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나이든 여성분이 여러차례 기침을 하셨다. 누가 듣기에도 갑자기 사레들린것 같은 그런 기침소리였다. 그 분은 기침을 하신후 민망하셨는지, 입밖으로 크게 소리내어 말하셨다.


"아이고, 사레들렸네.."


그 분은 동행이 있는것도 아니었는데, 혼자였는데, 그렇게 모두에게 들으란듯이 얘기하신 거였다. 그렇게 굳이 말할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이 이해되었다. 이게 뭐야. 왜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하는거야.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언제쯤 정리될까.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가 그제 친구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래전부터 병원에 입원해계신 터였고, 친구가 문병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안그래도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친구가 며칠전부터 얘기했었는데, 그게 그제였는가 보았다. 장례식장에서는 방문객을 차단한 상태고 가족들만 소수로 다녀간다 했다. 친구는 낮에 잠깐 장례식장에 다녀왔고, 장례식장에는 지금 친구의 부모님이 계신다고. 사람이 죽었는데도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나는 친구에게 조금이지만 조의금을 보냈다. 어떤 식으로든 애도를 표현해야겠기에. 친구는 할아버지 조의금 받는 건 미안한데, 라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친구에게 "이럴때 일수록 마음을 나눠야죠" 말했고, 친구는 고맙다며 눈물이 난다 했다. 제대로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나 역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애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상황은 대체 언제쯤 정리될까. 친구는 얼마나 속상할까. 친구의 부모님은 또 얼마나 안타까울까.







영화 [하우 투 비 싱글]에 '다코타 존슨'이 나온다길래, 오오, 나를 닮은(?) 아나스타샤가 나온다니, 내가 안 볼 수가 없지! 하고 보았다. 영화는 하하하하. 대단히 별로였다. 등장인물들에게 [여자는 인질이다] 권하고 싶을만큼 무슨 정말이지, 짝 찾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들이 나와... 왜들그래... 하아-

그리고 여자들이 자기 집에서 섹스만 하고 가야되는데 잠까지 잘까봐 물이며 컵도 마련해두지 않은 남자 등장인물 보는데 으윽, 너무 싫었다. 쿨한 연애, 복잡한 거 싫어, 진지한 거 싫어, 이러는 거 다 너무 꼴보기 싫어. 쿨한 연애 다 꺼져라. 쿨한 거 졸라 싫어. 밀당 졸라 싫다 진짜. 다들 쿨병 걸려가지고... 쯧쯧.



그와중에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앨리스의 언니인 산부인과 의사였는데(이름이 기억안남), 극중 나이든 싱글여성으로 나온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임신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호르몬의 영향인지 자꾸 남자 생각이 나는거다. 앨리스 회사에서 주최한 파티에 간 이 닥터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며 쳐다보는 젊은 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앨리스로부터 들어 알게 되었는데, 앨리스는 아마도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쯤일것 같다고 언니에게 얘기한다. 언니의 나이가 여기서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든 여성으로 나오는 바, 언니는 앨리스에게 '그렇게 어린 남자는 싫다'고 말한다.



<어린 남자는 온종일 섹스 생각뿐이지. 난 10분 내로 끝내고 푹 자고 싶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건 나이든 여성들의 공통된 생각인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알겠는 대사여서 혼자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섹스하기가 싫은건 아닌데 생각하면 피곤하고 거기에 뭔가 열과 성의를 다하는 것도 싫어서 차라리 안하고 싶다. 할거면 빨리 끝내고 푹 자는 게 낫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화가 불러온 섹스 귀차니즘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런 언니가 만난 이 어린 남자, 밀어내려고 해보았지만 잘 안되었던 이 남자가, 등장인물들중에 가장 '보통의' 남자였다. 다른 남자들은 다 영.... 역시 철들고 인간되고 이러는 게 나이먹는다고 저절로 되는 건 아닌것임에...



아무튼 미국에 날 닮은 다코타 존슨이 있다(아님).





<알라디너 TV 베타테스터 모집> 을 알라딘 서재 코너에서 보았다. 오래전부터 팟캐스트로 낭독을 한 번 해볼까 싶어 마이크까지 사두었지만 마이크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썩어가고 있... 그런데 알라딘에서 판을 깔아준다니, 오, 이 기회에 한 번 낭독으로 나서볼까.... 내가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잖아? 그렇지만 '영상'이다보니 화면에 보여지는 것이 있어야할 것이고...흐음..... 그렇다면 적당한 곳은 내 서재방인데...지저분하다........통 정리가 안되어있고..... 숫제 창고에 가깝지.......흐음......관두자. 걍 읽고 쓰는 것만 하자. 음..그렇지만 낭독정도는.......아니야 됐어. 아니 그래도 판을 깔아줬는데....아니야 됐어. 흐음......흐음..............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이 책을 요즘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아, SF 는 Science Fiction 의 약자이지' 저절로 떠올랐다. 그러니까 상상했던 일이 이 책 속에서 일어난다.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길가던 성인 남자라든가 남편이라든가 하는 인물들이,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 사라져버린다.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가, 아이의 바지를 강제로 벗기려던 남자가, 사라진다.

SF 를 쓰려면, 한국 여자작가들이 써야 하는 것 같다. 사이언스 픽션. 제대로 공상해서 제대로 써내는 일. 너무 좋잖아?!








어느틈에 2월이 다 가버렸다. 자꾸 시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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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7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7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20-02-2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기침하시는 분만 봐도 약간 겁이 나니 아마 기침을 하신분도 매우 민망하셨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