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았다. 칼퇴를 했으니까.  오늘 나는 밤 늦게까지 집에 혼자 있을 예정이었다. 퇴근길에 백화점에 들러 식품코너로 향했다. 백화점 식품코네어세만 쓸 수 있는 만 원짜리 상품권이 있었다. 나는 파프리카를 샀고 그동안 먹고 싶어했던 청경채도 샀다. 아, 팽이버섯! 팽이버섯도 눈에 띄어 샀다. 근사한 요리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내 계획은 이랬다. 지난주말에 예식장에 들러서 가방에 몰래 넣어온 버터, 그 버터를 프라이팬에 두르고 파프리카와 청경채와 팽이버섯을 볶는거다. 볶다가 후추를 약간 뿌리고 접시에 담아내면, 아우, 칼로리도 낮고 근사한 와인 안주가 될 것이 아닌가. 가볍고 우아한 저녁 식사. 마음이 급했다. 어서 상을 차려내고 싶었다.

 

프라이팬을 달구고 버터를 꺼내 휘리리릭 녹여댔다. 근사한 향이 났다. 그리고 씻어둔 야채들을 넣었다. 설레었다. 아, 이건 얼마나 멋진 안주가 될까. 그런데 아뿔싸. 내가 잊은게 있었다. 바로 팽이버섯. 팽이버섯에서 물이 나온다는 사실. 나는 야채를 '볶고' 싶었는데, 숫제 '버터물에 삶은' 꼴이 되고야 만것이다. 요리가 망쳐지는 것 같아 초조했다. 그래서 나는 안되겠다, 일회용 버터를 하나 더 꺼내(예식장에서 세개를 숨겨왔다) 프라이팬에 던져 넣었다. 헐. 더 많은 버터물에 야채들이 삶아지고 있었다. 에라이, 그래도 괜찮겠지 싶어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렸다. 그리고 접시에 담았다.

 

 

 

하아- 너무 맛이 없었다. 파프리카는 먹을만했지만 청경채와 팽이버섯은 진짜 못먹을 맛이었다. 이대로 버릴 순 없지, 소스. 소스를 찾아보자. 나는 냉장고를 뒤졌다. 샐러드 소스 따윈 없었다. 있는거라곤 케첩과 마요네즈가 전부. 마요네즈를 사용할까,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어볼까, 케첩을 사용할까, 하다가 케첩이 그중 가장 무난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케첩을 접시에 담았다. 그리고 야채들을 찍어먹어 보았다. 케첩을 찍는다고 맛있어지지는 않았다. 정말이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맛이었다. 접시에 담은 야채볶음(?) 에서는 자꾸 물이 생겼다. 아놔...

 

 

미칠것 같았다. 아무리 와인을 마셔도 꾹 참고 먹어줄만한 안주가 아니었다. 저 청경채는 자그만치 3,200원 어치다. 유기농으로 샀단 말이다. 도무지 못먹겠는데 그렇다고 버리자니 너무 아까웠다. 그런데 이 야채들을 살릴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 저녁이 이렇게 망쳐지다니. 흑흑. 나는 친구에게 이런 사실을 말했다. 친구는 그 안주를 먹지말고, 대신,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넣으라고 했다. 된장찌개? 오, 그럴듯한 아이디어였다. 그치만 야채를 버터에 볶았는데 괜찮아? 친구는 씻어서 헹구라고 했다. 어차피 찌개에 들어갈 것이니 씻어도 상관 없겠구나, 적셔도 되겠어, 란 생각이 들어 그래, 된장찌개에 도전해보자 싶었다. 물론 걱정이 됐다. 청경채와 버섯만 버리는 게 아니라, 이러다가 된장도 버리게 되면 어쩌나 싶어서. 그래, 나는 된장찌개를 끓여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것이다.

 

 

나는 냉장고를 뒤져 된장을 찾아냈다. 그리고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된장찌개 끓이는 법을 물어봤다. 멸치를 넣어 육수를 만들라길래 냉동실을 뒤적여 멸치를 찾아냈다. 혹시라도 망칠 경우 버리게 될텐데 많이 만들수는 없지, 가장 작은 냄비를 꺼냈다. 친구가 시키는대로 멸치와 다시다를 넣어 팔팔 끓이다가 멸치를 건져내고 된장을 풀었다. 그런데 된장찌개가 색이..좀..거시기하네? 친구는 간장을 넣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그나마 색을 좀 살려보고자 간장을 약간 넣었다. 색깔도 맛도 영 마음에 들질 않는다. 그러다 생각났다. 아, 마늘!! 그래 마늘을 넣자. 나는 갈아둔 마늘을 한 덩어리 푹- 넣고 청량고추도 하나 썰어 넣는다. 흐음. 그래도 별로네? 다시 된장을 조금 넣고 물에 씻어서 짜둔 청경채와 버섯을 넣었다. 양파도 썰어 넣었다. 뒤적뒤적 고춧가루를 찾아서 또 넣었다. 팔팔 끓였다.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 맛이 나질 않는다. 뭘 더 넣어야 할까..생각하다가 그만 두기로 한다. 괜히 더 넣었다가 여기에서 더 망치면 어떡해. 나는 불을 끄고 그릇에 담아내 다시 술상으로 가져왔다.

 

 


하아- 물에 씻었지만 된장찌에서는 버터 향이 났다. 버터 맛이 났다. 버터맛이 나는 된장찌, 그게 오늘 요리의 이름이었다. 그래도 청량고추와 고춧가루 덕인지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뜨겁고 매콤했다. 으음, 버터맛 된장찌. 좋아. 그래, 야채볶음 대신 된장찌를 안주로 하자.

 

했는데,

하아- 몇 번 퍼먹다 보니 밥..을 먹고 싶어지는거다. 하아- 오늘의 컨셉은 가벼운 야채와 와인, 가볍고 우아한 저녁식사였는데. 어쩌지. 결국 된장찌를 다시 한 그릇 퍼 밥을 말았다. 된장찌는 야채볶음과 달리 허겁지겁 먹게 되었다. 결국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된장찌에 말은 밥을 퍼먹고 있었고, 칼퇴를 했는데 내가 된장찌에 밥을 말아 먹은 시간은 밤 열 시................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저 밥을 먹었을 뿐인데...   뭐이래. ㅜㅜ

 

 

밤이 깊었다.




덧: 비밀댓글님의 조언에 따라 된장찌게 → 된장찌개 로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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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2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2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3-10-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리 얘기 보면서 이렇게 웃은 적 처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요리하는 남자랑 만나야겠다. 안되겠다. ㅋㅋㅋㅋ 아 참고로 허브 소금 청양고추 참기름이 제가 자주 쓰는 조미법이에여. 앞으로는 야채 볶을 때 버터 넣지 말고 그냥 올리브유 사용하세요 ㅠㅠ 훨 맛있음. 일단 버터에 야채볶음 해본 적이 없어서;

다락방 2013-10-02 17:32   좋아요 0 | URL
아 저 원래 포도씨유라든가 카놀라유라든가 하는걸로 볶는데 버터를 훔쳐와가지고(응?) 꼭 볶아보고 싶더라고요. 버터는 정말 완전 맛있으니까 뭘 볶아도 맛있겠지..하는 생각에. 소 있었으면 소에도 버터 쳐바르고 구울라 했거든요. 다음부턴 야채를 버터에 볶지 말아야겠어요. 흙흙

2013-10-02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0-02 17:32   좋아요 0 | URL
수정 완료! 찌게로 할까 찌개로 할까 2초간 고민하다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3-10-0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야채볶음은 올리브유 ㅋㅋㅋ 버터된장이라니 뭔가 아방가르드해요. ㅋㅋㅋ

다락방 2013-10-02 17:32   좋아요 0 | URL
먹어는 봤습니까, 버터된장? ㅋㅋㅋㅋㅋ 요리 하나에도 참신함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야책방 2013-10-02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의 '난역시요리로는안되는가봐요'에 빵 터지고 갑니다. 저도 요리로는 안 돼요. ㅠㅠ

다락방 2013-10-02 17:33   좋아요 0 | URL
전 그저 누가 만들어주는 걸 먹는것만 잘하는 사람인가봅니다. 어휴..

Mephistopheles 2013-10-0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혼자 버터를 볶고. 나 혼자 요릴 망치고. 나 혼자 재도전하고. 이렇게 나 먹고 먹고 후회해도 소용없어 오늘도 나혼자. 우우우우우우우우우.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3-10-02 17:33   좋아요 0 | URL
결혼해야겠어요, 메피스토님. 이래가지고 독립하면 혼자 살겠습니까, 어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괴물같은 음식만 만들거 아녜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리 잘하는 남자랑 결혼해야겠어요. 흙흙

* 2013-10-0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당수의 채소가 버터로 볶으면 맛이 없죠, 시금치 같은 것 빼면. 게다가 선택하신 재료들은 기본적으로 조합도 영 아니고요. 먹는 것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말로만 못한다고 하지 대개는 상당 수준 이상으로 요리를 하던데, 극소수에 속하는 예외이신 것 같군요.

다락방 2013-10-02 17:34   좋아요 0 | URL
전 버터를 빵에 발라도 맛있으니 채소를 볶아도 그 맛이 끝내줄 것이다..라고 제멋대로 생각했지 뭡니까. 그러나 상당수의 야채가...맛이 없군요. 제가 할줄아는 요리라고는 라면과 계란프라이가 전부입니다. 후-

치니 2013-10-0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나도 왠지 다락방 님은 안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요리를 잘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ㅋㅋ 아닌가 봐용.

다락방 2013-10-02 17:34   좋아요 0 | URL
저는 못해서 안하는 겁니다 치니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3-10-0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부터 내가 요리를 한다 홍~홍~홍~ (정형돈 버전으로 읽어주삼ㅋ)



다락방 2013-10-02 17:36   좋아요 0 | URL
오늘은 친구가 선물해준(응?) 삼겹살을 구워 먹을 예정이에요. 이번엔 양파겉절이를 만들어볼까해....개떡같이 될지 모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3-10-02 17:4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다락님은 고!기!를 구워 드셔야 합니다.
버터에 야채라니요. 그무슨!!!!!!!!

네꼬 2013-10-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다락님. 와, 버터맛 나는 된장찌개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퓨전이군요! 요리 못하는 다락님이 좋아요. 남한테 해달라고 해서 먹는 다락님이어서 근사해요. ㅋㅋㅋㅋ 근데 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다락방 2013-10-07 17:56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못하는 게 한가지씩 있겠지만, 제 경우엔 못 하는 게 수두룩하네요. 도대체 먹는거 말고 잘하는 게 뭔지 원 ㅋㅋㅋㅋㅋ

moonnight 2013-10-0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맛있을 것 같은데 맛이 없던가요? +_+; 다락방님이 해주시는 거라면 채소버터볶음도 버터맛 나는 된장찌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저는!!!! ^^

다락방 2013-10-07 17:57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그게 그게 아니에요. 버터된장찌개도 거시기하지만 채소버터볶음은 정말, 정말, 정말 먹지 못할 맛입니다. 이거 누구한테 해주면 맞기 쉬워요. ㅠㅠ
 















읽는 내내 주인공의 확신 때문에 불편하다. 도대체 왜 이토록 자신의 느낌에 강한 확신을 갖는것일까. 그 확신이 잘못된것이라면, 그 땐 어떡하려고 이러는걸까. 이 확신이 결국 비극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 불안했다. 불편하고 불안한. 그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낀 감정이었다. 그리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이건 내 예감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깔아놓은 의도라고 해야할것이다. 작가는 처음부터 주인공의 죄책감을 드러낸다. 점점 크게. 



'베른하트르 슐링크'의 『더 리더 책읽어주는 남자』에서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한나에 대해 의논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나에겐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고, 주인공은 그 비밀을 알고 있다. 만약 그 비밀이 세상에 공개되면 한나는 감옥에 갇히는 삶을 좀 더 짧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는 그 비밀을 결코 입밖에 내지 않고 차라리 감옥에 갇히는 삶을 선택한다. 이 사실이 안타까운 주인공은 아버지에게 자신이 한나의 비밀을 재판장에게 얘기해야 할 것인지를 묻는다. 아버지는 그 때말한다. 그녀 뒤에서 그 얘기를 하지 말라고, 반드시 그녀와 의논하라고. 그것은 그녀의 일이니까. 


지금 내게 책이 없어 정확한 인용을 할 수 없는게 안타깝지만, 그 장면이 나는 그 책을 통틀어서 가장 좋았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특히나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었다면 한나의 감형을 핑계로 분명 한나의 비밀을 세상에 떠벌렸을 것이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뿌듯해했겠지. 내 덕에 한나는 감옥에서의 삶을 좀 짧게 줄일 수 있었지, 나는 정의롭고 동정심이 넘치는 사람이야, 하고. 그러나 한나에게 그것이 죽기보다 더 밝히기 싫은 비밀이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이 한 일이 과연 선행이라고 볼 수 있을까? 선행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선행은 타인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보이기 위한 것. 그런게 꼴도 보기 싫어 나는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다.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야, 나는 용감한 사람이야, 나는 선량한 사람이야,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야, 등등.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p.129)



선한 의도라고 말하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그 '선하다'는게 누구를 위한것인지. 정말 타인을 위한 것인지, 타인을 위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것인지. 



다시 『채텀 스쿨 어페어』얘기로 돌아가자면, '헨리'는 '자유롭고 싶지만 자유롭지 못한' 커플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삶에 끼어들고 만다. 그리고 그가 끼어들었던 순간이 채텀 스쿨에서 일어난 비극의 불씨가 된다. 그 비극은 살인과 자살을 불러왔다. 그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설사 일어난다한들 그 규모가 이렇게 크지도 않았을텐데. 이 일은 그의 삶에 영원한 비밀이 된다. 헨리는 자기 자신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허락할 수 없다. 그가 순간순간 받았던 느낌들이, 그로 인해 가졌던 강한 확신들이 결코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나의 확신은 그저 나의 확신일 뿐 사실이나 진실이 될 수 없다. 이 소설은 불편하고 불안해서 자꾸 생각난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았는데 쉽게 정리가 되지도 않는다. '토머스 쿡'의 『붉은 낙엽』을 읽을 때도 불안했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스스로의 생각에 확신을 갖는지.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는 더하다. 







검색해보니 토머스 쿡의 작품이 하나 더 있네. 불편하고 불안하니 읽지말까, 했다가 4,400원 이라는 가격을 보고 아니다 사자, 하고 마음을 굳힌다. 장바구니에 넣어둬야겠다.













토요일에는 예식장에 갔다가 조카를 만나러 안산에 갔다. 추석때도 보지 못했던터라 그리움이 폭발할 것 같았었는데, 나를 본 조카는 말했다.


"이모 백설공주 같다."



뭐라고? 백설공주? 꺅>.< 

조카야, 너 밖에 없구나. 니가 짱이야. 나한테 여태 백설공주 같다고 말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조카야 사랑한다. 내 사랑은 너 뿐이야. 흑흑 ㅜㅜ 내 머릿속엔 온통 니 생각 뿐이란다.


계획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조카네 식구들과 대부도에 가 바다를 보고 대하구이와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음식점은 야외에 있었고 주차장은 자갈밭이었다. 조카는 돌맹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좋아했다. 식당에 들어가서도 돌맹이를 옆에 놓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면서는 돌맹이 버리지마~라고 말을 한다. 돌아갈 때도 돌맹이를 집어 들고는 만지막만지작한다. 아, 너무 예뻐서 미치겠다 진짜. 대하구이를 한 번도 안먹어 봤다는 내 말에 여동생은 깜짝 놀라며 데이트 할 때 대하구이 먹으러 안가봤냐고 묻는다. 응, 나는 소랑 돼지를 먹으러 갔어... 그러나 대하구이는 내 기대와 달리 맛이 별로였다.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꼬챙이에 끼워 구워주는 새우는 엄청 맛있었는데,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새우구이도 엄청 맛잇었는데, 소금을 깔고 구운 대하는 뭐 그렇게까지 맛있지 않네?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던데, 역시 데이트 할 때는 소나 돼지가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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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9-3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소랑 돼지만 드시고 닭은?

2.요밑에 광고에 뜨는 이승우의 <그곳이 어디든> 읽으셨어요?
지난 주에 이거 읽느라 에휴... ㅠ..ㅠ
다른 책들 같지 않게 뭐랄까 좀 지겹더군요.

3.나를 백설공주같다고 해주는 조카가 어찌 이쁘지 않을수 있을까요.

4.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또 자주 하는말.
"내가 뒤끝이 없잖아!"

다락방 2013-10-01 08:14   좋아요 0 | URL
1. 당연히 닭도 먹지요. ㅎㅎㅎㅎㅎ 요 밑에밑에 한수철님과도 치맥 약속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아뇨, 아직 사지도 않았어요. 저 이승우 책 사 놓고 안읽고 있는것도 있거든요. 천천히..지금은 후와님 책 읽고 있는 중이에요. 이 분은 참 글 차분하게 잘 쓰시네요. 제 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달까.. ㅠㅠ 그런데, 그곳이 어디든..별로에요? ㅠㅠ

3. 백설공주라니 진짜 살다살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봐요. 그 예쁜 조카가 병원에 입원해있어요. 가슴이 찢어지고 있어요, 저는.

4. 저 그 말 진짜 싫어요. 아니 대체 '내가 뒤끝이 없잖아' 이런 말을 무슨 정신으로 내뱉는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 마음에 스크래치 벅벅 내놓고 자기 뒤끝없다고 하면 그 스크래치가 없어집니까? 자기가 뒤끝 없으면 뭐합니까 내가 뒤끝있는데. 아 진짜 짱싫어요. 나 뒤끝 없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가 그러면서 되게 성격 좋고 화통한 사람인줄 안다는 거에요. 어처구니 없이 말이죠. -_-
이승우 말이 딱맞아요. 자기 성격 자랑스러워해;;

2013-10-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01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1 15:00   좋아요 0 | URL
뒤끝 없는 인간들 제일 싫어! (인상 쓰고 있음)

2013-10-0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13-10-02 18:11   좋아요 0 | URL
내 댓글 아래 비밀 댓글, 설마 나 읽으라고 쓴 건 아니죠? 안 보인단 말이에요. 아니 그럼, 여기서 나 빼놓고 다락님하고 아무개님하고 속닥거리고 있는 거예요? 나 샘 나라고? 응? 나 샘 나라고오? 응?

다락방 2013-10-02 18:14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읽으라고 쓴 비밀댓글이지롱~~~~~~~~~~~~~~~~~~~~~~~~~~~~~~~~~~~~~~우하하핫

곰곰생각하는발 2013-09-3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끝 없다고 말하는 놈치고 뒤끝 없는 놈 못 봤습니다. 뒤끝 없는 사람은 자랑처럼 자기가 뒤끝 없다고 말하지는 않더군요....
대하구이 맛 없다,에 한 표 던집니다.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맛은 아니에요..

다락방 2013-10-01 08:10   좋아요 0 | URL
대하구이는 먹어봤으니 이제 그 돈 주고 사먹을 생각 안해도 될 것 같아요. 소금위에서 굽는 건 별로 맛이 없네요. 그 왜 숯불에 구웠다 해야하나, 그런데다 구운 건 되게 맛있던데 말예요.

전 '난 뒤끝 없어' 하는 사람들 진짜 재수없어요. 너만 없으면 다냐, 나는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니깐요. -_-

책읽는여름 2013-10-0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생겨야 백설공주 같은걸까요ㅎㅎ...파란줄 쫙쫙 뽕 소매 달린 백설공주 옷을 입으셨을라나^^

다락방 2013-10-01 08:51   좋아요 0 | URL
제가 남색 원피스를 입었었는데 레이스가 달려있었거든요. 아마도 그래서 그런것 같아요. 얼굴이 공주..는 아닙니다..Orz

네꼬 2013-10-0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회사 그만두는 날 한바퀴 돌면서 인사드리는데, 오지랖계의 거물이신 어떤 분이 왜 회사를 그만두냐고 꼬치꼬치 물으셨어요. 좀 놀려고 한다 했더니, 결혼했다고 일 그만두면 안 된다고 둘이 열심히 벌어야지 놀면 어떡하냐고 인사 마치고 돌아선 제 뒤에까지 대고 걱정걱정을 하시더라고요. 선의는 알겠지만, 이따금 그 생각이 떠오르고 그때마다 불쾌해져요;;


어린이들의 돌멩이 사랑에 대해 저 페이퍼를 써보고 싶어요. 타미 얘기도 거기 넣을게요. 이 귀요미들!

다락방 2013-10-01 17:59   좋아요 0 | URL
돌멩이인가 돌맹이인가 돌맹이라고 쓰면서 돌멩이가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돌멩이가 맞았군요!!

아니, 저는 그들의 걱정걱정이 '선의' 라고 생각되어지질 않아요. 미친 오지랖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자신과 다르게 사는 꼴'을 못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가 이런 삶을 선택했으니까 너도 이렇게 살아, 다르게 살아서 부럽게 만들지마, 라고 말이지요. 열심히 벌든 놀든 무슨 상관입니까, 자기들이. 아 ..싫어..

프레이야 2013-10-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흐ㅎㅎ 백설공주 다락방님의 사랑스러운 조카. 저 팔월에 거제 몽돌 세 개 주워와서 수족관 위에 올려놨어요. 매일 물고기밥 줄 때마다 한번씩 만져봐요. 좋아라 하면서ㅎㅎ. 근데 몽돌 가져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 오지랖에다 성격 좋은 것으로 비치는 사람들 모순이 있지요.ㅠ

다락방 2013-10-01 18:00   좋아요 0 | URL
돌멩이를 주워 들고 손에 쥐어 가지고 노는 조카가 너무 예뻤어요, 프레이야님. 돌멩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니깐요. ㅎㅎ

섬사이님 페이퍼에서 댓글 읽었는데요, 프레이야님과 수채화, 무척 잘 어울려요!!
 
어떤 약속
소르주 샬랑동 지음, 김민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씨네큐브나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게 될 그런 영화일텐데. 영원한 사랑에 대한 환상, 한 편의 동화. 작고 소소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러나 `만들어진`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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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3-09-2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은 어디서 알게 된거에요?^^

다락방 2013-09-27 13:50   좋아요 0 | URL
알라딘 중고샵 강남점 돌아다니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온거에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3-09-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요즘 이런거 좀 읽고 사랑충전해야하는데 말이죠 ㅎㅎ

다락방 2013-09-27 13:51   좋아요 0 | URL
저는 연애도 좋고 남자도 좋은데 영원한 사랑...에는 좀 시큰둥해져요. 환상처럼 느껴져요 그건. ㅎㅎ
 
성질 나쁜 고양이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1
야마다 무라사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와...난 진짜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어서 와닿지가 않는데 구매자평이나 리뷰를 보니 백프로 별다섯이구나. 이럴때 바로 멘붕이 찾아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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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3-09-2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 100자 평은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이해가 가요. ㅎㅎㅎㅎㅎ 근데 어쩌다 이런 책을 읽게 되셨나, 그게 더 궁금.

다락방 2013-09-26 17:02   좋아요 0 | URL
선물..을 받아가지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해한모리군 2013-09-2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진짜 용감하신거예요... 전 그런경우 소심해서 별점을 못줘요... 최근엔 하루키에 신작에 대해서 별점이 없는 페이퍼로 간략하게 불평하고 말았잖아요 ㅎㅎㅎ

다락방 2013-09-26 17:55   좋아요 0 | URL
저 휘모리님의 그 페이퍼 봤어요. 저랑 휘모리님이랑 느끼는 게 아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하루키도 그렇고 지드래곤에 대해서도 그렇고 ㅎ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3-09-27 11:3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ㅎㅎㅎ
요즘 왠지 가오(?)잡는 것이 멋지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겉멋도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그것마저 안하는 것보다는.

아무개 2013-09-26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 누가 선물 했을까? 누가 다락방님을 괴롭혔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물받는거만 아니면 나 줘요~ 할텐데 ^^::

네꼬 2013-09-27 00:30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이 범인이에요? (완전 관심)

아무개 2013-09-27 08:21   좋아요 0 | URL
저는 절대 아니죠. 다락방님은 털날리는 짐승보다 털많은 남자사람을 더 격하게 좋아하는걸 아는걸요 ㅎㅎ

다락방 2013-09-27 14:56   좋아요 0 | URL
털날리는 짐승보다 털많은 남자사람을 더 격하게 좋아한다고 하시니. 하아. 아무개님, 저를 정말 잘 아시는군요! 그런데 이 책은 무려 털이 아주 많은 남자사람으로부터 선물 받았습니다!!

헛털이야 헛털...쯧쯧.

네꼬 2013-09-27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 받은 책도 싫으면 싫다는 당신이란 여자 차가운 여자! (멋지당 *_*)

다락방 2013-09-27 14:46   좋아요 0 | URL
아니 뭐 멋질것 까지야.... 하하하하핫
 
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좀 과하다 싶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분명 흥미롭고 무섭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에는 정신없이 빨려들어간다. 결국 덩굴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이 감추고 싶은 추악함과 욕망을 까발리기 위한것일까. 스콧 스미스는 분명 공포를 잘 그려냈지만, 이 작품은 역시나 [심플 플랜]을 따라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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