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밀란 쿤데라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분명 이 시집을 사서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책장에는 없다. 어디로 어떻게 보낸건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원더북 님이 올려주신 쉼보르스카 시를 읽고 나니 나 역시 생각나는 시가 있어 올려둔다. 그 시를 왜 좋아했더라, 하고 다시 읽어봤는데, 내가 다시 읽어보기 전까지 기억나는 거라곤, '열쇠' 였다. 열쇠가 나오는 시다, 그 시를 나는 좋아했다, 하는 것.
오늘 이 시를 다시 읽고 올려두면서, 시집이야말로 두고두고 오래오래 보야아 하는 책이 아닌가 싶어졌다.
열쇠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나에게는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쇠붙이..
가장 이상한 세 단어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재미있다. 누군가가 책을 읽고 글을 썼더니, 그 글을 보고 생각나는 게 있어 시를 가져오고, 또 그 글을 읽어보니 그 시인의 시 나도 좋아하는 게 있어, 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아, 진짜 책 읽고 글 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 같다. '박총'이 [읽기의 말들]에서, 책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과 각별한 사이가 된다는 말을 했는데, 나 역시 진짜 그렇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책 읽고 글쓰다가 연을 맺게 된 사람들. 역시 책 읽고 글 쓰는 게 제일 좋다.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거 너무 좋아.
저는 잠시후, 백래시 페이퍼로 돌아오겠습니다.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