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슬픈 외국어』를 읽다보면 그런 얘기가 나온다. '무라카미 류'는 자신이 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고(200명이라고 했던가 2000명이라고 했던가, 숫자2가 들어갔던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은 자신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두명만 되도 행복하다고. 나는 역시 이런것에서도 당연히 하루키쪽인데,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그 순간만큼은 좋다, 라거나 뭔가를 연관짓게 됐다든가, 뭔가를 생각하게 됐다든가, 뭔가를 건드렸다든가 하면, 그 한명만으로도 퍽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해지는 거다. 알라딘에 페이퍼는 일주일에 한개만 써야지, 라고 룰을 정했었는데, 오, 역시, 한번도 지켜지질 않았다. 하하. 그런데 음, 따뜻한 말을 들었다. 내 글을 읽고 스산했던 마음이 풀어져 버렸다는. 나는 그 친구의 말이 고맙고 기뻐서 갑자기 룰을 바꾸고 싶어졌다. 힘 닿는대로 열심히 페이퍼질을 하리라, 라고. 역시, 지켜지지 않겠지만.
자, 그래서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마을버스
나는 몇해전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적이 있다. 다치지 않은줄 알았는데 인대가 늘어나서 깁스를 하고 다녔고(여동생과 엄마가 샤워를 도맡아 해줬다. 여름이었거든.), 양쪽 종아리에 손바닥만한 멍이 들었으며 덕분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었다. 그 뒤로 버스를 타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 증상이 있어서 버스는 타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는 좀 나아져서 가까운 거리 버스 타는것은 괜찮지만, 여전히 급정거나 급출발에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만큼 무서움을 느낀다. 아, 그런데 이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었는데... 다시, 마을버스.
어제는 잠실역에서 내려 8호선을 타고 집에 가야 하는데, 신천에서 자리에 앉아버리고 나니 잠실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비가와서 몸과 마음이 흐물거렸으니까. 그래서 내친김에 강변역까지 갔고, 강변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가끔 신이 나를 특별히 예뻐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신이 나를 너무 혹독하게 굴리는게 아닌가 싶을때가 있다. 바로 어제가 그랬는데, 아 글쎄 마을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바깥으로 나오니, 잠시 멈췄던 비가 후두둑 쏟아지는 거다. 아, 제기랄. 우산쓰기 캡 싫은데..
우산을 받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는 좀처럼 오질 않고, 사람들은 정류장에 점점 더 많아지고. 버스를 타기전부터 이미 지쳐있는데, 비는 계속 줄줄 내리고, 나는, 순간, 정말이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바로 그 순간, 이 노래가 생각났다.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보고 생각에 잠길때
요즘에 뭔가 텅빈것 같아 지금에 난 누군가 필요한것 같아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있을때도 문득 자꾸만 니가 생각나 모든시간 모든곳에서 난 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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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로 와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같이 함께라면 모든게새로울꺼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너와같이 함께라면 모든게 달라질꺼야
서로에대해 거의 모든걸 지켜보며 알게 된다는게
말처럼 그리 쉽진 않겠지 그렇지만 난 준비가 된것 같아
너의 대답을 난 기다려도 되겠니?
난 내가 말할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좋아
내말이라면 어떤 거짓 허풍도 믿을것 같은 그런 진지한얼굴
니가 날 볼때마다 난 내안에서 설명할수 없는 기운이 느껴져
니가 날 믿는동안엔 어떤일도 해낼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야
이런 날 이해하겠니
아, 정말 순간 얼마나 듣고싶던지! 아이팟을 사서 유튜브에 접속하면 들을 수 있을텐데,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와 컴퓨터를 켜고 바로 찾아 들었다. CD를 찾는것 보다는 이게 더 빨라서. 전주부분을 듣는데, 그때부터 막 좋은거다. 하아- 일상으로의 초대, 라니. 난 내가 말할때 귀 기울이는 너의 표정이좋아, 나도 그렇다. 친굴 만나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깨어있을때도 문득 자꾸만 니가 생각나 모든시간 모든곳에서 난 널 느껴, 미치겠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왔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 이 노래가 좋아서 영화를 보게 됐던 바로 그 노래. 이 노래를 좋아하는 내 한 친구는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가 과거분사를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은 사랑이었지요, 이미 끝나버렸지만.
Lay a whisper on my pillow
Leave the winter on the ground
I wake up lonely
There's air of silence
in the bedroom and all around
Touch me now
I close my eyes and dream away
베개에 한숨을 내뱉고,
싸늘한 기운을 바닥에 남겨둔 채
난 외로이 잠에서 깨어나요
침실과 주위에는
적막의 기운만이 감돌아요
지금 내게 손길을 주세요
난 눈을 감고 상상의 나래를 펴죠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It must have been good
But I lost it somehow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From the moment we touched
till the time had run out
분명 사랑이었지만 이젠 끝났어요
행복한 사랑이었지만 어찌되었든
난 그 사랑을 잃어 버리고 말았죠
분명 사랑이었지만 이젠 끝났어요
우리가 서로를 느꼈던 그 순간부터
시간이 다 되었을 때까지 말이에요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It was all that I wanted
now I'm living without
It must have been love but it's over now
It's where the water flows
It's where the wind blows
분명 사랑이었지만 이젠 끝났어요
그 모든 게 내가 원하던 것이었지만,
이젠 그 사랑 없이 살아야 해요
분명 사랑이었지만 이젠 끝났어요
그래서 눈물이 나요
그래서 마음이 혼란스러워요
그것은 사랑이었지요. 이젠 끝.나.버.렸.지.만.
어제는 끝났고, 오늘은 진행중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시작했다. 아, 정말이지, 읽다가 막 울컥 한다. 다른이들이 한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멍청한 인간들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싶다.
이제 14분 후면, 점심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