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블루 몰타
김우진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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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는 당연히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당연히 마음에 드는 여행기 만나기는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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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8-0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별셋입니다 ⭐️⭐️⭐️
락방님 여행기 기다립니다! 별 100개 대기 중!

다락방 2024-08-07 09:49   좋아요 1 | URL
제 여행기가 딱히 쓸만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걍 먹고 걷고.. 그게 다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8-07 0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여행기 제목 <먹고, 달리고, 대화하라> 어떠세요?

단발머리 2024-08-07 09:14   좋아요 1 | URL
괜찮은데요. 일단 초판은 5,000부 찍어볼게요! 😎

다락방 2024-08-07 09:48   좋아요 1 | URL
제가 대화라고 할 건 별로 없고요 ㅋㅋㅋ 음식 주문하고 땡큐 하고 뭐 그런게 전부인데 말입니다. 먹고 달려라.. 까지만 할까요? ㅋㅋㅋㅋㅋ 아니면 먹고 달려라, 주로 먹어라. 이렇게??

독서괭 2024-08-07 10:03   좋아요 1 | URL
먹고, 마시고, 달려라 - 지구 어디에서든
어때요? ㅋㅋㅋ 아니 근데 이번에 상점에서도 스몰톡 하셨자나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4-08-07 10:12   좋아요 1 | URL
전 일단 <먹고 달리고 대화하라>에 1표 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의 파란, 나폴리 작가의 작업 여행 1
정대건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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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덕분에 나폴리 피자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이탈리아 피자가 맛있는 게 아니라 나폴리 피자가 맛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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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스무시간이 넘는 비행이니 책을 다섯권이나 챙겨갔지만, 오오 나란 여자...한 권도 보지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에야 비행기에서 뻗을 걸 알았지만, 아니 정말 넘나 뻗어버림.. 밥 먹을 때만 깼다. 그런데 로마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왜 잠을 자죠? 흠흠. 여하튼, 그렇게 왕복 다섯편의 영화를 봐버리는데, 로마에서도 아이패드로 자기 전에 친구랑 새벽까지 영화를 본 걸 포함하면 여섯편을 보았다. 세상에..


그중에 가장 좋은 영화는 단연 <패스트 라이브즈> 였다. 다른 영화들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얘기하게 되겟지만 패스트 라이브즈는 단독으로 다뤄줘야 한다. 이 영화는 내가 개봉당시부터 보고 싶어했었는데 놓쳤고 그래서 계속 봐야지 벼르고만 있었는데, 세상에 기내에서 상영하는 겁니다. 눈물이 났죠. 어머 이건 봐야해!



제목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생', '지나온 삶' 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나는 그저 지나온 시간, 이라고 해서 과거를 의미하겠거니 하고 봤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전생'과 '인연'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해성(유태오)'과 '나영(그레타 리)'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며 각별히 친했는데 나영의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좋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지만 헤어지게 되고 각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12년 후, 나영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성이 자신을 찾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연락하게 되어 12년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매일 전화하는 사이가 된다. 12년 후의 나영은 뉴욕에 다시 이민을 와있었다. 극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아직 제대로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2년 전에 친하게 지냈던 해성과 연락이 닿아 그들은 매일 연락하는 사이가 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차가 달라 자다가도 전화를 받아야 했고 친구들과 있다가도 전화하러 가야했다. 그러니까 이 통화는 그들에게 지금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서로가 너무 소중한 것이다. 이 전화를 놓칠 수 없어! 내가 아무리 자고 있어도 니가 오늘 수업 들어가야해서 지금 밖에 시간 없다고 하니까 지금 통화해야지! 막 이렇게 되어버렸단 말야? 그러다 돌연 나영이 우리의 관계를, 즉, 이 통화를 이제 그만하자고 말한다. 해성은 이유를 묻고, 나영은 이렇게 답한다.


"나는 뉴욕으로 두번째 이민을 왔어. 극작가가 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건데 요즘 나는 한국가는 비행기티켓만 알아보고 있어."


하아-


이거 뭔지 너무 알지, 완전 알지. 우리 누구나 다 이런 경험 살면서 한번쯤은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그만두자고 말하는 이유가,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당신에게 너무 몰두하고 있어서이다. 내 삶에서 당신이 너무 중요해지고 커져서 내가 하고자 하려고 했던 일에 몰두하지를 못하기 때문에, 동시에 두가지를 한꺼번에 신경쓸 수 없어서, 그래서 일단 나를 챙기려고 하는 거, 이거 뭔지 알잖아요, 다들. 알잖아요? 알죠? 알잖아!


나도 이렇게 상대에게 몰두했던 적이 있고, 그렇게 몰두하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때가 있다. 그건 내가 싫었다는 게 아니라, 이러면 안되는데, 해서 내 자신을 좀 다독이고 싶었던 거였다. 내가 나를 좀 다스리기 위해 썼던 방법은 그 당시에 백팔배와(응?) 컬러링북 색칠하기(응?) 가 있었다. 그런데 컬러링북 색칠하기는 내 적성에 맞진 않았... 여하튼 그렇게 내 정신이 온통 상대에게 쏠렸던 때가 있어서 자꾸만 브레이크를 걸어야 했더랬다. 브레이크는 그 쪽이 먼저 걸긴 했지만... 하여튼 그렇게 해성과 나영은 다시, 멀어진다.



그리고 또 12년의 시간이 흐른다.

나영은 글을 쓰기 위해 갔던 장소에서 만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 상황. 그렇게 부부로 지내고 있는데 12년 만에 해성이 뉴욕으로 나영을 만나러 오기로 했다. 해성도 이미 나영이 결혼했고 남편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렇게 그들은 재회한다. 아주 오랜만에 재회해서 함께 뉴욕을 걷고 그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영의 남편은 이들의 이 특별한 관계를 당연히 부러워한다. 너무 특별한 사이잖아. 어릴적에 헤어졌단 12년후에 연락이 닿아 신나게 연락하고 그러다 다시 끊어졌는데 또 12년 후에 만나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오다니. 이 사연 자체가 특별하잖아. 그리고 나영의 남편은 해성을 만나보고 싶어한다. 그렇게 나영과 해성 그리고 나영의 남편이 한자리에서 만난다.


나영의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이 관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해성은 나영의 남편과 있는 자리에서 나영에게 말한다. "네 남편이 좋은 사람인게 이렇게 아플 줄 몰랐어." 라고. 그리고는 인연과 전생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이번 생애서 우리의 인연은 딱 이만큼 까지인거라고 말한다. 24년전에 나영은 해성과 좋아하다 이민을 갔고 12년전에 나영은 연락을 끊자고 말했다. 그런 나영은 해성에게 떠나는 사람이다. 해성은 나영에게 "너는 나에게 떠나는 사람이지만 네 남편에게는 머무르는 사람이네." 라고 말한다. ㅋ ㅑ ~


소주 없이 들을 수 없는 말 아니냐, 진짜.


그렇다.

나라는 한 인간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식으로 정의되고 기억된다. 그건 악인일 수도 있고 선인일 수도 있는 것처럼, 지극히 개인적으로 떠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머무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영이라는 한 인간이 해성에게는 자꾸 떠나는 사람이었다. 잡힐듯하다 떠나고 잡힐듯하다 떠나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뉴욕까지 만나러 왔지만 나영은 해성의 곁에는 있을 수 없는 사람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나영의 남편이 나영을 옆에 두기 위해서는 큰 애씀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 그들이 거기에 함께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미래를 함께 하기로 했고, 그렇게 계속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남편에게 나영은 '머무르는' 사람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난다. 그러니까, 내게서 자꾸 떠나가는 사람, 결코 잡히지 않는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곁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어주는 그런 일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옆에 두고 싶은 사람을 내 옆에 두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어떤 일은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라면 더 그렇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내게서는 떠나고 그러나 별 애씀 없이도 다른 사람의 곁에는 머무르는. 



해성은 이걸 받아들인다.

응, 내게서 떠나는 사람인 너는 네 남편에게 머무르는 사람이지. 우리는 이번 생애서는 안되는 인연인거고. 그렇게 격렬한 감정을 품었던 사람과 이제 진짜 안녕을 하고 돌아선다. 그런 해성을 바래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나영을 보고, 그 마음이, 그러니까 돌아서 가는 해성의 마음도 마음이지만 해성이 그걸 받아들이고 돌아서는 걸 봐야 하는 나영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 그것은 정말이지 여러가지가 복합되어 있지 않을까. 아쉬움 후회 미련 미안함 안타까움.. 손 한 번 잡지 않았던 이들의 사랑이 질척댐 없이 아쉽게 돌아서는데, 나는 그만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은 무슨 눈물이냐고 물으면 그 감정의 정체는 모르겠다. 왜 울어? 그러면 나도 몰라, 이렇게 되는 그런 눈물인거란 말이지.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그런 눈물. 


해성을 보내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는데, 집앞에 남편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을 보자마자 나영은 남편에게 기대어 울어버린다. 남편은 그런 나영을 가만히 안아준다. 


어떤 인연은 먼 공간을 오랜 시간을 거쳐 이동해도 연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먼 공간을 오랜 시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연결되기 힘든걸지도 모르겠다. 나영이 남편과 연결된건 같은 공간에 있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그 장소에, 함께. 그것이 그들을 그 뒤로도 함께 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나영과 해성은 같이 있길 원한다면 비행기 시간을 알아보고 조율해야 했다. 아직 학생이고 꿈을 향해 달려가야 했던 그들에게 그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쉬운 일이었다 해도 달라졌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들이 어떤 상태였든지 간에, 서로를 향해 마구 달려갈 수 있었다고 해도,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이번 생애 인연이 여기까지라면, 별 수 없다. 돌아설 밖에..



내 곁에 머무르길 가장 원했던 사람은, 나로부터 늘 떠나는 사람이었다.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날 잊고 살아줘

나를 잊지마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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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8-06 1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백팔배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07 07:57   좋아요 0 | URL
네 유료료 백팔배 앱 사서 했어요. 지금도 아마 폰에 있을걸요? 안들여다본지 한참 됐지만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8-06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은 영화 같은데... 섣불리 못 보겠습니다~!! ㅎㅎㅎ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네요...

다락방 2024-08-07 07:58   좋아요 1 | URL
이 영화 정말 좋아요 잠자냥 님! 잠자냥 님이 보신다면 아주 좋은 글이 한 편 나올텐데요!!

단발머리 2024-08-0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괜찮은 사람이네요. 웬만해선 나올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해성은 유태오였고............. 아까비......
카를로 로벨리의 문장을 놓고 갑니다. 자연의 일부일 수 밖에 없는 우리 인간도... 결국은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고, 그 관계 속에 있을 때에만 그 사물이 진짜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서로의 맥락 속에 갇혀 있을 때... 그때가 바로 사랑할 때.....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양자론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이론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가진, 자연에 대한 최선의 설명입니다. (99쪽) ........ 사물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 (168쪽)




다락방 2024-08-07 08:04   좋아요 1 | URL
여동생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성이 남편도 있는 자리에서 ˝네 남편이 좋은 사람인게 이렇게 아플 줄 몰랐어˝ 라는 말을 한 건 무례했다고 하더라고요. 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네, 우리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죠. 맞습니다. 아, 예전에 이 비슷한 말을 언젠가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은데...(한참 시간이 지난 후 돌아와서)

검색해보았어요. 예전에 도나 해러웨이 책 우리가 함께 읽을 때 ‘허유선‘이 진행하던 팟캐스트 <철학자의 감상법> 에서 나온 건데요, 그 때 해러웨이 편에서 허유선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모더니즘에서는 내가 있고 너가 있고 관계가 생겼다, 여기에서는 너와 내가 있는게 중요하고 그 후에 관계가 형성된다고 본다,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관계가 있고 우리는 그 안에 존재한다, 여기서는 관계가 우선시되고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거기안에 위치하게 된다, 는 거다. 도나 해러웨이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단발머리 님, 언제나 근사한 인용문을 제게 알려주십니다. 이 관계에 제가 크게 만족한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단발머리 님과 저와의 이 관계, 이 관계 안에서의 단발머리 님과 나.. 샤라라랑~

햇살과함께 2024-08-06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봉 때 보고 싶었는데 귀차니즘으로 못 봤네요! 다락방님 글 보니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잘 다녀오셨구요~~

다락방 2024-08-07 08:04   좋아요 2 | URL
햇살과함께 님, 이 영화 정말 좋아요. 너무 좋더라고요.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다시 가서 보고 싶은, 그런 영화입니다. 언젠가 꼭 보시길 바랍니다. 감성을 촉촉히 적셔줄 겁니다. 샤라라랑~

서곡 2024-08-0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괜찮죠? ㅎ 각본집 출간되어 있길래 읽어보니 각본은 더 좋더라고요 감독의 개인사가 더욱 흥미로웠고요

다락방 2024-08-09 08:58   좋아요 1 | URL
네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넌무 좋았어요. 좋을 줄 알았는데 정말 너무나 좋았어요!!
 

그간 아시아나 유럽 의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내가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적은 없었다. 

일전에 한 번 언급한 적 있지만, 홍콩의 공항에서 같은 아시아인에게 중국에서 왔냐는 물음을 듣고 아니다, 한국이다 답했더니 너네들은 다 비슷하다며 눈을 찢는 시늉을 내 눈앞에서 본 적은 있지만, 아 이것이 그 인종차별이구나, 했지만, 그 당시에 그 행위를 내 앞에서 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건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건 아니었다. 자기도 아시아인이면서 왜 저럼? 하는게 다였다. 그것이 그간 내가 당해본 인종차별의 전부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그 사이사이 인종차별을 당했을런지도 모르지만, 내가 기분 나쁘게 인식한 것은 기억에 없다. 오히려 나는 늘 여행에서 친절함과 다정함만을 만났더랬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여자나 남자들을 만났고, 오 내가 가는 길이 바로 거기이니 함께 가자, 하는 사람도 만났다. 버스정류장을 알려줘놓고 혹여라도 잘가고 있는지 걱정되어 버스정류장에 뛰어와 내가 있나 확인한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 인종차별이 있다는 걸 알고,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도 알았지만, 그러나 나는 짧게 머물렀던 탓인지 백인들로부터도 또 유색인들로부터도 기분 좋은 경험들만을 하고 왔다. 어쩌면 딱 보기에도 여행객인것 같아 친절하게 대해주는게 가능했을런지도 모르겠다. 

며칠전에도 생애 처음 외국여행을 뉴욕으로 갈 거라며 걱정하는 친구에게 '걱정하지마, 네가 여행객인건 티가 나고 사람들은 그런 너에게 다들 친절하게 해줄거야' 라고 말해주었다.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정말 그랬으니까. 지도를 보며 머뭇거리는 내게 '어디 찾는데, 내가 널 도와줄수 있어' 라고 말을 걸어오던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그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눈앞에서 맞닥뜨리고 말았다.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나폴리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려고 했다. 처음 타보는 기차이니 플랫폼을 여기로 가면 되는지 여기로 가서 저 기차를 타면 되는지, 티켓을 들고 친구랑 찾다가 한 번 확인하자, 하고는 플랫폼 앞을 지키는 수많은 직원들중 한명에게 다가가, 익스큐즈미, 하고 우리는 여기로 가야 하는데 이쪽으로 가서 타면 되니, 하고 묻고 있는데, 그는 내가 익스큐즈미, 하고 그의 앞에 서자마자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 당시에는 그저 그가 잠깐 나를 못봤거나 내 말을 못들었거나 그곳에 뭔가 볼 게 있어 그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내가 말을 끝내고 그 앞에 서있는 내내 한 번도 고개를 내 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린 채로 다른 쪽만 바라보다가, 한 백인 여성이 이쪽으로 다가오며 '본 조르노~' 하자 그녀에게는 고개를 돌려 대응을 해주었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대응한다면 나에게는 대응할 수 없을 것 같아 얼른 다른 직원에게 가 다시 묻고 확인을 받고 기차를 타러 가면서, '아, 이거 나 지금 보란듯이 무시한건가? 인종차별 당한거야?' 하는 뒤통수 후려갈김이 왔고, 그래서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 지금 인종차별 당한거야?"


친구는 그런것 같다고 했다. 친구 역시 처음에 그가 우리가 다가온 줄을 몰랐던거라 생각했고 그런데 그 앞에 있으니 어쨌든 돌아보고 대답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끝까지 고개를 돌려 저 쪽을 바라보는 걸 보며 아 인종차별하는구나, 했다고.



나는 내 앞에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무시를 당한 적이 없었다. 이건 처음 겪는 기분 나쁨이었다. 




인종주의의 핵심은 '우열 매기기' 에 있다. 나를 '양공주'라고 부른 남자 그리고 후세인 교수와 동승한 여성을 '조선 년' 이라고 부른 남자는 자신의 우월적 위치에 대한 확신으로 알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혐오 표현을 퍼부었다. 외국인 남성과 함께 있는 우리 몸의 가치를 매김으로써 우리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여성으로 본 것이다. 성적으로나 신분상 우월하다는 확신이 타인을 혐오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태도로 나타났다. -p.20











기차의 좌석을 찾아 앉으면서 너무 억울했다. 너무 화가 났다. 너무 분했다. 

아, 그걸 그 앞에서 바로 인지했었다면, 그 순간 바로 '인종차별이다'라는 걸 알았다면, 그에게 바로 '너 지금 인종차별하는거야?', '너 인종차별주의자야?'해줄 수 있었을텐데, 한 마디도 못하고 고스란히 그걸 겪고 당한 게 너무 분했다. 


부모나 나라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아동은 없다. 우리도 정말 우연적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노력으로 획득되지 않은 국적이 특권이 되는 게 온당할까? -p.48~49



잘못한 건 그인데 기분은 내가 나빴다. 너무 기분이 나빴다. 기분이 나쁜 걸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위축됐다. 쪼그라들었다. 그 다음에 사람들에게 무얼 물어보는 일에 움츠러들게 됐다. 또 무시당하면 어떡하지? 또 나를 못본척 하면 어떡하지? 그게 좀 두려웠다.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이 인종차별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건, 이런 경험이 쌓이고 또 쌓이는 것이겠구나. 이런 경험이 축적될수록 위축될 것 같았다. 당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본래의 성격이 어떤것이든 이런 경험들이 축적된다면 성격 자체가 변할 것 같았다. 그 전에 내게 있었던 수많은 친절하고 다정한 경험들이 무색하게, 나는 지금 눈앞에서 무시당한 이 한 번의 경험에 완전히 휘어잡히고 있었다. 이런 기분이 계속 들게 둘 순 없었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다, 잘못한 건 그다.

지금 이 세상을 살면서 인종차별하다니, 그가 후진거고 도태된거다.

이 경험 한 번으로 움츠러들지 말자, 위축되지 말자.

나는 그간 친절한 경험을 많이 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한 번의 경험이 나를 사로잡게 두지 말자.



나는 로마에서 나폴리로 넘어가고 있었고, 지금 베니스에 있다는 다른 친구에게 이 경험을 얘기했다. 친구는 '이탈리아가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딱히 친절한 느낌은 아니야' 라고 말했다. 그렇다. 그런데, 굳이 친절하진 않아도 된다. 친절은 에너지를 쏟는 것이고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타인으로서 욕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친절하면 좋겠지만, 친절은 내가 당연히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시는 다른 부분이다. 친절한 태도가 아니어도 대응은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닌가. 또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있다면, 그 혐오는 숨겨야 마땅한 게 아닌가. 


공용어가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공용어가 있다면 당연히 좋지 않은가? 문제는, 언어가 우리와 이주민을 줄 세우는 평가의 기준이 될 때 인종차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p.88



이 일에 대해 나는 계속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익스큐즈 미, 대신 본 조르노, 라고 했다면 그는 응답했을까? 그가 응답하지 않은 이유, 내 앞에서 고개를 휙 돌리고 내가 갈 때까지 결코 나를 보지 않았던 이유는, 익스큐즈 미, 때문일까 아니면 나의 겉모습 때문일까.  그러다가 다시 또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내 겉모습 때문이든 익스큐즈미 때문이든, 그는 그러면 안되는거였다. 내가 무시당한 이유를 내가 나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 이건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무시당한 후 나는 자꾸만 나를 되돌아보고 있는거다. 아니, 되돌아봐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인종차별을 한 그 사람이다.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동양여성의 물음에 답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서, 어이 빨리좀 가지 귀찮게, 라고 생각했을까? 우리가 눈앞에서 사라지고난 후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자신이 하는 짓이 어떤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채로 사람들이 차별과 혐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잘했다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고. 그러나 내 앞에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이 있는데도 휙 고개를 돌리고 갈 때까지 결코 시선을 두지 않는 것은, 스스로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분명 알고 하는 행위가 아닌가. 아시아인의 물음에 답하지도 쳐다보지도 않는 것, 그러나 백인 여성에게는 답하는 것. 이것은 스스로도 차별과 혐오를 하고 있음을 알고 하는 행위가 아닌가 말이다. 



위축되려고 해서 자꾸 나를 다잡으며 나는 나폴리를 즐기려고 노력했다.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나폴리도 뜨거웠다. 무언가 물을 일이 있었을 때 약간 주춤했지만, 그러나 주춤하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을 순 없었다. 그런 식으로 여행을 그리고 삶을 지속할 순 없는 법이다. 나는 다시 말을 걸었고, 어떤 사람들은 특별히 더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여기가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곳이니, 라고 물었을 때 어떤 남자는 맞다면서, 그런데 엄청 깊어서 너네는 내려가고 또 내려가야 해. 에스컬레이터를 계속 타, 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정말 정말 아래로 계속 계속 내려가야 해, 라고. 그러면서 너네 어디로 가는데? 물었고 내가 센트럴역이라고 하자, 응 그렇다면 여기로 내려가서 타면 돼, 라고 말해주었다. 


로마로 돌아와서 다음날 만난 상점의 직원은 자신도 아버지 사업차 한국에 갔었다고, 서울과 부산에 갔었는데 서울은 사람이 너무 붐볐고 부산이 자기는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 상점은 유리로 만든 것들을 파는 곳인데 처음에 갔다가 여기서 뭔가를 사면 깨지지 않게 가져갈 수 있을까, 싶어서 묻기만 하고 나왔더랬다. 그리고 사흘후였나, 다시 방문하면서 '나 다시 왔어, 기억하니?' 라고 말해야지, 생각했는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직원이


"너 다시 왔네!!" 하는게 아닌가. 아니, 선수를 빼앗겼다! 그래서 맞아, 나 다시 왔어, 했더니,


"너 비행기 탈 건데 포장 잘해줄 수 있냐고 물었잖아, 기억해!!" 하는 거다. 그래서 맞아, 맞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친구와 함께 무언가를 사고 포장을 하고, 친구는 더 살 게 있다고 해서 기다리면서, 그 직원과 스몰토크를 하는데, 갑자기 그 직원이 "왓츠 유어 패이버릿 컬러?' 하고 물었다. 나는 레드! 라고 답하자, 잠시만 기다려, 하더니 마그넷을 하나 포장해주었다. 너가 다시 와서 내가 선물해 주는거야, 라고. 깔깔 웃으면서 고맙다고 받으면서, 근데 하나만 더 주면 안될까, 내 친구도 주게, 하니까 오케이 하고 그녀의 패이버릿 컬러는 뭐냐고 물었다. 나는 친구에게 무슨 색깔을 제일 좋아하냐고 물었고 친구는 파랑색이라고 했다. 직원은 파랑색 마그넷도 하나 주었다. 우리는 웃으면서 헤어졌는데, 어쩌면 여기서는 내가 돈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정함과 친절함을 받을 수 있었던걸까? 그렇지만 기차를 타기 위해서도 나는 돈을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충격적인 나쁜 경험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잊혀지진 않을 것 같다. 검색해보니 이탈리아가 인종차별로 유명한가 보았다. 하아- 내가 미국에서도 안당한 인종차별을 이탈리아에 와서 당하네. 여기 이렇게 거주하는 유색인들도 많은데. 자꾸만, 오랜시간 외국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인종 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인데, 인종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할 생각을 한다거나, 혹은 당하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위축될 걸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다들 어떻게들 지내고 있는건가요. 위축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도록 합시다. 차별과 혐오는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겁니다. 당하는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특히나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국적, 성별 때문에 차별이라니요. 그건 정말로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겁니다.



이탈리아에 대해서라면 잘생긴 남자들도 많고 매너 좋은 남자들도 많다고 숱하게 들어왔는데, 나는 인종차별하는 백남새끼나 경험하고 왔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여행에서 경험하고 얻는게 참 많은 사람이고 여행을 즐길 줄도 아는 사람이지만, 그런데 이 경험이 너무 강해서 제일 처음으로 얘기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았다.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때의 위축됐던 경험이, 그러니까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위축됐던 경험이, 내 몸안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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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8-0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쾌한 경험했군요~!! 저런 오구오구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갑자기 모든 걸 잊게 하는 ㅋㅋㅋㅋㅋ 너 무슨 색깔 좋아하니 토크토크.....ㅋㅋㅋㅋㅋㅋㅋ
이탈리아 사람들은 관광객에 지쳐서 더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놈이 잘못했습니다...

다락방 2024-08-06 07:44   좋아요 0 | URL
그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하라고 해도 저는 못할 것 같은데 잘만 하더군요. 아마 하루이틀 차별해본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어휴..
저는 경험을 해야 학습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렇게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좋을 것까지 경험하고 말았네요. 세상이란 무엇인가..

hnine 2024-08-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스큐즈 미가 무슨 뜻인지 몰랐네요 그 사람이.
그런 영어 정도는 알아두지, 쯧쯧…

다락방 2024-08-06 07:45   좋아요 0 | URL
어떻게 그렇게 노골적인 무시가 가능한지 잘 모르겠어요. 그것도 보통의 인간은 잘 안될것 같은데요. 무시는 그 사람에게 익숙한 일인가 봅니다.

단발머리 2024-08-05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즐거운 여행길에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전 싱가포르 갔을 때, 딱 한 번 다락방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의류 매장에서요. 매니저가 내 말을 못 알아듣는데.... 제가 정확하게 표현했거든요. 짧은 영어로.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되게 오래 가더라구요.

행복한 기억들이 후줄근한 백남의 기억 덮어가길 바래요. 이를 테면, 친구꺼도 하나 주면 안 되겠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8-06 07:4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정말 못알아들어서가 아니라 못알아듣는 척을 하는거죠. 백인만 인종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유색인종들 끼리도 ‘나는 달라‘ 뭐 이런 생각 같은걸 하는것 같아요. 어휴 이 잔인한 세상..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까요. 저 오늘 출근길에 정혜실 선생님의 [우리 안의 인종주의] 다 읽었는데요, 음, 언젠가는 저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그러니까 친구가 저기 저렇게 있는데 저만 어떻게 쏙 받아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친구는 내가 챙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8-05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 짜증나는 놈이네요!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올 겁니다. 감히 알라딘 셀럽 다락방을 무시하다니..
그래도 역시 회복은 사람으로 하셨군요 ㅎㅎ 매장 점원과 스몰토크! 그러나, 뭔가를 무료로 줄 수 있는 거 보면 주인 아닐까요?? 아닝가?? 암튼 손님 기억했다가 선물 주는 센스라니 참 좋네요.

다락방 2024-08-06 07:4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로마라는 장소는 같았는데 누군가는 저를 대놓고 무시하고 누군가는 저를 살갑게 기억하고 챙겨주네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 같아요. 위축되다가도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건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복받고 살아가는 세상이길 바랍니다. 빠샤!!

건수하 2024-08-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가 심한 나라였군요... 영국이나 프랑스는 이제 워낙 다양한데, 이탈리아는 국민 구성이 그리 다양하지 않아서 타인에 대한 편견이 심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기엔 관광객 너무 많은 나라지만...

저도 스위스 시골에서 겪은 적이 있는데 정말 쭈그러드는 기분이었어요 ㅠㅠ 몇 년 되었는데도 아직 생각하면 기분이 별로예요.
그래도 다락방님께 그 뒤에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어서, 혹시 나중에 생각날 때 기분전환될 일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제 돌아오신 거예요? 로마 못지 않게 더운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락방 2024-08-06 07:51   좋아요 1 | URL
이탈리아도 난민 문제가 심각한가, 라는 생각을 돌아다니면서 했는데요. 그렇게나 관광객이 많지만 한쪽에선 노숙나도 많더라고요. 아이나 개를 데리고 구걸하는 유색인종들이 많던데 마음이 참 복잡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은 돈을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어떤 사람들은 잠잘 곳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하고...

인종차별이 나쁜건 그 당시의 무시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포함해서 그 다음에도 그런 경험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고 또 쭈그러들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종차별을 한 놈이 나쁜놈인데 말이죠. ㅠㅠ

한국 왜케 더워요 건수하 님. 예전에는 베트남이 제일 덥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닙니다. 베트남, 이탈리아, 한국... 다 더위로 미쳐 날뛰고 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은빛 2024-08-07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외국에 나가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인종차별은 당해 본 적이 없지만, 그보다 훨씬 노골적인 다양한 차별을 살면서 많이 당했죠. 정말 다락방님의 경험처럼 처음 차별을 당하면 그 순간에 바로 깨닫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이게 맞아? 하는 의문만 생기죠. 한참 후에 곱씹다보면 그게 정말 차별이었네 하고 깨닫는데, 그때부터 정말 화가 나고 기분이 나쁘고,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위축되어 뭐든 선뜻 나서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제일 화가 나는 것 그 순간에 제대로 대처 못 하고 멍청하게 있었던 제 자신을 깨닫는 일이더라구요. 잘못한 건 그 사람들인데, 오랫동안 그 기분에 잠겨있는 건 피해자인 저라는 사실이 더 열받게 만들구요.

에휴, 그래도 그 정도 차별만 겪으셔서 다행입니다. 가끔 뉴스에서 서양인들이 동양인 ˝여성˝에게만 폭력을 휘두르는 영상이 나와서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무사히 잘 돌아오셔서 다행이예요. 여기 불볕지옥이긴 하지만요.

다락방 2024-08-07 08: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감은빛 님, 그 점이 너무 분했어요. 제가 눈앞에서 맞서 싸우지 못했다는 거요. 시간이 지난 후에 발을 동동 구르며 억울해했다는 거요. 그게 너무 분했어요. 그 사람이 잘못한거니까 그 사람한테 ‘네가 잘못한거야!‘ 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어요. 아 화딱지나요 진짜. 사람들 다 듣는데에서 ‘너는 인종차별주의자다!‘ 이렇게 해줬어야 했는데 말예요. 물론 그렇게 말한다고 그가 부끄러워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요.

무사히 잘 돌아왔는데 이젠 좀 힘드네요. 추석에 끊어놓은 비행기 티켓은 취소했습니다. 당분간 좀 쉬려고요. 하하. 조만간 한 번 봬요!!
 

로마에서는 1일 1 크로아상 하고 있는데 오늘은 듀오링고 속성 수업으로 이틀리아어로 주문해봤다.
살베! 운 꼬르네또 콘 운 카푸치노 페르 파보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짜릿해!! >.<

아 그전에는 달렸다.
이번에는 이탈리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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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4-07-31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멋져요. 다락방님. 유럽을 달리는 여인♡

달자 2024-07-31 18: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 다락방님!!! 제가 한국에 오니 왜 유럽으로 가셨나여 언제쯤 우린 같은 하늘 아래!! 흑흑 로마 엄청 덥지 않나요? 맛있는 거 잔뜩 먹으시구 즐거운 여행 되시길!!! 📚

단발머리 2024-08-01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탈리아에서 한식 먹은 사람은 이탈리아어로 주문 가능한 어떤 한 사람을….
매우 좋아합니다! 멋져요, 락방님! 👍

독서괭 2024-08-02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로와상 먹고 이탈리아 달리기~ 와~~ 다락방님 멋쪄요!!

hnine 2024-08-04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탈리아어 생각보다 쉽지 않더군요. 속성으로 배우셔서 음식 주문까지 하시다니, 얼마나 흐뭇하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