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은 야심차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마침 나는 와인을 정말 마시고 싶었고-늘 그랬듯이!- 와인 안주로 맞춤한 것을 딱 봐두었지. 재료도 다 준비해두었다. 결국 만들어낼 것은 파스타였는데, 내가 인스타를 통해 만들어보고자 해서 저장해둔 파스타는 이것.
방울토마토, 버섯, 시금치, 마늘, 치즈를 오븐용 그릇에 넣고 바질과 오레가노,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을 넣고 오븐에 180도씨 25분 돌린다.
다 돌린 후 이렇게 포크로 모든 재료를 으깨어준다.
다 으깨어주면 이렇게 파스타 소스가 되는 거다. 아니, 너무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냄새와 맛이 막 상상되면서 너무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이렇게 완성된 파스타는 너무나 고급진 와인 안주가 될 것 같지 않나요?
그래서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토요일 오전의 바쁜 일정을 모두 쳐낸 뒤에 낮잠 한 숨 자고 일어나 이 파스타를 만들 준비를 한다. 인스타에서 본 것처럼 준비된 재료를 모두 오븐기에 때려 넣는다.
나는 인스타에서 본 것처럼 큰 오븐용기가 없다. 왜냐하면 오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작은 것은 있으니 작은 것 두개에 이렇게 넣는다. 이렇게 두 개를 나의 오븐에 넣으면 어찌어찌 돌기는 한다.
당연히 오레가노랑 바질도 있다. 요리하는 사람들의 집에 오레가노랑 바질은 필수잖아요?
아, 사람이 있어보여..
바질은 이번에 샀다는 건 안비밀..
자, 그러니 다 갖추어 넣은 셈인데 딱 하나, 치즈가 문제였다.
인스타를 보니 저 계정주는 BOURSIN 치즈를 넣었던데, 나도 저거 사서 넣자 하고 검색했더니 동그란 치즈 하나가 막 이만원이 넘는거다??? 네??? 아니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치즈를 하나에 2만원짜리를 사서 넣을 순 없잖아? 마침 내게는 집에 까망베르 치즈가 있어. 치즈가 달라봤자 거기서 거기지, 하고 내 마음대로 치즈는 까망베르로 바꿨다.
시키는대로 다 넣고 오븐에 넣어둔 뒤 파스타면을 삶았다. 마트에 가 얇은 면으로 사왔다. 나는 두꺼운 면 싫으니까 얇은 면!!
그런데 파스타가 다 삶아졌지만 아직 오븐은 돌고 있고 흐음.. 엄마는 면 붇는다고 꺼내야 하지 않냐고 하셨지만, 파스타가 뭐 붇는다면 얼마나.. 하고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자꾸 물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면은 일단 꺼내두고 오븐도 다 됐다고 소리나길래 가서 다 구워진 재료들을 가져와 인스타에서 본 것처럼 포크로 으깨주었다. 그 과정에서 방토의 즙이 팡-팡- 튀어 식탁 지저분해지고 나에게도 튀고... 인스타 계정주님, 당신도 이렇게 너저분해졌나요? 여하튼 그런데다가 그릇이 작아 나는 그 그릇에 면 넣고 섞기가 곤란해. 커다란 양쟁이 가져다가 다 때려부었고, 그렇게 섞었는데,
짜잔-
내꺼 비주얼 왜이렇죠?
이거 고추장 안넣은 비빔국수 비쥬얼.. 왜죠?
뭐가, 어디에서 잘못된 거죠?
하아- 내가 섞었지만 겁나 맛없게 생김. 엄마 보고 웃어버림. 하아- 그래도 어떡해? 만들었는데.. 먹어야지...
이 사진 보내줬더니 여동생이 물었다.
"맛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면은 또 너무 푹 삶아서. 아니 그러니까 면 포장에 4분 삶으라고 되어있었거든? 그런데 내가 '그러면 분명 좀 딱딱할거야?' 이러면서 5분을 넘겨서 불을 껐단 말이야? 면은 퍼지고 소스는 싱겁고. 하아- 토마토를 너무 많이 넣었나? 뭐 이래 ㅠㅠ 엄마는 그래도 먹을만하다고, 야채는 다 골라먹자고 하셨다. 하아- 그냥 파스타 배달 시켜 먹는게 더 싸게 먹혔을 듯. 이 재료들 사는데 사실 2만원 넘겨 들었다고 ㅠㅠ 방울토마토 한 케이스에 9,900 원이더라고요? ㅜㅜ 그냥 다시는 안하는 걸로.. 하아 Orz
내가 이 영상 다시 보면서 '내가 어디에서 실패한걸까' 답을 찾아보려는데, 엄마가 그 영상 보는 나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너 그거 보지마. 삭제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진짜 뜻대로 안되는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샀다.
'유디트 헤르만' 의《레티파크》는 블랑카 님의 리뷰 를 보고 샀다. 리뷰를 읽어본다면 다들 나처럼 사게 될 것 같다. 그러므로 이 책을 산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어쩔 수 없었다.
'레이몽 라디게' 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 《육체의 악마》는 잠자냥 님의 서재에서 알게 되었는데, 저 제목을 보니 안살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산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어쩔 수 없었다.
'체호프'의 《사냥이 끝나고》역시 잠자냥 님 서재에서 알게 되었는데, 아니, 체호프는 믿고 읽는 거 아닌가요? 그의 단편집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진짜 겁나 재미있게 읽어가지고 샀다. 안 살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산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어쩔 수 없었다.
'리사 주얼'의 《가족 주의보》는 왜 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 잘못은 아닌 걸로..
위의 세 권 다 읽고 싶어서 샀다. 그러니 역시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이유 쓰기 귀찮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권이 내 한개다)
어제 여동생이 제부와 영화 <토스카나> 봤다길래 나도 본 영화이고 거기 조연으로 크리스토퍼 나와, 덴마크 가수야, 했더니 여동생이 오 어쩐지 예사롭지 않더라, 잘생겼더라고! 하더라. 그래서 오늘 아침 크리스토퍼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도 한 곡 듣고, 듣다 말고 갑자기 <what happened to us> 듣고 싶어서 재생했다. 역시 너무나 좋았다.
제목 너무 좋지 않나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거야? 크-
I remember laying next to you
Eating take out food
Three days and nights in a downtown hotel room
We tried but we ended way too soon
What happened to us
It was summer time when I had you
Remedies in the bedroom, yea, oh
What happened to us
It was closed eyes when I kissed you
Getting high off your perfume, yeah, oh
What happened to us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