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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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와 종교, 직장과 나라에서까지 1980년대 미국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해 모두 하나가 되었다. 단순히 여성들을 얌전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넘어서, 그들은 여자가 자기들이 원하는 바로 그대로이길 원했다. 순결할 것, 집에 있을 것, 자신들이 하는 말만 듣고 따를 것. 여자들로 하여금 몸을 꽉 조이는 옷을 입게 하고, 남자들을 돋보이는 보조역할을 하는 데에만 만족하게 하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기를 바라는 것 모두가 가슴 답답한 일이지만, 낙태에 있어서 얼마나 여성들이 학대 당했는지를 읽노라면 분노와 절망만 쌓인다.


그러나 그런 반격들 속에 여자들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고, 부당한 일에 목소리를 냈다. 싸우고자 했고, 결국 이기지 못했다해도 그녀들은 어쨌든 '이것은 옳지 못하다'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이 절망속에서 웅크리다 나온 목소리들은 그대로 희망이었고, 그에 대해서 '수전 팔루디'는 <에필로그>를 통해 보여주고 다시 한 번 정리해준다. 이 긴 책의 읽기를 마치며 에필로글 읽을 때, 그래서 울컥해진다.



연방 정부가 고용 평등의 이행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법원이 25년간 지켜 온 반차별을 침해했을지 몰라도, 매년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직업 세계에 진출했다. 뉴스 매체와 텔레비전 들이 노처녀 풍년과 출산 부족, 위험한 어린이집에 대한 끔찍한 오보를 아무리 쏟아 내도 여성들은 꾸준히 결혼 날짜를 늦췄고, 가족 규모를 제한했고,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했다.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에 아무리 둥지를 틀고 사는 현모양처들이 넘쳐 나도 여성 시청자들은 의지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공연물을 가장 많이 시청했다. 반격의 드레스 제작자들은 여성의 패션에서 가장 사소한 부분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소매점에 아무리 가터벨트와 테디가 가득해도 여성들은 꾸준히 면으로 된 조키 속옷을 찾았다. (에필로그,p.657)



반격의 벽에 부딪히다가 온몸에 멍이 들고 실의에 빠지더라도 여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집스럽게 벽과 맞섰다. (에필로그, p.657)



반격은 이런 사적인 채널을 통해 수치심과 비난의 음파를 만천하에 퍼뜨려 여성들의 사고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반격은 공장노동자 잔 킹이 말한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작은 목소리", 거의 다 무너져 내려 버린 그 많은 여성들에게 박차를 가한 자기 결정의 속삭임을 한 번도 침묵시키지 못했다. 도로 관리인 다이앤 조이스가 오랫동안 주위 남성들의 조롱과 위협, 배척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시달리면서도 일을 그만두지 않았던 건 바로 이 목소리,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억눌려 있었고, 그렇게 절박하게 듣기를 갈구했던 바로 그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목소리를 결국 비벌라 라헤이가 집에서 입는 실내복과 극도의 소심함을 떨쳐 버리고 많은 책을 쓰고 많은 연설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내 심장 깊은 속에서 일어서서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에필로그, p.658)



아무리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하고 있으라도 말해도 여성들은 어떻게든 애를 쓰며 일어섰다. 얌전히 뒷전에 물러나 있는 게 더 행복할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여성들은 꾸준히 환한 공적 무대를, 형식과 내용을 불문하고 일단 공연을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심지어 박수 갈채까지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에필로그, p.658)




내용이 긴 만큼 이 책의 미주 또한 대단한데, 수전 팔루디는 아주 많은 자료들을 검토했고 또 아주 많은 사람들을 만나(그들이 설사 반격의 대표주자였다 해도) 인터뷰를 했다. 그 길고도 긴 미주를 보며 새삼 감탄했다. 이 똑똑하고 노력하는 수전 팔루디 덕에, 나는 그 길고도 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낙태 반대 운동에 참여한 남성들은 그저 이 나라에서 폭주하는 낙태의 속도를 멈추려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낙태율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소한 지난 100년간 미국 여성들은 세 건 중 한 건꼴로 임신중절을 했다. 낙태 합법화 이후 차이가 있다면 그건 이제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합법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중단할 수 있다는 점뿐이었다. (p.593)

여성들이 아무리 가장 온건한 수준에서 자신의 생식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도 반대의 불길이 활활 일어나는 건 어쩌면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교육이든, 일이든, 그 어떤 형태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든 여성의 모든 포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가질지의 여부와 가진다면 언제 가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출산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일련의 페미니즘 의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주제였고, 반격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거센 공격의 대상이었다. (p.606)

분명 건강한 아이들을 이 세상에 내보내는 건 사회가 당연히 관심을 가질 일이고 여성들이 임신 중에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게 돕는 것은 도덕적인 의무이자 실리적인 의무다. 하지만 아이 엄마들이 1980년대에 입법가, 경찰, 검사, 판사로부터 앙심이 느껴지는 가혹한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이들의 복지에 대한 단순한 관심 이상의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p.621)

릭스의 경험에 따르면 남자들은 항상 ‘여자가 있을 곳‘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아내와 엄마 들은 항상 일을 했다. 그녀가 어릴 때 가족 내 여성들은 여덟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차렸다. 그리고 식료품을 사올 여력이 없을 때는 사냥을 했다. "야생동물 고기를 먹지 못하면 굶었다"고 릭스는 회상한다. 그녀는 열한 살이 되던 해에 일자리를 얻었다. 열다섯 살에 임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불행한 결혼 이후 주로 생계를 책임진 건 그녀였다. 남편은 일은 간헐적으로 하면서 술은 꾸준히 마셨다. 릭스는 줄곧 ‘여성‘의 일자리에서 받는 빈곤 수준의 임금을 가지고 아들과 남편, 그리고 양가 부모를 부양했다. (p.641)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가 노동자들에게 제시한 ‘선택‘은 반격이 여성들에게 관대하게 제시했던 다른 많은 선택지들처럼 명료하고 진취적인 발전으로 포장되었다. (p.654)

이 여성들에게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형편 때문에, 믿을 수 없는 남자들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했고 자립과 자존감의 기본적인 원천이기도 했다. 이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또 원했다. 하지만 이들이 상대해야 하는 고용주들도, 옆에서 함께 일해야 하는 남성 노동자들도, 혹은 같은 침대를 쓰는 남성들마저도, 그 누구도 이들이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일을 계속하면 사무실에서 모욕을 당했고, 샤워실에서 공격을 당했고, 집에서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사회적 신호에 복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p.655)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가 태아 보호 정책을 통해 이들에게 최후 통첩을 날렸을 때 여성들은 이미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이제 이들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자리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불임 수술을 하고서 온 사회가 여성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삶의 이유라고 주장해 온 것을 포기하든지 양자 택일을 할 수 있었다. 반격은 여성들에게 여성으로 존재하는 삶과 독립적인 삶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반격은 여성을 위해 대신 선택을 해 주었다. 만일 자기 결정권을 위한 부자연스러운 투쟁을 포기할 경우 자연스러운 여성성을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p.655)

"남성은 여성보다 더 비참해요. 그러니까 남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사실 지금의 여성보다 더 힘이 없단 거죠." 원런 패럴Warren Farrell은 잠시 말을 멈추고 여성 가정부가 막 건네준 커피 잔을 홀짝였다. 다른 방에서는 여성 비서가 분주하게 타이프를 치고 그의 파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p.456)

1988년에는 남녀 간의 투표 선호가 너무 달라져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 한때는 젠더 격차가 24퍼센트까지 벌어져 민주당 후보였던 듀카키스가 더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격차에 가장 극적으로 기여한 집단은 직장 여성, 교육 받은 여성, 전문직 여성, 젊은 여성, 흑인 여성과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혼을 했거나, 사별을 한 싱글 여성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 엄청난 여성 표를 확보해 준 듀카키스 지지자들은 임금 평등, 사회적 평등, 그리고 출산에 대한 권리라는 페미니즘 의제를 가장 열렬히 응원하는 여성들이었던 것이다. (p.418)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의사들은 성형수술이 실제로 필요한 여성들의 시술은 하지 않았다. 1980년대 말 화상 피해자와 유방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재건 수술의 숫자는 실제로 줄어들었다.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여성의 자존감을 북돋는 것은 직업적으로 그렇게 썩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광고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만 의사들은 환자들의 통제감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환자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력을 향상시키는 데 더 눈이 멀어 있었다. 자기 아내의 몸에 아홉 번이나 시술을 한 성형외과 의사 커트 와그너Kurt Wagner는 "나에게 수술은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그 누구도 내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마취된 여성들은 말대꾸를 못하니까. (p.35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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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1-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이 해내셨다!!! (저도 뒤따라 갑네다 학학)

다락방 2018-11-28 10:06   좋아요 0 | URL
해냈습니다!! 어서 오세요!! 컴온!!!

비연 2018-11-28 12:59   좋아요 0 | URL
해냈습니다, 릴레이를 기대합니다~ 저도 다음달에 <페미사이드>로!

다락방 2018-11-28 13:00   좋아요 1 | URL
네네, 다음달에는 페미사이드 완독 릴레이 들어갑시다!!

단발머리 2018-11-2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멋지고 백래시 책도 근사하네요! (책이랑 북마크, 이런 사진 넘넘 좋아요)
우리는 더 많이 꿈틀거리고 또 움직일거예요. 수전 팔루디가 움직여서 우리가 이렇게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요.
전 지금 14장이구요, 저도 얼른 에필로그 읽고 힘내고 싶어요!

백래시 완독 축하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8-11-28 14:13   좋아요 0 | URL
14장이 유독 기운 빠지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어제 퇴근 길에 읽는데 너무 가슴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도 에필로그까지 읽으면 수전 팔루디가 우리 잘해왔어, 잘하고 있어, 하고 힘을 내게 해줍니다. 어서 다 읽고 완독했다고 올려주세요!!

축하도 고맙고 무엇보다 같이 읽어주고 같이 생각해주고 같이 이야기나누어주어 고마워요!!

카알벨루치 2018-11-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기념 한턱 쏘세욧!

다락방 2018-11-28 14:28   좋아요 1 | URL
어제는 저 잘한다고 제가 저에게 훈제오리를 사줬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28 14:58   좋아요 0 | URL
그거 말구요 여기 독자들....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8 14:59   좋아요 0 | URL
네? ( ˝)

=3=3=3=3=3=3=3=3=3=3=3=3=3=3=3=3=3=3

비연 2018-11-28 15:35   좋아요 0 | URL
어멋. 카알벨루치님. 좋은 생각이신 거 같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11-28 15:38   좋아요 0 | URL
여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28 16:03   좋아요 0 | URL
맛죠 비연님 혼자서 훈제 드시고 ㅜㅜ쩝

무해한모리군 2018-11-28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신거예요!!!! 오오오오옹 전 아직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8 15:59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완독했습니다. 꺅 >.<

자, 모리님. 분발합시다! 컴온!!

공쟝쟝 2018-12-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운 시간 함께하게 해주신 락방님께 하트를 ❤️ 그리고 저 벼락치기 지각생, 완독하였음을 아룁니다!

다락방 2018-12-02 15:16   좋아요 1 | URL
쟝쟝님, 정말 장해요! 그리고 같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마지막에 벼락치기 하던 쟝쟝님이 너무 좋았어요. 약속을 지키려는 모습이 보여서 진짜 좋았습니다. 고마워요. 우리 12월에도 함께합시다!!
 
















백래시는 총 14장까지 있고 에필로그로 끝난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막 14장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 11월 남은 시간(11/28-30)을 기꺼이 투자한다면, 나는 11월 안에 이 책 읽기를 완료할 수 있을 것 같다.


14장의 소제목은 <여성의 몸을 침략하다> 로,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여자들도 있긴 하지만, 낙태를 반대하자고 운동을 하고 테러를 하는 사람들은 젊은 남자들이었다.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의 대변인들은 대중 앞에선 페미니스트들을 "영아 살해자"라고 불렀고, 이들 때문에 낙태율이 위험할 정도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는 페미니스트들을 "창녀", "레즈비언"이라고 불렀는데, 어쩌면 이런 욕설이 더 많은 것을 시사하는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페미니스트에게는 살인보다 성적인 독립이 더 큰 범죄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p.592)





나는 그 사람이 어떤 것을 욕으로 쓰느냐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들을 구멍이라고 취급하며 욕하는 것도, 일단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욕을 하는 것이라 한심하기 짝이 없는데, 남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욕 중에 '창녀'가 있다. 나는 이게 남자들이 너무나 모순된 존재라는 증거라 생각한다. 돈을 주고 여자의 육체를 사고자 하는 이들이 누구인가? 남자들이다. 다른 여자들의 몸을 몰래 촬영해 공유하는 게 누구인가? 남자들이다. 그런데 여자들에게 '창녀'라고 욕을 한다고?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나는 그래서 장동민이 끔찍하다. 너무너무 끔찍하다.)


여자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 중에 하나가 '여자들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비이성적이다' 였다. 감성적이라는 걸 열등한 걸로 알면서 욕으로 사용하는 그들이,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가장 감정을 어쩌지를 못해 행동에 제약을 두지도 못하는 인간들이었다. 자기를 무시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는 이유로 때리고, 죽이고, 강간하고.. 게다가 몰래 촬영한 영상을 공유하고 자기 여자친구들의 몸까지도 올릴 수 있다는 게, 해외 성매매에 대한 정보까지 공유하는 게 바로 그들이 하는 일이다. 그것은 논리와 이성으로 하는 일인가? 돈 주고 성을 사는 바로 그자들이 여자들에게는 또 창녀라고 욕을 한다. 뭐 어쩌라는 건지?



낙태를 금지하자는 사람들(구조작전의 멤버들)이 '영아 살해'이기 때문에 주장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피임을 잘하자'고 동시에 말했어야 하는데, 그들은 또 혼전 순결을 주장한다. 이게... 말이 되나? 아니, 여자가 섹스를 안하면, 당연히 여자의 섹스 상대인 남자도 안해야 되는 거잖아. 그래야 그 혼전 순결이 유지되지. 이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야? 지들이 섹스하면 섹스 상대가 있을텐데 어떻게 여자한테 혼전 순결 하라는거야?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나? 



1986년 『남자와 결혼』에서 조지 길더는 여성의 출산의 자유에 대한 남성들의 우려 밑에 깔려 있는 두려움을 가장 솔직하게 표출했다. 그는 책에서 산아제한과 낙태의 자유를 요구한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이 성공을 거두면 "성적 권력의 균형이 여성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고", 남성의 가부장적인 "정력"이 고갈되며 페니스가 "한낱 노리개"로 전락하게 된다고 밝혔다. (p.592)



며칠전에 엄마와 같이 <거리의 만찬>이라는 프로를 시청했다. 낙태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나는 낙태를 하는 친구의 보호자로 따라간 적이 있었다. 친구를 임신시킨 남자가 그 자리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술비도 주지 않았다. 친구는 자신이 돈을 모았던 저금통을 그 날 가져왔더랬다.


낙태를 한 적 있던 여자들이 나와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 그 때의 자기 자신을 후회하기도 하고 그리고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인지하기도 하는 그런 대화들을 보면서 얼마나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엄마랑 같이 본 건 너무 좋았다. 우리가 같은 여자라서 아마 그랬을 것이다. 어떻게 됐든 일이 벌어졌을 때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여자라는 건,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나. 그러나 그렇게 여자가 임신을 했을 때, 그 몸으로 낙태를 받고자 하는 것도 여자고 낳는 것도 여자다. 병원에 찾아가는 것도 여자고 몸조리를 해야 하는 것도 여자다. 그런데 이 나라가 낙태가 불법이라, 지금은 낙태를 하는 여자와 낙태를 해준 닥터들이 벌을 받는다. 여기에 정작 임신을 시킨 남자들은 빠져있다. 그들은 여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심지어 범죄자가 되게 하는데도 아무런 책임이 없단다.



어린 시절에 말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 프로를 보면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어릴 때, 친구 낙태수술 하는 데 가준 적 있어."


나는 엄마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지 못했지만,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이더라도 이제는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도 친구 낙태하는 데 보호자로 간 적 있어."



아. 우리들은, 우리 여자들은, 누군가의 낙태 수술에 보호자로 따라가준 적이 다들 있는걸까. 이 얘기를 트윗에 쓰자 다른 친구도 멘션을 달았다. 자신도 그랬노라고. 낙태 수술도 여자가 받고 보호자도 여자가 되어준다.




여성들이 아무리 가장 온건한 수준에서 자신의 생식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도 반대의 불길이 활활 일어나는 건 어쩌면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교육이든, 일이든, 그 어떤 형태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든 여성의 모든 포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가질지의 여부와 가진다면 언제 가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출산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일련의 페미니즘 의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주제였고, 반격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거센 공격의 대상이었다. (p.606)




나는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언제까지 이 회사를 다닐지 모르지만, 지금은 생활이 안정되어 있다고 나 스스로 여긴다. 


나는, 지금이라면 이제 아이를 낳아도 싱글맘으로서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제 내 육체는 임신에서 아주 멀어져있긴 하지만, 만약 지금이라면 싱글맘이라 해도 세상에 당당히 나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고(어, 근데 뭐? 왜?), 내 월급으로 아이랑 함께 사는 것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좋은 부모님과 여동생 남동생이 있고 또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내 아이가 딱히 사랑이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마 모두들 내가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게 애써줄테지. 그러나


만약 내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적에 싱글맘이 되어야할 상황에 처했다면, 나 역시도 아마 낙태를 선택했을 거다. 혼자 아이 키우는 게 자신이 없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사회에서 싱글맘을 보는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두려워서 낳지 못했을 것 같다. 이것도 너무 이상하지 않나? 싱글맘에 대한 예산도 삭감하면서, 그러면서 낙태를 하지 말라고 하면..뭐 어쩌라는 거지? 낳고 다 죽어라 이런거야?



그래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지금이라면 내가 결혼하지 않고 임신해도 엄마한테 말할 수 있고 또 아이를 낳아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내가 20대에 임신했다면.. 나도 낙태했을 것 같아. 그리고 엄마에겐 계속 비밀로 했겠지."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응, 너 그랬을 것 같아."




아직 완독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책 같이 읽기는 분명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이야기들을 같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되었다. 11월 며칠 안남았고, 자, 우리 같이 읽는 여러분 힘내서 열심히 읽어봅시다! 저는 완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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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8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11-2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뒷부분 남았는데, 힘내서 읽어야겠어요.
어머님과 다락방님 대화가 마음 한 쪽을 툭! 건드리네요. 뭉클해요ㅠㅠ

다락방 2018-11-28 09:35   좋아요 0 | URL
전 다 읽었습니다,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도 지금쯤은 다 읽으셨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어서 마음이 그나마 좀 나아졌어요. 14장 읽으면서 너무 화딱지가 나가지고 ㅠㅠ 단발머리님, 에필로그까지 꼭 읽으세요! 우리는 버터야 하니까요.

책읽는나무 2018-11-27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20대때 친구의 부탁으로 낙태수술 하는데 보호자로 갔었어요.
어둡고 침침했었던 간판도 없었던 병원이었던....늘 낙태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십 년 전 어둡고 침침했었던 그 병원이 떠올라요.
다녀온 그날 밤엔 죄책감에 아기를 위해 기도를 했었네요...며칠 동안 죄를 지은 듯하게 시간이 흘러 갔구요.ㅜ
그 친구는 다행스러운건지 그 남자와 결혼을 하긴 했습니다만...결혼전에 아이를 낳는다는건 어린 마음에 사회의 시선들을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판단하여 저지른 행동들이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친구 혼자서 감당한 것이 좀 안타까웠죠.물론 둘이 있을때 남자가 친구를 위로해 주었겠지만,좀 비겁하게 여겨져 저는 여적도 그 남자를 100% 좋게 보고 있지 않아요.겉으론 웃고 있지만요ㅜ
지인중에도 원치 않은 임신을 하여 유산을 감행한 분들이 있었는데 지켜보면 늘 힘든건 여자들 몫이었던 것같아요.

다락방 2018-11-28 09:36   좋아요 1 | URL
저도 친구의 낙태 수술했던 병원이 허름한 골목에 간판도 없는 곳이었어요. 수술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인 저 조차도 무섭게 생각되는 곳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릴 때 그런 데를 잘만 갔구나 싶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런 곳에 가서 그런 일을 겪어야 했을까요?

임신과 출산이 온전히 여자몫인 것이 너무 안타까운데, 낙태를 결정하는 건 세상과 남자들과 종교가 끼어드니 너무 절망적이죠.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야 할까요?

비연 2018-11-28 13:51   좋아요 0 | URL
전 따라간 적은 없지만, 아는 언니가 남자친구의 아이를 여러 번 낙태하는 걸 봤어요. 목사님 딸이어서 집에는 더더군다나 말을 못하고 친구들한테도 말 못하고 (사실 저도 나중에 알게 된) 혼자 가서 처리(ㅜ)를 한 거죠. 결국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긴 했지만, 나중에 아이를 가질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결국 둘째는 낳지 못했습니다. 낙태라는 무서운 일을 겪은 여성이 그 결과로 불임의 고통까지 겪는 걸 보면서, 아 정말 왜 이래야 하지. 이게 왜 다 여자의 몫으로 오는 거지. 라는 생각에 절망감이 든 적이 있었어요. 저도 지금은 잘 살고 있는 그 언니의 남편을 좋은 눈으로 보지 못합니다. 아주 무책임한 넘(!)이라고 생각되어서요. 결혼만 하면 답니까?!?!

다락방 2018-11-28 13:59   좋아요 1 | URL
이상하지요? 낙태가 불법인데 이렇게나 낙태 수술을 한 여자들이 주변에 많다는게요. 이 책에도 나와요. 낙태가 합법화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낙태 건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불법이라 음지에서 불안정하게 비위생적으로 하는 수술들을 좀 더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거라고요. 우리가 평생 가지고 살아야할 몸인데요, 안전하게 수술 받아야지요. 이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처벌받지 말아야지요.

여러차례 낙태를 반복하게 하는 남자라니, 어떻게 나쁘게 보지 않을 수 있을까요? 피임을 일절 안하고 지 좋은대로 했다는 거잖아요? 아이고야...

비연 2018-11-28 14:0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그래서 낙태를 하게끔 만드는 사회의 시선과 상황을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낙태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정의하는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음지에서 낙태받고 몸 다 상해서 나중에 정말 엄마가 되고 싶을 때 되지 못하는 아픔을 여자혼자 고스란히 안게 하고 엄마가 못 되는 건 둘째치고라도 건강도 상하게 되어 내내 고생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 일단 드러내놓고 수술을 정상적으로 받게 하고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나가야죠. 마치 낙태를 합법화하면 세상이 이상해지는 것처럼 말하는 종교인들이나 남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지. 이미 세상은 충분히 이상하고 불편하거든요 =.=;;

다락방 2018-11-28 14:14   좋아요 0 | URL
게다가 미혼모 지원 예산도 없애버리겠다고 했었잖아요? 지금은 사과하긴 했지만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죠.

애를 낳아, 그런데 혼자 낳으면 지원은 안해줄거야, 그렇다고 또 애 지우면 너는 범법자야 불법을 저지르는거지, 그러니 애를 낳아, 그렇지만 지원은 안해줘~~

도대체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이상하잖아요?

비연 2018-11-28 14:17   좋아요 0 | URL
미혼모 지원까지 국가에서 다 책임져야 하냐고.. 그 국회의원이 얘기할 땐 귀를 의심했어요 ㅠ 진짜 두고보고 있어요. 어떻게 진행될지... 이상해요 이상해요 ...ㅠㅠ

공쟝쟝 2018-12-01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장 낙태 부분은 진짜 혈압올라서.. 빻빻 너무 빻았다, 개놈 시키들, 욕을 드글드글 했어요. 친구들의 낙태 이야기는 너무 괴롭죠.. 제 주변엔 낙태 보다는(아마 말을 안한 거겠죠..), 혼전임신 후 결혼 한 친구들이 참 많은 데요... (애들 열심히 키우는 모습 보면 장하지만) 그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할 수 있을 만큼의 페미니즘이 더 필요 하다는 생각. 태어난 조카들을 위해서도 말이죠.

다락방 2018-12-02 15:18   좋아요 1 | URL
낙태 부분 읽을 때는 진짜 눈물날 정도로 억울하더라고요. 억울하다, 억울하다, 억울하다..이 생각을 천번 만번쯤 한 것 같아요. 아마 그 시절의 당사자들은 특히 더했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보다 더 많은 대화를 좀 더 깊이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모두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페미니즘 교육을 해야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세상이 그렇게 못하고 있다면 우리라도 합시다. 우리라도 열심히 읽고 쓰고 말합시다. 쟝쟝님, 우리 계속해서 열심히 함께 읽어요!

공쟝쟝 2018-12-02 16:06   좋아요 0 | URL
^.^ 네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읽고 쓰면서 ㅠㅠ 왜 울컥하죵?!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첼 추'는 미국에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녀는 동양인 남자친구 '닉 영'을 사귀고 있는데, 그가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차 싱가포르에 가면서 여자친구인 레이첼 에게 함께가자 청한다. 가서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인사를 시키고 싶다고. 레이첼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 응한다. 그러나 그녀가 미국에서 나고 자라 모르는 게 있었으니, 자신의 남자친구인 '닉 영'이 아시아에서는 누구나 다 알아주는 어마어마어마어마한 부자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닉 영은 사교계의 이름난 여자들에게 탐나는 신랑감이자 사윗감이다.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 무얼 하는지 이슈가 되고, 자연스레 너무나 평범한 레이첼은 그 부자 여자들의 시기의 대상이 된다. '그녀가 아니라면' 닉이 자신의 신랑이 될지도 모르는데, 어울리지도 않게 그녀가 그의 여자친구인 바람에 자신들의, '어쩌면 그의 아내가 될 가능성'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저 여자, 평범한 여자, 레이첼은 택도 없다. 이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여자들은, 그녀가 그로부터 떨어지기를 바란다. 물론 닉의 가족도 마찬가지. 닉 주변의 모두는, 레이첼이 닉과 떨어지기를 바란다. 처녀파티라며 이 부자여자들이 잔뜩 섬에 놀러갔을 때, 레이첼의 방에는 커다랗게 낙서가 되어 있었다.


'땡(닉 영) 잡는 대신 이걸 잡아!'


그리고 그녀의 침대에는 커다란 생산이 피를 흘린 채로 죽어 있었다.



레이첼은 그녀들의 적의를 이해할 수 없고, 그런 그녀들과 친구라는 자신의 친구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그 죽은 커다란 생선을 땅에 묻어준다. 이 일은 그녀를 당연히 괴롭힌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게 다르고 어떤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들, 우선순위가 다를 것이다. 나는 그 많은 여자들이 자신이 탐내던 남자가 다른 여자를 선택했을 때 당연히 질투와 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호감있어하던 상대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왜 질투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해를 입히면' 그러니까, 그녀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그의 곁으로부터도 멀어지면, 그러면 그가 '나를' 선택할까? 설사 그녀가 '없어져서' 나를 선택한다고 하면, 그러면 나는 그 삶에 만족할까?

많은 여자들이 힘을 합쳐 그녀를 그의 곁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커다란 생선을 잡아 죽이고 피를 흘리게 만들어 그녀를 공포에 질리게 했다. 레이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 일을 수습하지만, 그러나 만약 레이첼이 이 일이 끔찍하다고 해서 그의 곁을 떠난다면, 그래서 그가 다시 여자친구 없는 상태, 싱글이 된다면, 그렇다면 그 일에 가담했던 여자들은 만족할까? 야호, 신난다, 이제 그가 혼자야, 어쩌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거야, 꺅!! 맞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거야, 꼭 내가 아니어도 돼, 그렇게 가난한 여자는 그에게 맞지 않잖아, 차리라 내가 아니라도 부자인 너여야 닉의 품위를 맞출 수 있지, 까르륵~ 할 수 있을까? 닉이 레이첼과 헤어져서 싱글이 되고, 그리고 그녀들의 바람대로 그녀들 중 누군가의 애인 혹은 남편이 된다면, 그녀들은 행복할까? 바로 이것이 그녀들이 원했던 바라고 만족할까? 닉이 그녀들 중 하나를 선택했어도, 여기에는,


'그런 짓을 했던 내가' 남는다.

나는 그 일을 저질렀다. 커다란 생선을 죽여 피를 흘리게 한 뒤 다른 여자를 공포에 질리게 만든 일. 그 일을 저질렀던 '내'가 남아있는데,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잘생긴 부자 남자'를 선택했다면, '원하는 걸 성취한 내가 짱이다!' 할 수 있을까? 그건 스스로에게 너무 쪽팔리지 않나?


스스로에게 쪽팔리게 살지 말자. 우리가 너무 착해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저질러서는 안될 짓까지 하지말자. 내가 손해 보지 않는 것과 다른 사람을 울게 하는 건 다르다. 왜 그런 짓을 해. 그렇게 해서 닉과 살게 되면 행복할까? 닉이 날 보고 웃고, 닉의 옆에 서서 걸어도, 나의 일정부분은 '죽은 생선으로 다른 여자 괴롭힌 나'인데?


인간은 누구나 후회되는 선택들을 하기도 하고 인생에 있어서 감추고 싶은 과거같은 것들도 있지만, 그런것을 부러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그 순간 질투와 시기에 눈이 멀어 그런 짓을 하게 된다면, 평생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어쩌면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다면, 내 감정이 가장 극에 달했을 때 선택하는 건 뒤로 미루자는 거다. 극에 달했을 때 하는 선택은 잘못될 확률이 높다. 일단 나는 거기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극에 달한 감정의 꼭대기에 있을 때는 선택하지 말자. 그리고 거기서부터 좀 벗어났을 때, 빗겨났을 때 선택을 하자. 그리고 나에게 묻자.


'이 선택은 나에게 어떤 일을 가져올까?'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나는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까?'


'이 일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나'를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면, 생선을 죽여 다른 여자의 침실에 갖다놓는 일을 할 순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흠 없는 인생을 살 순 없겠지만, 가급적 후회할 일을 줄이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영화는 재미 없다. 중간까지는 너무 재미없어서 이야.. 뭐 이렇게 재미가 없지 그만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부잣집에서 평범한 여자를 반대한다는 거야 뭐 너무나 뻔한 얘기인 것이고, 너무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부(rich)는 별로 와닿지도 않았고. 살면서 그런 집에서 살아보기는 커녕 구경도 못할 것 같은데, 뭔가 만화보다 더한 부가 거기 있었달까. 그리고 생선을 죽여서 침실에 놓는 거, 그거 좀.. 요즘 사람들이 할 짓인가 싶고....... 남자 주인공은 세상 잘생겼다고 나오는데 별로 안잘생겼고.. (  ")



레이첼 추는 경제학 교수다. 홀 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살고 잘 자라서 미국에서 경제학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 레이첼 추가 자신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거였다. 자신이 잘 살고 있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선택은 그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내가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을 때 그가 얻을 것과 잃을 것은 무엇인가, 하고.



그의 어머니로부터 '너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또 그의 앞에서 '너는 외도로 낳은 자식이다'같은 탐정의 뒷조사 얘기를 듣는 그녀는, 그와 헤어짐이 닥쳐오는 걸 실감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아, 그와는 헤어져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그녀를 당연히 아프게 했다. 사랑했는데 헤어지게 되니 왜 멀쩡하겠는가. 그녀는 그렇게 그로부터 멀어져 친구의 집에 간다. 싱가폴에 오자마자 자신을 반겨주었던 친구 '페이클린'의 집에 터덜터덜 찾아간다. 친구는 그녀에게 침대를 내어준다. 그녀를 혼자 잇게 해주고, 그녀에게 밥을 챙겨다 준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아픔에 두드려 맞아 누워있다. 만나서 얘기하자는 닉의 전화에도 답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녀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말 없이 남자친구가 찾아온 줄 알았던 그녀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는데 .. 라고 생각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그녀의 엄마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는 또 울고 말았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실연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다정한 친구가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실연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와서 안아줄 엄마가 있어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거 너무 아픈데, 그런데 친구가 나를 돌봐주고 엄마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녀에게 그들이 있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녀가 앞으로 살면서 이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지금처럼 자신을 사랑하면서 또 엄마의 사랑을 느끼면서 산다면, 앞으로 더한 어려움이 온다해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을 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지만, 사랑을 받는 것이 많은 부분 고통에서 나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실연으로 너무 아플 때 그저 나를 다독여줄 친구와 엄마가 있다니, 인생 진짜 졸라 잘 산 거 아닌가. 레이첼은 열심히 공부해서 경제학 교수가 되었고, 좋은 친구와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 인생 짱이다!



나는 사람들이 아픈 사랑을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그렇다해도, 이 영화의 좋은 결말은, 그러니까 내 기준으로는,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에 다시 몰두하며 싱글의 삶을 즐기는 거였다. 그러다가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수도 있고, 아니면 말고. 그녀는 스스로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성인데, 게다가 친구와 엄마도 있는데, 무너진다한들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이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가르치면서, 때때로 닉을 사랑했던 시간들 때문에 혼자 웃거나 울겠지만, 그렇게 자신의 능력으로 보란듯이 잘 살아내는 게 가장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결말 좋구나... 했는데, 아니 세상에...



(여러분 스포일러 터집니다)


그는 그녀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출발전에 후다닥 와서는 그녀에게 '다시' 청혼한다.



네??????????????



뭐, 이쯤하자.

내가 그냥 가서 혼자 살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람. 어차피 선택은 각자의 몫..다들 자기의 행복을 위해 달려가는 것.........




주말에 E 의 집들이에 다녀왔다. E 는 전보다 더 좋은 집에 살게되었고,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나는 너무 좋아서 웃었다. E 의 집에 벨을 누르고 들어가 잔뜩 사온 선물(두루말이 휴지셋트, 크리넥스 셋트, 키친타올 셋트, 와인, 돼지고기)을 안기고서는, 축하의 말을 연신 건넸다. 너에게 분명 힘든 시간들이 있엇는데, 올해의 너는 참 좋아지고 잇는 것 같아 좋다, 너가 사랑할 대상이 생기고 또 이렇게 좋은 집으로 옮기게 되고 생활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가는 걸 보는 게 너무 좋다, 라고 말했다. E 는 올해 했던 어떤 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올 해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아'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런 E 에게, '그거 되게 중요한 것 같아, 어떤 선택에 대해서 내가 잘했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거' 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런 일을 인생에서 계속 반복해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을거고.'



지난 번에 친구들이 좋은 집에 갔을 때도 마음이 좋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알고 다정한 사람들이 더 잘되는 걸 보는 건 너무 좋다. 그 좋은 기운이 내게도 스미는 것 같다. 좋은 일이 생기고 그걸 축하해줄 수 있다는 건 너무 소중하다. 토요일 밤, 술이 잔뜩 취해서는,


나는 예전하고 또 다른 사람이 되었고, 달라진 모습에 어떤 사람들은 실망하고 떠날 수도 있지만, 이런 모습을 다 보고서도 또 여전히 다정하게 내 편이라고 말하는 내 친구들이 있는 게 너무 고마워.



나는 그 날 밤 여러차례 친구들을 포옹했다고 한다. (이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킁킁)



좋은 사이란 어떤 사이일까?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제는 일요일이 가는 걸 아쉬워하면서,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어떤 것들에 크게 만족하면서,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제대로 구워먹었다. 계란찜도 하고 파절이도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 고기가 많이 남아있다. 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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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1-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완전 제대로 차려 드셨는데요^^

다락방 2018-11-26 13:48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아주 만족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은 혼술이 꼭 필요해요. 으흐흐흐흐

moonnight 2018-11-26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영화 참-_-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들이 편먹고 여주 괴롭히는 내용이라니ㅠㅠ 남자들이 저러는 건 못 본 거 같은데-_-;,,

맞아요 좋은 일에 샘내지 않고 진심으로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관계가 진정 좋은 사이지요. 착한 다락방님^^

계란 잘 찌셨네요 파절이도 맛있겠고 아침부터 배고파요^^

그나저나, 지닌 금욜 필름 끊긴 일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쩝 ㅠㅠ 인생 참-_-;;;

다락방 2018-11-26 13:49   좋아요 0 | URL
여자들이 편먹고 여자를 괴롭히는 게... 글쎄요, 실제로 있는 일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뭐 남자 하나 차지하겠다고 그렇게들 난리인지. 이것도 그냥 ‘여자들이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에서 오는 것 같아요. 좀 어처구니;;

계란은 사실 밑에가 좀 탔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뭐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파절이는 맛있었어요. 으하하하하. 저는 생에 대한 의욕이 정말 간한 사람인가봐요. 혼자서도 완전 잘 차려먹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나잇님도 필름.. 끊기셨었나요. 저는 기억이 가물가물. 흙흙 ㅜㅜ

syo 2018-11-2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는 인생의 무엇일까요??

빛?? 희망??? 사랑????

혹은 그 모든 것??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6 13:49   좋아요 0 | URL
고기란, 저에겐 뭐랄까.. 생에 대한 의욕....의 상징 같은.... 그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18-11-2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좋은 일에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관계가 핵심이더라고요. 질투와 비교도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게 관계를 좀 먹는다는 걸 몇 년 전에 깨달아 씁쓸했어요. 저 영화 보고 싶었는데 다락방님의 리뷰로 본 걸로 하겠습니다. ^^

다락방 2018-11-26 13:5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영화는 이슈가 된 거에 비하자면 재미가 없었어요. 여자들이 남자 차지 하려고 편먹고 다른 여자 괴롭히는 것도 현실성 없었고, 자기를 허락하지 않았던 시어머니가 있었음에도 자신 역시 며느리를 허락하지 않는 여자를 보는 것도, 뭐랄까, 이것이 아주 보수적인 입장에서 만들어진 영화 같더라고요. 저는 딱히 재미있지 않은 영화였어요.

맞아요, 블랑카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해줄 수 있지만, 기쁨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일이 드문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해줄 수 있는 관계가 정말 친밀한 관계라는 생각을 요즘에 많이 합니다.
 

부제: 소세지 계란말이



얼마전에 SNS 에서(트윗인지 인스타인지..) 소세지 계란말이 하는 영상을 보았다. 나는 언제나 계란말이를 망치는 사람이었고, 그렇지만 그 영상을 보고나자 이번엔 성공의 기운이 뽝 오는거다. 어라? 소세지 넣고 돌돌 말면 오히려 말기가 쉬워질 것 같은데? 그렇게 나는 도전해보기로 한다. 내가 본 영상속에서는 왜때문인지 소세지를 누른 식빵으로 말아서 그걸 계란에 넣고 말긴 하더라만, 나는 식빵 먹기 싫으니까 소세지만 넣고 해보는 걸로. 후훗. 어제 요가 끝나고 밤 열 시가 넘어 집에 가면서 '어서 소세지 계란말이 하고 싶어 미치겠다!!' 하는 심정이 되어, 마트에 가서 소세지를 사고 후다닥 집에 가 바삐 만들었다. 이거 만들어놓고 예쁘게 접시에 담아 내일 아침 먹어야지. 아빠도 드시라고 두 개 해야겠다. 하나 하면 내가 다 먹을테니까. 나는 손 큰 여자사람...


그렇게 계란을 풀고.. 그런데 소세지를..그냥 하면..계란속에 있으니까... 너무 생...의 느낌, 날것의 느낌이 아닌가 싶어, 그래 그러면 삶자...아니야....그러면 냄비 하나를 또 써야 한다. 설거지 거리 늘어나. 걍 프라이팬에 살짝 데우자. 하고는 기름 없이 프라이팬에 커다란 소세지 두 개를 살짝 데웠다.


계란 네 개를 풀고서는 데워진 프라이팬에 얇게 펴바르고 그 위에 소세지를 얹는다. 잠시 후 소세지를 계란과 함께 돌돌 만...


어?


안말리네?


왜때문인지?


다시 돌돌 만...


안말리네?

왜죠?


뒤집개와 젓가락을 사용해 돌돌 말아보지만 망삘... 망한 기운이 스믈스믈 내게로 느껴지며... 어쨌든 간신히 말고 또 얇게 계란물 넣고 또 둘둘...또.... 아무튼 그렇게 해서 간신히 두 덩이를 해보았으나, 아아, 형체는 둥그렇게 말리긴 했다만,



자, 어쨌든 예쁘게 썰어보자. 계란 안에 소세지가 쏘옥- 들어있는 그 예쁨을 한 번 느껴보자. 꺅 >.< 하고 썰었는데!!





처참하게 실패했다. 계란과 소세지는 따로 놀았다. 옆에 것은 안벗겨진것 같지만, 젓가락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소세지가 쏙- 빠져버려... 쌍욕 나오는 것이다.


어디에서 실패한걸까.

식빵이 필요했던걸까.

집에 식빵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소세지를 데워서 그런걸까.


하아..너무 처참한데, 나는 왜 손이 큰 여자사람인 것인가.



신이시여, 저에게는 썰지 않은 한 덩어리가 더 남아있습니다.




왼쪽에 저 긴 거, 제대로 말린 것 같지만 썰었더니 또 위에것처럼 똑같이 망....처참하게 망....... 요리천재 어디갔죠? 나는 요리 천재지만 일단 계란말이는 안되는 걸로..



덕분에 오늘 아침에 계란 따로, 소세지 따로 집어먹고 나왔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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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1-22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계란말이.. 엄두가 안 나네요. 소세지가 게란에 착 붙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생각...

다락방 2018-11-22 11:49   좋아요 1 | URL
계란말이가...이게 왜때문인지 어려워요. 저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카레가 제일 쉬웠어요. 비연님, 버터버터! 버터만 있으면 카레는 지상 최고의 맛. 저는 이제 식당에서 카레 안사먹어요. 제가 만든 카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11-22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계란말이 아직도 못 해요. 시작은 계란말이였으나, 종국엔 스크램블 에그가 되지요.
다락방님 소시지 계란말이..... 둘은 함께 하지 못 하지만, 맛있어 보여요. 맛있겠당!!! 킁킁!!!

다락방 2018-11-22 11:54   좋아요 0 | URL
계란말이 만드는 영상 보면 사람들 엄청 쉽게 둘둘둘 말더라고요? 그런데 왜 저는 안말아지는지 원... 저 역시 스크램블이 됩니다. 그러면 저는 ‘어쨌든 뭐 부숴먹어야 되는거니까 뭐..‘ 이러면서 합리화를... ㅋㅋㅋㅋㅋ

소시지도 맛있고 계란도 맛있으니까, 굳이 같이 안말아도 맛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 2018-11-2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말이 하려면 초보자는 사각팬이 필요하고 먼저 기름칠 살짝 하고 닦아야 하고 뒤집개도 넓은걸로 두개는 필요하고.
의외로 계란요리가 어려워요.전 죽을때까지 초보인가 봅니다.

다락방 2018-11-22 12:19   좋아요 0 | URL
아아 같이합시다, 죽을때까지 계란말이 초보.... 그거 저도 아마 그럴듯 합니다. 전 걍 스크램블 하고 프라이만... 뭐 그렇게만 먹고 살아도 삶에 부족함은 없으니까요... 그렇지만.....소시지 계란말이 한 번 성공해보고 싶네요. 예쁘게... 부질없는 욕망인 것을... 하아-

무해한모리군 2018-11-2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식 계란말이는 요리사 3년차쯤에야 하게해준다잖아요. 전에 심야식당 만화를 보고 고대로 따라해서 한번 성공했는데(그 유명한 초심자의 운) 그 이후 다시 원점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3 08:41   좋아요 0 | URL
계란말이가 그러게나 어려운 거였군요. 크- 저만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전 아마 이번 생에서 계란말기는 다 틀린 것 같아요. 남이 말아주는 거나 먹고 살아야지, 원... 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18-11-2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읽고 마음 편해지는 1인 추가요^^

다락방 2018-11-23 08:41   좋아요 1 | URL
저만 못 마는 게 아니라니, 저 역시 마음이 편해지지 뭡니까! 이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다!!!

syo 2018-11-23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쟤네가 왤케 귀엽지?? 노랑노랑한 것이...

가을이네요.

다락방 2018-11-23 13:33   좋아요 1 | URL
응? 지금 내 계란말이 보고 얘기한 거 맞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이 구역의 귀여움 담당입니다. (아무말)

공쟝쟝 2018-11-24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앍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1-26 07: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꼭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가 물었다.

엄마와 당신이 만났으면 해요.

그분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어요?

그건 그래요. 하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엄마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그럽시다. (p.215)



30대의 에일린은 학교 교사이다. 그녀는 교사들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인근 다른 학교의 40대 교장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서로 좋다고 만나게 됐고, 그 만남이 지속되자 에일린은 그를 자신의 엄마에게 소개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외롭지 않다는 걸, 혼자가 아니라는 걸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다. 교장은 당연히 꺼려한다. 자신은 유부남이니까. 세상 어느 엄마가 자기 딸이 유부남 만나는 걸 반겨할까.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지만, 그녀가 원하기에 그러자고 대답한다.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시라고 들었어요. 윌라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어느 학교죠?

여기서 북쪽에 있습니다. 프런트레인지에 있는 조그만 마을이죠.

학교 이름을 말씀하시지 않는군요.

말씀드릴 수도 있지만 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어서요. 그가 대답했다.

나한테요, 아니면 선생한테요?

부인께 중요한 사항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한테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고요.

그건 선생이 기혼자이기 때문이죠.


(중략)



선생의 부인은 물론 모르실 테고요.

네, 그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알았다면 제가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자녀도 있나요?

네, 딸이 둘 있습니다.

따님들 나이가 몇 살인가요?

열 살과 여덟 살입니다.

어린 소녀들이로군요.


(중략)


아내를 떠날 생각이에요? 윌라가 물었다.

그가 롤빵을 내려놓았다. 아직 그런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언제 결정할 건가요?

엄마,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네게 답이 필요한 질문을 하는 중이지.

우리 일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내가 모른다고?

그래요. 그러니 제발 그만두세요. (p.216-219)



가족이라 해서 나의 모든 일에 관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을 일일이 간섭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내 딸이 유부남을 만난다는 걸 알게된 엄마가 걱정하고 그걸 싫어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 나는 내가 행복하다는 거, 외롭지 않다는 걸 엄마에게 알리고 싶었던 에일린의 마음이 뭔지 너무나 잘 안다. 나 역시 내가 너무 행복했을 때 그리고 기뻤을 때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은 남자랑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을 때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다. 엄마,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얼마나 근사하냐면~ 하고 조잘조잘 떠들고, 이 남자가 내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실제로 나는 아주 많은 것들을 엄마에게 말했다. 내가 기뻐하면 엄마가 기뻐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내가 그와의 사랑에서 멀어지자 엄마는 내게 말했었다.


"너 되게 행복해 보였는데."


엄마는 내 행복을 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었다. 내가 이별 후에 힘들어하자 엄마는, '앞뒤 보지말고 여기 사정 생각하지말고 무조건 그 사람 찾아가서 잡아. 돈 없으면 엄마가 줄게.' 라고. 물론 엄마는 내가 만나는 어떤 남자에 대해서는 반대를 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어떤 남자에 대해서는 '그 남자 덕분에 너가 정말 행복해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경우, 어떤 연애나 어떤 남자들 혹은 어떤 일에 대해서는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연애를 일일이 엄마한테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며, 내심 '관둘거니까' 라는 생각도 있었을 테다. 내 사적인 관계에 대해 다 말할 필요가 무어람. 그러나 그중 어떤 것들은 '엄마가 알면 안되는' 관계여서 그런것이기도 했다. 이건 엄마가 알면 안된다, 엄마가 알면 아마 내 선택에 마음이 너무 아플것이다, 엄마 모르게 끝내면 된다, 라고 생각한 적도 물론, 있었다.



에일린이 엄마에게 자신이 만나는 남자, 자신이 요즘 사랑하는 남자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그 마음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행복하고 지금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엄마에게 보이고 싶은 그 마음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지금 만나는 남자가 유부남이고, 심지어 '아내와 이혼하고 너에게 오겠다'고 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엄마에게 소개를 하다니, 나는 .. 그건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랑은,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그게 사랑이니까, 내가 거기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유부남과 만난다는 것, 애인이 있는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에일린이 그에게 결코 '1순위'는 아님을 의미한다. 에일린은 싱글이고 지금 사랑하는 남자가 교장이니, 그녀에게 교장은 1순위의 사람이다. 그러나 교장에게는 아내 다음, 자식 다음이 에일린이 되는 것이다. 세상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해주지 못하는 관계에 내 딸이 들어가 있다니, 엄마로서 가슴칠 노릇이 아닌가.



에일린이 내 친구였다면, 나는 에일린을 쫓아다니며 말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어떤 상대에게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  잘못인 줄 알면서도 뚜벅뚜벅 걸어갈 수도 있고, 인생에 있어서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특히나 사랑이라면, 저마다의 것이기도 하니까. 만약 에일린이 이 사랑이 그간 만나온 사랑중에 가장 크고도 깊은 사랑이라고 하면, 나는 친구로서 그저 에일린의 말을 들어주고 또 에일린의 서운함에 같이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그런 한편 '그러나 내 친구가 왜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과 사랑하는가'하는 것 때문에 속상했을 것이다.


내 가족이면 더했을 것이다. 내 가족이 그런 사랑에 빠졌다면, '너는 너무 소중한데, 너를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지' 라고, 나도 어쩔 수 없이 끼어들기를 했을 것이다.



윌라가, 에일린의 사랑에 끼어들기를 한 것. 유부남인 걸 알고 만남의 장소에서 결코 다정하지 않게 대한 것이, 윌라의 잘못일까? 나라면 다르게 대할 수 있었을까? 다른 평범한 커플 친구를 만날 때처럼 일상적인 질문들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 유부남에 대고 '에일린 어디가 제일 좋아요?' , '어느 점에 반했어요?' 같은 질문을, 유부남인 교장에게 할 수 있을까? 게다가 '다 버리고 너에게로 온다'는 말도 일절 없는 남자인데, 나는 대체 그를 왜 만나서 그로부터 무엇을 들어야 하는가...



현재 에일린은 60대이다. 그러니 교장과 사랑에 빠졌던 것은 오래전의 일. 그 사랑은 오래 가지 못했다. 교장의 아내도 알게됐고, 그녀는 교장의 아내로부터 뺨을 맞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꿋꿋이 자신의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못했다. 게다가 이제는 사랑에 빠질 일도 없을 정도로 나이 들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쭉 혼자였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테지, 라는 생각으로 때로 지나온 시간을 후회한다. 그걸 보는 윌라는 마음이 아프다.



저는 종종 새각해보곤 했답니다. 이 오랜 세월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고 나중에 그때를 떠올리고 비교하면서 상실감을 느끼는 편이 좋은 걸까요. 그녀는 에일린 쪽을 흘긋 바라보았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그런 사람을 만들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걸까요. 그러면 예전이 어땠는지를 기억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편이 분명 더 나을 거라고 말씀드려야겠군요. 라일이 말했다. (p.343)



내가 너무 사랑을 해서, 너무 깊이 사랑을 해서, 그래서 그와 연인이 되는 일은 가급적 피하려고 했다. 내게 연애란 반드시 끝을 가져오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니 그저 친구가 되는 쪽이 손을 잡고 나란히 오래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해보지도 않고 왜 겁을 먹냐고 내게 말했고, 그래서 나는 인생 그 어느 때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별후에 얼마나 아프던지, '거봐 내가 안한다고 했잖아' 하면서 혼자 엉엉 울었다. 안한다니까 왜 하자고 해서 나를 이지경을 만들어, 역시 안하는 게 답이었는데, 하면서 한 달 내내 울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울면서도, 하지 않는 게 그를 놓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그와 사랑한 시간을 선택한 건 정말이지 좋았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것보다 사랑을 잃고 아파해본 것이 낫다고, 미국의 오래된 격언에 있다는데, 나는 그 말이 참이라고 생각한다. 아팠지만, 너무 아팠지만, 나는 그 편이 나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쑥불쑥, '그러지 않았다면 잃지 않았을텐데'라고 생각해서, 그를 잃은 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런 생각을 하루에도 오천번씩 떠올려 보지만, 그러나 그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인생 가장 찬란한 시간이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윌라는 남편과 사이도 좋았고 오래 함께 살았다. 그들 사이에 딸 에일린이 있었고. 사이좋고 오래 함께 산 남편이 죽고나니 그 상실감이 그녀에게 너무도 컸다. 사랑하고 함께했던 사람이 가버린 뒤의 상실감이 나을까, 아예 이런 걸 모르고 사는 게 나을까, 라고 물었을 때 동네 목사인 '라일'이 한 답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던 편이 더 나을거라고 한 답이, 내 답과 같다. 그래, 그걸 아예 모르고 사는 삶 보다는, 사랑을 잃고 아파한 적이 있던 게 낫다. 왜 나을까?



그건 몰라..

모르지롱...




작은 마을이다. 암 판정을 받고 죽어가는 나이 든 남자 노인과 평생을 그의 옆에서 다정하게 함께 살았던 여자가 나온다. 그들의 딸은 50대. 마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나이 든 사람들. 로레인의 옆집에는 엄마를 잃고 아빠마저도 없는 8살 소녀 앨리스가 자기 할머니랑 같이 살기 위해 온다. 50대의 로레인이, 60대의 에일린이, 80대의 윌라가 모두 앨리스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고 모두 그 아이에게 잘해주려고 한다. 앨리스의 할머니를 찾아가 '내가 아이랑 오늘 밥을 먹어도 될까요?' 를 물으면 앨리스의 할머니는 앨리스에게 '너의 생각은 어떠니?' 묻는다. 그렇게 앨리스는 이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밥을 먹고, 수영을 하고, 옷을 사고, 자전거 타기도 배운다. 너무 좋은 얘기다. 너무 따뜻한 얘기다. 마을 할머니들이 하나가 되어서 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자 한다. 무표정한 아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우면서 반짝거린다.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이야기다. 아이에게 잘하는 어른들을 보는 것은 너무 좋다. 요란 떨지 않고 그들 모두가 이 작은 소녀 앨리스에게 마음을 전한다. 좋은 얘기다.



나는 이 작은 소녀 앨리스에게 진심어린 축복을 전한다.



나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질 때,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상대에게 그러하듯이, 상대 역시 나를 우선순위로 놓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에 빠지는 그 감정이란 것이, 그게 그렇게 내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빠지고나니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빠지고나니 나를 뒷전으로 미뤄두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걸 내가 어떻게 할 순 없겠지만, 내 자신이 소중한만큼 또 내가 상대를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은 닥쳐오겠지만, 이별이 아무리 아파도 사랑할 때는 좋은 상대와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그 사랑을 위해서도 나으니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나 역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이 좋다. 내 슬픔에 같이 안타까워 해주고, 내 기쁨에 같이 기뻐해주는 사람과 사랑해야 한다. 특별한 이벤트로 서로를 만나는 게 아니라 그저 일상 속 모습으로 만나도 서로에게 다정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에일린은 이제 자기 인생에 사랑도 섹스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혹여라도 그녀가 사랑을 '다시'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에일린이 최선의 상대임을 알아채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집중해서 들여다봐야 좋은 사람, 좋은 사랑을 만날 수 있다.

동네 할머니들의 관심과 애정과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앨리스에게 축복을 전한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 소녀들에게 축복을 전한다. 어린 소녀들이 아프지 않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혹여라도 어쩔 수 없이 아프고 상처 받는다면,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란다. 책 속에서 마을 할머니들이 저마다 앨리스에게 따뜻해서 나는 너무 좋다. 이 책에 아픈 이야기도, 상처 받은 이야기도, 잘못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나는 이 어린 소녀에게 보내지는 따뜻한 애정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어린 소녀에 대해 생각한다. 너희들은 기꺼이 축복받아야 하는 존재란다. 당연히, 언제나, 늘.




오늘이 금요일인줄 알았는데 목요일이라서 너무 슬프다 ㅜㅜ

그렇지만 내일 금요일이 오니까 기뻐해야지.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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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11-2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목요일이라 슬픔.... ㅜ

다락방 2018-11-22 11:49   좋아요 0 | URL
오늘은 왜 금요일이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