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그를 두번째로 만나는 날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그 전 해의 8월이었고, 그 다음 만남이 그 해의 2월이었으니, 거의 반년만에 보는 셈이었다. 약속은 갑작스레 잡혔고, 그는 우리 집 근처 지하쳘 역으로 오기로 했다. 일요일이었고, 나는 이제는 팔아버린 피아노를 그 때는 뚱땅뚱땅 치고 있다가, 그가 온다는 생각에 설레어, 아아, 어쩜 좋지, 무엇을 줄까, 하다가, 내가 막 읽기를 마쳤던 책을 한 권 준비했다. 그리고는 나를 만나러 열심히 오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혹시 가방을 가지고 오나요?"


그는 그렇다며, 혹여 자기 얼굴이 기억 안나 가방으로 알아보려 하느냐고 물었다. 으앗, 귀신이다. 내게는 사실 그런 의도도 있었으므로. 얼굴을 잘 기억하지도 외우지도 못하는 나는, 그의 이미지는 기억났으나 얼굴을 알아볼 자신이 없었다. 으앗, 어떻게 알아보지, 괜찮아, 그가 나를 알아볼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나도 같이 만나 반갑게 인사해야 할텐데,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그러나 차마 그에게 '당신의 얼굴을 기억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할 수가 없어, '가방을 가지고 오냐' 물었던 건데, 그는 내 의도를 금세 알아챈 것이다. 나는 조금 민망해서, 아니, 책을 한 권 주려고 하는데 가방이 있어야 넣어가니까...라고 답했더랬다. 그 역시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나는 그에게 줄 책을 준비 했었으니까.



나는 역 앞에 가 그를 기다렸고, 그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를 보자마자 알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준비해온 책을 내밀었다. 그는 나를 만나러 오는 지하철 안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노라 했다. 우리는 까페로 가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그에게 읽고 있던 책을 좀 달라고 해서는 어디에 밑줄을 그었나 휘리릭 넘겨보기도 했다.




책을 읽었다.

















여탐정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한 저택을 방문하고 그 저택의 정원에 대해 묘사하고 그리고 오두막을 살펴보는 장면에서 나는 어렴풋하게 '이건 읽은 적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아아... 그러고보니 이 책, 이미 구판이 있는 책의 개정판이라는 말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얼른 작가 이름을 검색한다. 그리고 이 책의 구판이 무언지 알아냈다. 아! 이미 내가 읽은 책! 그 해, 그러니까 2008년 2월, 우리 집 근처로 온 그에게 내가 주었던, 바로 그 책이었다.


















아, 이게 이 책이었구나!

만약 누가 내게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를 읽었냐고 물어보면 나는 읽었다 답했을 것이되, 줄거리를 물어보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을 것이다. 다만, 그 인상이 조금 남아 있었다. 위에 쓴 것처럼 한 저택에 찾아가고 그 정원을 묘사하고 오두막에 가는, 그 어떤 공간에 대한 부분. 나는 공간 묘사 읽기 딱 싫어하고, 공간에 대한 걸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우리의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느 집에 찾아갔었고, 거길 묘사했었다는 것이 희미하게 기억났던 것이다. 오! 책은 읽으면 어떻게든 남아있는 것인가?



그러나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새로워 놀랐다. 내가 이렇게나 기억을 못했다니! 대사들이 다 새롭고 새롭다. 게다가 사건도, 범인도 새로워. 이게 이런 책이었는가....



그는 그 때 이 책을 읽었을까? 읽었다면 내용을 얼마만큼 기억하고 있을까?



이 개정판이 저 구판과 같은 책인지 몰라고 읽은 덕분에 2008년으로 훌쩍 날아갔다 왔다. 오, 신이시여. 추억이란 이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거란 말입니까. 그 때 나는 남색 코트를 입고 있었지, 우리는 버섯샤브샤브를 먹으러 갔지, 그리고 우리는....




기어코 추억으로 나를 밀어넣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서문 덕분에 이 책을 '다시'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용감하고 영리한 젊은 여주인공이 삶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다들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에서 기필코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p.8)



2008년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 책으로부터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설사 받았다한들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코델리아는 언제나, 항상 가방에 페이퍼백 한 권씩을 가지고 다니는 젊은이다. 멋지다. 좋다. 나 역시 그러하다. 그렇지만 내가 가지고 다니는 책은 가볍지가 않아서 언제나 가방 무게를 힘겹게 느껴야 해..인생 뭘까. 독서인의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기차에서 할 일이 있어요. 혹시 읽을거리라도 있나요?"

"괜찮아요. 저도 여행 중에 얘기 나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토머스 하디의 《트럼펫 주자》도 갖고 있고요. 가방에 늘 페이퍼백 한 권은 넣고 다니거든요." (p.42)



오늘 나의 가방에는 '리베카 솔닛'의 《길 잃기 안내서》가 들어있다. 출근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좀 어렵다. 음..




"남동생이 마음에 들어요?"

"아니, 별로요. 휴고는 나에게 꽤 무례하게 굴었어요."

"그럴 뜻은 없었을 거예요."

"그게 더 나빠요. 무례란 언제나 의도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둔감하다는 뜻이니까요."

"휴고는 이사벨과 함께 있으면 별로 유쾌해지지 않아요. 이사벨이 휴고를 그렇게 만들죠." (p.138-139)



나는 이 부분의 대화가 좋았다. 무례하다고 말을 할 수 있고, 또 그 무례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저질렀다면 둔감해서 더 나쁘고 말하는거. 작가는 코델리아라는 22세 여탐정의 입을 빌어 자신이 해야 할 말들을 해내고 있다.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용감하고 영리한 젊은 여주인공' 임에는 틀림없다. 가는 곳마다 탐정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란 말을 듣고 있지만, 그러나 코델리아는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밀고 나가 사건을 추적해낸다. 그러나 세상 삶이 그러한 것처럼, 이 책에도 긍정적인 캐릭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남자가 유쾌해지지 않는 데는 여자의 영향이 있다고 말하고, 또 그 남자 역시 나중에 '그녀는 패션에만 관심있다'고 하며 그 여자가 자기가 기대한 지적인 여자가 아니었음을 토로하는 대화가 나오니까.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존재하지만, 젊고 영리한 탐정을 그려내면서 동시에 그렇지 않은 반대 여성도 그려낸 것은 작가가 자신의 객관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젊고 영리한 탐정을 강조하다보니, 그 젊음을 부러워하는 나이든 여자도 나오고.



그러나, 나는 이사벨이 휴고에게 주었던 영향처럼, 그러니까 함께 있으면 별로 유쾌해지지 않는 영향을 서로에게 미치는 관계란 있다는 것을 안다. 휴고는 심지어 이사벨을 좋아하는데도 그랬다. 좋아하고 호감이 있고 잘해보고 싶은 관계인데, 그런 사람인데, 같이 있으면 유쾌해지지 않고 무례해지다니. 그런 관계는 '좋아한다'는 이유로 유지하는 게 나은걸까?

좋아하는데 왜 유쾌해지지 않고, 좋아하는데 왜 무례헤질까. 좋아하는데 나를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면, 그 관계는 나에게 나쁜 관계일텐데. 그렇다면 나는 과감히 내쳐야 하지 않을까. 좋아해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 대화가 즐겁고 늘 웃게 되고, 또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관계, 그런 이상적인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같은 마음으로 좋아해야 가능해지는 것 같다.



이사벨은 휴고가 이사벨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혹은 그런 결로 좋아했던 게 아닌 것 같다. 휴고는 이사벨로부터 자신이 주었던 만큼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사랑을 주고 또 받는 크기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 그러니까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고 만족할 수 있다면, 그 관계는 서로의 좋은 면을 부각시켜줄 것이고 더 의욕이 생기게 할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나는 같이 있음으로 인해서 불쾌해지고, 무례해지고, 건강을 해치고, 기분이 나빠진다면, 그 '좋아한다'는 감정을 다시 들여다보길 바란다. 다시 들여다보고, 자신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그 '감정'에 기대지 말고,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지금 행복한지 어떤지가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좋아한다는 감정이 불행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는 거니까. 좋아하는데 내가 불행해진다면, 그 좋아한다는 감정으로부터 나는 빠져나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내 삶을 살아야 해...




코델리아와 같이 일하던 동료도 이 세상에 없고, 코델리아가 사건을 수사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코델리아는 혼자다. 그녀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그렇고 기쁠 때도 그렇겠지.



사건을 맡은 후 처음으로 코델리아는 자기 혼자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스스로 능력을 의심했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감을 북돋워 줄 사람이 있다면! (p.180)



하아- 얼마나 외로웠을까. 코델리아의 외로움이 나에게 와 닿는다. 그런데도 코델리아, 씩씩하게 앞을 보고 나아간다!



코델리아는 철저히 혼자였는데, 그 사실을 떠올리자 어차피 늘 혼자였으므로 본질적으로 달라질 게 없다 싶었다. 그러자 어이없게도 다시 마음이 편안해지고 희망이 되돌아왔다. (p.181)



그래, 우리는 모두 다 혼자다..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다 비탄의 이야기라고, 줄리언 반스도 말했잖아. 우린 결국 혼자야. 인생 독고다이지....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지만 뭔가 속상한 문장.. 너무나 마땅히 그러해야 하지만 어쩐지 빡치는....



"한 여자에게 잘하는 남자는 다른 여자한테도 잘하는 법이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내가 옳았어요. " (p.197)




이 책 덕분에 2008년에 다녀왔다. 그러나 언제나 추억에만 들어가 자리잡고 있을 수는 없어. 현실을 살아야 한다. 이제부터 남은 1월은 아주 무겁지만,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를 들고 다니며 열심히 읽어야겠다. 우리의 목표가 그러했으니, 당연히 1월 안에 다 읽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으앗. 그렇지만 겁나 무겁겠지... 괜찮아, 덕지덕지 붙이려고 포스티잇도 주문해 놓았다.

2월 도서도 다 주문해둔 상태라 내게로 오고 있다. 으하하핫. 계획적인 나..



그런데 코델리아도 시리즈 있나? 찾아봐야지. 책 끝날 무렵에 손님이 찾아오던데, 그 손님의 문제를 또 해결해주나 싶어 궁금하네.



그럼 여러분 안녕.




조지와 칼을 만나기 전 그녀는 외롭고 미숙했다. 둘을 만난 후에는 외롭고 조금 덜 미숙해졌다. 연애는 아빠나 집주인 여자들을 대할 때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자신감을 주지도 않았고, 불편할 정도로 심장을 뛰게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칼에게는 다정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와 사랑을 나누는 일이 지나치게 쾌감을 주거나 그가 그녀에게 너무도 중요한 사람이 되기 전에 그가 로마로 떠나버린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렇게나 이상한 체육 과목이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섹스는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과대평가라고 당시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괴리는 그토록 완벽했다. (p.140)

"나는 쉰셋이 되어서야 남편과 결혼을 했는데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 연인이라도 되는 양 아직도 남편이 그리워요. 사람들은 그 나이에 남자를 떠맡다니 바보가 따로 없다고들 했지만, 나는 그이의 부인을 30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었죠. 우리는 같은 학교에 다녔고 난 그 남자를 알고 있었어요. 한 여자에게 잘하는 남자는 다른 여자한테도 잘하는 법이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내가 옳았어요."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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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3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태감자국 & 파운드케익>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영향을 받는다. 좋은 영향이란것은 그러나 강제적으로 줄 수 있거나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으로서는 '선한 마음'혹은 '선한 의지'라고 해도, 상대가 요구한 적 없는데 하는 말들은 대부분 잔소리에 불과하다. 조언을 바라는 요구가 없었다면 함부로 조언하지 말 것. 이날까지 인생을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다. 남의 삶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것, 그것이 아무리 자기가 보기에 부족해 보여도.


정말 좋은 영향은 다른 사람의 삶, 그 자체로부터 가능해진다.



몇 주 전 주말 친구네 집에서 주말을 고스란히 보내는데, 토요일 오후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친구는 우리에게 줄 음식들을 요리하면서 음악을 크게 틀어두었다. 집 전체를 채우는 좋은 목소리의 노래와 그 분위기, 그리고 친구가 요리하는 뒷모습은 내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순간, 그 친구의 모습은 내게 어떤 요리의 이상형 같은 것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어제, 나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요리란 무릇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며, 앞치마를 둘러 메고 친구가 그 때 틀어 두었던 음악을 재생시켰다. 집에 혼자였고, 친구가 요리할 때 들었던 음악이 나오고 있었고,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이 요리를 잘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확신 같은 것.


그렇게 선택한 요리는, 마침 그 친구가 알려준 '황태감자국'.



친구 역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된 레서피라는데, 방법이 너무 간단한 거다.


1. 황태를 들기름에 들들 볶는다.

2. 큼지막하게 썬 감자를 넣고 물을 부어 팔팔 끓인다.

3. 아주 충분히 끓여준 다음 간은 소금이나 간장으로 하고, 다진마늘을 넣는다.

4. 입맛에 맞게 후추, 매운 고추, 파 등을 첨가한다.


이게 끝인데, 나는 '좀 많은가?' 할 정도로 들기름을 많이 넣었고, 소금으로 간을 했고, 후추와 매운 고추, 파를 넣었다. 아주 푹 끓여내서인지 와- 감자가 포슬포슬 익었는데, 진짜 맛있는 거다! 게다가 매운 고추 덕에 칼칼하게 매운 맛도 느껴져셔 진짜 맛있어. 아아, 여기가 바로 천국이며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최상의 순간이다.





너무 맛있어서 국을 두 그릇이나 퍼서 먹으면서 친구가 내게 준 좋은 영향에 대해 새삼 생각했다. 친구는 내게 '요리를 하라'고 말한 적이 없고, '요리할 때 음악을 들어라'고 한 적도 없다. 그러나 내가 그 친구의 좋은 모습을 보고 그대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 이게 바로 좋은 영향이라는 거구나. 좋은 사람은, 그저 자신이 사는 모습 만으로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였어. 친구가 새삼 고마운 일요일 오후였다. 이게 바로 좋은 사람, 좋은 영향이야.




그러나 본격적인 요리는 이제부터다. 나는 생애 처음 베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레서피를 보니 딱히 어려워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은 거다. 이미 집에 있는 거나 마트에 가서 그냥 살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었어. 그렇게 나는 , 와우, 파운드케익을 굽기로 했다.


굳이 왜 파운드 케익이냐, 나는 스콘도 좋아하는데!


스콘은 사서 먹어도 맛있고 내게는 이미 궁극의 스콘이 있다. 스콘을 처음 먹은 게 스타벅스 여서 였는지, 스타벅스에서 따뜻한 스콘을 사서 버터 쳐발쳐발하고 딸기쨈을 발라서 목이 꽉꽉 막히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진짜 최고, 아름다운 순간이며 행복한 순간인거다. 그러나!


파운드케익은 궁극의 것을 찾지 못했다.


며칠전에 파리바게트에서 파운드케익을 사 먹었는데, 맛은 있지만 너무, 너무 단거다. 너무 달아서 짜증이 나. 아아,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 먹어야겠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세상에 없다면 내가 써야하는 것처럼, 내가 먹고 싶은 게 없다면 내가 만들어 먹어야 한다! 그렇게 나는 일요일 오후를 파운드케익 만들기에 투자하기로 한다. 재료를 준비했다.





와인은... 파운드 케익 만들 때 안들어가고요, 마트 간 김에 그냥... ( ")



밀가루 박력분, 베이킹 파우더, 버터, 견과류, 계란, 물(혹은 우유) 를 준비해두고, 레서피를 찾아 레서피에서 시키는 대로 버터를 뽀샥뽀샥 부숴내고 밀가루를 체에 받혀 곱게 넣고... 하는데, 버터 부드럽게 부숴내기가 세상 어려워서 이미 나는 탈진할 상태. 아아, 이것은 망삘인가... 엄마는 내게 대체 그걸 왜 하려는 거냐며, 그냥 사 먹으라고 하셨어...그리고 힘겹게 준비하는 나를 보고 내내 웃으셨다. 보다 못해 도와주기도 하셨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가 요리하는 게 너무 서툴러 보여 답답해서...밀가루를 넣었는데 반죽이 너무 묽은 거다. 내가 레서피에서 본 건 좀 찰져야 했는데.. 엄마가 밀가루를 더 넣으라 했고 나는 '이게 시키는대로 넣은건데' 했지만, 엄마는 무조건 더 넣으라고 했고, 밀가루 더 넣었고.... 어느 레서피를 찾아봐도 바닐라향을 넣으라는데, 내가 또 세상 싫어해, 바닐라 향을.. 그래서 안넣었다. 설탕은 레서피가 시키는 것의 절반 정도(혹은 그보다 약간 많이)만 넣었다. 내가 이걸 만드는 목적이 무언가! 달아터진 파운드케익 먹기 싫어서가 아닌가! 아무튼 힘겹게 반죽을 마치고 오븐에 넣었는데, 아무리 타이머를 돌리고 온도를 높여도, 팬 돌아가는 소리만 날 뿐 오븐이 뜨거워질 않는다. 예열, 예열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예열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나는 답답해서 베이킹에 도가 튼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친구는 나의 가스 오븐에 대한 얘기를 듣더니 자신이 아는 최대한의 설명을 해주었지만, 보면서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인터넷에서 일단 오븐 사용방법을 찾아봐라' 고 하는거다. 으음.



그렇다. 나는 이 오븐을 처음 사용해본다. 우리 집 가스레인지 밑에 붙박이로 들어가 있는 오븐. 애초에 기본 옵션 오븐. 우리는 살면서 한 번도 이 오븐을 써 본 적이 없어... 그렇지만 설명서라니. 타이머 버튼에 온도 버튼 딸랑 두 개 있는데, 대체 무슨 설명서가 필요해? 타이머로 시간 설정하고 온도 로 온도 맞추면 되는 거잖아?


그러나 친구가 말한 대로 일단 설명서를 보기로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설명서를 읽고서야 비로소, 가스 밸브를 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 신이시여.





내가...계속 무슨 짓을 한거지? 그러니까 우리는 가스오븐레인지 라서, 가스 밸브를 열어야 오븐이 비로소 작동하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오, 신이시여... 그것도 모르고 한 시간 이상을 예열에 ... 하아- 이래서 설명서를 봐야하는 구나. 자만하지 말고 기초부터 탄탄히 해야 하는 거였어. 내가 오만했다. 내가 자만했어. 내가 오만한 이유로 타이머 버튼으로 시간 맞추고 온도 버튼으로 온도 설정하면 되지, 해버렸어. 아, 세상 똥멍청이.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서 눈 앞의 것을 보지를 못해.


엄마는 '너가 가스 밸브는 일단 열었다고 생각했지, 아무리 그래도 안써본 나도 밸브 여는 건 아는데 너가 모를 거라곤 몰랐지..' 하셨고, 나는 그렇게 가스 밸브를 열고 다시 예열을 시작한다. 설마 더 알아야할 게 있나 싶어 설명서를 다시 보니, 맙소사, 점화도 그냥 온도 설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어. 원하는 온도에 돌려놓고 다시 한 번 다다다다닥 눌러줘야만 비로소 불이 붙는다고...


오, 갓.

여러분, 기초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야해요. 저처럼 오만해서는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orz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 베이킹을 힘겹게, 아주 힘겹게 시작한다. 아아, 나의 파운드 케익은 어디로 갈것인가..완성되기는 할것인가...

내 로망은 빵이 구워지는 동안 빵 향기가 가득한 방 안에서 조용히 여유롭게 책을 읽는 것이었는데, 와, 이 생애 첫 베이킹에서 나는 그 여유를 1도 찾을 수 없고, 오븐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빵이 부풀어 오르는지 계속 지켜본다. 엄마는 웃으면서 그만 쳐다보라고 하는데도 나는 '되고 있어, 되고 있어' 이러면서 그 앞에서 비켜날 줄을 몰랐지... 아아, 세상 귀엽고 해맑은 나여...



"엄마, 이거 맛 없으면 어떡하지?"

"야, 맛있지. 계란과 밀가루, 버터가 들어갔는데 그냥 맛있지."

"엄마, 망쳐버리면 어떡하지?"

"망치면 버리면 되지. 공부라고 생각해. 이번 걸 공부 삼으면 되잖아."



그리고, 아아, 완성된 파운드 케익은 이렇다.





굳이 두 개를 구워낸 건 남동생 하나 주기 위해서인데, 일단 비쥬얼로는 내 썽에 안찬다. 나는 저 가운데가 더 옆으로 확 터지기를 바랐건만, 내가 칼질을 잘못한건지, 아니면 반죽이 너무 됐던건지, 아니면 온도가 너무 높았던건지, 뭐가 잘못된건지 모르겠지만 비쥬얼은 만족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잘라봤다.






견과류 모듬을 반죽에 넣고 구운 거라 이렇게 자르면 단면이 아름다워졌어. 아아, 견과류 듬뿍 넣은 나, 좋은 나...

게다가 맛있었다! 엄마 말대로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어! 꺅 >.<

그렇지만 겉 부분들은 좀 딱딱하고 탄 맛이 났다. 어쩌면 내가 조리 시간을 좀 줄여야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오븐 작동 삽질 때문에 반죽을 상온에 너무 오래 방치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엄마는 힘들게 했으니 이제 안하고 사먹겠네, 라고 하셨지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제 어떻게 하는 줄 알았으니 더 잘해봐야지. 후훗."


아아, 세상 멋진 나...






생애 첫 베이킹이 나쁘지 않게 끝났으므로, 저녁에는 삼겹살에 와인으로 축배를 들었다.





(칠봉아, 누나는 이제 빵을 굽는 사람이 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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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1-2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태감자국과 파운드케익.... 이 뜨거운 맛의 향언이라니!! 저는 칼칼한 ‘황태감자국‘에 한 표를 하고 싶습니다.
차가운 겨울밤, 황태감자국 한 숟갈~~ 키햐~~~

다락방 2019-01-21 11:22   좋아요 1 | URL
황태감자국은 진짜 맛있어요! 따로 육수를 낼 필요가 없는, 그냥 그 자체로 육수가 되고 국이 되는 너무나 훌륭한 아이템인 것입니다! 아, 다진마늘도 넣어주셔야 해요. 그거 덧붙여야겠다. 그리고 충분히, 충분히 끓이세요! 진짜 맛있어요 진짜!

읽자나 2019-01-2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태감자국 저도 해먹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19-01-21 11:23   좋아요 0 | URL
읽자나 님. 간편하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거에 비해서 맛이 뛰어납니다. 강력하게 추천드려요!

읽자나 2019-01-2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오늘 저녁 메뉴로 결정했어요~~^^

다락방 2019-01-21 11:56   좋아요 0 | URL
읽자나 님, 다진 마늘 빠뜨리지 마세요!! 꼭 넣으세요!!

무식쟁이 2019-01-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황태감자국을 널리 전파하시는 좋은 다락방님의 좋은 영향

다락방 2019-01-21 12:0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또 그렇게 되는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 2019-01-2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앞치마하고 라디오 켜고 요리하는데 자주 다음과 같은 효과음이 곁들여집니다.
앗 또 깼다
어 왜 탔지?
꺄악 어느것 부터 치워야 해~~
요리 겁나 힘들어서 기운 빠짐

다락방 2019-01-21 14:05   좋아요 1 | URL
아 저는 쌓여가는 설거지 보면서 딥빡이 오곤 한답니다. 아름다운 음악, 흥겨운 기분, 음식의 좋은 냄새~ 이러다가 설거지 보고 뽝- 내가 이짓을 왜 하고 있나... 하아-

아무튼 우리 열심히 해서 맛있는 거 많이많이 해먹고 삽시다. 사먹는 게 제일 간단한 거 같지만... ㅠㅠ

책읽는나무 2019-01-2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태감자국 한 표요^^
추운 날 밥과 함께 국물 한 숟가락 후루룩~~하면 정말 살살 녹겠어요!!
파운드케잌을 만드셨군요??@.@
저는 애들 성화에 오후 늦게 벼르고 벼르던 브라우니를 만들어 먹었어요.
믹스로 만들었거든요~~그래서인지 제과점보다 더 달디달아 애들이랑 저랑 한 조각 먹고 끽!!!했네요ㅜㅜ
브라우니를 담은 통이 파운드 케잌용이어서 파운드 케잌 만들면 맛있겠다!!생각했는데 다락방님의 파운드 케잌이 짜잔~~~^^
담번엔 파운드 케잌을 도전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9-01-22 13:23   좋아요 0 | URL
황태감자국 너무 맛있어요! 별다른 걸 넣지 않았는데도 북엇국 맛이 아주 제대로에요. 포슬포슬한 감자는 어떻구요!

파운드케익은 이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음에 어떤 걸 어떻게 추가해야 하는지 혹은 수정해야 하는지 전혀 감도 안잡혀요. 불을 좀 약하게 할까 시간을 좀 줄일까 밀가루를 더 넣을까.. 기타 등등.‘
책나무님, 다음에 파운드 케잌 하시게 되면 인증해주세요! 꺅 >.<

clavis 2019-01-2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의이 파운드 케잌 사진을 보여주시기까지 잘 만드셨을까?하고 마음을 졸이며 글을 읽었습니다. 어쩐지 손에 땀이 나듯 흥미진진했고 주의를 몰입시키는 힘이 대단했습니다. 역시 타고난 글쟁이♥ 마음 졸이며 봤는데 대성공이네요♡♡축하드려요 먹고싶어랏

다락방 2019-01-22 13: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꺅 >.<
저도 제가 성공할 줄 몰랐는데 성공해서 너무 기뻐요. 물론 비쥬얼은 만족하지 못하지만...그래도 맛있었어요! 어떤 점들을 어떻게 보완해야할까 요즘 그 생각에 몰두하고 있어요. 헤헷.

언젠가 우리가 연이 닿는다면 제가 만든 빵을 들고 클래비스님을 만나러 갈 수 있겠지요. 후훗. 갓 구워낸 빵은 얼마나 맛있을까요?! 자, 현재를 열심히 살아봅시다!

2019-02-06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2-07 11:18   좋아요 1 | URL
으아아앗 감사합니다, 클래비스님.
제가 2월에 영화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보게 되면 클래비시님이 주신 쿠폰으로 재미나게 보도록 할게요. 감사해요! ♡
 















3장 전쟁과 강간 부분을 어제야 다 읽었다. 이제 4장으로 넘어갔는데, 전쟁과 강간 부분 읽는 거 너무 힘들었어. 모든 강간범들이 그렇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이 잘못이나 혹은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보다는, '강간하는 나'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니까 상대를 통제할 수 있는 나, 약하지 않은 나.


특히나 전시에 강간하는 것은 군인들에게 일상이었다.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것. 그 사이에서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남자 혹은 집단 강간에 참여하지 않은 남자는 이상하고 허약한 남자로 비춰지기 일쑤였다. 말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말린다고 들을 놈들도 아니고, 오히려 지적한 자신이 그들에게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말하지 못한 남자들.


세상은 과거부터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던걸까?



남자들은 마오(피해자의 이름)의 입에 금니가 있어서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녀를 골랐다. 그녀는 스무 살 정도의 나이였다. 군인들이 스스로 무슨 의도로 여자를 끌고 가는지 아는 만큼이나 마을 여자들 역시 끌려가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알고 있었고, 마침내 마오의 손이 등 뒤로 묶이자 여자들은 몸을 웅크리고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붙잡았다. 너무나 애처롭게도, 마오의 어머니가 딸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는 군인들을 쫓아가서 딸의 스카프를 전해주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군인 한 명이 스카프를 받아서 포로의 입에 묶었다.

수색 중이던 다섯 명 중 단 한 명, 스벤 에릭슨 일병만이 마오를 강간하고 살해하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 랭이 이 참극에 대해 쓴 바에 따르면, 마오에게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행위를 저지른 이유는 남자들이 남성성 내지는 수컷의 쪼는 서열을 두고 경쟁했기 때문이었다. 에릭슨이 윤간에서 자기 차례가 왔을 때 거절하자, 수색 지휘자였던 토니 미저브 병장은 에릭슨이 동성애자에 겁쟁이라며 조롱했다. 범행 추종자 중 하나였던 마누엘 디아즈는 후일 군 검사에게 머뭇거리며 말하길, 웃음거리가 될까봐 두려워서 다른 사람들을 따르기로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요, 당신이 그 수색대에 있었다고 해봅시다. 당장 이 사내들이 내 앞에 있고 날 비웃으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금방 소대에서 왕따가 될 겁니다."

마오를 살애한 후 그들은 "베트콩 하나, 교전 중 사살"이라고 보고했다. 에릭슨은 이 범행이 처벌되지 않은 채로 지나가게 두지 않겠다고 결심했으나, 그가 기지로 돌아왔을 때 상관들은 기묘하게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이야기를 들은 다른 소대원들도 그를 고자질하는 말썽꾼으로 취급했다. (.156-157)



나는 언제나 무엇을 욕으로 하는지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지금 위의 인용문에서도 바로 드러난다. 강간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동성애자' 라고 욕을 하는 사람. '동성애자'를 욕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끝난 거 아닐까. 그 사람은 동성애자가 놀림거리라고, 욕할 만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인거다. 동성애자라고 욕을 함으로써 본인은 '동성애자가 아닌 나' 가 되고, 그래서 자랑스러운 사람. 고작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


그리고, 하고 싶어서가 아닌, 왕따가 두려워 강간한 남자.


세상은 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잘못된걸까.


왕따를 당하면 괴롭겠지. 왕따를 당하면 괴로우니 강간을 하자.... 라는 사고. 왕따를 당하니느 강간범이 되겠다는 것. 그것은 왕따로 사는 것보다 강간범으로 사는 것이 더 쉽다는 증거가 아닌가. 나는 왕따가 두려워 강간을 했다는 마누엘 디아즈에게 '차라리 왕따가 되었어야지!'라며 왕따가 되기를 강요할 순 없다. 그러나, 왕따가 무서워서 차라리 강간을 택하는 사회는 분명 잘못된 사회라는 것은 확실하다. 강간이 왕따보다 안전한 사회라니. 이것은 너무나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이 이상함을 인지하지 못하는가.



강간하지 않았던 에릭슨에 대해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내가 되는 일에 관한 한 그는 평균 이하였습니다" 에릭슨이 속했던 소대의 한 병장이 증언했다. (p.157)



강간하기를 거부한 남자는 사내가 되지 못한 남자라니, 사내가 되는 일이 고작 강간으로 증명되다니. 그런 게 사내라면, 그렇게 증명되는 게 사내라면, 사내들이여,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거 아닙니까. 그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강간하기를 거부하면 평균 이하의 사내라니. 평균이란 무엇이며 사내란 무엇인가.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못났으면 강간함으로써 남성성을 드러내. 남성성을 고작 그것으로밖에 못드러내? 너무 찌질하고 너무 못나지 않았어? 세상 한심하다. 그게 남성성이야?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남성성은 없어져야 마땅하다. 멸종하라.



전시에 강간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강간과 일상이 나란히 쓰이다니, 이 얼마나 좆같은 세상인가.



3소대 분대장이었던 존 스메일은 (강간)이야기를 꺼리는 이유에 대해 철학적인 설명을 내놨는데, 허시는 깊은 충격을 받아 그 말을 고스란히 인용했다. 스메일은 "강간은 일상사"라고 말했다. "강간 얘기를 꺼내면 여기 안 걸릴 사람이 없어요. 누구나 최소 한 번은 했으니까요. 이봐요, 이 친구들도 인간이에요." (p.160)



인간이라서 강간을 최소한 한 번은 할 수 있다니,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짓이니 봐줘야 한다니... 남성성이란 무엇이며 사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대체 남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란 무엇이며 남자들이 생각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그렇다. 남자든 여자든, '안되는 것 같은데'를 장착하는 사람, 장착할 수 있는 사람. '이건 아닌 것 같다'를 본능적으로 알고 그렇다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 있는 사람.


내 옆에 남자가 다른 여자를 강간하려고 할 때, '어,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그러면 안돼' 라고 말할 수 있는 거. 그게 인간인 거 아닌가. 그게 인간 아니야? 어떻게된게 '인간이니까 뭐' 하면서 그걸 넘길 수 있는거야? 당신들이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건 살면서 한 번쯤 강간은 해볼 수 있는 거야? 그게 인간인거야? 나는 그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하고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고 싶지가 않다. 멸종하라.



연일 보도되는 사건 의 뉴스들을 보노라면, 남자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르고 산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더 최악의 것을 매일 갱신한다. 전쟁 중의 강간에 대해 읽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때의 강간이 그보다 덜 힘들게 읽히는 것도 아니다. 학원 원장이 미성년자 학원생을 강간한 후에도 가장 이라는 이유로 풀려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다. 미성년자를 강간했지만 떡볶이를 사줬다고 화대를 지급한 거라는 나라가 이 나라다. 미성년자가 강간당했지만 애초에 인터넷으로 만난 여자 아이가 잘못이라고 댓글 다는 나라가 이 나라다. 이 나라의 지금과 전쟁 중의 군인들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나?




이 책은 12장 까지 있는데 나는 고작 3장까지만 읽어냈다. 남은 시간은 이 책 읽기에 열중해야 1월 안에 끝마칠 수 있을 것이다. 속도가 더뎌 좀 초조하지만, 11월도 12월도 완독해냈으니 1월도 할 수 있을 것이다. 1월 도서 열심히 읽고 2월로 가면 2월 도서도 열심히 읽어야지. 오늘은 2월 도서들을 주문할 예정이다.



자, 같이 읽는 여러분, 열심히 진행중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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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1-21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자는 서문에서 3장을 제일 심혈을 기울였다. 3장 작업이 제일 자랑스럽다,고 말했는데, 저도 3장이 제일 힘들더라구요.
저번보다 더 힘들어서 이번에는 3장은 살짝 스킵해버렸어요. ㅠㅠ
같이 강간하지 않는 남성에 대한 모멸과 무시하는 말을 읽을 때마다, 악에 대한 동조를 격려하는 그런 말을 읽을 때마다
인간 본성의 끝없는 악랄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저도 부지런히 읽을께요.

다락방 2019-01-21 12:06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서문에서 3장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썼던 게 기억나더라고요. 읽으면서 아이고, 진짜 기 빨리는 작업이었겠구나 싶었어요. 전쟁은 강간범들에게 면죄부가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 전쟁중에 우리는 이정도는 해야지, 우리도 인간이잖아, 하면서요. 아 너무 끔찍합니다. 단발머리님이 3장을 재차 읽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스킵하세요 ㅠㅠ 저는 이제 4장 읽을 차례인데, 4장 읽는다고 뭐가 좀 나을까 싶어요. 이 책도 아까 목차를 보니, 마지막에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블랙겟타 2019-01-2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3장을 읽기가 어려운 챕터였군요. ㅜㅜ
저도 단발머리님처럼 인간이란게 무엇인가.. 라는 의문도 들기도 하고요.. ㅜㅜ
(일본 특유의 시니컬함이 들어있긴해도..) 문득 떠올렸던 것이 일본 만화 ‘기생수‘의 대사인
˝「악마」라는 단어를 책에서 찾아봤는데.. 가장 그것에 가까운 생물은 역시 인간인 것 같아..˝
이네요.
그럼에도 이 순간에도 과거보다 조금씩 진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만
어떨땐 너무 미미한 속도가 야속하게 느껴지네요.

그러고 보니 1월이 10일채 안남았는데 저도 반도 못읽었네요. 조금 더 속도를 내서 읽을께요!

다락방 2019-01-22 13:22   좋아요 0 | URL
저 어제 4장 조금 읽었는데, 4장이라고 해서 뭐 쉬워지진 않더라고요.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여전히 힘들게 읽고 있습니다. 자기전에 읽는 중이라 맨날 잠이 쏟아져서 몇 장 못읽고 자요. 그런데,

헉... 10일도 채 안남았나요? 오 마이 갓..
저도 속도를 내서 읽어야겠네요. 으앗.
아무래도 내일 부터는 출퇴근길에도 들고 다녀야겠어요. 겁나 무거운 책이지만..
그래야 1월안에 다 읽기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블랙겟타님 힘내서 읽읍시다!

공쟝쟝 2019-01-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소심)..... 오늘 제대로 시작해요................ (1월에 개인사가 많아서.. ) 밍기적...

다락방 2019-01-27 10:48   좋아요 0 | URL
저도 주말 내내 앓느라 못읽었어요 ㅜㅜ 저는 제주도까지 들고와서 앓았다는 ㅠㅠ

공쟝쟝 2019-01-27 11:03   좋아요 0 | URL
저도 저번주 내내 제주도였는데!!
앓지마용 락방님 ㅠ0ㅠ//~
 

한번씩 책이 잘 안읽히는 때가 온다. 책이 잘 안읽히고 그래서 별로 읽고 싶지도 않은 그런 때. 내게는 요즘이 그런 때인지라 책을 못읽고 있는데, 그럴 때 만난 책은 당연히 진도가 안나가고, 그렇다면 이 책과 내가 만날 운명이 아닌건가.... 싶어지면서, 책이 먼저 안좋아서 나에게 책 안읽히는 때가 온것인지, 하필이면 책 안읽히는 때에 이 책이 내게로 온것인지...뭐가 먼저인지를 모르겠는 뭐 그런 상태이다. 게다가 어제 퇴근길에는 심지어 책을 회사에 두고 갔어. 음... 지하철 안에서야 비로소 가방 안에 책이 없다는 걸 알고는 음... 이것은 읽기 싫은 나의 무의식의 반영.. 같은 것인가..... 라고 생각했다. 읽기 싫다는 나의 저 깊은 안 쪽의 생각이 책을 안챙기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음....


아무튼,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그러나 포기하는 책은 바로 이것이다. 그래, 나는 포기를 택했다. 이 책을 읽기를 중단하자. 다른 재미있는 책을 읽자. 그래야 책 읽기를 지속할 수 있다...


















2018년만해도 내가 베트남에 몇 번을 갔지? 세 번 갔나, 네 번 갔나?

아무튼 내가 베트남을 여러차례 다녀오고 베트남 또 가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베트남의 문학을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딱 골라잡았는데, 이 책이 진도가 안나가는 거다. 아아, 진도가 안나가는 거 붙잡고 있지 말고 과감히 내치자. 지금은 때가 아닌 것이야... 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이 책의 잘못일런지도 모르겠다.




장군은 부인의 말을 못들은 척했습니다. 그녀는 아이 다섯을 낳은 후에도 주판을 튕기는 듯한 사고방식, 훈련교관의 척추, 처녀의 몸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1권, p.12)



처녀의 몸..

처녀의 몸..

아이 다섯을 낳았지만 처녀의 몸.....



언어에는 힘이 있다. 그 단어가 가진 고유한 힘. 이 책에서 '아이 다섯을 낳았지만', '처녀의 몸' 이라고 하는 순간, '처녀의 몸'이라는 워딩을 내뱉어 버리는 순간, 그 반대의 언어를 떠올리게 한다. 뭐야, 칭찬의 의미로 처녀의 몸을 썼으면, 반대되는 건 아줌마의 몸이라는 거야? 처녀의 몸이란 워딩을 내뱉는 순간 처녀를 올려침과 동시에 처녀가 아닌 사람을 내동댕이 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처녀와 아줌마, 여성 모두에 대한 혐오가 저 안에 들어있는 거다. 그렇다면 올려침이 칭찬이라 볼 수 있을까? 처녀의 몸이라고 내뱉어 버리는 순간 그것은 혐오가 된다. 여자의 몸을 처녀의 몸이라고 칭하는, 묘사하는 순간 그렇지 않은 몸도 생겨버리기 때문에. 하아. 처녀의 몸이라니.. 화자는 만약 그런 몸이 아닌 여자를 본다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또 어떻게 내뱉을까?


처녀의 몸이라니... 맙소사..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읽으려고 했다. 그렇게까지 의욕이 없진 않았어. 아아, 이런 거 일일이 걸고 넘어지면 나는 정말 세상에 읽을 책이 없을거야... 그렇게 읽어나가다가, 아니, 씨부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 이 욕 안하기로 했는데 ㅠㅠ) 이런 문장을 만나고야 만것이다.




우리가 떠날 때쯤 마침내 비가 그쳤습니다. 뇌수종 환자 같은 해병대원 3인조가 여자의 질처럼 어두컴컴한 곳에서 비틀비틀 걸어 나왔을 때, 우리는 습지의 어귀에서, 그러니까 노천 맥줏집의 출구인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뒷골목에서 마지막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1권,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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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문체가 조용하고 차분해서 내가 좋아라 하는 타입이다. 나는 방방 뜨는 가벼운 문체를 싫어하기에 이런 문체는 내가 좋아라 하는 성질의 것이야. 그런데, 처녀의 몸은 넘어가려고 했는데, 여자의 질처럼, 이라니. 하아-

나는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봤다. 작가는 2016년에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비롯해서 이것저것 상도 많이 받았더라. 어둠에 대한 묘사를 고작 여자의 질처럼이라고 하는 작가... 어둠을 묘사할  때 생각나는 게 여자의 질밖에 없었나. 도대체 나는 이런 묘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식의 묘사를 할까? 그 머릿속엔 뭐가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걸까? 어둡구나, 여자의 질같다...이런 생각하나? 어떻게 어둠에서 여자의 질이 연관될까? 어느날 섹스중에 상대의 여자의 질을 들여다 보았더니 어두웠나? 아, 이곳은 어둡구나, 좋은 비유를 할 수 있겠어. 뭐 이런 생각한건가? 세상에 내놓는 글에 여자의 질처럼.. 하아- 나는 이 문체가 좋고 소설이 우아할 것 같아서 계속 읽고 싶었는데, 뭐랄까, 그냥 맥이 툭, 끊겨버린 것 같다. 소설의 흐름에 이 부분은 지극히 사소하고 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러니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무시하고 넘어갈만한 걸 도대체 왜 써놨는가.


잘가요, 동조자, 나는 당신을 포기합니다. 베트남 소설 어떤건지 읽어보고 싶은데 지금은 이걸 읽을 기운이가 없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소설이고 책인데 이렇게 턱 걸리는 걸 읽어낼 자신이 없어. 모르겠다. 내가 지금 책을 잘 못읽겠는게 이 책의 영향인지, 이 책이 하필이면 이럴 때 내게 걸려든건지.


굿바이-







그래서!


영화를 봤다. 하하하하하. 이거 개봉했을 때 되게 보고 싶었는데 놓쳤다가, 어제 옥수수에 무료로 떴길래 오오? 하면서 보았는데, 와,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면서 너무 무서워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adrift


'표류하는' 이라는 뜻의 단어. 그러니까 이 영화속에서 여자 주인공 '태미'는 표류한다. 아.. 그 외로움과 허기, 육체적 고통 앞에 내 신경줄이 진짜 타다닥 끊어져버리는 줄 알았어.


'태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와 여행하며 다닌다. 여행 하는 틈틈이 일을 하고, 그 돈으로 세계를 돌고 있는 중. 그렇게 다시 너무 좋았던 타히티 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마찬가지로 여행이 삶이고 삶이 여행인 남자 '리차드'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리차드는 자신이 직접 요트를 만들어 그 요트를 타고 항해를 하며 살고 있다. 하아- 나는 예고편으로 그냥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같이 여행하고..뭐 그런건줄 알았는데 여자가 바다 위에서 표류하며 버텨내는 걸줄은 몰랐어. 너무 힘들었네 진짜 ㅠㅠ


아무튼 리차드와 태미는 사랑에 빠지고, 둘다 여행을 좋아하는만큼 함께 항해하기로 한다. 아니, 왜 하필 항해인가. 진짜 이것도 맞아야 하는거지, 나는 내가 아무리 사랑하는 남자가 우리 항해하며 살자 라고 하면, 그것이 설사 프로포즈라 한들 '아니'를 말하겠다. 바다 위에서 얼마가 될지 모르는 시간을 지내는 것도 싫고 항해하는 내내 나와 그와 둘이서만 있는 것도 싫다. 나는 사랑도 연애도 좋고 즐겁고 행복하지만, 세상이 필요해. 내 집안에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와 웃고 이야기하는 시간도 너무 소중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 친구를 만나고 마트에 가고 커피를 마시고 도서관에 가고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내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항해를 하면 그 사람하고 나랑 둘이서만 계속 붙어 있어야 되는건데... 아니, 난 못해. 내가 아무리 당신을 사랑한다해도 그렇겐 못해. 자신의 요트로 홀로 항해하던 남자라면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 게다가 남은 삶도 그렇게 살아갈 사람이라면 진짜 노땡큐..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사는 삶과, 사랑하는 사람 없이 세상과 사는 사람 둘 중에 택하라면 나는 고민없이 후자인 것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디에서 살아도 누군가를 만들 것이다. 좋은 이웃을 만들고 좋은 지인을 만들것이야. 왜냐하면, 그걸 내가 원하니까. 



리차드와 태미는 항해하며 보내기로 하면서 우리 어디갈까, 여기 가볼까 저기 가볼까 그러던 와중에, 한 미국인 노부부로부터, '우리 요트를 미국까지 갖다 줘, 돈 주고 돌아오는 항공권 1등석으로 끊어줄게' 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노부부는 갑자기 영국에 가야하는 상황이고, 자신들의 호화요트를 미국까지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리차드는 태미에게 말했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 당신을 만났는데, 놓치고 싶지 않아."


지구를 반바퀴 돌아 당신을 만났으면 놓치면 안되는거야, 밥통아. 보고있냐?



아무튼 그렇게 리차드와 함께 이 호화요트를 타고 미국으로 가기 위한 항해를 시작한다. 그러다 허리케인을 만나게 되고...



사라진 줄 알았던 리처드가 저기에 있는 걸 발견하고 열심히 헤엄쳐서 그를 망가진 요트 위로 끌어 올린 뒤, 태미는 살기 위해 노력한다. 리처드는 이미 갈비뼈가 부러지고 다리도 부러져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 넓은 바다 위에서 태미 혼자 좌표를 계산하고, 배를 몬다. 남은 식량을 찾고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애를 쓰는등 살아남기 위한 모든 행동을 태미 혼자서 해야 한다. 리차드는 꼼짝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음식도 다 떨어지고, 태미는 살기 위해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는다. 그렇게 홀로 바다 위에서 41일간 표류하다 그녀는 커다란 배를 만나 구조된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태미는 지금도 여전히 항해중이라고 한다.



홀로 바다 위에서 식량을 마련하고 좌표를 계산하며 내가 지금 어디쯤 있나 생각해보고(방향키가 고장난것 같아!) 또다시 닥쳐올 폭풍에 대비하는 태미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루를 또 하루를 버텨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오늘 아침 출근길에 태미와 리차드가 폭풍우를 만나는 장면에서 너무 무서운거다. 춥고 외롭고 무섭고.. 그보다 더 무서운 건 바다 위에 홀로 남게된 태미였다.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야하는 태미. 그렇게 혼자 살아남는 태미. 포스터 보면 무슨 세기의 로맨스..같은 걸로 얘기해놓은 것 같은데, 뭐, 사랑이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것은 여자 혼자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그 넓은 바다 위에서. 아, 진짜 .. 너무 무서웠다. 그 고독이. 



살아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버티고 살아줘서 고마워요.



동조자는 1권의 33쪽 까지 읽고 그만 읽기로 결정하고 다른 책을 오늘 들고왔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어제 사온 앙버터가 남아 있다. 앙버터 먹어야지. 사실은 이미 먹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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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01-18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따금씩 그런 고민을 할때가 있어요.
평소에 참 좋아하던 방송인, 정치인.. 혹은 지인인데 젠더의식이 결여된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보고 있자니
와~ 이 사람은 좀 아닌데? 이 사람의 이런 생각까지도 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었어요.
그 사람의 어떤 면(탁월한 감각, 언변, 지적능력)을 보고 좋아했지만 어떤 면(결여된 젠더의식)에서는 도저히 동의를 못한 경우에 과감히 떨쳐낼 수 있을까? 그런거를 일일히 다 하다보면 진짜 좋아할 사람은 적어지고 방송도 들을 것이 없게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 끝에 그사람에게 품었던 애정을 단칼에 떨쳐버릴 수는 없겠지만 서서히 멀어지는 훈련(?)을 통해 결국은 포기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일상에서 누구에게 아픔을 주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하게 만드네요.

다락방 2019-01-18 12:17   좋아요 1 | URL
평소에 좋아하던 사람으로부터 어떤 실망스런 언행을 목격하게 됐을 경우, 저 역시도 고민을 합니다. 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그런데 뭔가 어떤 넘지말아야할 선 혹은 자신만의 기준 같은게 있잖아요. 저와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걸 좋아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살아온 환경이 다를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편이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건 얘기가 다르죠. 뭐랄까, 이건 안된다, 가 확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 저는 서서히 멀어지기 보다는 확- 정나미가 떨어지더라고요. 결여된 젠더의식은 제게 넘지 말아야할 선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놓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습니다. 너무 좋아요!

그나저나,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는 열심히 읽고 계십니까? 네?

블랙겟타 2019-01-18 14:30   좋아요 0 | URL
어쩌면.. 제가 아직도 나이브한 생각을 가진 걸 수도 있겠네요..

아.. 네!. 감기때문에 이번주는 조금 늦게 읽어서 이제야 막 올리게 되었네요. ^^;;;

clavis 2019-01-2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앙버터 맛있겠네요.락방님의 솔직함에 만세를 불러봅니다.

다락방 2019-01-21 09:31   좋아요 1 | URL
앙버터 맛있어요! 비록 버터를 덩어리째 씹어 엄청난 고칼로리이긴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평일 퇴근 후에 뮤지컬은 괜히 예매해놔 가지고 어제 가는 길부터 너무 피곤하고 짜증이났다. 게다가 파운드케익이 너무 먹고 싶어지는 바람에 가는 길에 제과점에 들러 파운드케익도 샀어. 공연 끝나고 사면 가벼운 발걸음이었겠지만, 공연 끝나면 거의 열한시가 될텐데 문 여는 제과점은 어디에 있을 것이며, 있다한들 빵이 남아 있을 것인가... 생각하니, 퇴근 하면서 사는 게 정답이다. 제가 이렇게 계획적인 사람입니다, 여러분.


아무튼 파운드 케익과 맥주 오백미리 두 캔이 든 쇼핑백까지 들고나니(맥주는 사정이 있어서 들고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니까 패쓰), 한 손엔 책이 들어있는 가방과 한 손엔 파운드케익, 맥주 들어있는 쇼핑백... 아오... 개힘들어 ㅠㅠ 그렇게 나는 공연을 보러 간 것이다.


글을 쓰기에 앞서,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제게 가라고, 가면 좋을 거라고 얘기해주셨던 트위터와 알라딘의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복받으실 거예요. 가길 정말 잘했거든요. 아이쿠야 좋구먼... 인터미션에 언제껄로 '또' 예매할까, 들여다볼 지경이었어요. 그간 제가 봤던 뮤지컬들중 최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라고 해주셨던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일단 원작을 진작에 읽어두고 가길 잘했다. 만약 원작을 읽지 않고 뮤지컬을 보았다면, 책의 내용도 그런 줄 알고 몹시 실망할 뻔 했어.

그렇다. 내용적으로는 별로였다.

왜 굳이 원작에 없던 로맨스를 끼워넣었을까, 왜 선과 악의 대비를 여자 캐릭터를 통하여 표현하고자 했을까.

선한 지킬 박사가 사랑하는 귀족 '엠마'가 있고 악한 하이드가 선택하는 거리의 여자 '루시'가 있다. 너무나 전형적인 캐릭터이며 심지어 굉장히 납작한데, 엠마는 지고지순하며 언제나 지킬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 루시는 거리의 여자로 살다가 지킬이 자신을 구원해준다고 생각하는 사람. 하아- 왜, 지킬로부터 구원받는가, 구원받길 원하는가. 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해주는 서사가 진짜 너무 싫다. 연인으로부터 구원받는 것도 너무 싫고 상대가 누가 됐든 구원받는 서사 너무 싫어. 특히 구원을 바라는 건 더 싫어. 루시는 선한 지킬을 만나고 나서는 '내가 진작에 저 사람을 만났더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텐데' 부터 시작해서 '지킬박사가 나에게 새 삶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구원하는 일은 가능하다.

한 사람이 다수를 구원하는 일도 가능하고. 그런 일은 없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저 사람이 나를 구원해줬다'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혹은 '저 사람은 나를 구원해줄거야' 하는 순간, 우리는 상대에게 짐을 지움과 동시에 상대에게 얽매이게 된다. 평등한 일대일의 관계가 되기 어려운 것. 구원을 바라고 구원이라 생각한 순간 우리는 상대에게 사랑이 아닐지도 모르는 사랑까지 품게 되고, 상대의 힘이 절대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가장 절대적인 힘을 가진 자는 구원의 탈을 쓰고 오는 법. 가스라이팅과 구원 역시 가깝게 붙어다닌다. 나는 특히나 남녀 사이에서 구원 운운하는 걸 진짜 싫어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루시는 다른 남자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지킬로부터 치유하게 되는건데, 하아- 그만하자.


아마도 원작에 없는 로맨스 얘기를 굳이 껴넣은 건 뮤지컬이라는 극의 특성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따로 부르는 노래에서도 같이 부르는 노래에서도 여성들의 목소리가 합쳐져야 했던 게 아닐까. 특히나 결말의 결혼식 부분은 뭐랄까, 가도 너무 갔다 싶고 ㅋㅋㅋㅋ 아무튼.



그러나 뮤지컬은 정말 좋았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할 때 와- 진짜 너무 좋았어서, 보러 오길 잘했다고 계속 생각했다. 무대도 좋았고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마지막에 홀로 무대에서 지킬과 하이드의 싸움을 연기하는 건 압권이었어.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이 배역을 탐내겠구나 싶은 거다. 뮤지컬 배우로 태어났으면 지킬 과 하이드 연기 한 번쯤은 해봐야지! 뭐 이런 기분? 그 에너지가 활활 타오르는 게 전해져서, 저 배우는 오늘 집에 가서 뻗겠구나... 싶었다. 기절하겠어...


나는 힘을 느끼는 게 좋다. 고대하던 <지금 이 순간>을 들을 때, 역시나 나는 ㅋㅋㅋㅋㅋㅋㅋㅋ제일 처음 들은게 콘서트에서 임태경이 부른 걸 들어서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태경이 제일 좋다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어제 배우가 지금 이순간 부르면서 팔에 힘을 똭 주고 휘두를 때, 그 힘이 느껴지면서 엄청 매력적인 거다. 힘.. 힘 너무 좋아. 내가 힘을 좋아해서 근육을 좋아하는 것인가보다... 힘이여, 근육이여...... 난 뭔가 그런 약간 짐승 같은 느낌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일전에 영화 《트와일라잇》에서도 뱀파이어 가족이 다같이 으르렁- 할 때 자지러지게 좋아했더랬다. 으르렁은 너무 좋아. (아, 아이돌의 으르렁은 안좋아합니다) 뭔가 스읍- 으르렁- 크릉- 하는 거 너무 좋아. 나는 부끄럽지만, 솔직히, 으르렁 로망도 있다. 더 쓰면 19금 이므로 여기까지만..



악으로만 이루어진 '하이드'는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 아니, 근데.. 왜죠... 왜 통쾌한 살인을 넣죠. 나는 살인을 저지르는 악인 하이드를 보아야 하는데, 악을 처단하는 하이드를 본다. 명색이 '주교'이지만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는, 미성년자에게 변태행위를 하는 지저분한 놈을 하이드가 처단하는 거다. '화요일에 저 아이의 첫남자가 되겠다'는 욕망에 눈이 먼 주교를 하이드가 죽여버리는데, 와, 나는 너무 좋았어? 그래, 죽여라, 죽여버려!! 이 세상에 수많은 성범죄자들중에 한 명 죽은 거라면 너무 적다. 나는 성범죄자만 찾아가서 엄벌을 내리는 여성영웅이 나오는 영화를 원한다. 그 영화가 흥행하고 시리즈로 만들어지고 비슷한 작품이 계속 나와서, 저절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성범죄 저질렀다가 죽을 수도 있지' 같은 거 좀 알게 됐으면 좋겠어. 자, 다시 지킬 앤 하이드로 넘어가서.



지킬은 점점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악의 힘에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그 악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없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죽음을 택하는데, 죽어가는 지킬을 품에 안고 그의 약혼녀 엠마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편히 쉬세요."



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편히 쉬세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뭘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입해 봤다. 나는 그가 죽어가는 와중에 편히 쉬세요 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뮤지컬에서 그러한 것처럼,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스스로의 문제로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어했다면, 살아있는 것이 괴로웠다면, 내내 스스로와의 싸움으로 지쳐있었다면.... 그렇다면 그가 죽음을 택했다고 해서 내가 원망할 순 없는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어쩌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도 '편히 쉬세요'가 아닐까. 당신 여기에서 너무 괴롭고 힘들었지, 고통스러웠지. 이제 그 곳에서 편히 쉬어요.



그러나, 그 다음은? 그 후의 엠마는?



나는 알고 있다. 그가 고통스러웠음을. 그에게 죽음이 오히려 더 편할 수 있음을. 그래서 그에게 편히 쉬라고 작별인사 까지 했다. 그러나 나는 그의 고통의 순간들이 끝나고 나에게 다시 오기를 기다려왔는데, 그런 그를 믿고 여전히 그의 옆에 있기를 선택했는데, 그렇게나 사랑했는데, 그런데 그가 이제 이 세상에 없다면.... 그가 다른 세상에서 편히 쉴 거라는 생각에 안도할 수 있지만, 그러나 내 마음은? 그가 없는 나는? 나는 어떻게 될것인가... 나의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될것인가. 불쑥불쑥 외로움과 그리움이 치밀 때마다, '괜찮아, 그는 저 세상에서 편안할 테니까' 하며 나를 다독이는 게 가능할까? 그게 될까? 엉엉 울다가 눈물이 마를 때쯤 그리움과 외로움도 옅어지게 될까? 그 후의 엠마는, 그 후의 나는... 어떡하지?




뮤지컬이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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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1-1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밤 8시부터 우리집은 <지킬앤하이드> 무대가 된듯 ..... 박은태, 홍광호, 조승우, 임태경, 카이의 <지금이순간>을 감상하고, 달뜬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를 열창하고 말았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스토리보다 노래에만 집중해서 그랬는지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지킬과 하이드가 오가며 노래하는 그 장면만 또렷합니다.
저도 어제 인터파크 들어가서 전수 조사해보았으나 홍광호 표를 구할수 없어 마구 실망했다고 합니다.

다락방 2019-01-17 11:48   좋아요 0 | URL
아이참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그 부분 좋아해요.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 물론 제일 좋은 부분은 ‘신이여, 허락하소서!‘ 입니다. 그 부분에서는 저도 모르게 간절한 마음이 되어 항상 허락해달라고 같이 외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원작을 읽고갔던 게 너무 좋았어요. 뮤지컬을 먼저 봤어도 원작을 읽었겠지만 말예요.

저 어제 박은태로 처음 지킬앤하이드 를 만났는데, 이 사람 너무 잘하는 거예요!! 너무 멋있어요. 선과 악을 오가면서 노래하는 클라이막스에서 진짜 너무 멋있어서. 에너지 완전 파워뿜뿜. 그래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표현할까 싶어 보고싶기도 하지만, 처음본 박은태만 할까 싶어서 다시 박은태로 보고 싶기도 하고... 엄마랑 같이 보고 싶은데 엄마는 박은태 보여드리려고요. 같이 가서 봐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19-01-17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쓰면 19금 이라는 부분에서 눈을 번쩍 뜬 저는.. ㅋㅋ
박은태 좋죠 그쵸~~
이야기와 노래와 춤과 볼거리들을 다 담아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남주인공 서사에서는 여성캐릭터가 납작해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레베카>와 <엘리자벳> 강추합니다~ 옥주현으로 보세요 옥주현 짱짱

다락방 2019-01-17 13:32   좋아요 0 | URL
박은태 좋더라고요! 저 오전에 또 예매했어요. 엄마랑 둘이 보러 가려고요. 박은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본 걸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후훗. 엄마는 그전에 뮤지컬 보신 적이 없어서 엄청 신기해하실 것 같아요. 같이 볼 생각에 설레이네요!

저도 지킬앤하이드 의 여주들이 남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뭐랄까, 너무나 전형적인 여자들이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극의 재미를 위해 여주를 그렇게 납작하게 만드는 게 한계라면, 그걸 좀 바꿔나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지킬은 너무 멋진 캐릭터지만 상대적으로 여자들은... 그 점이 너무 아쉽더라고요.

<레베카>는 책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뮤지컬도 기대되기는 해요. 레베카도 꼭 보러가야겠어요. 저는 <파리의 노트르담>도 보고 싶더라고요! 아아, 보고싶은 건 왜이렇게 많은지요?!

독서괭 2019-01-17 13:42   좋아요 0 | URL
전 레베카는 책보다 뮤지컬이 더 재밌고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