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지겨워지고 신경질이 나서 이놈의 직장, 확 때려치겠다고 생각했다. 뭐, 그러지도 못할거지만. 책상위에 잔뜩 널브러진 서류들을 보면서 한숨이 나왔고, 자리에 앉아 이것들을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또 한숨이 나왔다. 여러가지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나는 지금 당장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나는 나의 그 지저분한 책상 곳곳에 꽂혀있고 혹은 쌓여있는 책들을 보았다. 늘 꽂아두고 꺼내어보는 책들이 있었고 이미 다 읽었지만 집으로 가져가지 않은 책들이 있었고 아직 읽지 못한채로 쌓여있는 책들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거기 있거나 혹은 얼마전부터 거기 있거나 했던 책들. 그 책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그냥 이 책들을 읽으면서 살고 싶다, 고. 그렇게 살면 안되는걸까? 그럼 밥 먹을 돈은? 책 살 돈은? 그게 다 일하니까 나오는거잖아. 역시 결론은 이를 악물고 회사에 늘 그랬듯이 꼬박꼬박 출근하는 것 뿐인가. 

회사 구석구석에 책이 쌓여있는데 나는 정리할 생각도 못하고 있다. 내 책상은 물론 캐비넷에도 그리고 빈자리의 다른 책상에도 심지어 타부서의 캐비넷에도 내 책들은 들어있다. 나는 이제 어떤 책들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채로 우연히 그 책들을 발견하면 깜짝깜짝 놀란다. 어므낫. 내가 이책을 가지고 있네. 젠장.  

어제는 출근길에 마을버스를 놓쳤다. 다시 몇분후에 오는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12분후에 온단다. 12분은 출근시간에 꽤 긴 시간이다. 그냥 기다리지 뭐,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잠실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고 덕분에 아침에 한강을 보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나 지친 하루였고 우울한 하루였고 나는 온 몸에 기운이 빠졌지만 저녁에는 한강을 보자고 생각했다. 퇴근할때만큼은 버스를 타는 노선을 택하지 않는데, 어제는 달랐다. 나는 강변역으로 갔고 마을버스를 탔다. 한강을 지났고, 그제서야 가지고 나온 책을 꺼내 들었다.  

 

 

 

 

 

 

 

 

 

 

 

 

 

버스안에서는 책을 잘 읽지 못하는데 어제는 정말 잘 읽혔다. 책을 읽는데 마음이 아주 안정되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마을버스 안에서 바보처럼 혼자 책 사진을 찍으며 아, 이렇게 살고 싶다, 고 생각했다. 그냥 이렇게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책을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고. 이런 순간, 격하게 기쁘지도 않고 격하게 슬프지도 않은 이런 순간들을 좀 더 자주 느끼면서 살고 싶다고. 다른것들은 별로 생각하지 않은채로 그냥 내가 만족하는 아주 작은 일들에만 시간을 들이면서 그렇게. 게다가 글쎄, 어제 내가 버스안에서 읽었던 이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오는게 아닌가!! 

"내 아내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지요‥‥‥삼십 년 차이랍니다‥‥‥자기보다 훨씬 젊은 여자와는 절대로 결혼하면 안 됩니다‥‥‥절대로."
그는 한 손을 내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전연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요‥‥‥성공한 예란 하나도 없으니까요‥‥‥이것은 똑똑히 알아두시라구요‥‥‥."
(p.69) 

아, 이 책은 전혀 웃긴 책이 아닌데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 좋아. 예상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이런 대사가 나오다니. 파트릭 모디아노, 사랑합니다. 그리고 미안해요. 이 책에서 이런 부분을 발췌하다니요. 이렇게 아름다운 책에서. 그렇지만 어제 퇴근길 마을버스 안에서, 정말 좋았는걸요. 늙은 나를 위로해줘서 고마워요. 

이 책은 선물받은지 1년이 지난 책이다. 무려 1년이나! 책장에 꽂아 두고 읽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어떤 책을 읽을까, 읽고 싶은 책을 쌓아두고 고민하다가, 순전히 이 책을 선물해준 사람이 보고싶다는 이유로 이 책을 읽기로 결심했는데, 아, 이 책은 정말 아름다운 책이었다. 이런 책을 선물받다니. 이런 책을 선물해주는 사람을 내가 알다니. 스스로 너무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과 연관된 것 같은 사물을 대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이름을, 자신이 만났던 사람을, 자신이 했던 일을 더듬어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절정에서조차 격하지 않다. 가만가만 조용히,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기 롤랑, 그의 잊어버린 그 과거를 만나게 된다. 그는 그 일을 '나의 과거를 추적하는 일'(p.13)이라고 말한다. 『도라 브루더』의 파트릭 모디아노는 내게 좀 지루한듯한 인상이었는데,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파트릭 모디아노는 조금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의 글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건조하면서도 아름다움을 녹여버린 듯한 그 문장들을. 파트릭 모디아노는 이언 매큐언보다는 부드럽고 코맥 매카시 보다는 건조하다. 그리고 필립 베송보다는 조금 더 진중한 듯 느껴진다. 아, 어떻게 해야 딱 맞는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장을 쓴단 말이다. 

   
 

내가 게이 오를로프의 이름을 말하면 그는 뭐라고 할까? 그 이름은 지금 그가 계속하여 자기의 곡을 치고 있는 동안의 저 무관심으로부터 그를 깜짝 놀라 깨어나게 할 것인가? 혹은 저 떠들썩한 말소리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 피아노의 곡조처럼 그 이름도 그에게는 아무런 연상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말것인가? (p.57)  

 
   

누군가의 이름이 또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를, 그 이름을 내뱉기 전에 고민하는 그는, 실망하는 문장조차 내 마음에 쏙 들게 쓴다.  

   
  매번 나는 같은 희망을 품고 매번 실망한다. (p.87)   
   

누군들 이런 기분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가끔 내가 미치는 그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간단하게 표현해준다. 기억에 관한 것. 

   
  왜 어떤 종류의 과거들은 사진처럼 정확하게 불쑥 솟아나는 것일까? (p.169)   
   

게다가 나는 이런 문장 앞에서는 그저 무릎을 꿇는다. 

   
  그 여자는 나를 기다리고, 내가 이 도시에서 실종될 것을 걱정하는 유일한 여자다. (p.177)   
   

내가 이 도시에서 실종될 것을 걱정하는 유일한 여자, 라는 것을 상대가 알아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잠깐 들었다. 아니, 다시 고개를 젓는다. 충분하지 않다. 알아주는 것 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부질없다. 소용없다.  

이 책의 첫문장은 이렇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p.9) 

 
   

나도 아무것도 아니다. 늘 그랬다. 

 

이 책의 헌사에는 이렇게 써있다. 

 

루디를 위하여
아버지를 위하여
 

 

이 책을 다 읽고 본 작가 연보에는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다. 

1957년  남동생 루디가 혈액 관련 병으로 세상을 떠남. 루디를 무척 아꼈던 그는 1967년에서 1982년 사이에 발표한 초기 작품들을 루디에게 헌정한다. 동생의 죽음은 그의 어린 시절의 종말을 의미했으며 그는 이 시절에 대하여 간절한 향수를 지니게 된다. (작가연보中)

 

 

 

 

 

 

  

 

좀전에 이곳은 천둥번개가 쳤다. 새 신발을 신고 왔는데 하필이면 비가 올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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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07-26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그래도 퇴근하면서 소나기는 피했나봐요. 그러고보니 어쩌면 다락방님 페이퍼에 첫번째(!)로 댓글을 남기는건 처음인 것 같아요. 다락방님이 걸어주신 링크를 보고, 잠시 망설였는데 이 글을 보고 결정을 내렸어요.

제가 몇번 서재에 뜸했을때 (뜸했다 라는 표현 정도로 넘어가게 해주세요!) 저를 염려해주신것 처럼 저도 다락방님이 자리를 비우시면 저도 걱정할꺼에요. 그럼 아무것도 아닌건 아니지요?

가끔 비가 밤부터 너무 많이 와서 다음날 출근이 걱정되는날, 너무 마음을 강하게 먹은건지 의외로 견딜만하게 출근이 되는날 있잖아요 과장님? 내일이 그런날이길 바랄께요.

다락방 2011-07-27 09:18   좋아요 0 | URL
하아- 에디님. 오늘 아침 강남역의 상황에 대해서 사진을 보거나 뉴스를 들으셨나요? 차들이 잠겨서 꼼짝도 안해요. 저는 가까스로 출근을 해서 자리에 앉았지만 옷도 머리도 다 흠뻑 젖어서 만신창이가 됐죠. 강남역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길에는 천둥이 무섭개 쳐서 꺅 하고 소리지를 뻔 했어요. 물론 참았지만요. 의외려 견딜만하게 출근이 되는 날이 결코 되지 못했어요. 무슨 비가 이렇게 무섭게 오나요...어휴...

저는 제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해서 늘 속상하고 화가 나지만, 에디님께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그런 사람이라면 흐음, 좀 좋네요. 히히
:)

에디 2011-07-27 15:42   좋아요 0 | URL
저는 1시쯤되어 병원 때문에 밖을 나섰는데 다행히 가로수길 쪽은 비교적 안전했어요. (그리고 집은 아주 고지대라...)

그러게, 제가 쓴 글이 무슨 저주라도 된 것처럼 오늘은 누구에게도 '의외로 견딜만한' 날이 되긴 힘든 날이군요. 역사적인 폭우가.... 퇴근 잘 하세요 : )

다락방 2011-07-27 15:49   좋아요 0 | URL
강남역도 선릉역도 다 침수라 집에서 부모님은 저더러 들어오지 말라고 하셔서요..전 아무래도..강남에 모텔 하나 잡아서 잘까봐요.orz

비로그인 2011-07-27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와! 이제야 다락방님보다 제가 먼저 읽은 책이 등장하는군요. 에휴...ㅋㅋ

다락방 2011-07-27 09:19   좋아요 0 | URL
후와님은 제가 안읽은 많은 책들을 읽으셨잖아요!!!!!
후와님은 이 책이 어떠셨어요? 방금전 포기의 순간에 대한 후와님의 생각을 읽으니 이 책에 대해서도 저랑 전혀 다른 느낌을 받으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이 책이 참 좋았거든요.

비로그인 2011-07-27 20:44   좋아요 0 | URL
<포기의 순간>은...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이 소설은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렇게 기억합니다. 좀 오래됐거든요ㅎㅎ 다락방님의 리뷰를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어쩐지 여름날 어스름이 내리는 골목을 연상시키는 소설이었달까요^^

다락방 2011-07-28 19:08   좋아요 0 | URL
하하. 물의를 빚다뇨. 왜 그런 말씀을 하셔요.

저는 이 소설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거든요. 물론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느라 안타깝지만 말이죠. 읽는 동안이 참 행복했어요. 그래서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을 또 찾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후와님은 이미 오래전에 읽으신 소설을 저는 이제서야 읽었군요!!!!!

레와 2011-07-2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근한다고 정말 고생했어요. 락방. (톡톡톡톡톡톡)

다락방 2011-07-27 10:05   좋아요 0 | URL
난 내가 왜 이러면서까지 출근하는지를 모르겠어요. ㅎㅎ
암튼 나 정말 장하다니깐요. 훗

blanca 2011-07-2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트릭 모디아노의 저 책은 읽어볼까 했었는데 난해하다는 댓글 하나 읽고 포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저 구절들을 읽으니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저 책 사진에서 다락방님의 핑크 네일이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아, 동생과 그런 추억이 있었군요. 다시 한번 헌사에 뭉클해지네요. 루디에게. 퇴근은 무사히 하셨어요?

다락방 2011-07-28 19:0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음, 저 소설은 제게 그다지 난해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요. 블랑카님이라면 오히려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마 블랑카님만의 아름다운 리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핑크 네일을 알아봐주시다니, 고맙습니다, 블랑카님. 역시 센스가 대박이셔요. 헷 :)

출근도 퇴근도 무사히 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서 왔다갔다 했어요. 슬리퍼 신고 출퇴근 했답니다. 걷는동안 내려치는 천둥번개는 또 어찌나 무섭던지요. 소리지를 뻔 했지 뭐에요. ㅠㅠ

hnine 2011-07-28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게 지겨워지고 신경질이 나서 이놈의 직장, 확 때려치겠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날중 어느 날, 저는 정말로 그렇게 했답니다 ^^

자기가 정말로 원할 땐, 이제까지 성공한 예가 한번도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가 바로 성공한 첫번째 예가 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이 말리는 길로 발걸음을 딛게 되나봅니다 ㅠ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때로 마음을 편하게 해줘요. 그래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락방 2011-07-28 19:05   좋아요 0 | URL
hnine님. 저는 가끔 어떤 특정한 것 혹은 특정한 사람에 대해 욕심이 치밀어 올라서 스스로 무섭게 느껴질때가 있어요. 이를 어쩌지 싶어서요. 이 욕심을 어떻게 자제하나 하고 말이지요. 내가 이토록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던가 아주 새삼스러워져요. 말씀하신것처럼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려고 그때마다 노력한답니다. 욕심이 있어서 괴롭다면 욕심을 없애자, 하고 말이지요. 김경미 시인의 시, 혹시 읽어 보셨나요? 옮겨올게요.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재,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고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버벌 2011-07-3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책을 읽어보겠다고 댓글 달러 온건데... (??)

다락방 2011-08-02 23:12   좋아요 0 | URL
그러다가 댓글 테러에 놀랐군요, 버벌님!
:)

네꼬 2011-08-0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뒤늦게 추천하는 이 마음.

다락방 2011-08-02 23:12   좋아요 0 | URL
밤 열한시가 넘었네요, 네꼬님. 잘 자요!
 
그을린 사랑 - Incendi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1=1이 되는 세상, 아버지도 형도 쌍둥이도 그리고 나까지도 녹초가 되는 미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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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7-2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셨군요. 저도 꼭 볼거에요.^^

다락방 2011-07-22 23:15   좋아요 0 | URL
반전이 예상 가능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충격적이지 않은건 아니에요. 프레이야님, 손수건 준비하고 보세요. 식사도 하고 보시구요!!

마노아 2011-07-2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미리 읽고서 연기를 했을 텐데, 그럼에도 그토록 충격적인 얼굴을 보일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역시 배우는 배우인가봐요.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픽션이라서 참 다행이에요...ㅜ.ㅜ

다락방 2011-07-25 13:08   좋아요 0 | URL
여자주인공이 불타는 버스 안에서 빠져나오며 나는 기독교에요, 라고 말하고 살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믿는 종교,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진 그 사람들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하는 행위를 보고 그녀는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요. 그 불타는 버스 옆에서, 저 포스터의 표정을 지었을 때, 저는 대체 신념이란 무엇인가 싶더라구요. 옳은걸 선택하고 싶었을테고, 그것이 옳다고 믿어왔을 텐데, 대체 뭐가 옳은건지 누가 판단해주는 걸까요?
명예살인 이라는 문화와, 또 종교와의 싸움. 이 모두가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었어요. 삶을 비극으로 만들었구요. 전 이 영화가 결코 픽션이라는 생각이 들지를 않아요.

Kir 2011-07-2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려고 찜해두었는데, 다락방님 역시 빠르세요!
(사실 다락방님이 먼저 보실 거라고 예상했어요^^;)

다락방 2011-07-25 13:09   좋아요 0 | URL
정말 힘든 영화예요, Kircheis님.
예상했지만 그래도요.

moonnight 2011-07-23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제 영화보신다 하셔서 혹시 이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 저도 꼭 보고 싶은데 여기서 볼 수 있을런지 ;

다락방 2011-07-25 13:09   좋아요 0 | URL
아 문나잇님. 이 영화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흑흑. 대체 왜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적은걸까요? 대체 왜요? ㅜㅜ

2011-07-24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07-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아....!

다락방 2011-07-25 13:10   좋아요 0 | URL
대단히 힘들었죠, 레와님?

레와 2011-07-26 16:37   좋아요 0 | URL
지금도 이 영화 생각하면 먹먹&막막해요.

다락방 2011-07-26 16:41   좋아요 0 | URL
이 영화 보면서 영화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주어 참 고맙다고요.
 

그래요, 젊은 친구, 젊은 잭, 젊은 5월 초하루 양반, 우리는 선택에 의해 우리 자신을 웃음거리로 넘긴 겁니다. 우리는 매춘부처럼 웃음을 파는 창부들이죠. 우린 창녀처럼 우리 자신을 잘 아니까요. 그저 열심히 일하는 고용인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를 고용한 사람들은 우릴 영원히 즐겁게 노는 존재라고 생각하죠. 우리의 일은 그들의 기쁨이 되어주니까, 그들은 우리의 일이 우리에게도 즐겁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의 일을 놀이라고 여기는 그들의 생각과, 우리의 놀이를 일로 여기는 우리의 생각에는 언제나 깊은 간극이 있죠. (p.236)  



 

 

 

 

 

 

  



'앤젤러 카터'의 『매직 토이숍』은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 『써커스의 밤』은 책장에 꽂아두고도 읽기를 망설였었다. 그런데 읽기를 결심하고 나니 이제는 계속 읽을지를 망설이게 된다. 이 책은 나보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더 재미있게 읽힐 소설인것 같았다. 나는 대체적으로 모든일에 무심한 편이지만,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 놓인 자들에 대해 늘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보다 이 소설을 더 의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공 페버스의 등에 난 날개가 그녀가 말한 그대로 진짜인지, 혹은 월써가 생각하는 것 처럼 꾸며낸 거짓말인지, 그걸 계속 확인하고 싶은데 책장이 쉬이 넘어가질 않아서 이걸 다 읽을까 말까, 읽으면서도 고민했다. 다른 책을 너무 읽고 싶어서 이 책 읽기를 멈출까 하고 생각했다.  퇴근무렵, 계속 읽어, 말어 를 고민하다가 그래 조금만 더 읽어보자, 하고 이 책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어떤 습관들은 없어지고 어떤 습관들은 새로 생긴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최근에 길동역에서 내려 벤치에 잠깐 앉아있기, 같은 습관이 생겼다. 언제부터 이게 생긴건지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요즘 내가 가야 할 집이 있는 길동역에서 내리면 바로 계단을 올라 교통카드를 대는 대신, 내리자마자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멍하니 있곤 한다. 사람들이 다 올라갈때 까지 혹은 그 후에 다음차가 와서 또다른 많은 사람들을 토해낼때 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어제도 그랬는데, 그건 내가 어제 길동역에서 내리기 전에 이 책 속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열다섯살 소녀의 노래. 자신의 어린 몸을 밤마다 품에 안는 남자와 함께 살지만, 그곳에서는 끼니마다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여기가 천국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소녀의, 어떤 뜻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부르는 노래. 

 

칼은 칼집보다 오래가고
마음은 몸보다 오래가니까요.
또 사랑 그것이 식어야
마음도 쉴 수 있으니까요
. (p.264) 

 

사랑 그것이 식어야 마음도 쉴 수 있으니까요, 를 읽는 순간 나는 좀 쉬어야 겠다고 결심했는가 보다.  지하철이 빠져나간 지하철 역 벤치에 앉아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건 도무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진실이라고. 그러니까 사랑이 식어야 마음이 쉴 수 있다는 것 같은 것. 이런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사실이고 진실이다. 사랑이 식어야 마음도 쉬는 건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인데, 뜻도 모르는채로 불렀던 소녀의 노래가 그 순간 나를 쉬고 싶게 했다. 나는 자꾸만 사랑이 식어야 마음이 쉴 수 있다는 문장을 떠올리고, 이 책을 계속 읽기로 결심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 절반이나 남았지만. 

 

나는 다리 위를 달리는 버스를 타는 것을 끔직하게 무서워하지만, 요즘은 한강을 보는게 좋아서 그 두려움을 꾹 참아가며 출근할 때 마을버스를 타고 강변역으로 간다.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버스를 타고 올 때 봤던 한강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강변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잠실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교통카드에 백원이 더 찍힌다. 그렇지만 나는, 한강을 보는 것에 백원을 투자하는 것 쯤은 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다리 위를 달리는 버스를 타는 두려움이 없어진 건 아니다. 이런것도 타이레놀을 먹고 나아졌으면 좋겠다. 

  

잘잤어요?, 잘자요, 밥 먹었어요?,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비가 와요, 보고 싶어요, 비밀이 생겼어요, 란 내가 좋아하는 말들이 더 다정하게 느껴지는 금요일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털어 놓지 않으면 내가 미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 그러기엔 너무나 아무것도 아닌 말이라서, 나는 결국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며칠전부터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를 너무 듣고 싶어서 음원을 사려고 했는데 도무지 살 수가 없다.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그 노래는 많은데 동물원의 노래로는 음원이 없다. 나는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게 아니라 반드시 동물원이 부르는 걸로 듣고 싶은데. 어쨌든 그런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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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2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2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07-2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꾸는 그 순간에도 '아.. 너무 지쳐.. 쉬고 싶어.'란 생각을 했어요.
오늘은 금요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저녁엔 회 먹을꺼에요. 횟집에 회도 예약해 뒀어요. 소맥한잔이랑 회한쌈. 지금 신나요!

다락방 2011-07-22 12:57   좋아요 0 | URL
난 오늘 저녁에 영화 볼 거에요. 술은 엊그제 충분히 마셨어요. 어휴.. 그래도 또 술 마시고 싶네요.
레와님, 금요일이라 다행이에요!!
회 많이 많이 맛있게 먹어요!!

2011-07-22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2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1-07-2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왜 첨부한 뮤비는 동물원이 아닌 비스트 입니까!!!!

다락방 2011-07-22 13:34   좋아요 0 | URL
동물원 얘기했다고 동물원 뮤비 올리면 너무 평범하지 않습니까!!!!!

치니 2011-07-2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비스트. 뭐 이런 공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 ㅋㅋㅋ
그러네요, 정말, 사랑이 식어야 마음이 쉬네요. 사랑 이 넘의 사랑.

다락방 2011-07-22 13:39   좋아요 0 | URL
앗 치니님. 저도 처음엔 동물원에 가면 비스트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는 댓글 달려다가 말았는데 ㅎㅎㅎ

맞아요, 치니님. 사랑이 식어야 마음의 쉬죠. 어우..지겨워. 사랑은 이래저래 겁나고 무섭네요. 올까봐 무섭고 오지 않을까봐 두렵고.

moonnight 2011-07-2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사랑이 식어야 마음이 쉴 수 있다니. 이렇게 가슴을 콕 찌르는 말을 하다니요. 이 작가는 아주 잔인한 사람이로군요 ㅠ_ㅠ
금요일이에요. 술은 한 잔 하고 싶은데 사람은 만나기 싫은 날이에요. 집에 가서 맥주나 따야겠어요. (라고 적고보니 아직 훤한 대낮이군요. -_-;;;;;;;;;;;;;;;;)

다락방 2011-07-25 13:11   좋아요 0 | URL
제가 사랑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이 책에서 그대로 읊어줬어요. 저는 마음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 것도 싫고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는 것도 싫어요. 늘 평화롭게 일정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을 하면 안되죠.
문나잇님, 금요일도 토요일도 술 드셨습니까?
전 토요일에 마셨어요.

비로그인 2011-07-2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그것이' 식어야 마음도 쉴 수 있으니까요...
인상적인 문구네요.
마음도 쉬시고 더위에 지친 몸도 쉬세요 다락방님.
주말이 코앞이니까요^^

다락방 2011-07-25 13:12   좋아요 0 | URL
코앞으로 다가온 주말이 어디로 가버렸나요, 후와님? 다시 좀 찾아다 주세요. 전 제 주말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기억도 안나요. ㅜㅜ

사랑이 식어야 마음이 쉴 수 있는 것, 그것은 진리죠.

2011-07-22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1-07-23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어요. 오늘은 금요일.....주말이 오니까. 금요일이라서 다행이라는 느낌을 가져보고 싶어요.
저는 늘 그런 직업을 가지고싶었어요. 사람이 가득찬 사무실에서 서류철을 넘기며 자판을 두들기고,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받아내며 큰소리로 싸움을 하기도 하고, 오늘은 금요일이나 마음껏 마셔보자. 친구 또는 동료들과 술집으로 고고 하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댓글을 다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그냥 전 그런 생활을 하고 싶어요. 쳇바퀴처럼 쒹쒹 똑같이 돌아가는 날들이라해도. 지금의 저도 그건 마찬가지니까요.

다락방 2011-07-25 13:17   좋아요 0 | URL
버벌님, 버벌님이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 것 같아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금요일이라 다행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보니,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그 삶에서는 이 삶을 살아보고 싶을 것 같아요. 저는 남동생이 2교대나 3교대를 해야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건 어떨까, 라고 했을 때 엄청 뜯어 말렸어요. 그럼 나는 너랑 술을 언제 마시느냐고..우리 같은 시간에 깨어있고 같은 시간에 잠들자고. 서로 조절해가며 술을 마시고 살자고..뭐, 녀석이 그 직업을 선택하지 않은건 저 때문은 아니지만, 같은 생활대의 사람이 같이 지내기에 편한건 틀림없는 것 같아요.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날들인데요, 버벌님, 무척 빨라요. 언젠가부터 빨라졌어요. 무척.

웽스북스 2011-07-2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스타고 한강을 건너는 것,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 중 하나.
전 무서워하지도 않아요. 밤에도, 낮에도, 새벽에도, 저녁에도, 너무너무 좋아요!!

다락방 2011-07-25 13:18   좋아요 0 | URL
정말 좋죠, 웬디양님! 오늘은 집에서 좀 늦게 나와서 마을 버스를 못탔어요. 한강을 못봤어요. 내일은 꼭 볼거에요. 불끈.
네, 아침에도 밤에도 한강을 보는 건 좋아요.

근데 지금은 어서 빨리 퇴근하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
 

 

나는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를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소설을 쓴 그녀가 부럽지는 않았다. 내가 부러운 건 니콜 크라우스가 그녀의 남편,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헌사를 받는 사람이라는 것이었고, 그녀가 이번에 새로 발표한 소설 『Great House』에 바친 헌사의 두 주인공인 자신의 아이들이 곧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아이들이기도 하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조너선 사프런 포어와 함께 사는 여자가 되었을까. 정말 부러웠다. 이런 내 기분을 잘 나타내주는, 왜, 이런 시가 있지 않은가. 

 

첫사랑
                                          -정세훈


녀석이 나보다
부잣집 아들이었다는 것도
학업을 많이 쌓았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았다
다만, 녀석이
내 끝내 좋아한다는 그 말 한 마디
전하지 못했던 그녀와
한 쌍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왔을 적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섧게 울어 버렸다 

 

나는 팬심이 없는 사람이라 조너선 사프런 포어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사실 그의 사진을 찾아본다거나 그의 홈페이지나 기사를 찾아본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주 우연한 기회에, 니콜 크라우스의 사진을 보게 됐다. 

 

 

앗! 예쁘다...(옆의 남자는 조너선 사프런 포어) 예쁘구나....예뻐....예쁜 얼굴을 보고 나니 비로소 그가 포기가 된다. 그래, 나는 어차피 안될거였어...하아- 

이런 좌절감을 안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이것보다 더 큰 비보를 전해 듣는다. 오! 오! 내 두다리가 흔들리는 순간. 친구가 문자메세지로 전해준 소식. 지독하게 슬픈 이야기. 그것은 바로 『트랜스포머3』의 여자주인공 '로지 헌팅턴 휘들리'가 오, 무려, 

재이슨 스태덤의 여자친구란 사실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차라리, 차라리 바다 하리랑 사귀지, 왜, 도대체 어째서 재이슨 스태덤인거야, 대체 왜! 그녀는 87년생인것도 모자라(아, 지독하게 젊구나) 이렇게 생기고, 이런 몸매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돈도 잘 버는데!!  

 

 

하아- 재이슨 스태덤의 기사를 찾아보다가 status: single 이 문장을 보고 심장이 벌렁거렸었는데. 결국 내가 최종적으로 다다를 곳은 바로 그의 옆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87년생 젊고 예쁜 여자라니. 이건 싸움이 안되잖아. 나는 그를 아무말도 없이 그녀에게 보내줘야 하는거구나. 저렇게 둘이 나란히 손잡고 걷는거, 그거 내가 해보고 싶었는데. 그는 내 모든 환상과 상상과 이야기속의 주인공이었는데. 나는 그를 꿈꾸고 그를 생각했는데. 언젠가는 우리가 나란히 걷기도 하고 마주보는 일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주연한 영화를 보면서 모니터 해주고, 힘든 촬영을 하고 돌아온 뒤면 시원한 맥주를 꺼내어 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가 녹초가 된 날이면 아무말도 없이 내 침대의 한 구석을 내주게 될 날이 내게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젠 모두 저 젊고 예쁜 여자의 몫이구나........ 내가 그를 가지고 싶다고 해서 차마 그녀와 헤어지기를 바랄수는 없다. 내가 행복해지자고 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일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나는 그를, 묵묵히 보낸다. 물론, 그는 내가 자기를 보내는지 어떤지 알 수도 없겠지만....  

난 많이 울겠지. (엉엉)

난 이제......... 

무슨 꿈을 꾸고 살아야 할까..

 

아프다. 마음이 아파........ 하아- 

 

 

오늘 아침, 카카오톡을 탈퇴했다. 진작에 탈퇴하고 싶었지만, 탈퇴할 수 없는 이유였던 1人이, 오늘 오전에 기꺼이 나를 위해 0.99달러를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어주는 바람에(지구상에서 제일 멋지다), 나는 이제야 드디어 탈퇴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동료 직원이 나와의 대화창을 클릭하니 [알수없음]이라는 메세지가 떴다고 했다. 그동안 다락방의 카카오톡 친구였던 분들, [알수없음]이 떠도 놀라지 말아요, 탈퇴했어요. 난 알 수 없는 여자에요. ㅎㅎ 모두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해요. 여러분, 안녕!

재이슨 스태덤도 없는 그런 카카오톡 따위! 흥!! 

 

재이슨 스태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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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7-1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그냥 들어왔는데 내가 1빠 했어요. ^^

다락방 2011-07-19 16: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냥 들어왔다고 말하지 말고 다락방이 보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라고 말해봐요, 쫌!!

무해한모리군 2011-07-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이슨 스태덤이 저런 미녀와 사귀다닛!

다락방 2011-07-19 16:51   좋아요 0 | URL
너무 가슴이 아파서 우느라고 일을 못하겠어요, 휘모리님. ㅠㅠ

네꼬 2011-07-1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여자들 다 싫어! (인상 쓰고 있음)

네꼬 2011-07-19 14:5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다락님은.... 일단 뺍시다.

무스탕 2011-07-19 15:15   좋아요 0 | URL
네꼬님. 나 미워하지 마요 T_T
이제 그만 이뻐질게요 T_T

=3=3=3=3=3

다락방 2011-07-19 16:50   좋아요 0 | URL
저는요 네꼬님,
모든 여자들이 좋아해요. 절 싫어할 이유도 시기할 이유도 질투할 이유도 없죠.
제가 여자들한테만 인기가 많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네꼬 2011-07-19 19:15   좋아요 0 | URL
으하. 무스탕님. 무스탕님은 제가 싫어하면서 좋아하고 있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짜임. (흥, 제가 언젠가의 그 사진-쏘 큐트 커트-을 잊었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레와 2011-07-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카피하다]에서 줄리엣 비노쉬가 입었던 브라운실크(?) 원피스도 아주 탐이났었는데,
저 로지헌팅턴 휘들리(이름이 뭐 이랫)가 차안에 앉아 있는 사진의 원피스도 탐이 나누만요!
나한테 아주 어울릴 것 같은데.

흠..





다락방 2011-07-19 16:4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이름도 왜 저모양이래요. 이름은 다락방이 훨씬 이쁘구먼. 흥흥!!

전 그녀의 옆에 서있는 남자가 탐이 나요.

무스탕 2011-07-1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슬픔이 저 태양이 내 뿜는 열기마냥 팍팍 와 닿아요. 흙흙흙

다락방 2011-07-19 16:48   좋아요 0 | URL
전 일도 많고 바쁜 와중에 이렇게 정신 없는 페이퍼를 쓴 것이죠. 충격에 못이겨서. 설마설마 했는데 둘이 손잡고 가는 사진까지 내 눈에 띄다니. 전 진짜 콱, 죽어버릴라고 했다구요!! ㅠㅠ

웽스북스 2011-07-1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충격적인 건 87년생이 그리 '엄청나게' 어리지는 않다는 거에요 흑흑. 근데 전 유료어플 다운받는 법도 모르는데... 그거 받으면 핸드폰 요금에 포함되서 나오나요 ??

다락방 2011-07-19 16:47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안드로이드에선 무료 어플입니다. 훗 :)

87년생이 '엄청나게' 어린게 아니라는건 충격이에요, 웬디양님. 저랑은 강산이 한번 바뀐 차이인데.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재이슨 스태덤 저 자식, 어린 여자 좋아하는 남잔줄 내가 미처 몰라봤네요. 난 어린 여자 좋아하는 남자는 질색팔색이에욧!! 흥!!

하아- 눈물나..

2011-07-19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07-1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로 안 예뻐요. 저 여배우는. 제 마음속 다락방님이 훨씬 미녀랍니다. 제이슨 스타텀이 다락방님과 술 한 잔 할 기회만 가진다면 여자친구를 아예 뻥 차 버릴지도 모른다구욧. +_+;
그나저나,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저렇게 생겼군요. 굉장히 똘똘해보이는 인상 ^^

다락방 2011-07-19 16:56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그러니까 그게 '마음속' 다락방은 초절정 미녀지만 눈앞의 다락방은 미녀가 아니라서;;
재이슨 스태덤이 저랑 술을 한잔 한다면 저한테 '니가 술값내라'라고 할 지경입니다요. ㅠㅠ

히융 ㅠㅠ

pjy 2011-07-1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슬프지만 인정-_-; 그녀들은 그들 옆에 있기에 충분하군요~ 눈물납니다~

다락방 2011-07-19 18:12   좋아요 0 | URL
뭐에요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정하지 마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새초롬너구리 2011-07-1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로지양 좀 백치미던걸요 남자가 멋져보이다가도 그가 선택한 여자보고 확 깨거나 별로로 보이다 여자때메 다시 보이기도 하던데... 눈물을 닦고 더 멋진 남자 찾아보아요~~~^^

다락방 2011-07-19 18:28   좋아요 0 | URL
앗. 새초롬너구리님이닷! 제 실연을 위로해주기 위해 오셨군요. 흑흑.

맞아요, 새초롬너구리님. 남자가 선택하는 여자를 보고 그 남자가 더 근사해 보이기도 하고 또 후져 보이기도 하죠. 그리고 괜찮은 남자의 여자를 모르는 경우, 저렇게 괜찮은 남자가 선택한 여자는 대체 어떤 여자일까,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구요.

재이슨 스태덤보다 더 멋진 남자를 제가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겐 이제 그런 남자를 찾을 열정 같은게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서요. 하아-

D 2011-07-19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락방님, 여배우와 사귀는 남배우라니 이건 애초에 글러먹었어요, 홀가분하게 마음을 접어버려요. 앞으로 작품할 때마다 마주치게 될 더더더더더 어려질 여배우들과의 말랑말랑한 장면에서, 그는 분명히 가끔 마음이 흔들리고, 유혹에 넘어갈 것이며, 그 때마다 락방님은 초조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말라 죽고 말 거에요. 이 과거(응? 아직 현재 진행형인데 이미 과거로 몰아버렸어요)를 용서하지 마시고 확 차버려요!

다락방 2011-07-19 18:4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확 차버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하아- 네, 말씀하신 것처럼 그는 아마도 그렇겠죠. '애초에 글러먹었'다니 완전 뿜었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과거, 네, 용서하지 않겠어요! 불끈!!

네꼬 2011-07-19 19:03   좋아요 0 | URL
와하하하하하! 나도 이렇게 쓸걸!! D님처럼요. 와하하하하하!!!

다락방 2011-07-19 19: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근데 D 님이라니까 꼭 내가 쓴 것 같잖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1-07-1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도 아니고 여자친구라는데 뭘 그리......

다락방 2011-07-19 19:0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긴장 안해도 되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1-07-19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9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1-07-1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제가 저번에. 좀 빈티나게 생겼어요 ;; 했던 여배우 이름이 이 모양이었군요 쓰기도 힘들고 말하기도 힘들..;
근데 진짜 별루 안 이쁘던데... 하하. (말하고 나서 또 반성해야겠죠 ;;;)

다락방 2011-07-20 09:28   좋아요 0 | URL
저는 저여자 입술에 쑝가가지고.. ㅎㅎㅎㅎㅎ
뭔가 살짝 멍청해 보이면서 입술이 두꺼운게 너무 예뻐요. ㅎㅎㅎㅎㅎ

아 건조기후님, 저 어떡해요? 전 이제 건조기후님 닉네임만 보면 육사생 자동연상..조건반사 ㅜㅜ
살려주세요!

건조기후 2011-07-21 10:14   좋아요 0 | URL
육사생은.. 전 개인적으로 아는 생도는 한 명도 없는데 웃긴 이미지만 남아서 ㅋㅋㅋ

근데 음 저 니콜 크라우스 보고 아 예쁘다 하고 뭔가 더 할 말이 남은 기분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마노아님이랑 닮으신 거 같아요. 그쵸? 지금 마노아님 옆모습 사진이랑.
생김새랑 분위기랑 다... 에휴 참 예쁘시다.
예쁜 사람은 예쁜 사람 닮고.. 닮은 예쁜 사람 없는 저는 그래도 꿋꿋이 살 거고.. 뭔 소리... ㅎㅎㅎ

부산은 오늘 꼭 가을같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요. 기분좋은 목요일입니다. ^^

다락방 2011-07-21 16:52   좋아요 0 | URL
전 예전에 해군 녀석들과 미팅한게 전부였던 듯. ㅎㅎ 녀석들이 부대에서 양주 사왔더랬어요. ㅋㅋㅋㅋㅋ 아, 그 시절의 풋풋한 기억들이 이젠 참으로 오래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아 그러니까 생각나는게, 저희 회사동료 E 양의 친척 중 한분이 직업군인 이신데, 휴가나 명절때 술을 잔뜩 사다주신대요. 그집 친척들이 모두 술고래라서요. E 양을 포함하여.. 그래서 술박스를 쌓아놓고 술을 마신대요. ㅋㅋ

저는 기분 좋은 목요일은 아니고 졸린 목요일.. ㅎㅎ 어제도 술을 마시고 집에 택시타고 들어가는 몹쓸짓을 ㅜㅜ 택시비가 이만원 ㅜㅜ 하아- 난 대체 어떤 삶을 사는걸까요? ㅜㅜ 나빠, 택시비 이만원 나빠 ㅜㅜ

니콜 크라우스 엄청 예쁘죠? 뭔가 분위기 있고. 히융 ㅠㅠ
마노아님하고 닮았나요? 니콜 크라우스는 분위기 있게 예쁘고 마노아님은 인형처럼 예쁜 것 같은데요, 저는. ㅋㅋ

마늘빵 2011-07-20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 안에서 핸드폰 만지작 거리는 저 여인의 자태에 자꾸만 눈이 가요. 나 그래도 되는 거죠?

다락방 2011-07-20 09:27   좋아요 0 | URL
나도 오늘 버스안에서 핸드폰 만지작 거렸는데.. ( '')

무스탕 2011-07-20 13:58   좋아요 0 | URL
저 여자처럼 팔뚝이랑 허벅지랑 다 드러내놓고 핸드폰 만지작 거린거 맞아요? 캬캬캬~~~

다락방 2011-07-20 17:49   좋아요 0 | URL
에........음..............어.............그러니까......... ( '')

버벌 2011-07-2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7년생이라뇨..... 87년생이라뇨................. 그런데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처음 봤어요, 저는 작가들 사진을 일부러 찾아보는 스탈이 아니라서 아는 얼굴이 몇 안되거든요. 그런데. 그가... 사진 보고 더 좋았졌음요. -> 뭥미~? ㅋㅋㅋㅋ

다락방 2011-07-21 16:54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사진 보면서 처음 봤어요. ㅋㅋㅋㅋㅋ 암튼 근데 좋아요. ㅋㅋㅋㅋㅋ
대체 어떤 남자길래 저런 여자를 골랐으며, 어떤 여자길래 저런 남자가 남편이 되었을까요? 멋져요!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알아본 것 같아요. 반면에 재이슨 스태덤은, 물론 저는 그의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실망이에요. 뭔가 실망. 흥!!

87이 뭡니까! 7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알죠. ㅎㅎㅎㅎㅎ

2011-07-20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1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1-07-21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 세 권의 책이 다 니콜 크라우스의 책이로군요. 그리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남편이구요. 남편의 책에 헌사를 받는 사람이기도 하고,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두 아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햐아..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였는데..부럽습니닷. 그녀의 책을 읽게 되면, 그 부러움이 더 커질듯해요.

최근에, 고은 시인의 아내에게 바치는 '상화시편'..읽고선..아니..읽다가 던졌답니다. 그 절절한 사랑이 너무 부럽고, 배가 아파서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1-07-21 16:55   좋아요 0 | URL
네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적인 분의 정보에 의하면 곧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올거래요. 그레이트 하우스는 말이지요. 아우.

저는 고은 시인의 시집은 안 읽을랍니다, 달사르님. ㅎㅎ

닉투 2012-05-3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사프란 포어 검색하다 여기 왔는데욧.
저 여자요?
글쎄요. 제가 보기엔 별로 안 이쁜데...
어떤 사진을 보고 예쁘다고 하시는건지...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몇 권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 읽어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 읽겠지, 라고 무심했는데 지난주 토요일 경향신문 북섹션에서 그의 책이 새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으응, 그렇구나. 중편 두개가 실려있단다. 오. 그렇다면 이걸로 나는 츠바이크를 시작해볼까?  게다가 제목도 좋잖아?

 

 

 

 

 

 

 

그래서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오우, 읽자마자 짜증이 샘솟았다. 왜냐하면, 

본문이 시작되는 9페이지에 '그의 애틋한 눈길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으응, 애틋한 눈길이군, 하며 읽는데 10페이지에 또 '그녀의 모습을 애틋한 눈길로'라는 문장이 나오는거다. 아, 두번이나 연달아..쩝.. 이러고 읽는데 우우우우 11페이지에 또 나온다. '그녀의 애틋한 눈길이' 라는 문장이. 9페이지에서 11페이지까지 세 페이지에 세번. 각 페이지마다 한번씩 '애틋한 눈길'이 나오는 걸 보니 미치겠는거다. 그만 좀 애틋하란 말이다!! 나는 이 책을 그만 읽을까 싶어졌다. 그만 읽고, 이 세상을 죄다 불질러 버릴까? 사무실을 불질러 버리고 빌딩을 불질러 버리고 이 세상을 내가 다 태워버릴까? 하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의 애틋한 눈길을 세번 극복하고 나면, 그 뒤로는 괜찮아진다. 그리고 48페이지. 나는 밑줄을 그었다. 

그렇다. 그는 자신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믿었지만, 열정이 지탱하던 긴장감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인간은 추억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p.48) 

나는 밑줄을 긋고 생각했다. 인간은 추억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걸까? 나는 여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어떤 기억들을 결코 잊고 있지 않고, 그것들은 내게 꽤 강하게 기억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상대와 헤어졌어도 가끔은 그것들을 끄집어내어 떠올리며 살아가는게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일인걸까? 지금은 가능해도, 조금 더 지내보면 그게 아닌걸까? 인간은 정녕, 추억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걸까? 나는 불과 얼마전에도 '아니야, 나는 지금 괴롭지만 좋았던 기억들로 버텨낼 수 있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살아갈 수 없을까? 불가능할까? 나는 살아갈 수 있다고 대답하고 싶은데, 확신할 수가 없다.  

그 순간, 그는 그녀를 향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뭉클한 감동이 밀려와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그녀에게 또 한 번 길고 상세한 편지를 썼다. 이리하여 오래전에 중단되었던 그들만의 습관, 편지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일상을 낱낱이 들려주던 습관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세상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지만, 그들의 이 오랜 습관만은 사라지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p.52) 

오와- 우- 멋지다. 편지를 주고받는 사랑하는 관계라니. 물론 여자는 독일에, 남자는 멕시코에 있었으니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해서 그것이 쉬운 일인것은 아닐텐데. 그것이 그들의 습관이라니 너무 근사했다. 편지를 보내놓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지금쯤은 상대가 받았을까? 하는 그 마음. 그리고 답장을 기다리면서 또 얼마나 설레었을까. 오늘은 오려나, 내일 오려나. 게다가 '나의 일상을 낱낱이' 적어서 보낸다니. 나는 물론 나의 일상을 낱낱이 적는 일은 할 순 없을 것 같지만 편지를 주고 받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그리고 세상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아도 사라지지 않은 그들의 습관이 정말 근사해서, 나도 그런 습관을 하나쯤 만들고 싶었다. 나랑 편지를 주고 받읍시다, 그것이 우리의 습관이 되도록 합시다, 하고. 세상 모든것이 바뀌어도 우리의 습관을 바꾸지 맙시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제일 처음의 중편 「이별 여행」을 다 읽고, 이제 그 뒤의 중편 「당연한 의심」을 읽기 시작했다.  

 

 

어제는 타부서의 남자직원과 둘이 술을 마셨다. 아직 취하기도 전인데, 그 직원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저는 왜 과장님을 좋아할까요? 

(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는 뻔뻔하게 이렇게 답했다. 

예뻐서? 

그러자 순식간에 찾아오는 침묵............................................어색한 공기.................................................빨개지는 내 얼굴...............................................................벗어나고 싶다, 여기서................................. 

왜 본인도 해놓고 무안한 말씀을 하세요? 

그러게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제길. 

 

 

어제 1차는 소주에 순대였다. 간도 염통도 맛있었다. 어제 같이 술을 마신 직원이 데리고 간 곳인데, 맛있는 순대를 먹고 나자 나한테 보고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거기로 데려갔다. ㅋㅋㅋ 2차는 육포에 맥주였다. 나이쓰~ 육포 짱! 하아- 그런데 불족발은 언제 먹으러 가나.. 불족발을 먹기 전까지는 편하게 잘 수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머리가 아프다. 아침 식탁에는 반찬이 여러가지 있었는데 나는 열무김치의 국물을 연신 퍼먹었다. 아우. 머리가 댕댕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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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7-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는군요!!! 부럽습니다. 타부서의 남자직원과 둘!이서 술을. 그 분, 다락방과장님을 정말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왠지 두근 +_+;
저도 츠바이크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요.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다락방님따라 이별여행으로 츠바이크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두통은 이제 좀 괜찮으세요? 저는 맥심아이스커피를 타서 달달하게 마시고 있어요. 타이레놀 두 알도 먹고요. 살 것 같아요. ^^;

다락방 2011-07-15 17:57   좋아요 0 | URL
인기라뇨. 무슨 -_-
아마도 술 마시기에 가장 재미있는 상대가 저 뿐인게 아닐까. 하핫. 이별여행, 이 책은 아직 뒤의 중편을 못 읽고 있긴 하지만, 이 책만 읽는다면 음, 제 경우에는 츠바이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질 않아요. 그런데 츠바이크가 최고라고 하시는 분이 제 주변에 진짜 많아요. 밑에 하루님도, 비밀댓글님도, 그리고 레와님도. 아우~ 왜이렇게들 좋아하시는 걸까요? 집에 있는 츠바이크를 읽어보면 알게 되려나요.

저 오늘 점심에 햄버거 먹었어요, 문나잇님. 어쩔 수 없이. 그래서 아직까지도 머리가 아파요. 퇴근길에 후루룩 라면 한 그릇 흡입해야겠어요. ㅜㅜ

하루 2011-07-15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는 최고예요. 정말 최고. <체스이야기>는 단연 압권이랄까나.
그의 이야기는 더 이상 읽을게 없을 줄 알았는데 새로운 책이 나왔군요.
아 행복해.ㅜㅡ

다락방 2011-07-15 17:58   좋아요 0 | URL
하루님은 [체스이야기]가 압권이라 하시고, 레와님은 [연민]을 추천하시고, 비밀댓글님은 [모르는 여인의 편지]를 추천하시네요. 전 집에 [연민]과 [마리 앙트와네트]를 가지고 있어요. 아웅, 뭘 읽지? 그렇지만 저는 오늘 퇴근길에 앤젤러 카터의 새 소설을 읽기 시작 할 것 같아요.

어쨌든, 제가 오늘 하루님을 행복하게 해드렸어요. 그쵸? 뿌듯해라!
:)

하루 2011-07-16 00:32   좋아요 0 | URL
음 <연민>도 단연 압권이죠. :)

pjy 2011-07-1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대 다락방님이 뻔뻔한거 아니예요~ 정곡을 찔린 남자직원이 침묵한거예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특히나 술취하기전이라면! 당연히 예뻐서입니다^^

츠바이크? 오토바이야?? 자전거야?? 저를 우짜면 좋습니까^^; 이참에 저도 읽어볼랍니다~

다락방 2011-07-16 10:50   좋아요 0 | URL
정곡을 찔린..걸까요? 사실 남자가 여자를 술 취하기 전에 좋다고 말한다면 저도 pjy님처럼 생각할수ㅇ있겠지만, 이 경우엔 남자사람이 여자사람을 좋아하는거라 예쁜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ㅜㅜ

다른분들이 다들 츠바이크 좋다고 하시는데 전 판단보류이며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건 나중에 생각할래요. 하하

2011-07-15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6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6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1-07-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민]을 읽어봐요!! 이 여자 사람아!!

다락방 2011-07-16 10:58   좋아요 0 | URL
읽을게요, 읽어보면 되잖아요!!!!!

무스탕 2011-07-1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테판 츠바이크는 읽어본적이 없지만 '마리 앙트와네트'에 대해 적은 책이 있는건 알고있었어요.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면..
약 30년전에 우리나라에 일본 만화가 정식판으로 못 들어오고 뒤로뒤로 들어오던 시절, 일명 해적판이라는 이름의 책들이 난무하던 시절, 일본의 순정만화 작가중 이케다 리요코라는 작가가 그린 '베르사이유의 장미' 라는 책이 있었어요. (이 작가의 '올훼스의 창'도 유명한데 아실랑가..?)
이 책을 우리나라에서 해적판으로 내놓으면서 작가 이름을 일본 원작자 이름을 못쓰고 '마리 스테판 슈바이츠' 라는 이름을 썼지요. 전 그래서 어려서 베르바라를 보면서 외국 작가가 그린줄 알았었어요 -_-

전요, 오늘 점심에 강된장으로 밥을 비벼 먹었고요, 저녁엔 친구들 만나서 스테이크 먹을거에요. 고기라구, 고기 :)

다락방 2011-07-17 20:06   좋아요 0 | URL
저는 말씀하신 만화는 다 알고 있지만 만화책을 보지는 않았어요. 저는 소설책으로 [올훼스의 창]을 읽었거든요. 만화가 원작인지 모르구요. 엄청 재미있어서 그 작가의 책이 또 뭐가 있나 검색해봤는데 검색이 안되더라구요. 제가 가진 책에서는 작가 이름이 '마리 스탠판드바이트' 라고 되어 있어요. 아, 이 작가가 츠바이크에서 따왔나 보군요! 만화가 원작이란 거 알고 너무 놀랐어요. 그래서 만화를 봤는데 1권도 채 보질 못했어요. 제 상상속의 유리우스와 크라우스와 이자크가 너무나 완벽해서 그 그림을 도무지 볼 수가 없었거든요. 휴...

전 여동생 집에 머무르면서 피자와 스파게티와 불족발과(드디어!) 소고기를 먹었어요. 풍성한 배가 되어서 돌아왔어요. ㅜㅜ

달사르 2011-07-1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틋한 눈길, 을 참아야만 하는군요. 그것도 세번이나!
음..애틋한 눈길, 을 참을 수 있게 된다면 저도 저 책에 도전해보겠습니닷!

남자직원은..쫌..많이 귀엽습니다. 맛있는 거 먹고나서 누군가가 생각나면 정말 좋아하는 거라는데..하하하.

다락방 2011-07-17 20:0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젊은 남자직원이 좋아해주는 건 꽤 근사한 일이죠. 훗. 게다가 제가 화장실 간 사이 계산도 했어요. 일개 사원주제에 과장님하고 먹은 술값을 자기가 계산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지지 않습니까?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cyrus 2011-07-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슈바이크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중편이군요. 저도 처음에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을까 고민했어요, 처음 신간도서 정보에 나왔을 때는 아직 책소개가 없었거든요,
다락방님 덕분에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

다락방 2011-07-17 20:08   좋아요 0 | URL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요 저한테는 썩 재미있고 좋은 책은 아니네요. 다른 분들의 추천대로 다른 책들을 더 많이 읽어봐야 겠어요.
:)

에디 2011-07-1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다락방님의 커리어 우먼 페이퍼를 볼 때마다 언제나 무려 '과장님' 이시란것에 놀랍니다. 건대쪽에 맛있는 불족발(이란것이 구워서 나오는 그것이 맞다면)이 있어요.

다락방 2011-07-17 20:0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도 제가 '과장님'씩이나 되고 싶진 않았는데 말입니다. 안하고 싶었어요. 그럴수만 있다면요. ㅠㅠ 싫어요, 과장님 같은 건... ㅠㅠ
으응, 근데 에디님 건대쪽도 가요, 가끔? 마주칠 수도 있었겠어요. 저도 어쩌다가 가거든요. 아주 어쩌다가.

비로그인 2011-07-1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다락님.

평일에 술 안드신다면서요. 또 고개가 젖혀지지 않으신다면 꽤 애틋해질려고 할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1-07-17 20:10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는 왜 애가 이모양으로 의지박약인 것인지, 원. ㅋㅋㅋㅋㅋ 한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안먹겠다는 결심을 하는 그순간부터 저는 제가 지키지 못할 결심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일요일 밤이에요. ㅜㅡ

루쉰P 2011-07-1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슈테판 츠바이크를 매우 좋아하는데 그의 소설보다는 그가 쓴 평전을 좋아해요. ^^ 감미로운 문체로 쓰는 그의 평전은 읽는 동안 굉장히 재밌어요. 시각도 좀 새롭구요. ㅋㅋ 전 그의 팬입니다.

그나저나 다락방님의 프로필 사진 이번 것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센스쟁이!

다락방 2011-07-17 20:11   좋아요 0 | URL
오, 루쉰님은 츠바이크의 팬입니까? 츠바이크의 팬이 무척 많네요. 저도 그의 평전을 읽어봐야 겠어요. 일단 마리 앙트와네트 부터.

제가 올린 사진이 마음에 드신다면 쿡쿡 다행입니다. ㅎㅎ

버벌 2011-07-2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모르는 작가에. 모르는 글이에요. 시도 해볼게요. (김훈님 책을 연속으로 보다가 똑같은 표현이 계속 반복이 되는걸 발견했어요. 각자 다른책임에도. 같은 책인줄 알았.... ㅡㅡ;;)

다락방 2011-07-21 16:58   좋아요 0 | URL
아우..저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책장이 너무 안넘어가서 이걸 읽어 말어 하고 있어요. 끝까지 갈까 말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