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만든다는 말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직 한 번도 안들어봤다면 지금 들어봤을 것이고.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겐 어떤 묘한 반항심 같은 것들이 내재되어 있어서 이를테면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안읽게 되고 펭수 너무 좋다고 꺅꺅 거리면 반감 생기고.. 뭐 그런게 있지 않나. 초창기에 나는 아이폰에 그런게 너무 심했다. 주변이 다들 애플을 칭찬하는데 멈추지를 않아서 애플 써본 적도 없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그런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나친 빠는 까를 만듭니다... 


내가 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제인 오스틴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라면 나는 싫어하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누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한 번도, 한 순간도 제인 오스틴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으으 제인 오스틴 너무 싫어' 라고도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간 읽어온 제인 오스틴의 책은 총 네 권이다. 《오만과 편견》, 《노생거 사원》, 《설득》, 《에마》.


재독한 설득이 그나마 제일 재미있었고 에마.. 로 말하자면 캐릭터 진짜 병맛이라 너무 싫어서 욕 한바가지 페이퍼도 썼던 적이 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네 권이나 읽은 까닭은, 그렇게나 사람들이 좋아하고 고전으로 회자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게 있나봐, 그게 뭘까? 하다가 네 권에 이르게 된 것. 이런 식으로 내가 알랭 드 보통도 다섯권인가 읽었던 것 같다. 나는 별로인데 사람들 왜 열광하지? 하고 한 권 읽고, 흐음, 모르겠는데, 내가 못찾았나? 이러고 또 한 권, 아니.. 사람들이 본걸 내가 못보나? 이러고 또 한권, 분명 사람들이 좋다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텐데? 하면서 또... 그러다가 '나는 모르겠구나~' 하고 어느 시점에 보통 읽기를 중단했다. 그러고보면 나는 참 사람이 유연하려고 노력해. 세상 고지식하지만 그걸 알기 때문에 유연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성이 참되다. 아무튼, 그래서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라면 네 권 읽고 흐음, 나는 뭐 딱히.. 라는 입장, 나에겐 인상적이지 않은 작가.. 정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긴 했다. 이를테면 《제인 오스틴 북클럽》과 《비커밍 제인》같은 것들. 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도 재미있다, 여러분... 















아, 그리고 이런 입장도 있다. 나는 딱히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 혹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남자사람들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진 입장. 나는 이상하게 제인 오스틴 읽고 좋다는 남자사람들이 좋더라~ 

아무튼, 이정도가 내가 제인 오스틴에 대해 가진 입장이라고 하겠다. 그런 내 앞에, 격렬한 제인 오스틴 '까'가 나타났으니, 오, 나의 전의 불타올라, 반골기질 튀어나와, 제인 오스틴을 까는 새끼들을 까고 싶어진다!!



오스틴의 사소함을 진부한 태도로 판단한 남성 중 단연 압권은 마크 트웨인일 것이다. 트웨인은 오스틴의 가장 강력한 미국인 옹호자였던 윌리엄 딘 하우얼스에게 편지를 쓸 때 오싄의 이름을 정확하게 쓸 마음도 없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산문은 읽을 수 없다. 제인 오스틴의 글처럼'이라고 말하면서 둘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고 덧붙인다. '돈을 받는다면 포의 산문은 읽을 수 있지만 제인의 산문은 그렇지 않다. 제인 오스틴은 조금도 못 참겠다. 그들이 그녀를 자연사하도록 놔두었다는 것이 유감천만이다. D. H. 로런스도 오스틴을 공격하면서 여성 작가를 향한 유사한 적의를 표현했다. 로런스는 오스틴을 '인물 대신 '성격'을 전형화하며, 종합적으로 아는 것 대신 따로따로 날카롭게 아는 노처녀' 라고 비난했고, '내가 느끼기에 오스틴은 매우 불쾌하고 형편없고 인색하고 속물적이라는 의미에서' 영국적이라고 했다. -P.237



위의 문장을 읽는데 아니 이것들이 시방 지금 뭐라는겨?? 막 이런 마음이 되는거다. 놀고들 있네 진짜 ㅋㅋ 아니 그리고 로런스 너 장난하냐? 너는 그럼 고추에다가 이름 붙여서 쓴 소설이 막 자랑스럽고 그러냐?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서 정원사가 자기 고추에 이름 붙였는데 그게 뭐더라, 존이었나 스미스였나.. 아무튼 여자 성기에도 이름 붙여서 채털리 부인한테 편지 쓰고 그랬는데(내 존이랑 니 제인이랑 만나기를 기다린다, 뭐 이런..) 뭘 ㅋㅋ 채털리 부인의 사랑 자체를 내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ㅋㅋㅋ 꼬꼬마 이십대 무렵에 재미나게 읽긴 했지만, 아니 어째서 부자 남편은 성적 능력이 없고 정원사는 성적 대마왕.. 인가요? 이거 너무 클리셰 아니냐. 마치 인력거꾼처럼.. 흠흠. 아무튼지간에 마크 트웨인이며 로런스며 글 잘 쓰고 팔릴 만큼 팔린 남자들이 여자 하나 헐뜯는 거 보는데 세상 꼴보기 싫어지는 것이다. 잘 나가는 소설 써서 똑똑한 줄 알았더니 세상을 보는 눈은 없나봐? 여자 작가가 놓인 위치에 대해서는 볼 줄 모르나봐? 이쯤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규방.. 생각이 나는 것이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p.776











니네가, 사회가 제인 오스틴한테 어떻게 했는데? 좁은 공간만 허락했잖아! 

게다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일곱 살 때부터 열 살 때까지 약 삼 년여 동안 근처의 기숙 학교에 다닌 것이 공식적으로 받은 교육의 전부'(p.366) 













가르치지도 않고 바깥 세상을 보지도 않고 그렇게 살면서 써낸 소설이라 그 말이다!! 어디서 까길 까, 돌았어?

사람이 다른 사람 흉 보기는 진짜 쉽다. 그 사람의 뒷배경을 알지도 못한 채로. 사실 이미 작정하고 욕하는 사람들은 뒷배경 따위는 관심도 없겠지만. 



'경계'와 '울타리'라는 공간 이미지는 작가들이 제인 오스틴을 받아들일 때마다 확산해나가는 것 같다. 마치 오스틴이 드러내는 바에 대한 그들 자신의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논평은 ('오스틴은 나름대로 훌륭하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거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대표적이며,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 오스틴의 소설을 '나름대로 완벽하다. 그것은 확실하다. 다만 멀리 나아가지 않을 뿐' 이라고 가볍게 묘사한 것도 마찬가지다. 에머슨이 오스틴의 이야기의 사소함과 하찮은 가정사에 혐오감을 느끼며 '왜 사람들이 오스틴의 소설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P.236



애초에 공간적 제약을 줘놓고 그 공간 안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흉을 보는 거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지 않나. 나는 제인 오스틴이니까 저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공간, 한정된 교육 만으로도 이만큼의 소설을 쓰는 건, 제인 오스틴이니까 가능했다. 나였다면? 글쎄. 나는 결코 저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저 때의 제인 오스틴보다 더 넓은 공간이 허락되어 있고 더 많은 교육도 내가 원한다면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음에도 오스틴만큼 쓰지 못하지만, 저렇게 주어진 조건이 협소한데 저만큼의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은 오스틴이 얼마나 자기 내면에서 치열하게 사유하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지 않나. 헤르만 헤세 식으로 표현하면 완전 철저한 나르치스 .. 쪽이 아닐까. 나로 말하자면, 나르치스의 경향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골드문트 과인데, 그러니까 나는 경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기 멀리에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게 있대, 라고 하면 그걸 보고 싶어지고, 이 책 안에 내가 몰랐던 다른 이야기가 있어, 라고 해서 또 그게 읽고 싶어진단 말이다. 다른 무엇이 더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가만 여기에 머물러있는 것이 나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고 일단 무조건 내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제 타미가 구의 증명을 읽었고(제엄마에게 사달라고 했단다), 별로 라고 내게 감상을 보내왔다. 이모 사람들이 좋다고 했는데 나는 별로였어, 라고 하길래 이모도 별로였다고 말해준 뒤,


"그런데 안읽었으면 내내 궁금햇을 거 아냐, 읽고 싶어 했잖아"


라고 했더니 타미는 '하긴 그래' 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 좋다 라는 것을 내 경험으로 알고 싶다. 다른 사람의 말로 알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가 아는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먹고(응?) 그래서 가고, 그래서 읽는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뛰어난 사람이 되었다거나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진.. 않다. 나는 그냥 나인것 같고, 아무튼 제인 오스틴은 나르치스 과인것 같고, 나르치스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험담이나 하는 숱한 잘난 남자작가들 앞에 두 팔 벌리고 서서 힘껏 오스틴의 변호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오스틴의 까들이 한순간 나를 오스틴의 빠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니네, 오스틴에게 공간과 교육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름 떨치고 사는줄이나 알아라. 같은 조건에서 오스틴보다 잘날 가능성도 적으면서 말이 많아.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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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잡히지 않는 물성에 약하구요^^; 그래서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과 체험 속에서 개인이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19세기 여성작가들의 글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봅니다.

다락방 2022-11-23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경험과 무경험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이냐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대체적으로 경험의 편인것 같긴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서 본다면, 으아 저걸 내 눈으로 직접 본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알게 된다면, 그건 어떤 맛일까 내가 느껴보고 싶다! 이렇게 되고요. 물론 그것들을 직접 경험한다고 해서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제게 주진 않죠. 아주 많은 부분 에잇, 별거 아니네~ 혹은 에잇 실망이야~ 이렇게 되지만, 저는 그런 감상들도 제가 직접 하는게 좋더라고요.

저는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러나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계속 회자된다는 것은 정말 좋아요!

- 2022-11-23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제인 오스틴 대천재!!!! 너무 천재!!!!

다락방 2022-11-23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저렇게 못했을 거예요. 물론 제인 오스틴보다 더 나은 환경인 지금도 저렇게 못하지만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진짜 대단한 작가입니다.

단발머리 2022-11-23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험치에 대한 제 생각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제한된 경험으로 이런 눈부신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정말 오스틴이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마차 없으면 친구도 못 만났던 작가였던 여성들... 전부 다요.
그나저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스틴, 알랭 드 보통을 연이어 읽으시는 다락방님, 정말 대단합니다. 그 유연함에 제가 기립박수를 ㅋㅋㅋㅋㅋ 한없이 보내드립니다!!!

다락방 2022-11-23 10:09   좋아요 3 | URL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처럼 저는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아도 세상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 적은 경험으로 더 많은 걸 깨닫는게 가능하고 제한된 경험으로도 사고가 확장되는게 가능한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인 오스틴이야말로 제한된 조건에서 자기 능력을 충분히 펼쳐 보인 사람이고요. 그렇다면 제가 경험해서 시야가 넓어지는 사람이냐, 하면 사실.. 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경험을 다 해보고 싶긴 하지만-물론 기피하는 경험도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느냐, 라고 하면 그건 딱히 그런것 같진 않아요. 다만 경험한 사람일 뿐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경험을 하나 안하나 제인 오스틴 처럼은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라는 사람은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오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철저하게 골드문트도 아니고 나르치스 면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경험을 해보자‘ 라는 것이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것이다‘가 될 순 없다.. 입니다. 그러나! 내 몸으로 알고 싶다.. 정도랄까요? 그렇기에 프란세진야를 먹어보려고 포르투갈로 가버리는 그런 사람인 것이지만, 그것을 먹어보았다고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느냐 하면, 그냥 먹어본 사람에 다름 아닌..... ㅎㅎ

왜 우리가 읽었던 브리저튼 시리즈에 그거 나오잖아요. 1편에서요. ‘그 남자는 수학 과목에서 1등 했다더라‘ 고 다프네 엄마가 말하니까 다프네가 ‘저도 갔으면 1등 했을 수도 있죠‘ 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아예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내가 1등 할지 57등 할지 알 수도 없었던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미칠것 같아요. 그러니까 보내보라고, 내가 1등하나 꼴등하나 보내보라고!! 막 이렇게 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저렇게 오스틴 욕하는 남자들 보니까, 오스틴과 똑같이 살았으면 그들은 어떤 글을 썼을까 싶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11-23 10:27   좋아요 1 | URL
와아~~ 이 글에 브리저튼 저 예시 너무 찰떡 아닌가요? 겁나 적절합니다. 맞아요. 가봐야 알죠. 1등할지 57등할지. 대부분 여자들이 1등 하긴 하더라구요. 주위에서 보면 그래요.

다락방님의 나르치스/골드문트/경험 이야기 읽다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지금 잠깐 나가야 해서 저녁에 돌아와서 다시 글 써야겠어요.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시키는가 혹은 경험하지 않은 세계에 대해 우리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에 대해서 쓸게요. 푸하하 ㅋㅋㅋㅋㅋ 댓글 예고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3 11:53   좋아요 1 | URL
1등하는 여자가 있고 아닌 여자가 있다면 저는 아닌 여자쪽.. 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뭐 딱히 1등 해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하하하하. 아주 없는 건 아니고... 한 번 있나. 근데 그것도 공부는 아니고... 하하하하하. 말할수록 부끄러워지네요. 저도 뭔가 1등하는 게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뭘로 할까요? 뭐가 없네.. 쩝.. 모두 저마다 타고난 장기가 있다는데 저는 그게 없는것 같아요. 뭘 해도 1등은 아닌 삶...
하아-

단발머리 님, 저녁에 돌아와서 꼭 글 써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2-11-24 19:25   좋아요 1 | URL
늦었습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네요.

저는 경험에 대한 다락방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경험한다는 건 사고의 확장에 도움이 되지만 경험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에 대한 판단이요. 혹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그 경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느냐, 저 역시 아니라고 보거든요.

경험에 대한 만고불변의 도돌이표.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더더욱 그럴 거 같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라고 말할 일이 많아진다는데 걱정과 염려가 도사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그 경험이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로 모아진다고, 전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가장 극적인 경험 중의 하나인 임신, 출산, 부모됨을 예로 들어 본다면요. 전, 임신하지 않고도 출산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하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제 주위에 아들 둘인 가정이 둘 있어요. (한 분은 목사님/사모님이시고, 한 분은 아파트 옆라인이요) 두 가정 모두 아들만 둘인데 딸을 둘씩 입양하셨어요. 그 사랑, 애정, 돌봄을 저는 좀 아니까...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지 몰라요. 아빠가 아이를 낳지는 않죠. 하지만 낳지 않았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아껴주고 씻겨주고 소고기 구워주고, 소고기 맛있어? 하고 물어주는 아빠가 있잖아요. 엄마의 경우도 그렇구요. 모성이 막 저절로 샘솟고 그러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임신이라는 경험 자체를 봤을 때, 나와 다른 생명체와의 강제적 동거, 그것도 물리적으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 동거한다는 건, 상당히 복잡한 일이잖아요. 서로 양보해야 하지만, 아가들은 양보하지 않는것 같고요. 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 불안, 심리적 압박이라는 건 아이를 사랑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또 하나의 각별한 경험일 수 밖에 없고요. 이걸 말로 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결론이 있나요? ㅋㅋㅋㅋㅋㅋ)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지만 그게 변화를 일으키는, 적어도 긍정적인 면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건 어디까지나 사람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독서, 여행을 비롯한 어떤 경험이던지, 그걸 경험한 입장에서 ‘좋은‘ 것이지 경험해 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것이고, 다만 경험한 사람에게는 훨씬 더 넓은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니까요. 그건 경험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혜일 테구요.
제게 인상깊었던 대목은 제가 위에도 썼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스틴이나 알랭 드 보통을 찾아 읽는 다락방님의 그런 모습이었어요. 쉽게 판단하지 않은 지점이요. 유연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참된 인간성의 현대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잠자냥 2022-11-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인간성 참된 부장님~ ㅋㅋㅋ
이 글에서 여러 번 웃고 갑니다요. 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을 멀리한 심정이 부장님의 그 이유랑 저도 비슷해요. 근데 저도 이젠 읽어봐야 할 거 같음;;
그나저나 제인 오스틴 잘 모르지만 아니 저 트웨인이랑 로렌스 저놈들이 시방 뭐라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아 진짜 그러고 보니 로렌스는 ㅋㅋㅋ 채털리 부인에서 성기에 이름 붙인 그 장면...ㅠㅠ 아 다시 생각해도 빵 터지네 아 웃겨.... 그때도 웃기긴 했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거 궁금하네요;;;ㅋㅋ

다락방 2022-11-23 11:51   좋아요 0 | URL
트웨인이랑 로렌스 별 생각 없는 작가들이었는데 확 짜증나요 ㅋㅋㅋㅋㅋ 뭐래 진짜 ㅋㅋㅋㅋㅋ 똑같은 조건에서 지들은 어떤 글 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아오 빡쳐 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에 대한 별다른 생각 없던 저를 제인 오스틴 수호대로 만들어 주네요. 하여간 모자란 놈들이에요 ㅋㅋ
잠자냥 님도 기억하시는 군요. 성기에 이름 붙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ㅋㅋㅋ 저는 꼬꼬마 때 읽어서 지금 읽으면 어떨까 싶긴 해요. 생각만큼 막 야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후후훗

물감 2022-11-23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전적으로 저를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죠, 왜? ㅋㅋㅋ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남자, 접니다 예예. (이거 전에도 댓글 썼던 거 같은데...)
그러나 작품별로 호감도가 달라서 마냥 찬양하지는 않는 쉽지 않은 그런 남자죠! (뭐래...)

나름 다락방 님하고 문학 코드가 비슷하다 느꼈던게 여기에서 이유가 드러나네요.
저도 남들이 열광하는 데에는 괜한 반감이 들어서 거리두기 하거든요.
베스트셀러는 거의 쳐다도 안봐요. 보게 된다면 입소문이 아닌 순전히 내 호기심이고요 ㅋㅋㅋ

알랭드 보통도 공감이요. 글은 잘쓰지만 그렇게까지 추앙받을만 한가 싶고.
이것도 괜히 삐딱한 마음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ㅋㅋ

<구의 증명>에 대한 다락방님과 타미님의 감상평이 저랑 일치하네요. 다들 칭찬일색인데 저만 별로였어서 살짝 쭈글모드였거든요. 알라딘에서는 정말 동지 만나기가 힘들어요 하하핳. 타미님도 빨리 알라딘 활동하라고 해주세요 ㅋㅋㅋ

<제2의 성>에 인용글 되게 좋아요. 좁은 데에 가둬놓고 시야가 좁다는 탓을 한다라. 갇힌 적은 없지만 저도 우물안 개구리 인생이라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에요. 정신이 번쩍 드네요. 근데 제인 오스틴 책 읽으면서 시야 좁다 뭐 그런 느낌을 전혀 안받았는데 뭐지. 트웨인이나 로런스 같은 사람들도 저처럼 괜히 삐딱하게 구는 건 아닐런지... (아 갑자기 자기객관화가 되고 있다. 나 되게 찌찔했네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3 12:19   좋아요 2 | URL
저는 물감 님이 이미 제인 오스틴을 읽었다는 것도 알고 좋아한다고 했던 것도 압니다. 흠흠.
알고 있다는 말씀 일단 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는 <에마>가 싫어요!!!

사실 책 좋아하고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딱히 베스트셀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것 같아요. 베스트셀러를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소 책을 안읽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읽기에 수월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같아요. 달러구트도 그렇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도 그렇고 팔랑팔랑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잖아요. 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읽었다가 너무 별로여서 화들짝 놀랐는데, 그 책 읽은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 베스트셀러란 무엇인가..

아직 초등학생인 타미가 구의 증명을 어떻게 읽을지, 얘가 읽어도 될지 나름 걱정이었는데, 정작 읽고 나니까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사실 저는 구의 증명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최진영 작가의 책은 한두권 더 읽어볼 의향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최진영 약간 하드코어였어요. ㅎㅎ

제인 오스틴이 그려내는 이야기들속 배경은 한정적이긴 하잖아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어떤 모험은 없죠. 그렇지만 제인 오스틴에게 주어졌던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제인 오스틴이 천재였기에 가능햇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들은 재산도 받을 수 없고 교육도 받을 수 없고 결혼외에는 선택지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주어진 환경 내에서 결혼과 여성들에게 주어진 제약에 대해 인식하고 글을 썼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트웨인이랑 로렌스 구려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2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ㅎㅎ 그러네요. 공감이 가네요.
저도 오스틴 까는 마크 트웨인 부분 읽으면서 어이가 없었는데, 다락방님 분노의 페이퍼에 박수칩니다!!
어떤 이름도 첨 들어보는 남자가 했다는 말: ˝우리는 여성의 글을 읽으면서 ‘쓸데없는 감정‘이 넘쳐날 뿐인데도 창조적인 지성을 피워내는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오인할 위험이 있다˝ - 이거 읽으면서도 뭔 개소리??했는데요ㅎㅎ
모를 땐 그냥 읽었는데 그렇게 제한된 환경에서 써낸 작품이라 생각하니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경험이 중요해서 2메뉴씩 드시는 거군요? 직접 먹어봐야만 한다! ㅋㅋ 좋은 삶의 모토입니다(?). 조카님은 <구의 증명>을 결국 읽었는데 별로였군요. 열심히 찾아 읽고 자기만의 판단을 내리는 그 자세, 넘 기특하고 좋아요^^

다락방 2022-11-23 14:10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정말 날카로우십니다. 맞습니다! 저는 저의 경험을 최고치로 치기 때문에 오늘 두 개 먹고 싶은데 하나를 참는.. 그런 류의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오늘 두 메뉴를 원한다면 참지 않긔!! 바로 그런 사람인겁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저에게 쏟아붓고 싶습니다. 그래서 욜로족이 되어버린.. 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막상 구의 증명 다 읽은 타미랑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제가 너무 걱정했구나 싶더라고요.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읽고 판단할 수 있는데 뭘 그렇게 쪼그라들었는지. 제가 걱정이 많네요. ㅠㅠ

2022-11-23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4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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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이 깊어지면 사유도 깊어지는 걸까.
아니, 사유가 깊어지면 읽는 책도 깊어지는 걸까.
정희진 쌤의 독서력과 사유에 감탄하며 읽었다.
재독이지만 처음 읽는 것 같은 낯섦, 그렇지만 괜찮다. 아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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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단발머리 2022-11-23 09:23   좋아요 1 | URL
💓

단발머리 2022-11-23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 읽을 거에요. 조만간이요.
감탄의 시간만 남아있습니다.

다락방 2022-11-23 09:24   좋아요 2 | URL
감탄하는 한편 저라는 인간은 또 얼마나 부족한가를 생생하게 느꼈습니다... 하하하하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잠자냥 2022-11-23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지금 다시 읽으면 신간처럼 읽을 듯........;;;

다락방 2022-11-23 11:14   좋아요 1 | URL
저 너무 낯설어서 화들짝 놀랐답니다? 어휴..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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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점심시간에 공쟝쟝 님의 유튭 ☞ [공쟝쟝] 알라딘 ‘핵심고객(?)’, 우주에서 사라진 책을 찾아내다!? - YouTube 을 보다가 《정희진처럼 읽기》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독서와 여행에 관한 부분을 쟝님이 낭독해주셨는데, 그 부분이 좋았고 꼭 그 부분을 들려주고 싶은 친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가장 강력한 지배는 사람들에게 여행과 독서를 금지하거나 접근하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독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갑'은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 잃을 것이 없는 사람, 덜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권력이 두려워하는 인간은 분명하다. 세상이 넓다는 것,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이다. - p.25



나는 한 곳에 머무르려고 하는 사람,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사람을 좀 답답하게 여기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사는 사람에게 '너 사는 거 너무 답답해'라고 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마찬가지로 사랑 받기를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답답하게 여기는데,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지 말고 너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역시 그것도 내 관점이라는 것을 안다. 인생 최고의 가치가 타인에게 사랑받는 것이고 그것이 이루어야 할 목표라면, 내가 거기에 대고 어떻게 감히 '그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갈망하는 그 사람 고유의 삶이 거기 있었을진데.. 마찬가지로 '그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내가 살아온 환경과 주변인들이 만든 내 고유의 인생관일 것이다. 그런 참에, '여행과 독서'를 말하는 정희진님의 글이 훅 들어왔고, 저 책을 내가 생각한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어진거다. 그런데 그 친구는 책을 거의 안읽는 친구라서, 무작정 선물할 수는 없을 터. 저 부분을 내가 다시 읽어보자 싶어져서 책장에 꽂힌 책을 꺼냈다. 책이 깨끗해다. 흐음. 나 이거 분명 읽었는데... 어딜 넘겨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읽었다는 건 내 착각이고 사실 안읽었나? 그래서 내 기록을 살펴보기로 했다. 친애하는 나의 친구가 만든 독서기록 앱 IReadItNow를 열어 이 책을 검색하니 2015년에 읽었다고 되어있더라. 아,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건가? 오래되어 기억이 안날거라면, 도대체 왜 책을 읽어야 하지? 무엇 때문에? 다 부질없는 거 아니야? 책의 내용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한심해 하며 '이 참에 다시 읽어보자' 하고 책을 꺼내들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새록새록...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와서 당황했다. 하하하하하. 역시 책은 새로 사서 읽기 보다는 읽었던 책을 또 읽는 책이 나은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다.



구구절절 모두 명문이지만 마침 얼마전에 《미 비포 유》를 읽었기 때문인지 안락사에 대한 부분이 확 들어왔다. 아마 2015년의 나는 여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나 감흠이 없지 않았을까. '라본 삼페드로 카메안'의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에 대한 감상을 나는 정희진 샘의 책에서 읽게 된다.



지은이 라몬 삼페드로 카메안(Ramón SampedroCameán)은 스물다섯 살에 다이빙하다가 모랫바닥에 머리가 부딪혀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후 27년을 ‘죽은 몸뚱이에 머리만붙어 있는 사람‘, ‘말하는 영혼을 지닌 시체‘, ‘만성적인 죽음을 앓고 있는 자‘로 살았다. - P81


다이빙하다가 사지 마비가 온 젊은이라니, 나는 조조 모예스가 이 책을 읽은 후에 자신의 책을 구상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을 정도로 미 비포 유에서의 윌의 상황과 닮아서 놀랐다. 윌처럼, 라몬 삼페드로 카메안은 안락사를 원한다. 자신의 삶이 고통스러워 안락사를 원하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모두가 그의 안락사를 허락(찬성, 지지)하지 않는다. 이 책은 라몬 삼페드로 카메안의 '안락사를 위해 투쟁한 기록' (p.82) 이다.


안락사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가깝게 느껴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실제 자신이 원하는 바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저 먼 남의 일이라 개념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정희진 샘은 안락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어떤 글을 남겨줄지가 너무 궁금해 계속 읽어 보았다. 



안락사나 자살은 의료 윤리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적인 윤리 문제다. 그의 처지에서는 불가피한 논리였겠지만 라몬은 안락사 인정의 근거로 개인의 이성, 자유, 인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안락사에 대한 선택의 자유"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가치들은 무조건 옹호되거나 일반화될 수 없다. 구체적인 상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할 말은 하는 신문"처럼 자유가 넘치는 세력을 위한 논리로 둔갑하기 쉽다. 즉, 자유의 가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실현되어야만 하는 조건이 좌우한다. -p.82



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직 정희진 샘이 언급한 이 라몬의 책을 내가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절판이다), '안락사에 대한 선택의 자유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대략 알겠는데, 자유의 가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실현되어야만 하는 조건이 좌우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알쏭달쏭하다. 명징하게 확 와닿지 않는 문장이다, 나에게는. 계속 읽어보도록 하자.



안락사를 생명의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생명을 무시하는 태도다. 문제의 본질은 생명이 아니라 고통이다. "죽음의 공포는 고통의 공포보다 크지 않다. …… 공포만 한 통치 기제는 없다. 의사의 권력은 환자의 고통에서 나오고 사제들은 죽음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왕은 이 모든 시스템의 우두머리다."

사람들이 고통받는 이의 호소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지일까, 의지일까. 현실이 먼저고 규범은 부차적 문제여야 한다. 문화와 윤리, 사회적 가치는 인간의 경험에 근거하여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가장 취약한 사람의 고통을 볼모로 기존 통념을 수호하려는 것은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악마성이다. 당위적인 윤리는 없다. 목적은 변화를 통해서만 성취되어야 한다. -p.82



그러니까 라몬의 안락사를 그리고 윌의 안락사를 반대하는 건, 고통을 겪고 있는 본인의 감정과 의지를 앞에 두지 않고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으로서의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는 걸까? '죽음은 삶의 끝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p.83)는 정희진 샘의 말은 그러니까, 우리가 가진 죽음의 공포보다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일까? 몇 번이고 반복해 문장들을 읽어봐도 정확하게 어떤 뜻인지 확 와닿지를 않았다. 어쩌면 내 독서력이 더 키워져야 이해가 가능한 부분들인지도 모르겠다. 보통 정희진 샘의 글들은 눈이 번쩍 뜨이게 하고 저 멀리 보게 하고 그렇게 훅훅 와서 박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글들처럼 또렷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읽어보고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읽어보고 해야겠다. 그렇지만 '가장 취약한 사람의 고통을 볼모로 기존 통념을 수호하려는 것은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악마성이다' 에 대해서라면 좀 극한 표현이긴 하지만 무슨 말인지 잘 알겠다.



그건그렇고, 

책을 샀다. 월요일이니까 예전처럼 책탑 인증을 해보겠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온 책 이미 가지고 있거나 부지런히 사고 있는데 읽고 있지는 않... 아서 큰일이네? 왜이러는 거야, 나여? 《어스시의 마법사》는 일전에 만난 친구가 줄거리 얘기해주는데 소름이 돋아가지고 내내 벼르다가 샀다. 나는 판타지라면 영 별로인데 친구가 내게 말해준 이 책의 줄거리는 판타지라기 보다는 엄청난 성장 이야기였고 윤리와 철학 이야기였다. 크- 《워드 슬럿》은 젠더의 언어학 이라고 해서 샀다. 뭐든 어떤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 공부가 점점 더 깊어진다면, 학문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관심있어 책 읽기 시작한 건 여성학 이었지만, 여성학 책들을 읽다 보면 인문, 사회, 언어, 종교, 정치, 경제, 역사, 법 모든 분야가 다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거다. 죄다 연결이 되어 있어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철학으로 향하는게 아닌가 싶다. 결국 사유가 깊어진다는 것, 사유하고 사유하고 또 사유하다 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철학에 다름아니게 되는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한다. 언어학도 알고 싶어서 샀다.

















《고스트 라이터》는 광고만 보고 사게된 책인데 내가 마케팅에 현혹되어 샀다가 '이게 시방 뭣이여..'했던 경험이 더러 있던 터라 어쩌면 이 책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한 번 믿어보기로. 내가 이 책 사기전에 마케팅에 홀랑 넘어가는 걸까 싶어 아마존에 가서 리뷰 검색도 했단 말야? 아마존에서 별다섯 리뷰가 많더라. 내가 너를 읽어 보겠다.

《여성, 경찰하는 마음》은 내가 딱히 읽어보고 싶어하는 책의 종류는 아니어서 그 존재를 알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시사인에 실린 저자의 인터뷰를 보고 당장 구입해버렸다. 아아, 최재천이 그랬던가. 알면 미워할 수 없다고. 물론 미워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떤 구체적 인물로 확- 다가오니 지지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같은 마음.. 인것이다.

《이중 작가 초롱》에는 내가 기대를 좀 하고 있다. 요즘 국내 문학은 페미니즘 적 시각으로 쓰여지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아쉽게도 대체적으로 고발성으로 끝나는 것 같다. 고발성은 충분히 의미있지만, 내가 문학에 기대하는 것은 고발성 플러스 알파이다. 그 알파는 사유일 수도 있을 것이고 문장일 수도 있을 것이고.. 이중 작가 초롱은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인가!

《깻잎 투쟁기》는 노동자 정체성을 가진 내가 들여다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여성이고 노동자이고 그래서 여성노동자 이다. 여성 노동자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달픔에 노동자로 살아가는 고달픔까지 합해져서 여성노동자 로 존재하는 미친 고달픔이 있다. 한마디로 좆같다........ 간혹 내가 표현하긴 하지만, 내가 페이퍼로도 모멸감에 대해 쓴 적이 있었다. 일하면서 경험한 모멸감. 그래서 페이퍼를 쓴 적이 있었고, 그 후에 서울시장의 자살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내가 겪었던 바로 그 모멸감이 시장의 비서로 일하며 겪었던 피해자의 모멸감과 일치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렇게 겹쳐있었다. 나는 따로 떨어져서 그 일을 볼 수가 없었다. 모멸감은 한마디 말로도 가능해지는 것이었고, 나는 그런 모멸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여성이며 노동자이기에. 

















《교도소 대학》은 저자가 수감자들에게 법과 인문학을 가르친 경험에 대해 썼다고 한다. 나는 누누이 '멍청함'과 '게으름'이 악을 불러온다고 얘기했던 바, 그래서 교육이 그리고 문학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아마도 시사인에서 알게된 책인것 같은데, 그래서 읽어보려고 샀다.


《환상의 빛》은.. 어디서 뭘 보고 샀는데 그게 뭐였는지 뭐 때문에 샀는지 기억이 안나지롱~ ㅋㅋㅋㅋㅋ





책만 산건 아니고, 맥주도 샀다. 어제 집에서 엄마 아빠랑 오리 고기 먹으면서 소주를 마셨는데, 아니 글쎄 냉장고에 들어있는 마지막 소주였던 것이다. 그걸 누가 다 먹었어? 엄마가 물으셨고, '우리 집에 술 먹는 사람 나밖에 없으니까 내가 다 먹었겟지?'라고 내가 답했다. 아빠 빵터지심... 아무튼 그래서 다 먹고 소화시킬겸 마트에 가서 소주 여섯병을 카트에 넣고 돌아다니다가 기네스 맥주 이벤트를 보았다. 6캔짜리 한 팩을 사면 기네스 컵을 주는데, 그 팩 두개를 사면 장우산을 준다는 거다. 다른 맥주도 삼단우산 주는 이벤트 하던데, 삼단우산은 너무.. 잘 고장나.. 그래서 흥! 하고 지나쳤다가 장우산에 훌렁 반해버린 내마음. 우산을 펼치면 기네스라고 써있다. 그런데 두 팩.. 을 사야 한다고? 흐음.. 나는 판매중인 직원분께,


"한 팩 사면 우산 안주시나요?"


물었는데 ㅋㅋㅋ 직원분이 '원래 두 팩인데 그냥 드릴게요. 저도 퇴근해야 해서요' 라고 하셔가지고 ㅋㅋㅋㅋㅋㅋ 한 팩 사고 장우산 받아왔다. 역시 사람이, 말은 하고 봐야된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만세다! 집에 와서 기네스 우산 펴고 좋다고 사진 찍고 있으니, 엄마가 "좋냐?" 물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나는 기네스 우산 쓰고 다닐거지롱~







점심은 쫄볶이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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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1-2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희진처럼 읽기 두 번 읽은 것 같은데 짬짬히도 읽었구요. 근데 기억이 안 나는 ㅠㅠㅠ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인용해주신 문단은 아쉽게 작별한 윌을 생각나게 하네요. 그 분에 비하면 윌은 다행인가요. 자신의 선택이 받아들여졌으니까요.

책탑 반가워요, 월요일의 책탑. 저는 <환상의 빛>이 제일 눈에 들어오는데요.

《환상의 빛》은.. 어디서 뭘 보고 샀는데 그게 뭐였는지 뭐 때문에 샀는지 기억이 안나지롱~ ㅋㅋㅋㅋㅋ

기억나면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다락방 2022-11-21 13:34   좋아요 2 | URL
저 분명 읽었다고 체크되어 있는데 어째서 넘기는 매 페이지가 새로운건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오늘 페이퍼의 안락사 부분도 ‘아니 어떻게 이런게 다 기억이 안나지?‘ 싶더라고요. 하하하하하. 도대체 왜 책을 읽는 걸까요.. 아, 제 독서에 회의가 듭니다. 왜 읽는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도대체 왜 읽는가... 하하하하하.

환상의 빛은 어디서 뭘 봤는지 모르겠네요. 기억나면 제가 꼭 말씀드릴게요. 책의 내용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1 18:15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정희진처럼 읽기 에 나온 책들 왜이렇게 죄다 어려운 책들인가요.. 선생님 너무 대단하세요 ㅠㅠ

단발머리 2022-11-21 19:00   좋아요 1 | URL
저두 너무 오래돼서 가물거리기는 한데 가끔 쟝님 인용하는 거 읽다보면 ‘엥?!?’ 이럴 때가 넘 많아요ㅠㅠ 슬프네요 갑자기…

- 2022-11-21 19:25   좋아요 1 | URL
그것이 바로 정희진의 저주............ ㅋㅋㅋㅋㅋㅋㅋㅋ 랄랄라~

잠자냥 2022-11-21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네스 장우산 탐나네요.
<환상의 빛>은 저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그냥 반납했는데! ㅋㅋㅋㅋ (펼쳐보지도 못했음요;;;)
암튼 다부장님 서재에서 비슷한 시기에 이 책 보니까 반갑네요.

다락방 2022-11-21 14:26   좋아요 1 | URL
비오는 날 길을 걷다가 혹시 기네스 장우산 쓰고 가는 여자사람을 보게 된다면 ˝혹시 다락방님?˝ 말걸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환상의 빛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려고 했었는데 예약해야 하더라고요. 예약하기 싫어서 샀어요. 하아- 어차피 사봤자 지금 안읽으면서 왜 예약하기는 싫은건지.. 전 바보예요!! ㅠㅠ

잠자냥 2022-11-21 14:38   좋아요 1 | URL
괜히 밥집에서 계산 안 하고 부장님 옆에서 서성이는 사람 있으면 ˝혹시 잠자냥님?˝ 말걸지는 말고 계산만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1 14:47   좋아요 1 | URL
말걸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2-11-21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 다락방님이 저를 얼마나 답답해하실지 ㅎㅎㅎㅎ

다락방 2022-11-21 16:03   좋아요 2 | URL
ㅎㅎ 만약 제가 물감 님을 답답하게 여긴다면 물감님도 저를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요?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도록 합시다. 흠흠. ㅋㅋㅋㅋㅋ

- 2022-11-21 19:26   좋아요 1 | URL
방구석에 앉아서도 다른 세계로의 여행은 가능하다..........인 저를 데리고 부장님은 네덜란드를 보여주셨지요.......ㅋㅋㅋㅋㅋㅋ

물감 2022-11-21 20:19   좋아요 0 | URL
그래요? 그렇다면...
조용히 줄서봅니다...ㅎㅎ

다락방 2022-11-22 12:08   좋아요 0 | URL
저기, 넓은 세상이 있다!!!!! ㅎㅎㅎㅎㅎ

- 2022-11-21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등장하다니 영광입니당! 안락사 뭔가 진지한 댓글 쓰려다 그냥 기네스 장우산에 빵터져가지고.. 너무 고퀄인데요? 우산 너무 탐이나..... 블랙의 천위로 반사되는 빛. 그리고 저 기네스 들의 묵직한 자태를 보라.... 곱다 고와...

다락방 2022-11-22 12:08   좋아요 0 | URL
기네스 장우산 너무 좋지 않나요? 오늘 오후에 비온다고 해서 우산 챙겨왔는데 가방에 넣고 오느라 집에 있던 3단 우산 가져온게 좀 아쉽네요. 그렇지만 장우산 비도 안오는데 들고 다니기 넘나 싫지.. 저도 저의 기네스 장우산이 넘나 마음에 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마요정 2022-11-22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탑 멋집니다!! 역시 다락방님 ㅎㅎㅎ 예고해주신대로 멋진 책탑이네요^^
어스시의 마법사 너무 좋지 않나요? 어슐러 르 귄 너무 좋아요!! 저는 아직 어스시 전집 중에 어스시의 마법사만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얼른 다음 권들도 읽어야죠. 아, 읽을 책이 너무나 많습니다.ㅠㅠㅠㅠ 진짜 이럴 땐 눈에 스캐너가 있어서 책장만 넘기면 쭈욱 뇌에 입력이 되면 좋겠다니까요. 하지만 그러면 또 재미가 없겠죠? 예전에는 신화로, 전설로 인간다움을 고민했다면 요즘은 과학 기술로 인간다움을 이야기 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예나 지금이나 그 인간다움이란 참 어려운 문제구요. 인간이 인간다움을 고민하다니... 역시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인가 봅니다.

고스트 라이터는... 고스트 라이더로 잘못 보고 영화 원작인가 그랬네요 ㅎㅎㅎ 기네스 우산보다는 기네스가 탐납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11-22 12:09   좋아요 1 | URL
어스시의 마법사 너무 좋다고 친구가 그래서, 본인은 아직 어스시의 마법사 같은 성장물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홀라당~ 사버렸어요. 후훗. 저도 읽을 생각에 기대가 큽니다.

꼬마요정 님과 언젠가 기네스를 함께 마셔야 할텐데요.. 기네스가 아니라 카스라도, 처음처럼 이라도... 하핫

독서괭 2022-11-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네스 장우산 ㅎㅎㅎㅎ 역시 오늘도 웃음 주시는 다락방님 페이퍼!! 저도 오랜만에 기네스 먹고 싶은 생각이 살짝쿵 드네요. 흠..
<환상의 빛> 저는 예전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낭독해준 부분이 넘 좋아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 덕에 재간되었다고 들은 것 같아요. 읽어봐야지 해놓고 못 읽었네요!
앞으로 비오는 날은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다녀봐야겠습니다 ㅋㅋ 기네스장우산에 빨간 백팩..!

다락방 2022-11-23 07:34   좋아요 1 | URL
환상의 빛은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할법 하지만 그러나 저는 뭐, 그저 그랬습니다. 나쁘진 않지만 좋지도 않은..
비오는 날 열심히 두리번거리시면서 기네스 장우산에 빨간 백팩을 마주치게 되신다면 망설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인사 나눠주세요, 독서괭 님!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

바람돌이 2022-11-2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때문에 샀는지 기억이 안난다는 환상의 빛 매우 매우 좋습니다. ^^
저 우산 들고 나가시면 지나가는 사람 다 쳐다볼듯.... 순식간에 인싸가 되는 마법이 펼쳐지겠습니다.
기네스와 우산이라니..... ^^ 저는 맥주 중에서는 기네스 안 좋아하는데(예전에 저도 사은품에 혹해 1박스 샀다가 1캔 먹고 누구 다 갔다줬다는.....) 저 우산은 매우 매우 탐이 납니다. ^^

다락방 2022-11-23 07:38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 저 환상의 빛 다 읽었는데 저는 그냥 그랬어요. 나쁘진 않앗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습니다. ㅎㅎ 제 타입 아니네요. 표제작 <환상의 빛>이 그나마 제일 나았습니다.
저도 기네스 맥주는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저는 그 뭐지, 영화에서 나와가지고.. 그 뭐더라.. 잠시만요. 찾았다! <킹스맨> 이요! 킹스맨 에서 기네스 맥주 먹잖아요. 그 때 영화보고 들어가다가 나도 기네스!! 이래가지고 기네스 사다 마셨는데 음 저는 딱히 매력적이진 않더라고요? 제가 그간 마셔본 맥주 중에서는 코젤 다크가 최고였던 것 같아요. 블라디보스톡 갔다가 수제버거 집에서 코젤 다크 먹는데 진짜 너무 맛있는 거에요! 아 맥주는 코젤 다크구나!! 그 때 그런 인식이 뽝 박혀버렸습니다. ㅋㅋ
아무튼 장우산에 혹해서 기네스를 샀는데 두 박스... 를 사고 싶진 않더라고요. 다행히 한박스로 쇼부쳐서 장우산을 득템하였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씐나요~
저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그런 우산 들고 다녀야 할텐데 기네스... 들고 다니겠네요? 껄껄.
 
















이 책의 1장에는 백설공주가 언급된다. 책 속 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디즈니가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제목을 단 이 이야기는 사실상 '백설 공주와 사악한 계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핵심 행위(사실상 유일한 실제 행위)는 두 여성의 관계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젊고 창백한 여자와 아름답지만 늙고 사나운 여자, 딸과 어머니, 사랑스럽지만 무지하고 수동적인 여자와 교활하고 능동적인 여자, 천사 같은 여자와 명백하게 마녀인 여자. -p.125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이 백설공주는 2012년 새로이 만들어졌다. 이름하여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주연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라 엄청 기대하고 보았는데 어느정도 이야기를 해체했지만 어떤 변태성은 남은 영화였다. 일전에 그 영화를 보고 남긴 후기가 있는데, 그 후기가 또 최고되는 것이여.


최고되는 바로 그 후기 ☞ 치마와 공주 (aladin.co.kr) 

(2021년 6월에도 졸라 멋진 글을 썼네, 나는…)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는 계모의 역할인 '이블'이 그렇게 사악해서 스노우화이트를 죽이려는 이유가 나온다. 그녀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 너는 아름다울 것이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한 최고 힘을 가질 것이나 너보다 더 아름다움이 나타나면 사그라질 것이다.

이건 영화속 이블에게만 가해진 주문은 아니다. 세상이 여성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그 메세지에 길들여져 더 예쁘게 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다이어트를 하고 수술을 하고 옷을 입고... 그러나 그것이 권력이 아니라는 것은, 여자로서 삶을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레 깨우치게 된다. 남자들은 진작 알았다고 본다. 아름다움이 너의 권력이야. 이건 일시적으로 권력인듯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람 주변에 몰려들고 관심을 받고자 하고 인기를 끌게 되니까, 역시 아름다움은 권력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 권력은 허울뿐이다. 권력인척 가장한 것이다. 만약 한 남자의 말-사귀자, 섹스하자-을 거부한다면 폭력으로 되돌아온다. 상대가 언제든 거침없이 내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권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힘을 발하는가?



스노우화이트로 하여금 이 이야기를 해체하려고 하였으나, 나는 스노우화이트보다 더 전복적인 해체를 지금의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코르셋을 착용하지 않겠어. 여성적이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걸 포기하겠어. 탈코르셋은 그야말로 이블의 저주에 맞서는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애초에 더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면 수그라드는 그런 권력이라면, 그게 권력인 것도 아니지만, 그건 가지지 않느니만 못하다.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늙는다. 아름다움이 가진 힘-다시 말하지만, 그건 힘도 뭣도 아니다-은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 평생을 그 저주에 걸려 발만 동동 구르면서 더, 더, 를 외치는 것보다 그 저주의 바깥으로 물러나는 것이 훨씬 자유롭지 않은가. 아름다움으로 경쟁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경쟁의 승자가 되려하는 게 아니라, 그 경쟁의 바깥으로 물러서는 일. 아니, 나는 싸우지 않아. 싸우지 않는다면, 질 일도 없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이 책에서 백설공주에 대해 계속 얘기한다. 결국 백설공주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게된 것에 대한 그녀의 수동성에 앞서, 백설공주의 욕망이 계모의 욕망과 얼마나 닿아있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왜 계모가 가져온 빗과 코르셋이 백설공주에게 먹혔는가. 



난쟁이들이 경고했음에도 백설 곡주가 여왕의 '선물' 유혹에 기꺼이 넘어감으로써 이야기는 전화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이야기 전체에서 백설 공주가 드러내는 유일한 이기심은 변장한 살인자가 주는 코르셋의 끈과 빗과 사과에 대한 '자아도취적' 욕망이다. 베텔하임이 말했듯이, 이는 '계모의 유혹과 백설 공주의 내적 욕망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암시한다.' -p.131



화장품 시장이, 성형 수술 시장이, 다이어트 시장이 돈을 쓸어갈 수 있는건, 그것이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의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계모의 빗이, 코르셋이 백설공주에게 무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백설공주의 욕망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거부한다? 아니, 빗 따위 필요없어, 코르셋 필요없어! 라고 외친다면, 아무리 거기에 독을 쳐바른들 내게 무기가 될 수 없다. 탈코르셋은 바로 그 행위를 하고 있다. 네가 권력이라고 이름 붙여 휘두르는 독이 든 무기를 나는 거부한다. 백설공주로부터 시간이 한참 흘러, 지금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완전히 백설공주 이야기를 해체하고 있는 거다. 개멋짐..



물론 이들 여자들이 살고 있는 작품 속 가부장적 왕국에서 여왕의 인생이 딸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야말로 위태로워진다는 것은 사실이며, 그런 위험을 내포한 여성의 취약성을 감안한다면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유대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p.127


아직 빗이 그리고 코르셋이 권력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것을 가지지 않겠노라 선언하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고 그 일이 부드럽게 진행될 수도 없을 터. 여성의 유대가 언제나 유대로만 이어질 수 없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가부장적 왕국에서 아름다움 때문에 위태로운 위치에 놓이느니 그 바깥으로 나가버리겠다는 선언, 여전히 가부장제가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행동은 정말이지 대단하고 멋지지 않은가. 나는 아름다움은 권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다. 



아무튼, 오늘 출근길에도 지하철 안에서 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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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2-11-18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근길에요? 대단! 저는 거실에서 방으로 들어갈 때 가져가는 것도 손목 나갈 것만 같은데;;
1장의 탈코르셋 이야기도 그렇고, 이야기 내내 어쩜 이렇게 언젠가의, 혹은 지금의 트위터 플로우 이야기지 싶을 정도로 여전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40여년전에 쓰인 이백여년 전 이야기인데 말이죠.

다락방 2022-11-18 13:55   좋아요 1 | URL
저도 너무 무거워서 집에서만 읽으려고 했었는데 집에서 제가 읽지도 않을 뿐더러 읽어도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통 진도가 안나가서 안되겠다 하고 출근길에 읽어요. 확실히 출근길에 읽는게 집중도 잘 되고 좋습니다. 다만, 가방에서 한 번에 못 꺼낼 때도 있어요. 놓쳐버려요. ㅋㅋ 부실한 손목...

여성주의에 대해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탈코르셋이 답이라는 걸 알게 될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이 꾸밈 노동을 버리지 못하는 건 엄청난 세뇌탓이라고 봅니다. 주변의 남성들과 대중매체를 통한 세뇌요. 아무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내용도 기대돼요!

2022-11-18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8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8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11-1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에서 진도 안나가서 (퇴근 후 겨우 10-20페이지 읽는 수준..그마저도 못읽는 날도..) 제본을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2-11-18 19:02   좋아요 1 | URL
저도 좀 쪼개가지고 다닐까도 고민하다가 그냥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나마 집에서 보다는 조금 진도가 나가네요. 아.. 인생 뭘까요, 대체?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8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지하철에서 저 책을 계속 읽는 다락방님 멋짐!!!
저 글에서 아름다움이 주는 허상의 권력을 거부하고 뛰쳐나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연결해서 글을 쓰는 다락방님은 더 멋짐!!!

다락방 2022-11-21 10:34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님.
집에서 더 읽었어야 하는데 제가 집에 있으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들춰보지도 않네요. 하아-
역시, 오늘 출근길에 좀 읽었습니다. 왜 집에서는 안읽을까요? 왜 집에서는 책에 집중이 잘 안될까요? 에휴..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쓰겠습니다. 바람돌이 님, 우리 함께 합시다!

책읽는나무 2022-11-18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생각해도 멋짐!!!!ㅋㅋㅋ
그래서 어젠 딸이랑 도서관 가는 길에 다락방님 이야기를 좀 들려줬더랬어요.
알라디너 중에 이런 여성이 있단다.
출근 길에 붉은 백팩을 메는데 엄마 독서대에 올려져 있는 빨간 책 그거 봤지? 그걸 넣어 지하철에서 밑줄 그어가며 읽는다고 상상해 보라고....그리고 진짜 더 멋진 건 직원 후배에게 말없이 밥값도 계산해주는 분이셔!!! 너도 나중에 그런 여성이 되었음 한다고 일러줬습니다.ㅋㅋㅋ

다락방 2022-11-21 10:3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고 책나무 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를 또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부끄러움보다는 어깨 으쓱함이 더 큽니다. 으하하하하.
열심히 읽고 쓰는 일로 책나무 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그런 멋진, 더 멋진 여성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독서괭 2022-11-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멋짐!! ㅋㅋㅋ 동의하고요, 다락방님은 +알파로 멋지십니닷!! 저도 인상적으로 읽었던 백설공주의 코르셋 물품들 인용해주셨네요!

다락방 2022-11-22 17:43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좀전에 읽은 독서괭 님의 페이퍼에서 제가 인용한 부분이 나와서 반가웠어요! ㅎㅎ 같은 책, 같은 부분을 읽어도 다른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전 정말 우리가 근사합니다, 독서괭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