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나이든 여성분이 여러차례 기침을 하셨다. 누가 듣기에도 갑자기 사레들린것 같은 그런 기침소리였다. 그 분은 기침을 하신후 민망하셨는지, 입밖으로 크게 소리내어 말하셨다.


"아이고, 사레들렸네.."


그 분은 동행이 있는것도 아니었는데, 혼자였는데, 그렇게 모두에게 들으란듯이 얘기하신 거였다. 그렇게 굳이 말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이게 뭐야. 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하는거야.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언제쯤 정리될까.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가 그제 친구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래전부터 병원에 입원해계신 터였고, 친구가 문병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안그래도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친구가 며칠전부터 얘기했었는데, 그게 그제였는가 보았다. 장례식장에서는 방문객을 차단한 상태고 가족들만 소수로 다녀간다 했다. 친구는 낮에 잠깐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장례식장에는 지금 친구의 부모님이 계신다고. 사람이 죽었는데도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나는 친구에게 조금이지만 조의금을 보냈다. 어떤 식으로든 애도를 표현해야겠기에. 친구는 할아버지 조의금 받는 건 미안한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친구에게 "이럴때 일수록 마음을 나눠야죠" 말했고, 친구는 고맙다며 눈물이 난다 했다.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나 역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애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대체 언제쯤 정리될까. 친구는 얼마나 속상할까. 친구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안타까울까.







영화 [하우 투 비 싱글]에 '다코타 존슨'이 나온다길래, 오오, 나를 닮은(?) 아나스타샤가 나온다니, 내가 안 볼 수가 없지! 하고 보았다. 영화는 하하하하. 대단히 별로였다. 등장인물들에게 [여자는 인질이다] 권하고 싶을만큼 무슨 정말이지, 짝 찾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들이 나와... 왜들그래... 하아-

그리고 여자들이 자기 집에서 섹스만 하고 가야되는데 잠까지 잘까봐 물이며 컵도 마련해두지 않은 남자 등장인물 보는데 으윽, 너무 싫었다. 쿨한 연애, 복잡한 거 싫어, 진지한 거 싫어, 이러는 거 다 너무 꼴보기 싫어. 쿨한 연애 다 꺼져라. 쿨한 거 졸라 싫어. 밀당 졸라 싫다 진짜. 다들 쿨병 걸려가지고... 쯧쯧.



그와중에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앨리스의 언니인 산부인과 의사였는데(이름이 기억안남), 극중 나이든 싱글여성으로 나온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임신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호르몬의 영향인지 자꾸 남자 생각이 나는거다. 앨리스 회사에서 주최한 파티에 간 이 닥터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쳐다보는 젊은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앨리스로부터 들어 알게 되었는데, 앨리스는 아마도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쯤일것 같다고 언니에게 얘기한다. 언니의 나이가 여기서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든 여성으로 나오는 바, 언니는 앨리스에게 '그렇게 어린 남자는 싫다'고 말한다.



<어린 남자는 온종일 섹스 생각뿐이지. 난 10분 내로 끝내고 푹 자고 싶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건 나이든 여성들의 공통된 생각인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알겠는 대사여서 혼자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섹스하기가 싫은건 아닌데 생각하면 피곤하고 거기에 뭔가 열과 성의를 다하는 것도 싫어서 차라리 안하고 싶다. 할거면 빨리 끝내고 푹 자는 게 낫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화가 불러온 섹스 귀차니즘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런 언니가 만난 이 어린 남자, 밀어내려고 해보았지만 잘 안되었던 이 남자가, 등장인물들중에 가장 '보통의' 남자였다. 다른 남자들은 다 영.... 역시 철들고 인간되고 이러는 게 나이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닌것임에...



아무튼 미국에 날 닮은 다코타 존슨이 있다(아님).





<알라디너 TV 베타테스터 모집> 을 알라딘 서재 코너에서 보았다. 오래전부터 팟캐스트로 낭독을 한 번 해볼까 싶어 마이크까지 사두었지만 마이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썩어가고 있... 그런데 알라딘에서 판을 깔아준다니, 오, 이 기회에 한 번 낭독으로 나서볼까.... 내가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 '영상'이다보니 화면에 보여지는 것이 있어야할 것이고...흐음..... 그렇다면 적당한 곳은 내 서재방인데...지저분하다........통 정리가 안되어있고..... 숫제 창고에 가깝지.......흐음......관두자. 걍 읽고 쓰는 것만 하자. 음..그렇지만 낭독정도는.......아니야 됐어. 아니 그래도 판을 깔아줬는데....아니야 됐어. 흐음......흐음..............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이 책을 요즘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아, SF 는 Science Fiction 의 약자이지' 저절로 떠올랐다. 그러니까 상상했던 일이 이 책 속에서 일어난다.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길가던 성인 남자라든가 남편이라든가 하는 인물들이,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가, 아이의 바지를 강제로 벗기려던 남자가, 사라진다.

SF 를 쓰려면, 한국 여자작가들이 써야 하는 것 같다. 사이언스 픽션. 제대로 공상해서 제대로 써내는 일. 너무 좋잖아?!








어느틈에 2월이 다 가버렸다. 자꾸 시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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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7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20-02-2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기침하시는 분만 봐도 약간 겁이 나니 아마 기침을 하신분도 매우 민망하셨을것 같아요.
 

나는 어릴 때부터 대학 교수가 되고 싶었다. 언제나 지적인 사람들을 동경해왔는데, 어린 내가 생각했을 때 지적인 사람의 완성된 형태가 바로 대학교수가 아닌가. 대학교수라고 하면 바로 똑똑하고 지적인 사람, 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교수가 되기 위해서, 그러니까 지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 오랜 시간을 들여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 쯤에는 교수라는 꿈을 쉽게 포기했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또 노력하는 것도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 교수는 내 길이 아니야, 교수를 하는 사람은 타고나는 거야, 나는 아니야..


이렇게 포기했으면서도 사실 너무 오래된 꿈이라 그런건지 계속 저기 배꼽 근처 어긴가에 남아있는가 보았다. 이 책, 《보이지 않는 가슴》의 저자 '낸시 폴브레'는 매사추세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데, 책 틈틈이 교수로서의 일화가 언급될 때마다 너무 부러운거다. 별 얘기도 아니었다. 그저 교수로 일하면서 강의실에 학생들이 정원보다 많이 들어와 의자가 모자란 얘기를 한다거나,  학생들과 함께 뭔가를 논의해보자 얘기를 했다는,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들일 뿐인데. 그런데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다시 또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든다. 아, 나도 하고 싶다. 나도 교수가 되어서 학생들을 만나고 학생들에게 내가 아는 것들을 가르쳐주고 또 학생들과 함께 얘기하면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찾아드는 거다. 누군가 나에게 '직업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같은 거 너무 말하고 싶다. '낸시 폴브레'는 경제학과 교수인데 호주국립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사회정치이론 프로그램 객원교수이기도 하단다. 세계은행 자문의원이기도 하고, 뭐가 맡은 게 많아...


게다가 옮긴이의 말을 읽노라니, 옮긴이 윤자영 도 메사추세츠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낸시 폴브레 교수랑 공부중이란다. 아아... 내가 되고 싶었지만 굉장히 쉽게 포기했던 교수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어...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정신차리자.



















어제 퇴근 후 집에 가서 밥을 먹고는 이 책을 들고 침대에 들어가 앉았다. 조금 읽다가 [낭만닥터 김사부2]를 볼 예정이었다. 주말에 조카에게 가면 김사부 얘기를 할 수 있을테지. 그 때까지 한시간 반동안 이 책의 남은 부분을 다 읽자, 오늘 다 끝내버리자,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잠이 쏟아졌다. 안돼 읽어야해, 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보지만, 잠이 쏟아지고 쏟아지고 계속 쏟아져서... 아, 모르겠다. 나는 책을 던지고 자버린 것이다. 책 안녕, 김사부 안녕, 나는 자겠네... 그리고 자버렸어. 밥 먹고 금방 자버리니 소화가 될 틈이 있나.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밥 생각이 없는 거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네?)






샌드위치 왜케 쪼꼬미야. 햄치즈프렌치토스트도 샀다... ♡ (두 개 다 내꺼!)



출근하는 길에 어제 못다읽은 책을 집어들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데 아 진짜 너무 좋아. 집중 캡 잘돼. 아아...역시 지하철에서의 독서가 짱이다, 최고야. 특히 아침 출근 시간의 지하철, 그 안에서의 독서는 효율 백만배다. 아아,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르면서, 이렇게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도 될 수 있지 않을까, 교수... 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아, 됐다, 포기해, 자꾸 쳐다보지마...하였던 것이다.



자, 어쨌든 이 책을 다 읽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았다. '돌봄 경제학'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책이니 당연히 돌봄 노동에 대해 얘기할 거라고 생각했고, 책의 처음은 그렇게 생각한대로 시작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아이들의 교육 문제,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 그리고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해야할 복지에 대한 부분으로 막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다. 단순히 아이를 양육하고 노인을 돌보는 것에 대한 얘기가 아니구나, 이야기는 어디만큼 확장되는걸까 궁금했다. 물론 돌봄 노동에 대한 게 단순히 개인의 문제, 또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국가의 복지 차원까지 나아가 누진세 , 기업의 고용해고 까지 얘기하다니, 이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는걸까. 그리고 결국 낸시 폴브레가 하고 싶은 말을 나는 이렇게 알게 된다. 국가의 복지를 얘기하고 기업의 인원감축을 얘기한 건, 당연하게도, 다 이유가 있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작은 복지 국가와 같다. 소득 이외의 일들을 우선시하고, 자녀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시간과 돈의 측면에서 소득에 대해 높은 세율을 감내한다. 감원을 풍자한 글들 가운데 『뉴요커』에 로버트 설리번이 쓴 단편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아빠가 보낸 편지"라는 단편인데, 아버지가 식탁에 가족들을 불러 앉혀 놓고 식구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시간제로 돌리면 음식과 우유 소비가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내 생각에 네 어머니도 17세인 너는 옛날만큼 귀여운 애가 아니라고 인정할 거야"). 시어머니의 위치는 단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간부인 아버지의 봉급은 올라간다.

증대된 자본 이동은 가정생활의 의무를 갉아먹고 있듯이 시민이 해야 할 의무를 갉아먹고 있다.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다국적 기업이 왜 이 나라에 남아 세금을 내면서 인간의 능력과 자질을 배양하겠는가? 습관의 힘과 낡은 충성심 때문에 한동안은 이 나라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경쟁의 법칙은 기업 국가처럼 새로운 기회를 이용하는 데 먼저 뛰어든 기업이 단기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주에서 승리할 것임을 시사한다. (p.276)




세금을 걷어서 아이들의 교육에 투자하고 근무시간을 줄여 부모 모두가 돌봄노동에 같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면 결국 그 아이들이 자라서 기업의 근로자가 되고 돌봄노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굳이 낸시 폴브레의 책을 읽지 않더라도 당연한 것이 아니던가.


단순히 GDP의 지수 만으로 그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인지, 살기 좋은 나라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낸시 폴브레는 얘기한다. 그 GDP 안에는 돌봄노동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고, 거기에 당연한듯 따라오는 인간 감정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것 없이 과연 살기 좋은 나라 라는 것은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인가.




국가 간의 경제 경쟁력을 비교하는 데 전적으로 GDP 에만 의존하는 것은 너그럽게 봐 준다고 해도 유치하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장난감을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이긴다는 뜻 아니겠는가? 철학적 논쟁에 개입하는 것보다는 장난감 숫자를 세는 일이 더 쉽겠지만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 다같이 성숙해질 필요가 있으며 경제 복지 지표MEW 에 무엇이 들어가는 것이 좋을지 결정해야만 한다.

현재의 GDP 지수는 실제로는 해를 끼치는 것들에조차 긍정적인 경제 가치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대량으로 유출된 기름을 청소하는 데 돈을 썼다면 GDP 는 상승한다.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은 가마우지나 물개는 아무 '가치'가 없으므로 GDP 를 감소시키는 걸로 간주하지 않지만, 기름으로 범벅이 된 해안을 청소하기 위해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은 GDP에 산입된다. 홍수나 태풍이 집과 건물을 파괴할 때 돈으로 평가한 가치가 손실되었다고 한다. 자원의 감가상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해가 수질이나 공기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기후의 변화를 야기하면 가치의 손실이라고 계산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자연 자원에는 가치를 부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 삼나무가 캘리포니아 원시 우림에서 잘려 나갈 때는 생산된 통나무가 팔린 액수만큼 GDP 가 증가한다. 나무 자체에 체화되어 있는 자연 자원이나 생태학적으로 나무들에 의존하고 있던 식물과 동물 종들의 가치의 손실은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 '생산되지 않은'것들로 간주된다. 우리는 어머니 자연을 우리 자신의 어머니처럼 당연시한다. (p.110-111)





언제나 그렇듯 좋은 책읽기였다. 경제학 공부를 하거나 경제학에 관심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나보다 더 재미있게 읽고 또 가져갈 것들도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역시나 경제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고 글을 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밑에서 열심히 배우고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았고. 나는 비록 교수도 될 수 없고 그저 책만 읽을 뿐이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읽으면서 배워나가는 건 너무 좋다. 이 책에서 읽은 게 저 책과도 연결되고 또 저 책에서 읽은 게 이 책과도 연결되는 지점을 찾을 때마다 짜릿해진다. 독서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교수는 될 수 없지만 단단해지기는 하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자, 여러분 3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마리아 미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입니다. 같이 읽어봅시다, 여러분. 아 그런데 어려울 것 같아서 쪼그라든다.. 그래도 읽지 않는 것보다는 읽는 게 낫다는 걸 확신한다.


















어째서 감원 대상이 될 위험이 없는 사람들은 ‘감원‘이 경제에 건전한 영향을 미친다며 입에 마르게 칭찬하는 것일까? 자신은 공동선을 위해 해고당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안심하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 -러셀 베이커, 『뉴욕 타임스』, "시장이라는 신" 칼럼 中 - P275

인공유산 반대 운동에서 보이는 극단적인 수사들은 여성이 태어날 아이의 욕구보다 자신의 욕구를 우선시하는 결정을 하는 데 대한 분노가 바탕이 되고 있다. - P279

보수주의 남성들은 책임에 대한 대가로 지도자의 지위를 요구하고 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책임을 지는 대신, 여성에게 양자택일의 선택권을 준다. "나에게 권위를 주면 당신을 돌봐 줄 것이다. 내 권위를 빼앗으면 너와 아이는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 P279

근대 사회주의의 기원은 보통 로버트 오웬의 추종자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세기 초 영국 공장 지배인이면서 자수성가한 자본가로서 아동 노동 금지 투쟁을 이끈 사람이다. 오웬과 그 추종자들은 사람들이 공공선을 얻기 위해 협동해야 한다고 믿었다. 동료 시민을 형제자매로 일컬으며 자매도 형제와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우파와 좌파 양쪽에서 조롱을 받았지만, 그들은 단지 국가 계획 경제에 의존했다는 이유로 사회주의자로 이름 붙여진 사람들뿐 아니라 소위 자본주의 경제의 진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마르크스 이전의 사회주의자들이었다.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은 의도만 좋으면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 순진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것과 함께 실질적인 이론을 겸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P287

마르크스는 여성이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요구를 만족시키고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데 쏟아 붓는 시간과 노력을 사회적인 측면이 아닌 자연적인 것으로 보았다. - P288

교회를 경멸하기로 유명했던 마르크스는 한때 종교를 이 땅의 정의를 천국의 보상으로 대체해 버린 ‘대중의 아편‘으로 보기도 했다. - P289

다른 사람의 욕구를 이해한다고 너무나 자신하는 조직은 그 욕구를 충족기시킬 가능성이 별로 없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양 극단의 선택 말고는 다른 선택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세상에 화가 나서 나는 조직을 나와버렸다. - P291

이윤 극대화의 압력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몇 제도에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병원이 환자의 권리와 돌봄의 질보다 다른 것을 우선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학교가 오직 시험 점수만 중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양로원이 비용을 삭감하기 위해 우리 부모를 홀대하기를 원치 않는다. - P300

여성주의자들은 가족 정책에 대해, 전통적으로 양분된 태도를 취해 왔는데 양쪽 입장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가족 노동을 지지하는 정책은 종종 여성을 가정에 묶어 놓기 위해 입안된다.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것이 그 예다. 다른 한편 여성을 집밖으로 끌어내는 정책은 전통적으로 비시장 노동의 가치를 저평가해 왔다. 시장 노동을 하는 조건으로 공적 부조를 제공하는 정책이 그런 예다. 가족의 돌봄 노동을 보상하고 동시에 성 평등을 촉진할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남녀가 모두 시장 노동과 가족 노동을 결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남성의 돌봄 노동에 대한 능력과 여성의 개인적 성취를 위한 능력을 함께 개발하는 새로운 노동 분업을 지향한다. - P306

여성은 때로는 재생산 의무를 방기해 저출산을 야기한 이기적 여성으로 또는 이기적 가족주의와 모성의 화신인 학부모로 비난받는다. 전자는 돌봄 노동을 완전히 회피 또는 포기한 집단이며, 후자는 돌봄 노동을 과잉 공급하고 있는 집단으로 불 시 있다. 그러나 두 집단은 돌봄의 의무를 개인과 가족에게 맡기는 사회에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양극단일 뿐이다. 개인과 가족이 태어날 또는 태어난 아이의 경제적 복지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아예 아이를 안 낳기로 하거나 아이의 경제적 기회와 미래를 위해 내 아이에게만 지나치칠 정도로 부모의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개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자녀의 경제적 복지가 부모에게 달려 있는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옮긴이의 말 中 - P343

모든 어린이들이 적절한 돌봄을 받고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받는 것은 개인 간 부의 격차를 완화하는 해결책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옮긴이의 말 中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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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6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6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20-02-2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ㅎㅎ 3월 책은 표지부터가 도전의식(?)을 일으키는... 흠냐. 좀 일찍 시작해야 하나 하고 있슴다..ㅜ

다락방 2020-02-26 15:51   좋아요 0 | URL
저도 3월 책은 좀 일찍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좀 일찍 시작해도 오래 걸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제 우리 표지만 봐도 느낌 알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쫄려요 ㅋㅋㅋㅋㅋ

카스피 2020-02-2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척중에 포항공대 교수님이 있으셨어요.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 서울대를 졸업하고 포항공대 교수를 하셨던 분으로 친척들 사이에서는 수재로 유명하셨떤것 같아요.학창시절에도 열심히 공부를 하셨지만 교수가 된 후에도 정말 열심히 연구를 하겼다고 하던데 그 떄문인지 몰라도 젊은 나이에 대학교내에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아무튼 교수라는 직업이 밖에서는 방학기간도 길고 편해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가 보더군요ㅜ.ㅜ
 

https://www.nocutnews.co.kr/news/5296036



우리 동네에 있기 때문에 명성교회 앞을 지나치게 될 일이 더러 있는데, 일요일이면 명성교회 사람들이 교회 앞에서 교통정리를 해야할 정도로 매우 큰 교회다. 게다가 우리 친척들중 몇몇도 이 교회에 다니고 있고. 등록된 신도가 8만명 이라는데, 쫄지 않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너무 훅, 내 앞으로 와버렸고, 쫄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하는 매일을 보내다가도 이렇게 훅 쪼그라든다.



일전에 황사 때문에 사둔 마스크가 있어서 이번 마스크 대란에 나는 무심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좀 더 사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들어갔다가 마스크를 살 수 없다는 걸 실감했다. 마침 임원 한 분이 아마존에서 구입했다길래,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싶어 아마존에 들어가 마스크를 주문하려니 South Korea 에는 배송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계속해 따라온다.



어제 엄마가 시장에 갔다가 고모를 마주쳤다던 말이 생각나 방금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엄마 어제 고모 만났다며, 응, 고모 명성교회 다니잖아, 응. 엄마, 무조건 잘먹어,지금은 잘 먹는 거 말고 답이 없어.


오늘은 퇴근 전에 책상 정리를 좀 해둬야겠다. 퇴근하기 전 '내일 못나오면 어떻게 해야하나' 늘 생각한다던 친구의 말대로, 내일 나오지 못하더라도 이상이 없게끔 최대한 준비하고 퇴근해야할 것 같다. 쫄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꾸 쪼그라든다. 진짜 쫄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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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2-2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쫄아서 다들 극조심할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휴.... 명성교회에서는 더 이상 확진자가 없길 바라봅니다.

다락방 2020-02-25 15:1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더이상의 확진자가 없길 바라고, 그래서 이대로 좀 사그라들었으면 좋겠어요.

2020-02-25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5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0-02-25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서워요. 안 무서울 수가 없지요. 일부러 교민들 위해 우한에 남아 전세기 안 탄 한인 의사도 그러던걸요. 순간 순간 두려움에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고요. 아, 제발 이 난리가 빨리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저는 게다가 고모들이 다 대구에 있어요.

다락방 2020-02-26 10:52   좋아요 0 | URL
무서워하기 싫은데 무서워서 너무 싫어요. 언제쯤 이게 끝나려나 초조한데 오늘도 확진자가 확 늘었네요. 도대체 뭘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분간 인터넷 쇼핑도 자제하려고 해요. 휴..

마태우스 2020-02-2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속상한 게, 어제 엄마를 만나서 자랑했어요. 천안에는 아직 환자가 없다고. 입이 방정이라고, 오늘 천안에 확진자가 두명 생겨서 하루종일 난리였어요 흑흑. 하기야 천안에만 없으면 뭐합니까. 전국이 난리인데 ㅜㅜ

다락방 2020-02-26 10: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마태우스님. 여기에만 없다고 안심할 수가 없어요. 누가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없던 곳에 생기는 건 금세더라고요. 확 멈추기를 바라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를 모르겠어요. ㅜㅜ

han22598 2020-02-26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이 사태가 수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링 중입니다. ㅠㅠ

다락방 2020-02-26 10:53   좋아요 0 | URL
네. 정말이지 빨리 이 사태가 수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지금 그걸 간절히 바란답니다 ㅠ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군인으로 나온 현빈은, 그 드라마에서 북한말 하는 사람들 중 북한말을 가장 못했는데, 이 얘기를 친구에게 하자 친구가 '현빈이 북한군인으로 나온 영화가 있다'고 하는 거다. 뭐라고? 북한 군인으로 영화도 찍었는데 북한말도 연기도 그렇게나 어색했단 말이야? 사랑의 불시착에서 삐지는 연기 말고는 뭐 딱히 ..그냥 잘생김이 다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아무튼 그 말을 듣고 찾아보니 그 영화는 [공조] 였다. 오, 이게 혹시 손예진하고 나온 영화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여. 아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들 자기 자리에서 일 열심히 하고 있구나. 아무튼 넷플릭스에 다행히 공조가 있었고, 그래서 보게되었다.


이건 그냥 백자평으로 쓸 수 있는 감상이 전부인 영화다. 그러니까 이렇게.


<현빈 멋진 거 누구나 다 알고 유해진 웃긴 거 누구나 다 알쥬? 혹시 모를까봐 다시 얘기해주는거에유..>



그냥 현빈 멋짐과 유해진 웃김이 다 한 영화, 우리가 현빈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 그걸 보여주고 유해진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 그걸 보여주는,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영화다. 현빈 등장할 때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졸라 멋지네' 같은 거 내뱉게 하는데, 그들이 내뱉지 않아도 그거 너무 걍 잘 알겠고, 유해진 등장하면 따뜻하고 웃긴 인물인데, 그거 그냥 원래 유해진에게 느꼈던 바로 그 이미지 그냥 그 자체.. 그래서 중간까지만 보고, 뭐 현빈 멋지고 유해진 웃긴 영화네, 하면서 그만 볼까 했지만, 어제 퇴근전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도무지 책을 읽을 머릿속이 아니야. 그래서 남은 공조 뒷부분을 보게되었고, 남은 부분은 아주 유치하고 뻔하면서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놀란게, 아니, 현빈 이 영화에서는 북한말도 엄청 잘하고 액션도 좋아. 그런데 사랑의 불시착에서 왜그랬지? 이게 사랑의 불시착보다 몇 년전의 작품이던데, 몇 년동안 사투리랑 연기랑 다 까먹었나?? 아무튼 공조에서 현빈은 정말이지 나쁘지 않았다.


공조에서 현빈도 유해진도 나쁘지 않았지만, 크- 김주혁이 나오더라. 나는 김주혁 나오는 거 모르고 봤는데 김주혁 나와서 헉- 했고, 김주혁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들었다.

아, 우리에게 이제 저 배우가 없지, 에서부터 시작해서 그에 얽힌 개인적인 나의 사연까지. 어젯밤에는 침대에 누워 그래서 뒤척였다. 면역력 키우자고 오리고기에 와인 먹어서 뒤척인 게 아니라, 김주혁과 현빈을 생각하느라 뒤척였다. 김주혁과 현빈을 생각했다는 건 사실 거의 틀린말이고, 김주혁과 현빈때문에 거슬러 올라가는 다른 많은 것들 때문에 뒤척였다. 머릿속에 망상 몇 개도 시나리오도 써보고. 무릇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니겠는가.



올리브의 뒤척이는 밤이 생각났다. 함께 도망치자는 말을 듣고 뒤척이던 올리브.
















"나랑 도망치자고 하면 하겠어?" 사무실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데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응."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는 점심 때 늘 즐기던 사과를 먹으며 올리브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늘밤 집에 가서 헨리한테 말하겠어?" 
"응." 올리브가 말했다. 마치 살인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내가 그러자고 안 한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군." 
"응."
  (p.383)




두 사람은 한 번도 키스하거나 서로를 만진 적이 없었다. 도서관 옆의 조그만 칸막이 사무실로 각자 들어가면서 가까이에서 나란히 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날 그 말을 한 후로, 올리브는 어떤 공포심과 때때로 참기 힘든 열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들어도 참는 법

아침까지 잠들지 못하는 밤도 있었다. 하늘이 밝아오고 새들이 지저귈 때에야 침대에 누운 몸에 긴장이 풀렸고, 올리브는 마음을 가득 채운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바보 같은 행복을 멈추지 못했다
. (p.383)  





나는 항상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도망치자고만 하면, 나는 그렇게할 참이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행이라면 누구에게 다행이고 불행이라면 누구에게 불행인지, 그는 내게 도망치자고 하지 않았다.



나는 항상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상에. 공조 보고 이런 글을 쓰다니,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네.

현빈.. 나랑 책읽기 모임 같은 거 하면 참 좋을텐데.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하지만, 현빈하고 책 같이읽기 모임하면 한 달에 한 번 오프 모임 같은 거는 내가 할 의향이 있는데. 뭐 멤버 많아지는 거 부담스러우면 비밀리에 우리 둘이서만 할 수도 있고... 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관계 및 소울메이트 같은 건 진짜 기똥차게 잘하는데!

그리고 나는 언제나 도망칠 준비도 되어있고...




밖에 내리는 거 저거 봄비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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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2-25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현빈은 <시크릿가든>의 현빈이죠. 그러니까 지금 난, 대놓고 매달리는 거야,의 현빈이요! 까악! >.<
현빈이랑 독서모임하게되면 전 매주 오프모임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참고하시구요. ㅎㅎㅎㅎ 웃을 일이 도통 없는 요즘인데 다락방님 글 읽으니 그래도 한 번 웃네요. 고마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20-02-25 08:17   좋아요 0 | URL
현빈이랑 독서 모임하게 되면 아무래도 현빈 직업의 특성상 여러명과 함께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제가 현빈이랑 둘이서 몰래 할게요. 그의 사생활도 지켜줘야 하잖아요. 그래도 제가 단발머리님께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으니까, 독서모임 후에 후기를 매번 들려드릴게요. 이정도면 만족하시죠? 후훗.

아아... 시나리오 떠오른다.

현빈은 익명으로 알라딘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락방의 글을 읽게 되고 좀 더 독서에 관심을 갖고자 다락방의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둘은 점점 친해지고 결국 오프에서 만나기로 하는데, 현빈이 오프에서 만난 다락방은 그가 그간 만났던 여자와는 완전히 다른 여자였다!! 일단, 꾸밈노동을 전혀 하지 않는 여자라서 현빈은 멘붕이 오는데..알고보이 이 여자는 남성혐오도 심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편 다락방은 익명의 독서인인줄로만 알다가 오프에서 현빈을 보고 놀라서 그의 뺨을 때리고 그는 ‘나를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그만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20-02-25 08:47   좋아요 0 | URL
이햐~~~~~ 다락방님 나 버리고 현빈한테 가는 거예요? 직업상의 특성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가능한 셋이 같이 합시다!! 제가 함구하고 저만 기쁨을 누릴테니까요! 안 돼요? 안 된다구요? 그럼 그 다음이야기 해주세요. 나를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 그 다음이야기 해주세요!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가는 다락방, 현빈 달려와 다락방을 막아 서고. 우리 사귀자! 널 더 알고 싶어! 난 너랑 놀 시간 없어! 어떻게 하면 되겠어? 내가 어떻게 하면 돼?
2019년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다 읽고 2020년 커리큘럼 책 다 읽고 와! 일단 다 읽고 와서 이야기해! 책? 그거 어디서... 책 목록 어디에?!? 왼쪽에 <여성주의책같이읽기> 보면 다 나와. 읽다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 글고 읽어보고! 그러면 되는거야? 그 책 다 읽으면 나랑 만나줄거야?
다 읽기 전까지 연락하지마! 전화도 문자도!

그만하겠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0-02-25 09:02   좋아요 0 | URL
애시당초 남자사람으로 태어난 현빈, 게다가 독서력도 현저히 낮은(이라고 짐작한다) 현빈은 시키는대로 목록의 책을 다 읽어보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이대로는 대화가 안되겠다고 판단하여, 잠정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같은 책을 세 번씩 읽는 열의를 보인다. 세번 읽으려면 시간이 모자라 집에 처박혀서 읽고 또 읽고 밑줄 그어가다가 여성학에 눈을 뜨게 되고 영화판과 드라마판에 가득한 여성혐오 시선에 기겁하며 돌연 은퇴를 선언하는데..

한편 그의 노력하는 모습에 다락방은 서서히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가고...

단발머리 2020-02-25 09:27   좋아요 0 | URL
저녁 메뉴를 정하고, 와인을 고르고, 함께 안주를 만들어가며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간다.

비연 2020-02-2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비여유~ 다락방님, 봄타나봐요. 현빈의 알라딘 여성주의책읽기 참여라는 낭만적 생각을~^^
그 오프라인 모임에 비연은 필참이구요. 생각만 해도... 이 아침, 핑크핑크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2-25 08:49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좋네요. 봄비-현빈-핑크.
셋 다 제가 좋아하는 건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2-25 08:58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왜이러실까. 저는 정말이지 다른 의도는 1도 없고요, 순수하게 현빈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1:1 모임만 가질 것입니다. 어떡해요, 제가 그를 보호해야죠. 어쩔수 없어요...

우린..비밀리에 만날거예요. 아무리 비연님, 단발머리님 이라도 이 만남을 공유할 순 없어요. 현빈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3=3=3=3=3

단발머리 2020-02-25 09:19   좋아요 0 | URL
우리보다 현빈 아끼는 이 시츄에이션?!?
우리 정말 가만히 있어도 됩니꽈!!! 비연님!!!

비연 2020-02-25 09:59   좋아요 0 | URL
흑흑... 잘생긴 남자 앞에 서면 아득해지는 것임을 이해하면서도... 흑흑. 버려진 비연과 단발머리님. 으흑흑..

프레이야 2020-02-2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사람 저런사람 생각하다 뒤척이는 밤을 보내고 이 글 읽다가 씨익 웃음이 ㅎㅎ 봄비 현빈 올리브의 삼박자. 정서적으로 안정된 소울메이트 바람직한 락방님 저도 그런 메이트가 필요한 듯한데 ... 도망갈 준비되어 있다는 말로만도 이상하게 행복해지는 이 느낌은 뭐쥬. 봄비 내리고 세상은 아무일 없다는 듯 조용한 이상한 시간ㅇ에요. 올리브를 불러줘서 기뻐요. ㅎㅎ

다락방 2020-02-25 09:04   좋아요 0 | URL
사실 처음부터 올리브를 부를 생각은 아니었습니다만, 쓰다보니 저절로 올리브가 호출되어 졌어요. 좋은 책은 바로 그런것 같아요. 아무때나 수시로 툭툭 튀어나오는 거요. 그게 또 책읽기의 매력이고요.

세상이 뒤숭숭한데 자주 안부 물으며 지냅시다, 프레이야님. 지금은 서로의 안부가 간절한 때인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02-25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더 재미있네요ㅎㅎㅎ 남자 얼굴 하나도 소용 없는 거 아니까... 보고 즐기는 데 만족하기로 해요...읽으라는 책 안 읽고 코 파며 멍 때리고 침흘리고 자는 현빈 상상하며 항마력 기르기 훈련도... ㅋㅋㅋㅋ

다락방 2020-02-25 11:53   좋아요 1 | URL
남자 얼굴 하나도 소용 없다지만, 그 소용없는 잘생긴 얼굴을 볼 일이 너무 드물잖아요... 현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고 말입니다. 이렇게 영화나 봐야 수트빨 사는 남자를 볼 수 있다는 게 참 안타깝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여태 연애도 얼굴보고 한 적이 없어서요.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보니 저 [공조]에서도 언니랑 여동생의 대화가 나와요. 여동생(윤아)이 현빈을 보고 반하거든요. 언니의 남편은 유해진 이고요.


윤아: 언니, 저 남자 정말 멋지지 않아?
언니: 너는 어쩌면 그렇게 얼굴만 보니?
윤아: 언니는 어쩌면 그렇게 얼굴을 안봐?

하하하하 저는 얼굴 안보는 바로 그 언니에 해당되는 사람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반유행열반인 2020-02-25 12:11   좋아요 0 | URL
얼굴 안 보면 인성과 능력이 행복과 함께 따라올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아서 슬픈 연애사가 이어지죠...저도 굳이 따지면 윤아 언니 과(?)네요ㅎㅎㅎ

다락방 2020-02-25 14:42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러니까 말입니다. 잘생기지 않았기에 인성이 훌륭하거나 지성이 넘치거나 하느냐 하면, 또 그게 아니란 말이죠? 그렇다면 굳이......... 그만두겠습니다.

엣헴.

페넬로페 2020-02-25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빈보다 유해진씨랑 독서모임 같이 하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 2020-02-26 10:54   좋아요 1 | URL
오, 그렇군요! 저는 어쩐지 ㅋㅋ 건방지게도 ㅋㅋㅋㅋㅋㅋㅋㅋ 현빈을 독서의 길로 이끌고 싶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빈이 독서를 즐기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an22598 2020-02-2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재밌어요..상상력(?)도 풍부하고 필력들도 좋으시니...한 연예인의 사랑이 이토록 풍성해지네요 ㅋㅋ

다락방 2020-02-26 10:55   좋아요 0 | URL
머릿속에서는 뭐든 다 가능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현빈과 독서모임 만들어서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고 말이죠 ㅋㅋㅋㅋㅋ
 

















내가 열여섯 살 생일을 맞은 여름, 어머니는 취약 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헤드 스타트류의 프로그램에서 교사 보조로 일하는 자리를 알아봐 주셨다. 학생 가운데 어니 로드리게스라는 여섯 살짜리 아이한테서 지독한 냄새가 났는데 심한 악취 때문에 아이들의 놀림을 받기까지 했다. 겉으로는 개끗하게 보였지만 자세히 검사하자 냄새의 원천이 드러났다. 양쪽 귀에서 진득하고 노리끼리한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영어 한마디 못하고 차도 없고 복지 혜택을 받고 있지도 않고 의료 보험도 없는 아이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말해주었다. 나는 우리 가족 주치의인 프랭크 마틴에게 전화를 걸어 공짜로 어니를 진찰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닥터 마틴은 역시 의사였던 삼촌 톰과 절친한 친구로서(1970년대 TV드라마에 나온) 닥터 마르크스 웰비처럼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정말 좋은 가족 주치의였다. 그는 어니를 봐 주었고 염증을 없애는 항생제도 무료로 넉넉히 처방해 주었다. 그 다음 그는 어니를 삼촌과 같은 병원에서 일하던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데려가라고 했다. 그 전문의는 어니의 양쪽 고막이 파열되어 속귀마저 감염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염증은 재발할 위험이 있는데 염증이 재발하면 속귀의 뼈를 점점 갉아먹을 거라고 했다. 결국 청각을 완전히 상실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일한 치료는 피부를 갖다 붙이는 수술을 해서 고막을 재건하는 것이다. 비용은 3천 달러가 들 것이라고 했다.

그 전문의는 어니에게 수술을 해 줄 수 없다고 하면서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 삼촌 톰은 몇 주 걸려 해결책을 마련해 왔다. 그는 시립 병원에 순회차 와 있는 실력 있고 맘 좋은 의사를 알고 있었다. 나는 그가 응급실에 있을 때를 골라 어니를 거기로 데려갔고 그는 파열된 고막을 수술해 주고 필요한 만큼 병원에 머물 수 있게 해 주었다. 양쪽 귀를 고쳐 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였다. 수술 뒤 한쪽 귀에 밴드를 붙인 어니는 꼭 한쪽 귀가 축 늘어진 미키 마우스 같았다. (p.184)





어제는 엄마랑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았다. 나는 존재도 모르던 드라마였는데 조카가 요즘 이거에 푹 빠졌단다. 게다가 이건 시즌2란다. 1은 언제한겨... 아무튼 어제 채널을 돌리다가 김사부가 한다는 걸 알게 되어 '조금 보다가 들어가서 책 읽어야지' 했는데, 13~14부 연속 방송에 텔레비젼 앞에 앉았던 시간이 제법 길었다. 이게 드라마의 나쁜점이야. 한 번 앉아서 보면 계속 앉아있게 한다. 흐미..


내가 본 회차에서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 한쪽 다리가 잘린 채로 응급실에 실려온 남자가 나왔다. 잘린 다리를 가져왔지만, 환자는 수술을 거부한다. 수술을 한 뒤에도 예전처럼 다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괴사가 올 수도 있고, 또 설사 수술을 한다고 해도 그 뒤에 치료를 계속 해야할텐데, 자기에겐 그 비용이 없다는 거였다. 한쪽 다리가 없는 채로 살아가겠다고. 이에 김사부는 그에게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아들 앞에서 살아가는 의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며 호통을 치고, 이에 환자와 환자의 아내, 환자의 아들까지 모두 울고, 어쨌든 그렇게 수술을 하게 된다.


이 환자가 다쳤던 공장에서는 뒤늦게야 직원이 도착한다. 임원으로 보이는 그는 환자의 아내에게 산재처리를 하지말자며, 공상처리를 권유한다. 마침 이 장면을 듣고 보게된 김사부는 사람이 다쳤는데 이제야 겨우 와보고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꼬득여 공상치료를 하게 하냐, 라며 나무란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이사람 말 다 개소리니까 듣지 말고 반드시 산재처리를 하라'고 이른다. 산재처리하면 회사가 보험율이 높아져서 안해주려고 하는데 만에 하나라도 앞으로 혹여라도 부작용이 생긴다거나 치료를 받게될 때 환자에게는 산재처리된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거였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장기적인 치료비는 무시하지 못할 금액일 것이다. 나였거나 혹은 내가 보호자였다면 망설임의 여지없이 수술을 선택했겠지만, 그러나 앞으로 살아갈걸 생각한다면 수술을 결정하지 않는 환자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나는 그보다 훨씬 간단한 수술임에도 수술 후에 계속 병원을 가줘야 했으니까. 아마 다리를 자르고 수술을 한 환자는 앞으로도 병원에 방문할 일이 훨씬 더 많아지겠지. 병원비도 계속 대야할 것이고 또 병원에 가는 만큼 일을 하지 못하니 벌어들이는 것도 적어질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환자의 마음은 이해할 수밖에 없다. 다리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은 그 환자라고 있겠는가. 그러나 그 편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병원은 무료봉사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낸시 폴브레'가 위에 언급한 것처럼, 고막이 아픈 아이를 치료해주지 않겠다고 한 의사에 대해서 글쎄, 무작정 욕할 수 있을까. 그가 선의를 베풀어주길 바라지만, 우리는 과연 타인에게 선의를 얼마만큼이나 기대할 수 있을까.

'영어 한마디 못하고 차도 없고 복지 헤택을 받고 있지도 않고 의료 보험도 없는' 사람에게 아이의 다친 귀는 차라리 그 원인을 모르고 싶은 것이었을 거다. 알면 고쳐야 하고 고치는 데는 비용이 들고, 그러나 돈은 없으니까. 낸시 폴브레는 다행히 한쪽 귀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었지만, 이런 일은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는 같은 시간에 돈을 내는 환자를 치료해주고자 하겠지. 우리는 순간순간 고민과 갈등속에 살고 있다. 낸시 폴브레도, 그리고 아이 어머니도,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인 나도, '누군가가 이 어린아이를 좀 고쳐줬으면' 하지만, 내 마음대로 세상일이 되는 것이던가.




『비즈니스 위크』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복지에 대해 "매달 정부에서 돈이 나온다는 사실을 어릴 때부터 아는 것은 아이에게 나쁘다. 아이의 자기 존중감이나 자긍심을 파괴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유족 보험금이나 생명 보험금으로 사는 가정에서 자라는 것도 아이에게 나쁜가? 아니면 조부모가 개설한 신탁금 계좌에서 매달 지급되는 돈으로 사는 것도 아이에게 나쁜가? 대중 잡지나 TV쇼는 다달이 지급되는 돈을 부끄러워하는 젊은 중산층 유족이나 부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가?  (p.172)



어떤 경제학자들은 한부모에게 지급되는 복지수당에 대해 그것이 결코 좋지 않은 제도라고 말한다. 위의 인용문처럼 아이들의 자존감을 파괴한다는 거다. 아이들에게 일해서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러나 한부모 가정에서 혼자 사는 엄마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살아가는 것은 어렵다. 결코 쉽지가 않다. 복지수당은 나라에서 주는 것이고, 그것은 세금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어떤 경제학자들은 혹은 어떤 부자들은 그렇게 부자들의 돈을 가져가서 가난한 사람과 나눠쓰는 게 '그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하는 거다.

학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대체적으로 비슷한 교육을 받게 하고자 가난한 학교가 요구를 하면 부자 학교는 왜 우리가 그래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게 과연 누구를 위해 좋은것인지.



그들은 부자 학교에서 가난한 학교로 재정을 재분배하겠다는, 일명 로빈후드 플랜을 시행하겠다고 공표한 텍사스의 학교 재정 체계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팸플릿은 기금을 내면 세금으로 학교 재원을 충당하는 것과 달리 알라모하이츠 학교에만 전적으로 돈이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오해하길 원치 않습니다." 하고 기금의 회장은 설명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빼앗긴 것을 충당하려는 것뿐입니다." 이에 대해 어떤 해석과 판단을 내려야 할지는, 누가 '우리인지'와 무엇이 '우리'가 가졌던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p.194-195)



낸시 폴브레는 자신이 다녔던 모교로부터 팸플릿을 받는다. 오로지 자기학교만을 위한 기금을 모집하겠다는 거였다. 그것이 '우리'를 위한 것이니까. 낸시 폴브레는 이에 지갑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낸시 폴브레가 한 말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누가 '우리인지'와 무엇이 '우리'가 가졌던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이것이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한'것인가에 닿는 것이라 본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단순히 지금의 현상을 보기보다는, 자, 그렇다면 내가 내리는 이 결정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그 결과는 누구에게 좋을 것인가, 하는 것. 그건 낸시 폴브레가 지적한대로 내가 누구를 '우리'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속해있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가진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낸시 폴브레에게 자신의 학교만을 위한 기금을 모집하겠다는 팸플릿을 보낸 학교가 어떤 나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 '우리' 학교 좋은 학교 되게 도와줘, 였으니까. 그러나 낸시 폴브레가 그 팸플릿을 받고 생각한 자신은 그 '우리'에 속하지 않았다. 낸시 폴브레가 생각하는 '우리'는 다른 우리였다. 그렇다면 낸시 폴브레는 팸플릿의 말에 따를 수가 없다.

어쩌면 많은 학부모들 그리고 많은 졸업생들이 '내가 다닌 학교를 위한 일'이라며 '정말 잘하는 거지', '옳은 선택이야' 라고 기금을 기꺼이 낼 수도 있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도 '악하다'고 뭐라고 할순 없을 것이고. 그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것이 선함이라고, 그것이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기에 내린 결정이니까.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다들 '악한 결정을 해야지' 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자신의 기준에서 더 나은 방향, 더 옳은 결정, 더 선한 것을 위한 결정을 내리지. 그러나 모두에게 선한 게 과연 있기나 한가. 또한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내리는 선한 결정이, 아니, 내가 '선하다고 생각하는' 결정이, 정말 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결국 이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내가 어떤 것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면, '자, 나의 이 결정은 결국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부유층 가정은 자기 아이가 주요한 수헤자이기만 하면 좋은 학교를 세우는 데 세금을 많이 내고 싶어 한다. 학교 제도에 인종과 계급이 통합되지 못하게 만드는 법적 장애를 줄여 나가면서 대신 경제적 장애를 설치하려는 노력이 부활하고 있다. 바우처(무료 수강권)를 통해 기존의 공립학교를 사립화하려는 열망과 더불어 사립학교로 들어가는 자원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은 '남의 아이'에게는 돈 쓰기를 회피하려는 노력을 반영한다. 가난 속에서 자란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특히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 문제는 앞장에서 논의된 내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p.195-196)




좋은 학교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이 낸 기금이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며 좋아할 수 있다. 역시 이 학교에 투자하기를 잘했다고, 이렇게나 보람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낸시 폴브레가 궁극적으로 원한 것은 하나의 좋은 학교를 더 좋은 학교로 만드는 게 아니었다. 가난한 아이들, 교육의 질이 낮은 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낸시 폴브레가 원하는 것이었다. 좋은 학교, 부자학교를 더 부자학교로 만들어 계급을 발생시키는 게 아니라, 교육의 질이 낮은 곳의 아이들에게 더 재정적으로 도움을 줘서 결국은 이동네의 교육과 저 동네의 교육의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는 일. 낸시 폴브레가 옳다고 생각하는 건 그것이었고, 그건 부자학교에 기금을 내지 않게끔 했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결과를 바라며 선택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내가 내리는 결정, 내가 옳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 모두에게 선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끝까지 가져가야 할 갈등이 아닐까.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말을 가져오지도 않고 모두에게 선하지도 않다.







사랑의 포로는 사회 정책이라는 쇠창살 뒤에도 있다. 1990년대에 엄청난 에너지를 들인 복지 개혁을 생각해 보자. 어머니들은 임금 노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무책임하다는 공격을 받았다(이에 대해서는 5장에서 자세히 얘기할 것이다). 이 논쟁에서 전반적으로 간과되었던 부분은 빈곤속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들 대부분은 아버지들에게 아이 양육권을 넘겨주거나 딴 집으로 입양시키거나 고아원에 데려다 놓기만 하면 바로 훨씬 좋은 경제 여건에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빈곤 여성에게 돌아가는 공적 부조의 아돌 일인당 비용은 고아원에서 쓰는 아동 일인당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가난한 엄마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기 때문에 아이를 버리겠다는 위협을 좀처럼 하지 않는 것이다. - P77

사회적 관심이라는 개념은 서방 세계의 연대라는 오래된 개념과 흡사하다. 이것은 가치 있는 대의명분에 사람들이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좋은 것을 말한다. 나는 좀 우습기는 하지만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연대가 표현된 방식이 너무 좋다. 거대하고 못생기고 구원받을 수 없이 못된 벌레가 외게에서 침입하겠다고 위협하자 파국으로 가던 결혼 관계가 회복되고 인종 갈등이 극복되고 적에 대항하여 무용수, 주정꾼, 모범생, 전사들이 성공적으로 단결한다는 이야기다. - P123

직접적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돌볼 책임을 어떻게 할당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형제들은 종종 어머니나 아버지를 위해 누가 무엇을 할지를 두고 싸우곤 한다. 여기서도 착한 자녀의 딜레마가 있다. 자발적으로 먼저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은 영원히 그 일에 묶여 버릴지 모른다. - P72

그러나 미덕은 항상 보상을 수반하지는 않는다. - P73

19세기 프러시아 법은 얼마나 오래 모유를 수유할 것인지 결정할 권리가 남성에게 있다고 정해 두기까지 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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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2-2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읽고 있어요. 의료보험과 복지에 대한 이야기는 다락방님 글 읽으면서 생각하니 더 가깝게 느껴지네요.
선한 의도와 선하지 않은 결말,이라는 제목도 아주 근사하고 좋아요.
좋은 글, 좋은 사유 잘 읽고 갑니다^^

다락방 2020-02-24 14:06   좋아요 0 | URL
저 너무 다른책 읽고 싶은데 ㅋㅋ 2월이 얼마 안남아서 안돼, 이걸 읽어라! 하고 오늘도 들고 나왔습니다. 낸시 폴브레는 아주 따뜻한 마음의 경제학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우리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하면서 이렇게 경제학자들도 만나게 되잖아요? 경제의 원리를 이해하고 또 전망하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여성 경제학자들은 거기에 따뜻한 마음까지 가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두루 살피는 눈이랄까요.
일전에 서프러제트 읽을 때 여성의 참정권을 원한 이유중의 하나가,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곳까지 여자들은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나요. 가난한 아이들,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서까지 신경을 쓰고 그것에 대한 제도를 만들고자 하니 여자들의 참정권이 꼭 필요했다고요. 낸시 폴브레의 이 책을 읽으면서도 더 깊은 곳까지 더 꼼꼼하게 살피는 경제학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명징하게 확 잡히는 구절들만 있는 건 아니라서, 역시나 두 번 세 번 읽는 문장들도 존재하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에요.


우리는 모두 자신이 내리는 결정이 더 옳은 결정이라고, 더 선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나중에 가서야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하면서 나쁜 결말을 맞닥뜨리고 후회하는 일들도 많고요.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가 선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요즘엔 참 많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