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진짜 기빨린다 ㅠㅠ


그러니까 앤드류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것처럼 젠틀했고 스윗했지만, 내 영어는 발전하지 않았고, 그래서 대화하다가 이해 못하는데 알아듣는 척 하는 부분도 좀 있었다. 때로는 다시 말해달라고 하긴 했지만, 그리고 때로는 같이 웃고 농담 하기도 했지만, 분명 뭐라는건지 모르겠는 부분도 있어서, 6개월 공부한 거 진짜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고, 그래서 앤드류한테도 6개월은 외국어를 익히기에 너무 짧아.. 이러고. 하아- 그래서 내가 또 이해못할까봐 그리고 이해시키지 못할까봐 신경을 하도 썻더니 오전부터 만나가지고 같이 밥 먹고 차마시고 드라이브하고 트램 타고 걷고 그러면서 기빨렸어.. 사람이 좋아도 기빨릴 수 있다. 외국어란 그런것이다.. 신이시여, 저의 외국어는 왜 이모양인가요? 왜 발전이 없나요? 흑흑.

하여간 우리는 만났다. 그가 호텔 로비로 와서 만났는데, 그의 차를 타고 근처에 가기로 했단 말이지. 그래서 주차된 차 앞에 갔는데 앤드류가 차 문을 열길래, 나는 반대쪽으로 가서 여기에 앉으면 될까? 하고 물으며 차 문을 열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여기라고 하는거다. 순간 뇌가 정지하면서, 그의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무슨 말이지, 지금 타지 말고 주차된 차 빼고 타라는건가, 조수석 타지 말고 뒤에 타라는건가, 하고 살짝 굳었다가, 잠시 후에야 아!! 운전석이 우리나라랑 반대지!!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 하고 그가 나를 위해 열어둔 문쪽으로 갔다. 그러니까 나 타라고 문 열어준건데, 나는 졸 자신감있게 반대쪽으로 가서 여기 타면 되지! 이런거다. 아 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잠시후에 뒤통수 맞은듯한 깨달음과 함께 그가 문을 열어둔 쪽으로 가서는, 한국에서는 반대라서... 하고 변명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호텔 회전문만 해도 그렇다. 호텔에 들어서기 위해 회전문을 지나쳐야 하는데, 이게 문이 한국에서랑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거다. 싱가폴도 운전석이 반대이며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왼쪽에 서긴 하지만, 내가 회전문 반대로 도는건 처음 보는 것 같아. 나는 그 문앞에서 처음에 '나 들어갈 수 있는걸까' 당황했더랬다. 하여간 그렇게 차에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원래 그의 계획은 호텔 주변 시내를 도는 거였는데, 그런데 내가 혼자서 이 근처를 돌아다닐 것 같으니 외부로 나가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나 이 동네 다 걸어서 다닐 거라고 했다. 그렇게 해가지고 Studley Park  라고, 내가 가볼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공원에 갔다. 공원이라고 되어있지만, 내가 그동안 가 본 한국 포함 여러 공원중에 가장 야생의 공원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보트를 타고, 달리기도 했다! 






이곳에 있는 까페는 분위기가 좋았지만 사람이 엄청 많아가지고 우리는 밥을 먹으려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베트남 쌀국수 먹으러 갔는데, 내가 베트남 쌀국수 좋아해도, 그 안에 있는 고기를 잘 안먹는다. 그러니까 나는 국에 들어간 고기를 별로 안좋아한단 말이야? 그런데 이 식당 옵션 중에는 베제테리안 쌀국수가 있더라. 오, 그래서 그걸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음식이 나오기 전, 마주앉아서, 그는 내게 물었다.

"자, 그래서, 너는 날 보러 여기까지 온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왜 대답할 수 없었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웃다가,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너도 보고... 라고 대답했다.

멜번은 싱가폴에서 가깝다. 한국에서는 열시간 이상 걸리며 직항도 없지만, 싱가폴에서는 일곱시간 반이 걸리며 멜번 직항이 있다. 2주 전에 코타키나발루 갔다 왔던것처럼, 나는 싱가폴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호주를 언제든 오기는 왔을테지만, 그러나 시드니나 브리즈번이 아닌 멜번인 것은, 앤드류 때문인 것은 맞다. 이왕이면, 가서 앤드류 만나면 좋지.

나는 앤드류에게 말했다.

"우리 싱가폴에서 만났을 때, 내가 너에게 2월에 멜번에 가겠다고 했던거 기억해?"
"응 기억해."



스프링 롤이 먼저 나와서 먹다가 쌀국수가 나와서 국물을 떠먹었는데 맛있었다. 아, 역시 따뜻한 국물은 진리다! 하고 앤드류는 소고기 쌀국수 시켜서 같이 먹기 시작했는데, 외국인이지만 그는 젓가락질을 잘했다. 너 젓가락질 잘하네, 했더니 아시안 푸드 좋아해서 자주 먹는다고 했다. 이곳도 전에 와본 곳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누들을 먹는데 소리가 하나도 안나는거다. 보통 한국에서는 후루룩 거리고 먹어 이렇게, 하고 내가 시범을 보였다. 자기는 소리를 내면 안되는거라고 배웠다면서 그런데 한 번 해보겠다고 하더니, 해보다가 이내 포기했다. 뜨거운데 어떻게 그렇게 먹냐고. ㅋㅋ 그래서 나는 어쨌든 양손을 사용해서 소리 안내고 먹으려고 했지만, 막 그렇게 면치기 하는 사람들처럼 소리나는 건 아니어도, 소리가 앤드류처럼 안나진 않는거에요... 그래서 앤드류에게 물었다. 혹시 내가 이렇게 소리내서 먹으면 너 짜증나? 그랬더니 전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하, 이게 처음엔 맛있었는데 너무 짰어... 여기 음식 왜이렇게 짜.. 어제도 홍콩식당 가서 맛있어보이는 볶음소고기 누들 먹는데 너무 짜서 다 못먹었단 말야. 그런데 이것도 짜서 다 못먹겠는거다. 뜨거운 물 달라고 해서 부을까, 하다가 그냥 좀 남겼다. 저 야채 다 건져먹고 싶었는데 짰어. 하... 나 완전 살빠져서 돌아가는거 아니야? 이렇게 밥을 잘 못먹어서 어떡해...


아무튼 그렇게 쌀국수집에서 수다 떨다가, 다시 차 타고 시내로 돌아와서 커피 마시러 갔다. 

여기에 오면서야 알았는데, 멜번은 커피가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멜번은 커피의 도시라고. 돌아다니다보니 커피트럭에서도 커피빈을 팔더라. 아무 까페나 들어가도 커피가 맛있어, 라고 앤드류도 역시 말했다. 아직 멜번에 와서 돌아다니면서 스타벅스를 못봤다. 채경이한테 물어보니 스타벅스가 있다고는 하는데, 나는 아직 보질 못했다. 태양이 뜨거웠고, 그런데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고 나는 너무 좋았다. 그는 내게 정말 좋은 때에 왔다고 했다. 시야도 맑았다. 날씨가 화창해서. 하여간 그렇게 걷다가 까페를 들어갔고, 나는 롱블랙을 주문했고 그는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서 아이스라떼를 주문했는데 아이스크림도 추가했다.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내가 제대로 앤드류와 직원의 대화를 들은게 맞나 싶어서, 너 아이스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추가한거야?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가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일단 롱블랙... 아메리카노 생각하면 안되고요 ㅋㅋㅋ 양 디게 적어. 그런데 앤드류가 시킨 저 커피 맛있었다. 고소했어. 하여간 이 적은 롱블랙을 내가 마시고 방광 난리나가지고 ㅠㅠ 


이게 내가 카페인에 민감해서 보통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방광이 터진단 말이야? 그래서 스타벅스에서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시곤 한다. 알라딘 에서 원두 사서 마셔도 방광이 베리 센시티브 해지는겁니다. 커피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이 롱블랙 마셨더니 방광이 요동을 쳐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 이곳은 커피의 도시라는데, 나는 커피를 마시지 말자고 생각했어... 이게 나 혼자면 힘들면 되는데, 누구랑 같이 있으면 부끄럽기까지 해.. 하여간 커피 마시면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너, 내가 여기에 온다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


그는 happy 했고 excite 하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그에게 톡으로 그 얘기를 하고 나자 I'd love to! 라고 했다. 아직 일정을 잡기 전이었는 나는, 그 얘기를 하고난 며칠 뒤 나의 일정을 그에게 공유했고, 그러자 그는 바로 캘린더에 적겠다고 했다. 그렇게 캘린더를 내게 보여주었다.(초록 일정은 그의 프라이빗이라 내가 지움)



저게 처음에 내가 알려준 일정 적은건데, 저기 보면 이렇게 써있다.


YUKYONG IS HER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호주에 여행을 계획했고, 그리고 그 계획중에는 앤드류가 있었지만, 나의 모든 날들을 그와 함께 보내고 싶은건 아니었다. 혹시라도 해외에서 온 친구 때문에 그가 부담을 느낄까봐 걱정이 되어, 니가 일하는 사람이라는 거 알고, 그러니까 부담은 갖지 말고, 시간이 된다면 만나자 라고 말했더랬다. 그가 싱가폴에서 호주로 돌아가서 새로 하게 된 일은 사업의 시작부터 함께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매우 바쁘다는 걸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게다가 주중에는 아침에 수영-일-gym 의 일정이고 주말에는 다음주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장보고 준비해야 주중의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다고 했던 터였다. 내심 나는 하루만 만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혹은 이틀? 나에게도 혼자인 시간이 필요하거든.. 하여간, 그래서 만났는데,


그는 내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없네 ㅋㅋ 나한테 너 몇살이지? 물어서'내가 전에 얘기했잖아!' 했더니 잊었다고 했다, 나의 나이를.. 그래서 내가 너 몇 년도에 태어났지? 묻고, 내가 태어난 년도를 말했다. "너 나보다 열 살 많네." 어, 나는 알고 있었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랬더니 나한테 너 굿 룩킹이라고 그렇게 안보인다고 했다. 그건 너네가 원래 아시아인 나이를 잘 몰라서 그런건데..라고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데이트 얘기를 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이미 앤드류는 내게 자신이 데이트를 시작했음을 알렸다. 그동안 바빠서 도저히 여유가 없었는데 1월 부터는 루틴이 완전히 자리 잡았고 이제 와이프도 찾고 싶어서 데이트를 시작했노라고, 그리고 내게 그걸 말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했다.  그는 말했고, 나는 들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오늘 했다. 그는 결혼도 하고싶어했고 아이도 갖고 싶어했다. 사실, 나 처음에 좀 충격이었어. 내가 아시아인이어서일 수도 있고, 내가 올드 퍼슨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그 데이트를 여러명과 동시에 한다는게 베리 쇼킹이었어, 라고. 내가 올드 퍼슨이라고 하자 그가 내 나이를 물었던거다. 그런데 너 몇살이지? 하고. 그가 데이팅 앱을 사용하고, 데이트를 한 여자랑만 하는게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진짜 대충격이었었다. 내가 보는 이 젠틀한 사람은, 젠틀하지 않은건가? 그러나 그는 데이팅 앱을 사용했던 싱가폴에서 어떤 섹슈얼한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더랬다. 어? 데이팅 앱은 섹스의 용도로 사용하는게 아닌건가? 심지어 싱가폴에서는 연애를 염두에 둔것도 아니었다. 호주로 돌아갈 거니까. 데이팅 앱에 그렇다는 걸 미리 써두고 또 만나서 얘기하기도 했단다. 그러니까 거기 있는 동안 혼자이니 사람을 만나고 싶어 앱을 이용했던 거다. 그건 혼자 여행다니는 내가 한 번도 고려해본 적 없던 방법이었다. 하여간 당시에 이래저래 좀 충격이었는데, 우리가 그 때 그 대화를 했기 때문인지 내 인스타 피드에는 데이팅 앱 광고가 뜨기 시작했고, 국제연애 커플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다보니, 국제연애를 하는 한국여자들이 말하는게 있었다. 그들은 한 여자를 사귀기 전에 동시에 이 여자도 만나보고 저 여자도 만나보고 여러차례 데이트를 한다는 거였다. 보통 한국 여자 입장에서는 '우리 데이트 했으니까 썸타는거지' 라고 생각하고, 데이트 몇 번 이어지면 '우리 사귀는거겠지' 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그런식으로 진행되지 않아 컬쳐쇼크였다는 거다. 그러면서 나 역시도 데이팅앱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도 알게 됐고, 그리고 샐리 루니의 책도 읽고, 하여간 그 모든 것들을 접하면서, 데이팅 앱과 데이트를 대하는 태도나 생각이 내가 가진 것과 그들이 다르다는 걸 알게된거다. 나는 이 얘기를 그에게 했는데, 그는 맞다고 하면서,


"그냥 데이트 하는 거잖아. 밥 먹고 차 마시고 서로 알아가는거지."


그러니까 이건 연애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람과도 해보고 저 사람과도 해볼 수 있는 거였다. 그러다가 누군가와 진중한 관계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서로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각자 정리하는 거였다. 그러니까 남자도 여러명의 여자와 데이트를 해보고, 여자 역시도 이 남자랑 데이트 하면서 다음주에는 다른 남자랑 데이트를 할 수도 있는거였다. 서로 그렇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너 그 데이트는 어땠어?' 이렇게 묻기도 한다는 거였다. 나는 '한국에서 내 친구가 데이팅앱으로 남자 만나 데이트를 했는데 그에게 고스팅 당했어!' 라고 하자, 그는 '맞아 그건 정말 나쁜 건데,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 나도 데이트 한 상대와 즐거웠다고 생각했는데 고스팅 당한 적 있어' 라고 말했다.


지금은 좀 많이 달라졌지만, 보통 한국에서는, 한 사람과 데이트를 하다가 사귀게 되고, 그런 다음에 손을 잡고 키스를 하게 돼. 이런 순서로 진행돼. 나는 동시에 여러명과 데이트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쇼킹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또 인스타그램도 보면서 이 다른 문화에 대해 받아들이는 중이야, 라고 얘기했다. 나는 데이팅 앱에 대한 편견을 좀 가지고 있었어, 라고 말하고 싶었다. 며칠전에 학교에서 편견 .. 이거 영어로 배웠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나서, 데이팅 앱의 한쪽 면만 one side 봤어. 단순히 그건 섹스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거든. 하.. 내 영어 무슨 일이야. 편견 왜 생각 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배웠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긴 배운다고 다 기억하면 그게 천재지. 나는 천재가 아닙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생각하니, 그러니까 서로 알아가고, 밥 먹고 차마시는 거, 그냥 나도 다 하는건데, 그런데 다만 '데이트'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은거였네 싶기도 하다. 오늘만해도 싱가폴 돌아가면 쒸웬하고 밥먹기로 날잡았는데, 그렇게 날 잡고 밥 먹고 그러는거, 그거를 이 사람들은 다 데이트라고 부르는거잖아? 다만 나는 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트라고 딱히 표현하진 않았는데. 걍 친구 만나는 거니까.. 아니, 이건 친구니까, 연인 발전 가능성이 없으니까 데이트가 아닌건가. 

그런 한편, '알아가는 과정'은 어디까지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테지만, 어떤 사람은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신체적 접촉이 전혀 없고, 이제 본격적으로 이 사람만 만나볼까, 하면서 키스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키스 역시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조슈아'가 나오는 소설 [헤이팅 게임] 에서는, 조슈아가 루시를 좋아하면서, 그리고 키스를 했으면서도,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러 가는 루시에게 "가서 데이트 하고 키스도 하고 와. 그 키스가 별로이면 이제 나만 만나"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사람에게 그 알아가는 과정은 섹스가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섹스도 좀 해보자, 하는. 앤드류도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섹스까지 해서 우리가 연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다른 남자랑도 섹스를 하면서 데이트를 할 수도 있지. 그럴 땐 당황하지, 하는 그런 얘기. 알아가는 과정, 그 '앎'에는 각자의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앤드류랑 커피 마시다가 쒸웬 얘기도 했다. 그는 한국드라마를 너무 사랑해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자마자 왓츠앱에 등록하자고 했어. 그는 나보다 열다섯살 어려. 그리고 내 나이를 물어봐서 내가 얘기했더니 그가 자기보다 몇 살 많을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고 했어, 라고 했다. 그러자 앤드류는 응 이해해, 넌 그렇게 안보이니까, 라고 했다. 아니, 내가 하려고 한 말은 그게 아니고, 내가 나이가 많아서 좀 거시기하다.. 뭐 그거였는데... 



나는 사주팔자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했다. 그동안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빠서 호주에 돌아와서는 데이트를 전혀 못하고 있다가, 이제 해볼까, 하고 1월달 부터 시작했는데, 내가 또 '호주 갈게' 했던 것. 그와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흠, 만약 앤드류가 사주를 본다면 '1월달부터 사람들이 들어오겠네' 라고 얘기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잭 리처 읽으면서 역마살 장난아니네, 이랬던 것처럼. 그러나 사주를 본다면, '1월달부터 사람들은 들어오는데 거기에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있어' 라고 할지 '1월달부터 사람들은 들어오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야' 할지는 모르겠다. 역시 사주명리학 공부를 좀 해보고싶네. 그러고보면 앤드류는 그동안 데이팅앱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가 처음 사용한게 작년 싱가폴이었고, 그 때 나를 만났다. 그리고 호주 돌아가서도 사용할 생각은 있었지만, 바빠서 하지 못하다가, 이제 시작했는데 내가 여기에 왔고. ㅋㅋㅋ 이거 앤드류의 사주에서는 뭐라고 나올지 넘나 궁금한거다. 


그와 헤어지고 완전히 기가 빨려서, 혼자 술마시는 시간이 간절해졌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즐겁게 헤어졌는데, 나는 내 영어에 완전 절망을 해가지고. ㅠㅠ 어느 부분은 못알아들어서 내가 딴소리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우울해지다가, '그런데 그는 한국말 하나도 못하는데 뭐' 하면서 다시 자신감 뿜뿜 해보다가, 그런데 나는 영어 공부한다고 외국에서 살기도 했잖아 ㅠㅠ 이러면서 우울해지다가, 그의 말 알아들으려고 정신 집중했는데도 못알아들으면 하, 뭐라는걸까 싶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잘 전달한건지도 모르겠고. 아 기빨려.. 분명 농담하고 웃었던 시간들도 있었는데, 영어 못했던 순간들만 생각난다. 하- 긍정회로 돌려라, 나여.....


호텔에서 혼자 술마시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노트북 열어놓고 글 쓰면서 와인 마시는 시간, 맥주 마시는 시간이 필요했어. 그래서 술을 사고 싶은데, 여긴 편의점에서 술을 안팔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검색해서 술만 파는 주류판매점을 가서 기어코 와인 한 병을 사왔다. 와인 계산하는데 직원이 맥주들 가리키면서 다른건 더 안필요하냐고, '이거 지금 몇개 사면 얼마에 줘' 하는거다. 그래서 '나 곧 한국 돌아가서 못사 '햇더니, 오! 하면서 그가 내게


감사합니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 한국어 하네? 했더니, 감사합니다 밖에 못해, 저기 근처에 커피숍 직원들이 한국인들인데 그들이 감사합니다 알려줬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여간 그렇게 호기롭게 와인을 사가지고 호텔에 둔 뒤에, 나는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쌀국수 남겨서 배고팠어. 오늘 아침은 가져온 누룽지를 먹었고(응?) 어제 저녁 국수도 남겼어. 이렇게 허약한 채로 지낼 수 없어! 그렇게 나는 어제 찜해둔 bar 로 향했다. 가보니 이곳은 그냥 로컬인가봐요. 길에도 까페에도 아시아인들 수두룩한데 여긴 어떻게 하나도 없고, 나만 혼자 외로이 아시아인... 하여간 나는 치킨슈니첼 과 와인을 주문했다. 와인은 스몰와인 빅와인이 있는데 빅와인을 선택했다. 한 잔에 많이 따라주는 거였다.




맛없없... 이건 다 먹었다.



맥주도 한 잔 더 주문했다.



숙소에 와서는 원래 바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와 완전 기진맥진. I was exhausted. 아홉시에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또 열두시에 깨버려가지고 지금 시간 새벽 두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자꾸 내 영어 생각이 나... 

그냥.. 영어 못하는 사람을 할까.. 영어 잘하는 사람을 하려니까 잘 안되가지고 힘들잖아. 그냥 못하는 사람으로 살까. 그러면 편할텐데.. 왜 잘하고 싶어가지고 이렇게 슬픈 마음이 들어. 앞에서 얘기하는데 나는 속으로 '아 뭐라는거지' 이러고 ㅠㅠ 그러다가도 내가 사람 만나는거지 영어 테스트 하러 온거 아니잖아 이러면서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고 그랬다. 나는 왜 영어를 잘하고 싶어가지고 괴로운가..


내가 영어 못하는 나에게 절망한채 잠들어서 그런지 꿈에서 학교 기말시험 결과 보는 꿈 꿨다. 아, 정말이지 영어란 무엇이란 말인가.



아, 까페에서 옛날 노래들이 나왔다. 그 뭐냐 섹시백 이랑..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베이비 원 모어 타임 나왔는데, 까페 나와서도 흥얼거리다가 우리는 hit 이란 단어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hit 은 단순히 때리다는 뜻만 있는게 아니라고, 힛트송처럼 인기있는 걸 가리키기기도 하고 '섹스'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hit one more time 은 나를 더 때려달라는 걸 수도 있지만 사실 섹스를 한 번 더 하자는 거기도 하다고. 왓? hit 에 sex 가 있다고? 그랬더니,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Did you hit that?


이라고 쓰면, 너 섹스했어? 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게 자기들끼리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아무에게나 다 쓸 수 있는건 아니라고. 그래서 그 문장 다시 말해줘, 하고 들은 다음에 '내가 너 다음에 만나서 디드 유 힛 댓? 해도 돼? 하니까 막 웃으면서 된다고 했다. 나 그거 외울래 다시 말해줘봐, 하고 걷다가 메모장 꺼내서 메모했다. ㅋㅋㅋ 그리고는 '와 나 이렇게 한 문장 배웠고, 방금 내 영어 실력이 improve 되었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지금 두시 넘었는데 언제 자서 언제 일어나냐. 내일은 또 나름 내일의 계획이 있는데... 계획 안지키면 어떠냐, 걍 호텔방에서 빈둥대면 되지.. 라고 하지만 나는 사실 호텔에서 빈둥댄 적이 없어... 빈둥대라, 나여.. 머릿속으로는 호텔에서 딩굴자 라고 생각하지만 호텔에 가만히 못있고 자꾸 밖으로 텨나가버려... 



오늘은 앤드류 차 타고 이동한 시간들이 있어서 많이 걷지 않았는데 그래도 지치네, 영어 빡세, 라고 동생들에게 말했더니, 여동생이 내게


"거짓말하지마, 그래도 이만보 걸었지?" 


해서 앱을 보니 15,861 걸음 걸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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