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100쪽을 막 넘겼는데 등장인물이 많아 자꾸 헷갈린다. 게다가 시간적 배경도 왔다리갔다리 해. 누가 누구인지 익히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구나 싶다.
인디언들의 이야기인데, 시대적 배경도 공간적 배경도 나와는 한참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맞으면서도 함께 사는 여자를 보는 건 너무 힘들다.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것의 역사는 이리도 오래되었구나 싶고, 범세계적이구나 싶다. 페미니즘 서적 읽어야만 아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다른 나라의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을 봐도 알 수 있어. 씁쓸한 것.
학교 교육을 받고 젊은 층의 이야기들도 이제 좀 더 나올테지만, 폭력문화가 너무 익숙한 것 같아 힘들다. 남편이 씽크대에 물 받아놓고 아내 얼굴을 거기에 쳐박고, 그걸 본 여자 친척이 뜯어 말려 그 시간이 지나가지만, 그 시간 이후에 곧바도 그들 부부가 섹스로 화해를 한다니... 머리가 다 아프다.
섹스로 화해가 가능한가?
섹스로 화해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지금 딱히 그런 예시같은 건 떠오르지 않는다), 그건 그 부부 혹은 연인사이에 서로 동등하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지 않나?
이 책속에서처럼 치고박고 싸우는 걸 넘어 물 속에 얼굴을 쳐박아 고문까지 하는데도, 바로 다음에 섹스로 화해를.. 해? 글쎄. 그 당시에 여자들은 그래도 남편이 나를 버리는 삶 보다는 그것이 나았다고 생각해서 그랬던걸까.이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계속 지켜봐야지. 토니 모리슨 도 이 책의 아름다움에 구원받는다고 했으니, 나 역시 아름다움에 구원받도록 해야겠다.
근데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고.
이 책의 뒷표지는 이렇게 되어있다.
맨 위의, '나는 채찍처럼 분연히 일어서는 사랑을 보았다' 라는 구절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가, 방금 손을 씻으면서,
어???
했다.
채찍처럼 일어선다고?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채찍처럼 일어서? 채찍이 일어설 수 있나? 채찍이 넘어지면 스스로 일어서는 일을 반복하나? 채찍은 바닥에 떨어지면 분연히 일어서나요?
나는 손을 닦고나서 다시 보았다. 역시나 '채찍처럼 분연히 일어서는 사랑'이라고 되어 있었다.
아아...'분연히 일어서'려면, 채찍이어야 하는 게 아니라 '채찍을 맞고서도' 로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채찍이 무슨 분연히 일어서..채찍이 어떻게 분연히 일어서지. 휙 던지면 갑자기 촥- 하고 서나? 아니면, '채찍 맞은 것처럼' 이라든가. 채찍과 분연히 일어서는... 은 호응이 되나?????
아무튼 나는 읽는다, 아메리칸 원주민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믿음이 너무 강하면 믿음의 원래 내용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온다. 그 믿음들이 뒤엉켜 고집이 된다. - P27
나는 밤중에 한 번 일어나 아기를 두고 부엌으로 갔다. 크러스트에 다시 파이 속을 넣고, 뜯어진 조각을 붙이고, 손에 물을 묻혀 크러스트의 가장자리를 다듬고, 주름 모양을 맞추고, 위에 올린 베리나 푸딩을 손봤다. 한 시간 넘게 공을 들였다. 하지만 한번 망가지면 다시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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