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 조카가 왔다가 토요일 오후에 돌아갔다. 토요일 오전에는 외출을 하기로 했는데, 트레이닝복을 입었다가 방에 들어가 원피스로 갈아입고 나오자 조카는 제 엄마에게 자기도 옷을 갈아입겠다며 떼를 썼다. 이미 외출한다고 옷을 갈아입었는데도 그랬다. 너 옷 입었잖아, 갈아 입었잖아, 해도 막무가내였다. 나를 보며 '이모처럼 예쁘게 입을거야' 라고 울상이다. 아..이 아이를 어쩌면 좋아. 결국 네가 입은 옷도 충분히 예쁘다, 정말 예쁘다 등등 여러가지로 설득해서 외출할 수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내 샌들을 신는다. 굽이 낮은건데도 그저 신어보고 싶었는가보다. 외출후에 돌아와 쉬고 오후에 제 집으로 돌아가려는 조카는 내 품에 안기더니 이모랑 살거야, 라며 집에 안 간다고 또 울상이다. 아, 미치겠다. 너무 사랑스러워. 결국 토요일 오후 조카는 돌아갔고, 조카가 돌아가자마자 나는 조카가 그립다. 보고싶다. 흑흑. ㅠㅠ 내게 이런 사랑은 처음이다. 자발적 구속과 돌아선 뒤의 그리움을 모조리 가져오는 이런 사랑. 아, 내게 이런 사랑은 조카야, 네가 처음이야. 나는 한 번도 이런 식의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단다. 흑흑.
배우로 살아가는 여자들이 일과 사랑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했던 '로잔나 아퀘트'는 배우들을 찾아다니며 질문을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모르는 배우들이 나와 일과 가정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힘들다고 토로한다. 가진게 많은걸로 보였던 그녀들도 모두들 힘들어 하고 있었다. 누구나 하는 고민들을 역시 그녀들도 하고 있었다.
-영화를 찍는다는 건 오랜 시간 아이 옆에 있지 못한다는 걸 뜻했고, 그렇게 일을 하기로 선택하면 아이에게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를 선택하면 자신이 놓친 작품에 대해 후회가 들었다.
-좋은 감독이 좋은 상대 배우와의 촬영을 제안했지만 아이가 너무 어려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 그녀에게 그녀의 아빠는 '너는 언제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했잖이. 이번에는 감독도 배우도 모두 좋은데 왜 거절을 하니. 아이 때문이라면 아이는 문제가 아니다 잘 클거다, 문제는 너다' 라고 말했다고 했다.
-언제나 작품을 하는걸로 선택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한것이 늘 후회가 됐다. 그러나 내가 그 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상황은 더 나빠졌을거다.
-44세에 영화를 찍었다면 십 년후에는 54세의 영화를 찍는것이 맞는거다. 계속해서 44세를 연기하는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성형에 대해 말하면서)
-살아가면서 내 얼굴이 어떻게 변하는지 내가 관찰하고 싶다. 그래서 성형을 할 생각이 없다.
-45세가 되었을 때야 아 내가 나이가 많고, 이제 나에게 남은건 쳐진 가슴과 불은 엉덩이 뿐이구나 했다. 엉덩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아무리 뛰어봤자 나는 계속 여기있을거야! 너가 무슨 수를 써도 나를 어떻게 해 볼 수는 없어 라고.
-젊었을 때만 감독들이 좋아하는데 그럴 때 맡는 배역이라야 고작 '누군가의 애인' 이다. 나는 누군가의 애인이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고 사춘기소녀의 엄마 역할을 맡았을 때 나는 정말 괜찮았지만 주변에서 자꾸만 내게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정말 괜찮았다. 그게 뭐가 어때서.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일 속에 있고 싶지 않다. 나는 좋은 작품을 연기하고 싶다.
-일과 양육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너무나 힘들다.
그녀들의 모든 말들이 다 인상깊었지만, 샤론 스톤은 그 말들 사이에 '역할을 맡을 때 후배들의 입지를 생각한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샤론 스톤은 그녀들이 입지를 확실히 할 수 있도록 단단한 역할을 맡고 싶어했다. 반면 기네스 팰트로에 대해서는 별로 좋진 않았다. 자신은 부모님들이 조언해줘서 형편 없는 영화에 출연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할 수 있었다고. 다른 배우가 '이 일을 하고 유지하는 이상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때가 있다'고 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그들의 생각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기네스 팰트로는 별로 좋아할 만한 여지가 없는 그런 배우였다.
어쨌든 일과 사랑(양육과 가정이라고 써도 된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가 보면 좋을 것 같다.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도. 그리고 앞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도. 지구 반대편에서도, 여기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도, 나보다 훨씬 예쁘고 곱게 늙어가는 사람들도, 나보다 훨씬 돈이 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위로가 됐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다들 이렇게.
어느날 페넬로페 크루즈가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죽어있다. 딸이 울면서 말했다. 자신이 찔렀다고. 부엌에 있는 아빠가 자기를 덮치려 했다고, 이러지 말라고 했더니 강제로 덮치려고 했고 나는 네 친아빠도 아니다, 라고 말했다고. 그러지말라고 칼을 빼들었지만 너는 나를 찌르지 못할거라며 아빠가 덮치려길래 찔렀다고 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딸을 안아준다. 그가 한 짓은 몹쓸 짓이었다고.
아, 이제 저 모녀는 어쩌나 싶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딸에게 이 사람은 내가 죽인거다,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거다, 라고 말했고 딸은 고개를 끄덕였다. 딸이 감옥에 가는 것도 끔찍하지만 엄마가 가는 것도 끔찍하긴 마찬가지. 엄마가 살인으로 감옥에 가 있는 동안의 그 세월, 그 세월이 엄마에게도 딸에게도 지옥같을텐데, 대체 어째야 하나. 어째야 조금이라도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걸까. 결국 모녀는 시체를 처리한다. 아무도 그의 사망에 대해 알지 못한다.
자막이 오르고 나서야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딸에게 '네 눈동자는 외할아버지를 쏙 빼닮았구나'라고 말을 할 때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그럴때마다 .........
와, 그런데 페넬로페 크루즈가 너무 예쁘다. 옷을 입은 그녀의 자태도 예쁘지만 그녀가 한 번도 빼지 않던 그 목걸이는 정말이지!!
목걸이가 예뻤다는 게 아니라 목걸이를 한 그녀가 예뻤다. 나는 목걸이를 잘 안하지만 하더라도 짧은 목걸이를 하지 저렇게 가슴까지 오는 목걸이를 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가슴까지 오는 긴 목걸이를 한 걸 봤을 때는 모두 옷 위로 흘러내렸었다. 그런데 저렇게 피부위에 긴 목걸이가 올려진 걸 보는데 너무나 매혹적인거다! 보면서 내내 나도 저런 목걸이 하나 사서 해볼까, 싶었지만, 저렇게 하는 게 아무나 다 예쁠것 같지는 않았다. 다 페넬로페 크루즈가 예쁘고, 그녀의 피부가 예쁘고, 그녀의 몸매도 예뻐서 가능한거란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왼 쪽의 사진은 속옷만 입은건데, 정말 예쁘다. ㅠㅠ 하든 안하든 나도 목걸이를 하나 사야겠...........................( ")
가만있자, 저런 목걸이는 어디를 가야 있나.............
이 책 속에는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는 남자가 나온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어 밤에는 고깃집에서 불판 닦는 일을 한다. 역할대행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 그가 틈틈이 책을 읽는데 마르케스의 책이, 귄터 그라스의 책이, 르 클레지오의 책이 언급된다. 책이 많이 나오는 구나, 하면서 읽다가 이런 부분이 나오자 호기심이 일었다.
타락한 무희 타이스의 영혼을 구하려고 그녀에게 달려들었지만 정작 자신은 신앙을 잃고 만 수도사처럼 나는 궤도를 이탈했다. (pp.101-102)
응? 뭐지? 책인가? 나는 무희 타이스를 넣고 검색해봤다. 그리고 '아나톨 프랑스'의 『타이스』란 책이란 걸 알게됐다.
수도사가 탕녀를 구원의 길로 인도하지만 정작 수도사 자신은 파멸에 이르는 소설이라는데, 이 책은 품절이고 책소개도 나와 있질 않다. 아...궁금하다. 품절이라니까 더 궁금해. 중고도 등록되어 있질 않다. 하아... 그런데 서울대학교출판부..라니. 나는 대체 이 책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읽고싶다. 흑흑흑.
무슨 책을 사서 줬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단편들중 한 편만 소개된 비매품을 받았다. 아까 문득 생각이 나 읽게 되었는데, 그 단 편 하나는 「깜짝 우동 」이었다. 이거 읽어보고 괜찮으면 이 책을 사야지, 생각하고 읽었는데, 그 단편 하나 읽는데만도 온갖 짜증이 몰려들었다. 대체적으로 나는 어떤 캐릭터가 나와도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캐릭터는 좀처럼 수긍이 되질 않았다. 물론 사람마다 인생의 목표나 목적이 다르다는게 알지만, 여자 일생의 아름다운 희망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남자 생겼다고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가진 자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노처녀 동료에게 웃어주는 데 좀 어처구니가...
우동에 대해서라면 내가 술 취한 길에 돌아오며 혼자 먹는 우동에 대한 얘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그 쪽이 더 내취향이었다.
그나저나 벌써 일요일 밤 열 시를 지났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가 않다. 내가 모니터를 보며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요일은 계속 지나가고 있다.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