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끔직한 사건이었어. 내장이 모두 파열된 데다가 온몸에 화상 흔적이 있었지. 자수한 사람은 같은 반 친구 네 명이었어. 그들은 얌전한 표정으로 부모에게 끌려왔지. 그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그건 피해자에 대한 속죄의 눈물이 아니었어. 경찰에 체포되어야 하는 자기 신세가 한스러워 흘린 눈물이었을 뿐이지. 녀석들은 자기를 불쌍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 녀석들 얘기를 듣고,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어. 왜 친구를 죽였는지 아나? 게임 소프트웨어를 빌려주지 않아서야. 게임 말이야, 게임. 스위치를 누르면 삐리링 소리가 나는 장난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고등학생이나 된 녀석들이 장난감을 빼앗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사람까지 죽이다니. 녀석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찬 다음, 기절한 친구에게 불을 붙였다고 하더군." (p.67-68)
















성폭행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그 가해자를 충동적으로 죽였고, 그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눈다. 


일전에 제부와 남동생과 술을 마시며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왕따의 피해자들도 고통이 극심하지만, 가해자도 철이 들고나면 고통스럽지 않을까. 내가 그때 왜그랬을까, 그러면 안되는 거였는데, 나는 다른사람에게 고통을 줬어, 하는 생각으로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 고통 클텐데, 그러니 지금 다른 학생들을 왕따시킨다거나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하는게 진짜 자신을 위해서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인데, 라고. 그러자 제부랑 남동생은 내게 동시에 말했다. 그건 극소수라고. 철이 들고 자신의 가해를 뉘우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체적으로는 잊고 발뻗고 자거나 더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내가 말하는 경우라면 사실 그런 가해자가 되지도 않았을 거라는 거다. 나는 그들에게 정말 그럴까? 라고 의심스런 대꾸를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을 보니, 나는 '이상적인 도덕'을 꿈꾸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미성년자라고, 청소년이라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가볍게 벌주고 갱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정말, 과연, 도움이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회의가 밀려드는거다. 후아-



"그들의 행위에 대한 제재는 정당한 장소에서 정당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매스컴이 사람들의 여론을 유도해서는 안되지요. 그들은 어차피 사회적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우리 어른들은 그걸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쓸데없이 사회적 제재만을 확대하면 그들의 갱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왜 모르시죠?"

"저희는 그 제재 부분이 약하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지금의 소년법으로는 도저히 현실에 맞게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뭔가 오해하고 있군요. 소년법은 미성년자를 재판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잘못된 길로 나아간 미성년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거죠."

"그러면 피해자 입장은 어떻게 되죠? 그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 줍니까? 가해자를 도와주는 게 올바른 일인가요?" 

(중략)

"어, 어떻게 속죄하게 만들 거죠?"

"그건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우리는 그게 참된 속죄라고 생각하니까요. 자기가 저지른 죄를 발판으로 삼아 진정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게 사회에도 ‥‥‥."

아유무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건 말도 안 돼요! 어떻게 그런 게 속죄가 되죠?" (p.379-381)



딸아이를 성폭행으로 잃은 아버지가 가해자를 죽인다. 성폭행 동영상 속에서 딸아이의 모습을 확인한 이상, 그에게 가해자를 죽이는 것 말고는 다른 목표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한다. 자신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자수를 하겠지만, 자신의 딸을 죽인 다른 범인 한 명을 마저 죽이겠다고. 가해자들은 아직 십대의 미성년자들이었고,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범죄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철이 없다는 말로 표현되지 않을 만큼 잔인하게 피해자들을 유린했다. 심지어 그런 범죄를 여러차례에 걸쳐 저질렀기 때문에 피해자 역시 여러명. 이런 청소년을 '갱생'하는 게 가능할까. 잔혹한 방법으로 딸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네, 그들의 갱생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남은 인생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로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들은 '그래도 미성년자인데'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책속에서도 아이를 가진 아빠가 '만약 당신자식이 당했다면' 이라는 물음 앞에 '그렇게 되면 가해자를 죽여버리겠다'고 하는거다. 그것이 '내 일'이 되는 이상 도무지 진정도 할 수없고 가해자의 '갱생'따위를 바랄 수도 없게 된다. 갱생이라고? 갱생이 되면? 그 다음은? 


물론, 가해자를 고통스럽게 죽인다고 해서 죽었던 내 딸이 살아 돌아오는 건 아니다. 피해자의 아버지도 그걸 알기에 복수가 허무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허무하다고 해서 그 가해자를 이대로 소년법에 의지해 가벼운 처벌만 받게 한 채로 둘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아버지는 암묵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받는다. 


'안데슈 루슨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의 《리뎀션》을 읽고나면 사형제도의 헛점을 알게 된다. 그 헛점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것은 여전히 생각해볼 문제이다. 나는 이 두 작가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러므로 사형 제도를 반대한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이것이 '내 일'이 된다고 했을 때도 여전히 그 생각을 고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부모이고, 그리고 《방황하는 칼날》에서의 아버지들이 보았던 영상을 보게 된다면, 나는 거기에다 대고 '사형을 반대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그 새끼를 죽이려고 이를 악물지도 모른다. 폭탄을 끌어안고 그에게로 뛰어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피해자의 아버지도 나와 같았다. 그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압니다. 저도 예전에는 당신처럼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법은 인간의 나약함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p.281)



처음에 이 책을 구입하고 남동생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주었는데 남동생이 몇장 안읽고 내게 되돌려주었다. 나 이거 못읽겠어, 하며. 왜? 아, 난 이새끼들 못보겠어..라고 하는거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이므로 알겠다, 라고만 답하고 다른 책을 권했는데,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갈등했다. 읽지말까..아, 너무 힘든거다. 위에서 언급한 '안데슈 루슨룬드'와 '버리에 헬스트럼'의 《비스트》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장 안읽고 팔아버렸었다. 아동 성폭행범의 입장에서 기술되는 첫부분 때문에. 아, 진짜 너무 힘들어서 못읽겠는거다. 이 책, 《방황하는 칼날》도 미성년자 범죄자들이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부분들에서 진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아, 이래서 남동생이 못읽겠다고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포기할까, 싶어졌다. 그렇지만...그렇지만......이야기의 끝을 알고 싶었다. 이새끼들이 어떤 벌을 받는지를.


책의 내용은 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그래서 가슴이 아프지만, 이 책을 읽은 건 잘한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아니다. 너무 '자극적' 이다. 또한 그 내용이 힘들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할 수도 없다. 다만, 그가 하는 말을 우리는 귀기울여 듣고 우리의 생각도 입밖으로 내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또한, 그가 틈틈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무거운 것들이 아님에도 묵직하게 자리잡기도 한다.



별안간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단지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아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다. 사람은 커다란 기계에 있는 하나의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기계에서 톱니바퀴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p.60)



이 '톱니바퀴' 이론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의 오래전 작품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도 하나 없는 존재라고 해서 그가 '죽어도 되는' 존재인 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그 역시 분명히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라고. 그의 이 이론은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만약 에마가 남자였다면 이렇게 끔찍한 꼴을 당하진 않았을 텐데.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여자아이를 가진 부모가 불안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야 하는 세상이 이상한 것이다. (p.128)




















사실 '이사카 코타로'는 《골든 슬럼버》하나 때문에 계속 믿고 있다. 그 뒤에 읽은 다른 작품들이 썩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닌데도 '이사카 코타로라면 골든 슬럼버의 작가니까!' 하게 된달까. 아주 오래전에 읽은 《사신 치바》는 치바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말고 별달리 생각나는게 없었지만, 이 책은 '죽은 딸아이에 대한 복수'라는 설정 때문에 읽고 싶어졌다. 만약 그 이야기를 이사카 코타로가 한다면 다를 것이다, 하는 생각 때문에.


달랐다. 이 책속에서 딸아이를 잃은 아버지 역시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위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처럼 '자극적'이지 않다. 덜 자극적이고 심지어 따뜻하기까지 하다. 아마 거기에는 복수라는 큰 개념을 맞닥뜨린 주인공 옆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그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딸을 잃은 부모가 복수하려는 범인은 사이코패스인데, 사이코패스에 대해 그토록 공부를 많이 한 등장인물이, 막상 그를 죽일 기회가 와도 번번이 놓쳐버리는 것이 지극히 인간답게 느껴졌다. 충동적으로 그를 죽이는 것도, 실수로 자꾸 그 기회를 놓치는 것도, 모두 인간이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옆으로 시선을 옮기니 테이블 위에 작은 비디오카메라가 놓여 있다. 머리에 피가 오르고 가슴속 기름에 거품이 인다. 카메라와 마이크는 취재하는 자들의 오만한, 전지전능의 상징이다. 폭력과 똑같은 강제력이 있다.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마이크 세례를 받으면 발언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고, 카메라에 잡히면 부주의한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반면에 들이대는 쪽 인간들은 안전지대에서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도 닮은, 여유작작한 태도를 보인다. 위험하지 않은 장소에서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며 주물럭댄다. (p.134)



크- 카메라의 폭력성에 대해서라면 이사카 코타로는 그의 다른 책 《가솔린 생활》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아, 무릇 사람이란 그렇구나. 하고 싶은 말은 어떻게든 주구장창 하게 되어있는거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톱니바퀴, 이사카 코타로의 카메라. 나는 어떤 얘기를 주구장창 하고 있을까? 아, 다시 돌아가서.




"냉담한 두뇌를 가진 사람 하나한테 우리 너무 쉽게 농락당하네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사코 씨도 분명 조종당하고 있겠죠." 도도로키 씨도 그랬었다.

"나머지 스물네 명은 뭘 하고 있는 거야."

"예?"

"스물다섯 명 중 한 명이 지배게임을 한다며.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거꾸로 세면 스물네 명은 너희들 쪽이잖아. 그렇지?"

아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바 씨가 말하려는 게 뭔지 이해가 갔다. 1대 24라면 24인 쪽이 우세한 게 아닌가 하고 묻고 싶은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나는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봐요. 책에도 나와 있는데, 숫자상으로는 아슬아슬해요."

"스물다섯 명 중에 겨우 한 사람인데?"

"밀그램의 실험이라는 게 있는데."

미키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내가 아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실험 결과가 충격적이어서인지 다양한 책에서 걸핏하면 인용되고 있었다. "잘난 사람이 지시를 하면 순순히 복종하게 된다는."

"대충 말하자면 그렇지."

학자가 한 인물에게 기계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기계를 조작하면 다른 사람이 전기충격을 받게 되어 있었다. 실험자들은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망설이면서도, 권위 있는 학자가 '더 세게'라고 명령하니 열 명 중 여섯이 그 말에 따랐다. 실제로 전기충격은 거짓이었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연기였지만, 어쨌든 '사람은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권위 있는 사람이 명령을 하면 반 이상이 그 말에 따른다'는 게 증명됐다. 또한 '명령을 거부한 사람은 죄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도 입증됐다. 그것이 밀그램의 실험이었다.

"사이코패스를 다룬 책에서도 그 실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스물다섯 명 중 한 명이 사이코패스라 쳐요. 나머지는 스물네 명이죠. 그런데 그중 6할은 '명령을 받으면 복종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인 거죠. 계산하면 열네 명이죠."

"사이코패스까지 더하면 15대 10이 되네."

"그 책에는 또 이렇게 적혀 있었어. '양심이 있는 인간에게 승산이 없지는 않지만 불리하다.'"

"그렇군."

"더구나, 여기서부터는 제 생각인데, 15대 10이 된 시점에서 이미 10은 열세예요. 따라서 열세인 쪽 사람들이 공포나 불안감 때문에, 아니면 유리한 편에 붙자는 생각으로 저쪽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죠. 합리적인 판단과 계산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반수가 그렇게 한다면 20대5가 돼요."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23대 2가 되는 상황도 상상 못할 게 없었다.

"그렇군." 치바 씨가 대꾸했다. "그런데 실은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지인과 나눈 적이 있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뭐죠?"

"그럼 왜 이 세상이 혼조 같은 인간들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은 걸까?"

"예?"

"지배게임에 강한 인간이 살아남는다면 다른 인간들은 모두 멸망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듣고 보니 그러네요." (p.328-329)




분명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한 사람은 존재한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권력일 수도 있고 공감능력이 없는 마음 상태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더 강한자는 존재하고, 그 강한자의 말을 복종하는 사람들도 있다. 냉담하고 지배게임에 능한 사이코패스가 25명 중에 한 명이라고 했을 때, 나는 그 한 명은 아니더라도 그의 말을 따르는 한 명일런지도 모른다. 고통을 당하는 쪽에 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치바의 의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그 강한' 존재와는 다른, 반대쪽의 인간들이 세상에는 더 많을까?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 '스티븐 핑거'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떠올렸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 이유를? 냉혹하고 잔인하며 감정도 없는 존재들 사이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아직 우리가 더 많은 이유를 이 책이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고.

















결말까지 이르렀을 때 좀 더 현실적인 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런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메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니까. 그렇지만 나는 이사카 코타로 쪽이 좀 더 좋다. 힘들고 잔인하게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세워주는 느낌을 이사카 코타로가 준다. 이사카 코타로 식의 권선징악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게다가 혼조의 수명을 연장해준 가가와에 대한 원망도, 아, 나중에 이르면 울컥, 하게 되는 것이다. 신은 가끔, 제 할 일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연의 순리가 그러한지도 모르겠고. 물론 제 할일을 '가끔' 한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문제이지만.




출근길에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다 읽고 출근하자마자 다다다닥 페이퍼 쓰고 있는데 상사가 들어와서 중간에 글쓰는 걸 멈춰야 했다. 크- 나는 어디에 써두고 정리했다 옮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생각날 때 삘 받아서 다다다닥 쓰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런식의 끼어듦은, 물론 내가 무얼하는지 모르고 끼어들려는 의도도 없었겠지만,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것과 똑같이 빡치는 경우다. 으...말할 때 끊지 말고 글 쓸 때 끼어들지마!! 으르렁-



이사카 코타로 책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해서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책을 하나 더 사서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신의 7일》책 뒷날개에 보니 이런 책이 있던데.
















얼마전에 사신의 7일을 나보다 먼저 읽은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 친구에게 '히가시노 보다는 이사카쪽' 이라고 말했고, 친구도 그렇다고 했다.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무척 마음에 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4-10-22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주인공 처럼 복수를 하고 싶어도 할 능력이 없죠. 현실에선 성인이된 소년범죄자의 과거를 밝히는 쪽이 오히려 처벌받게 되니까요.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피해자보다 범죄자의 잊혀질 권리가 우위에 있는 게 부조리한 현실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부분의 무력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없겠지요. 위안이 되고자 쓴 글이 아니라 문제를 드러내고자 쓴 글이라 그런 듯해요.

다락방 2014-10-22 10:47   좋아요 1 | URL
책을 보고나서 영화도 볼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영화를 볼 수가 없겠더라고요. 영화는 아무래도 책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제기한 문제를 바깥으로 끄집어내 얘기해보는 기회가 생길수도 있었을 법한데, 음, 이건 제가 너무 이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또. -_-
이 문제제기는 고맙죠. 자극적이라 힘들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이래도 너네는 갱생을 말할 수 있겠어?`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니네가 말하는 갱생은 지극히 이상적 도덕일 뿐이라고` 하고 말이지요. 그런점에서 히가시노의 말은 충분히 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남의 일`이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서니데이 2014-10-22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하게 되는 자신이, 어느 입장에 놓이느냐에 따라 같은 문제도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어려운 문제가 되구요. 이걸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부터가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그런 것들, 다수 의견이기 때문에 옳다거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때가 있으니까요, 길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다락방 2014-10-23 08:41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서니데이님. 어느 입장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섣불리 우리가 가진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상황에 따라 내가 한 말을 번복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는 ㅈ 와 나는 어제, 실컷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ㅈ 는 내게 몇 개의 시를 알려주고, 나는 줄리언 반스의 문장을 다시 한번 인용했다.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다, 하는 것을.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아니었대도, 결국 그렇게 된다. 누군가는 예외였다해도, 다른 사람에겐 어김없다. 때로는 둘 모두에게 해당되기도 한다. -줄리언 반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中에서


결국 나는 ㅈ 의 추천을 받아 시집 한 권을 사기로 했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하기 직전, 아니다, 지금 당장 읽자, 싶어 퇴근길에 서점엘 들렀다. 서점의 시집 코너 앞에서는 한 여자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고, 나는 내가 원하는 시집에 그곳에 있으니 잠시만 자리를 비켜달라 말했다. 보라색 책등을 찾으니 딱 한 권, 나는 꺼내들고 계산대 앞으로 간다. 아, 그러나 이것은 누가 읽은 흔적이 있다. 조금 낡았어...나는 얼른 책 검색하는 컴퓨터 앞으로 가 재고를 확인한다. 만약 두 권이라면 다른 한 권으로 가져오고 싶어져서. 그러나 이거 한 권 뿐. 히잉. 어쩔 수 없지. 책 표지가 조금 낡았어도 안의 내용은 변함없을테니. 그렇게 계산을 마친다.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공원 안에 있는 살구나무는 밤마다 흠씬 두들겨맞는다

이튿날 가보면 어린 가지들이 이리저리 부러져 있고

아직 익지도 않은 열매가 깨진 채 떨어져 있다

새파란 살구는 매실과 매우 흡사해

으슥한 밤에 나무를 때리는 사람이 많다



모르고 때리는 일이 맞는 이를 더 오래 아프게도 할 것이다

키 큰 내가 붙어다닐 때 죽자고 싫다던 언니는

그때 이미 두들겨맞은 게 아닐까

키가 그를 말해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평생

언니를 때린 건 아닐까



살구나무가 언니처럼 무슨 말을 하진 않았지만

매실나무도 제 딴에 이유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 한쪽은 아프고 다른 쪽은 미안했던 것

나중 먼 곳에서 어느 먼 곳에서 만나면

우리 인생처럼



그 나무가 나무를 서로 모르고




내년도 다이어리를 사고 싶은 마음에 다이어리 코너로 가며 읽다가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모르고 때리는 일이 맞는 이를 더 오래 아프게 한다는 것이, 휭-하니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많이 때렸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너를 때린 적이 없잖아, 수없이 항변해본들, 그가 맞았다는 데야 별 수있나. 나는 그렇게 누군가를 어디에서든 때렸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나를 때린 적이 있는 것도 당신이 모를거라는 생각도 그제야 들었다. 당신은 나를 때리려고 했던 게 아닌데, 그냥 그 자리에서 그렇게 웃으면서 모르는 채, 나를 때리고 있었던 것을.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원망해야 할까. 아니, 당신의 존재는 아픔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존재는 다행이었다. 다음 생에서 만나면, 아니 나중 먼 곳에서 만나면, 우리 모르는 채라도 서로를 때리지 않는 사이가 되었으면 해.


그런데 혹여, 나한테 두들겨맞은 사람이 있나요? 으슥한 밤, 내가 당신을 매실나무인 줄 알고 발로 차진 않았나요?

미안합니다.

나는 이제 그것이 매실나무이든 은행나무이든 발로 차지 않는 사람이 될거에요.




벚꽃이 달아난다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편 그늘까지 화사하구나

죽방렴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마리 멸치처럼

빠른 내 그늘을 눈치채지 못한다

나무둥치라 여긴 내 중심은 자주 거무스름하다

임산부가 행복하다면 가뜩 낀 기미는 말할 수 없었던

속내일까



덜컹거리며 꽃길 백 리,

어쩌자고 화염길 천 리,



나는 역방향에 앉아서

그가 다 보고 난 풍경을 

뒤늦게 훑는다



그 자리 그대로인데

풍경은 왜 놀란 듯 달아나고 있는지



벚꽃은 제가 절정인 줄 모르고

절정은 또한 제 시절을 모르고




빛이 있는 곳에 그늘도 있으니, 그의 화사함이 내게 전해질 때 그 화사함은 내게 그늘을 드리운다. 그러나 왜 그늘은 빛을 보고 빛은 그늘을 눈치채지 못할까. 빛은 제 빛에 빠져 화려하게 피어난 꽃을 보고 바싹 마른 빨래를 본다. 그러나 너는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당신은 화사함으로 존재하고, 그 화사함에 그늘을 드리운 나는 두들겨맞고.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마냥 나를 아프게 할 때가 있었지. 나는 당신의 화사함이 아팠어. 이 편까지 건너온 당신의 화사함이. 왜 그 화사함은 이편까지 건너온걸까. 대체 어쩌자고 그렇게나 넓게 퍼졌던걸까. 아프게. 


화사함이 아플 수 있다니!




웃지 마세요 당신,



오랜만에 산책이나 하자고 어머니를 이끌었어요

언젠가 써야 할 사진을 찍어두기 위해서였죠

팔짱을 끼며 과장되게 떠들기도 했지만

이 길을 또 얼마나 걷게 될지



사진관에 들어섰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사진을 찍고 계셨어요

어머니가 급격히 어두워졌어요



나도 저렇게 하는 거냐



이게 요즘 유행이라며

평소에 미리 찍어두는 게 좋다며

나도 젊을 때 찍워둬야겠다며

쫑알대는 내 소리에는 눈도 맞추지 않으시더니



사진사가 검은 보자기를 뒤집어쓰자

우물우물 급히 말씀하셨어요



나 웃으까?



그 표정 쓸쓸하고 복잡해서 아무 말 못했어요



돌아오는 길은 멀고 울퉁불퉁했고



웃지 마세요

그래요 웃지 마세요 당신,



나는 웃으라고 말해야 할까, 웃지 마세요, 라고 말해야 할까. 

나는 손을 잡고 사진을 찍으러 가야 할까, 찍으러 가지 말아야 할까.





들어내다



인테리어 기본 요건은

자리를 바꾸고 요소를 덧대는 게 아니라

들어내는 것이라고,

더 좋은 관계를 바란다면 관계에서 나와야 할까

그렇다고 고라니처럼 고속도로로 뛰어들어선 안 된다



분갈이 하는 아저씨는 흙을 더 채우는 게 아니라

뿌리에 있던 흙을 털어내고 있었다 숨쉬게 한다고 했다



언니가 없으면 독방을 차지할 거라 기대했지만

나 먼저 들어낼 줄은 나도 몰랐듯이



들어내도 나가지 않는 게 있고

다 알면서 들어낼 수 없는 것도 있다



고라니가 잘못 뛰어든 곳은 고라니가 들어낸 길이었을까

들어내지 못한 길이었을까




들어내야 하는거라고, 그게 맞는거라고, 그게 숨쉬게 하는 거라고 그토록 생각하면서도 들어내지 못하는 것들이 생겨난다. 들어내지 못하는 게 아니라 들어내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그래도 이를 악물고 들어내려고 했더니 이토록이나 힘이 들어, 주저 앉아 울고 싶어지려는데 당신이 말했다. 들어내지 말라고. 내가 들어내야 당신이 더 편하지 않을까, 아니, 들어내지 말라고. 나에게 드리운 그늘이 사라질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의 화사함 속의 일부가 될런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화사함이 꽃을 피울 때, 빨래를 말릴 때, 반짝거릴 때, 흐느적거리는 먼지 조차 선명하게 비출 때, 내가 그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혹여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늘을 보는 사람이 될거야. 쪼그려 앉아 그늘을 볼거야. 우리는 그늘이 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자. 당신도 나도 언젠가는 짙게 드리운 그늘이었을 테고, 어쩌면 앞으로도 화사함 대신 어둠이 채울런지도 모르니. 언젠가 당신에게서 나를 들어내고 나에게서 당신을 들어내야 할 때도 물론 오겠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도 당신을 내게서 들어내는 일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인테리어를 예쁘게 할 수는 없는 사람일까? 나는 당신의 뿌리에 지나치게 들러붙은 흙이 되고 싶진 않아요.





현관문 나서다가



현관문을 나서다가 나는 다시 돌아오지요 돌아와선 왜 왔

는지 잊어버려 다시 나가요 나가다가 생각하니 그게 시계

였어요 시계를 찾기 위해 내가 뒤지는 곳은 시계가 없는 곳

이죠



당신과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것처럼 시계를 찾다가 시간

을 잃어버리는 일, 시간을 찾다가 손목을 잃어버리는 일, 새

롭지도 않아요 오늘은 약국에 들어야 하는데 증세가 생각

나지 않아요



하얀 알약을 보면 왜 죽음이 떠오르는지요 편도염을 낫게

하는 알약을 한꺼번에 털어넣은 아랫방 언니가 있었거든요

그녀는 무얼 잊고 싶었던 걸까요



시계는 찾지 못하고 시간은 멎었어요 우린 평생 없는 걸

찾아다니겠지만, 찾아야 할 건 이미 옆에 있었다고 누군가

말하지만, 그런데도 그건 영원히 없는 것이죠



깜빡깜빡 잊으므로 여기 또 깜빡깜빡 살아요 현관을 나서

다 나를 잃어버리고 빨래통에 벗어놓은 나를 뒤집어쓰고 나

아닌 내가 다시 나가요 나가다 생각하니,





당신을 만나는 순간이 당신을 만나지 않았던 순간보다 힘겨웠음은, 헤어짐에 있었다. 당신을 만나지 않은 순간에 내가 기대하는 것은 만남일 수 있었는데, 만나고 있는 순간에 내게 남은건 헤어짐 뿐이었으니.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해도 지금 당장 닥친건 헤어짐이고, 나는 마치 이 잠깐의 헤어짐이 영원할 듯 불안하였다. 그랬던 때가

있. 었. 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여겼기에 헤어지기 싫다고 발악하지 못했다. 터진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손톱을 깨물고, 발끝으로 땅을 툭툭 헤치는 일들은, 모두 내 속에서만 일어났다. 나는 당신을 평생 찾아다녔지만, 당신은 나를 평생 찾아다니지 않았으므로, 당신이 이미 내 옆에 있었음에도 당신은 내게 없었다. 당신을 들어내고 돌아서는 것이 내 역할이었지만, 들어내도 들어내도 이내 쏟아지는 걸 내가 어찌해.





이규리는 아픈 사람을 본다. 이규리가 말하는 최선은, 들여다봐주는 데 있고 들어주는 데 있다. 아픈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혹여라도 내가 때렸으면 어쩌지, 하고 그늘을 만들지 말라고 말하는 대신, 그늘이 생겨있음을 알려준다. 어쩌면 최선은 그런 것일게다. 하지마, 라고 말하기에 앞서 어쩌면 나 역시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 되새겨 보는 일. 그렇게 돌아봄으로써 우리는 간혹 우리가 때리고 있었음을, 그늘을 만들고 있었음을 눈치채게 될것이다. 꽃을 더 활짝, 오래 피우기 위해 락스를 넣는 일은, 과연 누구에게 필요한 일이었을까. 누군가 아프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 즐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이규리의 시가 하는 일이다. 그 잔혹한 명제앞에 잔인한 진실 앞에, 숙연히 고개 떨구며 내 자신의 폭력성을 인정하는 것, 번번이 두들겨 맞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맞은 만큼 누군가를 두드려 패기도 했던 날들이, 있었다. 있었고,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조용히, 락스를 한 방울 떨어뜨리기보다는 열었던 락스통의 뚜껑을 닫을 수 있기를,

그런 날들에 차마 들어내지 못한 당신이 화사하게 비춰주기를.


이규리는 그늘의 친구다. 




락스 한 방울


꽃꽂이하는 사람이 말해주었다 꽃을 더 오래 보려면 꽃병
에 락스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아무리 해도 그거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으면서 그 말 왜 솔깃해지는지 머
뭇거리다가 한 방울 꽃병에 떨어뜨렸다 거짓말처럼 뒷자리
가 말끔해졌다 저러자면 누군가는 또 얼마나 참아야 했을
까 너무 똑 떨어지는 이치에는 어딘지 사기치는 냄새가 난
다 후각을 마비시키며 이룬 거사들, 달콤하게 던져준 당근
들, 한 방울 떨어뜨려 애써 제자리를 확보하는 동안 꽃병 속
꽃은 어땠을까 락스 한 방울‥‥‥이 세계에서는 나를 더 연
장하지 않기로 한다





덧. 아....알라딘에서 사면 알사탕 300개를 주네......하루만 참을걸 ...... 약올라..... ㅜㅜ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4-10-21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에는 비가 내리고...
이곳에는 시가 있고.

다락방 님이 낭독해주면
더 좋을것 같은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다락방 2014-10-21 09:50   좋아요 0 | URL
크- 아무개님.
제가 기회가 되는대로 저 시를 낭독해서 올려드리겠습니다.
불끈!!

heima 2014-10-2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읽으면서 여름동안 따뜻하고 찡했었는데, 이 글을 보니 다시 한번 꺼내어 읽고 싶어지네요 ^^
날이 꽤 쌀쌀한데 따뜻한 커피 한잔 하시면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락방님~ ^^

다락방 2014-10-21 10:49   좋아요 0 | URL
시를 잘 모르는 제가 좋은 시집을 만난 건 무척 오랜만이라 좋습니다. 바느질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지 뭡니까. 가만히 앉아 시를 읽는 일이면 충분하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헤이마님. 잘 보내요! :)

blanca 2014-10-2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네요....

다락방 2014-10-22 10:31   좋아요 0 | URL
좋지요, 블랑카님? :)

그렇게혜윰 2014-10-2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집 좋죠? 옮겨적어야지 했다가 아직 이러네요....^^;;

다락방 2014-10-22 10:32   좋아요 0 | URL
네, 좋아요, 그렇게혜윰님. 좋으네요. 좋은 시집을 만나서 참 좋아요. 회사 동료에게 빌려줬어요. 시집 한번 읽어볼래, 하고. 흣

mira 2014-10-2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날 커피한잔 놓고 읽어내려가니 웬지 서러운데요 ㅜㅜ

다락방 2014-10-22 10:32   좋아요 0 | URL
비 안오는날 커피없이 읽어도 기쁜 시는 아니지요. ㅠㅠ

단발머리 2014-10-2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추천해주셨던 김이듬의 시집에서 <겨울휴관> 때문에 그 시집을 꼭 갖고 싶었어요.
이규리의 시집은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이 한 문장 때문에 너무 갖고 싶네요.
옆에 두고 여러번 읽고 싶어요. ^**^

다락방 2014-10-23 09: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한문장이 그렇게나 꽂히더라고요, 단발머리님.
게다가 심지어 `이편까지` 화사하다잖아요? 슬퍼..

오늘인 이 시집에서 이런 구절이 꽂혔습니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크- 취하는 아침입니다.

단발머리 2014-10-23 11:09   좋아요 0 | URL
정말, 시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같은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나도 한국어에는 정통한테...... T.T

어떻게 이런 표현들이...
키햐~~~~~~~~~~~~~~~~~~

다락방 2014-10-23 11:17   좋아요 0 | URL
저는 시를 잘 모르고 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시인이 존재하는 게 무척 감사해요. 시인과, 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슴 벅찰 정도로 좋습니다, 단발머리님.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시인선 54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다른 사람과 화사하고, 당신 눈길을 좇는 나는 피고 지고 이그러지고 주저앉아 울고 무 너 져 내 리 고 또다시 당신을 보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아의서재 2014-10-2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에 이런 구절이 있나요?

다락방 2014-10-22 08:32   좋아요 0 | URL
아뇨. 이 책에는 `그는 나를 앞에 두고 옆사람과 너무 화사하다` 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
 












한창 임태경을 좋아했을 때 그가 내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그의 전공이었다. 그렇게나 노래를 잘하는 그가, 사실은 공학도 출신이라는 것. 인터넷에 그의 프로필을 검색해보면 그는 '우스터폴리테크닉대학 생산공학 석사'라는 학력을 갖고 있는데, 예체능 계열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분야를 전공으로 했다니, 이게 너무나 근사한거다. 그건 아마도 내가 수학이나 과학쪽에 발휘되는 뇌가 없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수학을 잘하던 시기는 딱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였다. 그것도 물론 '잘한다'는 게 아니라, 그나마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는 정도를 의미한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때부터 수학은 이제 내게 별 관심없는 학문이 되어 있었다. 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수학과 과학에 있어서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재능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나는 거기엔 젬병, 이러고 뒤돌아서버린 것. 물론 수학과 과학보다 더 싫은게 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정치경제...였지만. ( ")  이렇게 쓰니 좋아하는 게 별로 없었구나..그나마 점수가 상위권으로 나오는 건 국어,영어, 한문, 일본어.. 뿐이었어.. -_-


놀랍게도 내게 첫 직업은 '학습지 교사'였다. ㅎㅎㅎㅎㅎ 다만 이것이 내 경력에 적힐 수 없는 이유는 고작 2주일을 몸담았기 때문인데, 와- 해보니까 엄청 적성에 안맞는거다. 그 2주간 매일매일 토할뻔했어. 결국 2주를 보내고 3주차 월요일에 집에서는 출근한다고 나가서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저 그만두겠다, 못다니겠다, 고.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교육을 받는 중이었으므로 어렵지 않게 그만 둘 수 있었다. 그길로 친구네 집근처로 갔다. 오전이었고, 백수인 친구는 나와주었으며, 곱창을 사주었다. 나는 그 아침에, 곱창에 소주를 마시며, 나는 도망쳤어, 라고 말했다. 아, 근데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 그때 교육을 받을 때 교육해주는 강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나는 수학을 못해'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정말 수학을 못하지만,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나는 영어를 못해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영어를 평균 이상은 하고 있다고. 다만 수학보다 못할 뿐이라고. 크- 이 얘기는 진리로 여겨졌는데, 그러고보면 학창 시절에 '영어점수는 늘 안좋아' 라고 말했던 수학 잘하는 애들은 늘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영어 점수도 높았다. 반면 '수학을 못해'라고 말하던 나는 모의고사에서 40점 만점에 7점을 받은 적도 있다. (읭?) 그때 영어 담당이던 담탱이가 나를 불러서는...나는 너가 영어선생님이 되기를 바라긴 하지만, 그래도 수학 이건 너무하지 않냐...라고 말씀하셨다. 발로 찍어도 이것보단 잘나오겠다고... 나는 그럼 선생님이 발로 찍어보세요, 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착한 학생답게 꾹 참았다. 나름 기술적으로 찍었는데... -0-



나의 여동생은 생물을 전공했고 수학을 부전공했다. 여동생이 대학생이던 시절, 연습장을 펴놓고 수학 문제 푸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당최 뭔 글자인지도 모르겠고, 숫자이지만 숫자 아닌 숫자 같은 너...로 보였던 터, 어떻게 우리집에 저런 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풀다가 어려우면 친구랑 전화해서 열띤 토론을 했는데 그건 내게 외계어나 다름없었다. 그때 나의 뇌는 지상에 없었다.


아, 그래서 내가 하려고 한 말은, 에이씨,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 수학과 과학을 잘 하는 사람들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거였는데. 특히나 과학도인데 음악을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 미친 로망이 있다고...중학교때 우리 과학 선생님은 심지어 음악 교사이기도 했다. 그런게 어떻게 가능한지 나로서는 진짜 모르겠는거다. 여튼 그렇게 로망이 있었고, 그래서 《수학자들》이란 책이 나왔을 때, 오, 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쓸까? 하는 호기심이 만땅되어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읽기를 시도했으나, 크- 끝까지 읽기가 역시나, 어렵더라. 그러나 알아들을 수 없는 수학용어들이 있음에도 글 자체는 아름다운 글들이 많았다. 절반쯤 읽었는데, 나머지 부분을 한 번에 읽다가는 토할 것 같아서, 한 꼭지씩 시간을 내어 찬찬히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전에 쓴 인용문은 어렵다고 올려둔 거고, 오늘은 굉장히 좋았던 에세이를 인용하겠다. 이건, '프리모 레비' 의 《주기율표》에서 '티타늄' 편을 읽었던 그 기분을 떠올리게 했다.



인용하기 전에 반드시 덧붙이고 싶은데, 이제는 임태경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콘서트와 뮤지컬을 몇 번 갔었고,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콘서트였는데, 그에게 정나미 떨어지게 된 계기도 콘서트가 되었다. 이걸 밝히고 넘어가야지. 


인용하는 글은 '옥스퍼드 대학'과 '서울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김민형'의 글인데, '피에르 들리뉴' 교수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2009년 여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개최된 정수론학회 마감 만찬 도중 피에르 들리뉴 교수가 그의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수학이 인생의 전부인 그에게 장성한 두 딸이 있는데 둘 다 수학과는 전혀 무관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종종 수학 공부를 도와주고는 했지만 어느 문제고 적어도 세 가지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꽤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저 정답을 말해주길 원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들리뉴 교수는 일생 동안 수학의 여러 분야에 중요한 기여를 한 수학자다. 그는 1978년 수학자들이 최고의 영예로 생각하는 필즈 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자신의 출신지인 벨기에에서 후작 칭호를 수여받았다. 그는 프랑스 고등화학 연구소에서 1970년부터 1984년까지 일하다가 미국 프린스턴에 있는 고등연구소로 자리를 옮겨서 은퇴할 때까지 일했다.

따라서 딸들은 완전히 미국 문화 속에서 자랐고 지금도 미국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람 다 상당한 벨기에 애국자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벨기에 방문을 좋아했고 지금도 틈만 나면 벨기에에서 휴가를 지낸다. 들리뉴 교수는 "내가 벨기에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다르게 설명을 안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김민형, p.79-80)



아, 다시 읽어도 웃음이 난다. 아버지로부터 수학 공부를 배운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내게는 있어본 적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세 가지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는' 수학을, 과연 나로서도 좋아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만약 수학을 좋아했다면 그 점까지도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좋았던 부분은, 당연히 마지막 부분. 딸들이 벨기에를 사랑하는 이유가 '벨기에에 대해서는 세 가지로 다르게 설명을 안 했기 때문' 이라는 말이다. 아, 좋아. 엄청 똑똑한 사람이 적절하게 따뜻한 유머까지 구사한다면, 크- 한없이 매력적일 것 같다. 나는 확실히, 여전히, 이과생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시작하는 것 같다. 유머도, 책을 읽는 것도, 대화도, 눈높이도, 여하튼 그게 뭐든, 이과생에 점수를 더 주고 시작하는 듯. 아...그만하자. 뭔가 막 ... 아...그만하자...





토요일에는 친구들 여러명을 만났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고 자주 보았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요즘 서로 제정신이 아닌 친구와 나는 그들보다 조금 더 일찍 만나기로 했다. 네시 이십분부터 만나 수다를 떨고 다섯시를 조금 넘겨 거의 모두가 다 모였는데, 와- 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좋은 거다.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날 것 같고 좋은데, 그와중에 한명이 '여러분들하고 술마시니까 좋다' 라고 입밖에 내어 얘기하고, 그걸 들으니 또 막 더 좋은거다. 이렇게 좋은게 나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한층 더 좋아졌달까. 앞으로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여든이 되고 어쨌든 백살 넘어서도 우리가 이렇게 가끔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을 유지해서 지금처럼 골뱅이도 먹고 황태도 먹고 쥐포도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 곁에 더 좋은 사람들을 두게 되는 것 같다. 이런 내가 기특해서 미치겠다. 그 자리에서 케익에 초를 꽂고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게, 친구에게 혹여 당혹스럽진 않을까 고민했는데, 고맙다고 말해주어 다행이었고. 나, 고민 많이 했다우, 그래도 되는지. 게다가 스페인에 다녀온 친구가 세상에, 하몽을 가져왔다. 꺅 >.< 내가 스페인을 간다면 그건 하몽 때문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하몽을 먹게 되어, 나는 이제 스페인을 가고 싶은 나라에서 제껴도 되겠다고 했다. 우히히히히. 또한 와인과 책도 선물 받았는데, 아웅, 저 와인은, 엄마한테도 말 안하고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다. 저 와인을 나의 61년산 슈발블랑으로 만들어야지. 혹여라도 나중에 벼랑끝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면, 그때 혼자서 따라 마셔야지. 《사이드웨이》에서 마일스가 그랬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몹시도 힘겨웠다. 와인 두 병과 선물받은 책에 내가 읽으려고 가져온 책까지.. 가방이 지나치게 무거웠는데 거기에 힐까지 신고 있어서 ... 나는 다음날 아침, 종로3가역까지 같이 걷는 친구에게 말했다.



좋은데 힘들어..



내 말에 친구는 웃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도 무릇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데 힘든 거.





요즘 내가 내가 아니고 정신이 나가있던 터라, 이 정신을 어떻게 수습할까 하다가 백팔배를 했다. 고소영은 백팔배를 하면 차분해진다고 했는데, 나는 차분해지질 않고 다음날 허벅지 근육만 땡기더라. 역시 나에겐 걷는 게 그나마 차분해지는 지름길이다 싶어 어제는 전날의 과음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일자산을 찾았다. 올라오고 내려가는 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차분해질거라 믿었건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걸 어떡하지, 이걸 어떡하지, 이걸 어떻게든 터뜨리고 싶은데... 하다가, 오늘 아침 일찍부터 친구를 문자메세지로 불렀다. 내가 이러이러해서 고통스럽고, 그러므로 가슴이 터질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의 답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 가슴이 터질것 같아 ㅠㅠ

- 안터져.



아, 안터지는구나. 안터지는 거야.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동안 피해다닌 결과' 이며 '네 업보' 라고. 나는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이렇게 터지는구나. 잠깐 핑- 눈물이 돌았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나를 '냅둬'라는 친구의 말대로, 그냥 두기로 했다.





이 두 책은, 요즘 읽고 있는데, 표지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하다. 어쩜 이럴까. 색깔이... 히히.






언제였지. 남동생 차를 타고 남동생이 틀어준 음악을 들으며 집에 가는 길, '야, 친구에서 연인이 되기까지 있냐?' 라고 물었더니 없다며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줬었다. 갑자기 그 기억이 새록-

그러고보니 금요일밤, 제부가 보내준 닭강정에 와인을 마시고 그도 모자라 맥주까지 마셔서 취했는데 남동생이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취한채로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는데, 남동생도 씻고 내 옆에 앉았다. 술을 마실까, 하는 동생에게 아니 그만 먹자 내일 결혼식 가야잖아, 라고 답하고는 그저 조용히 텔레비젼을 보았는데, 남동생에게 그냥 푹- 기대버렸다. 남동생은 내가 기댔는데 저리 꺼지라고 하지 않고(응?) 내가 그런채로 주정하는 걸 들어주었다. 난 역시 얘가 제일 좋아, 라고 생각했던 밤이었다.







나에겐 존재해줘서 고마운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행복하다.





자수를 배워볼까....차분해지게........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니 2014-10-2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 와인 맛이 너무 궁금한데요?! 하지만 61년을 기다려야? ㅋㅋ 다락방 님 행복한 만남 이야길 읽다 보니 제 마음에도 몽글몽글 다정함이 가득해지네요.

다락방 2014-10-21 09:51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제게 축복입니다, 치니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히히.
저 와인은 혼자 구석에 숨어서 먹어야겠어요. [사이드웨이]란 영화 보셨어요?
거기에서 마일스가 가장 비참해지는 순간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보관했던 와인 [61년산 슈발블랑]을 마시거든요. 엄청나게 좋은 영화에요!! >.<

hnine 2014-10-20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은 안 읽었지만 김민형 이란 분은 들어서 알고 있어요. 워낙 독특한 방식으로 교육을 받은 것 같더라고요.
수학은 저에게 있어 짝사랑의 대상일 뿐. 좋아했고 잘 하고 싶었으나 능력이 못 따라갔던 과목이라, 흑흑... 하지만 `수학적 사고`라는 것은 꼭 수학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전 가끔 어떤 비평가의 글에서도 이 사람 참 글을 수학적으로 쓰네 라고 느낄때가 있거든요, 이렇게 말할정도로 제가 수학에 대해 뭘 아는건 아니지만요 ^^
(여동생분에게 갑자기 악수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저도 같은 전공^^)

다락방 2014-10-21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수학적`사고라는 게 뭔지 전혀 감이 안잡혀요, 나인님. 아마도 수학을 전혀 몰라서 그런것 같아요. 수학은 제게 짝사랑의 대상도 못되는 것 같아요. 그보다 더 멀죠. 음...수학은 제게 ... 그러니까....맷 데이먼 같달까요? 멋진데 저 멀리,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곳에서 아무 상관 없게 살아가는 사람. 그런데 멋진...
수학을 잘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더 똑똑한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해요. 수학은 똑똑함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일지 저는 상대적으로 제 아이큐가 매우 낮을 거라고 생각해요.
앗, 제 동생과 같은 전공이시군요!! 제가 더 반갑네요. ㅋㅋㅋㅋㅋ

아무개 2014-10-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아, 그래서 내가 하려고 한 말은, 에이씨,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네, `
이렇게 쓰고 쓸데 없다고 생각한 부분들 정리하지 않고 써주는 다락님의 글이 좋아요. ㅎㅎ

2.저는 수능때 수리영역 8점 맞았어요. 과학도 별반 다르지 않은 점수 ㅋㅋㅋㅋ

3.다락님은 지금.....가슴이 터질것 같으시지요?
저는 지금...
작년에 입었던 바지가 너무 꽉 껴서 허리가 끊어질거 같아요.
그새 살이 도대체 얼마나 더 찐건지....ㅠ..ㅠ

다락방 2014-10-21 10:02   좋아요 0 | URL
1. 맨날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아요..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죠.....정리가 안돼 정리가... -_-

2. 크..아무개님은 저랑 비슷한 점이 무척 많아요! 글 쓰는 스타일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대로 쏟아내기... ㅎㅎ

3. 저는 이뻐질 겁니다, 아무개님. 이뻐져야겠어요. 불끈!!
수술할까...ㅠㅠ

마노아 2014-10-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공학도이지만 인문학적 지성미가 뚝뚝 떨어지는 T님에게 다락방님이 반하시는 겁니다. ㅎㅎㅎ
아, 근데 저도 그런 사람이 좋으네요.^^
루시드폴이 물리학도이면서 음악하잖아요. 아, 근사해~
자수, 배우지 마요. ㅎㅎㅎ
색칠공부 마친 다음에...ㅎㅎㅎ

다락방 2014-10-21 10:03   좋아요 0 | URL
제가 T 님에게 반한건 T 님만 빼고 모두가 아는 사실. ㅋㅋㅋㅋㅋ
말하기 쑥스러우니 이 글을 좀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색칠공부..잊고 있던 색칠공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립간 2014-10-2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은 (객관적) 평가가 쉽지만, 언어는 (객관적) 평가가 어렵지 않나요. 따라서 수학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두드러지게 표시가 나지만, 언어는 수학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유치원 딸아이에게 수학 문제를 풀 때 ,항상 문제의 답을 구한 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를 요구했더니, (지난 2년간 학과 공부를 중단하기도 했지만,) 이제 할머니와 엄마와는 공부를 해도 저와는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딸도 그런 성향을 보이는 것을 보고 성향이란 것이 정말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죠.

수학과 음학 못지 않게, 수학과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이 시입니다. 음악과 시를 매개로 수학을 좋아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락방 2014-10-21 10:07   좋아요 0 | URL
저는 수학보다는 산수만이 머릿속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수학과 이미지를 공유하는 게 시, 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전혀 모르겠어요. 상상도 안돼요. 음악과 시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듯 쉽게 연결지을 수 있는데 말이지요. 언제 기회되시면 수학과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이 시 라는 것에 대한 글을 한 번 써주시겠습니까, 마립간님.
저도 이해해보고 싶습니다. ㅜㅜ

마립간 2014-10-23 08:13   좋아요 0 | URL
수학에 관한 몇가지 글을 쓰려합니다. 제가 기대하기는 다락방님이 수학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지는 이해시키지는 못하지만, 왜 거리감을 느끼는가를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0-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학이 좋고 그 중에서도 통계로 그려지는 그래프랑 공식들을 유도하는 과정이 정말 좋은데... 제 아버지가 들리뉴였다면 장담할 수 없겠군요... 수학의 맛이란 역시 답이 딱 나와줘야 ㅋㄷㅋㄷ

다락방 2014-10-21 10:08   좋아요 0 | URL
저는 제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좋아하길 희망하는 것, 동경하는 것과 제가 실제 좋아하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게 바로 현실과의 괴리..일까요. 이런 연예인 같은 수학!! ㅠㅠ
흰 공간에 문제를 적어두고 그 문제의 답을 풀어가는 걸, 저라는 사람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ㅠㅠ

조선인 2014-10-20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래미가 곱셈을 배울 때 구구단을 외우는 것 외에 곱셈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결국 딸래미는 고학년이 되도록 구구단 외우는 것조차 힘겨워 했답니다. 그 교훈 덕분에 아들래미는 구구단만 외우게 하고 있죠. 하아...

마립간 2014-10-20 14:52   좋아요 0 | URL
제 독후감과 육아일기에 쓴 내용이지만,

구구단의 유래가 반복적인 덧셈에서 유래하였는지 모르겠지만, 곱셈은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 연산입니다. 즉 곱셈은 그리고 구구단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고, 직관의 대상입니다. 마로가 구구단을 외우는 것을 힘겨워했던 것은 이해를 강조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덧셈의 유래를 강조하면 나중에 -1 x -1 = 1을 받아들이기 힘겨워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제 딸아이에게 구구단은 이해를 필요하지 않은 암기라고 설명하고 외우게 했지요. 일단 암기가 되고 나면 구구단의 적용을 통해 이해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조선인 2014-10-20 18:15   좋아요 0 | URL
으아아아. 딱 핵심을 말하셨어요. 중학교 올라가서 음의 정수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아주 애먹었어요. 흑흑.

다락방 2014-10-21 10:11   좋아요 0 | URL
아...이건 굉장히 중요한 팁이네요.
곱셈을 외울 때는 그저 그것을 외우도록만 하는 게 중요한거군요. 거기에 다른 것을 돕기 위해 더했다가는 아예 힘들어지는 수가 생기는 군요. 아!
저는 곱셈 외우는 게 되게 힘들었어요. 워낙 암기를 못하는 성향이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어릴 때 곱셈 외우는 게 어찌나 힘들던지요. 진짜 달달 외우긴 했는데 정말 힘들게 외웠던 기억이 나요. ㅠㅠ

마립간 2014-10-21 12:19   좋아요 0 | URL
구구단은 그냥 외우는 것이 ...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곱셈의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대학생의 교양 수학 이상 공부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학생에서 곱셈의 암기와 이해, 적용을 동시에 하려 하면, 수학에 대한 공포감만 생길 수 있습니다.

단지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 단순 암기도 쉬은 것은 아니므로 감정적으로 거부감은 없게 기술적인 요령은 필요할 듯 합니다.

제 사견입니다.^^

서니데이 2014-10-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게 하몽이라는 거군요. 저건 어떻게 먹나요. 괜히 짤 것 같은 기분이...
2. 지난 번 <수학자들>도 외계어였어요. 저한테는... ^^;

다락방 2014-10-21 10:11   좋아요 0 | URL
스페인에서는 하몽을 메론 싸서 먹더라고요. 짐작하신 것처럼 되게 짜요. 하몽 먹으면서 아, 이래서 메론을 싸먹는구나 싶어지더라고요. 정말 짜서 계속 아 짜다, 아 짜다 했어요. 아..근데 왜 또 먹고 싶지..

단발머리 2014-10-2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그러니까, 저는 임태경 얘기에 눈이 @@게 되서는.
왜 콘서트에 다녀와서 임태경을 안 좋아하게 되셨나요? 저는 뮤지컬에서 임태경이 좋았는데, 저도 콘서트에 가면 임태경을 안 좋아하게 될까요? 이런 의문이... 혹시, 콘서트는 숭배의 분위기가 있나요? ㅋㅋ

2. 요기 위의 댓글 읽다가 곱셈의 개념은 이해가 아니라, 암기의 대상이라는 귀한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구구단 어려워하는 아롱이가 자꾸 4*7은? 4*6은 얼마지? 아, 24 더하기 4는 하면서 계산을 하고 있거든요. 그것도 빠르지 않은 계산을...구구단은 암기~~ 역시 다락방님 서재에서 놀아야돼!!!

3. 저도 남동생이 있지만, 다락방님의 남동생이 부럽군요. (엥?)

다락방 2014-10-23 11:20   좋아요 0 | URL
1. 마지막, 그를 싫어하게 된 콘서트에서요, 그는 노래를 부르다 삑사리가 났거든요. 삑사리야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데, 나중에 자신이 이 콘서트 자체가 불쾌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아마도 공짜로 표가 뿌려지고, 그 표로 인해 자신의 팬이 아닌 자들이 와 앉아 있으면서 충분히 지키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전 그 말을 하는 임태경이 순간 싫더라고요. 나는 비싼 돈주고 자신의 노래를 들으러 왔건만, 자신은 지금 불쾌하다는 걸 그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다니. 사람이 성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 싫어지더라고요. 그 이후로 임태경을 끊었어요. 여전히 노래를 듣지만, 콘서트나 뮤지컬을 끊었습니다. 그런식으로 노래를 들으러 갈 만한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2. 구구단은 암기. 일단 무조건 외우도록 하는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여동생에게도 미리 일러두어야 겠어요.


3. 제 남동생은 제게 내려진 축복! :)
 

월요일



안잘테니까
오지마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개 2014-10-20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이 잠드는 바람에 결국
월요일이 왔어요 ㅜ..ㅜ

다락방 2014-10-20 08:08   좋아요 0 | URL
내가 죽을 죄를 지었소.. ㅠㅠ

무해한모리군 2014-10-20 09:05   좋아요 0 | URL
심지어 비까지 와요 ㅠ.ㅠ

다락방 2014-10-20 10:00   좋아요 0 | URL
이게 뭔일이래요.. ㅠㅠ

조선인 2014-10-2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월요일마다 다락방님을 탓할까봐 =3=3=3

다락방 2014-10-20 10:00   좋아요 0 | URL
죄송합니다. 결국 잠들고 말았어요. 흑 ㅜㅜ

icaru 2014-10-2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누구더라,, 시인 하상욱을 뛰어넘는 통찰이시네요.. 캬..

다락방 2014-10-23 11:2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통찰이라기 보다는 진심입니다. ㅋㅋㅋㅋㅋ

어머 2014-10-2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웃프네요

다락방 2014-10-23 11:20   좋아요 0 | URL
시간은 또다시 월요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0-

책읽는여름 2014-10-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요렇게 귀여운 여인네를 보았는가!

다락방 2014-10-23 11:21   좋아요 0 | URL
실제로 보면 징그러운 여인에 가깝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