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요리 블로거로 거듭나겠다!
레스토랑 마르쉐에 가면 '뢰스티'라는 메뉴가 있었다. 그 레스토랑도 뷔페식인데, 시장처럼 꾸며진 레스토랑 안을 돌아다니다가 원하는 음식을 접시에 담고 혹은 조리가 필요한 음식은 주세요, 라고 말을 해야 했다. 나는 뢰스티 앞에 몇 번이나 갔다. 뢰스티는 검색해보면 독일식 감자전이라고도 나오고 스위스식 감자전이라고도 나온다. 뭐 독일식이든 스위스 식이든, 어쨌든 한국식은 아닌 이 뢰스티를 나는 무척 좋아했다. 꽤 단순해 보이지만 만드려고 시도해보진 않았던 음식.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620/pimg_790343103865568.jpg)
(사진출처: out-road 님의 네이버 블로그)
위에 쓴 것처럼 저 사진은 아웃로드님의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왔는데(모르는 분입니다), 뢰스티 사진을 검색했더니, 내가 찾는 뢰스티 사진에 가장 근접한 사진이 바로 저것이었다. 요즘에는 마르쉐에 가질 않았고, 또 누군가로부터 마르쉐에서 뢰스티가 없어졌다는 말을 들은것도 같아서 먹어본 지 오래다.
[스페인은 맛있다]를 보면 이런 요리가 나온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620/pimg_790343103865569.jpg)
참..나는 슈퍼돌머리라, 이 책 보고 이거 만들어 봤는데도 이 요리 이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하몽하몽에서 페넬로페 크루즈가 팬티공장 사장 아들인 남자친구에게 이 요리를 해서 주었었는데, 대체 뭐였지? 여튼 여기에도 감자랑 계란이 주재료다. 기억나는 건, 감자를 볶아 익히다가 다 건져서 계란 푼 물에 넣고 그걸 다시 부쳐내는 거였다.
어제 집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고, 나는 또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하며 좋다고 요리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퇴근한 후에는 엄청 배가 고파서 요리 만드는 거 기다렸다가는 큰일난다. 일단 아침처럼 열무김치와 고추장으로 밥을 비벼 먹으면서 요리를 만들었다.
우선 감자를 꺼내와 작게 썬다. 그리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볶는다. 감자가 익어갈 때쯤 계란 푼 물을 붓는다. 끝. 사실 계란 푼 물에 감자를 넣어야 감자전처럼 뒤집을 수 있게 되지만, 다 꺼내서 넣기에 짜증이 난 나는, 걍 편의상 볶은 감자 위에 계란을 끼얹은 것. 당연히 뒤집을 때 부서지고 난리가 났다. 그래도 이렇게 근사한 요리가 됐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620/pimg_790343103865574.jpg)
뭐, 나는 스페인 요리를 하려고 한 건데 하고나니 독일 감자전에 가까워졌지만, 완전 대만족! 이거 먹으면서 이거는 뢰스티라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뢰스티를 드디어 만들고 말았다고 신나서는 혼자 홀짝홀짝 맥주를 들이켰다.
소금간을 일절 하지 않아서 심심했는데, 얼마나 좋은가. 나트륨 섭취를 하지 않았으니. 실제로 레스토랑에서 뢰스티를 먹을 때는 케찹과 사워크림을 준다. 찍어 먹으라고. 그리고 뢰스티를 검색해보니 많은 레시피에 베이컨이나 양파를 넣기도 하더라. 오, 좋은 방법이다. 나는 돌머리지만 진화하는 동물이므로, 다음번에는 저 위에 치즈를 얹고 한 번 해봐야겠다. 치즈를 얹고 케찹도 뿌려봐야지. 소세지도 사다 잘라서 같이 구워봐도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