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구한 술을 마시는 곳은 주로 야외였다. 도시에서 사는 우리가 야외에서 술을 마실 일이 얼마나 있을까? 대학교 때 잔디밭에서, 혹은 한강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어본 경험 외에는 언제나 시끄럽고 컴컴한 공간에서 술을 마셨다. 이런 우리와 달리 라다크 친구들은 대부분 밖에서 술을 마셨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왜 안에서 마시냐는 게 친구들의 생각이었다. 차를 몰고 가다 경치가 좋은 곳이 있으면 어디에고 내려서 술을 마시는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를 가지고 있었다. 사막의 공터, 개울가 주변, 강 어귀, 룽따(티베트를 상징하는 오색 깃발. '바람의 말' 이라는 뜻)가 휘날리는 다리 근처, 모든 곳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였다. 라다크 친구들에게는 라다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술집인 셈이다. 너른 땅에 앉아 탁 트인 공간에서 술을 마시면 금세 호기로워져 이 세상이 다 내 것만 같앗다.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기운이 내 몸 구석구석 스며들어 술에 취하는 것보다 자연의 정기에 먼저 취했다. 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이나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이나 강 내음, 시원한 바람은 일종의 안주였다. 세상에 이런 호사스러운 술자리가 또 있을까? (p.105)

















그러고보니 나도 야외에서 술을 마신 경험이 별로 없다. 대학 축제 때 캠퍼스에서 마신 적은 있지만 사실 별로 축제에 참가하는 쪽이 아니어서 다른학교 남자들이 놀러왔을 때 한 번..이었나. 그리고는 올림픽공원에서 몇 번 마신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이기도 했고 혼자이기도 했다. 올림픽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술을 마시거나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 좋은 이유는, 바로 근처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랬다. 나는 친구가 메신저를 통해 저 문장들을 사진 찍어 보내줬을 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술을 마시고 싶다고, 나무들이 우거진 숲에 앉아 술을 마시고 싶다고, 그건 참 낭만적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금세 화장실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나란 여자, 낭만을 깨부수는 여자.. 야외에서 술을 마시려면 내게 깔끔한 화장실은 필수다. 난 술집에서 화장실 정말 중요해 흑흑 ㅠㅠ 어쩔수없어 ㅠㅠ 그래서 재작년인가, 같이 술마시던 남자가 '여자랑 둘이 술 마실 때는 화장실 깨끗한 집으로 가려고 하죠' 라고 말했을 때, 마음이 살짝 콩콩 거렸엇어...하아. 



여행기를 별로 읽지만 이 책의 저자들(두명이다)은 글솜씨가 빼어나서 읽기에 좋았다. 무엇보다 나는 신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나는 '라다크'라는 지역이 있다는 것도, 그것이 인도 북부의 도시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됐는데, 나보다 훨씬 젊은 이들은 그런 라다크에서 까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세 번의 라다크 방문 끝에 카페를 열었다고 했는데, 라다크라는 도시는 사진으로 보는것과 책에서 읽는걸로는 내게 전혀 낭만적이지도 않고 가보고 싶은 곳도 아닌데, 이 둘은 그곳을 사랑하는 마음이 같고, 또 뜻하는 바가 같아 함께 여행하고 함께 그곳에 정착하다니(지금은 아니지만), 정말 신기했다. 여행이라는 게 친하다고 아무나와 같이 할 수 있는게 아닌데, 정말 대단히 친하고 잘 맞는 친구 사이인가 보다. 나는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나에게 라다크에 함께 가서 살자고 해도 일 초의 고민 없이 '아니'라고 말할텐데. 설사 현빈이 와서 그러자고 해도 나는 싫다고 하고 그와 헤어질텐데. 그래서 삶의 방향이 같은 쪽을 향하는 사람을 만나서 인생을 설계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승려들이 추는 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있어?"

"글쎄, 승려들이 추는 춤이니까 부처님하고 과련이 있는 건가?"

"그것보다도 훨씬 깊은 뜻이 있어. 참을 통해 우리가 죽은 후에 보게 되는 것들, 그 무서운 형상들을 미리 보여주느느 거야. 죽은 후에 걷게 되는 길 위에서 헤매지 않도록."

"죽음을 연습한다고?"

"말하자면 그런 거지. 사람은 죽은 후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깨닫게 되거든. 지금부터 머릿속에 넣어두면 죽은 뒤에 모든 기억들이 되살아나게 되는 거야. 이전에 몇 번 보았던 것들이라면 아무리 무서운 모습이라도 두렵지 않을 것 아니야? 익숙하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까지 데려와서 참을 보여 주는 거지. 지금은 아무것도 모릊만 죽고 난 이후에는 자신이 생전에 모았던 것들을 기억해낼 수 있거든."

"그럼 참도 여러 번 보면 그만큼 더 연습이 되는 거야?"

"물론이지." (pp.135-136)



승려들이 가면을 쓰고 추는 춤을 '참' 이라고 하는데, 거기엔 죽음을 연습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영혼의 존재를 믿거나 혹은 믿지 않거나, 연습할 수 있다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참 이란건, 한 번쯤 봐두는게 좋지 않을까? 보고나면 어쩐지 마음이 조금 더 덤덤해지고 두려움을 조금쯤 몰아낼 수 있을것 같다. 그렇다해도 이 춤을 보기 위해 내가 라다크로 날아가고 싶어지진 않는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다면, 내 눈앞에서 승려들이 가면을 쓰고 죽음을 연습하는 춤을 추는 그 공간에 있다면, 나는 엄숙한 분위기를 느끼게 될까? 조금 두근거리게 될까? 그 춤을 눈 앞에서 보고 싶다.








그건그렇고, 엊그제였나, 나비님 덕에 보관함에 담긴 책들의 리스트를 보면서 중고가 등록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단걸 알게됐다. 예전엔 미처 몰라서 혹시 이거 중고떴나, 궁금하면 그 책 검색해서 중고 확인했는데, 보관함 리스트를 보니 중고등록 2건 뭐 이런식으로 표기가 되어 있더라. 덕분에 어제 또 나에게 책이 한 박스가 도착......아, 이건 나비님 덕이라고 하지 말고 '탓' 이라고 해야겠다. 모르는게 나았어요. 흑흑. orz




기침이 며칠째 떨어지지 않아 약을 먹고 있는데, 엊그제부터는 닥터가 약을 바꿔줬다. 이 약 탓인지 모르겠는데, 어제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붓는다. 쌍커풀은 풀어지고 눈은 튀어나오고 뜨고 있기가 힘들다. 오늘은 특히 더해서, 사무실에 왔는데도 가라앉질 않고있다. 힘들어...이따 닥터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 하나, 이게 약 탓이냐고..쩝...오늘 저녁에 친구랑 맥주를 마시기로 했는데 이 눈탱이로 어떻게 나가나. 오후에도 이 눈이 변함없이 이 지경이라면, 친구한테 다음에 만나자고 해야겠다. ㅠㅠ 나는 날씨가 구질구질해도 또 몸이 아파도 약속을 취소하진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내가 취소하는거 싫어한다), 부은 눈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아- 차라리 스타킹이 빵구난거라면 좋을텐데. 그럼 새로 사서 신으면 되니까. 에잇, 짜증나. 




어제 친구와의 대화.


나: 나쁜 남자 상권 다 읽었어요. 친구: 나쁜 남자예요? 웃는 남자가 아니고요?

하아- 친구의 말을 채팅창으로 읽고 빵터졌다. 위고의 위대한 작품을 내가 삼류로맨스로 바꿔버렸...orz 




오늘 아침 가장 친한 직장동료와의 메신저 대화.


동료: 좋은 아침입니다~ ^^

나: 너 누구냐, 너 e양 맞냐, 사기꾼이지.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을 대봐.


그동안 동료는 말을 걸 때 저런식으로 한 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잠깐 의심했던것. 메신저 사기꾼이군, 하면서. 그리고 이어진 대화.



동료: 하하하하. 둘만 아는 비밀 없는데요?

나: 그럼 e 양 맞구나. 





선물 받은 향수를 뿌렸다. 향이 아주아주 좋다. 그러면 뭐해. 눈이 이모양인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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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3-29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ㅋㅋ 달려가서 이 책을 사야겠군요!!!

다락방 2013-03-29 12:40   좋아요 0 | URL
오 뽀 ㅋㅋㅋㅋ 뭡니까 이 알바틱한 댓글은. 뽀답지 않아! ㅎㅎㅎㅎㅎ

라로 2013-03-2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ㅎㅎㅎㅎㅎㅎ
그래도 시간을 많이 절약하신 건 제 덕??ㅠㅠ

저도 저 책 보관함에 담아요,,당장 달려가 살 여력은 안되어,,쿨럭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혹시 저 두 작가 레지비언?????3==3=3=3=3=33333
아침부터 상상력이 너무 불량해~~~~흑

다락방 2013-03-29 12:43   좋아요 0 | URL
ㅎㅎ 이 책을 다 읽어보고 말씀드리는데 둘 사이에 '로맨스'는 없어보이던데요. 살짝 '견제'가 있는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요. ㅎㅎ 여행기를 비롯해서 에세이는 그래서 전 읽기가 좀 꺼려져요. 저자에 대해 공감이 되는 반면 금세 반감도 생기게 되거든요. 역시 소설이 짱인듯.. ㅎㅎ

금요일이지만 내일 출근이라 기분이 좋질 않아요. 그래도 흐음. 점심 먹고 힘내야죠. ㅠㅠ

에르고숨 2013-03-2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갖고 싶은 중고책 페이지에서 ‘중고등록알림신청’해 놓으면 심지어 전화문자로 꼬박꼬박 연락도 받을 수 있답니다. 혹시 모르시나 싶어서 글 남깁니다. 라다크는 <오래된 미래> 이후 다시 듣는 반가운 이름이네요. 저도 곧 지르지 싶어요, 소개 고맙습니다. 어서 쾌차하시고요(눈이 부은 게 혹시 새 향수 때문은... 아니겠지요?)!

다락방 2013-03-29 16:44   좋아요 0 | URL
지하생활자님. 저 이 댓글 읽고 지금 제 보관함에 가서 아주 여러권에 대해서 중고등록알림신청 해두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우. 전 정말 알라딘을 몇년간 이용하면서도 아주 무지하네요. ㅎㅎㅎ부끄럽습니다.

지하생활자님은 [오래된 미래]를 읽으셨군요.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오래된 미래]를 자주 언급하거든요. 지하생활자님은 이미 오래된 미래를 읽으셨으니, 저보다 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시겠네요.

눈이 부은건 향수 때문은 아니에요. 향수를 뿌린건 나오기 직전이고 눈은 일어나자마자 부어있었어요. 이 약이 독하거나 안좋은건가봐요. 피부도 썩고있는 기분이에요. orz

2013-03-29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30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3-03-3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나쁜남자 ㅋㅋ 빵터졌어요ㅋㅋ 오!오?오. 중고 알람기능까지 되는줄 지금 알았어요ㅋ 헤헤 늘 다락방님께 고급정보 얻어갑니다ㅋ 감사해용ㅋ

다락방 2013-03-30 09:06   좋아요 0 | URL
저란 여자는 역시 삼류로맨스랑 어울리는 여자인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중고알람기능 설정해뒀으니 우린 앞으로 더 많이(!!) 지르겠군요. ㅎㅎ

mira 2013-03-3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도 궁금하고 메신저 대화도 웃기고 다락방님 눈부은것 구경도 하고 싶어지는데요. 죄송합니다

다락방 2013-03-31 19:49   좋아요 0 | URL
ㅎㅎ 약을 끊었더니 눈 붓는건 이제 없어졌어요. 다만 피부가 울퉁불퉁해져서 속이 쓰립니다. ㅠㅠ 그것 때문에 오늘 병원에 다녀왔다는. ㅠㅠ 하아- 2013년이 너무 가혹하네요, 제겐. 여러의미로다가. ㅠㅠㅠㅠ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밀라 쿠니스' 주연의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에서, 남자와 여자는 섹스를 나누는 친구사이었는데, 어느날 여자가 자신은 이제 연애를 하고 싶다고 선언하자, 그 둘은 이제 각자 연애 상대를 찾기로 한다. 센트럴 파크였나, 여자는 산책하던 남자사람에게 말을 걸기로 하고, 남자는 계단의 한 구석에 서서 책을 읽던 여자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로 한다. 그러자 여자는 그에게 말한다.


저거 소설책일걸?


그래도 남자는 다가가서 말을 걸긴하는데, 아니, 소설책을 무시하는듯한 저 발언은 뭐지? 만약 내가 그녀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이 대화를 들었다면, 내가 읽던 책의 책등으로 이마를 한 대 때려주었을 것 같다. 너 소설책에 대해 알기나 하고 말하는거냐고. 니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읽어보기나 했냐고. 어디서 소설을 읽지도 않고 무식하게 막말하냐고. 



그렇다. 나는 지금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고 있다.


















『레 미제라블』다음으로 위고의 책은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자 싶어서 민음사 판으로 준비해두고 있었는데, 지지난주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영화 『웃는 남자』의 예고편을 보게됐다. 3월 28일에 개봉한다고 한 것 같아, 오, 그전에 책을 읽어볼까, 하고 부랴부랴 주문해서 파리의 노트르담 보다 먼저 읽게 된 것. 아무리 읽을 책을 많이 사둬봤자 언제나 이렇게 예고도 없이 다른 책들이 불쑥 끼어들어 사 둔 많은 책들은 쌓이고만다...흠.. 아니, 그건그렇고.


당연히 위고의 책이니 좋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아직 '상'권의 절반쯤 밖에 읽지 못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도 안한 상태인데, 그저 등장인물들이 나왔을 뿐인데, 포스트잇을 수두룩하게 붙여두었다. 오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정말이지 울 뻔했다. 바로 이런 부분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여자 아이는, 피가 엉겨 심장이 멎기 직전이었다. 그 어미가 죽음의 일부를 이미 그녀에게 주었다. 시신은 스스로 번지는 바, 그때 제일 먼저 옮는 것이 냉각 현상이다. 어린것의 발과 손, 팔, 무릎은, 얼음에 마비된 듯했다. 아이는 무시무시한 차가움을 느꼈다.

그에게는 젖지 않아 따뜻한 옷, 즉 선원 작업복이 있었다. 그는 어린것을 죽은 여인의 가슴팍 위에 내려놓은 다음, 옷을 벗었다. 그것으로 아기를 감싼 후 다시 품에 안았다. 그리고 삭풍이 몰고 온 눈보라 속에서 거의 벌거숭이가 된 채, 어린것을 안고 다시 길을 떠났다.

아기는 아이의 볼을 다시 찾는 데 성공해 그것에 입을 밀착시켰다. 그리고 다시 온기를 느꼈는지, 잠이 들었다. 암흑속에서 두 영혼이 나눈 첫 입맞춤이었다.

아기의 엄마는, 눈 위에 등을 대고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누워 있었다. 그러나 어린 소년이 어린 여자 아이를 감싸려고 옷을 벗엇을 때, 무한의 저 깊은 곳에 있던 그녀는 아마 소년을 보았을지도 모른다.(p.216)




아이는 어른들로부터 버려졌다. 그의 나이 고작 열 살이었다. 아무도 없는 눈 쌓인 벌판을 걸으며 그는 굶주림에 시달렸고 당연히 바지는 눈에 다 젖고 말았다. 그는 추웠고 배가 고팠으며 그가 걷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절망만이 그를 감싸려는 그때에, 그는 한 여인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 시체위에는 눈이 덮여 있었고, 거기, 아직 생명을 붙들고 있는 아기가 있었다. 자기가 얼어죽을지도 모르는데, 굶어죽을지도 모르는데, 아이는 그 아기를 거둔다. 뿐만아니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중에 유일하게 젖지 않은 외투를 벗어 아기를 감싼다. 



춥고 미끄러운 길을 걷는데 아기가 그에게 장해가 됨은 틀림없는 일이었다.



어린 여자 아이는 곤경에 처한 물그릇을 넘치게 하는 한 방울의 물이었다. (p.219)


아이가 아기를 안고 그 길을 다시 걷고자 하는 결심과 행위는 분명 위대하고 거룩하지만, 그러나 아이가 선택하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른에게도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러나 아이는 아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아기를 더 감싸안는다.



어린것이 두세 번 울음을 터뜨렸다. 그럴 때마다 그는 서성거리며 걸었다. 그러면 아기가 평온을 되찾고 입을 다물었다. 결국 아기는 잠이 들어 달게 잤다. 그는 오들오들 떨면서도, 아기의 체온이 따뜻한지 확인하곤 했다.

그는 아기를 감싼 작업복 자락으로 어린것의 목둘레를 자주 여며 주었다. 혹시 벌어진 틈 사이로 서리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고, 녹은 눈이 옷과 아기 사이로 스며들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p.218)


그는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결심을 다시 굳건히 하고, 아기를 돌보고, 옷자락으로 아기를 여며 주고, 머리를 덮어 주고, 다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가다가, 미끄러지면 즉시 몸을 일으키곤 했다. 바람은 비겁하게 그를 밀었다. (p.219)



아이의 마음때문에 세상이 위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간은 눈앞의 이익에 연연해 하긴 하지만, 자기 욕심 채우느라 급급하긴 하지만, 그러나 어쩌면 인간의 바탕 저 안에는, 저 깊숙한 곳에는 선한 마음이 굳건히 자리를 버티고 있는건 아닐까? 그 위로 세상의 때가 쌓이고 먼지가 묻어 가끔 우리가 선한 마음을 잊고 살긴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본디 선하게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 자신이 바로 '버려진' 존재이면서, 눈 앞에서 자신을 버려두고 등을 돌리는 어른들을 숱하게 봤으면서, 그러면서도 버려진 다른 존재에 대해 손을 내밀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말 눈물이 핑- 돌지 않는가. 게다가 이 문장을 소설로 완성시키는 힘은 저 마지막 문장에 있다. '바람은 비겁하게 그를 밀었다' 라니. 하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강남역에서 내려 회사로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소설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좋은 소설을 혼자만 읽는다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 소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설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강의같은걸 해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테면, 나는 수능을 마치고 조금 여유로워진 고등학생들을 혹은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하려는 신입생들을 찾아가는거다. 아니면, 사회초년생들이어도 좋고. 그 사람들을 찾아가 앞에서서 처음에 이렇게 묻는거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길때, 어떤 말로 그 관심을 표현하게 되나요?


그러면서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을 들어 모두에게 보여주는거다. 이 책에서 팅커는 관심있는 상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걸 내게 말해줘요.




'빅토르 위고'의 이 책, 『웃는 남자』를 집어 들었다면,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거다.



여러분은 모두에게 버려져 혼자가 됐습니다. 눈이 내려 몹시 추웠어요. 배도 고팠죠. 인적이 있는 곳을 찾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지만 좀처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 버려진 아기, 그러나 숨이 아직 붙어있는 아기를 맞닥뜨리게 되는거죠. 그 추위에 배가 고프고 어디까지 가야 구원의 빛이 비출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여러분이라면 그 아기를 품에 안아들 수 있을까요?



라고. 




이렇게 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설을 읽게 하고 싶다. 소설을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소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기좋게 한 방 날리고 싶다. 늬들이 소설을 알아? 되묻고 싶다. 소설에 대해 말하고 싶다면 일단 빅토르 위고를 읽어보란 말야, 머저리들아, 라고 소리치고 싶다. 소설 안에는 다 있다. 버려지고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오고가는 감동과 따뜻한 마음이, 그것들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있다. 도대체 이런 소설을 읽지 않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또 버텨낸단 말인가. 소설이야말로 인간이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거룩한 예술이 아닌가. 암튼 위고는 감동이다. ㅠㅠ 위고 아저씨 진짜 짱멋져요! ㅠㅠ 존경합니다 ㅠㅠㅠㅠㅠ







내 방 책장의 밑에서 두번째 칸이 33개월된 조카에게 가장 잘 맞는 위치인가보다. 그 자리에 있는 책을 잘 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조카는 유독 그 중의 왼쪽 한 구석을 몽땅 차지하고 있는 수키시리즈만 뺀다. 며칠전부터 우리집에 와있는 조카는 이모 책읽자, 라더니 또 내방에 들어와서 수키 시리즈를 차례로 빼고는 표지와 책을 분리시킨다. 조카가 그 놀이에 질려 내 방을 떠나고 나면, 나는 다시 표지와 책을 맞추어 입혀놓고는 책장에 꽂아놓고, 잊을만할 때쯤 조카는 내방에 들어와 그 책들을 다시 꺼내 표지와 몸통을 분리시킨다.





옆칸에는 문학동네 책도 있고 펭귄의 책도 있다. 그런데 자꾸 수키시리즈만 뺀다. 저 비어있는 곳에 있는 책들은 이미 조카가 빼서 안방에 가져다 둔 상태. 알록달록한 표지 때문일까? 왜 자꾸 저 책들만 뺄까? 나중엔 한 번 생각나면 물어봐야겠다. 조카야, 이 옆에 이 책들도 있고, 이 책들도 있잖아. 그런데 너는 왜 이 책들만 빼는거야? 라고. 조카는 뭐라고 답할까?





여하튼 책은 진짜 짱이다. 소설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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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2013-03-2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두근두근 하네요. 다락방님.

나도, 소설 만쉐이!

다락방 2013-03-27 18:23   좋아요 0 | URL
가슴은 왜 두근두근하세요, 관찰자님? 제가 사랑을 고백한것도 아닌데! ㅎㅎ

소설 만쉐이~!!

다다 2013-03-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읽는데 왜 이리 가슴이 뛰던지요 다락방님 만만쉐이!

다락방 2013-03-27 18:23   좋아요 0 | URL
위에 관찰자님은 두근댄다 하시고 소금꽃님은 가슴이 뛴다니...이 페이퍼가 왜... ㅎㅎ

라로 2013-03-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이미 제게 소설의 전도사세요!!!
소설 안 읽는 제가 얼마나 많은(?) 소설을 사고 읽고 있는지,,,늦었지만 고마와요~~~:D

다락방 2013-03-27 18:24   좋아요 0 | URL
ㅎㅎ 나비님, 안그래도 [옆 무덤의 남자] 읽으신 리스트 봤어요. 저는 그 결말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비님은 별로라 하시고 브론테님도 당황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소설 괜찮앗죠? 저도 아직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소설이에요. ㅎㅎ

라로 2013-03-2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저도 저 예고편 보고 책 찾아 읽을 생각했는데,,,역시 전도사님은 빠르셔!!!♥

다락방 2013-03-27 18:25   좋아요 0 | URL
이 책 재미있어요, 나비님. 역시 위고님은 짱 ㅠㅠ

마노아 2013-03-2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키시리즈 표지가 아이 눈에 예쁜 것 같아요. 책표지도 귀엽고 아이는 더 귀엽고요~^^

다락방 2013-03-27 18:25   좋아요 0 | URL
알록달록해서 그럴까요? 물어봐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자꾸 까먹고 이제는 조카가 자기집에 가버렸어요. 흑흑 ㅠㅠ

blanca 2013-03-2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책도 있었어요? 다락방님 조카 얘기 들으니 제 딸도 제 여동생 방에 들어가서 화장품 케이스 다 꺼내 놓고 또 꺼내 놓던 기억이 ㅋㅋ 나네요.

다락방 2013-03-27 18:29   좋아요 0 | URL
저도 레 미제라블과 파리의 노트르담 밖에 몰랐었어요. 최근에야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게됐지요. ㅎㅎ
아 블랑카님. 조카 너무 예뻐요. 블랑카님 여동생분도 아마 화장품 케이스 꺼내놓는 조카를 보며 너무 예뻐서 어쩔줄을 몰랐을거에요. 아, 정말 예뻐요, 블랑카님!!

단발머리 2013-03-2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호~~ 너무 멋진 페이퍼예요. 난, 막, 상상이 되는 거예요.

'소설의 전도사~ 다락방님~~'

시험은 끝났고, 점수는 엉망이고, 앞길은 막막하고, 학교는 와야되는 고3들이 다락방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거죠.
<우아한 여인>을, <웃는 남자>를, <벨아미>를, <내 연애의 모든 것>을 그리고 <레 미제라블>을요.

답답해하던 고 3들은 다락방님의 설명과 소개를 듣고, 소설을 집어들게 되죠. 그리곤, 깨닫게 되는거예요.

"이 세상엔 우리가 아는 것과는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 있구나.
세상은 생각보다 더 아름답구나.
인생을 산다는 건 생각보다 더 치열한 거구나.
사랑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구나."

그렇게 말이죠... ㅎㅎ

제 진도로 말씀 드리자면, 최근엔 <에코 Emergency> 때문에요, <프라하의 묘지>를 읽고 있어요.
그 다음은 무조건 <레 미제라블 2>예요. 더 이상의 끼어들기는 절!대! 용납 못 해용~~~

다락방 2013-03-27 18:3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에코의 책 어렵지 않아요? 전 [장미의 이름] 읽다가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에코의 신간 나와도 관심이 없었어요. 어려워 어려워 내가 읽을 수 없는 작품이야, 하면서 말이지요.

그나저나 제가 상상한것보다 단발머리님 상상이 좀 더 깊이 들어갔는데요? 아 당장 회사 때려치고 회사 하나 차려가지고 강의 뛸까요? 그러다가 케이블에 다락방 강의 하나 생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reamout 2013-03-2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빅토르 위고를 읽긴 읽어야겠군요. ㅎㅎ

다락방 2013-03-27 18:32   좋아요 0 | URL
네, 드림아웃님. 꼭이요, 꼭!

비로그인 2013-03-2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께서 책 때문에 좋아서 미치겠다고 하실 때 저도 좋아서 미치겠어요 희희~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길때, 어떤 말로 그 관심을 표현하게 되나요?>
이 전문성 넘치는, 모두를 휘어잡는 매력의 소유자, 다락방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순간
스포트라이트가 쫙 비치며 순간 시간 멈춤~
이미 전도당했는걸요!

다락방 2013-03-28 17:11   좋아요 0 | URL
에헤헷 :)
위고를 읽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그의 책이 주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좋은 소설책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읽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른님. 어떤 사람들이 소설을 무시할 때는 화가 나요. 그들에게 니가 못 읽고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도 말하고 싶고요.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게 하기 위해 제가 뭔가 하고 싶어요. 의욕 뿐이네요, 그렇지만..

아른님, 이번주 토요일에도 알라딘 중고샵 가실거에요? 저도 지금 계획은 그런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아우, 주말이 빨리 가는건 싫지만 아른님의 페이퍼는 빨리 읽고 싶어요!! >.<

감은빛 2013-03-2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좋은 책을 또 알게 되었네요.
아직 레미제라블도 시작도 못했는데, 과연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다락방 2013-03-28 17:12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이 책 정말 좋아요!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나 많이 나와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어요. 감은빛님도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아마 감은빛님에게선 엄청나게 근사한 리뷰가 나오지 않을까요? 레 미제라블은 다섯 권이니 두 권인 웃는 남자를 먼저 시작해보시는 건 어때요? 희희 :)

테레사 2013-03-2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소설전도사라는 닉네임이 딱 어울리고 귀여워요...저도 거의 소설만 읽는 이로서 저런 닉네임 한번 받아봤으면 하는....부러움...부러워요.

다락방 2013-03-29 12:39   좋아요 0 | URL
아니 테레사님, 저는 누가 저한테 그렇게 해준게 아니라 저 스스로 그렇게 되고 싶다고 칭한건데 말입니다. 테레사님도 스스로 칭하시면 됩니다. ㅎㅎ

점심 메뉴는 뭐에요, 테레사님? 저는 새우볶음밥이에요. 이제 곧 올거에요. 헤헷 :)

테레사 2013-03-29 14:25   좋아요 0 | URL
ㅋㅋ 전, 도시락 -현미밥, 달걀말이, 시금치나물,김무침, 깍두기김치,된장찌개 그리고 사과한알...이에요. 이거 만드느라 2시간 넘게 걸렸어요...

다락방 2013-03-29 15:10   좋아요 0 | URL
오 완전 건강식이네요! 저는 새우볶음밥 양이 많아서 배 터지겠다고 말하면서도 다 먹었어요. 딸려나온 짬뽕국물도 다 먹고요. 그랬더니 졸려요. ㅠㅠ

이진 2013-04-1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늦었지만 댓글 달래요. 페이퍼를 읽다가 '장해'라는 단어에 멈칫했어요.
저는 잠깐 제 머리를 쥐어싸며 이 단어는 뭐지. 왜 이렇게 낯설면서 낯익은 거야!!!!
하고 혼란에 빠졌어요. 급히 검색을 해보았지만 혼란은 사라지지 않네요... 뭐야 이건 정말 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제 어휘력에 ... 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언제 읽어볼 수 있을까요. 레미제라블이나 웃는 남자나 다 읽고 싶어요 ㅠㅠ

다락방 2013-04-14 19:37   좋아요 0 | URL
아 소이진님 저랑 똑같네요. '장해'라는 단어가 이 소설에서 등장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멈칫 했어요. 그리고 사전을 찾아봤죠. 찾아보고나니 잘못 쓰였다는 생각이 들진 않더라고요.

소이진님, 위고의 소설은 정말 훌륭해요. 소설을 사랑하는 소이진님이라면 또 앞으로 소설을 쓰고자 하는소이진님이라면 배울게 아주 많을거라 생각해요. 물론 그전에 아주 많은 감명을 받겠지만 말예요.
 

월플라워 wallflower [명사] 1. 무도회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인기 없는 사람. 일반적으로는 집단에서 소외된 사람을 가리킬 때 쓰인다. 



아주 오래전에 [굿모닝팝스]를 들었을 때, 오성식이 월플라워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었다. 파티에 갔지만 아무도 춤을 청하지 않아 벽만 보며 서있는 사람을 월플라워라고 칭한다고. 정말이지 아주 오래전에 들은 단어인데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이 단어가 꽤 강한 단어였는가 보다, 나에게는.

















작년 12월이었나 올해 1월이었나, 출간된 지 얼마 안됐을 때 사두었는데 이제야 이 책을 꺼내 읽었다. 읽기전에 이 책의 뒷면을 봤더니 엠마 왓슨의 말이 있더라.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이 작품은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져야 하며, 내가 샘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엠마 왓슨 영화 [월플라워] 주연



앗, 이게 영화로도 있다고? 게다가 지금의 책 표지를 보니 내가 산 것과 다르다. 물론 띠지만 다르지만. 나는 저렇게 배우들의 모습이 그려져있는 띠지가 아니었다. 뭐가됐든 나는 띠지는 받자마자 버리긴 하지만. 어쨌든 오 이게 영화로 만들어졌다니, 벌써 개봉했던건가? 하고 찾아보았다.




오, 영화는 4월 11일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훗.


나는 제목만 보고 내 마음대로 이 책이 파티에서 왕따를 당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여섯살 소년의 이야기였다. 열다섯이었나? 어쨌든 이 책의 주인공 '찰리'는 학교에서 패트릭(남)과 샘(여) 남매를 알게되고 그들과 친해지게 된다. 게다가 샘은 무척 예뻐, 찰리는 그녀에게 홀딱 반하게 된다. 그녀가 발가벗고 누워있는 꿈을 꾸기도 한다. 샘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샘은 자신을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패트릭, 찰리가 지 맘대로 나한테 홀딱 빠져버렸어."

"진짜? 정말이야?"

"안 그러려고 노력 중이야." (p.45)


이 부분을 읽는데 얼마나 웃긴지. 나한테 홀딱 빠진 상대 앞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도, 그 사람에게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는것도 너무 재미있는거다. 그런 찰리가 샘이 아닌 다른 여자애를 사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아주 말이 많다. 그 여자애는 하교후에 꼭 찰리에게 전화를 건다. 하교하는 동안 떨어져있엇던 것 뿐인데도 아주 할 말이 많은 여자애다. 그래서 나는 또 웃었다.


이틀 전에는 책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읽은 책들도 많았어. 그래서 그 책들을 읽어봤다고 했더니 아주 긴 질문들을 쏟아냇는데, 사실은 자기 생각을 다 늘어놓고 나서 문장 끝에 물음표만 붙이는 그런 질문들이었어.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맞아'와 '아니'밖에 없었어. 솔직히 그 외의 다른 대답을 할 여지가 전혀 없었거든. 그리고는 전에 들었던, 대학교에 대한 계획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수화기를 내려놓고 화장실에 갔었는데 돌아왔을 때까지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어. 그렇게 하는 게 나쁜 짓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쉬지 못하면 더 나쁜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잖아. 고함을 치거나 전화를 끊어버릴지도 모르잖아. (pp.205-206)


이 일에 대해 찰리는 자신의 누나에게 얘기한다. 자신이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이에 누나는 이런 얘기를 해준다.


누나는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어. 나에게 훌륭한 것들을 소개해주는 건 자신이 '우월적인 우치'에 있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고, 만약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는 거라고 했어. 그리고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 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그렇게 못 할 경우 자기 뜻대로 되는 일이 전혀 없을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pp.208-209)



나는 내가 이야기 하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 이야기 듣는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야기 듣는걸 매우 좋아하지만 나 역시 대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내가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고 싶어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보면 나는 상대보다 열등한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자리를 굉장히 불편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어느 한쪽이 반드시 우월하다든가 열등하다든가 하는 감정만이 존재하는 건 아닐테고, 그런 감정들이 깔려있다면 그 만남과 관계는 길게 지속되긴 어렵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만약 내가 우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만약 내가 열등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 관계가 유지되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우월하다 열등하다는 걸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많은 감정들을 갖게 하는 사람과 나는 만남을 유지하게 되는게 아닐까. 나를 열등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상대도 내게 좋지 못한 상대이지만, 나를 우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상대도 내게 좋지 못한 상대임에는 틀림없을거다. 




우리 각자가 생각하는 불행이라든가 상처 혹은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지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부족함에 대해 말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그럴 확률이 아주 많다. 내가 어릴 때 아주 가난해서,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등등. 그에 대한 상처는 모두로부터 짐작받을 수도 있고 이해받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에게는 어떤 상처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 니가 그런 아픔을 알어? 하면서. 좋은 부모와 형제 자매, 그리고 넉넉한 가정 형편은 상처와는 멀리 떨어진 조건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알 수 없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고 가정일 확률이 물론 가장크지만, 다른 요인들로부터도 상처는 온다. 


이 책속의 찰리는 정신과 닥터에게 상담을 받는다. 도대체 찰리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그동안의 환경으로 보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찰리는 가끔 세상의 모든것들이 너무나 빨리 많은 말들을 자기에게 쏟아내는 것 같고, 거기서 빠져나오기가 너무 힘이 든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찰리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게 된다. 그 일에 대해서는 아빠도 엄마도 알지 못했고 형과 누나도 알지 못했다. 온 가족이 함께 살면서도 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지 못해, 식구들은 미안함과 죄책감에 눈물 흘린다. 그들이 찰리를 덜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걸까? 그렇지 않다. 어떤 일들은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느냐와는 전혀 별개로 들이닥친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염려하느냐와는 별개로 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한 집에서 함께 살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 온전히 알 수는 없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과 생각들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할것이고, 나는 내 여동생이 어떤 상처를 받고 삶을 견디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상대가 가진 그리고 보여주길 허락한 일부일 뿐이다. 내가 상대에게 허락한 부분이 딱 그만큼이듯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 행복을 기준으로 상대의 행복을 결정지으려고 해서도 안된다. 



엄마가 어렸을 때, 성적표를 한 손에 들고 다시는 이런 점수를 받아오면 안 된다며 엄마를 때리셨던 할아버지를 생각했어. 할아버지는 형과 누나 그리고 나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고 싶었던 거야. 방앗간에서 일하는 사람은 당신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분명하게 말씀하시고 싶으셨던 거지.

그런 생각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어. 그리고 자식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도 잘 모르겠어. 딸들과 마음을 나누며 지내는 대신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만드는 것이 더 훌륭한 일인 건지도 잘 모르겠어. (p.101)



샘은 어릴적에 아빠의 친구로부터 키스를 '당한'적이 있었고, 그것은 샘에게 첫키스에 대한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아직 키스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찰리에게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마음은 내게 너무도 생생한 것이어서 가슴이 콕콕 쑤신다.



"내가 크레이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그리고 나에 대해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우리 둘은 그런 사이가 될 수 없어. 하지만 잠시만 그런 모든 일들을 잊어버리고 싶어. 괜찮겠지?"

"그래."

"처음으로 키스한 그 사람이 널 사랑한다는 걸 확신하도록 해주고 싶어. 무슨 말인지 알겠니?"

"그래." 그애는 더욱더 슬프게 울었어. 나도 울었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거든.

"난 확신을 주고 싶을 뿐이야. 알겠니?"

"알았어."

그리고 샘은 내 입술에 키스했어. (p.117)




그리고 읽다가 피식- 웃은 장면. 사실 이 책속에는 이런 부분들이 이렇게 튀어나오는데, 이 장면도 그랬다.


그날 밤에는 책을 읽고 싶지 않아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운동기구 광고를 30분간이나 지켜보고 있었어. 1-800 으로 시작되는 주문번호가 계속 화면에 깜빡거리길래 전화를 걸었어. 전화받은 여자의 이름은 미첼이었어. 미첼에게 나는 아이여서 운동기구 같은 건 필요하지 않지만 좋은 밤을 보내라고 말해줬어. 미첼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어. 하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어.(p.196)


유머감각은 사실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나오는게 아닐까.



찰리는 위대한 개츠비를, 호밀밭의 파수꾼을, 월든을, 앵무새 죽이기를 읽는다. 그리고 비틀즈의 노래와 더 스미스의 노래를 듣는다. 책을 많이 읽고 노래도 많이 듣는다(무려 좋아하는 노래를 테입에 녹음해서 선물하는 아이다!). 그중 찰리가 가장 좋아하는 더 스미스의 어슬립. 그 노래가 어떤 노랠까 궁금해졌다. 역시, 나한테 푹- 와닿는 노래는 아니다.










며칠전에는 문득, 이게 사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는게 산다고 말할 수 있나, 하고. 그때 잠깐이긴 했지만 문득, 일상이 지긋지긋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금세 빠져나오기도 하고 또 빠져나오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을 아예 없애버리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게 옳은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게 반드시 정답은 아닌것 같다.   어제 본 드라마에서는 여자주인공도 남자주인공도 각자 잠들기전에 생각을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여자는 자꾸 남자 생각을 하면서 내가 왜이러지, 하고 고개를 흔들었고, 남자는 그여자의 본모습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하는 생각이 무엇이건간에, 그렇게 잠들기전에 생각하는 모습을 보는게 무척 좋았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심이 관심있는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그 잠들기전의 시간. 바깥에 나가면 바람이 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에서 창을 통해 보는 햇살이 무척 따뜻하게만 느껴져, 조용히 저 햇살을 받아가며 가만히 생각만 하는 오후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직장인에게는 생각할 시간조차 내 마음대로 내기 힘든 법, 오늘밤 잠들기 전에는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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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생애 처음, 밀크셰이크
    from 마지막 키스 2013-04-15 17:51 
    "괜찮아?""어‥‥""목마르니?""어‥‥""뭐 마시고 싶어?""밀크셰이크."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어."뿅 갔군.""찰리, 배고프니?""어‥‥""뭐 먹을래?""밀크셰이크."내 대답이 전혀 웃기지 않는 것이었다면 그애들이 그토록 왁자지껄하게 웃지는 않았겠지? 그때 샘이 내 손을 잡아끌며 일으켜 세웠는데 방바닥이 어질어질하더라."가자. 밀크셰이크 만들어줄게." (p.66) 찰리는 파티에 갔다가 밥이 건넨 브라우니를 먹는다. 그런데 그
 
 
Forgettable. 2013-03-25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스미스의 음악은 500일의 썸머에도 나왔어요!!

다락방 2013-03-27 18:33   좋아요 0 | URL
아,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500일 때문에 들어봤구나. 읽으면서 계속 스미스 스미스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했었어요. ㅎㅎ 무려 OST 까지 있지만 기억은 저 편에..

맥거핀 2013-03-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읽어보니까 따듯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영화인 것 같기는 한데, 저 포스터에 배우들을 보니 <케빈에 대하여>하고 <해리포터>만 생각나니 이것 참..인상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도 문제군요. 개인적으로는 월플라워하니 Wallflowers의 One Headlight라는 노래가 생각이 나는군요. 그 노래 되게 좋은데.

다락방 2013-03-27 18:34   좋아요 0 | URL
저느느 [케빈에 대하여]도 안봤고 [해리 포터]도 한 편 본 적 없으니 그렇다면 다행인걸까요, 맥거핀님? 고정된 이미지 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을것 같아요. 오늘 포털사이트에 엠마 왓슨 화보가 떴던데 너무 예쁘더라고요. 와...이 영화 어서 보고싶어요!

마노아 2013-03-2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플라워가 그런 뜻이군요. 난 어감이 좋아서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무척 속상한 단어네요. 어휴..ㅜ.ㅜ
아직 앞에 조금 밖에 읽지 못했지만 이글을 읽고 나니 찰리에게 벌써 애정이 생겨버렸어요.
이 아이 가만히 안아주고 싶네요.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은 역시 '케빈에 대하여'의 강렬함이 남아버려서 안아주려다가 주저하게끔 만드는군요. 하핫...
앗, 아니다. 로건 레먼이 찰리 역이군요. 어쩐지, 이미지가 이쪽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다 했어요.
방금 음악도 들었는데 밤에 들으면 좀 더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 2013-03-27 18:3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잔인하게 표현하지 않고 '플라워'라고 해주니 낫지 않아요? 흐음.
전 [케빈에 대하여]를 보지 않았지만 오, 완전 색다른 배역이겠구나 했는데 찰리 역이 아니더라고요. 어서 읽어요, 마노아님. 찰리 때문에 여러번 가슴이 아팠어요. 물론 웃기도 했지만요.

dreamout 2013-03-26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얼샤 로넌. 영화 호스트의 예고편을 보니,, 아. 이 여배우.. 급호감.(그렇지만 영화는 안 볼것 같음)
엠마 왓슨이 누군가 봤더니 해리포터의 그 여자아이였군요.. 와. 세월 참.

다락방 2013-03-27 18:40   좋아요 0 | URL
저는 [호스트]를 책으로 읽고 여주인공이 완전 병맛이라 싫었거든요. 완전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그런데 포스터보니 여자주인공도 마음에 안드는거에요. 그래서 이 영화는 안봐야지, 했는데 드림아웃님이, 무려 드림아웃님이!! 급호감 이라고 하시네요..하아. 어쩐지 슬퍼요...........
 











좀전에 이 시디를 배송받았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품절이다!! 수입 시디밖에 없던데, 하나 수입한거 내가 샀나보다. 꺅>.< 잽싸게 사길 잘했어. 흑흑.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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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3-2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가수는 처음이에요. 그리고 이런 뮤비도.
목소리가 정말이지 매력적이어서 그냥 듣고 있을 수가 없네요. 여주인공의 파란 눈은 어찌나 또 예쁜지.
파란 벽지는 또 얼마나 몽환적이며!

다락방 2013-03-22 10:09   좋아요 0 | URL
좋죠 좋죠? ㅎㅎ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노래도 좋아요! 아직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지 못해서 앨범 전체가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희희.
 
나쁜 것들
필립 지앙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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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도 자신만의 문제들이 있었다.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바로 그러한 유사성, 그 음울한 공통점에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있어 서로가 그 짐들을 견뎌내는 것이 훨씬 덜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자기만큼 상처 입고, 자기만큼 망가지고, 자기만큼 막막하고, 자기만큼 짓밟힌 존재를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가?-43쪽

언제나 내가 로제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그 녀석은 나에게 전화를 거는 법이 없으니까. "가끔씩 전화라도 좀 하게. 듣고 있나? 새로운 소식이 없어도 연락 좀 해. 그럴 수 있겟지, 응? 제발 나에게 전화해서 새로운 소식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라도 해줘. 알겠나?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한탄을 늘어놓아도 좋으니까 전화를 좀 해달란 말이야."-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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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3-03-2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완전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다락방님은 읽을 책을 어떻게 선택하세요?가령 알라딘서재에서 추천, 한겨레 또는 경향 책코너 추천서,,,,혹은 서재친구들...궁금해서요^^.

다락방 2013-03-21 10:18   좋아요 0 | URL
하하 테레사님 말씀하신 것들이 다 고루 섞여있다고 해야할 것 같은데요.
일단 경향신문 신간코너도 눈여겨 보면서 메모해두고요, 알라딘 서재 돌아다니면서 좋을것 같으면 선택하고요, 책을 읽다가 언급된 책에 대해 궁금해서 선택하기도하고요, 알라딘 신간코너 보면서 제목이나 줄거리가 끌리면 선택하고요. 아, 제 취향 아는 알라딘 B 님이 가끔 추천해주기도 하세요. 하핫. 다른 사람들하고 별반 다를바 없을것 같은데요?

테레사님은 어떻게 선택하시는데요?

테레사 2013-03-21 10:51   좋아요 0 | URL
흠..그렇군요. 저는 예전에(알라딘을 애용하기 전)는 동네 책방에 다녔고요. 가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끌리는 책을 골랐고, 한겨레 책코너의 소개글과 조선동아의 추천도서를(그때만해도 북코너는 이들신문을 신뢰했더랬죠. 돈이 많으니 문화면 질은 좋다는 ....)신뢰했죠. 그러다 최근엔 조중동은 안보고, 한겨레북코너를 주로 보고,,,다락방 님 등 서재 친구들의 글을 참고하고, 뭐 그런 식이에요. 비슷하네요..다들...

다락방 2013-03-21 10:5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지금 경향신문을 구독해 보기 때문에 신간코너 보는거고요, 다른 신문을 구독했다면 다른 신문의 신간코너를 봤을거에요. 경향신문 보기전에는 조선일보를 집에서 구독했엇거든요. 그때는 당연히 조선일보 보고 책 뭐 나왔나 검색했죠. 제가 엄청 좋아하는 책,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조선일보에서 보고 알게 된 책이에요. 퇴근후였나, 집에서 신문을 뒤적이다가 그 책의 소개를 보고 잽싸게 인터넷을 열어 주문을 했었죠. 꼭 경향신문의 북코너를 보려는 건 아니에요. 뭐든 구독하는 신문에서 보려고 하는거죠. 저는 그 소개를 신뢰한다기 보다는 이런책이 나왔구나, 하고 신간 소식만 접하고 선택은 제가 해요. 이런 내용이라면 재미있겠군, 하고서요. 저는 신문에서도 알라딘에서도 사실 리뷰를 보고 선택하는 일은 거의 없고요, 책에 대한 소개를 받고 그 소개를 읽은뒤에 선택해요. 리뷰가 어떻게 쓰여져있던간에요.

관찰자 2013-03-21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다락방님.
근자에 <엎지른 모유>에 대해서 리뷰나 혹은 100자평이라도 해주실 건가요?
제목과 표지가 압도적으로 마음에 드는데,
완전 궁금.-_-a

다락방 2013-03-21 13:08   좋아요 0 | URL
저도 관심이 있어서 저 위에 걸어두었는데, 어쨌든 3월 주문은 어제의 주문을 끝으로 주문이 마감되어서요(읭?), 읽는다고해도 3월은 지나야할것같고, 아직 '반드시 읽을것이다' 하고 다짐을 한것도 아니라서 제가 평을 올릴거라고는 말씀드릴 수가 없겠네요. 하핫;;

관찰자 2013-03-2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위에 뜨는 도서가 사거나 읽으신 것이 아니군요?
며칠 전부터 저 책이 자꾸 눈에 걸려서.
저도 이번 3월에는 뒤늦게 중고서점을 이용해 하루키의 서적을 너무 많이 구매해 놓아서
(빌려 읽는 것으로 충분했는데, 다락방님의 페이퍼를 읽다보니 자꾸만 찾아보고 싶은게 생기잖아요.ㅠㅠ)
일단은 다락방님의 평을 좀 볼까 했었는데요.

근데 진짜 저 책 읽고 싶게 생기지 않았어요?
게다가 이처럼 아무런 사전지식(작가 정보, 줄거리, 기타 등등) 없이 제목과 표지만으로 끌리기는 쉽지 않은데.
근데 또 묘하게 비슷한 이유로 선뜻 사기가 .....
어떻하나요.ㅠㅠㅠ

다락방 2013-03-22 10:05   좋아요 0 | URL
네, 관찰자님.
위에 아래 모두 사거나, 사서 읽었거나, 살 예정이거나 한것들이 섞여있어요. [엎지른 모유]는 경향신문 신간코너에서 보게됐는데 살까말까 싶어 걸어두었죠. 대체적으로 제 광고에 걸리는 책들은 결국 언젠가는 제가 사서 읽기는 하는것 같아요. ㅎㅎ
제가 혹여라도 읽게된다면 꼭 감상 남길게요, 관찰자님. ㅎㅎ

관찰자 2013-03-2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어떻하나요'가 맞춤법에 맞나요?
잉?
왜이렇게 어색하지 글자 모양이?

다락방 2013-03-22 10:08   좋아요 0 | URL
'어떡하나요' 가 맞습니다, 관찰자님.

'어떻게' 는 다른 말과 함께 쓰여야 하고요 단독적으로 쓰일때는 '어떡해'가 맞습니다. 이거 제가 설명 찾아서 붙여드릴게요. 제가 설명하면 아무래도 서투르고 미숙하니까.


[형용사 '어떻다'와 혼동하기 쉬운데 '어떻게 하다'의 준말은 '어떡하다'입니다. '어떻하다'로 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이런거에요.

니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수있어?

니가 나한테 그러면 어떡해?


좀 아시겠나요?

테레사 2013-03-2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전 리뷰보고 읽을 만하다 싶으면 사요^^.ㅋㅋ 근데 가끔 꽝일때가 있어서 이젠 서점에 가리라 맹세하건만, 또 그게 잘 안돼요. ㅠㅠ

관찰자 2013-03-22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기죠?
읽다보면 확실히 이상한 글자들은 맞춤법에 틀린 글자에요.ㅋㅋ
그래도 틀린건 틀린거다라고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