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번씩 좋다 싫다를 변덕스레 바꾸는 조카지만, 그래도 이번에 '이모 싫어'는 너무 오래 갔다. 나는 초조하고 불안했다. 녀석이 나를 계속 싫어하는 건 아닐까? 도대체 왜 갑자기 이모 싫다고 하는걸까? 아빠는 나와 함께 고민하다가 혹시 그 그림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씀하셨고, 그제서야 나는 아, 그런가보다, 했다. 그게 맞을 것 같아, 라고.

 

그러니까 사건은 이랬다.

 

 

 

 

 

 

 

 

 

 

 

이 책과 또 이 책에 함께 딸려온 스케치북을 펼쳐놓고(이 책을 오래전에 선물해주신 M 님, 이제야 이 책을 제대로 써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주전, 조카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었다. 곰을 한 마리 그리고 두 마리 그리면 조카는 이건 엄마곰 이건 조카곰, 하며 제 이름을 붙였던 거다. 토끼를 그려달라고 해서 또 두 마리를 그려주니 이번에는 이건 이모 토끼 이건 조카 토끼, 했다.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서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책을 넘기다가 호랑이를 그려달라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말하면서 그리려는데 조카가 이러는거다.

 

할아버지 호랑이 할머니 호랑이 엄마 호랑이 삼촌 호랑이 아빠 호랑이 이모 호랑이 조카 호랑이 다 그려줘,

 

라고. 아니, 곰이나 토끼에 비해 호랑이는 그리기도 어려운데 그 많은 걸 다 그리라고? 나는 그리기도 전에 지쳐서는 조카야, 그건 너무 많아, 스케치북 한 장에 다 그릴 수가 없어, 두 마리만 그릴게, 라고 하자 조카는 스케치북과 책을 들고서 엄마한테 갈거야, 라고 하는거다. 그러더니 엄마에게 가서 똑같이 말했다. 저렇게 많은 호랑이를 그려달라고. 그런데 오, 여동생은 흑흑 응 그래, 하더니 스케치북 한 장에 그 많은 호랑이들을 다 그려주는 거다.

 

아, 역시 엄마는 위대하구나! ㅠㅠ

 

 

그 때부터 아마도 이모 싫어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았다. 늘상 싫어 좋아를 반복했던 조카라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그 뒤로 통화를 할 때마다 이모 싫어, 라고 하는거다. ㅠㅠ

 

 

그리고 이주후인 엊그제 조카가 왔다. 나는 조카 보라고 책을 네 권이나 준비했지만 조카는 심드렁하게 자기집에도 책이 많다고 말하며 책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나는 의기소침해졌고 애정을 어떻게 회복해야하나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카는 내가 선물한 책들 중 하나를 들고서는 내게 읽어달라고 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읽어줬고 그 뒤부터 조카는 내 옆을 떠나지 않았다. 심지어 공휴일은 금요일에는 조카와 함께 어린이 대공원을 갔는데 내내 나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어느 순간에는 이모 좋아해~ 라고 말하기도 했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순간이었다. 식구들이 다함께 모여 치킨을 먹을 때는 자신의 옆자리를 치며 이모 여기 앉아, 라고 했다. 흑흑. 되찾았다, 애정을 되찾았어. 이제 됐어. 흑흑.

 

 

 

조카와 대공원을 간 날은 무척 더웠다. 조카와 여동생과 엄마와 함께 집 앞에서 헤어진 뒤, 나는 살 게 있어서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 갔다 집에 걸어가려는데 너무 덥고 목이 마른거다. 아이스그린티라떼를 사먹어야겠다고 스타벅스 앞에 갔다가, 아냐, 오천원이 어디야, 나는 빈곤 모드야, 참고 집에 가서 물마셔, 하고는 돌아섰다. 그런데 정말 너무 목이 마른거다. 물을 하나 사 마셔야겠다, 생각하다가, 아니, 내가 이 땡볕 더위에 왜 이런걸 참아야 하는가, 오늘 조카랑 노느라 힘들었잖아, 즐기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캔맥주를 하나 샀다. 오후 세 시를 넘긴 시간이었나, 대낮이었고 길에는 사람들로 분주했지만, 나는 캔맥주를 들고 마시면서 걸었다. 이 사실을 친구에게 말했더니 대낮에 캔맥주를 들고 마시면서 걷는걸 상상할 수 없다며 그래도 되는거냐고 내게 물었고, 나는 걱정말라고 경찰에게 잡혀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 이모란 힘든거구나. 길을 걷다가 맥주를 사마실 만큼 힘든 것, 그게 바로 이모다. 하아-

 

 

 

 

 

 

 

 

 

 

 

 

 

 

 

 

 

 

 

 

 

행정실장의 얼굴은 상한 홍시 색깔이었다. 민미란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눈물만 똑똑 떨구고 있었다.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참 취향도 여러가지라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손가락 마디에 쩐 냄새가 나도록 인색하고 꽉 막힌 행정실장도 그렇지만 거의 듬직하다 싶은 몸매의, 복지재단 아니면 언감생심 비서실에 근무할까 싶은 민미란까지, 둘 다 누군가의 환상의 대상이 되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도대체 어디에 끌린 걸까. (프랑스식 세탁소, p.233)

 

 

이 단편집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은 「프랑스식 세탁소」 였는데, 이 부분을 읽자 슬퍼졌다. '듬직하다 싶은 몸매' 때문이었을까,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언젠가 어느 순간, 누군가도 나와 내 연인을 보며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또 나 역시 고백하자면 어느 커플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주로 길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연인들에 대해서였다. 역시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짝이 있구나, 하면서.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이 굴러가고 있는게 아닐까. 취향이 여러가지 이기 때문에 우리는 저마다 짝을 찾을 수 있는게 아닐까. 취향이 모두 같았다면 한 사람이 여러명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고, 외로운 영혼이 곳곳에 퍼져 있을테니, 취향이 여러가지인 것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그러나 듬직하다 싶은 몸매, 는 자꾸 걸린다. 백화점에 가서 9,900원짜리 박스티를 사서 집에 돌아왔는데, 분명 펼쳐보면 너무나 커서, 이건 대단한 박스티겠군, 했는데, 너무 크면 남동생 입으라고 줘야지, 했는데, 입어보니 쫄티였다. 여기에서 오는 정신적 혼란과 충격은 대단했다. 다시 백화점으로 가 가장 큰 사이즈로 바꿨다. 할 수없지, 가장 큰 사이즈를 박스티로 입는 수밖에. 이건 정말이지 누군가는 담요로 써도 될 만큼 펼쳐놓았을 때 대단한 사이즈였다. 그러나 그 가장 큰 사이즈마저도 나에겐 박스티가 되지 않았다. 슬프다. 난 정말 듬직하구나, 너무 듬직해. 이런 내가 누군가의 환상의 대상이 되기엔 많이 부족하겠지. 흑흑.

 

 

 

 

-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햄버거는 맥도날드 햄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급적 먹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먹게 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정말이지 집어던지고 싶은 맛이라고 표현하게 된다. 이런걸 햄버거라고 만들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진짜 짜증나. 나는 그 작은 햄버거를 차마 다 먹지도 못한다. 너무 맛없어서. 다음부턴 맥도날드에서 먹게 된다면 그저 감자튀김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헐, 어린이대공원에서 파는 또래오래 치킨의 햄버거도 만만치 않았다. 끔찍한 맛이었다. 배가 고파 씹어 삼키면서, 집어던질 만한 햄버거가 여기 또 있군, 했다. 또래오래 치킨은 치킨중의 으뜸인데, 어린이대공원에서 파는 햄버거는 대체 왜 그모양이란 말인가. 그건 정말 심하다.

 

 

- 어제 뒷동산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 남동생은 내게 회사를 관두고 아예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면 누난 무얼 하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집 앞의 편의점을 가리키며, 저 정도 사이즈의 동네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딱 저 사이즈로 동네에서 하는거지, 그런데 문제집은 팔지 않는거야, 라고. 그리고 되물었다. 그런데 문제집을 팔지 않으면 나 굶어 죽겠지? 그러자 남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문제집만 팔지 않으면 되는거아냐, 로또를 팔어, 그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그...그래. 로또를 팔면 되겠다. 담배도 팔까? 그러자 남동생은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문제집은 팔기 싫은거잖아, 하면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웃고있지만 슬픈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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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5-1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 다락방님 서점 단골 고객이 될겁니다. 하루에 한권씩 책을 살게요. 로또는 말구요.

다락방 2013-05-20 10:00   좋아요 0 | URL
아 그렇다면 저는 먹고살기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고정고객이 있으니 말입니다. 역시..서점을 한 번 차려볼까요..

dreamout 2013-05-1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익을 낼 좋은 방법인데요. ^^
로또 파는 서점이라~~ ㅎㅎ

다락방 2013-05-20 10:04   좋아요 0 | URL
로또를 팔면 수익을 낼 수는 있겠지만 금요일엔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아요. 전 제 서점이 복잡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우..그리고 막 저한테 자동 한 줄이요~ 이러면서 막 달라고 할 거 아녜요. 저 책 팔아야 되는데 -_-

마노아 2013-05-1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뜩해. 마지막에 대박 빵 터졌어요. 다락방님 남동생 완전 사랑해요. 진짜 최고예요. 등장할 때마다 큰웃음 줘요. 아, 진심 고마워요.ㅜ.ㅜ

다락방 2013-05-20 10:04   좋아요 0 | URL
저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웃긴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양물감 2013-05-20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학다닐때 4년동안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 서점이 문제집을 팔지 않는 서점이었거든요. 큰 고등학교를 두개나 끼고 있는 곳이었는데 말이지요. 문제집을 사러 온 손님들에게 항상 건너편에 있는 서점을 추천해드리곤 했어요. 그렇게 하더라도 수익은 충분히 나던 시절이었지요. 그때는요. 그러니까 시집코너가 큼지막하게 한쪽 벽면을 차지해도 수익이 충분히 나던 그런 시절이요^^

다락방 2013-05-20 10:05   좋아요 0 | URL
저는 왜 대학 다닐 때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할 생각을 못했을까요? 어휴.. 지금이라도 하고 싶네요. 아니 그런데, 문제집을 팔지 않는 서점이 존재했었나요? 오..저는 상상도 할 수 없어요. 근사하네요! 문제집을 팔지 않는 서점을 한 번 차려볼까....흐음..

아무개 2013-05-20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술은 팔면 안되겠죠? 술파는 서점 ㅋㅋㅋ

2.작년 여름에 알라딘에서 팔던 셔츠 기억나시죠? 젤 큰놈으로 샀는데 저도 아주 그냥 딱!!!! 맞습니다. ㅡ..ㅡ

3.맥도날드 햄버거는 한 3일 정도 굶고 먹어야지만 먹을만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너무 맛없어요.!

4.찌뿌둥한 월욜이네요. 이번 한주도 또 잘 버텨보자구요^^

다락방 2013-05-20 10:07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술을 팔고싶긴 한데, 다들 술 취해가지고 술을 막 책에다 엎지르면..어떡하죠;; 흐음.. 사람들이 책을 사지는 않고 들춰보며 술을 마시면 안되니까 술 파는 곳은 경계선을 정해놓고, 여기는 계산하지 않은 책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라고 써붙여야 할까요. 아, 근데 어쩐지..점점 좋은 서점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아, 그 티셔츠요. 저도 제일 큰 놈으로 요즘 매일 입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조카가 제 품에 안겨서는 한 명씩 짚어가며 할아버지 아쩌시 할머니, 하고 놀아요, 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도날드 햄버거를 맛없다고 생각하시는 1人 이시군요. 진짜 반갑습니다!!

Mephistopheles 2013-05-2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물며 엄마는...??,,,,
(대낮 길거리 캔맥주 드링킹은 다락방님 포스면 분명 가능하고 남았을 껍니다.)

다락방 2013-05-20 10:08   좋아요 0 | URL
엄마는, 어휴, 감히 제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도 안하고 있어요. 전 진짜 못할 것 같아요.

여름인데 비싼 커피 사마시느니 캔맥주로 시원하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래서 제가 돼지가 되는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5-20 13:22   좋아요 0 | URL
돼지라뇨....우린 곰입니다..곰이요..곰..곰..곰!!!!

다락방 2013-05-20 16:21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꽃곰할래요. 꽃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찰자 2013-05-2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그런 로또는
아무나 팔 수 없다는 슬픈 현실. ㅜㅜ

(전 그 로또 파는 것을 진짜로 알아보기까지 했다니까요;;)

다락방 2013-05-20 16:21   좋아요 0 | URL
아 또 그래요?

전 서점 얘기 엄마한테 아까 했다가 헛꿈꾸지 말라며 지청구나 들었네요. 하하하핫;;
 
프랑스식 세탁소 - 정미경 소설집
정미경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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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의 소설을 읽으며 가슴 뛰던 순간들이 있었는데...그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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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3-05-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그렇군요...제목은 기대하게 만드는 제목이었는데.

다락방 2013-05-19 14:34   좋아요 0 | URL
맨 마지막 표제와 같은 [프랑스식 세탁소]는 좋았는데 다른 단편들이 크게 좋질 않았어요. 흠..

자작나무 2013-05-1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며 가슴 뛰던 순간들이 있었는데...그랬었는데.....
언젠가 이렇게 될 날도 있을까요?

다락방 2013-05-19 16:27   좋아요 0 | URL
어쩌면, 아마도요.

2013-05-19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0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05-20 10:47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그때를 미리 각오하고 있어야 겠네요

프레이야 2013-05-20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으래요?? ...

다락방 2013-05-20 11:37   좋아요 0 | URL
이전만큼 가슴이 뛰질 않더라고요, 프레이야님. 제가 변한건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프랑스식 세탁소]는 그중 가장 좋았어요.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방 꼬라지(말 그대로 꼬라지!!)를 보고 기가 막혔다. 어제 입었던 옷이-속옷을 포함해서-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술이 잔뜩 취해가지고 정신이 나갔던모양. 뭐, 술 취하지 않은 날이라고 별반 다를바는 없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아닌데. 여튼 나뒹구는 옷들을 집어들고는 의자에 던져 올려놓았다. 내가 들어갔을 때 자고 있었고 내가 오늘 출근할 때도 역시 자고 있었던 남동생으로부터 방금 전에 문자메세지가 왔다. 어제 집에는 잘왔다갔냐? ㅋㅋㅋㅋㅋㅋ나는 잘 다녀왔다고 말했다.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고 거울을 봤는데 입술이 빨갰다. 아주 빨갛더라. 어어, 이거 뭐지, 입술이 왜 이렇게 빨개? 하고 여튼 회사에 왔는데 다른 직원이 술 마시고 나니 입술이 빨갛다고 하는거다. 나는 나도 그렇다며 이거 왜그러지 하고 궁금해서 네이버에 물어봤다. 믿을만한 답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몸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중이라 피부층이 얇은 입술이 빨갛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 아직 술 해독이 안됐다는거지? 지금 나는 책상앞에, 의자에 앉아있지만 내 몸은 열심히 알코올을 분해하는 중이라는거지? 어쩐지 가여운걸. 지나치게 맹렬하게 살고 있는 이 느낌...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책을 있는대로 빼다 팔고 있는데, 안읽은 책들도 간혹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도 읽지 않을것 같은 책들. 그 중에 하나가 이 책, 『걸작의 공간』인데, 나중에 읽고싶어지면 그 때 사서 읽자, 하고 중고 등록을 하고 박스에 넣으려다가, 사진만 좀 볼까, 하고 책장을 몇 장 넘겼다.

















처음에 나온 작가는 '루이자 메이 올컷' 이었다. 별 생각없이 작가 사진 밑의 설명을 읽는데 이렇게 써있다.




루이자는 소설 속 등장인물 조를 자기처럼 문학을 하는 노처녀로 만들고 싶었지만, 자매들을 모두 결혼시키라는 독자들의 간절한 편지가 물밀듯 배달되었고 출판업자 역시 그렇게 하자고 설득했다. 본인은 "즐겁게 자신의 카누를 저어"갔지만, 결국 소설에서는 조를 교육 사상이 브론슨 올컷과 닮은 상냥한 바어 교수와 결혼시켰다. (p.23)



우앗, 재밌네? 이 짧은 작가 설명이 너무 재밌잖아? 아, 그런데 루이자 메이 올컷, 누구더라, 아, 아는 이름인데, 유명한데, 되게 익숙한데, 무슨 책을 썼지? 이러다 알라딘에 루이자 메이 올컷을 넣고 검색했다. 그러자 이런 책이 나왔다.













아, 작은 아씨들이었어!!!! '조' 라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작은 아씨들이었구나. 그리고 안타까웠다. 문학하는 노처녀로 만들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독자와 출판업자의 요구로 이루어지질 않다니. 그거...내가 이뤄줄까? 문학하는 노처녀가 등장하는 근사한 소설을 한 편 써볼까? 하하하하. 소설이, 한 편 써볼까, 한다고 써지는 건 아니지만...머리가 팽팽 돌아서 이런다, 내가.




여튼 저게 너무 재미있어서 이 책 팔지말자, 라고 마음을 바꿔먹고-무겁게 회사까지 들고왔는데..쩝..- 내친김에 작가들에 대한 짧은 설명들만 몇 개 더 골라 읽었는데, '케이트 쇼팽 하우스'가 재미있다.




그녀는 일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부유한 유부남 농장주 앨버트 샘파이트와 은밀한 연애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점점 더 허구에 끌렸고, 친구들의 격려와 더불으 기 드 모파상에게서 문학적인 모델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케이트 쇼팽이 자녀들을 돌보고 분주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한 일이었다. (p.97)




아, 재미있다. 이 책 읽어야겠다. 희희. 그런데 케이트 쇼팽 하우스는 낯선 이름인데 어떤 작품을 썼을까? 검색해보자.











번역본은 없고 이 책만 뜨는구나...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일곱시반까지 도착하면 커피를 사주겠다고 어제 술을 마시면서 L대리가 말했는데, 나는 원래 그 시간에 그 앞을 지난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정말 L 대리는 그 앞에 있었고 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따라 들어갔는데 나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꼭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어진다. 그것도 반드시 누가 내려준 거. 그러니까 사 먹는 거. 내가 내리는 거 말고. 어쨌든 그래서 그걸 마시려고 했는데 빨리 마시고 싶은거다. 그런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좀 식혀서 먹어야 하잖아? 그래서 할 수 없다 싶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빨대를 꽂아서 쭉쭉 빨아마시는 순간 와- 완전 맛있어. 최고다 최고 라고 생각했다. 




아 머리가 팽팽 돈다. 내가 아직 술이 안깨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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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케이트 쇼팽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from 마지막 키스 2013-05-28 18:56 
    '케이트 쇼팽 하우스'에 대해 읽다가 그녀의 작품이 꽤 읽고 싶어졌다. 지난번에 찾아보니 번역본이 없던데. 『각성The Awakening』은 여성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적절한 이해심을 가지고 극화한 최초의 미국 도서에 속한다. 1899년 소설이 출간되자, 그때까지 케이트 쇼팽이 한 일 가운데 가장 경멸할 만한 일로 간주되었고, 소설이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비도덕적이고 모멸적이라는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pp.100-101)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가
 
 
당고 2013-05-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오!
나, 조가 결혼했을 때 너무 싫었는데 이런 거였어요, 이런 거였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3-05-16 10:5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작가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야해. 꼿꼿이 앞으로 나가야 하는거에요!! ㅠㅠ

자작나무 2013-05-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렬한 회식이었나봐요. 입술은 무언가에 압력을 받으면 빨개지는 속성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3-05-16 11:17   좋아요 0 | URL
술잔의 압력을 너무 받았나 봅니다. ㅎㅎㅎ

수이 2013-05-1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잼나요, 은근, 사진 보는 맛 빼고 글도.
술 엄청 마시고 다음날 두통땜시 미칠 때 아이스커피 마시면 죽이죠 흐흐,

다락방 2013-05-16 11:42   좋아요 0 | URL
점심에는 라면에다가 밥 말아먹어야겠어요. 그래야 해장이 될 듯. 그리고나서 자면 좋은데...사무실만 아니었다면 잤을텐데..흑흑 ㅜㅜ

관찰자 2013-05-1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였구나.ㅠㅠ

유난히 회식 다음날,
엄청난 과음으로 겨우겨우 회사에 당도하면
그날따라 쌩얼인데도, 남자직원들이 "어, 오늘 쫌 이쁜데?"라는 말을 왜이렇게 많이 하나 했더니.
역시 그런거였어요.

창백한 얼굴에 빨간 입술.
뚜둥.

다락방 2013-05-16 12:57   좋아요 0 | URL
아, 그러고보니 술 마신 다음날 스스로도 예뻐보일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오늘은 아니지만..오늘은 완전 상태 메롱이네요. ㅎㅎ
빨간 입술은 정말 예쁜것 같아요. 매력적이에요. 히히

야클 2013-05-1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어제 빨판상어 같은 남자랑 같이 술을 마신건 아닌지.... 북방 머시기 고래 대신 상어라도 하는 심정에....

다락방 2013-05-16 12:58   좋아요 0 | URL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흑흑. 빨판상어같은 남자를 마지막으로 만난게 언제인가 하고 꼽아보니.......하아- 오래전의 일이네요.

어제는 회식이었습니다. 하하하하핫

Mephistopheles 2013-05-1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왜 어제 회식 안주와 해장을 뭘로 했을까가 제일 궁금할까요?

다락방 2013-05-16 16:12   좋아요 0 | URL
아 쓰기 뻘쭘한데..어제 회식 안주는 1차로 삼겹살 2차로 피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해장은 라면에 밥 말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3-05-1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아씨들...웅...조가 결혼했을 때 실망했던 기억이...ㅜ

다락방 2013-05-16 18:02   좋아요 0 | URL
여기 이렇게 실망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가 결혼하기를 원했나봐요. 하아-
 
















'강상중'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건 '나쓰메 소세키'였다. 더 정확하게는 '아, 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제대로 읽지 못했구나' 하는 것. 나는 소세키의 책을 두 권 읽었는데, 그 나름대로 좋았지만 강상중이 이 책에서 언급했던것처럼 그게 대단하다거나 선견지명이 있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아직 읽지 않은 소세키의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겠는데, 아마 그 전보다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강상중의 덕이다. 특히 소세키의 작품들 중 『히간 지날때 까지』, 『행인』을.














얼마전에 『피로사회』를 읽다가 뭔말인지 모르겠어서 읽기를 그만뒀다. 이 책도 내게 술술 읽히지는 않았는데, 나라는 인간은 아무래도 이런 책 보다는 소설을 읽으면서 더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고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 보다는 나는 그 사람이 되서 간접경험을 상상하는 쪽이 더 잘 맞는달까. 모두가 좋다고 말한다해서 나한테까지 좋은건 아니라는건 만고불변의 진리로구나. 어쨌든 인상깊었던 구절을 옮겨오자면 다음과 같다.



프랑클은 설령 그것이 환자가 그냥 믿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말하게 했습니다. 즉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처럼 미리 해석의 기준을 준비하고 그것을 통해 환자가 호소하는 이야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자신 안에 있는 것을 통째로 표출시키고 그 의식의 변화를 그대로 기술해 나갔던 것입니다. 그때 그들이 말하는 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는 상관없었습니다. 그런 방법을 취한 것은, 고민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의 변화' 에서 큰 의미를 찾고 있고 거기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57)



최근에 누군가 대화를 하다가 '옳은' 생각과 '나의' 생각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위의 문장은 그 때를 떠올리게 했다. 세상에 '옳은'게 있다면 그건 누가 정한걸까. 옳은게 있는게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있는게 아닐까. 



과거의 축적만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이에 비해 미래라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로 상태입니다. 미래는 어디까지나 아직 없는 것이고 무無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는 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 이란 '내 과거' 이니, '나는 과거로소이다'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러므로 과거를 중요시하는 것은 인생을 중요시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역으로 '가능성'이라든가 '꿈'이라는 말만 연발하며 미래만 보려고 하는 것은 인생에 무책임한, 또는 그저 불안을 뒤로 미루기만 할 뿐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pp.168-169)


위 문장을 읽으면서는 막 고마워졌다. 나 역시 미래보다 과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래란 올지 안올지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이고, 불확실하다. 그러나 과거는 엄연히 존재하고 그것을 잊고싶다고 한들, 설령 잊었다한들, 지금의 나는 그 과거로부터 형성된 인간이니까. 과거란 언제나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엘리자베스 게이지' 소설속의 말도 떠오르고, '데이빈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도 생각난다. 미래를 바꿀 수 있는것도 결과적으로는 나의 과거이다. 그리고 미래에 이르러 과거가 될 지금 현재이고. 




조카가 어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른 자라서 같이 책을 읽고 싶다. 내가 권하는 책을 읽기도 하고, 조카가 내게 책을 권해주기도 했으면 좋겠다. 나는 조카가 자라면 나쓰메 소세키를 같이 읽자고 해야겠다. 물론 그 전에 권해줄 책이 엄청나게 많지만. 조카가 코맥 매카시를,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줌파 라히리를, 다니엘 글라타우어를 좋아하게될까? 만약 그렇게된다면, 그건 과연 언제쯤일까?




7월 중순이면 36개월이 되는 조카가 충치 치료를 앞두고 있다. 앞니가 썩었다는데, 신경치료까지 하게 될지 어떨지는 치료를 해 봐야 안다고 했나보다. 고작 36개월을 살고 있는 아이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을걸 생각하니 내가 다 끔찍하다. 신경치료를 하게 되면 수면마취를 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엄마가 아이를 붙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 중에 하나를 여동생에게 선택하라고 했는가보다. 여동생은 수면마취를 선택하려다가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해보더니 절대 그럴수는 없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어쩌면 엉엉 울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앞으로 치과를 무서워할지도 모르지만 수면 마취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단다. 나는 치과에 가기전에 조카에게 니가 얘기를 많이 해주라고 했지만 막상 내가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더라. 마침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온다고 하니 잘됐다, 나는 조카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기 전,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없앴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준비했다.


















충치와 치과로 검색하니 많은 책들이 나왔지만, 나는 '치과에 가는 두려움'을 좀 없애줄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싶었다. 이 책들은 내일 배송되니 내가 먼저 한번씩 읽어보고 조카가 오면 하나씩 읽어주거나 보여줘야겠다. 아, 고 작은것이 치과 치료라니. ㅠㅠ  그나저나 이 책들은 과연 적절한 책들인걸까.



조카야, 무서워하지마. 흑흑.





꺅 >.<

정미경의 『프랑스식 세탁소』가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회식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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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3-05-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상중의 책을 요즘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참입니다. 읽게 된다면 <살아야하는 이유>를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빨책에선가? 이동진씨가 <고민하는 힘>이 대표작이라고 하셔서는 ㅋㅋ 그럼 고민하는 힘 부터 읽어야하나? 갸웃 거리고 있었는데 읽어야할 책이 너무 많이 밀려있어서 ㅋㅋㅋㅋ 올해 안에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

회사다닐 때 '회식'은 늘 저에겐 끔찍한 무엇이었는데 ㅎㅎ 다락방님의 회식은 신나 보여서 다행이예요 ㅎㅎ
즐회식하시기를요!! 락방님 ♡ㅅ♡ㅋ

다락방 2013-05-16 09:36   좋아요 0 | URL
저도 읽으려고 사둔 책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새 책은 사지말자 라고 결심하고 있는데, 이런 결심 따위, 언제나 너무나 쉽게 무너져서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회식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제 회식은 상사들이 다들 참석을 못(안)하겠다고 해서 신났었어요. 그럼 그냥 회사돈으로 고기먹고 술마실수 있는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3-05-15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 권력있는 여자의 회식은 신나는 거구나! 수면 마취는 진짜 비추요 ㅠㅠ 회사 디자이너 동생이 어린이집 선생님인데 애기 한명이 치과 마취때문에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만약이라 해도 견딜 건 견디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우리도 다 그렇게 자랐는데요 뭐 ㅎㅎ 타미가 벌써 충치도 생기고 치과도 가고. 아. 어린이다!!

다락방 2013-05-16 09:37   좋아요 0 | URL
아, 어제 회식엔 상사가 없어서 신난거였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상사란 회식에 끼지 않는게 진리!! 나는 그런 상사가 되기 전에 퇴사해야겠다요. ㅎㅎㅎㅎㅎ

네 수면마취로 아이가 죽었다는 기사를 작년인가 재작년에 본 것 같은데, 그게 처음도 아니고 간혹 일어나는 일인가 보더라고요. 확률적으로 희박하다 해도 무서워서 차마 못하겠어요. 그냥 견딜 수밖에요. 아프다고 앞으로 치과를 무서워할까봐 걱정돼요. ㅠㅠㅠ
그나저나 나의 예쁜 조카는 초콜렛을 사랑하는데 이제 어쩌면 좋아요. 엉엉.

2013-05-16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16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3-05-1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 타미가 충치, 요즘은 치과에서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니까 최대한 덜 아프게 잘해주지 않을까요? 그래도 신경치료란 ㅠ 정말 신경 많이 쓰이는데. 타미, 힘 내라!

다락방 2013-05-16 09:40   좋아요 0 | URL
제가 막 걱정이 되는거 있죠. ㅠㅠ 그 작은 아기가 얼마나 무서울까요. ㅠㅠ 이젠 아기가 아니라 아이지.. ㅠㅠㅠ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싶은것도 분명 제 진심이지만,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은 마음도 제 진심이에요. 치료받고 울고 하는 걸 전 못볼것 같아요. ㅠㅠㅠ 생각만해도 막 안타까워서.. ㅠㅠㅠㅠㅠ 잘 견뎌냈으면 좋겠어요.

치니 2013-05-1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졸리 얼굴 보니까 어제 졸리가 뉴욕타임즈에 쓴 기고문 생각나네요. 유방 절제술 하고 나서의 이야기인데...읽고 나니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촘 멋짐!

다락방 2013-05-16 09:43   좋아요 0 | URL
저도 엊그젠가 읽었는데, 전 '멋지다' 라기 보다는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유방을 잘라낸다는 결정을 했다니 말예요.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라고 하면 대답을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졸리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자로서 유방 절제술을 받으려고 한다는 게 진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말예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단하다가 멋진건가? 암튼 뭐랄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에요. 네네, 강하다, 가 맞는 것 같아요.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에서 에미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메일 친구인 레오에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미아'를 소개시켜준다. 참 병신같기도 하지, 그 마음이 이해 안되는건 아니지만, 진짜 병신같은 짓이었다. 문제는 레오와 에미가 이메일 상으로 서로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고 있었으면서도 어쨌든 레오와 '에미 친구'의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에미는 미아를 레오에게 소개시켜주고 잘됐냐고 떠보는데, 그 둘이 섹스를 했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했는지 안했는지, 그에 대한 답이 듣고 싶다. 그리고 레오는, 오, 했다고 말한다. 


이 때 에미가 무얼 느꼈던간에, 레오를 사랑하고 있던 나는 절망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절망을 느꼈다는 건, 내가 섹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에게 섹스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중요한 것이었다. 자, 그렇다면, 내가 섹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섹스가 정말 중요한 것일까? 나에게 중요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중요한 것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한 것은 그렇게 죽을만큼 절망스런 일일까? 배신감과 좌절이 쓰나미로 몰려들어야만 하는 그런 일인걸까? 아무리 내 개인적으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한들, 그게 그렇게 밤 잠을 못이룰 정도로 영향을 미쳐야 하는걸까? 어쩌면, 정말 어쩌면, 사실 그건 아무것도 아닌건 아닐까? 내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일을 하는건 괜찮은데, 그렇다면, 왜, 섹스는 안되는걸까? 왜 다른 여자랑 밥을 먹었다는 사실보다 다른 여자랑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더 화가 날까? 이런 감정이 내게 쓸모있는 감정인걸까? 만약 내가 밥 먹는것과 섹스하는 것에 그다지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나는 절망감을 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이 책속의 '저드'는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상사와 섹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아주 질펀한 순간을. 게다가 이게 처음도 아니란다. 그 둘의 관계는 일 년째 지속되고 있단다. 그가 충격을 받을것은 자명한 사실. 집을 나오고 다시는 아내를 꼴도보기 싫어하는 것도 역시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 그에게 그의 엄마가 말한다.



"내 말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일들이 완전히 끝나버린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지."

"내 상관하고 1년 동안 그 짓을 벌인 게 없던 일이 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어요."

"저드,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물론 그 애가 바람을 피웠고 그 일로 네가 마음을 다쳤다는 건 안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섹스란다. 가려울 때 엉덩이를 긁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우리들은 섹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도록 세뇌가 된 것 뿐이야. 그 결과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마는 거지. 섹스는 온 숲에 가득한 많은 나무들 중에 한 그루일 뿐이란다." (p.202)



그래, 어쩌면 섹스는 가려울 때 엉덩이를 긁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그렇게 생각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들 중에 어느정도, 그러니까 어느 일부만큼은 그 크기가 작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해도 완벽하게 아무것도 아닌게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서로 가려울 때 엉덩이 긁어주자고 너랑 나랑 연인이 된 거 아니니, 그런데 왜 다른 애랑 엉덩이를 긁어주고 난리니, 라고 해버리면, 할 말 없지 않나? 여하튼, 온 숲에 가득한 많은 나무들 중에 한 그루일 뿐임을 잊지 말아야지. 물론, 저드는 그런 엄마에게 이렇게 대꾸한다.



"저한텐 엄청 큰 나무처럼 보이는데요." (p.202)



하아- 젠장. 좀 크긴 크지 않나? 




이 책은 마치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식구들 모두가 저마다의 커다란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 구성원들이 서로 살갑지도 않고 다정하지도 않다. 못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들 같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뿔뿔이 흩어졌던 식구들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모이고, 유대교의 전통에 따라 일주일간 식구들 전체가 한 집에서 조문객들을 맞는 '시바'를 하기로 한다. 그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의 마지막 유언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예전처럼 으르렁대고 서로의 문제 때문에 골치아파한다. 폴의 아내는 아이를 갖고 싶은데 아이를 갖지 못해서 조문기간 내내 -마침 배란기- 폴과 동침하려하고, 이마저도 뜻대로 되질 않아 시동생인 저드를 덮친다. 저는 아내 젠의 불륜현장을 목격하고 상처받은 채 아버지의 장례식에 왔는데, 그의 아내는 그를 찾아와 저드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한다. 직업도 없고 돈도 없는 필립은 자신의 심리상담사였던 열살이상 차이나는 여자를 여자친구라고 데려왔고, 그러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여전히 집적댄다. 웬디 의 남편은 돈을 아주 많이 벌지만 좀처럼 웬디와 함께 있는 시간이 없다. 이들 모두가 한 집에서 일주일간 꼼짝없이 함께 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툭툭 유머러스한 문장들이 튀어나와서 지하철에서 소리내서 웃기도 했다. 특히 이 부분.


그녀는 집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테니스 운동화를 신은 그녀는 그대로 쌈을 싸서 먹고 싶을 만큼 앙증맞다. (p.338)


ㅎㅎㅎㅎ 쌈을 싸서 먹고 싶다, 는 표현에 빵터져버리고 말았다. ㅋㅋㅋㅋㅋ


저드가 젠과 별거중이란 사실을 알고 조문하러 온 친척들이 저마다 저드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싶어 안달이다. 이에 저드는 화가 나서 말한다.


"제가 그렇게 딱해들 보이시나요? 제 힘으로는 아무 여자도 못 만날것 같아요? 이 세상의 반은 여자예요. 그 많은 여인들 중 적어도 한두명 정도는 나랑 사귈 가능성이 없을까요?" (p.336)


이 말을 들은 친척들과 저드의 엄마는 당황하는데, 이런 저드에게 그의 동생 필립이 지원 사격을 해준다.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필립이 끼어들었다. "별거에 들어갔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참고로 말하자면, 어젯밤만 해도 우리 형은 섹스를 했다고요." (p.336)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드가 어젯밤에 섹스를 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말해주는 필립이 너무 웃겨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그보다 더 많은 문장들이 삶의 일상적인 면들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 우리들을 무척 예뻐했다. 하지만 우리가 자라기 시작하자 아버지는 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완전한 세상이었던 어린 시절도 어느덧 정신을 차려 보면 온데간데없고, 삶의 속절없음에 망연자실한 채로 우리는 아버지의 무덤에 흙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p.56)



우리는 아버지를 보고,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어린 동생과 장난을 치지만, 언제가 그런 일들을 하는 마지막 순간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히 모든 일에는 마지막 순간들이 있다. 그런 순간들을 다 기억한다면 우리는 슬픔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p.215)



혼자만의 오랜 사색 끝에 도달하는 결론은, 모든 사람들에 대해 내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그들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p.256)



"늙지 말게나. 그게 내가 저지른 잘못이라네."

나는 그가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따라 걸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72세의 나이에도 여자들은 우리의 심장을 찢어놓을 수가 있다. 나는 아직 그런 일을 겪지 않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이 너무 무섭기도 하고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한다. (pp.405-406)


ㅋ ㅑ ~ 낮술을 마시고 싶어진다. 정말이지, 묘하게 안심이 되지 않는가. 남자의 전화를 기다리던 일흔살의 올리브도 생각나고.


사실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나는 젠 같은 여인들에게 끌리고, 젠 같은 여인들은 웨이드 같은 인간들에게 끌린다. 어느 누게에게든지 이로울 것이 없는 설정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에 트레이시 같은 여인들은 필립 같은 인간들과 사랑에 빠질 것이고, 필립 같은 남자들은 틀림없이 첼시아 같은 여인들과 놀아날 것이다. 사랑, 혹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우리의 본성을 부정하며 우리는 빙글빙글 불나방처럼 춤을 추면서 돌아간다. (p.415)



우리들을 구체적인 사실들을 들먹이면서 솔직한 감정을 숨기는 데 능하다. 아버지의 영향이 우리들 안에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은 돌아가신 후에도 우리를 어딘가 부족한 인간들로 만들고, 그런 식으로 그들은 아직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이리라. (p.430)




사실 옮겨오고 싶은 부분이 더 있지만 너무 길어지니 이쯤에서 그만둬야겠다. 이 책 속의 저드에게는 나랑 똑같은 면이 하나 있다. 바로, 그가 공상에 잘 빠진다는 사실이다. 그는 젠과 별거중이고 외롭다. 길을 지나치다 만나는 여성들과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데, 그의 상상이 순식간에 속절없이 진행되서 웃음이 난다. 그러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은 그의 외로움을 증명하는거니 애틋하지만, 번번이 공상에 빠지고야마는 그를 온전히 이해할 있음에서 나오는 동료의식이랄까.




나는 고속도로를 타고 곧장 메인 주까지 차를 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도착하면 바닷가 한적한 마을을 찾아가서 조그만 집을 하나 빌리고 그렇게 새 출발을 하는거다. 메인 주의 겨울은 혹독하겠지만 지금 타고 있는 렉서스 승용차를 팔아 바퀴에 체인을 걸 수 있는 튼튼한 트럭을 사면 될 것이다. 직접 손을 써서 일하는 일자리를 얻고, 동네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한쪽 눈이 멀어 버려진 라바도르종 강아지를 한 마리 데려다 기르면서, 고기를 잡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거다. 그들은 가끔 내 출신지를 가지고 사람 좋은 농담들을 할 것이다. 어쩌면 나를 '뉴욕'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는 동부 사투리를 쓰기 시작할 것이다. 그곳엔 어쩌면 나처럼 잊고 싶은 과거로부터 도망쳐 온 여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쁘장하지만 상처 받기 쉬운 그녀와 내가 만나면 우리는 서로를 금방 알아보고 오직 버림받은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열렬한 사랑에 빠질 것이다. 우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을 광장 잔디밭에서 거행될 우리 결혼식에는 마을 사람 모두가 참석할 것이다. 동네 식당 앞에 커다란 천막을 치고 가장 저렴한 메뉴는 아니지만 비싸지도 않은 음식으로 하객들을 대접할 것이다. (p.45)



그의 이런 공상은 앞으로도 몇 번이나 더 나온다. 나는 『순수의 시대』를 읽다가 파티에 갔던 공상을 했던 내가, 『그 숲에는 남자로 가득했네』를 읽다가 벌목꾼과 사랑에 빠지는 공상을 했던 내가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살아갈 방법을,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도망치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아내 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 공상속에 져스틴 팀버레이크가 등장하기도 하고 현빈이 등장하기도 한다. 제이슨 스태덤의 옷을 벗기기도 하지만, 뭐 어떠랴, 괜찮다. 나쁘지 않다.





어제 아빠는 나에게 '힐링'이 무슨 뜻이냐 물으셨다. 요즘 여기저기서 힐링힐링 하던데 대체 힐링이 무슨 뜻이냐고. 나는 그것은 치유하다, 구하다의 뜻이라고 말했다. 아빠 그러니까 우리가 상처를 받거나 지치거나 했을 때 각자 뭐 맛있는 걸 먹는다거나(응?), 뭐 암튼 어떤 방식으로 그게 치유가 될 때가 있잖아, 그럴 때 힐링된다고 말해. 라고. 그러자 아빠는 아, 그렇구나, 상처받은게 치유되는 걸 말하는거구나, 하셨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물으셨다.



아니, 그러면 치유된다고 하면 되지 왜 힐링이라고 쓰냐?




어? 그..글쎄? 그건 나도 잘....



그러게. 왜 다들 힐링이라고 할까? 나는 힐링거리지 말아야겠다고 불쑥, 생각했다. 그리고 뚝배기에 나오는 김치찌개도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느라 점심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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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5-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정말이지 정독해야 겠습니다.
다락방님 독서의 진수를 보여주네요.

다락방 2013-05-16 14:14   좋아요 0 | URL
아니, 뭐 정독하실 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ㅎㅎ
날이 아주 좋아요. 사무실에 있기 답답합니다. 흑.

레와 2013-05-14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오징어볶음 해줘서 미친듯이 먹었어요!!!! 지금은 무척 졸려요. 흠냐흠냐..

다락방 2013-05-16 14:14   좋아요 0 | URL
난 어제의 숙취로 인해 졸려서 미치겠다요. 점심에 해장으로 라면 먹었어요. 하아- 잠만 더 잤으면 좋겠어 정말. ㅠㅠ

Mephistopheles 2013-05-14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실 앵글로섹슨 백고래가 다락방님의 취향이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는.....
(쳇 알아서 19금 상상을 하게 해주는 페이퍼를 쓰시다니..!!)

사람들은 힐링~힐링 거리면서 상처치유, 영혼의 회복을 부르짖는데...정작 자신이 타인에게 가하는
상처에 대해서는 무심하더군요..

다락방 2013-05-16 14:15   좋아요 0 | URL
제 머릿속에는 제가 감독한 야한 영화가 아주 많이 들어있습니다, 메피스토님.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5-16 15:04   좋아요 0 | URL
등급이 참 궁금하군요..

다락방 2013-05-16 15:05   좋아요 0 | URL
미성년자 관람불가란 것만 확실합니다.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13-05-16 16:04   좋아요 0 | URL
아니 그건 당연한 것이겠고요....
제 말은 알파벳 저 끝에 있는 그 부언가를 3번 연달아 쓰느냐 두번만 쓰느냐 한번만 쓰느냐가 관건이죠...

프레이야 2013-05-2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힐링힐링 ㅠ 무슨 상처들을 그리 많이 받았다고? 나도 이제 그말 더 안 써야겠어요. 치유란 말도요.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며 필립의 대사에서 전 문득 러스트앤본,의 알리가 떠올라요. 허접하게 사는 것 같지만 섹스는 굶주리지 않고 하죠ㅎㅎ 꼬띠아르, 최고였어요. 근데 정말 이제 뚝배기에 김치찌개를 점심에 먹기엔 더운 날씨가 되었네요. 어느새ᆢ 전 오늘 바람 솔솔 들어오는 여학생휴게실 창가에서 문우가 싸온 도시락을 먹었어요. 소박한 건강식으로ㅎㅎ

다락방 2013-05-16 14:1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웃었어요, 프레이야님. 그러게요. 알리는 섹스에 굶주리지 않고 원하는 때에 언제고 할 수 있었죠. 뭔가...제가 진 것 같은데요? 알리한테 말이죠.

전 라면에 밥 말아 먹었어요. 해장으로는 라면이 최고에요, 제겐. 오늘 사무실에 있기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평일에 술을 마시지 말자고 굳게 결심했답니다. 흑흑.

수이 2013-05-14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후배녀석과 점심을 먹고난 후 노년의 sex에 대해서 물어보길래, 내가 할머니냐? 어찌 내가 알 거 같아? 퉁명스럽게 구박을 하고 썰을 푸는데 이 녀석이 "하지만 언니, 세뇌가 됐건 아니건간에 중요한 건 중요한 거잖아-" 하길래 아이참, 세뇌된거라니까, 하고 이야기를 해줘도 결국 힐링이니까~ 라고 정리를 하던데 아무래도 녀석에게 다락방님 이 페이퍼 읽으라고 해야겠네요- 흐흐

다락방 2013-05-16 14:17   좋아요 0 | URL
일전에 노년의 삶을 다룬 [당신 참 좋아보이네요] 에서 노인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 더 많이 섹스하지 못한걸 후회한다고 답했더라고요. 저도 노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분발해야겠어요. 쿨럭.

asnever 2013-08-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번역해 놓은 글들이지만 이렇게 타인이 채집을 해놓은 문장들로 보니 낯설기도하고 그만큼 새롭기도 하네요. 소설이 영화화 된다더니 아무 소식도 없고, 이제 잊혀진 책이 되었나 싶어 구글링을 하다가 님의 글을 발견하고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제 블로그에도 가끔 놀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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