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바타유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이미 너무 유명한 이름이라서 언젠가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클릭해보면 , 비채 모던 & 클래식 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또한 책의 뒷편에는 본문과 비슷한 양의 '수전 손택'의 글이 실려있다.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바타유의 이 책과 그의 포르노그래피는 혹은 에로티즘은 당연히 문학이며, 문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에로틱한 것에 대해 관심이 많고 즐겨 보고 싶어한다. 성인들의 미묘한 성적 긴장감과 성적 욕망의 실현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응?) 보고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작년이었나, 알라딘에서 내가 책을 사는 것에 대한 키워드를 분석해 주었을 때, 아주 당당하게 <19금>이라는 타이틀도 있었던 거다. 내가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은 힘들더라.



아주 오래전에 내가 '베라 파미가' 얘기를 하면서 베라 파미가가 주연한 영화에서 그녀는 늘 섹스를 하고 장례식에 참석한다는 글을 쓴 적 있었는데, 누군가가 '섹스와 죽음'은 연관되어 있다는 뉘앙스의 댓글을 달았던 걸로 기억한다. 섹스는 종교와 철학과도 연관이 깊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조르주 바타유의 저자소개를 보면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897년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소도시 비용에서 태어나, 매독 환자에 맹인인 아버지와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착란에 시달리는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한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성직자의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파리 국립고문서학교에 진학하여 파리 국립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1962년 오를레앙 도서관장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사서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사드의 적자'라 불릴 만큼 매음굴을 전전하며 에로티슴 소설을 썼고, 니체의 무신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헤겔의 종교철학에 심취하여 <도퀴망> <크리티크>등 당대 사상계를 주도한 잡지를 주재하기도 했다.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종교, 정치, 문학, 예술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집필 활동을 펼쳤다. -책날개의 작가소개 中




사실 섹스와 연관이 없는 분야가 과연 어디있겠느냐마는, 성직자의 삶을 꿈꾸었던 사람이 에로티즘 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주 미묘하게, 한끗차이로 양갈래로 나뉘었다는 생각도 들고, 정신분석학, 종교철학, 에로티즘 이 모두는 결국 한통속인가 싶기도 하고... 아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소설은 내게 매우 힘들고 어려운데, '금기와 위반의 문학'이라고 책 뒷면에 쓰여져 있기도 하지만, '금기와 위반'의 느낌보다는, 내 스스로가 허락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이른 ... 그런 단계의 글이라고 해야할까. 16쪽 까지인가 읽다가 덮으면서 아아, 이거 끝까지 읽으면 내가 이 책에서 무언가를 가질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가, 수전 손택도 글을 썼다는데 싶어서 다시 도전했는데, 아아 결국 37페이지까지인가 읽다가, 포기해버렸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변태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연인 혹은 섹스파트너와 섹스를 나누게 되었을 때 서로의 변태끼를 얘기하며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상대와 내가 '여기까진 괜찮다'고 합의한 지점까지는 다다를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쪽은 '어? 나 그건 못해, 안해!' 라고 해버리면, 내 안의 변태끼를 행위로 옮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란 게 있고, 사실 섹스를 하게 됐을 때 우리는 상대를 사랑하는 경우도 많아서,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좀 넓어지게 되는 경향도 있다. 사랑이란 게, 생각보다 힘이 세서, 평소에 '나는 그것만큼은 할 수 없어' 했던 것에 대해서도, '어....그...그...그럼 해볼까?' 이렇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한침대에 들었을 때, 그 침대에 '그 사람'과 함께 들기 전까지는 하지 않았던, 앞으로 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할 수도 있게 된다는 얘기다.



- 나와 함께 뒷구르기를 하자.

- 안돼. 나는 앞구르기까지만 할 수 있어.

- 나는 뒷구르기 너랑 하고 싶은데.

- ...........................................그럼, 한 번만 해볼까?




뭐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거다. 




바타유의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서로 오줌을 싸는 광경을 보여주고 서로의 몸에도 싸버리는 (-_-) 장면이 숱하게 나온다. 나는 이날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식의 행위를 즐기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오줌이든 똥이든 자기들이 좋다고 상대한테 싸는 모습을 보이거나 서로의 몸에 치덕치덕 바른다고 하면, 거기에 대고 내가 뭐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그들의 성적 욕망과 판타지를 실현시켜주고, 서로에게 만족을 준다면, 거기엔 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아, 나는 너무 여러가지로 이입이 되어서 괴로웠는데, 일단, 오줌 냄새를 맡기도 싫다. 이 책 속에서는 오줌 냄새를 싫지 않게 묘사했는데, 그것이 자기들을 자극한다고 말해놨는데, 이게 서로 둘이서 오줌 싸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30쪽 이상까지 읽다보면 여러명이서 같이 싸고 막 이런다. 



...............................................




오줌과 정액을 서로의 몸에 쳐발쳐발하는데, 하아, 나는 더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 안의 변태끼는 ...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가에 대해 돌이켜 보면서, 만약 나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위에 말했던 것처럼, 사랑이란 건 힘이 세서, 내가 허락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그 상대에 대해서라면, 그 상대에 한정해서 허락하게 되는 경우도 더러 생길 수가 있다. 그런데, 오줌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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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라 사랑하는데..뜨겁게 사랑하는데.........그런데 내 몸에 오줌을 바르고 싶다고 하면?????????????????????



오줌 바르고 싶지 않은 내 바람을 당신이 들어주기를 나는 원하네.....




그리고 책 속에서 저 여러명의 섹스인들중에 한 명은 장롱안에 들어가서 오줌을 싸는 장면도 나오는데, 아아, 나는 딥빡이 온 것이.... 오늘 아침에 우동을 함께 먹은 회사 동료에게도 말했는데, 아니, 그거 다 누가 세탁하냐!!! 책에서는 주인공들 집에 일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나오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한테 니네 오줌 빨래 시키는거야? ㅜㅜㅜㅜㅜㅜ 나는 노동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ㅠㅠ 방 안 환기에도 신경 안쓸텐데, 그거 다 노동자인 내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내 소망은 소박하다. 나한테 오줌싸지 않고 오줌 빨래 만들지 않는 사람을 원해.... 나는 그런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어...오줌은 변기에다....흙흙 ㅜㅜ

그런데 내 경험이 미천하여 그렇지, 이거 한 번 하고 나면 중독될만큼 뭔가 마력적인가??

이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는 '니가 몰라서 그렇지~' 하고 있는...걸까? 




얼마전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외롭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외로움이란 건 갑자기 예고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올 때가 있어서, 얼마전에는 새벽에 추워서 깼는데, 그 순간에 잠깐동안 '아, 이래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구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얘기를 다음날 책친구에게 했는데,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그 순간에 너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길 원한 이유가 무엇이냐, 안아주길 원해서냐 이불을 덮어주길 원해서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다 해야지. 일어나서 창문 닫고 이불 덮어주고 안아주고 다 해줘야지. 나는 꼼짝 안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이런 얘길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이 얘길 왜 했냐면, 이 책을 30페이지 넘게 읽으면서, 진짜 전애인 생각이 너무 나는 거다.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애인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일상의 자잘한 것들부터 굵직하고 아프고 기쁜 일들까지 넘치고 넘치지만, 오줌 얘기도 해보고 싶은 거다. 들어봐, 남자와 여자가 서로 되게 성적으로 욕망하고 에로틱하게 여겨져서 불끈불끈 거리면서 서로의 몸에 오줌을 싸고 막 그러거든? 당신은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하고. 당신은 싫다고 하는데 내가 굳이 싸겠다고 하면? 막 이런거 물어보고 싶은 거다. 그러면 또 얼마나 할 얘기가 많을까? 당신은 앞으로 나랑 오줌 싸고 싶을 것 같아? 이런 것도 물어보고. 아 이런 얘기 할 수 없는 거 좀 외롭네? 외로움... 뭐지?



외로움 뭘까?




아무튼지간에 나는 오줌 이야기 책은 그만 읽기로 결정하였다.

출근할 때 이 책을 들고 왔는데, 이를 어쩐담, 싶다가, 그래도 회사에 책이 많으니까 이 중에서 한 권을 골라 읽어야겠다.



오늘 아침엔 회사 동료를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는 모닝 우동을 한그릇 했다. 동료와 나는 김밥도 한 줄 시켰는데, 김밥 안에는 크래미 같은게 많이 들어 있어서 내 타입이 아니었다. 나는 맛살과 크래미를 안좋아한다. 어쨌든 우동은 맛있게 먹었는데, 먹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았다. 역시 사람은 배불러야 기분이 좋구나... 그러고보면 나는 배고플 때 기분이 매우 나빠지는데, 좀 짜증을 낸다고 할까... 여튼 그래서 사람은 뭘 먹여놔야 해... 그래서 먹임은 사랑인지도...

일전에 연애할 때 다이어트 한답시고 저녁에 사과를 하나만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칠봉이가 내게 그랬다. '내가 너를 알고 지내면서 오늘처럼 짜증난 말투로 말한 적은 없었다' 고.... 이게 다 못먹어서 그래.

그러다보니 어제 읽었던 '리베카 솔닛'의 책 중에서 배고픔에 관해 언급됐던 부분이 생각난다.






배고픔이 정신을 왜곡하고, 약하게 만들고, 강박적으로 음식 생각만 하게 하고, 사람의 몸을 마치 악마에 홀린 것처럼 만들어, 결국 굶주린 이를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들. 공허함에 사로잡힌 아타구타룩은 동사한 가족의 시체 옆에서 굶주렸다고 파트로크와 타구르나크에게 얘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가 뜨고 공기 중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을 때, 그녀는 살아야겠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그건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빴어요. 그게 죽은 이들을 해치는 일은 아니라는 걸, 그녀도 알았겠죠. 죽은 이의 영혼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이의 땅으로 갔을 테니까." 이 이야기에서 그녀는 혼자였고, 홀로 있다는 것은 고통의 일부이기도 했다. (p.309-310)







사과 하나만 먹고 짜증을 냈던 그 때, 칠봉아, 나는 '평소와 다른 무언가' 였던 거야..... (  ")

(앗. 내가 또 칠봉이한테 말하고 있었어...이제 이러면 안되는건데..............)



어쨌든 아침부터 우동을 풍족하게 먹고 기분이가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오줌은...별로예요......







아 방금전에 책친구랑 예술과 독자, 관객, 리뷰, 상처 등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자신은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라서 자기가 걱정된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면에서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알라딘에서 악플도 받아 봤고, 책에 대한 나쁜 평가도 읽어봤고, 나 까는 글도 여러차례 봤는데, 그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수도 안티가 있는데 하물며 다락방이야...'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남동생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나 안티 많을 스타일이야."



제기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할수없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도 안티가 많을지도 모르는 나는 아침일찍부터 우동을 먹고 기분이가 좋고, 점심은 뭘 먹을지 생각해야 겠다. 나는 계속 행복하고 싶으니까 잘 먹어야 돼.....




(덧붙이기: '오줌을 싼다'는 것은 책 표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소변을 본다'고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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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르노그래피] 남자들은 그만 말하고 그만 써야 한다.
    from 마지막 키스 2019-12-29 23:51 
    '캐서린 맥키넌'의 [포르노에 도전한다] 를 읽고서도 생각한 거지만, 왜 같은 영상을 보고 여성과 남성이 느끼는 게 다른걸까. 아니 그보다는, 손발을 묶고 재갈을 물리고 구타의 흔적이 보이고, 성기를 입안 가득 쑤셔넣는 영상이, 이토록 언급하기에도 괴로운 영상이, 왜 나와 다른 성별에게는 발기의 자극제가 되는걸까. 포르노에 있어서라며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 옹호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다. 캐서린 맥키넌이 그랬고 안드레아 드워킨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transient-guest 2017-06-29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향은 자기 맘이지만 분명히 사람마다 한계는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성행위‘를 넘어선 각종 행위 특히 더러운 건 싫습니다만...

다락방 2017-06-29 10:03   좋아요 0 | URL
실제로 내가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니까 이 책을 더 읽기가 힘들더라고요. ㅠㅠ

비연 2017-06-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 취향이겠지만... 좀 뜨악한 것은...;;;;

다락방 2017-06-29 11:22   좋아요 0 | URL
읽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Orz

압정 2017-06-2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지점이 바로 사랑이 과연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사랑을 격하게 현실에서 체험하게 되는 과정 아닐까요? 그렇다고 제가 오줌을 긍정한다는건 아니지만요. 저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책을 읽는 것 자체로 외롭다고 느낍니다. 전애인이 굳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으면 얘기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져요. 근데 할 사람이, 나를 드러낼 자신이 없어요.
앞구르기 뒤구르기에 빵 터져서 글 남겨봅니다

다락방 2017-06-30 07:5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압정님. 내가 이론으로 알고 있는 사랑, 관념과 개념으로 알고 있는 사랑, 그리고 그것이 진짜 현실에서 ‘내 것‘이 되었을 때의 사랑은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이란 게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를 번번이 깨닫게 되는 과정이고요. 제 경우에도 지금 오줌을 긍정하지 못하지만, 제가 앞으로 오줌을 긍정하는 사람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는거겠죠.

‘전애인‘이라고 한정되어 얘기한 건 이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인데요, 압정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대화‘ 와 ‘대화할 상대‘인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사람,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나눌 사람. 사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외로움은 한결 줄어들 것 같아요. 아마도 그래서 저는 여기에 이토록이나 오래 수다를 떨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꼬마요정 2017-06-2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줌은... 은밀한 취향은 인정하지만 제 취향은 아니네요^^;; 저도 꼼짝 안하고 다 해주면 참 좋겠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7-06-30 07:58   좋아요 1 | URL
그러나 인간은 결과적으로 혼자인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제 방 창문은 제가 닫고, 제 이불은 제가 덮고, 제 몸은 그러니까...제가 끌어안아야......하는거겠죠.


인생.. Orz

책읽는나무 2017-06-2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재미나게 리뷰를 적어 놓으니 더러운데도 책이 궁금해서 읽고 싶단 생각이 절로~~ㅋㅋ
도대체 책을 덮어버리게 만든 강도는 어느정도이길래?생각했네요.
리뷰만 읽었을땐 재미없거나,더럽단 생각보다 그런 행위도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을 것같단 생각이 절로 듭니다.^^
취향이 아니다!!란 책도 어쩜 이리 재미나게 쓰시는지??ㅋㅋ

다락방 2017-06-30 08:03   좋아요 0 | URL
어휴 책나무님, 기회 되신다면 동네 도서관에 가서 슬쩍 몇 장만 보심을 권합니다. 그 후에 더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약간은 깨끗하지 못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히히히히히.

clavis 2017-07-02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임은 사랑이다..락방님♥많은 것을 배웁니다^^!! 도 통하신 것 같아요♡늘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 글도 카타르시스 느끼며 웃음폭발했어요♡

다락방 2017-07-02 17:08   좋아요 1 | URL
늘 즐거이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제가 월요일인 내일에도 좋은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오늘 써도 되기는 하는데, 집에는 맥북이고, 맥북에서는 제가 글 쓰는 걸 어려워해서... ㅋㅋㅋㅋㅋㅋ 쓸 수가 없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뭔가 바보인증인듯 ㅋㅋㅋㅋㅋ 그래서 회사가서 쓸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 댓글이다 이건 ㅋㅋㅋㅋㅋ

clavis 2017-07-0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이상한 댓글 같은거,바보같은거 정말 좋아요 저도 살면서 ˝못하겠어요˝같은건 못해봐서요 그런거 이제는 정말 좋아요
 
눈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조르주 바타유 지음, 이재형 옮김 / 비채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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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피가 .. 내겐 힘들구나. 37쪽까지 읽다가 포기하고 덮어버렸다. 이 책을 좋아할 사람이 떠올랐지만, 아 나는 진짜 못읽겠고...
별 하나는 이 책 안읽고 준 것이다.
이 책을 호기심에 접할 사람들을 위해 언급하자면, 초반부터 오줌 얘기 엄청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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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의 감정과 또 읽고나서의 감정에 대해 적고 싶은데, 무얼 어떻게 적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책장 한 장 한 장마다 깊은 사색과 고민, 성찰이 느껴지는데, 이게 가능하다는 게 너무 놀라워서, 그 자체에 감동하게 된다. 매번 '똑똑한 여자 너무 좋아' 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 말 자체가 가볍게 느껴진다. 많이 공부하고, 알려고 노력하고, 관심있게 둘러보고,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걸 글로 풀어내는 모든게 리베카 솔닛에게 가능했다. 아, 더 어떻게 말해야하지.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면서 어머니와 자신 사이의 갈등과 어머니의 병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삶, 그것을 돌아보는 과정에 살구와, 거울, 얼음 등을 가져와 연결시킨다는 게, 내가 읽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고 이렇게 적는데도 소름이 끼친다. 뭐 이렇게 대단한 작가가 다있지? 그러니까 이 책이 얼마나 좋으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은 거다.


매 장이 다 놀라운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나는 체 게베라와 나병 환자들에 대한 부분에서 아주 많이 놀랐다. 그러니까 내가 너무나 무지했던 '나병'과 거기에 자연스레 따라오며 연결되는 '고통'이란 것에 대해서.



나를 놀라게 한 사람은 그 할머니가 아니라 당시 나의 남자친구였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가 나병 환자들의 손과 발을 상하게 하는 건 정작 병 자체가 아님을 알려주었던 것이다. 나병은 신경을 짓눌러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만들 뿐이고, 그렇게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면 환자들은 그 부위를 돌보지 않게 된다. 피부를 상하게 하는 것은 병이 아니라 환자 본인이다. 스스로가 제 손가락과 발가락, 발, 손을 베이고, 화상을 입고, 멍들게 하고, 벗겨지게 하다가, 결국 그 부위를 잃게 되는 것이다. (p.151)



고통의 역할이라고 해야할까. 우리가 무언가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 그러니까 손과 발을, 입을, 머리를 보호하려고 하는 건, 고통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이고, 바꿔 말하면 고통을 느끼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 당연한 것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살다가, 이 나병의 증상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 '고통은 뭐지?' 하는데 생각이 미친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고통은 필요한 거란 말인가, 라는 생각. 지키기 위해서 고통이 수반된다는 건가. 나병 환자들의 손과 발을 상하게 하는 게 병 자체가 아니라, 감각을 느낄 수 없어서라니,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돌보지 않게 된다니... 이 부분이 내게는 너무 충격적인 거다. 



고통, 뭐지?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돌보지 않는다.' 당시 나의 상황에 놀랄 만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말이었다. 오래된 지혜를 새롭게,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재확인한 나는 나병과 고통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p.152)



나병과 고통에 관한 글을 찾아 읽던 리베카 솔닛은 그것을 감정이입으로 연결해 글을 써낸다.



어떤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하고, 그다음에 상상해야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이의 고통을 감지하고 그것을 본인이 겪었던 고통과 비교해 해석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들과 함께 아파하는 일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당신 스스로에게 해 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고통받아 마땅하다는 이야기, 그 사람 혹은 그런 사람들은 당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이야기들 때문에, 그런 감정이입이 차단될 수도 있다. 사회 전체가 자신은 경계에 있는 소수자들과 무관하다고 여길 만큼 무감각해지도록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마치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맺은 인간적 관계를 지워 버리는 사람들이 있듯이 말이다. 

감정이입 덕분에 당신은 고문, 배고픔, 상실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다. 당사자를 당신 안으로 불러들여, 그들의 고통을 당신의 몸이나 가슴, 혹은 머리에 새기고, 그다음엔 마치 그 고통이 자신의 것인 양 바능한다. 동일시라는 말은 나를 확장해 당신과 연대한다는 의미이며, 당신이 누구와 혹은 무엇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정체성이 구축된다. 신체적 고통이 자아의 신체적 경계를 정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동일시는 애정 어린 관심과 지지를 통해 더 큰 자아라는 지도의 경계선을 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신적 자아의 한계는 더도 덜도 말고, 딱 사랑의 한계다. 그러니까 사랑은 확장된다는 이야기다. 사랑은 끊임없이 뭔가를 덧붙여 가고, 가장 궁극적인 사랑은 모든 경계를 지워 버린다. (p.157-158)





나병과, 고통과, 감정이입과, 결국은 확장된 단계인 사랑에 대한 글쓰기라니. 매 장마다 내게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나도 이런 글쓰기가 가능할까? 몇 번이나 생각해보았지만, 그때마다 내가 내게 들려줄 수 있는 대답은 '아니' 였다. 이런 글쓰기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새삼 리베카 솔닛이 있어서, 마사 누스바움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너무 멋지다 이 사람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라 해야할까, 너무 좋아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았던 부분은, 리베카 솔닛이 어머니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고 또 아픈 남자친구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다 그랑 헤어졌을 때, 그러니까 모든 상황이 본인에게 절망적이라 느껴졌을 바로 그 때, 아이슬란드로부터 걸려온 전화, 올리브 키터리지 식으로 말하자면 그 '무지개'같은 전화, 그 전화가 오는 부분이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레이캬비크에서 온 전화, 전화를 건 사람은 내게 아이슬란드를 방문해 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내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다고 하자 상대는 놀라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아이슬란드라는 그 먼 미지의 땅, 북풍 뒤에 숨은 그곳이, 내가 가야 할 바로 그곳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 전화는 마법 같은 구원처럼, 가장 힘든 순간에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p.106)




리베카 솔닛이 어쩌면 암일지도 모를 무엇에 대해 진단받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많은 친구들이 그녀를 문병오고 그녀를 도우려고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 '빚'과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대해 쓸 때도 느꼈지만, 우리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다른 어딘가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어딘가에 선의를 베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돌고 돌다가 쌓이고 쌓이다가, 내가 무너질 것 같았던 때에 기적처럼 다가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순전히 우연이기만 한걸까. 그 우연은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게 아니다. '나로부터' 비롯되었고 그렇게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마법 같은 구원의 전화가 걸려온 뒤의 글도 숨이 막힐것 처럼 좋아서, 좀 길지만 인용해 보겠다.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들은 아주 희미하고,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가까스로 탄생한다. 우리가 사랑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지지 않고, 숲에서 길을 찾는 것은 어렵고, 하루하루의 대혼란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근원으로 올라가면 두 사람이, 본인들이 바랐든 바라지 않았든 우연히 함께 있었다. 둘은 서로의 유사함에 혹은 차이에 끌린다. 각자의 두려움과 한계를 오랜 기간 극복하고, 두 세포가 하나로 합쳐지는 바로 그때 우리는 생겨난다. 수백 만 개의 정자가 하나의 난자 안에서 헤엄치고, 어찌어찌해서 여정을 완수한 단 하나의 정자가 역시 단 하나의 어머니 세포와 만나 우리를 낳는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냘픈 그 짝짓기. 다른 사람들도 모두 어머니의 몸 안에서 벌어지는 그 혼란을 겪은 후 지상에 나오게 된다. 그런 일을 겪지 않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나 연약한 유년의 몇 해 동안, 단 한순간이라도 어머니가 한눈을 팔았더라면 당신은 촛불처럼 훅 꺼져 버렸거나, 욕조에서 익사했거나, 바닥에 떨어진 단추를 삼키다 목이 막혀 죽었을 것이다. 

모두 각자의 부모님이 서로를 만날 당시의 작은 우연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할머니가 불난 집에서 탈출한 사연이나 혹은 할아버지가 폭격을 간신히 피한 이야기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어떤 선택이 있었고, 우리가 축복을 받든 저주를 받든 아니면 둘 다를 받든, 그 모든 일은 그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그 선택을 끝까지 좇다 보면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의 삶이란 매우 희귀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상한 진화의 결과 같은, 이미 멸종했어야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우연한 작용 덕분에 살아남은 한 마리 나비 같은 것. 우연이라는 단어(coincidence)는 주로 사고와 관련하여 쓰이지만, 말뜻 그대로 보자면 함께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우리 삶의 패턴은 제각기 떠돌아다니는 것들이 아니라, 잠시라도 함께 박자를 맞추어 움직이는 것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무용수들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 힘이 짝으로 만나는 순간, 생명이 만들어질 때의 온기가 있는 순간, 우리의 부모일지도 모를 알 수 없는 이들 사이에서 은밀한 연애가 이루어지는 순간. 그 순간 우리 삶의 패턴은 완성된다. (p.106-107)





이 장은 통틀어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를 생각나게 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리베카 솔닛이 하는 이 얘기를 그대로 소설로 풀어낸 게 아닐까 싶었다. 올리브 키터리지 속의 작은 기쁨과 큰 기쁨이 그리고 밀물이, 이 모든 것들로 구성되어지고 비롯된 게 아닌가. 




도움이란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가급적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살고 싶다. 여태 나의 삶은 그런 식으로 굴러왔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내가 받지 않으려고 해도 나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그래서 나는 지금의 이 모습이 될 수 있었으며 이 삶을 살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정말 강한 사람은 혼자서 다 잘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야, '정말 강한 사람은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혼자서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할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거나 견디기 보다는, 내가 이 부분을 힘들어하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자, 고 내 약점을 인정하고 손을 내밀어 보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거다.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내가 진단을 받은 증세뿐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 훨씬 더 많이 치료를 받게 될 것 같다고 적었다. 멈추지 않고 달려왔던 삶을 강제로 잠시 멈춰야 했다. 나는 도움을 요청했다. 좀처럼 해보지 않았던 일이었다. 나의 경우 과거에 유난히 도움을 주지 않던 부모가 있었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빚을 엊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며, 또한 빚은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언가 빚을 진 사람들이 그 부담감 때문에 바로 답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사람들이 꼭 주고 싶어 하는 선물들이 있고, 때론 빚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기도 한다. (p.179-180)




호의는 비상식량, 비가 올 때나 겨울, 수확이 없는 시기를 대비해 비축해 두는 식량과 비슷하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이 상상했던 것보다 많음을 발견하는 일은 뿌듯하다. 사람들은 사방에서 모여 들었고, 나는 아름답게 보살핌을 받았다. 친구 안토니아가 중간에서 병문안 오는 사람들의 일정을 조정해 주었다. 나중에 회복기가 되자 삶이 늘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사람들이 보낸 꽃다발에 묻혀 지내고, 모두 나를 도와주려 하고 걱정해 주는 삶. 하지만 그건 내가 그것들을 필요로 할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필요로 할 때마다 그것들을 얻을 수도 있다. 내가 필요로 할 때 그것들이 거기 있었음을 인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든 것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p.181-182)



의리 없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어머니를 성공적으로 맡기고 난 후에, 어쩌면 이전의 삶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병원에서의 경험은 좀 더 결정적인 단절을 의미 했다.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취소하거나 일정을 조정했다. 쓰고 있던 책의 발간을 늦췄고, 못 하겠다고, 다른 사람들은 잘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가장 잘생기고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옷으로 가리고 있던 자신들의 상처에 대해, 혹과 낭종과 흉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끄러운 질환이나 비정상적인 모습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해 주었다. (p.182)




주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나는 '못하겠다'고 말했다는 부분이 그렇게나 좋았더랬다. '못하겠다, 다른 사람들은 잘하고 있느냐' 고 묻는 부분. 내게 필요한 것도 그게 아닌가 싶었다.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나는 못하겠다는 말을 너무 못하면서 살아온 게 아닌가 싶은 거다.




이 책은 진짜 너무 좋았다.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정말 너무 좋았다.

특히 위에 인용했던 어머니와 탄생에 대한 부분은 너무 좋아서 낭독도 해보았다. 중간에 발음이 꼬였지만, 다시 하자니 너무 길어서 그대로 한 번 올려보겠다.








여러분 이 책 읽자. 정말 좋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자.


내내 아이슬란드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아이슬란드에 가보고 싶다고. 그곳의 고즈넉한 풍경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곳은 내가 기존에 했던 여행처럼 지하철을 타고 다니거나 걷기만으로 충분할 것 같지가 않은데, 그렇다면 나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떠나야 하는 게 아닐까. 게다가 기존에 했던 다른 여행들처럼 며칠만을 예정한채로 훅 갔다가 훅 오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가만, 랩 걸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빌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 만났던 곳도 아이슬란드 아니었나?
가만히 조용히, 아이슬란드에서의 며칠을 생각해본다.
함께 간 사람과 고즈넉함을 같이 바라볼 수 있다면, 같이 느낄 수 있다면 뭔가 평생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가 주는 분위기라는 게, 뉴욕이나 하노이가 주는 느낌과는 아주 다르니까.
별다른 일정 없이 머물다가, 가지고간 리베카 솔닛의 책을 읽다가, 동행에게 나직하게 읽어주기도 하면서 며칠을 지내다 오면, 그 후의 삶은 그 전의 삶과 다르지 않을까.


아, 이 책은 진짜 뭐지. 되게 복잡한 마음이다. 너무 좋고 고요하고 이상하게 흥분시키고 조금 다른 삶을 꿈꾸게 한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고 싶고, 호의를 베푸는 삶을 살고 싶고, 고통을 받는 자들과 연대하고 싶도록 만든다. 내 안에 가득한 사랑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고 싶고, 그리고 더 공부하고 싶다. 멀고도 가까운, 이 제목에서 뜻하는 바는, 책 속에서 언급되는데, 거기에 대해 인용하며 이 긴 글을 마치겠다. 

퇴근해야 되니깐. -0-



"가까이 있는 거야."라는 말을 통해 우리는 감정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뜻을 전한다. 뉴욕에서 몇 년을 지낸 후 뉴멕시코의 시골로 이사한 조지아 오키프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에 이런 인사말을 덧붙였다.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그건 물리적인 거리와 정신적인 거리를 함께 가늠하는 방법이었다. 감정은 그 자체의 거리를 가진다. 애정은 근처에 가까이 있는 것, 자아의 경계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침대 옆에 함께 누운 사람과 수천 마일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세상 반대편에 있는 낯선 이들의 삶에 깊이 마음을 둘 수도 있다.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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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6-2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성 가득 서평과 감상이라니~ 이 책을 안 읽고 배길 수가 없겠네요. 낭독도 잘 들었어요. 이렇게 목소리까지 아름다우시면 어쩌나요~전 그렇지 않아도 락방님께 반한 처지인데~~

다락방 2017-06-28 18:35   좋아요 0 | URL
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저는 낭독 목소리보다 실제 듣는 목소리가 훨씬 좋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반하셔야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좋아요!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을 거예요! >.<

다락방 2017-06-2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160 인용문 마지막 줄 오타인 것 같은데 책 있으신 분 좀 알려주세요 ㅜㅜ 제가 책을 회사에 두고 와서 어떤 단어를 잘못 쓴건지 확인이 안되네요. 아니, 저 마지막, ‘찬선‘ 이 뭐여?? ㅜㅜㅜㅜㅜ

다락방 2017-06-28 18:36   좋아요 0 | URL
앗 낯선 인가보다, 문맥상!

책읽는나무 2017-06-28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글샘님의 리뷰를 읽고 아~읽어봐야지! 그랬는데 다락방님의 리뷰까지!!^^
여기저기서 좋은 서평들이 많은 책이네요.아껴 읽고 싶은 책인가 봅니다.
저도 낭랑한 낭독 잘 듣고 갑니다.
목소리가 차분하고 편안해서 좋네요.
가을에도 또 책 읽어 주세요ㅋㅋ

다락방 2017-06-29 08:01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이 책 정말 좋습니다.
빠르게 넘어가진 않지만 천천히 읽으면서 시간을 들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에요.
저는 조만간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어려워서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있거든요.
그리고 책을 통째로 베끼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베끼는 과정에서 또 이해하게 되는 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베끼다보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말이지요.

네, 책은 또 읽어드리겠습니다! 으흐흐흐흣

비연 2017-06-2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좋았습니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었죠..
.. 그나저나 ‘책읽어주는 락방님‘, 너무 좋습니다!

다락방 2017-06-30 12:48   좋아요 1 | URL
으흐흐흐 책읽어주는 게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비연님.
이 책 정말 좋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깊은 고민과 생각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어요. 리베카 솔닛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여러차례 들었어요.

단발머리 2017-06-3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좋았어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또... 원서를 사서는 (이건 또 무슨... 버릇 ㅠㅠ)
아무튼 줄을 그어가며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 역시 두 번째 읽을 때는 천천히 읽었어요.

저는 다락방님의 진짜 음성을 직접 들어본 사람으로서... 흠흠 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의 목소리는 정말 너무 좋아요. 실제로 들었을 때 진짜 좋아요. 완전 귀호강~~~
근데 이런 녹음 목소리는 다른 사람 것인마냥 또 좋네요.
저 같은 경우 가끔 노래하는 걸 녹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재생시 온 가족이 대피합니다.
실제로 좋게 들려도 녹음하면 완전 다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님은 책 읽어주기 코너를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꼭이요^^

다락방 2017-06-30 12:49   좋아요 1 | URL
크- 원서라뇨! 저는 생각도 못했는데, 원서라니! 그러고보니 제가 [일곱번째 파도] 원서를 주문한 일이 떠오르네요. 지금 제게로 오고 있습니다. 아마 일주일정도 후엔 받아볼 수 있을거예요. 아니, 대체, 왜...

리베카 솔닛의 이 책을 저도 원서로 사야겠어요. 이왕 필사할거라면 원서로 해도 좋을것 같아요!
그렇지만..그렇게 사둔 원서가 많고 ㅠㅠ 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ㅠㅠ 봐봤자 읽을 수도 없고 ㅠㅠㅠ
저도 이에 구몬영어를 좀 해볼까 싶어 어제 레벨테스트지 받아 풀었답니다. 결과를 기다려봐야 해요. 흙흙


제 목소리를 좋다고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은 진짜 제가 엄청 사랑하고 있다는 거 아셔야 해요, 진짜로요, 진짜로.

clavis 2017-07-02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하면 저 진짜 스토커 되는거죠?? ㅎㅎ제가 이 시각까지 못 잔 이유가 있었어요!바로 이 글을 읽기 위해서♡♡

가을에 책 또 읽어주세요2
글구 락방님 따라서 저도 어떤 기회에 동화책 읽어드리고 다녔는데 넘나 반응좋아서 낭독영업 왕왕 뛰어보려합니다..

먹임이 사랑임을 아시는 락방님은 제가 실제로 아는 여인 중에 가장 똑똑한 여자 중 한 분이시지요♡아아 나는 락방님을 맹신합니다ㅋ락방님 좋아요♥감성과 지혜를 겸비하신 락방님 좋은 글 계속 많이 써 주시고 가을아 빨리 와라,와서 락방님 우리게 글 또 읽어주시게♥♥★

다락방 2017-07-02 17:11   좋아요 0 | URL
우와- 책 읽어주시고 좋은 반응을 얻으셨다니, 정말 좋으네요 클래비스님! 앞으로도 늘 좋은 일 하시고 좋은 반응도 잔뜩 받아들여서 에너지 푱푱 샘솟는 클래비스님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주 그냥 저에 대한 칭찬이 폭발하는 댓글이라서 제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댓글이네요. 똑똑하다, 감성과 지혜를 겸비했다, 하시니 ㅠㅠㅠㅠㅠㅠㅠㅠ 감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제가 진짜 넘나 감사드리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클래비스님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빠른 시일 내에, 또!! 책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저 오늘부터 [헬페미니스트 선언] 읽기 시작했는데, 여기에서 발췌해서 읽어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지옥의 페미니스트 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얏호~~~

clavis 2017-07-0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빠른시일내에 읽어서 지옥은..초큼 그렇고..그렇지만 천국의 페미니스트란 어쩐지 강렬함이 사라지니 지옥의 페미니스트 저도 할랍니다!!

다락방 2017-07-02 17:15   좋아요 1 | URL
네, 천국의 페미니스트란...어쩐지 존재할 수 없는 단어의 조합같지 않습니까? ㅋㅋㅋㅋ 지옥의 페미니스트들이 세상을 다 뒤집어놓으면, 그때는 천국이 되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우리, 그 길을 함께 걸읍시다!!

clavis 2017-07-0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ㅠ서로의 손 맞잡고ㅠ락방님이 있어서 쒼나쒼나요♡♡
 
I‘ll be there for you.



















남자랑 여자가 알고 지낸지도 6년쯤 되었다. 6년간 매일 만난 것도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처음 만난 후에는 3년후에 만나고, 그리고 나서는 2년 후에, 그리고 나서는 1년 후에... 식으로 몇차례 만나지 않았는데, 참 이상하게 그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웃게 하고 서로의 우울함을 달래준다. 어쩌면 그래서였을까. 남자는 뉴욕의 공항에서 갈등한다. 엘에이에 사는 여자에게 가고 싶은 마음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신의 회사로 가야할 것 같은 마음 사이에서. 이 여자한테 가고 싶은데 다른 쪽에 내 일이 있다... 그리고 남자는 벤처자금을 신청해둔 상태였다. 



얼마전 읽은 《마티네의 끝에서》는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방해를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방해물이 되는건 여러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에서처럼 다른 사람이기도 하고, 이 영화에서처럼 '내 욕심' 이기도 하다. 자기가 정해놓은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은 벤처자금을 받고 자신의 사업을 일으켜야 했다. 그게 그 순간 그에게 당면한 과제였고, 그래서 그는 여자가 있는 엘에이를 포기하고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벤처자금을 받는데 성공한 그는 환호성을 지르지만,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아 그는 결국 망한다. 시작했던 사업을 접고 부모님이 계신 집에 돌아가야 하는 거다. 분명 5-6년 후면 사업도 성공하고 아내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업도 실패하고 부모님 집에 얹혀살게 된 것. 



여자는 소소하게나마 사진 찍어 주는 일을 한다. 예식장이나 생일파티에서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고 있으며, 작게나마 전시회도 연다. 그런 여자앞에 오랜만에 다시, 남자가 등장한다. 반갑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부터 남자는 그녀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가 본 조비의 <I'll be there for you> 인데, 그 노래로 남자는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거다.






아주 오래 걸렸지만, 남자는 자신이 과거에 장담했던 그 모습이 아니지만, 일년전에는 여자와 사업을 두고 갈등하다 사업을 선택했지만, 어쨌든 그는 지금 그녀에게로 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기타도 잘 못치고 노래도 잘 못부르면서. 

이렇게 어렵게 결심하고 용기를 내어 노래했으니 여자가 그 마음을 받아준다면 아름다운 로맨스가 되었겠지만 후훗. 세상은 그렇게 내 맘대로 굴러가는게 아니다. 여자는 약혼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남자는 뒤돌아 가야한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이 이렇게 고백했음에 대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남자가 사업과 여자를 두고 고민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만약 그 때, 여기로 갈까 저기로 갈까 고민하는 대신, 여자에게 기다려달라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있잖아, 내가 안정된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런데 너를 사랑해, 이런 나를 조금 기다려줄 수 있겠니? 라고 말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가끔 우리는 상대와 의논하면 더 나은 문제에 대해서 혼자만 고민하고 제대로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마티네의 끝에서》에서도 그랬다. 남자는 자신의 음악생활에 슬럼프를 겪게 되고 이걸 어쩌나 싶어 우울해하지만, 그걸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티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 역시 자신의 앞에서 테러를 당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는 결코 남자에게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들이 그런 상태, 자신의 어려움과 힘든 점을 서로에게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누군가가 끼어드는 그 방해에 속절없이 끌려가버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좀 더 굳건한 관계였다면,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데만 그치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잘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나 요즘 기타가 잘 쳐지지 않아서 마음이 좀 안좋네, 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나 그 날 이후의 트라우마로 상담을 받고 있어, 라고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그들은 그걸 계기로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서로를 '잃는' 대신 서로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보다 더 강한 결속력으로 맺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마키노는 예전에는 당연한 듯 가득 채워졌던 창조적인 삶의 충실이 하필 지금 이런 때에 자신에게서 완전히 빠져나간 불우함을 저주했다. 만일 음악가로서의 행복과 요코의 존재가 가져다준 행복이 일치했다면 오늘 이 시간을 얼마나 환한 환희와 함게 보냈을 것인가.
그는 자신이 결코 후자에 의해서만 살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음악은 그의 삶의 근거이고 그가 자신에게서 찾아잴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것은 다른 무언가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고 보충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연주가로서 패기를 잃은 것이 너무도 창피스러운 요즘 같은 상태로는 언젠가 요코와의 사랑조차 결코 마음껏 누릴 수 없으리라는 게 눈에 뻔히 보였다. (p.206-207)

 

자릴라는 왜 마키노에게 PTSD 에 관해 털어놓지 않느냐, 분명 기댈 곳이 되어줄 게 틀림없다고 몇 번이나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요코는 그것을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전에 없이 단호한 표정으로 그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아달라, 혹시라도 마음대로 마키노에게 그런 얘기를 전하기라도 한다면 너와의 신뢰 관계는 끝나버린다고 선언했다. (p.234-235)




나 역시 내가 완전한 모습으로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원한다. 내가 좀 더 완성된 인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멋있고 더 똑똑하고 더 근사한 사람인채로 그에게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는 자신이 부족하다 여길 것이고, 그러니 좀 더 나은 모습인 채로 상대에게 갈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리가 잡힌 후에, 좀 더 완성된 인간이 된 후에, 우울함은 좀 털어낸 후에, 그 후에 상대에게 가야지, 라고 생각하면, 상대는 물론이고 시간과 상황이란 것이 내 뜻대로 기다려주질 않는다. 상대에게는 그동안 상대의 사정이 생길 것이고, 그리고 나와 상대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아주 작은 변화들로 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모든 것들을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세상의 아주 작은 것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그 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진정 강한 사람은, 나의 약한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거기에 대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나와 당신 사이에 사랑이 있다면, 우리는 그걸 함께 얘기하며 극복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봐봐, 그러니까 추운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아 춥네, 한마디면, 함께 자고 있다가 안아주게 되잖아, 약한 모습과 우울한 모습 아직 채워지지 않은 모습도 그럴 수 있는 거잖아? 




영화 속에서 남자가 자신이 가고 싶은 곳과 가야하는 곳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그 때 여자에게 '너에게 가고 싶은데 나는 지금 당장은 여기에 가서 이걸 해야해, 이런 나 어때? 기다려줄 수 있겠어?' 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혼자 공항에 앉아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봤자 나오는 답은 뻔하니까, 상대에게 물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안정적인 모습이 된 뒤에 상대에게 당당하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안정적이 된 후에 상대가 기다려주리란 보장은 어디있지? 또 시간이 흐른다고 자기가 안정적이 되란 법도 없잖아? 영화속에서 남자도 망해버렸는걸? 그러니 안정적 모습이 되기까지 함께 있게된다면, 그들 사이엔 더 많은 이야기가 쌓이게 되지 않을까? 혼자 가기에 힘든 길을 같이 가서 좀 덜 힘들게 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책 속에서 여자가 트라우마를 혼자 앓고 있었던 것도, 영화 속에서 남자가 혼자 고민하고 있었던 것도, 다 내모습인 것 같다. 혼자 고민하는 모습이. 혼자 고민 백날해봤자 쥐뿔 아무 답도 안나와.... 진정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나의 약함을 상대에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해. 





다다다닥 글을 쓰고 있는데 코에서 뭔가 후루룩 나오는 것 같아, 어어, 코피인가, 하고 얼른 휴지를 가져다댔는데, 오오, 콧물이었다. 이 더위에 왜 콧물이 후루룩 나와버리지. 왜 줄줄 콧물이 나오지?


어제 술을 많이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서 내가 지금 상태가 메롱이고, 얼른 집에 가고 싶고, 그래서 앞으로는 술을 끊어야겠다!! 술을 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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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7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7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7-06-2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피 아닌 콧물인거 다행이죠? ㅎㅎ
에이. 다락방님이 술을 끊는다구욧? 거짓부렁~~~~

다락방 2017-06-27 13:59   좋아요 1 | URL
헤헤헤헤 콧물도 이제 안나요. 아침에만 잠깐 났어요.

술 끊을거예욧! 다시 마시기 전까지만요...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7-06-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끊지 마세요..
그러다 이렇게 당차고 야무지고 야물딱진 리뷰를 못쓰게 되면 우리들은 어쩌나요???정말 어쩌면 좋지요???

다락방 2017-06-27 14:32   좋아요 2 | URL
아니 클래비스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클래비스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진짜 어쩔 수 없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술을 마시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진짜 클래비스님 때문에 술 마시는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7-06-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ㅑ ㅎ ㅑ ㅎ ㅑ ㅎ ㅑ
원래 예술의 세계란 이렇듯 비정한 법..글때매 술 몬 끊으시는걸로ㅋ

다락방 2017-06-27 14:50   좋아요 2 | URL
그쵸 예술과 술은 뗄레야 뗄 수가 없는것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7-06-2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는 참 어려운거 같아요ㅠㅋ 이 글을 읽고 좀 더 용기를 내보겠습니다ㅎ

다락방 2017-06-27 17:43   좋아요 0 | URL
오, 좋은 댓글이네요, 고양이라디오님.
고양이라디오님께 용기를 내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글이라면, 저 스스로에게도 참 만족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 용기를 내요!

보슬비 2017-06-27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주말고 절주해요~ 우리~~~~ ㅋㅋㅋㅋ 요즘 제가 그래요.
술 때문에 나이 듦을 느껴요. -.-;;

다락방 2017-06-28 08:24   좋아요 0 | URL
아휴 술 많이 마셨더니 다음날 너무 피곤하고요 ㅋㅋㅋㅋㅋ 절주...해야겠군요. ㅋ
조금씩만 마셔야 되는데 월요일에 저도 모르게 그만 들이부었네요. ㅎㅎㅎㅎ

비연 2017-06-28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끊겠어! 앞에 오늘까지만.. 이라든가 이번주까지만.. 이라든가 이런 말들이 숨겨진 거죠?ㅎㅎ
저랑 한번 와인 마셔야죠, 락방님!

다락방 2017-06-28 08:2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다음번 술 마실 때까지만? ㅋㅋ
비연님, 그러게요. 우리 와인 한 번 마셔야죠!
우리가 알라딘 내에서 알고 지낸게 대체 얼마입니까!!
 


















오늘 출근길에는, 개봉할 당시에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 《우리, 사랑일까요?》를 다시 보았다. 물론 아직 40분 정도밖에 보지 못했지만, 12년만에 다시 보는 영화는 처음부터 새로웠다. 첫 장면은 그들이 만나기 7년전으로 시작하는데, 그러니까 2005년에 개봉한 영화이니 대략 1998년을 보여주는 것일테다. 그때 애쉬톤 커쳐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영화 시작하자마자 계속 웃었다. 스타일이 아주 구린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쉬톤 커쳐는 저 긴 머리를 자꾸 손으로 귀 뒤로 넘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머리 잘라주고 싶어서 돌아버리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머리 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그렇지만 남의 외모에 뭐라고 하면 안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머리 보는데, 아아, 역시 헤어스타일 중요하구나 싶었다. 애쉬톤 커쳐가 하나도 안멋있어 보이고 찌질해 보이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어스타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속에서 아만다 피트와 애쉬톤 커쳐는 뉴욕으로 가기 위한 공항에서 처음 눈이 마주치고, 비행기 안에서 어, 특별(?)해진다. 그렇다해도 아만다 피트는 애쉬톤 커쳐와 그저 스쳐지나가려 할 뿐, 깊은 관계 혹은 아는 사이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애쉬톤 커쳐는 자꾸 아만다 피트에게 말을 걸고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지하철 안에 나란히 앉아 애쉬톤 커쳐가 자신에 대해 블라블라 하면서 자신이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되었다'고 말한다. 



- 졸업은 6월에 하잖아?

- 그렇지.

- 그럼 1년 가까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 둘은 술을 마시러 가는데, 거기에서 애쉬톤 커쳐는 자신이 지금은 백수지만 앞으로 5년 길어도 6년 뒤에는 사업을 하고 있을 거고, 집도 있을 거고, 아내도 있을거다, 라고 장담을 한다. 6년후에 울부모님께 전화해서 나 찾아라, 내가 어떤지 봐라, 하고는 자기 부모님 연락처를 아만다 피트에게 건네는데, 그 뒤로 그들은 헤어지고 3년후에 아만다 피트는 수첩에서 그의 부모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보게 된다. 애인하고 헤어지고 얼마 안 돼 너무 외로웠고, 그래서 아는 남자들한테 다 연락해봤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는데, 아아, 이 놈은 당장 만나겠다고 한다. 3년 만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둘이 만나서 밥을 먹으러 가는데, 식당에서 이들은 장난을 친다. 서로 물을 내뿜고 식탁 밑으로 들어가고 그런 장난을 치는데, 그거 보면서 새삼, '잘 맞는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 저것도 둘이 맞으니까 장난치는거지, 아니, 식당에서 입에 있던 물을 나한테 '장난으로' 뿜는데, 거기다 대고 어떻게 웃으면서 나도 뿜을 수가 있담? 자기들은 낄낄대며 좋아하는데, 이런거, 장난이나 농담은 서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게 아닌가 말이다. 영화속의 아만다 피트니까, 애쉬톤 커쳐니까 저게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쩌면, 저 장난에 대해 누가 '듣는 것'만으로는 판단하기 애매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만약 둘 중에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장난을 쳤어' 라고 했을 때, 듣는 사람이라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식당에서 그래?' 라고 말할 확률이 더 높지 않은가 싶은 거다. 그리고 실제로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헐, 이게 뭐지' 하고 얼굴을 붉힐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그러나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 내 리액션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장난은, 내 경우에, 상대가 누구라도 싫을 것 같긴 하지만, 우리는 대체적으로 우리가 애정을 가진 상대에게 허용 범위를 더 넓히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래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실제로 해보고 또 들어보지 않나.



"나 원래 그런거 싫어하는데, 니가 하니까 괜찮네?'



하는 거 말이다. 애정을 가진 상대에 대해서라면 내가 '안된다'라고 선을 그었던, 나름대로의 룰을 정했던 것들이 많이 지워진다. 응, 너니까 이거 괜찮아, 응, 당신이니까 괜찮아, 하면서. 



그러나 영화속에서 애쉬톤 커쳐와 아만다 피트는 사실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애정을 고백한 것도 아니다. 그저 만났고 장난을 쳤을 뿐이었다. 아직 40분 밖에 못봤고, 물론 나야 결론을 알지만, 그래도 그 뒷부분을 봐야 알겠지만, 만약 '이정도가 내게 아무렇지도 않다' 혹은 '이정도도 즐겁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어? 왜지?' 하고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어쩌면 나는 그 상대를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빨리 뒷부분 보고 싶은데 내가 회사라서 너무 짜증난다.

이놈의 회사는 언제나, 뭘 해도 걸리적거려. -_-

책도 읽을 수가 없고 영화도 볼 수가 없고.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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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술을 끊겠다!
    from 마지막 키스 2017-06-27 08:37 
    남자랑 여자가 알고 지낸지도 6년쯤 되었다. 6년간 매일 만난 것도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처음 만난 후에는 3년후에 만나고, 그리고 나서는 2년 후에, 그리고 나서는 1년 후에... 식으로 몇차례 만나지 않았는데, 참 이상하게 그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웃게 하고 서로의 우울함을 달래준다. 어쩌면 그래서였을까. 남자는 뉴욕의 공항에서 갈등한다. 엘에이에 사는 여자에게 가고 싶은 마음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신의 회사로 가야할 것 같은 마음 사이에서. 이
 
 
비연 2017-06-26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놈의 회사는 언제나, 뭘 해도 걸리적거려. -_- ...

이 부분에서 깊은 공감을 담아 커피를 뿜....ㅎㅎㅎ;;;;

다락방 2017-06-26 10:01   좋아요 1 | URL
하고 싶은 걸 다 못하게 해요, 회사가. 에잇.
집에 가고 싶어요 비연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그랬듯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lavis 2017-06-2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저도 요즘 딥 빠져든 홍차의 세계에 일상이 거치적거리네요

ㅋ언제나처럼 넘 사랑스러븐 우리 락방님!!!
만쉐입니다♡

명문가..나를 돌아볼일이다ㅠ머를 드시고 늘 그렇게 똑똑하신거에요?

(저는 매니아..스톡허 아님ㅋ)

다락방 2017-06-27 15:06   좋아요 1 | URL
아이참 클래비스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뭐가 똑똑하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껏 좋아하며 춤을 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