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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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존중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가능할까?

네 가족 공동체에서 여자들은, 다른 남자들의 무신경함을 자연스레 캐치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이렇게 행동하는 남자라면, 자기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떤 남자였을지 뻔하달까.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이, 왜 그럴까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문 없이, '남자는 원래 그러니까 니가 말을 해줘' 라고 해버리는 뻔뻔함.


게다가 신경줄 팽팽하게 만들어버리는 성희롱은 어떻고.

여자로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씩은 그런 경험들이 있을텐데, '아 여기서 내가 말하면 분위기만 싸해질텐데', '내가 예민한건가', '이정도는 그냥 넘겨야되겠지', '웃지 않으면 까탈스럽다고 하겠지', '나만 이상해지겠지' 같은 것들. 나의 애인이나 남편에게 말하면 오히려 '넌 왜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난리야'를 들을만한 것들.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것들. 나는 카풀하는 차 안에서 여자가 당하는 그 성희롱들에 신경줄이 끊어져버리는 줄 알았다. 하아-




오래전 읽은《위저드 베이커리》의 구병모는 욕심 많은, 의욕이 앞선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차마 수습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욕심이 앞서 한꺼번에 다 넣어버린 것 같았달까. 그러나 《네 이웃의 식탁》의 구병모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할 말을 해내고 있다. 게다가 팽팽한 신경줄에 대한 묘사는 특히 좋아서, 그렇기에 읽는 동안 힘들었다. 내가 같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새삼 여자들의 이야기는 여자들이 해내는 게 가장 최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나 여자 이야기를 잘하는 작가들이 있으니 남자 작가들은 섣불리 아무말 하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를테면 젖가슴 같은 자두라든가 말이다. 젖가슴 같은 자두 먹는 얘기 안해도 이야기는 아주, 잘 진행될 수 있고, 팽팽한 신경줄 역시 잘 표현될 수 있다. 그거 없이 글 못쓰겠으면 글 그만 쓰는 걸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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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9-01-11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읽은 구병모의 소설이 제겐 좀 과해서 그뒤론 안읽게 되던데 좀 다른 느낌인가 보네요^^

다락방 2019-01-11 10:44   좋아요 1 | URL
저도 구병모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그 과하다는 느낌, 지나치다는 느낌 때문에 안읽게 되었었거든요. 그런데 네 이웃의 식탁은 한결 정리된 느낌이에요. 그리고 할 말을 하고 있고요. 작가는 시간을 보내며 더 다듬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게혜윰 2019-01-11 10:50   좋아요 0 | URL
전 한번 아니다싶으면 선택안하게 되던데 어떻게 읽을 생각을 하셨을까 그게 궁금하기도 해요^^

다락방 2019-01-11 11:16   좋아요 1 | URL
저도 제가 왜 읽을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ㅎㅎ

그렇게혜윰 2019-01-11 21:50   좋아요 0 | URL
그냥 땡김 ㅋㅋㅋ

건조기후 2019-01-11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두 문장에 좋아요 백개 날렸어요💕 보이시죠? ㅎㅎㅎ

다락방 2019-01-11 17:41   좋아요 0 | URL
네, 아주 잘 보입니다! ㅎㅎㅎ
어떻게,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잘 읽고 계십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