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내 현실로 만들겠어.
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아니 이런 말은 너무 거창한가... 기억이란 뜬금없고 연상이란 것도 역시 뜬금없는 것. 나는 위에 먼댓글로 연결한 단발머리님의 리뷰를 오늘 아침에 읽었다. '필립 로스'의 《유령 퇴장》에 관한 리뷰였고, 나 역시 그 책을 읽었으며 일전에 단발머리님의 글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부터 내가 생각한 것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단발머리님의 리뷰 중에 잠깐 '열쇠'란 단어가 ... 그 단어가 갑자기 파바박- 하고는, 쉼보르스카의 시를 불러낸 거다. 어? 열쇠? 쉼보르스카? 내가 쉼보르스카의 시집에서 열쇠가 등장하는 시를 읽은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내 서재로 돌아와 쉼보르스카를 넣고 검색한다. 크- 역시 나의 이 비상한 기억력.... 시는 금세 나온다.
열쇠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찾은 김에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니, 아아, 시가 좋다!! 그치, 내가 이걸 괜히 기억할 리가 없어. 나는 이 시를 전혀 외우지 못하지만(외우는 시가 없고, 시를 잘 외우지 못한다), 열쇠 라는 단어를 대면 이런 시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대단하다..멋져! 아아, 나의 망고남이 이 일을 오늘 아침 나로부터 들었다면 나에게 '칭찬해, 아주 칭찬해' 해줬을텐데... 그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응?)
어쨌든 저렇게 뭔가 애틋애틋한 마음으로 끝나버린 사랑을, 나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도 없을 그 끝나버린 사랑을 생각하다가, 어어, 열쇠? 키? key? 하고는 또 금세 캐서린 맥피의 노래, <brand new key>를 떠올리고야 만것이다! 나 천재?
시디로 들으면 이 노래가 참 맛깔난데, 라이브로는 딱히 그렇게 느껴지질 않는구먼... 어쨌든 이 노래도 참 ... 애틋애틋한데, 자, 가사를 다같이 함께 볼까?
I rode my bicycle past your window last night
I roller skated to your door at daylight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I've been lookin' around awhile
You've got something for me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ride my bike, I roller skate, don't drive no car
Don't go so fast but I go pretty far
For somebody who don't drive
I've been all around the world
Some people say I've done alright for a girl
I asked your mother if you were at home
She said yes but that you weren't alone
It almost seems like you're avoiding me
I'm okay alone but you've got something I need
Well, I've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 got a brand new key
I think that we should get together
And try them on to see
Well, I got a brand new pair of roller skates
You've got a brand new key
자, 해석 안되는 부분은 패쓰하고 해석 되는 부분들로 내용을 대충 짐작해보자. 그러니까,
내가 어젯밤에 자전거를 타고 니네 집을 지나치면서 봤는데, 너 나를 피하는 것 같아?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니가 내가 필요로 하는 걸 갖고 있어. 우리가 새로 산 롤러스케이트의 키 말이야... 그거 니가 갖고 있잖아. (그런데 롤러 스케이트가 키가 필요합니까??? 해석이 뭔가 잘못된건가??)
내가 니네 엄마한테 물어봤어 너 집에 있냐고. 니네 엄마는 그렇다고 하셨는데 그런데 너가 혼자가 아니래. 나는 혼자 되는 건 괜찮은데 키 내놔........
근데...너는 나랑 사귀는데 왜 나를 피해? 내 롤러 스케이트 키 먹은거야? 먹튀? 그리고 너 나랑 사귀는데 왜 니 방에 너 혼자 있는 게 아닌거야? 왜 구질구질하게 피하기만 해? 헤어지고 싶으면 헤어지자고 말해, 나는 너랑 헤어지는 건 진짜 괜찮아. 그런데 키는 내놔..나 새 롤러 스케이트 타야 되니까. 너랑 헤어지는 건 상관없는데 롤러 스케이트는 타야 되잖아... 키 내놔... 못난 놈...왜 키를 먹어...... 그냥 잠깐 만나서 키만 줘... 그러면 내가 세이 굿바이 해줄게.
어어, 이렇게 각본 쓰다 보니 세이 굿바이??????????????????????
Katharine McPhee - Say Goodbye
If I seem distant, baby I am
Words are like scissors, in your hands
And there's no script to follow, so I just close my eyes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I feel just like an actress, up on the stage
I can't believe, what I'm hearing myself say
And a porch light is my spotlight, so I play along with this li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Did you ever love me? Does it even matter?
Did you even notice, the whole word shatter?
I just want to hold you, and tell you that I'm sorry
But I just keep it all insid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My heart feels like a circus
It's too much to take in
http://www.elyricsworld.com/say_goodbye_lyrics_katharine_mcphee.html
It's hard to lose a love
But you were my best friend
So walk this high wire, alone tonight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That way it won't hurt so much, when we say goodbye
좋은 아침이구나. 훗. 오늘의 키워드는 열쇠 되시겠다. 훗.
그런데 say goodbye 뮤비에서 캐서린 맥피 헤어스타일이 너무 예쁘다...흐음..... 흐음........머리 자르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