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동안 중국 청도에 다녀왔다. 일전에 마라탕을 잘 먹는 나를 보고 '너는 중국 가면 중국 음식 잘 맞겠다' 라고 누군가 얘기했던 터라, 흐음 그래? 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 이번에 가서 훠궈, 마라샹궈, 꼬치 먹고 와야지. 친구는 여기에 딤섬을 추가했다. 그렇게 비자를 발급받고 비행기를 타고 슝- 날아서 중국에 갔는데, 하아- 입국 심사에서 막혀버렸다. 내 친구1, 2는 벌써 통과해 저기 앞에 가 있는데, 나는 직원이 오더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네?
무슨일인가 따라가보니 거기에는 나처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몇 있더라.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공항 직원들은 아무도 영어를 하지 않고 다만 거기에 나처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권과 실물이 맞지 않아서이다', '지문이 잘 안찍혀서이다' 등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다시 통과해 그 자리를 떠나는데,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도 다 떠났는데, 나와 다른 여성분 한 명만 계속 남겨져있었다. 결국 그 분과 나는 답답한 마음을 서로 감추지 못했는데, 자꾸 남자직원1이 나를 본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 아아..그게 내 얼굴과 여권을 대조하고 있는 거였나봐.. 그 직원은 다른 여자 직원1을 부른다. 그러더니 나를 앞에 두고서는 여권과 대조하며 손짓을 해가며 뭐라 한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는 너무 답답했고, 게다가 내 얼굴을 보며 손짓을 해대는 통에 불쾌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걸까. 손짓과 여권과 내 얼굴... 아마도 야, 눈을 보면 맞는 것 같은데, 야, 그런데 머리 보면 아닌 것 같지 않아..이런 얘기를 한걸까.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참이나 둘이서 주고받더니, 결국 통과...흑흑 ㅠㅠ
무슨일인가 나를 기다리려던 친구들은 직원이 어서 내려가라고, 이 자리에서 비키라고 하는 바람에 하는수없이 짐을 찾으러 갔었고, 내가 입국심사 통과해 내려가니 친구들은 이미 짐을 다 찾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난 이제 중국 안올래."
ㅜㅜ
평소에 여행을 갈 때면 미리 호텔에 이메일을 보내서 라운드트립 서비스를 요청하곤 했고, 그렇게 이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이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고,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서 물어도 답이 없어... 하는수없이 공항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자, 친구들과 얘기를 해둔 터였고, 그렇게 공항에서 세 명이 버스 타느니 택시를 타자, 라고 의견을 조율하며 나오는데, 누군가 따라붙으며 택시를 타라한다. 나는 단호하게 '노'를 말했다. 와 근데 끈질기게 따라붙어. 사실 우리가 택시를 탈 생각을 했던 터라, 우리 이 호텔까지 가는데 얼마나 물으니 230 을 부르는 거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호텔까지 100위안정도래~ 얘기 했었는데 어디서 230을 불러. 그랬더니 따라오면서 점점 가격을 내린다. 나는 계속해서 '노'를 외쳤다. 그러자 그는 그럼 니가 얼마를 낼건지 쳐보라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100을 숫자로 찍었다. 그러자 그건 안되는 거라고 막 하더니 결국 130으로 쇼부를 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0에 택시타고 호텔감 ㅋㅋㅋㅋㅋㅋ 친구1은 내게 '야, 너 어떻게 그렇게 반으로 후려치냐'고 하는데, '우리 애초에 가격 알고 왔으니까 가능하지' 라면서 좀 으쓱. 그러나 친구1,2는 뒷자석에서 계속 쫄아 있었다. 이 차가 과연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줄 것인가, 이렇게 정식 택시가 아닌 걸 타도 괜찮을 것인가 기타 등등.
나는 혼자였다면 아마 입국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에도 쫄았을테고, 이렇게 흥정해서 타기 보다는 버스를 타려고 했겠지만, 친구가 두 명이나 있어서 딱히 쫄지는 않았다. 여행을 통틀어 쫄았던 게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건 호텔에서 공항으로 돌아갈 때. 택시를 잡고 캐리어 싣고 공항으로 가는데, 어느 순간 옆자리에서 새액-새액-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거다. 헉. 설마 졸고 계시는건가... 나는 뒤에 있는 친구를 보는 척 하면서 기사님을 봤는데 눈이 깜빡거리고... 아아 어떡하지, 하고 앞을 보고 있는데 고개까지 꾸벅 하시는 거다. 나는 친구들에게 어떡하지, 기사님 졸고 계시는데, 했더니 뒤에 있던 친구가 아아 어떡하지 하는거다. 하는 수없이 나는 기사님을 불렀는데 기사님은 대답하지 않으시고, 나는 기사님을 톡톡 쳤다. 기사님은 나를 쳐다보셨고, 나는 당신 지금 자고 있냐고 물었다(손짓으로). 기사님은 당황하고 웃으시며 자신의 눈을 가리키셨는데, 아마도 졸고 계셨던 게 맞는 것 같다. 일단 깨웠으니 안심이지만 언제 또 졸지몰라, 나는 뒤에 있는 친구1에게 차 앞의 거울을 통해 기사님을 체크해달라 말했고, 친구2에게 지도를 보며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를 체크해달라 말했다.
"아까보다 눈이 또렷해지셨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그 조금은 얼마나 조금일까 싶었는데, 다행히 이정표가 보인다. 500미터만 더 가면 공항이라고. 으앗. 이때가 가장 쫄린 때였다. 내가 낯선 나라에서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한다면... 으앗. 안돼. 나는 계속해서 흘깃흘깃 기사님을 보았다. 아아. 가장 쫄린 때였어 ㅠㅠ
애초에 와이파이 기기를 빌려갈 때부터 들었던 바이고,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 가면 구글, 페이프북, 인스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카카오톡도 원활하지 않다고. 친구와 나는 항상 여행지에서 근처에 뭐 있나 검색하고 음식점이며 마트를 갔던 터라, 검색되지 않는 것에 당황했고 난처했다. 뭘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가 없어. 트윗에도 트윗이 올라가지 않았다. 왓츠앱으로 동생들과 톡을 하는데 그마저도 매끄럽지 않았어. 구글 지도를 보며 우리는 항상 길을 찾고 있는데, 다행히도 애플지도는 작동하더라.
친구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건 또 그것대로 뭔가 여행한 느낌이라 좋았다고 얘기했다. 뭔가 생각나서 다같이 검색하고 이러는 게 아니라, 어차피 검색 안되니까, 어차피 안올려지니까, 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좀 멀어져있을 수 있었달까. 의도한 바가 아니었지만 스마트폰에서 좀 멀어질 수 있었던 거, 나는 좀 좋았어, 라고 하니 친구1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마다 중국을 오면 어때?"
아니, 그건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라운 건, 호텔도 레스토랑도 영어를 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어떻게 호텔 직원도 영어를 못하지요? 호텔 직원은 내게 해야 할 말을 번역기를 통해 하고 있었다. 아..... 그래도 뭐 뜻은 통했으니. 레스토랑에서도 영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take out' 이나 'to go' , 'spicy' 같은 단어조차도 모르는 터라 의사소통하기까지 꽤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미 깔려있던 번역 앱으로 간단한 것들을 나 역시 바꿔서 들이밀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게 당황스럽다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왜 당황스런 일일까 싶다.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살고 있는데 굳이 영어를 할 게 무어람. 중국에 관광온 사람들을 위해 영어를 하기 보다는, 중국에 여행가기 위해 중국어를 해야 하는게 더 맞는 거 아닌가. 대화를 통 할 수 없으니 답답했지만, 그건 그들이 영어를 몰라서라기 보다는 내가 중국어를 몰라서가 아닌가. 길가의 숱한 상점들의 간판도 역시 죄다 중국어였는데, 그 간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 한문을 배웠지만, 그 간판들 속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는 한정되어 있어 간판의 뜻을 알 수가 없어. 친구에게 아아, 돌아가면 한문 공부할까, 어쩌면 이렇게 무식한걸까,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네.. 했던 거다.
꼬치를 종류별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에 가서는 양꼬치를 먹고 싶은데, 한자로 羊 을 찾아 들이밀었더니 직원분이 손짓으로 가리키신다. 나는 그걸 골라들고서는 이렇게 고기가 많은데 이것만 양인가 싶어, 양념되지 않은 다른 꼬치를 가리키며 이것도 양이냐고 물었다. 직원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건 다른 고기라고 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혹시 돼지라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직원분께 이렇게 말했다.
"꿀꿀?"
그러자 직원분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셨고, 옆에 있던 직원 갑자기 빵터지고 내 친구들도 동시에 빵터져버림..아아, 나여. 그래도 손가락 코에 대고 올리진 않았어. 거기서 넘나 본능적으로 꿀꿀 나와버린. 아니 그런데 중국도 돼지 꿀꿀 우나요? 왜때문에 알아듣죠?
가기 전에 먹고 싶었던 것 다 먹고 왔고, 다 맛있었다. 마라샹궈도 훠궈도 맛있었는데 밥이 맛있는 건 덤이었다. 으앗, 밥이 너무 맛있어!! 나는 친구들에게 "여기 밥 맛집이네" 하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처음엔 밥을 안먹겠다 했던 친구들도 다음 끼니 식당에선 '밥 세 개 시키자' 이렇게 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 끼니 모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우리 세명 모두 맛있게 먹어서 아주 즐거웠다. 좋아좋아.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술 한잔 하는 시간. 친구들과 늦은 밤에 오늘 어땠어, 하면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시간들이 좋았다. 음악을 틀어두고 서로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깔깔 웃고, 우리 참 게으른 여행자들인데 그것에 대해 서로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도 서로에게 만족하면서 시간이 가는 걸 아쉬워했다.
그냥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같이 여행다니면서 맛있는 것 먹는 삶.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마시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궁극적 행복이 아닐까.
(훠궈 냄비가 얼마나 큰지 보이기 위해 내 손 들이밀고 찍어보았다.)
(한국에서도 해산물을 잘 안먹지만 외국에 나가면 더 안먹는데, 크- 이 바지락은 진짜 맛있었다. 양념 맛이 강해 조개 특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고-내가 조개맛을 싫어함-, 양념이 진짜 맛있어서 조개를 제외한 것들을 하염없이 먹고 또 먹었다.)
(위의 저 바bar 에서 원하는 걸 골라 담으면 볶아주는 마랴샹궈. 다들 너무 맛있다고 잘먹었다. 아주 큰 그릇이었는데 텅텅 비어버리고 말았어..)
(아, 요건 공항에서 먹은 짜장면인데 중국에서 먹었던 것들중 유일하게 맛없었던 음식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집에서 밥을 먹으며 텔레비젼을 보다가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하와이 가자."
친구는 좋다고 말했다. ㅎㅎ
아...개피곤해..............역시 집이 좋고 내 방이 좋아. 나는 진짜 내 집과 내 방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기 위해 여행다니는 것 같다. 킁킁.
아 맞다.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까페에 들어가 차 한 잔 하면서 읽자고 크레마 들고 나갔는데(우리 셋 모두 크레마를 가지고 있지롱), 우리 중 누구도 크레마로 책을 읽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1은 숙소에서 조금 보긴 했는데 친구2와 나는 크레마 무엇........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