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

군인들이 순식간에 개를 에워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입마개로 입이 가려지고, 포승줄에 네 다리가 꽁꽁 묶인 워리는 공포에 질려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고 있었다.(p.9)

















알라딘 서재활동을 시작하고나서부터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책들에 관해 알게 되었고, 관심 없었던 책들도 읽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서재를 방문하면서 몰랐던 책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그리고 지금처럼 누군가로부터 관심없던 책을 선물받게 되면서 읽게 되는 경우도 더러 생겼다.


나는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읽었고, 그 책이 별로였기에 이 책, 『실내인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으응, 이런게 나왔구나, 패쓰. 그런데 지난주에, 생일선물이라며, 고운 카드와 함께, 한 청년이 내게 이 책을 보내왔다. 이 책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은것 같은데, 그래서 혹시 좋아하지 않을까 하며 선물한다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내가 그전에 읽었던 이석원의 에세이, 보통의 존재보다는 더 잘 읽혔고 더 나았다. 이 사람, 제법 이야기를 잘 끌고 나가고 그렇기 때문에 책장이 빠르게 잘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는 찜찜한 같은게 남았는데, 그건 이 책을 읽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가 생각났기 때문이고,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생각났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음,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나, 잘 넘어가는 책인지만 이것저것 믹스된 것 같은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저 위의 첫문장이 영 마음에 들질 않았다. 밑도끝도없이 '그때였다' 라니, 그 첫문장을 읽는 내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얼굴이 찌그러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간 첫문장에 대해 어떤 기대라든가 하는 걸 품어왔던 독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첫문장은 지나치게 겉멋이 들었으며 허세로 느껴졌다.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나서는 그 마음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같은 시작이 다시 한번 나온다-, 그래도 '그때였다' 로 시작하다니, 이건 좀 찜찜해. 전체적으로 '비소설가'가 써낸 장편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나쁘지 않았지만,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엊그제 만난 친구가 내게 '까다로운 독자' 라고 했는데, 어쩌면 나는 정말 까다로운 독자인지도 모르겠다. 그건그렇고, 어떤 문장들은 일부러 강조해서 사람들에게 파고들어가려는 듯한 의도가 보이긴 하는데, 그런 문장들 속에서 유일하게 이 대화는 마음에 들었다. 마침 한창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있는 친구 생각이 나면서, 이 문장을 사진 찍어 보내줘야겠다고도 생각했다. 고마운 문장.




"용우야."

"네."

"인생을 비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더욱 엿 같은 일이 너를 기다려."

"‥‥‥"

"그러니까 절대로 비관하지 마. 알았어?"

"네‥‥‥." (p.278)




그건그렇고, 생일이 매달 하루씩 있었으면 좋겠다. 생일을 기억하고 선물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진짜 완전 울트라캡숑 멋진일이니까. 멋지고 고마운 친구들. 히힛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이 현악 4중주단은 25년간 함께 공연을 해왔다. 그런데 첼로 담당인 가장 나이 많은 남자가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 쿼텟은 해체될 위험에 놓였고, 첼리스트는 이제 할 공연이 고별 공연이 될거라고 말하고, 멤버들은 모두 고민에 휩싸인다. 이 일에 맞닥뜨려 각자의 이야기들이 보여지는데, 그 이야기들이 저마다 흥미롭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함께 모여 연주를 하기 전 샴페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25년간 만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음악을 같이 연주할 수 있다는 것, 그 관계가 서로에게 좋게 느껴진다는 것, 그들이 오랜 시간 후에도 함께 모여 건배를 할 수 있다니. 갑자기 '친구'에 대해 욕심이 생기는거다. 나도 지금보다 더 나이들었을 때,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었을 때,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하며 한결같은 다정한 마음으로 웃고 건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질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됐던 것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첼리스트가 공연중 연주를 멈추고 일어나서 이것이 내 고별공연이고, 이 뒤부터는 다른 연주자가 대신해줄거라며 무대를 떠날 때, 그러자 관객들 모두가 그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줄 때, 나는 벅차올라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장면의 감동보다 그 장면까지 이른 인생에 대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고, 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함께 살고, 마음 맞는 동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그렇게 나이들다가 몸이 이제는 더이상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되고, 이제는 여기에서 이만 물러나야 할 때라는 걸 알아채고 하는 등의 삶의 흘러감, 그것이 확 와닿았다. 지금은 첼리스트가 고별의 무대를 가질 시간이지만, 얼마 안가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이 쿼텟이 가진 색깔은 그렇게 점점 조금씩 변하다가 아예 달라지게 되겠지. 혹은 '존재했던' 쿼텟으로 이름만 남게 될지도 모르고. 이 모든 것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주 가까이 느껴졌다. 나도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니까. 



마지막의 연주가 무척 좋아서 가방 속에서 손을 꼼지락 거리며 어플을 돌렸다. 그런데 이 시디가 검색됐다. 오, 이미 나와있구나, OST !!














아...나 어쩐지 점점 클래식에 대해 조예가 깊어질 것 같아. 어떡하지. ㅎㅎㅎㅎㅎ 여튼 이 시디도 사야겠다. 므흐흐흐흐흐흐흐흣. 







어휴, 브루스 윌리스 때문에 이 영화 보러 갔었는데, 어휴, 진짜 한숨 나오는 엉망진창 영화. 액션 보러 갔더니 코믹이었다. 게다가 브루스 윌리스의 연인으로 나오는 여자는 아..진짜..캐릭터 병맛. 민폐 대박 캐릭터. 난 진짜 이런 사람 딱 싫어. 그래서 별로 할 말 없는 영화.



그런데 엉망진창인건 이 영화 뿐만이 아니었다. 내 손톱, 내 손톱도 엉망진창. ㅠㅠ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그러니까 지난주에 만났던 M 님으로부터 봉숭아물을 건네받았다. 조카에게 해주라는 거였는데, 엊그제 나는 술을 미친듯이 마시고 집에 돌아와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겠다며 소파에 죽치고 앉아서, 조카 손톱이 아닌 내 손톱에 봉숭아물을 가득가득 올린 것이다. 그리고 채널을 돌려가며 이게 KBS 아니었나, 왜 안하지, 이시간 아니었나, 맞는 것 같은데, SBS 던가, MBC 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벽 한시반쯤 벼락같은 깨달음이 왔다. 아...오늘은 금요일이 아니지!! 이런 씨양-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광복절이라 출근 안하는건데, 다음날 출근 안하니 오늘은 금요일, 이라고 자동인식 되어서 소파에서 헛짓을....그러다가 티븨를 끄고 화장실에 가서 손톱위에 올려진 봉숭아물을 씻어냈더니 오마이갓, 저렇게 뭔가 피칠갑 된 것 같은 손톱이 .....................멘탈이 붕괴되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날 저 손톱을 본 엄마는 너 그래가지고 어떻게 회사 가려고 그러냐며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고 나보다 더 한심해하셨다. 봉숭아물은 아세톤으로...안지워지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주말을 지내면 좀 나아지겠지, 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이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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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3-08-16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까지 먹은게야....


.....라고 메아무개님은 생각할텐데. 이를 어쩌나.

그래도 입가에 묻은거 보다는 낫잖아요? ㅋㅋㅋ 즐거운 불금 ! ^^

레와 2013-08-16 11:40   좋아요 0 | URL
상상하고 있어요! 입가에 묻은 봉숭아 물................................................................. >_< ㅋㅋㅋㅋㅋㅋㅋㅋㄴ

다락방 2013-08-16 14:46   좋아요 0 | URL
으악 야클님 금요일입니다. 너무 씐나요! ㅎㅎㅎㅎㅎ
그리고 설마 제가 피가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먹겠습니까? 네? 제가 정말 그럴거라 생각하시는 건...아니죠? 네? 메아무개님도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으실거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아무개 2013-08-18 09:54   좋아요 0 | URL
메아무개는 저와 메피님의 합성어 입니까요?ㅋㅋ

다락방 2013-08-19 13:26   좋아요 0 | URL
맞네. 메피스토님과 아무개님의 합성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reamout 2013-08-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

다락방 2013-08-16 14:46   좋아요 0 | URL
헤헷 고맙습니다, 드림아웃님.
계신곳도 많이 더운가요? 여긴 진짜 장난 아니에요. 어휴..

dreamout 2013-08-16 15:37   좋아요 0 | URL
지금은 서울! ㅎㅎㅎ. 덥네요. 제일 가까운 커피숍에 걍 들어와 쉬고 있어요. 다음주면 이 강렬한 태양도 서서히 물러가겠죠...

다락방 2013-08-19 13:27   좋아요 0 | URL
앗, 지금은 월요일이니 서울이 아니겠군요. 오늘 서울 진짜 짱 더워요.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오는데 기절할 뻔 했어요. ㅠㅠ

moonnight 2013-08-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클래식까지 섭렵하시려는 다락방님 ^^ 영화 좋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못 봤네요. 저도 챙겨봐야겠어요.
저는 최근에 위대한 개츠비를 이제야 보고 푹 빠졌어요. 흑흑. 개츠비. ㅠ_ㅠ;;
그나저나 봉숭아 꽃물 들인 거 정말 오랜만에 봐요. +_+ 저 물 진짜 안 빠지던데 -_-;;;;;;;;;;;;;;;;;;;;;;;

저도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

다락방 2013-08-16 14:47   좋아요 0 | URL
섭렵까지는 아직 아니고요 문나잇님. 하나씩 들어볼까 생각중인데, 이러다가 말지도 몰라요. 가사 있는게 아니면 제가 잘 못 듣더라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물 진짜 안빠지는데 전 이제 어쩌나요. 저런 손으로 대체 언제까지 다녀야 할까요. 아 슬퍼요. ㅠㅠ

생일 축하 고마워요, 문나잇님.
:)

다크아이즈 2013-08-17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 그대로 비소설가의 소설이기 때문에 문학적 소설, 플롯의 소설, 서사의 소설로 읽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보통의 존재에서 보여준 이석원의 감상적 문투로 넘겨짚어 보건대...)
제가 보기엔 첫 문장 '그때였다.'보다 뒤따르는 문장들에 (디테일한 소설적 문체로 볼 때) 더 오류가 있어 보입니다.^^*

다락방 2013-08-19 13:24   좋아요 0 | URL
잘 쓰겠다는 의욕이 앞서 지나치게 멋을 부린 첫문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의도와 마음이야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지만, 그걸 이해하는 건 이해하는거고 저는 독자니까요. 저한테 가장 중요한 건 독자의 입장이니까요. 아무리아무리 생각해도 저 첫문장이 영 거슬려요. -_-

비소설가에게 잘 쓴 소설을 기대하는게 무리인가, 싶다가도 그렇지만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이 제대로 아주 잘 된 소설이기를 바라는 것은 독장의 당연한 권리가 아닌가 싶어져서, 역시 저는 작가보다는 독자 편이 되는 것 같아요. 하핫;;

단발머리 2013-08-17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까다로운 독자 맞아요. 믹스 된 것도 막 찾아내고, 좋은 문장도 잘 찾아내고 ㅋㅎㅎ
원래 저는 <마지막 4중주>같이 감동적인 영화보다는 브루스 윌리스 나오는 대충 막 부시는 영화 좋아하는데, 다락방님 땜에 감동적인 걸로 선회해야 할지...

그나저나, 손톱은 어쩌신대요. 하루에 열번씩 비누로 박박 씻어도 금방 안 빠진다는대요. 저 봉숭아 물... 든 손톱....

다락방 2013-08-19 13:22   좋아요 0 | URL
아, 제가 까다로운 독자인가봐요. 요즘엔 진짜 그런 생각을 해요. 특히 재미없는 책을 읽을 때는 '도무지 이쁘게 봐줄래야 봐줄수가 없잖앗!' 하면서 화가 나가지고.. ㅎㅎ

저도 브루스 윌리스 나오는 영화는 다 좋아하는데요, 저 [더 레드]는 진짜 영화가 좀 병맛이었어요. 병맛 캐릭터들이 모여있어서 그런것 같아요. 아휴...브루스 윌리스는 진짜 제 패이버릿인데. ㅠㅠ

손톱 주변의 봉숭아물은 거의 빠졌어요. 그래도 예쁘지 않다는 게 함정이지만 .. Orz

세실 2013-08-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진정 다락방님 손이랑 손톱 맞나요? ㅋㅋ 은근 허당인 다락방님.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니까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3-08-19 13:20   좋아요 0 | URL
저는 은근 허당이 아니라 대놓고 허당인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는일이 왜 이모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생일 축하 고맙습니다, 세실님. 으흐흐흣.
점심으로 된장찌개를 먹었는데 어휴, 배불러요!

따라쟁이 2013-08-1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이 지나고 손은 좀 나아졌나요?

다락방 2013-08-19 13:20   좋아요 0 | URL
처음처럼 피칠갑은 아니에요. 많이 진정됐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예쁘진 않아.......................ㅠㅠ

비로그인 2013-08-1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훕 ~~ 귀엽다


근데 한켠으론 손이 무서워보여요..다락방님.. ㅠㅠ
정말 레드네.. ㅠㅠ

다락방 2013-08-18 23:32   좋아요 0 | URL
저도 무서워요 새벽숲길님. ㅠㅠ 피칠갑된 손 같아서..회사 동료는 이런 제 손을 보고 고추장에다 손 넣었다 뺀거냐고 하더라고요. 하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작나무 2013-08-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추장이 생각났어요. 고추장...

다락방 2013-08-19 13:1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색깔이 고추장.. ㅠㅠ

2013-08-19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9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9세 - 이순원 장편소설
이순원 지음 / 곰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돌이켜보면 그 때 왜그랬을까, 싶지만 그 때는 그만큼 절박했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고해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되겠지. 결국은 깨달음의 시간이 온다는 것이 인생의 다행한 일인 것이다, 고마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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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8-1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3-08-15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4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8-16 14:48   좋아요 0 | URL
땡큐입니다!!

2013-08-14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8-16 14:4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Mephistopheles 2013-08-1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때 가출이라도 하셨어요??

다락방 2013-08-16 14:48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전 지나치게 모범생이었어요. 구석에 찌그러져있는 있는듯 없는듯한 존재........랄까.

2013-08-16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6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아버지가 맡긴 돈을 잘 운용해나갔다. 그래서 얼마 뒤에는 아버지의 약속대로 내가 관리할 품목도 늘어났다. 이제부터 나는 필요한 물건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그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그 때문에 내가 받는 돈의 액수도 증가했다. 더구나 아버지는 이제부터 돈을 매달 주는 것이 아니라 분기마다 건넸다. 좀 더 긴 기간에 나를 적응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기간을 반년이나 1년으로 늘리지는 않았다. 기간이 너무 길면 내가 무질서 상태에 빠질까 저어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내게 준 돈은 종조부 유산의 이자였다. 그것도 이자의 일부였다. 내가 그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썼음에도 내 전 재산은 나머지 이자와 원금이 합쳐지면서 꾸준히 불어났다. 그런데도 내가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고 식사를 얻어먹는 것은 문제였다. 결국 나는 집값과 밥값 명목으로 분기마다 일정한 액수를 부모님에게 지불하기로 했다. 그 밖에 필요한 것들, 즉 옷과 책, 기구 같은 것은 모두 내 분별력에 따라 재량껏 구입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pp.25-26)


















이 책속의 주인공 하인리히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다. 좋은 집에서 교양있는 부모와 부족함없이 살고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가진게 있는 상태로 태어난 것인데 심지어 종조부로부터 어마어마한 유산도 상속 받았다. 어느정도 사리판단이 가능한 나이가 되자 아버지는 그 유산의 이자를 정기적으로 그에게 건네고, 그는 그 돈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구입한다. 그래도 돈이 남는단다. '유산의 이자의 일부'만 받아 썼는데도. 남은돈을 다시 예금해서 자꾸 재산을 불려가는 게 그의 경제활동이고, 그는 '노동'으로 돈을 벌지는 않는다.


아, 이쯤에서 미리 밝히자면 이 책은 '돈 많은 녀석의 유랑기' 를 보여주기 위한 책은 아니다. 물론 돈 많은 녀석이 유랑하긴 한다. 녀석은 해마다 오랜기간 여행을 하며 타지에 머무른다. 그래도 전혀 걱정이 없다. 돈이 많으니까. 녀석이 하는 일이라곤 식물과 동물을 관찰하고 그림 그리며 지식을 쌓아나가는 거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연극을 관람한다. 책을 읽는다. 그래도 밥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부자의 시간보내기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쓰여진 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삐딱하다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것이다. 


녀석이 또 들과 산과 뭐 기타 블라블라 관찰하기 위한 여행을 하다가 뇌우가 올 것 같은 생각에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집에 몸을 피하고자 들어가는데, 허, 여기도 만만찮게 부자다. 그 집의 주인 어른은 그에게 수년간 관찰한 결과 비가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에게 자신의 집과 정원과 땅을 보여준다. 넓고 넓은 땅을 여기서부터 저어어어어어어어어기 까지 가리키며 저게 다 내 땅이네, 한다. 이 방 저 방 보여주며 여기는 서재고 여기는 손님방이고 서재에서 꺼낸 책은 여기서 읽고 여기는 식당이고...한다. 심지어 집 안에 목공예소까지 있다. 그가 하는 일도 뭐 하인리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양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좋은 대리석을 가져다가 뭘 만들고 장미꽃 잘 피게 하고....




날이 퍽 길어졌다. 항상 같은 시간에 차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도 하늘에 석양빛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하여 우리는 식사 후에도 정원으로 나갔다. 우리 일행은 큰 벚나무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 벤치에 앉았다. 주인어른과 부인이 가운데에 앉았다. 정원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자리였다. 주인어른 왼쪽에는 내가, 부인 오른쪽에는 나탈리에와 구스타프가 앉았다. 사위가 점점 어두워졌다. (p.263)



하인리히가 그 집에 머무르는 동안 하는 일이라곤 점심 먹고 산책하고 저녁 먹고 산책하는 일이다. 때로는 점심먹고 쉬고 저녁 먹고 쉬거나 점심먹고 이야기하고 저녁 먹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동안 그들의 끼니는 여러명의 하인이 다 해결해준다. 식사 시간이 되면 어슬렁어슬렁 식당으로 가서 하인들이 차려놓은 밥을 먹기만 하면 된다. 다 먹으면 자리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어차피 치우는 사람 따로 있으니까. 그리고는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하거나 하면 되는 것이다. 



노파심에 말하는데, 이건 한심한 소설도 아니고 부자 욕하는 소설도 아니다. 시종일관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가 가득하다. 숭고하다고 말해도 좋을 지경이다. 그런데 나는 2권을 사지 않고 1권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책을 그만 읽을까를 고심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가득한 자연에 대한 묘사도 내게 인상깊지 않을 뿐더러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지 않는데 불어나는 재산을 가진 녀석을 꼴도 보기가 싫다. 물론 그렇게 여유있는 사람들이 학문에 깊이 열을 올려 열심히 탐구하고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우리가 미처 몰랐던 것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애초에 태어나기를 부자로 태어난 것인데,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2권에 등장하게 될 이 부자들의 사랑이야기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부유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났다. 그렇다고 똥꼬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란 것도 아니다. 갖고 싶은 걸 다 사주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학교 준비물을 못가져 간 적은 없었다. 지금은 내가 필요한 걸 내가 살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명품백을 살 능력은 안되지만 책 오만원어치를 사서 에코백을 받을 능력은 된다.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고가의 와인을 마실 능력은 안되지만, 마트에 가서 2만원에 세 병주는 와인을 살 능력은 된다. 그리고 이만큼이 내 노동의 대가다. 만약 고가의 무엇이 필요하다면 나는 할부를 긁어야 한다. 내게 할아버지가 남겨준 유산 따위는 없다. 심지어 용돈을 주는 할아버지도 없다.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가 내 땅이네, 하는 사람을 나는 건너건너서도 알지 못한다.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 책속의 녀석은 궁금한 식물을 스케치북에 그리면서 학문을 탐구하는 게 전부인데-그게 별거 아니라는 게 아니다-, 재산은 불어난다. 




나는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그동안 자부해왔다. 그래서 소설을 쓰지는 못할 지언정 '잘 읽는다' 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속의 주인공에게는 도무지 공감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책장이 더디 넘어간다. 노동 없이 재산이 불어나는 녀석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다. 그에게는 아주 장점이 많다. 상대가 사적인 것에 대해 감추고 싶어하는 듯 하면, 그걸 캐묻지 않고 넘길 만큼의 배려를 가지고 있고, 연극을 보면서 그 연극에 푹 빠질만큼 예술에 대한 조예도 깊다. 그러나 그 배려와 예술에 대한 조예가 그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교양있는 부모 밑에서 여유로운 시간에 좋은 교육을 받았다면, 하루에 얼마만큼의 땀을 흘리고 그 노동의 대가를 받는 사람들보다 무언가를 습득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인게 아닌가. 그가 장점을 가졌다면, 그 장점을 갖기 위한 우선순위에 그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의도야 무엇이든, 어찌되었든, 나는 열등감이 폭발한거다. 





정밀하게 묘사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조화로운 발전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와 더불어 19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성장소설로 평가받는다. 니체에 의해 최초로 그 문학적 진가를 인정받은 후부터 고전으로서 다시금 커다란 주목을 받았고, 1, 2차 세계대전 이후 더욱 많은 작가들이 그의 심오한 예술성을 격찬하였다. [책 소개 中]



열등감이 나를 이렇게 만든것 같다. '19세기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성장소설' 이라는데, '니체에 의해 최초로 그 문학적 진가를 인정받'았다는데, '심오한 예술성을 격찬' 받았다는데, 나는 이 녀석은 노동없이 재산을 불리는군, 하며 자꾸만 시니컬해지는거다. 독서란 독자의 몫임을 새삼 실감한다. 책을 쓰는 자의 몫이 아니라, 그 책을 읽는 자의 몫. 나는 아직 2권을 살지 말지 읽을지 어쩔지 결정을 하지 못하겠다. 후..





그건그렇고,




나는 요즘 핸드백 대신 이 에코백을 들고다닌다. 출퇴근 시에도 얄짤없이 에코백이다. 유후~ 저렴하고 가벼운 에코백. 게다가 이것저것 쑤셔 넣는대로 많이도 들어간다. 이 에코백을 메고 걸을 때마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미셸 윌리암스'가 분한 '마고'가 된 기분이다. 후훗. 이 여름엔 다 필요없고, 이 에코백만 들고다닐테다. 멋져..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멋져서 나 스스로 나한테 반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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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이 시를 쓰는 동안
    from 마지막 키스 2019-02-27 08:42 
    생일날 아침 유코는 은빛 강가에서 말했다."아버지, 저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지만 승려의 미간이 깊은 실망을 나타내며 찌푸려졌다. 태양이 물결무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개복치 한 마리가 자작나무들 사이를 지나 나무다리 아래에서 사라졌다."시는 직업이 아니야.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지. 한 편의 시는 한 편의 흘러가는 물이다. 이 강물처럼 말이야."유코는 고요하게 슬러 사라지는 강을 깊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버지를 돌아보며 말했
 
 
Mephistopheles 2013-08-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아 남아돌고 시간 남아 돌면서 자연을 만끽하고 여행을 다니고 여유를 부리는 사람보다 돈과 시간이 부족함에도 알차게 쪼개서 최소치로 모든 여가가 가능한 사람이 능력자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너무 멋져 반할만도 하군! 이랍죠

다락방 2013-08-13 13:15   좋아요 0 | URL
ㅎㅎ 이건 더 많이 가지지 못한 자의 투덜거림이죠. 더 많이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다 저같이 투덜거리기만 하는건 아닐텐데, 분명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작품속에 몰입하고 할텐데, 제 못난이 열등감이 튀어나와 버렸어요. 쩝...많이 가지지 못해서 못난게 아니라 열등감을 가져서 못난것 같아요.

하아- 점심엔 피자와 샐러드를 먹고 살짝 아무도 모르게 낮술 한 잔 했더니 집에 가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아무도 몰라야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3-08-1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그날 저 가방안에 타미를 위한 머리띠가 있었겠네요.

2.2권은 사지 말고 언젠가 여유될때 대...출..을.....

3.다락방님 뭘 새삼스레 반하고 그러세요^^


다락방 2013-08-13 13:13   좋아요 0 | URL
1. 우와 아무개님 기억력 짱 ㅋㅋ 네네, 저 가방안에 타미 머리띠가 있었죠.
2. 끝까지 읽을까 어쩔까 진짜 결정을 못하겠는데요, 일단 2권을 읽을거라 결정을 한다해도 그 사이에 다른 책을 한 두권쯤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뭔가 색다른게 필요해요. 흐음.
3. 그렇지만 ㅠㅠ 대체적으로는 제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더 많은걸요. Orz

2013-08-13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3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3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야클 2013-08-13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한 번이라도 한국 드라마를 봤다면, 1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인리히가 사실은 부자상인의 친자가 아니었고, 잘나가던 집은 파산이 날 것이며 2권에서는 나중에서야 나타난 부자상인의 친딸과 사랑(근친?)에 빠질텐데요.
그나저나 가방 참 크네요. 책 다섯 권은 충분히 들어갈 듯. 고기 열 근 정도도 충분히. ㅋㅋ

Mephistopheles 2013-08-13 12:47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요즘은 이런 출생의 비밀도 진부하다고...주인공 남자를 갑자기 죽여버리거나 커밍아웃 시킬수도 있습니다. 물론 죽기 몇 분전 유체이탈은 기본이고요...

야클 2013-08-13 13:06   좋아요 0 | URL
타임슬립을 해서 2013년 한국의 '늦여름'으로 올 수도 있지요. 하인리히가 '하인희'라는 어여쁜 여자로 둔갑하여....

다락방 2013-08-13 13:11   좋아요 0 | URL
아니 이분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인리히->하인희. 이거 좋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로운 스토리의 탄생을 예고하는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야클님. 가방이 크다해도 제가 고기 열 근을 넣을리는 없잖습니까? 네?

Mephistopheles 2013-08-13 14:05   좋아요 0 | URL
왠지 모르게 게르만 여인네들은 무지 억센 분위기인데......


고깃집에서 낭낭하게 여기 삼겹살 5인분 Take out 해주세요. 쌈장에 버무려서요......라고 충분히 포장해서 가방에 넣어 다닐 것 같은 느낌..????? (어 왠지 전혀 실현 불가능은 아닐 것 같다는..)

다락방 2013-08-14 10:10   좋아요 0 | URL
삼겹살 5인분 테이크아웃 이라뇨, 메피스토님. 아놔 ㅋㅋㅋㅋㅋㅋㅋ삼겹살은 구워서 바로 그 자리에서 뜨겁게 먹어야 하는데 테이크아웃 이라뇨. 그럼 맛 없을거 아녜욧!!!!!!!!!!!!!!!!!!!!!!

moonnight 2013-08-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신에게 한 번 반해보고 싶어요. 그럴 수 있는 다락방님 부러워요. ~~~^^

다락방 2013-08-14 10:10   좋아요 0 | URL
반하는 시간보다는 사실 제 자신을 원망할 때가 더 많은걸요 문나잇님. 이렇게라도 가끔 반해주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어요. 흑.

마노아 2013-08-1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쁘네요.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이 표지를 참 잘 뽑았어요.ㅎㅎㅎ
저 에코백이 저번에 제가 본 것 맞나요? 약간 풀빛으로 보여요. 사진이 실물보다 더 근사해요.ㅎㅎㅎ
저도 여름 내내 무크지 부록으로 받은 가방 들고 다니는데, 얘는 가격 대비 좀 비싸구요.
책 사고 받은 에코백이 훨 나은 것 같아요. 근데 저 무크지 한번에 세 개씩이나 사서..;;;;;

다락방 2013-08-14 10:11   좋아요 0 | URL
표지 너무 예쁘죠. 아무래도 2권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있긴해요. 그런데 대체 왜...왜..........일을 안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긴 하지만 말이죠. 아마도 제가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일하지 않고 배부른 자에 대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가 봐요. 아...짜증나.........

감은빛 2013-08-13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바웃 어 보이]에서 휴 그랜트가 죽은 아버지의 저작권료로 먹고 살면서
부족함 없이 편하게 백수 생활을 하는 걸 보고 무척 짜증이 났습니다.
그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와는 별개로 그 설정 하나 때문에 왠지 집중이 안되더군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 집중을 못할 것 같네요.

그나저나 멋진 다락방님, 제 생각에는 열등감이 아니라 당연한 불쾌감이 아닐까요?
저들이 저렇게 노동없이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건,
우리같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한 결과니까요.
우리 입장에선 당연하게 불쾌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다락방 2013-08-14 10:14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는 어바웃어보이는 짜증이 났던건 아닌데 그 상황을 보면서 '아 팔자가 늘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면서 나도 뭐 하나 저작권료 계속 받아먹을 수 있는거 대박 터뜨려야 되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불쾌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바웃 어 보이를 아주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거기엔 가난하고 아버지도 없는 소년이 나오기도 해서 그런것 같아요.


나는 노동을 하고 있는데 노동 없이 배부른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분노가 차오르죠.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사실 그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그런데 제가 옆으로 시선을 돌려버린 결과인 것 같아 '내가 왜 이러지' 싶어진거에요. 내가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고, 그걸 잊지 못하고 있는건가 싶으면서 말이지요. 왜 이 작품을 한 남자의 성장으로 읽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을 한거죠. 주인공은 책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데, 그 성장이 제가 생각하는 성장과는 좀 달라서, 그게 좀 제 마음에 안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흐음.

yamoo 2013-08-1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등감...심히 공감하는 바입니다..근데, 마지막 한 줄 때문에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ㅎㅎㅎㅎ
마지막 한 줄이 홈런을 날립니다~^^

다락방 2013-08-14 10:15   좋아요 0 | URL
ㅎㅎ 야무님도 야무님한테 가끔 반하고 그러세요. ㅋㅋ 내가 나한테 반해주지 않으면 누가 나한테 반하겠습니까. 하하하하(어쩐지 슬프네요 ㅠㅠ)

비로그인 2013-08-1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가 내 땅이네, 하는 사람을 나는 건너건너서도 알지 못한다.

저는 몇 분 알아요. 우리 친구해요. 다락방님.. ^^ ㅋㅋ


p.s
(그래도 그 분 들 중에는 말 할 수 없는 사연으로 온 인생을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부족한 자아 긍정과 만족을 수백만원 짜리 옷으로 치장하며 사는 분들도 계시죠. -그렇다고 그 분들의 삶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제가 무어라 한 마디로 판단은 못하겠어요..인생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에서 봐야하고, 어느 한 기간이 아니라/ 정말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봐야하는 일 같아요. ㅠㅠ)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멋져서 나 스스로 나한테 반하곤한다" 는 다락방님은 다락방님의 가치가 있으시고 저는 그런 다락방님이 좋아요..




다락방 2013-08-14 10:27   좋아요 0 | URL
제가 새벽숲길님과 친구한다면, '저게 다 내 땅이네' 하는 사람을 건너건너서 알게 되는거네요. 하하하하.

네, 다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러니 겉모습 만으로 그 사람의 삶이 어떻다고 감히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없죠. 그래서도 안되는 일이고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내 관점에서 부당해 보일 때, 저 혼자 분노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그 사람에게 어떻게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한다고 상대가 내 생각에 맞장구쳐주지도 않겠지만, 이 책속의 주인공과 제가 생각하는 '성장'은 확실히 달랐어요. 더 많은 지식을 쌓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주인공은 앞으로 쑥쑥 나가지만, 저는 그게 아닌 다른 걸 보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제가 보고싶었던 걸 볼 수 없으니 그래서 화가 났던것 같고요.



인생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에서 봐야 한다는 새벽숲길님의 말씀, 참 좋으네요. 고개를 끄덕이게 돼요. 한 부분만 보면 확실히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겠죠. 저도 제 인생을 부분부분으로 나눴을 때 감추고 싶고 버리고 싶은 부분들이 확실히 있거든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 부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3-08-14 10:41   좋아요 0 | URL
저는 다락방님에게 많은 걸 배워요..그래서 참 좋아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13-08-1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에게 반할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죠+.+

다락방 2013-08-16 14:52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반하는 시간보다는 열등감을 갖는 시간이 더 많은걸요. Orz
 
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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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가 많이 남았다는 건 그 지역공동체가 건강하다는 뜻이지. 그 가게들 주인이 자식 낳아서 학교 보내고 지방세 내고 자치회도 한단 말이지. 대자본이 침투하고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 지역 전체가 죽어. 주민들의 삶이 활기차고 건강한 생태게는 일급수 같아서 다양한 소자본 사업체, 관계망이 발달한 곳이지. 우리 고향이 아직 그런 채로 남아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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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8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8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8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08-09 14:40   좋아요 0 | URL
왜 자꾸 비밀 댓글을 다는 거예요?

다락방 2013-08-09 14:42   좋아요 0 | URL
그..그...그........그러게요? ( ")

네꼬 2013-08-09 15:48   좋아요 0 | URL
비밀댓글 누구예요? 자작나무님이세요? 흥. 샘 나게.

다락방 2013-08-09 15:53   좋아요 0 | URL
아뇨. 비밀댓글은 다른 분이에요. M 님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3-08-10 09:13   좋아요 0 | URL
알라딘엔 M님이 많더라구요. ㅋㅋㅋㅋ

2013-08-10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2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08-12 11:28   좋아요 0 | URL
하핫;; 글쎄요. 왜 자꾸 비밀댓글인지는 저도 잘.. ( ")

아무개 2013-08-1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의 완승! 보내고 연락드릴께요^^

그런데 왜 자작나무님의 비밀댓글을 제가 볼수 있는걸까요? 이상타~

다락방 2013-08-12 11:43   좋아요 0 | URL
흐음. 그건 아마도 아무개님의 비밀댓글에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ㅎㅎ

아무개 2013-08-12 11:44   좋아요 0 | URL
아하~
 
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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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공감할 수 없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이야기가 있는데, 내게는 '어릴적부터의 사랑이 어른이 되서도 쭉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아무리 공감하려고 해봐도 잘 되질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사실 이해도 잘 되질 않는다. 대체 어떻게 초딩때부터 한눈에 쑝 간 사람에게 내내 그 사랑을 유지하며 나이가 아주 많은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어릴적부터 이어온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일까? 여튼, 그런 이야기는 참, 재미가 없다. 지고지순한 사랑, 이라고 평가 받으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로망으로 느껴진다거나 동화의 완성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난 참, 재미없다. 쩝. 그건그렇고,

 

나는 기본적으로 회는 좋아하지 않고(안먹는다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물회'라는 건 먹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먹을 생각이 없지만, 이 부분을 읽고는 '아뿔싸, 겁나게 입맛을 당기잖아!' 했다. 물회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었다면 환장했을 듯.

 

 

 

처음에는 집 안의 부엌 딸린 방에 손님을 받았다. 고만고만한 식당이야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만큼 많았기 때문에 단골을 늘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어머니는 해녀였다. 어떤 해산물이 싱싱하고 맛있는지, 싸면서도 구하기 쉬울지 누구보다 먼저 알았다.

포항의 항구에는 아침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연안에서 잡은 가자미, 청어, 열기, 삼치, 쥐치, 도미, 오징어 등을 실은 어선들이 즐비하게 정박했다. 어부들은 조업을 나가면서 채소와 물, 초장 등을 배에 실어 가지고 바다로 갔다. 물고기가 일단 잡혀 올라오기 시작하면 굶어도 허기를 모르고 옆에서 인어를 따라 용궁으로 사라져 가도 모르는 게 인지상정이다. 밤중부터 새벽까지 그물을 당기고 물고기를 끌어올리던 그들은 한껏 허기가 지는 새벽에 참을 먹기 위해 갑판에 앉았다. 잡아 올린 물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그릇에 넣고 시원한 오이며 채소를 푹푹 썰어서 더하고 고추장을 넣어서 쓱쓱 비빈 뒤에, 빨리 먹기 위해 물을 그득 부어서 나눠 먹는 것, 그게 어머니가 내놓은 물회의 원래 모습이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직접 물질로 잡은 해삼, 멍게, 소라, 성게 같은 해산물까지 물회로 만들어 내놓음으로써 해녀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유명해졌고 손님은 급증했다. (p.57)

 

 

캬- 멍게며 소라 해삼까지 내 취향은 아니지만, 참으로 맛깔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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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8-0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회 맛있어요..ㅎㅎ

다락방 2013-08-07 17:41   좋아요 0 | URL
전 시도하기가 어쩐지 겁나요. ㅎㅎ

Mephistopheles 2013-08-0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물회를 못드신다..이말이군요.....ㅋㅋㅋㅋㅋ 잘알겠습니다.

다락방 2013-08-07 18:06   좋아요 0 | URL
뭐..뭐죠. 왜 불길한 느낌이 들죠? -_-

2013-08-07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8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08-0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저랑 강릉집 한번 가시죠.

다락방 2013-08-08 17:27   좋아요 0 | URL
물회 파는 곳인가요? 노땡큐에요. ㅎㅎㅎㅎㅎ

2013-08-08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9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13-08-09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는 솔직히 무슨 맛으로 먹는지 싶네요.;;;

다락방 2013-08-09 11:43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엔 그랬는데 이젠 잘 먹는다능. 와사비 맛으로 드세요, 가넷님 ㅎㅎ

jo 2013-08-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서재네요. 헤헿. 물회는 안 먹어 봤는데...

다락방 2013-08-12 09:35   좋아요 0 | URL
전 아마 앞으로도 안 먹을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