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 여자가 웃는 걸 보고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웃는걸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
나는 그가 그 말을 할 때 미쳐버릴 것 같았다. 미소 한번 보는 것이, 웃음 한번 웃어주는 것이 대단한 일이 되는건 상대에 대한 애정 때문일 것이다. 주변의 백명이 모두가 웃어도 내가 신경쓰는 건 내가 사랑하는 단 한사람의 미소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웃게 하기위해 유머를 준비하거나 혹은 웃게 만들 어떤 것을 늘 신경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는 그만큼 힘이 세다. 그리고, 잘 웃지 않는 사람 혹은 웃음을 잃어버린 듯한 사람의 미소도 힘이 세다.
소년은 중앙역에서 엄마를 잃었다. 갈 곳도 잃었다. 그런 소년에게 편지를 대필해주는 여자가 나타나고, 그녀는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런 여자의 집에 친구가 온다. 소년에게 남은것은 자존심과 웃음을 잃은 표정이 전부. 여자의 친구는 처음 보는 소년에게 반갑게 인사하지만 소년은 웃어줄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후, 소년은 씨익, 소리없는 웃음을 여자의 친구에게 지어준다. 바로 그때, 여자의 친구도 웃었고 나도 웃었다. 아, 좋다. 정말 좋구나. 다행이야, 웃어줬어.
그러나 여자는 소년을 해외입양원에 팔아버린다. 그리고 그 돈으로 리모콘으로 사용가능한 성능 좋은 텔레비젼을 사온다. 여자의 친구는 이 사실을 알고 친구에게 소리지른다. 사람이 해서는 안될짓이 있는거라고. 여자는 친구에게 같이 소리치며 싸우지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온 몸에 땀까지난다. 그녀가 원하는 건 어서 빨리 아침이 오는 것. 그녀도 알고 있었던 거다. 자신이 잘못한 것임을. 잘못했다는 것을 아는건 자기 자신이 가장 먼저이고,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 밤, 여자는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되뇌이지 않았을까.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여자는 아침이 되자마자 소년을 데리고 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
(현재 알라딘에서 [중앙역] 영화 DVD 는 2,900원.)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하하, 유가 먼저인지 미가 먼저인지 항상 헷갈려요;; 그렇지만 에브리원이 맨 뒤인건 헷갈리지 않아요;;) 에서도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하는 물음이 나올만한 장면이 있다.
나이도 많고 솔로인 여자. 그녀는 채팅을 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그녀는 남자와 19금의 대화를 나누며 흥분을 하고 그를 만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공원의 벤치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여자도 남자를 기다리고 남자도 여자를 기다리는 그 벤치, 그곳에서 그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이 장면, 정말 좋아해요!!) 여자가 옆의 남자가 '그 남자'임을 알아챈 그 순간, 그때 그녀도 아마 그렇게 속으로 말했을 것이다.
'오 맙소사,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그러나 그녀의 이 중얼거림에는 자조적인 한숨이 끼어들어갔을 것이다. 그럼 그렇지, 뭘 기대한거야, 하는. 정말정말 멋진 장면. 웃다가 울어야 하는지 울다가 웃어야 하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복합적인 장면이다. 아, 그녀를 이제 어찌합니까.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인데,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게 된다면 꼭 한번 '박부길의 손톱깎이'에 대해서 언급해보고 싶다. 이승우님은 좀 짱인듯.
추석연휴가 앞으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벌써부터 두통이 찾아온다. 난 알고보면 굉장히 비관적인 여자사람인지도.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