까봐 다시 이성을 끌어모으기 위한 반사작용이라는 거다. 오?!


너무 귀여우면 깨물어주고 싶고 꼬집어 주고 싶은 거 몰라? 라고 누군가 내게 말했을 때, 나는 그에게 이렇게 답했었다.


귀여우면 예뻐해줘야지, 왜 꼬집어? 꼬집으면 아프잖아.


나는 내가 가진 생각이 당연한거라 여겼지만, 오늘 라디오에서 귀여운 공격성에 대해 듣고는, '귀여워서 꼬집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내 생각보다 더 많으며, 그들의 무의식에는 어쩌면 '귀여움에 홀려버려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같은 게 있었던 것이겠구나, 싶었다. 반면, 아아, 나란 여자는 얼마나 대단한가. 나는 귀여움 앞에 이성을 잃는 사람이 아니었어. 나는 홀리지 않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무엇도 나를 홀릴 수 없다.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어. 귀엽다고해서 공격성이 나타나진 않는다. 나란 여자, 멋진 여자. 진짜 세상 최고다. 홀리지 않아, 나는 그 무엇에도 홀리지 않아. 나는 귀여움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원할거라 생각하지만, 그렇다해도 귀여움에 홀리지는 않는 사람이야. 세상 냉철한 여자, 칼같은 여자, 차가운 도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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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9-01-1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귀여움에서 이성을 잃어버려요 ㅎㅎ 아예 꼬집어주고 싶어 이런 생각 자체가 안 들고 귀여워 하면서 홀려 있어요ㅠㅠ 저희집 냥이들 앞에선 속수무책... 아 나란 여자 ㅎㅎㅎㅎ 세상 시크한 다락방님 부러워요^^

다락방 2019-01-14 12:14   좋아요 1 | URL
크- 저는 진짜 그런 거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귀여워 귀여워 계속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래야 세상이 좀 아름답게 굴러가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그 귀여움에 그냥 이성을 잃어버리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여움 앞에 굳이 이성을 찾을 필요가 무어란 말입니까! 우린 계속 사랑합시다!

syo 2019-01-1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멍뭉이 보면 일단 만지고 싶은데..... 그것도 혹시??😣

다락방 2019-01-14 12:16   좋아요 0 | URL
음 쓰다듬고 만지는 것은 공격성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냥 홀린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1-14 1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물 보면 팬심 더 뿜뿜하게 하는 여성
탑3!!! 두둥!!!
1. 다락방님
2. 정희진쌤
3. 윤김지영쌤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아직 다 못 읽었는뎅 얼른 읽어야겠어요! 헤헤!!
그 밤.... 그 밤을 기억하면서.....

다락방 2019-01-14 12:20   좋아요 2 | URL
아니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의 저에 대한 애정을 제가 너무 잘 아는 바이지만, 그래도 너무 대단하신 분들과 나란히 놓아주시면 제가 좀 부끄러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 죽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개 2019-01-14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후가 되지 않는 이유중 하나는 자기자신을 세상 어떤것보다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요... ㅎㅎㅎ
전 윤김지영쌤 강의 한개도 못들어봤고.... ㅠㅠ
김승섭쌤 책도 사놓고 손도 못대고 있고요 ㅠㅠ
이번달도 일이 넘 많고요 귀찮게 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서 다른 뭔가를 할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어디 산골에 혼자 2달만 처박혀서 백래시랑 페미사이드랑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랑...
윤김지영쌤 책이랑 김승섭쌤 책이랑.. 다 읽고 싶어요... 흑흑...

다락방 2019-01-14 16:26   좋아요 1 | URL
아아!! 자기 자신을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그렇다면 참말이 되겠네요! 아아, 명백한 진리로다. 제가 그 경우인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자뻑쟁이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 전 세상 자뻑쟁이인 것이에요!!!

jsshin님, 언제쯤 한가해지시나요 ㅠㅠ 우리 아직 신년회도 못했잖아요. 신년 만남 가져야죠. 너무 보고 싶어요! 소중한 사람이 그리운 요즘입니다. ㅠㅠ

감은빛 2019-01-14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차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절반이라면 적은 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군사작전 펼치듯 노동자들을 과잉진압 했습니다.
그 전쟁터 같은 곳에서 실제로 맞았던 노동자들이 마음의 병을 얻지 않을수 있을까 싶어요.
아마 아시겠지만, 당시 경찰은 헬기로 공중에서 최루액을 뿌리고,
5만볼트 고압전류를 내는 테이저건을 쏘고, 다목적발사기라는 총으로 고무총탄까지 발사했어요.
이미 진압한 노동자들을 곤봉으로 내려찍거나 군화발로 밟는 건 뭐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요.

작년까지 쌍차 해고자들 중 3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다수가 자살이었지요.
그들에게 이 나라는 기업의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지옥과 같은 곳이었겠지요.
쌍차 노동자들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댓글을 달았네요.

다락방님께서 페미니즘 공부하는 모습 정말 멋지고 보기 좋습니다. 응원합니다!

다락방 2019-01-14 17:08   좋아요 0 | URL
김승섭은 참전군인 들보다 트라우마가 더 높다는 것에 이상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 연구를 하게 되는데, 감은빛님도 이 책 한 번 읽어보세요. 마음이 따뜻하고 약자의 편에 서려는 저자의 태도는 감은빛님과 다르지 않다고 여겨져요. 다만 그 행동에서는 다르게 나타날지라도 말예요. 감은빛님은 행동으로 약자의 옆에 있으려 하고, 김승섭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해서 원인을 밝혀 세상에 드러내려고 하지요. 둘 모두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또 제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응원 감사합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psyche 2019-01-15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50.5% 에서 5가 빠진거죠? 저는 계산을 교묘하게 해서 0.5%로 나오게 한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한건가 했는데 글의 내용을 보니 아닌거 같아서요.
꺼떡하면 덕후가 되버리는 나란 여자는....ㅜㅜ

다락방 2019-01-15 08:15   좋아요 0 | URL
맙소사, 지적 감사해요, 프시케님. 책의 오타가 아닌, 다락방의 오타였습니다. 앞에 5가 빠진 게 맞아요.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해요!

그렇게혜윰 2019-01-1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은 최면인건가요?ㅋㅋㅋ 전 금사빠라.......하지만 날이 갈수록 사랑에 덜 빠지네요. 그래서 책을 읽나봐요 사랑에 빠지려고.

다락방 2019-01-15 08:53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저도 예전에 책 읽고 금세 사랑에 빠지긴 했었는데, 요즘엔 책 읽는다고 사랑에 빠지지도 않네요. 제 안에서 사랑은 사라진 것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의 외출도서!!

이 무거운 걸 들고 나는, 한다, 외출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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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9-01-12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다락방님이 이래서 좋아요~ ^^

다락방 2019-01-14 09: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비연님. 으하하하

단발머리 2019-01-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사람이 한결같아서, 그래서 좋아요^^

다락방 2019-01-14 09:34   좋아요 0 | URL
저야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이게 제 팔자려니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1-12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목 부러지시겠다 그래도 열정이 뽐뿌!!!

다락방 2019-01-14 09:34   좋아요 1 | URL
너무 무거워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계속 후회했어요. 하핫
 
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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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존중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가능할까?

네 가족 공동체에서 여자들은, 다른 남자들의 무신경함을 자연스레 캐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이렇게 행동하는 남자라면, 자기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떤 남자였을지 뻔하달까.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왜 그럴까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 없이, '남자는 원래 그러니까 니가 말을 해줘' 라고 해버리는 뻔뻔함.


게다가 신경줄 팽팽하게 만들어버리는 성희롱은 어떻고.

여자로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씩은 그런 경험들이 있을텐데, '아 여기서 내가 말하면 분위기만 싸해질텐데', '내가 예민한건가', '이정도는 그냥 넘겨야되겠지', '웃지 않으면 까탈스럽다고 하겠지', '나만 이상해지겠지' 같은 것들. 나의 애인이나 남편에게 말하면 오히려 '넌 왜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난리야'를 들을만한 것들.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것들. 나는 카풀하는 차 안에서 여자가 당하는 그 성희롱들에 신경줄이 끊어져버리는 줄 알았다. 하아-




오래전 읽은《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는 욕심 많은, 의욕이 앞선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차마 수습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욕심이 앞서 한꺼번에 다 넣어버린 것 같았달까. 그러나 《네 이웃의 식탁》의 구병모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할 말을 해내고 있다. 게다가 팽팽한 신경줄에 대한 묘사는 특히 좋아서, 그렇기에 읽는 동안 힘들었다. 내가 같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새삼 여자들의 이야기는 여자들이 해내는 게 가장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여자 이야기를 잘하는 작가들이 있으니 남자 작가들은 섣불리 아무말 하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를테면 젖가슴 같은 자두라든가 말이다. 젖가슴 같은 자두 먹는 얘기 안해도 이야기는 아주, 잘 진행될 수 있고, 팽팽한 신경줄 역시 잘 표현될 수 있다. 그거 없이 글 못쓰겠으면 글 그만 쓰는 걸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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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9-01-11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읽은 구병모의 소설이 제겐 좀 과해서 그뒤론 안읽게 되던데 좀 다른 느낌인가 보네요^^

다락방 2019-01-11 10:44   좋아요 1 | URL
저도 구병모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그 과하다는 느낌, 지나치다는 느낌 때문에 안읽게 되었었거든요. 그런데 네 이웃의 식탁은 한결 정리된 느낌이에요. 그리고 할 말을 하고 있고요. 작가는 시간을 보내며 더 다듬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혜윰 2019-01-11 10:50   좋아요 0 | URL
전 한번 아니다싶으면 선택안하게 되던데 어떻게 읽을 생각을 하셨을까 그게 궁금하기도 해요^^

다락방 2019-01-11 11:16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왜 읽을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그렇게혜윰 2019-01-11 21:50   좋아요 0 | URL
그냥 땡김 ㅋㅋㅋ

건조기후 2019-01-11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 문장에 좋아요 백개 날렸어요💕 보이시죠? ㅎㅎㅎ

다락방 2019-01-11 17:41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잘 보입니다! ㅎㅎㅎ
어떻게,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잘 읽고 계십니까? 네?
 
그 어리석은 사랑에서 빠져나와.


















언젠가 얘기한 적 있지만, 자신이 기다리던 애인이 죽은 걸 알고 여자가 슬퍼하는 영화를 보면서, 아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잖아, 라면서 한참 이별의 슬픔에 허우적대다가 스스로를 위로했던 거다. 나를 만나지 않는동안, 나와 헤어져 있는 동안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다른 누구를 사랑하고, 데이트하고, 만나고, 웃고, 함께 잘지 모르지만,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그래도 그가 어딘가에 살아있기만 하다면, 내가 언젠가는 어떻게든 그를 보게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나는 내가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저 보통의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도 다 나랑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슷할 거라고. 이별의 아픔은 때로 극복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때로는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한들,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 내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대가,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라는 마음 같은 걸 갖게 될 거란 걸 나는 상상해본 적 조차 없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물론 지금은 안다. 아주 많은 남성들이 자신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죽인다는 것을 안다. 거기에 대해 얼마나 많이 사회적으로 그 남자들을 이해하고 용납했는지까지도.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를 너무 재미있게 잘, 감동하며 읽어냈던 나는,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이런 내용을 만날 줄을 몰랐다. 어렴풋이 이것이 비극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은, 이십대 초반에 읽었던 책 때문이었다. 그 때 당시에 내가 읽었던 파리의 노트르담은 한 권짜리였고 분량도 많지 않았다. 아마도 축약본이 아니었나 싶은데, 하도 오래 되어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고, 이미 나를 감동케한 두 소설을 내가 읽었으니, 새해 맞이 소설로 이만한 게 없을 거란 생각을 했던 거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책은 위고의 책이다! 했던 거다. 하아-



얼마전에 본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여주인공들은 '미안하다고 말하고 다니지마' 라고 말하고 수트를 입고 다니면서 '센' 역을 맡아 연기를 펼치는데, 그 두 주인공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학습된' 페미니즘 이었다. 영화는 재미도 없지만,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들에게 도무지 공감이 되지를 않는다. 친구가 사라져서 슬프다고 블로그를 통해 추리를 하고 소식을 전하면서, 그러나 그 친구가 죽고 나자 친구의 남편과 자고 친구의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에 흥분하고, 죽은 친구의 옷을 입어보고... 물론 커다란 집과 예쁜 옷들 다정한 남편을 부러워할 수도 있고 시기할 수도 있다. 그런 여자들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에는 어떤 내적 갈등도 없고 그렇다고 욕망이 드글거리는 것도 아닌, '이럴 것이다'라는 추측으로 그려낸 캐릭터가 있는 거다. 이 영화속 여자들은 달라! 라고 보여주려 했지만, 그러나 실제 그녀들이 보여준 건 납작했고, 영화를 보면 볼수록 '남자감독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검색해보니, 아니나다를까 남자 감독이었다.



나는 빅토르 위고가 이 책,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그려낸 여자들 역시 빅토르 위고가 머릿속에서 알고 있는 여자들을 그려냈다고 본다. 위대한 어머니, 흉측한 외모에 비난과 야유를 퍼부어대는 여자들, 그리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계속해서 속삭이는 십육세의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여자... 결국 여자는 위험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크게 불러 저와 제어미를 죽음에 내던진다. 얼마나 화딱지가 났는지...


1권에서 어리석은 사랑이라며 내가 빠져나와야 한다고 했던 그것은,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아.


물론 죽음으로 내몬 남자가 그 하나뿐은 아니다. 아아. 위고는 이 책에서, 어쩌면 자신이 그것을 의도했는지 모르는채로,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를 다룬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가장 주된 요인이 바로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에 분노하는 한 남자이니까. 그는 연신 그녀에게 나를 받아줘, 나를 사랑해줘, 라고 하지만, 이미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에스메랄다가 그를 받아들일 이유가 무언가. 게다가 그는 그녀를 겁탈하려고까지 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사랑하란 말이야? 싫다, 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고 말하는 여자를, 그는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널 가질 수 없어' 라며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 속에서 여자들은 남자의 외모가 흉하다고 야유를 퍼붓지만, 남자들은 여자를 강간하고 죽였다. 위고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그러니까 위고가 자기가 머릿속으로 아는 여자, '이럴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려낸 여자들을 소석 속에서 보여줬지만, 결국 소설속에서는 지금 현실과 마찬가지로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가질 수 없어'라고 여자를 죽여버리는 남자가 나오는 거다. 대체, 남자들에겐 어떤 결함이 있는걸까? 왜 거절에 살인으로 대응할까? 게다가 그것을 피해자인 여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도 빅토르 위고가 그려낸 프랑스의 15세기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컨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 남자의 잘못은 아니잖소? 오! 세상에 이럴 수가! 아니 그래, 당신은 영원히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건가? 나를 언제까지나 미워하겠다는 건가! 그래 모든 것은 끝장났단 말인가! 바로 그런 까닭에 나 자신이 성미가 고약해지고 스스로 악독해진 거야. 당신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내가 우리 두 사람의 저승의 경계에 서서 떨면서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아마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2권, p.432-433)




이 책의 작품 해설은 2005년에 정기수 가 쓴것인데, 위고가 이 소설을 썼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를 읽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카지모도와 라 에스메랄다라는 두 인물이다. 그들은 이 소설 속에 살고 있는 중세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겠으나, 거기서 한 걸음 벗어나, 빅토르 위고가 주장하는 정신적 진리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즉 곱사등이고 애꾸눈이고 절름발이인 가련한 종지기, 군중의 조롱거리가 되는 불구자인 카지모도는,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영리한 뭇사람들보다 더 고결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 집시 아가씨 라 에스메라다는 아름답고 순결하고 착한데도, 그녀의 순진함을 미워하고 약함을 이용하는 인간 악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숙명적으로 운명이 서로 결합하게 되는, 이 감동적인 두 인간은 독자의 가슴을 연민의 정으로 가득 채우고, 이 소설의 로마네스크한 흥미를 한결 북돋워 준다. (작품해설, 정기수, p.496)



아니, 이것은 순진함을 미워하고 약함을 이용하는 인간 악에 희생되는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이다. 15세기에 사람들이 그것을 의식하든 하지 못했든, 빅토르 위고가 그것을 알았든 몰랐든, 그런 일은 예로부터 이렇게나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사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에스메랄다를 보는 것은 짜증스러웠지만, 그러나 그녀가 그 어리석은 사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는 그 사랑이 실질적으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페뷔스를 더 많이, 더 자주 만나 관계를 맺었다면, 그녀는 페뷔스의 본질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를 만난 시간은 짧았고 얼마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그를 알기에 부족했다. 그녀가 본, 알고 있는 그는 '나를 구해준 남자'가 전부이니까. 그렇다한들 엄마와 자신이 위험에 놓인 상황에서도 그 남자가 자신을 봐주기를, 자신에게 와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너무 화가 나서 공감이 안돼. 일단 네가 살아야 한다, 네가 살아야 해, 네가 살아야 사랑이고 뭐고 할 거 아니야! 라고 내가 아무리 외쳐봤자 에스메랄다는 내 말을 들을 리 없고 위고는 이미 이야기를 완성해놓은 뒤다. 아, 나여... 진짜 내가 예전부터 아는 여자들 모두에게 미친듯이 반복하는 얘기가 있으니, 오, 여자들이여, 남자와의 사랑을 생애 유일한 기쁨이자 목표로 삼지 말아라, 기쁘게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되게 하라. 그래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에스메랄다여, 우리가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 말해줬을 거예요. 당신을 살게 하는 이유가 절대 페뷔스 하나여서는 안된다고, 그것 말고도 지탱할 것들이 여러개 있어야 한다고, 나는 말해줬을 거예요.




마음에 드는 남자주인공 하나 안나오지만, 읽으면서 캐릭터에 대한 불만이 가득 쌓였지만, 흥미진진하게 책장이 빨리빨리 넘어갔다. 내 취향이지만, 공간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 지루해서 어서 빨리 넘겨버리고 싶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 임금과 백성이 만나는 이야기 같은 것들은 위고 특유의 날카로움이 있다. 그래서 내가 레미제라블을 울며 읽었었고, 웃는 남자를 좋아했었지. 그러나 읽노라면,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 같은 웅장함같은 게 좀 덜해서, 이것은 좀 더 젊은 시절에 쓴것일까, 그 위대함이 여기엔 좀 부족한데?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작가 연보를 보니 이 책은 위고의 29세 간행. 레미제라블은 60세 간행이더라. 오, 나이들어서 더 훌륭하고 더 멋진 작품을 써냈다니, 그야말로 한 개인으로서도 다행이며 독자로서도 다행이다. 인물들이 마음에 안들면 보통 이야기도 재미없기 마련인데,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현대에 재해석해서 영화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여자라면 섹스하기에 급급해서, 여자랑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갈보집'에 데려갈 생각을 가장 먼저한다. 돈은 없으니 돈좀 빌려달라고 저들끼리 공공연하게 얘기해.



"장, 이봐, 장! 자네도 알다시피, 생 미셸 다리 끝에서 그 계집애와 만날 약속을 했는데, 그 다리의 갈보 팔루르델의 집으로밖에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없단 말이야. 방 값을 치러야만 해. 그 흰 콧수염 난 늙은 화냥년이 내게 외상을 주지 않을 거야. 장! 제발 부탁이야. 우리가 사제의 전대를 다 둘러 마셔버렸나? 이제 파리 주화 한 닢도 안 남았단 말야?" (2권, p.101)



페뷔스는 자신을 연모하는 에스메랄다와 만날 약속을 하고서는 그녀를 갈보집에 데려가려고 하고, '그 계집애' 라고 그녀를 칭한다. 이런 남자야, 에스메랄다. 나와, 나와, 나오라고... 그 사랑에서 나와.


페뷔스와 장의 대화를 보는데 문득 무서워졌다. 내 애인들 중 누군가도 자신의 친구에게 나를 만나러 가면서 '그 계집 만나러 간다'고 말했을까? '오늘 만나면 데리고 가서 자야지' 하고 낄낄거렸을까? 페뷔스는 중대장이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며 잘생겼고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런 남자도 친구를 만나면 '계집을 만나러 간다'고 해. 남자들, 다들 저러고 사는거야?



단둘이 처음 밀폐된 공간에 있게 된 에스메랄다는 페뷔스를 만났다는 기쁨에 젖지만, 페뷔스는 자꾸 그녀를 벗기고 안으려 한다. 에스메랄다는 이에 저항하는데, 하아, 페뷔스는 아주 전형적이다.


페뷔스는 뒤로 물러나면서 쌀쌀한 어조로 말했다. "오! 아가씨!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겠군!" (p.123)



아, 이 말은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나 역시 거부의 몸짓에 저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러는 건 너를 사랑해서야, 사랑하면 원래 이러는거야' 라고. 안타깝게도 그는 나의 첫남자였는데, 그 당시에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나도 하고 싶다'가 아니라, '아 사랑하니까 하는거구나, 사랑하니까 해야 되는거구나' 였다. 나는 그를 사랑한걸까? 나는 분명 당시에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에게 상대의 저 말은 얼마나 힘이 셌을까? 나는 혹여라도 그가 내 사랑을 의심할까 두려웠다. 내가 사랑한다는 것이 그렇게 증명되어지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 때의 나는 에스메랄다보다 나이가 많았는데도 그랬다. 에스메랄다는 고작 16세였다.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가련한 불행한 소녀는 이렇게 외치면서 동시에 자기 곁에 앉은 중대장에게 매달렸다.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나의 페뷔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쁜 사람, 제 가슴을 이렇게 찢어놓기예요? 아! 자, 저를 가지세요, 다 가지세요! 저를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당신의 것이에요. 부적이 제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어머니가 제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당시이 제 어머니인걸요, 저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페뷔스, 나의 사랑하는 페뷔스, 저를 보고 있나요? 이건 저예요, 저를 보세요, 이 계집애를 당신은 쫓아버리려 하지 않아요, 제 발로 걸어와서 당신을 찾고 있는 이 계집애를 말이에요. 제 마음도, 제 목숨도, 제 몸도, 제 육신도, 이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에요, 나의 중대장님. 그래요, 좋아요, 겨혼하지 마요, 당신이 싫다니까. 그리고 제가 뭔데요? 저는 한낱 보잘것없는 개골창의 게집, 그런데 당신은, 나의 페뷔스, 당신은 귀족인걸요. 참으로 가관이죠! 춤추는 계집애가 장교와 결혼하다니! 제가 돌았어요. 안 될 말, 페뷔스, 그건 안 될 말이에요. 저는 당신의 정부가 될 거예요, 당신이 원할 때는 당시느이 재미, 당신의 즐거움이 될 거예요. 저는 당신의 계집이 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되게 마련이에요. 더렵혀지고, 업신여김을 당하고, 정조를 빼앗기고! 하지만 그럼 어때요! 사랑만 받는다면. 저느 ㄴ여자들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가장 즐거운 여자가 될 거예요." (p.123-124)



안돼, 에스메랄다, 안돼. 그거 아니야. 세컨드를 자처하지마.

당신도 그 누구도 세컨드가 되어서는 안돼요.

세컨드라도 되고 싶은  그 마음 나도 잘 알지. 나도 그랬으니까. 그렇지만 세컨드가 되면 결국 영혼이 황폐해져요. 우리는 그 누구도 세컨드가 되어서는 안되는 겁니다. 안돼 에스메랄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고 또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에게 결혼을 요구할 수 있어요. 결국 그렇게 세컨드로 만족하지마요, 자신을 낮추지마. 우리는 그런 관계속에 들어가면 안돼.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억지로 옷을 벗지 않아도 돼. 그러지마요.



세컨드는 안되는거야. 세컨드를 두어서도 안되고 세컨드가 되어서도 안돼.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이제 그만 쓰고 밥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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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1-09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이 아무리 재미있다해도 다락방님의 이 글보다 못할 거예요! 휘몰아치게 단번에 알차게 재밌게 잘 읽었어요!
읽는 맛의 정수, 다락방님!
어서 밥 먹어요! 어서, 어서!!

다락방 2019-01-09 17:31   좋아요 0 | URL
페미사이드는 정말이지 알고 있었지만 그 역사가 꽤 오래됐어요. 위고가 그리고자 한 건 작품 해설가의 말처럼 악이 공격하는 약함 혹은 선함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그 형태는 나를 거절한 여자 죽이는 남자 였네요.

여러 부분에서 ‘왜그랬을까‘ 생각하긴 했지만, 재미있게 저도 잘 읽었어요. 에스메랄다가 엄마를 만나게 될지, 페뷔스랑 어떻게될지, 등장인물들의 다음 사건들이 궁금해 책장이 빨리 넘어갔어요. 그리고 결국 이런 글이 나왔네요. 하하하하.


점심은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마라탕 먹었습니다. 꺅 >.<

심술 2019-01-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뷔스와 장의 대화를 보는데 문득 무서워졌다. 내 애인들 중 누군가도 자신의 친구에게 나를 만나러 가면서 ‘그 계집 만나러 간다‘고 말했을까? ‘오늘 만나면 데리고 가서 자야지‘ 하고 낄낄거렸을까? 페뷔스는 중대장이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며 잘생겼고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다. 그런 남자도 친구를 만나면 ‘계집을 만나러 간다‘고 해. 남자들, 다들 저러고 사는거야?

다는 아니고 십중칠팔은 저러고 사는 듯 하네요.
아주 주관적인 제 주위 남자들 관찰하고 얻은 결론이라 오차범위가 어느 만큼인지는 모르겠어요.
다행히 어느 마초가 절친에게 ‘애인 생겼다고 우린 잊었냐? 계집애 하나 때문에 우리 ?년 쌓은 우정 버릴 거야?‘고 시비걸자 그 절친이 마초에게 주먹질하는 것도 보기는 봤어요.

뒷이야기는 훈훈합니다.
마초는 제 언행을 반성하고 절친에게 사과했고
절친은 ‘그날 흥분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다시는 내 애인 나쁘게 말하지 마라.‘며 사과를 받아들여 다시 친하게 지내고
마초가 말한 ‘계집애 하나‘는 마초 절친의 아내이자 아들 하나의 엄마가 돼서 화목하게 살죠.

마초와 마초 절친은 둘 다 제 지인입니다.

다락방 2019-01-09 17:34   좋아요 0 | URL
남자들은 자신의 혹은 친구의 여자친구를 낮춰부름으로써 본인이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호칭문제뿐만이 아니라, 연인관계에서 데이트를 할 때도 관계형성을 그렇게 만들더라고요. 너는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못하고... 하면서 못하는 것들을 반복적으로 주입해 자연스레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려고 하는 거요. 그래봤자 자기가 잘나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심술님이 말씀해주신 마초처럼 다른 사람들도 결국은 반성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곳곳에서 너무 사소하게 빈번하게 여성혐오가 일어나서 말이지요.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누군가 알려주고 또 스스로 깨닫고 하면서 반성하면,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러면 잘못인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지만... 요즘 보면 모두 반성하고 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일종의 판타지인 것 같아요.

심술 2019-01-09 19:57   좋아요 0 | URL
그래봤자 자기가 잘나지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100% 동감이예요.

독서괭 2019-01-0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돼, 그거 아니야!! 라고 함께 외치게 되네요 ㅜㅜ 왜 그랬니 에스메랄다.. 왜 그랬어요 29살의 위고...

다락방 2019-01-09 17:35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도 <it>을 썼을 때는 ‘이게 뭐야‘ 싶었었는데, 그 뒤에는 더 나은 작품을 썼더라고요. 위고 역시 그랬던 것 같아요. 어휴, 어찌나 에스메랄다 구해내고 싶은지... 어리석은 사랑으로부터도, 에스메랄다 잡으러 온 군인들로부터도 말예요. ㅠㅠ

302moon 2019-01-0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읽기 불편한 소설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직 진행 중-이라기보다 안 읽고 팽개쳐놓은 지(;) 한참 됐네요.

다락방 2019-01-09 17:36   좋아요 0 | URL
중간중간 ‘왜 이런걸까‘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저는 그런 의문들과 불편함을 가지고도 재미있게 읽긴 했어요. 위고의 초기작이라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요. 레미제라블과 동시에 나온 게 이런 소설이라면 뭔가 ... 어휴.....

저는 이제 다음 작품을 고를 차례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 ‘이제 뭐 읽지?‘

후훗.
 
파리의 노트르담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4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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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를 다룬 소설인 걸, 이렇게 다시 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네.
이 소설 속에서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를 죽음으로 몰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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