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내 현실로 만들겠어.

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아니 이런 말은 너무 거창한가... 기억이란 뜬금없고 연상이란 것도 역시 뜬금없는 것. 나는 위에 먼댓글로 연결한 단발머리님의 리뷰를 오늘 아침에 읽었다.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 관한 리뷰였고, 나 역시 그 책을 읽었으며 일전에 단발머리님의 글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부터 내가 생각한 것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단발머리님의 리뷰 중에 잠깐 '열쇠'란 단어가 ... 그 단어가 갑자기 파바박- 하고는, 쉼보르스카의 시를 불러낸 거다. 어? 열쇠? 쉼보르스카? 내가 쉼보르스카의 시집에서 열쇠가 등장하는 시를 읽은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내 서재로 돌아와 쉼보르스카를 넣고 검색한다. 크- 역시 나의 이 비상한 기억력.... 시는 금세 나온다.



열쇠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찾은 김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니, 아아, 시가 좋다!! 그치, 내가 이걸 괜히 기억할 리가 없어. 나는 이 시를 전혀 외우지 못하지만(외우는 시가 없고, 시를 잘 외우지 못한다), 열쇠 라는 단어를 대면 이런 시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대단하다..멋져! 아아, 나의 망고남이 이 일을 오늘 아침 나로부터 들었다면 나에게 '칭찬해, 아주 칭찬해' 해줬을텐데... 그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응?)



어쨌든 저렇게 뭔가 애틋애틋한 마음으로 끝나버린 사랑을, 나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도 없을 그 끝나버린 사랑을 생각하다가, 어어, 열쇠? 키? key? 하고는 또 금세 캐서린 맥피의 노래, <brand new key>를 떠올리고야 만것이다! 나 천재?






시디로 들으면 이 노래가 참 맛깔난데, 라이브로는 딱히 그렇게 느껴지질 않는구먼... 어쨌든 이 노래도 참 ... 애틋애틋한데, 자, 가사를 다같이 함께 볼까?


I rode my bicycle past your window last night
I roller skated to your door at daylight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I've been lookin' around awhile
You've got something for me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ride my bike, I roller skate, don't drive no car
Don't go so fast but I go pretty far
For somebody who don't drive
I've been all around the world
Some people say I've done alright for a girl

I asked your mother if you were at home
She said yes but that you weren't alone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Wel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ve got a brand new key



자, 해석 안되는 부분은 패쓰하고 해석 되는 부분들로 내용을 대충 짐작해보자. 그러니까,



내가 어젯밤에 자전거를 타고 니네 집을 지나치면서 봤는데, 너 나를 피하는 것 같아?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니가 내가 필요로 하는 걸 갖고 있어. 우리가 새로 산 롤러스케이트의 키 말이야... 그거 니가 갖고 있잖아. (그런데 롤러 스케이트가 키가 필요합니까??? 해석이 뭔가 잘못된건가??)



내가 니네 엄마한테 물어봤어 너 집에 있냐고. 니네 엄마는 그렇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너가 혼자가 아니래.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키 내놔........



근데...너는 나랑 사귀는데 왜 나를 피해? 내 롤러 스케이트 키 먹은거야? 먹튀? 그리고 너 나랑 사귀는데 왜 니 방에 너 혼자 있는 게 아닌거야? 왜 구질구질하게 피하기만 해?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지자고 말해, 나는 너랑 헤어지는 건 진짜 괜찮아. 그런데 키는 내놔..나 새 롤러 스케이트 타야 되니까. 너랑 헤어지는 건 상관없는데 롤러 스케이트는 타야 되잖아... 키 내놔... 못난 놈...왜 키를 먹어...... 그냥 잠깐 만나서 키만 줘... 그러면 내가 세이 굿바이 해줄게.



어어, 이렇게 각본 쓰다 보니 세이 굿바이??????????????????????









Katharine McPhee - Say Goodbye

 

If I seem distant, baby I am
Words are like scissors, in your hands
And there's no script to follow, so I just close my eyes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I feel just like an actress, up on the stage
I can't believe, what I'm hearing myself say
And a porch light is my spotlight, so I play along with this li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Did you ever love me? Does it even matter?
Did you even notice, the whole word shatter?
I just want to hold you, and tell you that I'm sorry
But I just keep it all insid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My heart feels like a circus
It's too much to take in
http://www.elyricsworld.com/say_goodbye_lyrics_katharine_mcphee.html
It's hard to lose a love
But you were my best friend

So walk this high wire, alone tonight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좋은 아침이구나. 훗. 오늘의 키워드는 열쇠 되시겠다. 훗.


그런데 say goodbye 뮤비에서 캐서린 맥피 헤어스타일이 너무 예쁘다...흐음..... 흐음........머리 자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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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열쇠
    from 마지막 키스 2018-10-28 11:52 
    분명 이 시집을 사서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책장에는 없다. 어디로 어떻게 보낸건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원더북 님이 올려주신 쉼보르스카 시를 읽고 나니 나 역시 생각나는 시가 있어 올려둔다. 그 시를 왜 좋아했더라, 하고 다시 읽어봤는데, 내가 다시 읽어보기 전까지 기억나는 거라곤, '열쇠' 였다. 열쇠가 나오는 시다, 그 시를 나는 좋아했다, 하는 것.오늘 이 시를 다시 읽고 올려두면서, 시집이야말로 두고두고 오래오래 보야아 하는 책이 아닌가
 
 
책읽는나무 2017-02-22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쇠‘라는 제목의 글을 읽고,
저도 엉뚱하게 뮤비 여가수 헤어 스타일을 한참 바라보고 예쁘다!!쭝얼쭝얼~~도깨비에 김고은이 성인이 되었을적에 확 자르고 나온 단발머리가 좀 길었다면 저머리가 아닐까?생각했네요ㅋㅋ
김고은 단발머리도 예뻐 하고 싶었는데 뮤비속 주인공 머리도 이쁘군요!!!
충동이 펌프질을 하네요ㅋㅋ

다락방 2017-02-23 09:59   좋아요 1 | URL
저도 자꾸 충동이... 두번째 뮤비처럼 머리 하고 싶은데..저한테 어울릴지 고민하고 있어요. ㅋㅋㅋ 저 사람은 저 사람이고 저는 저인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런데 보면 볼수록 하고 싶네요. 어쩌지요? 저거 한 번 하고나면 머리 길리는 데 엄청 시간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흐음.

단발머리 2017-02-22 1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쇠라... 연상은 참 신기하네요. 필립 로스에서 시작해서 쉼보르스카를 지나 캐서린에게까지 가닿는군요. ^^

내가 잃어버린 열쇠, 소중한 열쇠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끝나 버린 사랑, 이제는 끝나버린 나와 너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쓸모없다는 생각들이.... 참 애틋하네요.

비도 오고, 다락방님 선곡도 좋고, 기분 좋아지려다가...
김고은 단발머리도 예쁘고 캐서린 단발머리도 예쁜데... 나도 명색이 닉네임이 단발머리인데 내 곱슬기는 어쩔건가..
담주에 미용실 가야겠나...
그래서 오늘의 생각은 필립 로스-열쇠-캐서린-단발머리 그리고 미용실^^

다락방 2017-02-23 10:17   좋아요 1 | URL
우리는 그러니까 조만간..미용실에 가는 겁니까? ㅎㅎㅎㅎㅎ
두번째 뮤비 보면서 정말 머리 저렇게 하고 싶다 너무 생각하는데, 얼굴이나 두상이 다르니까..어... 제가 하면 확 망쳐버릴지도 모르는데...그래도 어... 하고싶네요? 그렇지만 방금 ‘캔디스 스와네포엘‘ 사진을 봤더니 긴 머리를 갖고 싶어져요. 아아, 나는 캔디스가 아닌데... 매일매일 여러가지 갈등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네요.

단발머리님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또 글을 써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이에요. 우리 계속 이렇게 천년 만년 지내요! 후훗 :)
 
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데이브의 일화는 그와 그의 친구 다섯 명이 길거리에 서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매력적인 여성이 그들 앞을 지나가고 그들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중 한 명(편의상 '밉상'이라고 부르자.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나불거리는 그런 타입 있지 않은가)이 그녀를 향해 외친다. "거기 언니, 완전 섹시한데! 내가 죽여줄까?" 이런 경우 대부분 여성들은 밉상의 부적절한 발언을 익숙한 듯 무시하고 지나가곤 했는데 그날만은 달랐다. 그 여성이 뒤돌아보더니 제대로 쏘아붙인 것이다. 

그녀는 욕을 섞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로 밉상을 따끔하게 혼내주었다. 그녀의 말발 센 공격을 받고 나자 데이브와 친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우우우" 하고 외쳤다. 나는 데이브에게 이런 반응이 무엇을 뜻하는지 물었다. 데이브는 친구들이 여자에게 굴욕당한 밉상을 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씨름에서 여자에게 지는 것은 남자에게 지는 것보다 더욱 치욕스러운 일이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 쪽팔리게 여자에게 당한 것이었고 맨박스에 따르면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중략)

.

이 여성은 밉상의 남자다움을 위협하며 그를 맨박스 밖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절망적이 되어 화가 치민 그는 이윽고 욕을 하며 여성을 때릴 듯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뛰쫓아 가려고 시도하기까지 했다. 데이브 말로는 결국 자신과 나머지 친구들이 밉상을 붙잡아서 제지해야 했다고 한다. 그가 계속해서 여성을 위협하고 비인간적인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이내 여성이 물러서자 밉상은 그제서야 남자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p.120-121)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고등학교 1학년인 동생과 함께 집근처의 독서실에 다녔었다. 밤늦게까지 독서실에 있다가 나오면 독서실 문 앞에서 아빠가 우리를 집에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밤늦게 독서실에서 나왔는데 우리가 전보다 약간 빨리 나왔던건지, 아빠는 채 독서실 문앞까지 오시지 못한 채, 저기 저 횡단보도 앞으로 다가서고 계셨다. 우린 아빠를 발견했고 아빠도 우리를 보셨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해 신호가 바뀌면 아빠가 우리 쪽으로 오거나 혹은 우리가 아빠 쪽으로 가면 되는 거였다. 우리도 그렇게 횡단보도 앞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 맞은편에서 남자 아이들 무리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도 아마 늦은 시간까지 독서실을 갔다 왔는가보다. 그들은 네명 혹은 다섯명이었는데, 그들 중에 한 명이 나와 내 여동생 옆을 지나면서 우리에게 뭐라고 했다. 그것이 나 혹은 여동생 혹은 둘다의 외모 비하였는지 성적 대상화에 관련된 말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완전 화가 나서 그 놈한테 욕을 했다. 개새끼야 닥치라고 했던가, 뭐 그런 식으로 소리치며 욕을 했던 거다. 



그 무리는 우리를 지나쳐가고 있었고, 그 학생이 우리에게 비하 발언을 하고 내가 욕을 하면서 동시에 우리 사이는 한걸음 두 걸음 멀어지고 있었는데, 그 무리 아이들이 우리를 욕한 그 학생에게 낄낄대며 놀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낄낄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화가 난채로 걸었고 그렇게 점점 그들과 멀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곧이어 다다다닥- 하고 뛰면서 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나한테 욕을 먹었던 놈이 우리를 향해 주먹진 손을 위로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아아, 이러다 얻어 터지겠구나, 생각하고 겁먹은 나는, 금세 저 횡단보도 앞에 우리 아빠가 있다는 걸 떠올리고는 크게 "아빠!" 하고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우리 아빠를 가리켰다. 당연히 뛰어오던 놈은 내 손가락이 가리키던 방향을 보았고, 거기엔 우리 아빠가 이 새끼야 죽고싶냐며 돌을 들고 서 계셨다. 그러나 신호가 아직 초록색으로 바뀌지 않아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건지, 이 놈은 멈추지 않고 우리 앞까지 뛰어왔고, 마침 독서실 옆 순댓국집 사장님이 밖에 나와 식칼을 갈고 계시다가 그 칼을 들고는 우리쪽을 향해 뛰셨다.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하고. 이 사장님을 본 녀석은 잽싸게 뒤를 돌아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는 다행히(?!) 그 놈에게 맞지 않은 채로 무사히 아빠를 만났고, 아빠는 뛰어와서 순댓국 사장님과 잠깐 이야길 나누셨다. 집에 돌아가는 내내, 그리고 집에 돌아가고 나서도, 나는 이 일로 아빠 엄마에게 엄청 혼나야 했다. 미쳤냐고, 왜 거기서 남자애들한테 욕을 하냐고, 겁도 없이 왜그러느냐고, 너 그 때 아빠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그 아저씨 아니었으면 어쩔뻔했냐, 너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러면 안된다 등등...아 진짜 많이 혼났다......



중학교 때도 그랬어 ㅠㅠ 나를 포함한 여자애들 세 명이 하교중이었는데, 저 쪽에서 걸어오던 우리 또래의 남학생 세 명중 한 명이 우리에게 '기집애야 조용히들 걸어!' 라고 했던가, 뭐 그런 뉘앙스로 말을 해서 내가 또 나도 모르게 '너나 조용히해 이새끼야' 이래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해놓고 나서 맞을까봐 졸 무서워했더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나여.. 맞을까봐 무서워하면서 왜 버럭버럭 맞서는가... Orz




고등학교 시절 밤길에 마주친 그 남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쪽팔림을 느꼈을 것이다. 여자애가 자기에게 욕을 했고, 친구들 앞에서 그 욕을 먹어버렸으니.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친구들 앞에서 쪽팔림이 먼저였겠지. 그 쪽팔림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신에 세다는 걸 다시 보여줘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나를 때리는 걸 선택했을 것이다. 나를 죽도록 팼을지, 한 대 때리고 도망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친구들 앞에서 나를 때려야만 자신의 기가 다시 산다고 느꼈을 것이다. 애초에 놀리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데 말이다. 아아, 오만년만에 내 고딩시절 생각났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있는듯 없는듯한 아이였는데,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도 아닌, 그냥 구석에 쭈그러진 여고생1 이런 거였는데, 그런 아이가 저런 상황에서는 개새끼, 이새끼 이러면서 욕을 했어..... 난...뭐냐? 


나는 내가 평화를 사랑하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묻힌 과거를 다시 꺼내어 들여다보니 '싸우자!' 하는 그런 사람이었는가보다. 나는 나를 잘 몰랐던건가...




이 책의 저자 '토니 포터'는 남자들이 여자에게 가하는 폭력(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등등)이 남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남성이라고 말한다. 선한 남성들이 거기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이 폭력을 가하는 남성의 소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남자가 남자에게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바뀌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설득력을 갖는다. 일단 남자들이 여자들 말은 무시하면서 남자들의 말엔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래서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갖는다. 이 당연한 일을 생각하고 행하는 것에 대해서 어마어마하게 감사한 마음도 든다. 이런 식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남자가 적은데 토니 포터는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이런 남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여기엔 한계가 있구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대상화 할 때, 그걸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는 이유가 '네 딸이 다른 남자들로부터 그런 대상이 되어 그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것 같냐?' 이니까. 나는 여기서 한계를 느끼고 씁쓸해지는데, 남성이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면 안되는 이유에 '네 딸이, 네 여동생이, 네 누나가, 네 어머니가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를 전제해야 하는걸까. 그걸 인간이 인간에게 그러면 안되는 일로는 이해하기 힘든걸까. 실제로 이렇게 물었을 때 많은 남성들이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깨닫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 전제는(우리가 성적대상화 하는 대상이 우리의 딸, 애인일 수도 있다) 습관처럼 누군가를 성적대상화 할 때 번번이 떠오를까? 이건 얼마나 유효할까. 게다가 '나는 딸 안낳을건데?' 라는 식으로 자기가 대상화 하는 대상과 분리시켜 버리면?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것 같은 거다.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될 짓, 지켜야 할 기본 선, 이런 걸로 이해하라고 하면 내가 너무 이상적인걸까?




수천 명의 남성들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성공한 적도 실패한 적도 있었다. 만약 남성들 중 하나가 내가 보는 앞에서 여성을 "XX년"으로 지칭하면 나는 대개 이런 식으로 대응하곤 한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 알겠스니다만 제가 한 가지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우선 선생님께서 사용하신 단어를 잠시 생각해볼까요? 만약 선생님께서 아는 다른 여성분들이 그 단어를 듣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만약 따님이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그 단어를 들었다면 어떨까요? 어떤 생각이 드는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p.152-153)



게다가 이 일을 '나의 딸이나 애인이 당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라고 하면 우선적으로는 '나와 관계된 사람에게 일어나면 기분 나쁘다'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결국은 '그런 소리 안듣게 잘 하고 다녀' 라고 여성들에게 또 책임을 미루지 않을까? 나는 아무리 생가해도 그럴 것 같은데? 야, 나는 니가 그런 말 듣는 거 싫어, 성적 대상화 되는 거 싫으니까 옷 야하게 입지 말고 화장 진하게 하지 말고 밤에 다니지 말고 기타등등...으로 되어버리지 않을까? 나는 사실 많은 남자들이 이미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걸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더 조심하고 다니라고 말하는 것이고. 이게 어떻게 해결방법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이 인간에게 그래서는 안된다, 를 주입시켜야 하는 거 아닐까? 우리는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하고 다닐 수 있고, 거기에 대해 누군가 나를 대상화 시켜서는 안된다 그 말이다. 너도 나도 똑같은 인간이다, 이걸 인지하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네 주변의 누군가가~ '하고 대입시키는 건 답이 아닌 것 같아...




남자들에게 주어진 성역할, 남자들은 강해야 하고 울지 말아야 하고 감정 표현을 느끼는대로 다 하면 안되고 등등 '강요된 남자다움'을 맨박스라고 하는데, 이것부터 일단 없애버리는 것, 이 맨박스로부터 나오는 것이 가장 우선된 순서이다. 남자들은 이래야 한다~ 를 말하는 순간 자연스레 '여자들은~ '도 생겨버리니까. 게다가 남자들에게 강인함을, 냉정함을, 객관적임을 주입하는 순간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와 동시에 '그래서 열등하다'가 되어버리니까. 이 책에도 나오지만, 여자들은 남자들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약하니 우리를 보호해줘, 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너네 폭력을 쓰지마!'를 말하는 거지. 토니 포터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는 길은, 남자의 사회화 자체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고. 이런 사람이 알고 있고 또 여러 사람에게 얘기하기를 선택했다는 것은 분명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백 명이 듣는다고 백 명이 다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그 중의 일부는 그동안 자신이 '선한 남자로서' 폭력이 행해지는 데 어떻게 도왔는지 인지할 것이고 또 잘못을 뉘우칠 것이며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 사람이 점차로 많아지면 저자가 바라는 것처럼 더 나은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라고 있다, 나도. 




여성들은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남성이 폭력을 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남성들은 해법의 일부분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면 된다.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존중한다면 여성의 안전은 자연히 뒤따라 올 것이고 여성 폭력도 감소할 것이다. 먼 훗날엔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맨박스가 언제까지 선한 남성들의 핑계가 되어 줄 수는 없다. (p.174-175)





폭력적인 남성은 우리 같은 평범한 남성들로부터 자신이 저지른 나쁜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받는다. 남자들이 ‘나쁜 놈‘들을 용서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간섭하지 않고 자기 일에나 신경 쓰는 것이 이에 속한다. 남자들의 남의 가정 폭력 문제에 개입하기를 거부하는 저변에는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그 사람의 아내 혹은 여자 친구)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남성들이 침묵을 지킬 때 그 침묵은 폭력적인 남성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하고 결과적으로는 남성들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방해물로 작용한다. (p.25)

<빌의 이야기> 요새 몇몇 여자들은 남자들을 업신여기기도 하고 남자의 보호가 필요 없다고도 합니다. 여동생이 이런 소리를 자주 하는데 저는 이게 결혼할 남자가 없는 걸 정당화하려는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남자들은 여자가 남자 따위 필요 없다는 듯 행동하는 걸 증오합니다. 그런 행동이 남자들의 기를 죽이기 때문이죠.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이 "난 남자가 필요 없어요. 돈도 있고 집도 있고 좋은 차도 뽑았어요.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다고요" 라고 말하는 건 남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에요. 저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이런 성향을 이해하고 일부러 자존심을 깎아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리 하기 싫지만, 저는 여자들이 여성 폭력 문제를 스스로 초래했다고 봅니다. 누군가를 때리는 게 괜찮다는 게 아니라(저야 폭력은 당연히 반대하지만), 여자들도 자기들이 폭력 문제를 발생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좀 알아야 합니다. (p.88-89)

빌은 스스로를 ‘꼰대‘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남성의 손으로 자행되는 여성 폭력을 여성들 스스로가 초래한 면이 있다는 주장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서도 종종 들려온다. 여성이라면 남성의 마음을 이해하고 남자의 자존심이 상처 입지 않도록 맞춰서 행동해야 한다는 발상은 남성들이 매우 자주 언급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지배적 위치에 있는 집단이 힘없는 피해 집단에 강압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강요하는 방식이다. 이는 여성들이 강압적인 처사에 반기를 들거나 평등을 주장한다면 그 결과로 발생하는 반작용(폭력)은 스스로 불러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잘못된 시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빌의 발언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는데 바로 여성들이 남자에 대한 반발로 동성애를 선택한다는 인식이다. (p,89)

"남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뭐냐면요. 여자에 대한 인식과 여자를 대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껏 몸에 깊게 밴 인식을 재정립해야 하는 거죠. 전 남자들이 어떤 이슈에서건 여자들의 의견과 생각, 제안, 충고를 진정으로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을 남성만큼 존중할 때 우리는 남자가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다는 성차별주의를 뿌리 뽑을 수 있어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남자들이 자신을 ‘덜 남자답게‘ 느끼는 게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남자들은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순히 기분이 나쁘다, 신경질이 난다 또는 여자들에게 화가 난다, 이렇게 반응하죠. 맨박스는 우리가 그런 식으로 반응해도 된다고 가르치거든요." (게리의 이야기중 p.123-124)

"성폭행의 가해자가 여성입니까, 남성입니까? 정답은 당연히 남성이었다. "만약에 여학생들을 구내식당에서 기숙사로, 기숙사에서 도서관으로 실어 나르는 대신 남학생들을 차량으로 이동시키면 어떨까요? 남성이 범죄의 장본인인데 왜 남성이 저지른 폭력 때문에 여성들이 피해를 봐야 하죠?" 회의에 참석한 여학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동의를 표했다.
우리의 가히 ‘혁명적인‘ 대응책은 일부 남성 교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심지어 한 남성은 우리가 남학생들을 차량으로 이동시키면 ‘젠더 프로파일링‘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에게 그렇다면 캠퍼스 내에서 자행되는 성폭력도 엄연히 젠더 프로파일링임을 상기키셨다. 캠퍼스의 모든 여성들에게 셔틀 차량을 이용할 것을 촉구하는 것 또한 젠더 프로파일링일 터였다. (p,136)

우리는 ‘진정한 남자다움은 최대한 여자드레게 관심을 두지 않고 여성들의 경험과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믿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딸이 살아갈 세상을 상상해보고, 그 세상 속에서 다른 남성들이 자신의 딸을 어떻게 대할지를 그려보고 나면 대화에 임하는 남성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내 자기 내부에서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주변 남성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잠자는 시간만 빼고 딸들을 쫓아다니며 다른 남성으로부터 방패막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딸이 겪게 될 세상을 상상하며 자신의 평소 행실을 더욱 통력하게 반성하게 되고 마침내 전구의 스위치가 반짝 켜진 듯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p.142)

여성들이 지켜야 할 갖가지 수칙만큼이나 많은 질문들이 여성들을 따라다닌다. 여성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왜 그랬는데?" 류의 질문들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면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왜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었습니까? 왜 그렇게 야한 옷을 입고 외출한 겁니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습니까? 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니지 않고 혼자 길거리에 나왔습니까? 가정 폭력 케이스에 등장하는 매우 고질적이고 고약한 질문인 "남편이 그렇게 폭력을 쓰면 헤어져야지 왜 안 헤어집니까?"도 마찬가지다. 한술 더 떠 "맞으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거 보니 좋은가 보지"라고 내뱉기도 한다.
이런 질문들은 ‘피해자 책임 전가‘라고 부르는 현상의 일부다. 우리 사회는 이런 방식으로 남성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여성이 지도록 강요한다. 가정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에게 습관처럼 "왜 그런 남편하고 안 헤어집니까?"라고 물으면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에게 "왜 폭력을 멈추지 않습니까?"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p.149-150)

온라인 속 남성들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은 여성을 겨냥한 경우가 많다. 앞서 보았듯 여성들을 열등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경향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내용은 워낙에 남성들이 소화하기 버거워하는 주제이므로 그나마 남성의 편으로 보이는 나 같은 남성이 말할 때 조금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여성이 가르치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남성들의 마음속에는 ‘어디서 여자가 자꾸 이런 시비를 걸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여성 강연자가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나보다 더 상냥하게 전달한다고 해도 결국 남성들은 같은 남성이 가르치는 것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건 남서들이 착하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남성들은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맨박스 일화들에서 보았듯 착한 남성들도 다른 남성들만큼이나 성차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그 어떤 남성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p.155-156)

노력과 인내심, 용기를 가지면 맨박스를 벗어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 첫 단계로 뜻이 맞는 남성들을 모아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남녀평등 이슈를 다시 새각하기 시작한 남성은 이것이 아주 장기적이고 힘든 (하지만 보람찬) 과정이란 걸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려면 주변에서 동기부여를 도와줄 이들이 필요하다. 내 경우 가장 큰 동기 부여는 내 딸들이 살아갈 미래 세상과 내 앋르들이 자라났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큰 그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내 생각이 얼마나 좁았는지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p.164)

남성ㄷ르은 곧잘 자신의 성별 때문에 제공받은 특혜와 이점을 마치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처럼 여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문화적 규범은 이런 믿음이 옳다고 편들어준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며 여성의 역할은 남성을 대접하고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남성이 여성을 비하하고 억압하며 학대하는 행위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해악은 남성들이 먼저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고쳐질 수 없다. 선한 의도를 가진 남성이라고 해서 이토록 많은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계속해서 무시로 일관할 수만은 없다. 궁극적으로는 그들이 사랑하는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문제이기 때문이다. (p.170)

남성들이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폭력 행위의 책임을 가해 남성들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남성들을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고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 같은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대로 정확히 명칭을 정하자면 행위의 가해자인 남성을 지목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처럼 말이다. (p.171-172)

남성들은 여성 폭력 문제에 있어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된다. 여성 폭력 문제는 모든 남성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일처럼 폭력 근절을 약속해야 한다.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은 남성 모두가 연대적 책임감을 느끼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난 모든 남성들이 자신의 사회화 학습 내용과 여성에 대한 생각을 점검해보길 요청한다. 이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의무감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로 말이다. (p.173)

그들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비폭력적으로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평소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절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죠. 그들은 자신의 아내나 여자 친구를 빼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폭력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흔히 생각하듯 폭력성이 정신병 때문이었다면 폭력 행동은 여성 앞에서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나타났겠죠. 정신병 증상이 발현된다면 상대방을 가리거나 성별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남성의 폭력만큼은 여성 앞에서만 발현되는 듯했습니다. (p.187)

여성들은 신변의 안전을 지키고 남성들의 폭력을 피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매일같이 노력을 기울이며 살고 있습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은 하루에 세 명꼴로 현재 혹은 과거 배우자로부터 죽임을 당합니다. 가정 폭력과 성폭력은 여성들의 가장 흔한 신체적 상해 원인으로 꼽힙니다. 미국 기준으로 매일 응급실에 방문하는 여성들의 35% 정도는 남성에 의한 폭력의 직간접적인 결과입니다. 우리는 극히 소수의 남성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대략 15~20%의 남성들이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 성폭력을 저지릅니다. 열 중 여덟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우린 이 여덟 명의 남성이 다른 두 명에게 폭력을 쓰지 말라고 말하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른 남성들이 던지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폭력과 학대를 반대하는 남성들이 폭력을 쓰는 남성들에게 그들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우리가 고대하는 변화가 현실화되고 남자다움이 재정의될 거라 믿습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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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1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2-21 22:03   좋아요 0 | URL
앗 저 안그래도 밑줄긋기 하러 들어왔다가 오타 발견하고 수정했어요. 히힛. 새당 보고서 응? 새누리당 쓸라 그랬나? 했지 뭡니까 ㅋㅋㅋㅋㅋㅋ 대상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고마워요!

오늘의 안주는 없습니다! 오늘은 술 안마시고 밑줄긋기만 다 올리고 잘거예요. 혹시 날아갈까봐 일단 저장 한 번 해주고 다시 덧붙이러 갑니다. 히힛.

님도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시군요! 우먼 파워!! 얍!!!

나와같다면 2017-02-2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절만 해도 갈고 있던 식칼을 들고 ‘뭐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라고 소리치는 순댓국집 사장님이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사회적 믿음 이란게 있었는데..

지금은 각자 살아남아야 되는 세상인것 같아요..

다락방 2017-02-22 07:56   좋아요 0 | URL
어릴 때부터 성평등에 대해 가르치고 교육한다면 지금보다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될텐데요. 우린 너무 차별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이었을 때부터의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같다면 님.

아무개 2017-02-22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주 강의 주제가 맨막스와 유리천장이었어요.
이 두가지를 같은 방식의 억압기제로 보이지만,
실제로
유리천잗은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기제이지만
맨박스는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맨박스에 헌신하는 남성(강하고 남자다운 남성)일수록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성공할수 있는 기제가 된다.
이렇게 두가지를 같은 억압기제로 보기 때문에 남성들이 우리도 맨박스 때문에 힘들어요. 징징징 거리는 거라고
강사가 이야기 하더라구요.
아차...싶었습니다.
저도 맨박스 읽으면서 여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아시겠지만, 네 딸, 부인 뭐 여튼 아는 여자로 상상해라 등등)이
있었지만, 그래도 맨박스에 갖힌 남성들이 안됐다, 너희들도 힘들겠다 그러니 같이 페미니즘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맨박스에 안에서의 삶이 맨박스를 깨고 나오야 하는 삶보다
더 많은 이득이 주어질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남성 개인에게 왜 그 박스를 부수고 나오지 않냐고 하는 것은 멍청한 소리였어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체제 속에서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손해 볼것이 없으니까요.

개인의 변화가 먼저인가, 사회의 변화가 먼저인가.
답을 알겠다 싶으면 그 답이 틀렸나 싶어지고....

다락방 2017-02-22 09:13   좋아요 5 | URL
저는 맨박스가 유리천장과 같은 식의 억압기제라고 생각하진 않았었어요. 맨박스는 강요된 사회화로 이해했거든요. 이건 오르려 해도 오를 수 없는 유리천장과는 다르니까요. 저는 이 책의 저자가 남자인만큼 더 유효하게 작용할 거란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래서 한계가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리뷰에도 썼지만, ‘니가 아는 여자가 당했다고 생각해봐라‘ 는 전 진짜 답이 아닌 것 같거든요. 남자가 여자가 되지 않는이상, 그 수많은 성적대상화의 피해자가 되어보지 않은 이상 ‘니가 아는 여자가 당했다고 생각해봐‘는 부질없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저자는 그렇게 예를 들면 남자들이 아! 하고 깨닫는다고 하더라고요. 글쎄요, 저는 남자들이 이미 많이 그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 여자들이 억압당하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자가 맨박스로부터 나오자, 라고 하는 건 충분히 의미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여져요. 그렇지만 제가 거기다 대고 ‘맨박스로부터 나와‘ 라고 말하는 건 아예 들리지도 않겠죠. 그래서 저자가 이렇게 말하는 게 고마우면서도 한계가 느껴지고 ... 책장을 덮었을 때는 개운한 기분이 아니더라고요. 저도 계속계속 공부하고 계속계속 생각하는데 뭔가 뚜렷한 길이 딱 눈 앞에 나타나는 기분은 아니에요. 순간순간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참고 문헌 없음] 텀블벅에 후원했습니다!! 그것이 오늘 제가 선택한 오늘의 할 일이었어요! 눈뜨자마자 후원! 후훗.

레와 2017-02-2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페이퍼를 읽으면서 또 배우고 생각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다락방 2017-02-22 20:58   좋아요 0 | URL
배우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주어 내가 고마워요!
우리 계속 얘기해요!
:)
 
















67페이지까지 읽었다. 어려운 문장이 아닌데 뭔가 '바로 이거지!'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왜때문일까? 더 읽어볼 일이다.


어제 퇴근길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는 자신의 과거 시절부터 반성하며 책을 시작한다. 그 탓인지, 자기 전에 몹시 괴로웠다. 내가 과거에 했던, 아주 어릴 적에 했던 나쁜 짓, 나쁜 말들이 떠올라서. 나 역시 성차별과 성희롱으로부터 무죄가 아님을 스스로 인정한다. 어린 시절이라 해도 그로 퉁쳐버릴 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잠들기 전에 너무 괴로웠어 ㅠㅠ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죄 하나 없는 깨끗한 인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어젯밤에 많이 생각했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이(국민학생때부터 시작해서)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다.



물론 이 저자만큼 괴로운 기억을 갖기도 힘들 것 같다. 십대 소년 시절 저자는 지적 장애 소녀를 강간하는 장소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을 보냈다. 비록 자기 자신은 직접적으로 그 소녀를 강간하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그것이 나쁜 짓이라 말하지 않고, 그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하여 강간한 '척'을 했으니까. 몇 년후에 조금 더 자랐을 때에는 '니네 뭐하는 거야!' 라고 말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말리는 대신 그저 그 자리를 뜨는 것으로 그의 행동을 다했는데,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그 집단 성폭행에 대한 책임이 없는 줄로만 알았었다고 했다. 이 부분 읽는데 진짜 너무 힘들어서 ㅠㅠ 씨발 ㅠㅠㅠㅠㅠ 힘들어 ㅠㅠㅠㅠㅠ 세상에 얼마나 많이 이렇게 말하여지지 않은 성폭행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어떤) 남자들은 자신의 남자다움을 섹스로만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게다가 십대 소년이 자신의 무리에서 인정 받는 길은 섹스를 하는 길이라고 아는 것 자체가 너무 끔찍하잖아. 우리는 조금 더 많이 '아니'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서도. 




어제 위 부분에 대한 내용을 읽는데, 며칠 전에 읽은 어린이 그림책 《좋아서 껴안았는데, 왜?》가 생각났다. 그 부분의 이 내용과 확 겹쳐지는 거다.




위 책 《맨박스》에서 지적 장애 소녀는 강간을 당하면서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그 소녀가 '싫다'고 말하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괜찮다'는 얘길 한걸까? 그렇지 않다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인지 하지 못해서 '싫다'고 말하지 않았든, 싫다는 말을 입밖으로 꺼내는 게 너무 어려워서 말하지 못했든,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싫은 건 아니야'를 뜻하는 건 아니다. 상대가 싫다고 하지 않았어도 나쁜 짓은 나쁜 짓이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등등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일이 '하지마'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도 되는 짓이 아니지않나. 




실라가 '싫어!'라고 거부하지 못한 건 그녀의 지능 수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라고 동의한 것도 아니었다. 지금에야 이런 행위가 강간으로 인정되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피해자에게 동의할 능력이 없다면 그것은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No'라고 말하거나 거부에 해당하는 명확한 행동으로써 의사를 표현하지만 실라는 그렇지 못했던 것뿐이다. (p.34)



싫다고 말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싫다는 말을 여러가지 이유로 입밖으로 꺼낼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일전에 회사에서 성희롱문제가 터졌을 때, 한 여자 직원이 '싫다고 말을 분명히 하면 안그랬을텐데 자기들이 싫다고 말을 안했어요."  했더랬다.


하아-

싫다고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성희롱을 당했다면, 잘못은 피해자에게 돌리는 게 되어버린다. 너가 싫다고 안했잖아? 그러니까 이런 일이 일어났지, 니 탓이야... 니가 반항을 안했잖아? 니가 소리를 안질렀잖아? 이런 식이 되어버리면...대체 가해자는 어디로 가는가? 왜 당한 사람의 잘못이 되어야 하는가. 나쁜 짓은 나쁜 짓이다. 피해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도 나쁜 짓이다. 실라가 '하지마' 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저들의 강간이 합의하에 이루어진 섹스가 아닌거다. 실라가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남자들이 자기 차례를 기다려 그녀를 강간해서는 안되는 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를 뚱뚱하다고 놀려도 되는 게 아니다. 놀리는 거 자체가 잘못이니까. 그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하지 말아야 되는 짓인 거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남동생에게 권할 예정인데, 그 때도 나는 이것이 남자다움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고 말을 하진 않을 것 같다. 한 번 읽어봐 술술 넘어갈거야, 정도로 얘기하면서 줄텐데, 하하하하, 저자는 그 점을 이미 잘 알고 있더라.




나를 초대하는 여성들은 와서 남자들에게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이 책 역시 여성 누군가가 골라서 남성에게 선물했을 가능성이 크다. 남성이 스스로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흥미를 느껴 구매했을 가능성은 훨씬 낮다. 그리고 자신의 남자 친구나 아들, 아버지, 오빠, 직장 동료에게 이 책을 선물한 여성이라면 이렇게 책 소개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 한번 보세요. 그냥 휙 읽을 수 있는 짧은 책이거든요. 두껍지도 않죠? 재미있는 얘기도 많아요." 이렇게 가볍게 소개하지 않는 이상 남성들 대부분이 이 책을 열어보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p.23)



내가 남동생에게 이 책을 건네며 칠 멘트와 너무 똑같아서 소오름.. ㅎㅎㅎㅎ 그렇게 권해도 남동생이 한 두장만 읽고 '안읽어'이러면서 내게 돌려줄 확률이 너무 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저 멘트 그대로 권할 생각이다. 하하하하하.





어제는 족발에 소주를 먹으면서 남동생과 뉴스룸을 시청했다. 여러가지 소식들을 접하며 남동생과 함께 분노하고 욕하고 그랬는데, 그와중에 안희정 인터뷰가 나오더라. 손석희와 안희정이라니, 어디 한 번 들어봐야지, 하고 유심히 듣는데, 아아, 말을 너무 어렵게 한다. 안희정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슨 말인지 안다. 대화에 임하는 그 자세, 상대의 말을 일단 경청하고 시작하겠다는 그 태도에 대해서는 무슨 말인지 내가 잘 알겠다. 그 태도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태도를 표현하는 건 서툴렀다 생각된다. 안희정은 발언 내내 '정치가의 입장'에서 말한다고 했는데, 말이란 것이 아무리 좋은 뜻을 가졌다 해도 상대에게 제대로 전해져야 의미가 있을텐데,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또해도 사람들이 명징하게 이해할 수 있게 표현을 못하는 거다. 듣다가 남동생도 '대체 뭐라는 거냐.. 뭐가 저렇게 어려워' 했는데, 아니, 대통령을 생각하는 사람이 저렇게 대다수 국민을 이해시킬 수 없는 문장으로 말을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믿고 따라가란 말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했던 말 또하고 또 풀이하고 또 하고 또 풀이하면서 보내는 사람이라면, 아이코야, 나는 글쎄올시다...  안희정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자신이 알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뭔가 자기 말에 자기가 빠져서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어. 하아- 발언 내내 상대의 선의를 믿고 시작해야 한다고 그렇게나 부르짖었지만, 그렇지만 손석희의 말, 국민의 말을 듣고는 있는건지 의심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가 닿지 않는 느낌, 자신의 태도만 제발 이해해줬으면 하는 느낌이랄까...



뉴스를 보면 전부 화내고 욕할 일만 나오는데, 남동생과 족발을 먹고 소주잔을 부딪치면서, 계속 화내고 투덜댔다. 그런 한편, 아 이 순간은 참 소중하네? 하는 순간이 동시에 들었는데, 하나의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 하나의 소식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거다. 우리 모두 하루의 업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왔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 얘기를 좀 나누고 있었는데, 그렇게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다가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다니, 이게 너무 좋은 거다. 언젠가부터 뉴스를 혼자 보는 시간이 싫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어제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뉴스를 함께 보는', 그래서 함께 이야기나누는 시간이었던 거다. 크- 좋은 시간이었어. 


삶이란 게 이런 순간들로 그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얘길 하고 니가 듣고 또 니가 얘기 하고 내가 듣고, 맛있는 걸 함께 먹고, 하나의 사건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하면서, 또 각자에게 일어난 별거 아니지만 개인에겐 아주 큰 부분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렇게 다음날을 맞이하면서, 그렇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소중한 순간이었다.




어제 아빠는 한의원에서 침맞고 나가는 길이라며 너는 어디까지 왔냐 내게 전화하셨다. 마침 길동역에서 내릴 거라 했더니 아빠가 길동역에서 만나 같이 들어가자 하셨다. 알겠다고 답하고 나는 '내가 조금 기다리겠군' 하는 생각을 했는데, 길동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다가 아빠가 날 혼내는 소리가 들렸다.



"야, 너 왜 계단 올라오면서 책을 봐!!"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보고 있었어? 그랬더니 아빠는,



야, 내가 내 딸 보고 있지 그럼 안보고 있냐? 그런데 왜 계단을 오르면서도 책을 보냐. 그러지마!!



하고 버럭하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면서 책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가방 들어줄까? 하셔서 아니, 라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계단을 오르면서 읽던 책이 바로 저 《맨박스》였다. 예전에도 걸으면서 책보고 집에 가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쪽 맞은편에서 가던 엄마 딱 마주쳐서 엄마가 횡단보도 너머로 내게 소리치신 적이 있었다.



"야! 책 보지 말고 걸어!"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 걸렸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책 집어넣고 집에 갔었는데, 집에 와서 엄마한테 또 지청구를 들었다. 사람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오래전에 굽은다리 역에 내려서 가고 있는데 내 앞에 시커먼 물체가 딱 서면서 "그렇게 재밌냐?" 하는 거다. 고개를 들어보니 내 남자사람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니가 여긴 왜?? 했더니 이 동네에 볼일 있어서 왔는데 지하철에서 내리면서 너를 딱 보게 됐다고, 그런데 너는 나를 안보고 계속 책을 보고 걷는다고, 무슨 책이길래 계단 올라오면서도 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다가 딱 걸린 적 많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3년 전이었나, 신경정신과 찾았을 때 닥터가 나한테 걸으면서 책 읽지도 말고 영상도 보지 말라 그랬는데...아아, 나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살고 있었네. 버릇 고치기가 쉽지가 않구먼....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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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7-02-2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걸으면서까지 책 읽으시는 거예요? ㅋㅋㅋ
그러게요 차라리 지하철에 불편하게 낑겨 앉아 있을 때보다 걸어갈 때 더 눈에 잘 들어오긴 할 것 같아요.
요즘은 추워서 주머니에서 손을 잘 안 꺼내는 터라... 그래도 눈 앞 항상 조심하면서 읽으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7-02-21 14:51   좋아요 0 | URL
다정한 소이진님 ♡
네네. 이제는 걸으면서 책 읽는 거 안하려고요. 사실 이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했는데 잘 안지켜지네요. 아하하하. 앞으로 조심해야겠어요.
소이진님도 남은 겨울 따뜻하게 잘 보내요! 곧 봄이 오겠지요. 훗 :)

머큐리 2017-02-2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책 읽으면서 걷는 여자사람을 보면 다락방님이라고 생각할것 같아요...ㅎㅎ
함 아는 척을 해볼까요?

다락방 2017-02-22 14:10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일단 아는 척을 해보시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아니어도 제가 책임지진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클 로보텀'은 최근의 관심작가였다. 그의 전작인 《내 것이었던 소녀》와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소설들 속에서 나는 충분히 등장인물이 되었으므로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게 이 책, 《라이프 오어 데스》였는데,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이나 '으응?????' 했다. 이 책은 너무나 진부한데, 캐릭터도 너무나 전형적이고 매력이 없으며 이야기 자체도 뻔하기만 한데, 이게 마이클 로보텀의 책이라고? 이건 내가 읽었던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 너무 촌스러운데, 그렇다면 이것은 초기작인가? 초기작은 이렇게 썼지만 그 후엔 훨씬 나은 작품을 쓰게 된걸까? 나름 그런 추측들을 하고서는 좀전에 작품년도를 검색해봤다. 나의 추측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웬걸, 이 책은 그의 가장 최신작이었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가 2008년 작이고 《내 것이었던 소녀》가 2010년 작인거다. 그런데 《라이프 오어 데스》는 무려 2014년!! 읭??? 아니, 이렇게 근사한 책들을 썼던 작가가 이렇게 진부하기만 한 작품을 썼다고? 당황스럽군.



그러니까 이 책에서 남자주인공 '오디'는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10년형을 받게 되는데, 출소를 하루 앞두고 탈출을 한다. 우와 여기까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마이클 로보텀이 쓰는 이런 이야기라니, 우후훗-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오디가 누명을 쓰고 들어갔을 것까지는 추측이 되는데, 그 전에 오디의 삶이 나오는 거다. 문제아인 형을 비롯해서 대학을 중퇴하고 깡패의 운전기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두둥-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운명적 장난..... 게다가 보스의 여자는 라틴계 여자인데, 물에 젖어 옷이 온 몸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남자주인공 오디와 처음 마주치게 된다. 거기에서 오디의 뒤로 효과음이 들리는 거다. 두두둥~ 그렇게 첫눈에 반해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보스의 여자인 '벨리체'는 또 나름 사연이 있는 여자인데, 당연히 보스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보스가 자신의 기구한 삶으로부터 자신을 건져내주었기에 보스의 옆자리에 있게 된 거다. 밤에는 같이 침대에 누워야 하는 가사도우미의 역할로써. 나중엔 보스와 결혼하게 되지만, 어쨌든 오디와 벨리체는(그런데 이름이 벨리체가 맞던가...기억이 가물가물) 그렇게 보스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아, 이러다가 내가 진짜 또 완전 빡친게, 시간이 지나서 어느 파티를 끝낸 밤에 벨리체가 그러는 거다. 야, 오늘은 우리 만날 수 없어, 찾아오지마, 오늘은 내가 보스랑 좀 있어야 해, 라고. 이에 오디는 '밖에서 기다릴게, 나와' 라고 하는데,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거다. 그러면 아 나올 수 없는가보구나, 하고 돌아갔으면 됏을텐데, 이 놈이 ㅠㅠ 벨리체의 침실로 찾아가서는 옷 벗고 드러누워 버리는 거다. 아침이 되어서 벨리체가 빨리 일어나 가라며, 저 창문 니가 열었냐 물어보고 오디가 '아니' 라고 하니, 아 보스가 우리 둘이 누워있는 거 본 것 같다, 이러는 거다. 아니나다를까 보스는 봤고, 그 둘은 그렇게 함께 누워있는 장면을 들켰고, 그래서 두드려맞고... 


하아- 아니 지만 두드려맞으면 몰라, 여자까지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왜이렇게 진짜 말을 안듣지? 오지 말라고 하면 오지좀 말란 말이야. 못만나겠다고 하면 못만난다고 알아 쳐먹으라고 쫌!!



오디는 똑똑한 남자고 사려 깊은 남자다. 그렇지만 연관되고 싶지 않은 남자다. 오디랑 조금이라도 어떤 관계가 생길라 치면 얻어맞고 죽게 된다. 오디는 당연히 전혀 그럴 생각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되는 거다. 오디도 이에 너무나 마음 아파하지만(내가 아니었다면 그 사람들은 살았을텐데!), 오디 마음 아픈 거야 마음 아픈 거고, 와, 저런 사람하고 내가 어떻게 같이 다닐 수 있겠나. 캐릭터 너무 별로야... 폭탄을 끌어 안고 다니는 사람이랄까. 그는 그 폭탄을 내게 건네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끌어 안으려고 해도, 자꾸 옆에 있으면 그 폭탄이 터져버리는 거다. 히융- 조근조근 매너있게 그리고 세심하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하지만, 그러면 뭘해, 다 죽어버리는데... 아, 싫어.



보쓰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도망치고 누명 쓰고 감옥 갔다가 탈출하고.. 아 이야기가 너무 뻔해..



《산산이 부서진 남자》, 《내 것이었던 소녀》에서의 남자 주인공 '조 올로클린'은 나름의 사연과 내적 갈등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가 이혼한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고 그 아내와 재결합 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아내가 바라는 대로 해줄 수가 없는 그 상황에 대한 갈등이 생생해서 나는 같이 아파할 수 있었는데, '오디'는 답답하고 짜증만 나는 거다. 휴.. 

'조 올로클린' 얘기를 더 읽고 싶다...




토요일엔 엄마와 둘이 술을 마셨다. 내가 안주를 만들었다. 참치와 김치를 볶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잔뜩 뿌린 안주였는데, 좀 짜긴 했지만 호박전도 같이 만든 터라 함께 먹으니 먹을만 했다. 와인을 따라 마시고 나는 티비 다시보기로 나의 패이버릿,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틀어두었다. 어느 나라를 볼까, 하다가 뉴질랜드 편을 보는데, 와, 너무 좋은 거다. 거긴 진짜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해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나는 그런 자연의 모습에 우와- 하고 감탄하면서는, 그렇지만 오클랜드 도심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클랜드의 시내 모습이 나오는데 너무 가보고 싶고 걸어보고 싶은 거다. 비행기표를 검색해보니 오오, 직항이 .. 있어?? 뭔가 두근두근 하면서...


나는 지구본을 가져와서는 엄마한테 엄마, 뉴질랜드는 섬나라야, 그 나라 하나만 바다에 둥 떠있어- 하고는 지구본을 돌려 콕 짚어주었다. 여기, 여기가 뉴질랜드고, 이런 나라가 바로 위에 또 하나 있는데, 그게 호주야, 하고는 콕 짚어주었다. 여긴 주변이 죄다 바다인거야, 하고는 우리 나라를 콕 짚어서는, 이거봐, 우리는 이렇게 삼 면이 바다잖아, 이 위로는 그냥 대륙이잖아, 그런데 뉴질랜드랑 호주는 안그런거야. 그리고 여기 봐, 엄청 멀지, 이렇게 여기서 슝- 비행기 타고 가야해, 열 시간 넘게 걸려. 그런데 저 화면 봐봐, 너무 아름답지, 하고는 신나서 얘기했다. 나는 이런 시간이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다가 지구본을 가져와서는 어디쯤 있나 다시 확인하고 콕 짚어보는 일. 그리고 여기를 가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비행기표를 검색해보는 일. 아 진짜 막 마음이 벌렁벌렁 거리면서 흥분되는 거다.



엄마랑 둘이 외국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엄마가 비행기 오래 타는 걸 싫어하셔서 가까운 데로 가봐야겠다 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아아, 그치만 뉴질랜드를 가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욕심이 생기는 거다. 비행기 표가 비수기에도 백만원이 넘는 곳이니까, 돈이 너무 많이 들텐데, 그래도 이왕 갈거라면 좀 길게, 여유롭게,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가진 곳에 가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뉴질랜드 돌아다니려면 차 있어야 할 것 같은데..나는...면허증'만' 있는 사람인데... 



나는 뉴질랜드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 차서는 알라딘 검색창에 뉴질랜드를 넣고 읽을만한 책은 없을까 찾아보았다.





















아아...어쩌면 이렇게 읽어보고 싶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걸까... 뭔가 근사한 뉴질랜드 여행기를 읽어보고 싶은데, 그래서 읽고는 그대로 뉴질랜드로 떠나고 싶은데, 이 책들 표지나 제목 만으로는 읽고 싶은 마음이 1도 안드는 거다... 하아- 베트남에 가는 게 국수여행 책 읽고 시작됐던 것처럼, 그렇게 뭔가 확- 끌어당기는 게 있다면 좋을텐데, 어쩌면..이래?? 




뉴질랜드에 갔다가 뉴질랜드에 살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질랜드의 여름을 보고 느끼고 싶은데 그러려면 이 나라는 겨울이어야 한다. 나는 겨울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는데...역시 회사를 그만두는 게 답인가. 회사 그만두고 엄마 손잡고 뉴질랜드 갔다오고 싶다. 그러면....갔다올 돈은????? 비행기값, 호텔값, 밥값은???? 회사를 다녀야 되는데.... 아아,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진짜 쉽지가 않구나. 그런채로 또 월요일이 되었어.......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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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7-02-2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언젠가..
돌고래가 뛰어 노는 곳 바로 옆에 레스토랑이 있다고, 가보고 싶다고 얘기한적이 있는데
거기도 뉴질랜드였죠?! ^^

뉴질랜드가서 소 키울까.. ( ˝)

다락방 2017-02-20 09:46   좋아요 0 | URL
양도 키우고 소도 키우고...나랑 가서 살래? ㅋㅋ
오래전에 뉴질랜드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본 적 있는데 그 때는 노천 레스토랑에서 랍스타 먹는 거 나왔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완전 기절. 이번 피디는 먹방을 잘 안했어요. 그래서 지금 나는 그 갈증을 채우기 위해 오클랜드 맛집을 검색해서 사람들의 포스팅을 보고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박사 2017-02-2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을 읽고 마이클 로보썸은 시리즈물을 더 잘 쓰네... 싶었습니다.

다락방 2017-02-20 10:26   좋아요 0 | URL
네, 전 진짜 황당하더라고요... 아니, 조 올로클린을 만든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썼지?? 하고요. ㅎㅎ

mira 2017-02-2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막장이야기 같아서요 아니 사랑하는 자기아이도 아니고 그것때문에 탈옥이라니 어처구니 없는 스토리 ㅠㅠ

다락방 2017-02-20 11:14   좋아요 0 | URL
남주를 너무 환상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약속한 바를 꼭 지키는‘ 남성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 그랬던 게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책은 지루해져버렸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요 ㅠㅠ

transient-guest 2017-02-2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인엔 참 많은 음식들이 어울립니다 ㅎ 좋은 시간 가지셨음 듯 ㅎㅎㅎ

다락방 2017-02-20 11:1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음식은 음식대로 좋고 와인은 와인대로 좋아서인 것 같아요. 으흐흐흐흐.
아 또 술마시고 싶어요. 술 너무 좋아요 엉엉 ㅠㅠ

단발머리 2017-02-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에서 자꾸 폭탄터지는 남친이라...
그래도 넘 좋으면 어쩔수 없지만 전 별로일것 같아요.ㅋㅋ
뉴질랜드는 진짜 청정지역이라 근래의 미세먼지 정도면 정말 여행갔다가 아... 살고 싶다, 그런 생각들것 같아요. 실제로 가족여행 갔다가 이민갔다는 사람 책이야기도 들은것 같구요. ㅎㅎㅎ

다락방 2017-02-20 11:42   좋아요 0 | URL
안녕, 단발머리님?

폭탄 터져서 다치는 정도가 아니라 죽어요, 사람들이..어휴.. 저런 남친이라면 진짜 따로 떨어져 사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듯요. 이놈의 남자들은 왜이렇게 안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지들 마음대로 해.. 안된다고 했을 때 안되는구나 하고 뒤로 물러서야 되는데 들어먹질 않아요. 아우 짜증나..

뉴질랜드 너무 가보고 싶어요. 여행 포스팅 막 찾아보는데 음, 차 없이 시내만 왔다갔다 하는 거 가능할 것 같고요. 아아, 저 언제 갈 수 있을까요, 단발머리님? 제가 뉴질랜드 가게 되면 엽서 보낼게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ㅋㅋ)

moonnight 2017-02-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된다고 해도 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랑해서 그런다고 하면 다 되는 줄 아는 남자. 생각만으로도 짜증이 치솟네요-_-;

저도 뉴질랜드 못 가봤어요. 가본 사람들 말로는 과연, 폐가 막 깨끗해지는 느낌이라고^^

다락방 2017-02-21 08:32   좋아요 0 | URL
폐가 막 깨끗해지는 느낌이라니.. 아아 정말 너무나 가고싶습니다, 문나잇님. 뉴질랜드의 여름을 제가 경험해보고 싶어요. 뉴질랜드의 여름 안에 제가 있어보고 싶습니다! 엉엉 ㅠㅠ

비연 2017-02-21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로보썸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슴다 ㅜㅜ
<산산이 부서진 남자> 보관함에 넣었다가 올해 초 싹 지울 때 함께 증발한 듯...
일단 이것부터 읽어야겠어요. 괜찮겠죠?
뉴질랜드.. 뉴질랜드... 아직 못 가봤네요. 저도 엄마랑 여행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는 편찮으신 후 좀 자중하시느라... 스페인 생각했다가 표 없어서 다른 데로 ... 으헝.

다락방 2017-02-21 22:14   좋아요 0 | URL
네 비연님. 산산이 부서진 남자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내 것이었던 소녀까지 읽으시고 라이프 오어 데스는 패쓰하세요 ㅋㅋㅋ 그래도 됩니다 ㅋㅋㅋㅋㅋ

엄마랑 같이 가고 싶긴한데 비행시간이 길어서 엄마가 괜찮으실지... 그리고 일단 저는 여름 휴가 말고는 시간을 낼 수가 없는데 뉴질랜드 여름은 우리의 겨울이래요. 하아- 역시 퇴사가 답이에요. 불끈!

비연님, 스페인 표 없으면 포르투갈은 어떠세요??
 
라이프 오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50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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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인물 진부한 스토리.
역시 한 작가에게서 늘 좋은 이야기만 나올 순 없는 건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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