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만든다는 말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아직 한 번도 안들어봤다면 지금 들어봤을 것이고.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겐 어떤 묘한 반항심 같은 것들이 내재되어 있어서 이를테면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안읽게 되고 펭수 너무 좋다고 꺅꺅 거리면 반감 생기고.. 뭐 그런게 있지 않나. 초창기에 나는 아이폰에 그런게 너무 심했다. 주변이 다들 애플을 칭찬하는데 멈추지를 않아서 애플 써본 적도 없이 꼴도 보기 싫어지는 그런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나친 빠는 까를 만듭니다... 


내가 이 얘기를 왜 꺼냈냐면, 제인 오스틴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라면 나는 싫어하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다. 누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한 번도, 한 순간도 제인 오스틴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으으 제인 오스틴 너무 싫어' 라고도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간 읽어온 제인 오스틴의 책은 총 네 권이다. 《오만과 편견》, 《노생거 사원》, 《설득》, 《에마》.


재독한 설득이 그나마 제일 재미있었고 에마.. 로 말하자면 캐릭터 진짜 병맛이라 너무 싫어서 욕 한바가지 페이퍼도 썼던 적이 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네 권이나 읽은 까닭은, 그렇게나 사람들이 좋아하고 고전으로 회자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게 있나봐, 그게 뭘까? 하다가 네 권에 이르게 된 것. 이런 식으로 내가 알랭 드 보통도 다섯권인가 읽었던 것 같다. 나는 별로인데 사람들 왜 열광하지? 하고 한 권 읽고, 흐음, 모르겠는데, 내가 못찾았나? 이러고 또 한 권, 아니.. 사람들이 본걸 내가 못보나? 이러고 또 한권, 분명 사람들이 좋다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텐데? 하면서 또... 그러다가 '나는 모르겠구나~' 하고 어느 시점에 보통 읽기를 중단했다. 그러고보면 나는 참 사람이 유연하려고 노력해. 세상 고지식하지만 그걸 알기 때문에 유연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성이 참되다. 아무튼, 그래서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라면 네 권 읽고 흐음, 나는 뭐 딱히.. 라는 입장, 나에겐 인상적이지 않은 작가.. 정도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에 대해 다룬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긴 했다. 이를테면 《제인 오스틴 북클럽》과 《비커밍 제인》같은 것들. 아,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도 재미있다, 여러분... 















아, 그리고 이런 입장도 있다. 나는 딱히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제인 오스틴의 소설 혹은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남자사람들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진 입장. 나는 이상하게 제인 오스틴 읽고 좋다는 남자사람들이 좋더라~ 

아무튼, 이정도가 내가 제인 오스틴에 대해 가진 입장이라고 하겠다. 그런 내 앞에, 격렬한 제인 오스틴 '까'가 나타났으니, 오, 나의 전의 불타올라, 반골기질 튀어나와, 제인 오스틴을 까는 새끼들을 까고 싶어진다!!



오스틴의 사소함을 진부한 태도로 판단한 남성 중 단연 압권은 마크 트웨인일 것이다. 트웨인은 오스틴의 가장 강력한 미국인 옹호자였던 윌리엄 딘 하우얼스에게 편지를 쓸 때 오싄의 이름을 정확하게 쓸 마음도 없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산문은 읽을 수 없다. 제인 오스틴의 글처럼'이라고 말하면서 둘 사이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고 덧붙인다. '돈을 받는다면 포의 산문은 읽을 수 있지만 제인의 산문은 그렇지 않다. 제인 오스틴은 조금도 못 참겠다. 그들이 그녀를 자연사하도록 놔두었다는 것이 유감천만이다. D. H. 로런스도 오스틴을 공격하면서 여성 작가를 향한 유사한 적의를 표현했다. 로런스는 오스틴을 '인물 대신 '성격'을 전형화하며, 종합적으로 아는 것 대신 따로따로 날카롭게 아는 노처녀' 라고 비난했고, '내가 느끼기에 오스틴은 매우 불쾌하고 형편없고 인색하고 속물적이라는 의미에서' 영국적이라고 했다. -P.237



위의 문장을 읽는데 아니 이것들이 시방 지금 뭐라는겨?? 막 이런 마음이 되는거다. 놀고들 있네 진짜 ㅋㅋ 아니 그리고 로런스 너 장난하냐? 너는 그럼 고추에다가 이름 붙여서 쓴 소설이 막 자랑스럽고 그러냐?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서 정원사가 자기 고추에 이름 붙였는데 그게 뭐더라, 존이었나 스미스였나.. 아무튼 여자 성기에도 이름 붙여서 채털리 부인한테 편지 쓰고 그랬는데(내 존이랑 니 제인이랑 만나기를 기다린다, 뭐 이런..) 뭘 ㅋㅋ 채털리 부인의 사랑 자체를 내가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ㅋㅋㅋ 꼬꼬마 이십대 무렵에 재미나게 읽긴 했지만, 아니 어째서 부자 남편은 성적 능력이 없고 정원사는 성적 대마왕.. 인가요? 이거 너무 클리셰 아니냐. 마치 인력거꾼처럼.. 흠흠. 아무튼지간에 마크 트웨인이며 로런스며 글 잘 쓰고 팔릴 만큼 팔린 남자들이 여자 하나 헐뜯는 거 보는데 세상 꼴보기 싫어지는 것이다. 잘 나가는 소설 써서 똑똑한 줄 알았더니 세상을 보는 눈은 없나봐? 여자 작가가 놓인 위치에 대해서는 볼 줄 모르나봐? 이쯤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규방.. 생각이 나는 것이다.





세상은 여자를 부엌이나 규방 속에 가두어 두면서도 그녀의 시야가 좁은 것에 놀란다. 그리고 여자에게서 날개를 잘라놓고 그녀가 날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만일 여자에게 미래를 열어 준다면 그녀는 결코 현재 속에 갇혀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제2의 성, 2권], 시몬 드 보부아르, p.776











니네가, 사회가 제인 오스틴한테 어떻게 했는데? 좁은 공간만 허락했잖아! 

게다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일곱 살 때부터 열 살 때까지 약 삼 년여 동안 근처의 기숙 학교에 다닌 것이 공식적으로 받은 교육의 전부'(p.366) 













가르치지도 않고 바깥 세상을 보지도 않고 그렇게 살면서 써낸 소설이라 그 말이다!! 어디서 까길 까, 돌았어?

사람이 다른 사람 흉 보기는 진짜 쉽다. 그 사람의 뒷배경을 알지도 못한 채로. 사실 이미 작정하고 욕하는 사람들은 뒷배경 따위는 관심도 없겠지만. 



'경계'와 '울타리'라는 공간 이미지는 작가들이 제인 오스틴을 받아들일 때마다 확산해나가는 것 같다. 마치 오스틴이 드러내는 바에 대한 그들 자신의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의 논평은 ('오스틴은 나름대로 훌륭하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거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대표적이며,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이 오스틴의 소설을 '나름대로 완벽하다. 그것은 확실하다. 다만 멀리 나아가지 않을 뿐' 이라고 가볍게 묘사한 것도 마찬가지다. 에머슨이 오스틴의 이야기의 사소함과 하찮은 가정사에 혐오감을 느끼며 '왜 사람들이 오스틴의 소설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P.236



애초에 공간적 제약을 줘놓고 그 공간 안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흉을 보는 거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지 않나. 나는 제인 오스틴이니까 저렇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공간, 한정된 교육 만으로도 이만큼의 소설을 쓰는 건, 제인 오스틴이니까 가능했다. 나였다면? 글쎄. 나는 결코 저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저 때의 제인 오스틴보다 더 넓은 공간이 허락되어 있고 더 많은 교육도 내가 원한다면 받을 수 있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음에도 오스틴만큼 쓰지 못하지만, 저렇게 주어진 조건이 협소한데 저만큼의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은 오스틴이 얼마나 자기 내면에서 치열하게 사유하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지 않나. 헤르만 헤세 식으로 표현하면 완전 철저한 나르치스 .. 쪽이 아닐까. 나로 말하자면, 나르치스의 경향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골드문트 과인데, 그러니까 나는 경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기 멀리에 내가 보지 못한 다른 게 있대, 라고 하면 그걸 보고 싶어지고, 이 책 안에 내가 몰랐던 다른 이야기가 있어, 라고 해서 또 그게 읽고 싶어진단 말이다. 다른 무엇이 더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대로 가만 여기에 머물러있는 것이 나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고 일단 무조건 내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제 타미가 구의 증명을 읽었고(제엄마에게 사달라고 했단다), 별로 라고 내게 감상을 보내왔다. 이모 사람들이 좋다고 했는데 나는 별로였어, 라고 하길래 이모도 별로였다고 말해준 뒤,


"그런데 안읽었으면 내내 궁금햇을 거 아냐, 읽고 싶어 했잖아"


라고 했더니 타미는 '하긴 그래' 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나쁘다 좋다 라는 것을 내 경험으로 알고 싶다. 다른 사람의 말로 알고 싶지는 않다. 그건 내가 아는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먹고(응?) 그래서 가고, 그래서 읽는다.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뛰어난 사람이 되었다거나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진.. 않다. 나는 그냥 나인것 같고, 아무튼 제인 오스틴은 나르치스 과인것 같고, 나르치스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험담이나 하는 숱한 잘난 남자작가들 앞에 두 팔 벌리고 서서 힘껏 오스틴의 변호를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오스틴의 까들이 한순간 나를 오스틴의 빠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니네, 오스틴에게 공간과 교육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름 떨치고 사는줄이나 알아라. 같은 조건에서 오스틴보다 잘날 가능성도 적으면서 말이 많아.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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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3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잡히지 않는 물성에 약하구요^^; 그래서 해보는 것과 해보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된 공간과 체험 속에서 개인이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19세기 여성작가들의 글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한다고 봅니다.

다락방 2022-11-23 10:12   좋아요 0 | URL
저도 경험과 무경험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이냐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대체적으로 경험의 편인것 같긴 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서 본다면, 으아 저걸 내 눈으로 직접 본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알게 된다면, 그건 어떤 맛일까 내가 느껴보고 싶다! 이렇게 되고요. 물론 그것들을 직접 경험한다고 해서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제게 주진 않죠. 아주 많은 부분 에잇, 별거 아니네~ 혹은 에잇 실망이야~ 이렇게 되지만, 저는 그런 감상들도 제가 직접 하는게 좋더라고요.

저는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러나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계속 회자된다는 것은 정말 좋아요!

공쟝쟝 2022-11-23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제인 오스틴 대천재!!!! 너무 천재!!!!

다락방 2022-11-23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정말 저렇게 못했을 거예요. 물론 제인 오스틴보다 더 나은 환경인 지금도 저렇게 못하지만요. 그런 면에서 보면 진짜 대단한 작가입니다.

단발머리 2022-11-23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경험치에 대한 제 생각은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제한된 경험으로 이런 눈부신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정말 오스틴이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마차 없으면 친구도 못 만났던 작가였던 여성들... 전부 다요.
그나저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스틴, 알랭 드 보통을 연이어 읽으시는 다락방님, 정말 대단합니다. 그 유연함에 제가 기립박수를 ㅋㅋㅋㅋㅋ 한없이 보내드립니다!!!

다락방 2022-11-23 10:09   좋아요 3 | URL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처럼 저는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아도 세상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 적은 경험으로 더 많은 걸 깨닫는게 가능하고 제한된 경험으로도 사고가 확장되는게 가능한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인 오스틴이야말로 제한된 조건에서 자기 능력을 충분히 펼쳐 보인 사람이고요. 그렇다면 제가 경험해서 시야가 넓어지는 사람이냐, 하면 사실.. 저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든 경험을 다 해보고 싶긴 하지만-물론 기피하는 경험도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느냐, 라고 하면 그건 딱히 그런것 같진 않아요. 다만 경험한 사람일 뿐이죠. 저 같은 경우에는 경험을 하나 안하나 제인 오스틴 처럼은 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라는 사람은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나오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철저하게 골드문트도 아니고 나르치스 면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경험을 해보자‘ 라는 것이 ‘그것이 반드시 더 나은 것이다‘가 될 순 없다.. 입니다. 그러나! 내 몸으로 알고 싶다.. 정도랄까요? 그렇기에 프란세진야를 먹어보려고 포르투갈로 가버리는 그런 사람인 것이지만, 그것을 먹어보았다고 제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느냐 하면, 그냥 먹어본 사람에 다름 아닌..... ㅎㅎ

왜 우리가 읽었던 브리저튼 시리즈에 그거 나오잖아요. 1편에서요. ‘그 남자는 수학 과목에서 1등 했다더라‘ 고 다프네 엄마가 말하니까 다프네가 ‘저도 갔으면 1등 했을 수도 있죠‘ 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아예 기회 자체가 차단되어 내가 1등 할지 57등 할지 알 수도 없었던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미칠것 같아요. 그러니까 보내보라고, 내가 1등하나 꼴등하나 보내보라고!! 막 이렇게 됩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저렇게 오스틴 욕하는 남자들 보니까, 오스틴과 똑같이 살았으면 그들은 어떤 글을 썼을까 싶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11-23 10:27   좋아요 1 | URL
와아~~ 이 글에 브리저튼 저 예시 너무 찰떡 아닌가요? 겁나 적절합니다. 맞아요. 가봐야 알죠. 1등할지 57등할지. 대부분 여자들이 1등 하긴 하더라구요. 주위에서 보면 그래요.

다락방님의 나르치스/골드문트/경험 이야기 읽다보니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데 지금 잠깐 나가야 해서 저녁에 돌아와서 다시 글 써야겠어요.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시키는가 혹은 경험하지 않은 세계에 대해 우리는 무엇이라 말할 수 있나,에 대해서 쓸게요. 푸하하 ㅋㅋㅋㅋㅋ 댓글 예고 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3 11:53   좋아요 1 | URL
1등하는 여자가 있고 아닌 여자가 있다면 저는 아닌 여자쪽.. 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뭐 딱히 1등 해본 기억이.. 별로 없네요. 하하하하. 아주 없는 건 아니고... 한 번 있나. 근데 그것도 공부는 아니고... 하하하하하. 말할수록 부끄러워지네요. 저도 뭔가 1등하는 게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뭘로 할까요? 뭐가 없네.. 쩝.. 모두 저마다 타고난 장기가 있다는데 저는 그게 없는것 같아요. 뭘 해도 1등은 아닌 삶...
하아-

단발머리 님, 저녁에 돌아와서 꼭 글 써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단발머리 2022-11-24 19:25   좋아요 1 | URL
늦었습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네요.

저는 경험에 대한 다락방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경험한다는 건 사고의 확장에 도움이 되지만 경험한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가에 대한 판단이요. 혹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그 경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느냐, 저 역시 아니라고 보거든요.

경험에 대한 만고불변의 도돌이표.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더더욱 그럴 거 같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라고 말할 일이 많아진다는데 걱정과 염려가 도사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그 경험이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로 모아진다고, 전 생각해요.

인간으로서 가장 극적인 경험 중의 하나인 임신, 출산, 부모됨을 예로 들어 본다면요. 전, 임신하지 않고도 출산하지 않고도 아이를 사랑하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제 주위에 아들 둘인 가정이 둘 있어요. (한 분은 목사님/사모님이시고, 한 분은 아파트 옆라인이요) 두 가정 모두 아들만 둘인데 딸을 둘씩 입양하셨어요. 그 사랑, 애정, 돌봄을 저는 좀 아니까... 얼마나 마음이 따뜻한지 몰라요. 아빠가 아이를 낳지는 않죠. 하지만 낳지 않았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아껴주고 씻겨주고 소고기 구워주고, 소고기 맛있어? 하고 물어주는 아빠가 있잖아요. 엄마의 경우도 그렇구요. 모성이 막 저절로 샘솟고 그러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임신이라는 경험 자체를 봤을 때, 나와 다른 생명체와의 강제적 동거, 그것도 물리적으로 제한된 공간 안에서 동거한다는 건, 상당히 복잡한 일이잖아요. 서로 양보해야 하지만, 아가들은 양보하지 않는것 같고요. 임신한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 불안, 심리적 압박이라는 건 아이를 사랑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또 하나의 각별한 경험일 수 밖에 없고요. 이걸 말로 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결론이 있나요? ㅋㅋㅋㅋㅋㅋ)

다양한 경험이 존재하지만 그게 변화를 일으키는, 적어도 긍정적인 면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건 어디까지나 사람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독서, 여행을 비롯한 어떤 경험이던지, 그걸 경험한 입장에서 ‘좋은‘ 것이지 경험해 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것이고, 다만 경험한 사람에게는 훨씬 더 넓은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니까요. 그건 경험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혜일 테구요.
제게 인상깊었던 대목은 제가 위에도 썼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오스틴이나 알랭 드 보통을 찾아 읽는 다락방님의 그런 모습이었어요. 쉽게 판단하지 않은 지점이요. 유연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요. 참된 인간성의 현대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잠자냥 2022-11-2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인간성 참된 부장님~ ㅋㅋㅋ
이 글에서 여러 번 웃고 갑니다요. 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을 멀리한 심정이 부장님의 그 이유랑 저도 비슷해요. 근데 저도 이젠 읽어봐야 할 거 같음;;
그나저나 제인 오스틴 잘 모르지만 아니 저 트웨인이랑 로렌스 저놈들이 시방 뭐라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아 진짜 그러고 보니 로렌스는 ㅋㅋㅋ 채털리 부인에서 성기에 이름 붙인 그 장면...ㅠㅠ 아 다시 생각해도 빵 터지네 아 웃겨.... 그때도 웃기긴 했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거 궁금하네요;;;ㅋㅋ

다락방 2022-11-23 11:51   좋아요 0 | URL
트웨인이랑 로렌스 별 생각 없는 작가들이었는데 확 짜증나요 ㅋㅋㅋㅋㅋ 뭐래 진짜 ㅋㅋㅋㅋㅋ 똑같은 조건에서 지들은 어떤 글 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지. 아오 빡쳐 ㅋㅋㅋㅋ 제인 오스틴에 대한 별다른 생각 없던 저를 제인 오스틴 수호대로 만들어 주네요. 하여간 모자란 놈들이에요 ㅋㅋ
잠자냥 님도 기억하시는 군요. 성기에 이름 붙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ㅋㅋㅋ 저는 꼬꼬마 때 읽어서 지금 읽으면 어떨까 싶긴 해요. 생각만큼 막 야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 후후훗

물감 2022-11-23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전적으로 저를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죠, 왜? ㅋㅋㅋ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남자, 접니다 예예. (이거 전에도 댓글 썼던 거 같은데...)
그러나 작품별로 호감도가 달라서 마냥 찬양하지는 않는 쉽지 않은 그런 남자죠! (뭐래...)

나름 다락방 님하고 문학 코드가 비슷하다 느꼈던게 여기에서 이유가 드러나네요.
저도 남들이 열광하는 데에는 괜한 반감이 들어서 거리두기 하거든요.
베스트셀러는 거의 쳐다도 안봐요. 보게 된다면 입소문이 아닌 순전히 내 호기심이고요 ㅋㅋㅋ

알랭드 보통도 공감이요. 글은 잘쓰지만 그렇게까지 추앙받을만 한가 싶고.
이것도 괜히 삐딱한 마음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ㅋㅋ

<구의 증명>에 대한 다락방님과 타미님의 감상평이 저랑 일치하네요. 다들 칭찬일색인데 저만 별로였어서 살짝 쭈글모드였거든요. 알라딘에서는 정말 동지 만나기가 힘들어요 하하핳. 타미님도 빨리 알라딘 활동하라고 해주세요 ㅋㅋㅋ

<제2의 성>에 인용글 되게 좋아요. 좁은 데에 가둬놓고 시야가 좁다는 탓을 한다라. 갇힌 적은 없지만 저도 우물안 개구리 인생이라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에요. 정신이 번쩍 드네요. 근데 제인 오스틴 책 읽으면서 시야 좁다 뭐 그런 느낌을 전혀 안받았는데 뭐지. 트웨인이나 로런스 같은 사람들도 저처럼 괜히 삐딱하게 구는 건 아닐런지... (아 갑자기 자기객관화가 되고 있다. 나 되게 찌찔했네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23 12:19   좋아요 2 | URL
저는 물감 님이 이미 제인 오스틴을 읽었다는 것도 알고 좋아한다고 했던 것도 압니다. 흠흠.
알고 있다는 말씀 일단 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는 <에마>가 싫어요!!!

사실 책 좋아하고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딱히 베스트셀러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것 같아요. 베스트셀러를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 평소 책을 안읽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읽기에 수월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 같아요. 달러구트도 그렇고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도 그렇고 팔랑팔랑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이잖아요. 저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읽었다가 너무 별로여서 화들짝 놀랐는데, 그 책 읽은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 베스트셀러란 무엇인가..

아직 초등학생인 타미가 구의 증명을 어떻게 읽을지, 얘가 읽어도 될지 나름 걱정이었는데, 정작 읽고 나니까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사실 저는 구의 증명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쓰여진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최진영 작가의 책은 한두권 더 읽어볼 의향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최진영 약간 하드코어였어요. ㅎㅎ

제인 오스틴이 그려내는 이야기들속 배경은 한정적이긴 하잖아요.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어떤 모험은 없죠. 그렇지만 제인 오스틴에게 주어졌던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제인 오스틴이 천재였기에 가능햇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들은 재산도 받을 수 없고 교육도 받을 수 없고 결혼외에는 선택지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주어진 환경 내에서 결혼과 여성들에게 주어진 제약에 대해 인식하고 글을 썼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트웨인이랑 로렌스 구려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2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가 까를 만들고 까가 빠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습니다 ㅎㅎ 그러네요. 공감이 가네요.
저도 오스틴 까는 마크 트웨인 부분 읽으면서 어이가 없었는데, 다락방님 분노의 페이퍼에 박수칩니다!!
어떤 이름도 첨 들어보는 남자가 했다는 말: ˝우리는 여성의 글을 읽으면서 ‘쓸데없는 감정‘이 넘쳐날 뿐인데도 창조적인 지성을 피워내는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오인할 위험이 있다˝ - 이거 읽으면서도 뭔 개소리??했는데요ㅎㅎ
모를 땐 그냥 읽었는데 그렇게 제한된 환경에서 써낸 작품이라 생각하니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경험이 중요해서 2메뉴씩 드시는 거군요? 직접 먹어봐야만 한다! ㅋㅋ 좋은 삶의 모토입니다(?). 조카님은 <구의 증명>을 결국 읽었는데 별로였군요. 열심히 찾아 읽고 자기만의 판단을 내리는 그 자세, 넘 기특하고 좋아요^^

다락방 2022-11-23 14:10   좋아요 1 | URL
독서괭 님, 정말 날카로우십니다. 맞습니다! 저는 저의 경험을 최고치로 치기 때문에 오늘 두 개 먹고 싶은데 하나를 참는.. 그런 류의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오늘 두 메뉴를 원한다면 참지 않긔!! 바로 그런 사람인겁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저에게 쏟아붓고 싶습니다. 그래서 욜로족이 되어버린.. 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막상 구의 증명 다 읽은 타미랑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제가 너무 걱정했구나 싶더라고요.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읽고 판단할 수 있는데 뭘 그렇게 쪼그라들었는지. 제가 걱정이 많네요. ㅠㅠ

2022-11-23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4 0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