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읽고 계신거죠? 그런거죠? ㅎㅎ


저는 어제 1장을 읽었는데요, 무지개색연필로 또 박박 밑줄을 그었습니다. '거나 러너' 세상 똑똑하다..감탄하며 읽었어요. 지금은 책을 가져오지 않아서 페이퍼를 쓸 순 없지만, 주말쯤 페이퍼 하나 올릴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읽고 계신거죠?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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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음성 지원 되는 사람.... 저 하나 아니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읽고 있어요^^

여러분도 읽고 계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13 1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늘 글 많이 쓰네요. 저 지금도 페이퍼 하나 또 쓰고 있어요. 아유 다 써야 일이 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읽고 계시다니 너무 좋고요! 저는 주말쯤에 페이퍼 하나 쓰겠습니다. 필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3-1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요.. 아직..
저 이제...읽기 시작... ㅠㅠㅠ

마지막 문장에 제일 뜨끔한건 저네요 ㅠ
2월부터 시작이 느려지고 쓰는것도 많이 못쓰고 있는데요 남은 3월동안 부지런히 읽고 쓸려구요.. :))
다락방님 글도 기다릴께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9-03-15 09:20   좋아요 1 | URL
아, 그나저나 3월의 절반이 가버렸는데 저도 1장 밖에 안읽어서 큰일이네요. 남은 시간에 열중해야겠어요. 저는 1장 읽었는데 이 책도 쉬이 읽히질 않더라고요. 1장이 어려우면 뒤는 어떨지...

블랙겟타님, 부지런히 읽고 씁시다. 퐈이야~!

공쟝쟝 2019-03-1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사서 딱 꽂아놨어요!!!!!!!!!!!!!!

다락방 2019-03-15 09:20   좋아요 1 | URL
베리 굿! 쟝쟝님 럽럽~ ♡
 
















젠더 폭력으로서 ‘몰카‘와 성폭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 피해여성이 ‘죄인‘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강간 범죄에서나 ‘몰카‘ 범죄에서나 문제화되는 것은 ‘가해자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가‘가 아니라 피해자의 처신이다. 둘째,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 사실 자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오히려 피해 사실을 숨긴다. ㅂ씨 피해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스스로 ‘ㅂ씨와의 성관계를 찍은 몰카를 가지고 있다‘며 언론에 범죄 사실을 알렸으며, ㅂ씨는 사건 발생 초기에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는 강간범이 강간 피해여성에게 ‘강간 사실을 가족·주변 등지에 알리겠다‘며 협박하고, 피해여성은 이를 숨기기 위해 가해자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메커니즘과 똑같다. 범죄는 가해자가 저질렀으되, 사회적 처벌은 피해여성을 향한다. (강김아리, p.135)




셋째, 강간과 ‘몰카‘의 정치적 효과는 일반 여성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만들어, 일상적으로 여성의 몸을 규율, 통제한다. 이제 여성들은 공중 화장실이나 공중 숙박 시설을 이용할 때 ‘몰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에 대한 주변의 반응과 처벌 과정은, 잠재적 피해여성들에게 ‘이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기제가 없으며, 당하는 사람만 피해를 보는 것이니, 미연에 알아서 조심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즉 ‘ㅂ씨 비디오‘의 존재 자체가 일반 여성들에게 일종의 ‘경고‘이자 ‘본보기‘인 것이다.
강간 문제에서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남성의 폭력성‘이 아니라 ‘여성의 몸‘이었듯이, ‘몰카‘ 역시 여성의 몸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만든다. 강간과 ‘몰카‘, 그것은 여성들 스스로 종속을 체화하게 하는 가부장제적 공포와 통제의 수행자이다. (강김아리, p.136)





내가 읽은 건 2003년에 나온 구판이고, 링크된 책은 2018년 개정판이라 쪽수가 일치하는지는 모르겠다. 어제 승리와 정준영 사건을 보면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2016년 정준영 동영상 사건이 드러났을 때 정준영은 무혐의라고 계속 예능에 나왔고 또 지금도 나오고 있다. 그때 내가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을 읽으며 다니진 않았지만, 아마 많은 남자들이 정준영이 '당했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나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자들은 '무혐의가 무혐의가 아닐 것이다'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불법촬영의 피해자가 괜히 그걸 고소할 리가 없으니까. 불법촬영 당했다는 혹은 성추행, 성폭행 당했다는 고소를 여자들이 대체 무슨 '이익'을 보자고 괜히 하겠나. 그 무혐의를 지켜보며 피해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러고도 정준영은 예능에 계속 나와서 웃으며 돈을 벌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는 피해자는, 아니 피해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피해자 중에는 자신이 찍힌 걸 뒤늦게 알고 '고소안할테니 유포만 하지 말아라'고 말하기도 했던데, 그렇게 말을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정말이지 분해서 미치겠다. 왜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드러내기 겁내야 하고 숨어야 하는가. 그동안 이 사회는 어떻게 유지되어온 것인가.



그나마 이렇게 심각하게 인식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나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이 불법촬영 하지 말라고 길에 나가 크게 소리질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랬기 때문에 지금에 이른 게 아닐까.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마 저런 단톡방은 숱하게 많을 것이다. 불법촬영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공유하는 단톡방. 남자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학생들 사이에도 숱하게 존재하는 단톡방이겠지. 부디 이번에 저 단톡방에 있던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아 죄에 맞는 벌을 받는 걸 보고싶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지금 이 나라에 존재하는 수백 수천개의 단톡방들을 더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저 단톡방에 있던 그 누구도 텔레비젼에 더이상 얼굴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나와서 반성했다며 눈물 흘리고 또다시 웃으며 돈을 잘 벌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래가 좋아서', '연기를 잘해서'라는 핑계로 그들이 여전히 잘 살 수 있음을 보여줘서는 안된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하는 이들을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만큼 연기하고 그만큼 노래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이 아니면 안되는 게 아니다.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들이 보는 텔레비젼에 나와서 재능을 뽐내는 일따위 해서는 안된다. 사실 뭐 재능 따위, 남자라는 것 말고 별 거 있는 것 같지도 않지만.




어제 저녁 퇴근 무렵만 해도, 사랑의 묘약 다 읽었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말랑해진 마음으로 페이퍼써야지, 했는데, 저 지독한 한남들의 뻔한 단톡방 불법촬영 사건을 보고 너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최근 책읽기에 또 집중 못하는 타이밍이구먼, 하고 있었는데, 더 가열차게 읽어야겠다. 작년에 친구와 나는 성폭력에 대해 더 파고들어보겠다, 라는 얘길 나눴더랬는데,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말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만큼 힘을 보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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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9-03-12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준영이 그런일이 있었군요. 그럼에도 계속 TV에 나올 수 있었다니요....

메모해 둡니다.
˝젠더 폭력으로서 ‘몰카‘와 성폭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 피해여성이 ‘죄인‘으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 ...둘째,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범죄 사실 자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오히려 피해 사실을 숨긴다....셋째, 강간과 ‘몰카‘의 정치적 효과는 일반 여성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만들어, 일상적으로 여성의 몸을 규율, 통제한다.˝

다락방 2019-03-12 08:37   좋아요 2 | URL
네, 정준영을 티비에서 보는 피해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것만 생각하면 진짜 가슴이 폭발할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9-03-12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두 번째 문단이요.
강간과 몰카가 여성들에게 ‘공포‘를 조장해 여성의 몸을 규율, 통제한다는 문단 읽으면서 <캘리번과 마녀>가 다시 떠오르네요. 마녀사냥의 대상은 대부분, 사실은 거의 전부가 여자였고, 마녀=여성 이었기 때문에, 마녀가 고문당하고 공개적으로 참수되고 화형당할 때 여성들이 겪었을 공포와 두려움이 여성들을 얼마나 압박했을지 말했던 그 문단이요.

특별히 나쁜 놈이었다기 보다는 보통의 나쁜 놈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쉽게 꼬시고 여자에게는 사귀는 거라 말하면서 관계를 갖고.
그 이야기를 단톡방에서 나누고, 자랑하고, 동영상을 공유하고. 그 친밀함과 우정에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에요.
다시는 못 나오게 해야지요.

다락방 2019-03-12 11: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캘리번과 마녀]에서는 그런 말도 했죠. 마녀를 숨겨주거나 편을 드는 사람까지도 벌을 내렸기 때문에 다들 하나같이 마녀몰이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단톡방에서의 그들은 모두들 하나되어 여자를 물화해 줄겼어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는 듯, 잤어, 라는 말에 ‘영상은?‘ 되묻는 그 대화라니. 자신들이 지금 여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 없이,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화가 나요, 단발머리님.

저 역시 그들이 ‘특별히‘ 나쁜 놈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보편적 나쁜놈이었을 거예요. 자기들끼리는 나쁜놈이라는 생각도 안했을 거고요. 그냥 평범한 놈들. 그런 놈들은 아직 많고도 많을 거에요.

2019-03-12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3-12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우연히 sbs뉴스를 보다가 정준영사건을 접했어요.
1박2일에서 그의 모습을 봤던게 불과 이틀 전입니다.

단발머리님 말대로 이 친구가 특별한 쓰레기라고 생각되지 않고 ‘보통’쓰레기라는 것이에요.

보통의 남자들까지 만연한 이 풍토(친구들끼리 여자들 상대로 얼평, 몸평하며 낄낄거리는 것)가 결국 지금 살고 있는 남성중심주의의 현실입니다. 그점에선 저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순 없네요.

여성들은 이미 이른 나이부터 여성주의 책보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 반면, 남성들은 어릴때부터 이런 카톡방에서 여자를 주제로 히히덕 거리는 이 현실에서 남성과 여성의 생각의 갭은 쉽사리 좁혀지기 어렵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이 더더욱 공부해야한다고 보지만....;;;
어쨋든 결론은 죄값을 확실하게 받는 것부터 출발이라고 봅니다. 뭐 자숙하다가 쳐 나와서 노래로...연기로..보답하겠습니다. 라는 개소리는 더이상 보기 싫네요.

다락방 2019-03-13 08:08   좋아요 1 | URL
오늘 은퇴한다고 하는 입장문을 읽었어요. 죄송하다는 사과가, 정말 죄송해서 본인이 쓴 건지는 모르겠네요. 맞아요, 블랙겟타님. 보편적 놈들이죠, 보편적 남자들. 그런 남자들이 아마 수두룩 하겠죠. 저런 단톡방은 한두개가 아닐거에요.

여자라고 해서 사실 자유로울 순 없어요. 저 역시도 일전에 유행하던 *양 비디오 같은 거 본 적 있고요, 직장동료가 자기 핸드폰에서 재생시켜서 보여준 유포된 불법영상도 본 적 있어요. 다만 그 때 뭔가 남자들처럼 낄낄거릴 순 없었죠. 무엇이 잘못됐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어딘가 이상한.. 되게 부끄러운 그런 기억이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러나 스스로 여성주의를 공부하게 되면서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알게 됐어요. 다음번에 같은 직장 동료가 또 보여주려고 할 때는 말할 수 있었습니다. 너는 불법촬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걸 찍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이걸 소비하고 있으면 어떡하냐, 이렇게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찍는 사람이 어떻게 사라지겠냐, 이것을 유포하는 것 역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겠냐, 하고요. 제 말에 동료는 금세 알아듣더라고요. ‘아 정말 그렇네요‘ 하더니, 앞으로 보지도 유포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며 폰에서 그 영상을 지우더라고요.


부끄러운 기억은 아주 많죠.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러나 이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기 때문에 자꾸 바꿔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변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게 되고, 그렇게 주변 사람들도 변하게 되면 점점 더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것이 지나치게 여성들 쪽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이제는 시위에 나가 불법촬영 해서는 안된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되었지만, 수만명의 여자들이 그곳에 모여들게 되었지만, 남자들은 여전히 변할 생각 없이 불법촬영을 하고 유포를 하고 성매매를 하고 강간을 하고 있네요.

그나마 지금은 목소리 내는 여자들이 많아져 조금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정준영과 승리도 이제 보여서는 안되겠지만, 지금껏 얼굴 잘 들고 다니는 다른 많은 남자 연예인들도 제발 꺼져줬으면 좋겠어요.

공쟝쟝 2019-03-14 17:49   좋아요 1 | URL
남성연대 진짜 오지는게 이수근?도 그렇고 이미 성폭력으로 물의 일으킨 자들., PD들이 막 다독여서 복귀시켜주고 그러는 것도 진절나요. 여배우였으면???? 진짜 꼴보기 싫습니다.

다락방 2019-03-15 09:21   좋아요 2 | URL
진짜 토나오는 알탕카르텔이죠. 여자들은 나가서 안된다고 소리지를 동안 지들은 낄낄거리며 불법촬영하고 돌려보고 있었다니. 진짜 토할것 같아요. 그 단톡방에 있던 남자들 죄다 감방에서 모여야해요. -_-

차트랑 2019-03-13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를 10개 혹은 그 이상, 또는 맘껏 누를 수 있는 버튼은 없나요?

다락방 2019-03-13 18:29   좋아요 0 | URL
ㅎㅎ 차트랑님, 오랜만입니다! 써주신 댓글만으로도 뜻이 전달되네요. 좋아요 열 개 받은 기분입니다!
 















이 책의 100쪽을 막 넘겼는데 등장인물이 많아 자꾸 헷갈린다. 게다가 시간적 배경도 왔다리갔다리 해. 누가 누구인지 익히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다.

인디언들의 이야기인데, 시대적 배경도 공간적 배경도 나와는 한참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맞으면서도 함께 사는 여자를 보는 건 너무 힘들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것의 역사는 이리도 오래되었구나 싶고, 범세계적이구나 싶다. 페미니즘 서적 읽어야만 아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다른 나라의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을 봐도 알 수 있어. 씁쓸한 것.


학교 교육을 받고 젊은 층의 이야기들도 이제 좀 더 나올테지만, 폭력문화가 너무 익숙한 것 같아 힘들다. 남편이 씽크대에 물 받아놓고 아내 얼굴을 거기에 쳐박고, 그걸 본 여자 친척이 뜯어 말려 그 시간이 지나가지만, 그 시간 이후에 곧바도 그들 부부가 섹스로 화해를 한다니... 머리가 다 아프다.


섹스로 화해가 가능한가?

섹스로 화해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지금 딱히 그런 예시같은 건 떠오르지 않는다), 그건 그 부부 혹은 연인사이에 서로 동등하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나?

이 책속에서처럼 치고박고 싸우는 걸 넘어 물 속에 얼굴을 쳐박아 고문까지 하는데도, 바로 다음에 섹스로 화해를.. 해? 글쎄. 그 당시에 여자들은 그래도 남편이 나를 버리는 삶 보다는 그것이 나았다고 생각해서 그랬던걸까.이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계속 지켜봐야지. 토니 모리슨 도 이 책의 아름다움에 구원받는다고 했으니, 나 역시 아름다움에 구원받도록 해야겠다.



근데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고.



이 책의 뒷표지는 이렇게 되어있다.



맨 위의, '나는 채찍처럼 분연히 일어서는 사랑을 보았다' 라는 구절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가, 방금 손을 씻으면서,



어???



했다.



채찍처럼 일어선다고?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채찍처럼 일어서? 채찍이 일어설 수 있나? 채찍이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서는 일을 반복하나? 채찍은 바닥에 떨어지면 분연히 일어서나요?



나는 손을 닦고나서 다시 보았다. 역시나 '채찍처럼 분연히 일어서는 사랑'이라고 되어 있었다.



아아...'분연히 일어서'려면, 채찍이어야 하는 게 아니라 '채찍을 맞고서도' 로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채찍이 무슨 분연히 일어서..채찍이 어떻게 분연히 일어서지. 휙 던지면 갑자기 촥- 하고 서나? 아니면, '채찍 맞은 것처럼' 이라든가. 채찍과 분연히 일어서는... 은 호응이 되나?????



아무튼 나는 읽는다, 아메리칸 원주민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믿음이 너무 강하면 믿음의 원래 내용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 그 믿음들이 뒤엉켜 고집이 된다. - P27

나는 밤중에 한 번 일어나 아기를 두고 부엌으로 갔다. 크러스트에 다시 파이 속을 넣고, 뜯어진 조각을 붙이고, 손에 물을 묻혀 크러스트의 가장자리를 다듬고, 주름 모양을 맞추고, 위에 올린 베리나 푸딩을 손봤다. 한 시간 넘게 공을 들였다. 하지만 한번 망가지면 다시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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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가 우리라면
    from 마지막 키스 2019-03-13 09:48 
    몇 년동안 나긋한 달콤함에 길들었던 나는 이제 뭔가 다른 맛을 갈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탕 맛도 그리웠다. 나는 두 가지 맛을 모두 실컷 즐기지 못했고, 그것이 내 문제이자 삶의 다른 갈래 길로 덜어선 지 한참 지나서까지 룰루를 잊지 못한 이유였다. (p.165)'넥터 캐시포'는 룰루를 처음 본 순간 반해 사랑에 빠졌다. 아주 젊은 시절의 일이다. 룰루와 달콤한 시간을 만들어갔고, 당연히 룰루랑 결혼할 줄 알았는데, 언덕에서 우연히 마주친 '마리' 에
 
 
2019-03-06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06 10:39   좋아요 0 | URL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얼마전에 북플에 올라온 다른 분의 글을 읽고서야 '필립 베송'의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아니, 필립 베송, 필립 베송 이라니! 내가 아는 '그' 필립 베송이란 말인가! 나는 서둘러 책 정보를 검색했고, 아아아아, 《포기의 순간》의 그 필립 베송이 맞았다. 맙소사. 이 신간 소식을 내가 이렇게 늦게 알게 되다니.


예전에는 신문이나 주간지의 신간 소식을 있는대로 체크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틈에 보지 않게 되었고, 그래도 알라딘 신간은 꼬박꼬박 체크했었는데, 역시나 어느 틈에 그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필립 베송의 신간을 놓쳤어. 나여... 부지런해지자.


내용을 보니 내가 좋아할만한 것 같진 않은데, 필립 베송이라니 그 풀어냄이 기대되므로 구매하도록 하겠다,

라고 말했지만 실은 방금 전에 예스.. 에서 구매했다. (쿨럭)

왜냐하면, 그건 말이야, 예스에서도 매달 상품권과 쿠폰.. 을 줘서 2천원을 쓸 수 있거든. 그거 써서 구매했어요. 으하하하하. 지금 배송되고 있겠지. 나이쓰~








트위터 내 타임라인엔 이 계간지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하다. 올라오는 감상이나 인용문을 읽노라면 나 역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주문에는(참고 참고 참았다가 주문할거야!) 이 책을 넣어볼 참이다. 그리고 여동생에게도 한 권 보내줘야지.














아니, 그리고 이 새빨간 표지를 보라지. 제목부터가 완전 내 타입인데, 작가가 무려 '케이트 쇼팽'이다. 아아, 케이트 쇼팽이여. 《내 영혼이 깨어나던 순간》제가 무척 좋아했고요, 당신의 소설이라니, 닥치고 읽겠습니다.


여러분, 케이트 쇼팽의 책이 나왔어요. 무려 셀레스틴 부인의 이혼이랍니다. 꺅 >.<

케이트 쇼팽은 또 이혼 얘기를 얼마나 잘썼을까. 얼마나 섬세할까. 기대 만빵입니다.








'존 쿳시'에 대해서라면 나는 생각이 많이 복잡하다. 몇 해전에 그의 책을 닥치는대로 읽고 몹시 충격받고 또 좋아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다시 읽는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다. 아마 다시 읽는 쿳시는... 싫은 작가로 돌변하지 않을까 싶은거다. 그건 작가가 돌변했다기 보다는 내가 달라진 거겠지. 좋아했던 작가를 싫어하게 되는 게 싫어서 '다시' 읽기를 안하고 있는데, 그런 존 쿳시의 새 책이(라기 보다는 개정판이라고 봐야겠지만) 나왔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사랑을 그려낸 바 있고, 게다가 딸의 강간을 목격하는 걸 그려낸 바 있다(추락). 내가 지금 그걸 다시 읽는다면.. 나는 그걸 어떻게 읽어낼까. 나도 나를 모르겠고, 나도 그 책을 다시 읽을 내가 두려워 읽을 수가 없어. 의외로 '오, 다시 읽어도 좋은데!'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그러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젊은 여자에 대한 욕망을 가진 늙은 남자를 그려낸 바 있다(슬로우 맨). 그 책도 되게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도 그러할까? 그는 자신의 책에서 백인 주인을 강간하는 흑인 노예의 성관계를 그린 적이 있다(나라의 심장부에서). 나는 그것을 다시 읽는다면 어떻게 읽어낼까. 그 책들을 다시 읽기를 제쳐둔채로 이 책, 《야만인을 기다리며》를 읽어볼까. 아아, 쿳시라면, 나는 .. 좋아하는 작가, 찾아 읽을 작가라 생각했건만, 이제 .. 잘 모르겠다. 그래도 되는 작가인지 확신할 수가 없어. 그걸 확인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할까?





아아, 추가해야 할 책이 있어 급히 추가.. 이건 책 소개로 대신하겠다.



영국 BBC 언론인 중 한 명인 수 로이드 로버츠의 유일한 단독 저서이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영국 왕실이나 꽃박람회가 주요 취재 대상이었던 여성 기자의 취재 영역을 깨고 구소련과 전 세계 험지를 작은 카메라와 함께 누비며 잠입취재와 위장취재에 성공한 BBC 대표 비디오저널리스트이다.

'답 없는 문제 전문 기자' 같은 별명처럼 끈질기고 집요하게 문제를 파고들며 취재했고, 특히 인권과 여성 문제 보도를 사명으로 생각했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이 책을 출간하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집필 중이었던 2015년 10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로부터 3년 뒤인 세계 여성의 날,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다.

이 책 <여자 전쟁>은 여성인권 르포르타주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생생하며 성실하다. 성기 절제를 강요받는 여자들, 딸과 아들을 잃고 국가권력과 맞서는 여자들, 낙인찍힌 채 착취당하는 여자들, 선택의 자유 없이 갇혀버린 여자들, 부당한 임금차별을 겪는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동시에 이러한 여성혐오에 용감하게 맞선, 그리고 마침내 살아남은 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알라딘 책소개에서







지금은 예상 구매일이 3월 11일이다. 이 날이 급여날이라서..

그렇지만 이번에 급여를 타면, 언제나 그렇듯이, 통장을 잠시 스쳐지나갈 뿐이라, 급여날이라고 내가 씐나서 책을 질러도 될지.. 잘 모르겠다. 책 안질러도 되거든. 집에 안읽은 책 겁나 많거든. 근데 케이트 쇼팽.. 흐음.

뭐 사두고 안읽은 책 겁나 쌓아뒀는데 좀 더 쌓아두면 어떤가. 더 쌓아봤자 티도 안날탄데, 뭐. 움화화화화화화화홧

통장을 스쳐지나가는 월급 따위, 나는 신용으로 책 사면 되지, 뭐. 움화화화화화화화홧

밥 먹고 녹차라떼나 마셔야겠다. 움화화화화화화화홧

움화화화화화화화홧

움화화화화화화화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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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3-0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책은 신용으로 사는 겁니다! 꿀꿀. (아니 왜 여기서 꿀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05 15:18   좋아요 0 | URL
아, 누구나 다 그런 것입니까?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꿀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휴동안 중국 청도에 다녀왔다. 일전에 마라탕을 잘 먹는 나를 보고 '너는 중국 가면 중국 음식 잘 맞겠다' 라고 누군가 얘기했던 터라, 흐음 그래? 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 이번에 가서 훠궈, 마라샹궈, 꼬치 먹고 와야지. 친구는 여기에 딤섬을 추가했다. 그렇게 비자를 발급받고 비행기를 타고 슝- 날아서 중국에 갔는데, 하아- 입국 심사에서 막혀버렸다. 내 친구1, 2는 벌써 통과해 저기 앞에 가 있는데, 나는 직원이 오더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네?


무슨일인가 따라가보니 거기에는 나처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몇 있더라.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공항 직원들은 아무도 영어를 하지 않고 다만 거기에 나처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권과 실물이 맞지 않아서이다', '지문이 잘 안찍혀서이다' 등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다시 통과해 그 자리를 떠나는데,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도 다 떠났는데, 나와 다른 여성분 한 명만 계속 남겨져있었다. 결국 그 분과 나는 답답한 마음을 서로 감추지 못했는데, 자꾸 남자직원1이 나를 본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 아아..그게 내 얼굴과 여권을 대조하고 있는 거였나봐.. 그 직원은 다른 여자 직원1을 부른다. 그러더니 나를 앞에 두고서는 여권과 대조하며 손짓을 해가며 뭐라 한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는 너무 답답했고, 게다가 내 얼굴을 보며 손짓을 해대는 통에 불쾌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걸까. 손짓과 여권과 내 얼굴... 아마도 야, 눈을 보면 맞는 것 같은데, 야, 그런데 머리 보면 아닌 것 같지 않아..이런 얘기를 한걸까.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참이나 둘이서 주고받더니, 결국 통과...흑흑 ㅠㅠ


무슨일인가 나를 기다리려던 친구들은 직원이 어서 내려가라고, 이 자리에서 비키라고 하는 바람에 하는수없이 짐을 찾으러 갔었고, 내가 입국심사 통과해 내려가니 친구들은 이미 짐을 다 찾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난 이제 중국 안올래."


ㅜㅜ




평소에 여행을 갈 때면 미리 호텔에 이메일을 보내서 라운드트립 서비스를 요청하곤 했고, 그렇게 이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이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고,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서 물어도 답이 없어... 하는수없이 공항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자, 친구들과 얘기를 해둔 터였고, 그렇게 공항에서 세 명이 버스 타느니 택시를 타자, 라고 의견을 조율하며 나오는데, 누군가 따라붙으며 택시를 타라한다. 나는 단호하게 '노'를 말했다. 와 근데 끈질기게 따라붙어. 사실 우리가 택시를 탈 생각을 했던 터라, 우리 이 호텔까지 가는데 얼마나 물으니 230 을 부르는 거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호텔까지 100위안정도래~ 얘기 했었는데 어디서 230을 불러. 그랬더니 따라오면서 점점 가격을 내린다. 나는 계속해서 '노'를 외쳤다. 그러자 그는 그럼 니가 얼마를 낼건지 쳐보라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100을 숫자로 찍었다. 그러자 그건 안되는 거라고 막 하더니 결국 130으로 쇼부를 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0에 택시타고 호텔감 ㅋㅋㅋㅋㅋㅋ 친구1은 내게 '야, 너 어떻게 그렇게 반으로 후려치냐'고 하는데, '우리 애초에 가격 알고 왔으니까 가능하지' 라면서 좀 으쓱. 그러나 친구1,2는 뒷자석에서 계속 쫄아 있었다. 이 차가 과연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줄 것인가, 이렇게 정식 택시가 아닌 걸 타도 괜찮을 것인가 기타 등등.


나는 혼자였다면 아마 입국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에도 쫄았을테고, 이렇게 흥정해서 타기 보다는 버스를 타려고 했겠지만, 친구가 두 명이나 있어서 딱히 쫄지는 않았다. 여행을 통틀어 쫄았던 게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건 호텔에서 공항으로 돌아갈 때. 택시를 잡고 캐리어 싣고 공항으로 가는데, 어느 순간 옆자리에서 새액-새액-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거다. 헉. 설마 졸고 계시는건가... 나는 뒤에 있는 친구를 보는 척 하면서 기사님을 봤는데 눈이 깜빡거리고... 아아 어떡하지, 하고 앞을 보고 있는데 고개까지 꾸벅 하시는 거다. 나는 친구들에게 어떡하지, 기사님 졸고 계시는데, 했더니 뒤에 있던 친구가 아아 어떡하지 하는거다. 하는 수없이 나는 기사님을 불렀는데 기사님은 대답하지 않으시고, 나는 기사님을 톡톡 쳤다. 기사님은 나를 쳐다보셨고, 나는 당신 지금 자고 있냐고 물었다(손짓으로). 기사님은 당황하고 웃으시며 자신의 눈을 가리키셨는데, 아마도 졸고 계셨던 게 맞는 것 같다. 일단 깨웠으니 안심이지만 언제 또 졸지몰라, 나는 뒤에 있는 친구1에게 차 앞의 거울을 통해 기사님을 체크해달라 말했고, 친구2에게 지도를 보며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를 체크해달라 말했다.




"아까보다 눈이 또렷해지셨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그 조금은 얼마나 조금일까 싶었는데, 다행히 이정표가 보인다. 500미터만 더 가면 공항이라고. 으앗. 이때가 가장 쫄린 때였다. 내가 낯선 나라에서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한다면... 으앗. 안돼. 나는 계속해서 흘깃흘깃 기사님을 보았다. 아아. 가장 쫄린 때였어 ㅠㅠ



애초에 와이파이 기기를 빌려갈 때부터 들었던 바이고,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 가면 구글, 페이프북, 인스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카카오톡도 원활하지 않다고. 친구와 나는 항상 여행지에서 근처에 뭐 있나 검색하고 음식점이며 마트를 갔던 터라, 검색되지 않는 것에 당황했고 난처했다. 뭘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가 없어. 트윗에도 트윗이 올라가지 않았다. 왓츠앱으로 동생들과 톡을 하는데 그마저도 매끄럽지 않았어. 구글 지도를 보며 우리는 항상 길을 찾고 있는데, 다행히도 애플지도는 작동하더라.


친구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건 또 그것대로 뭔가 여행한 느낌이라 좋았다고 얘기했다. 뭔가 생각나서 다같이 검색하고 이러는 게 아니라, 어차피 검색 안되니까, 어차피 안올려지니까, 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좀 멀어져있을 수 있었달까. 의도한 바가 아니었지만 스마트폰에서 좀 멀어질 수 있었던 거, 나는 좀 좋았어, 라고 하니 친구1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마다 중국을 오면 어때?"



아니, 그건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라운 건, 호텔도 레스토랑도 영어를 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어떻게 호텔 직원도 영어를 못하지요? 호텔 직원은 내게 해야 할 말을 번역기를 통해 하고 있었다. 아..... 그래도 뭐 뜻은 통했으니. 레스토랑에서도 영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take out' 이나 'to go' , 'spicy' 같은 단어조차도 모르는 터라 의사소통하기까지 꽤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미 깔려있던 번역 앱으로 간단한 것들을 나 역시 바꿔서 들이밀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게 당황스럽다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왜 당황스런 일일까 싶다.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살고 있는데 굳이 영어를 할 게 무어람. 중국에 관광온 사람들을 위해 영어를 하기 보다는, 중국에 여행가기 위해 중국어를 해야 하는게 더 맞는 거 아닌가. 대화를 통 할 수 없으니 답답했지만, 그건 그들이 영어를 몰라서라기 보다는 내가 중국어를 몰라서가 아닌가. 길가의 숱한 상점들의 간판도 역시 죄다 중국어였는데, 그 간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 한문을 배웠지만, 그 간판들 속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는 한정되어 있어 간판의 뜻을 알 수가 없어. 친구에게 아아, 돌아가면 한문 공부할까, 어쩌면 이렇게 무식한걸까,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네.. 했던 거다.



꼬치를 종류별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에 가서는 양꼬치를 먹고 싶은데, 한자로 羊 을 찾아 들이밀었더니 직원분이 손짓으로 가리키신다. 나는 그걸 골라들고서는 이렇게 고기가 많은데 이것만 양인가 싶어, 양념되지 않은 다른 꼬치를 가리키며 이것도 양이냐고 물었다. 직원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건 다른 고기라고 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혹시 돼지라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직원분께 이렇게 말했다.


"꿀꿀?"



그러자 직원분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셨고, 옆에 있던 직원 갑자기 빵터지고 내 친구들도 동시에 빵터져버림..아아, 나여. 그래도 손가락 코에 대고 올리진 않았어. 거기서 넘나 본능적으로 꿀꿀 나와버린. 아니 그런데 중국도 돼지 꿀꿀 우나요? 왜때문에 알아듣죠?



가기 전에 먹고 싶었던 것 다 먹고 왔고, 다 맛있었다. 마라샹궈도 훠궈도 맛있었는데 밥이 맛있는 건 덤이었다. 으앗, 밥이 너무 맛있어!! 나는 친구들에게 "여기 밥 맛집이네" 하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처음엔 밥을 안먹겠다 했던 친구들도 다음 끼니 식당에선 '밥 세 개 시키자' 이렇게 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 끼니 모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우리 세명 모두 맛있게 먹어서 아주 즐거웠다. 좋아좋아.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술 한잔 하는 시간. 친구들과 늦은 밤에 오늘 어땠어, 하면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시간들이 좋았다. 음악을 틀어두고 서로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깔깔 웃고, 우리 참 게으른 여행자들인데 그것에 대해 서로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도 서로에게 만족하면서 시간이 가는 걸 아쉬워했다.

그냥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같이 여행다니면서 맛있는 것 먹는 삶.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마시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궁극적 행복이 아닐까.





(훠궈 냄비가 얼마나 큰지 보이기 위해 내 손 들이밀고 찍어보았다.)





(한국에서도 해산물을 잘 안먹지만 외국에 나가면 더 안먹는데, 크- 이 바지락은 진짜 맛있었다. 양념 맛이 강해 조개 특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고-내가 조개맛을 싫어함-, 양념이 진짜 맛있어서 조개를 제외한 것들을 하염없이 먹고 또 먹었다.)








(위의 저 바bar 에서 원하는 걸 골라 담으면 볶아주는 마랴샹궈. 다들 너무 맛있다고 잘먹었다. 아주 큰 그릇이었는데 텅텅 비어버리고 말았어..)













(아, 요건 공항에서 먹은 짜장면인데 중국에서 먹었던 것들중 유일하게 맛없었던 음식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집에서 밥을 먹으며 텔레비젼을 보다가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하와이 가자."


친구는 좋다고 말했다. ㅎㅎ



아...개피곤해..............역시 집이 좋고 내 방이 좋아. 나는 진짜 내 집과 내 방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기 위해 여행다니는 것 같다. 킁킁.


아 맞다.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까페에 들어가 차 한 잔 하면서 읽자고 크레마 들고 나갔는데(우리 셋 모두 크레마를 가지고 있지롱), 우리 중 누구도 크레마로 책을 읽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1은 숙소에서 조금 보긴 했는데 친구2와 나는 크레마 무엇........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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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껏 이런 여행은 없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많은 여행이었네요.
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저도 중국이 ‘여행자‘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일테면 영어를 잘 못 해서... 난 잘 못하니까 중국 너라도 좀 잘 해주세요ㅠㅠ)
생각했는데, 다락방님 글 읽다보니... 맞아요. 중국를 여행간다면 중국어를 조금 배워두어도 좋을듯 해요.
사실, 저도 일본 간다고 책 구입하고 회화책 잔뜩 대출해 놓고는, 가서는 영어로 ㅠㅠ 영어가 저 땜에 고생이 많았죠.

밑에서 두 번째 소보루 스틱에 전... 제일 애정이 가네요. 만두 친구 같은 딤섬(?)인가요? 그 친구랑요^^

다락방 2019-03-05 09:34   좋아요 1 | URL
소보루 스틱 너무 맛있게 생겨서 샀는데 일본 스낵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국가서 일본 스낵 사먹은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에 슈크림하고 쵸코크림 들어 있었는데 슈크림이 훨씬 맛있었어요!
딤섬은 친구가 먹고 싶어해서 샀는데 저는 딤섬을 안좋아해요. 만두도 별로.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데 저는 안좋아하는 게 있다면 새우, 딤섬, 만두...등이 아닐까 합니다 ㅋㅋㅋㅋㅋ


영어 못한다고 투덜투덜 거렸는데, 거기 중국이잖아요. 거기서 영어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내가 모순인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제가 거기 갔으면 중국어를 기본적인 걸 알고 갔어야 하는건데...

여러가지로 좋았고 또 인상적인 여행이었어요. 다시 갈거냐 물으면 중국은 이제 다시 안가도 될 것 같아요. 입국 심사 또 하기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05 09:41   좋아요 0 | URL
와하~~~~~ 다락방님과 참 많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새우, 딤섬, 만두를 모두 좋아합니다. 다락방님과의 음식 텔레파시는 여기에서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침에.... 중국에게 메모를 남깁니다.

사소한 입국 심사 때문에, 중국 넌 다락방님을 잃었어!

다락방 2019-03-05 10:50   좋아요 0 | URL
도대체 제가 어째서, 왜때문에 입국 심사가 한 번에 통과가 안된건지 모르겠어요. 제 얼굴이 왜, 무엇이 문제이길래..
그리고 제가 공부해서 가면 편하겠지만 제가 공부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저는 중국 여행은 이제 포기하는 걸로.. 되게 기분 묘해요. 저를 앞에 두었으되 제가 모르는 말들로 이야기한다는 거요. 무시당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했어요. 하핫.

세계는 넓고 갈 나라는 많으니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오늘 트윗에서 봤는데 뉴질랜드 공기가 그렇게 깨끗하대요. 갑자기 피어오르는 뉴질랜드에 대한 욕망... ( ˝)

책읽는나무 2019-03-0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못해도 ‘꿀꿀‘이 통하는군요??ㅋㅋㅋ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면 거기서도 다락방님의 재치가 통하는 거였군요~~실은 저도 금방 빵~터졌어요.^^
얼마전 지인이 딸이랑 졸업여행 비슷하게 지인들과 상하이 다녀왔는데 아무꺼나 잘 먹는 본인이라고 여겼는데 음식이 입에 안맞았대서 중국은 음식이 별론가??생각했어요.
근데 전 새우,딤섬,만두 넘 좋아하는데 특히나 조개 같은 해산물을 넘 좋아하는데~~다락방님이 그런걸 좋아하지 않으신다니 응??했어요.
당연할 수 있는건데...왜 갑자기 의아스러운건지??ㅋㅋㅋ

다락방 2019-03-05 10:51   좋아요 0 | URL
꿀꿀이 통하는 게 저도 너무 웃겼어요.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꿀꿀이라니. 아아, 나란 어떤 사람인가.. ㅎㅎ

저는 중국음식 맛있을 거란 얘길 듣고 갔는데(청도를 자주 오가는 사람으로부터) 정말 맛있더라고요. 중국 음식 입에 안맞으면 어쩌나 했는데, 저와 제 일행 모두 맛있게 먹었어요. 그래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은 사실 저에게는 음식이 다 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저는 해산물 안좋아하고요, 조개와 굴, 홍합에는 알러지도 있습니다. ㅎㅎ

카스피 2019-03-0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식사진을 보니 갑자기 청도에 가고 싶네요.주유천하란 프로그램에서도 이연복쉐프가 바지락요리가 맛있다고 칭찬하는데 다락방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니 진짜 맛있나봐요^^

다락방 2019-03-05 15:19   좋아요 0 | URL
조개를 싫어하는 저도 양념이 너무 맛있어서 먹겠더라고요 ㅎㅎ

syo 2019-03-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풍성한 페이퍼다.... 읽기만 했는데 살이 찌는 기분이에요. 근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왜 다락방님이 즐겁고 내가 살찌지?? 응?? 대답을 해보세요...... 꿀꿀??🐖

다락방 2019-03-06 08:00   좋아요 0 | URL
즐거운 저도 당연히 살이 쪄서 왔답니다. (응?)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꿀꿀이라니.. 저 위의 페이퍼에서 잠자냥 님도 꿀꿀 이라 하셨는데.. 우리는 이렇게 꿀꿀로 하나되는 것인가요. 꿀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