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시간
공간을 넘어왔지만 내 습관이 바뀐 건 아니었다. 나는 강화의 밤 속에서도 서성이며 귀 기울였다. 깊은 밤엔 잠귀 밝은 개들이, 이른 새벽엔 새벽잠 없는 닭들이, 제 언어로 뭐라 뭐라 말했다. 아니 뭐라 뭐라 표현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더 정확하다. 햇볕이 눈 밑까지 밀려오자 까마귀와 까치가 허공을 담은 목소리로 뭐라 뭐라 표현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부딪히지 않고 평화로이 흩어졌다. 이 소리들은 익히 알던 소리였다. 한동안 그 개성들을 잊고 살았다. 사람과 자동차 소리에만 둘러싸여 산 그간의 반복들. 단 하룻밤으로도 이런 차이를 알게 되다니 여행은 얼마나 멋진 선생님인가. 그러나 같이 살아가는 생물 외 무생물의 언어까지 헤아리기에 나는 아직도 까마득하다.



사람의 시간
벗은 ‘올해의 선생님‘이 되었다고 했다.  아이들이 평가해준 상. 그에게 상은 하냥* 아이들이었다. 그게 과시적 자랑이 아니란 걸 안다. 나는 늘 그를 키팅 선생이라 생각해서 당연하다고 끄덕였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과 소비의 사회, 논어를 가르칠 때 아이들이 얼마나 열광했는지 들려주었다. 조를 짜서 토론을 하며 이런 사색을 하는 아이들의 공간에서는 따돌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일찍 눈뜨고 더 깊게 보게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곳곳에 숨어 있다. 한국의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이런 커리큘럼과 토론의 장이 열릴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하냥: ‘늘, 함께‘라는 뜻의 방언. 허수경 시인의 이 시집에 자주 등장한다.



나무의 시간
벗은 텃밭을 가꾸는데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일을 마치자마자 달려와 텃밭에 비료를 뿌렸다. 흙에 대한 허수경 시인의 표현 중 하나가 떠올랐다. 
˝팔을 잃어버리고도 안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흙은 인간의 팔이 해주는 포옹을 기억하는지
삽으로 흙을 파는 건지 땅에 상처를 주는 건지˝(「매캐함 자욱함」)
호모 사피엔스의 농부 기질보다 나는  네안데르탈인의 채집 기질이 더 많으니 전등사로 가자고 했다. 대웅전 지붕 모서리에 있는 ‘나녀상‘과 대웅전 부처상 위의 ‘닫집‘(부처님이 사는 작은 집을 표현한 것)을 보기 위해.
그러나 우린 다른 무엇보다 700년 된 은행나무에 감탄했다. 고려에서 시작되고 조선이 망해도 살아있는 나무. 하지만 인간은 이런 나무를 간단히 잘라냈으며 앞으로도 충분히 잘라낼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 갔다.
이곳 오래된 소나무들은 상처가 많은데 일제시대 송진 수탈 때문에 그리된 것이라 한다. 멋모르고 보면 못생겼거나 흉측하다 말할 테지만 그것은 소나무에게 살아낸 증거였다. 700년 된 은행나무에도 일제와 관련된 신기한 전승이 있는데, 은행을 두 배로 공출하려고 하자 노승이 은행나무에게 앞으로 천년 동안 열매를 맺지 말 것을 기도했다. 지금도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하는데 가을에 다시 와서 확인을 해야 하나.
700년 된 은행나무에 감탄하고 그래설까 화분 몇 개를 사들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아차, 했다. 고려궁 터 옆에는 688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눈앞의 것을 우린 항상 놓친다.



시의 시간
지금은 까치가 저녁의 목소리로 울고 날아가는 시간.
허수경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시집을 나는 ˝낙엽도 온몸으로 걷고 있는˝(「발이 부은 가을 저녁」) '가을의 시간'이라고 기억할 것이다.

˝올해 가을의 무늬가 정해질 때까지 빛은 오래 고민스러웠다 그때면,

내가 너를 생각하는 순간 나는 너를 조금씩 잃어버렸다 이해한다고 말하는 순간 너를 절망스런 눈빛의 그림자에 사로잡히게 했다 내 잘못이라고 말하는 순간 세계는 뒤돌아섰다

만지면 만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검푸른 짐승의 울음 같았던 여름의 무늬들이 풀어져서 저 술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새로운 무늬의 시간이 올 때면, ˝


ㅡ 「이 가을의 무늬」 중

이광호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가을의 무늬‘는 여름의 시간 뒤에 나타나는 오래된 시간의 지도를 나타나게 한다. 시간의 지도를 볼 수 있는 계절은, 세월 속에서 엇갈린 ˝우는 자의 등을 방문하˝는 시간˝이라고. 동감이다. 이 시집 2부의 주요 소재와 제목이 열매로 채워진 것은 단순한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지도를 품은 성물이었다.
‘가을‘은 저마다 영근 낮의 기운들이 밤으로 가는 ‘저녁‘ 같기도 해서 이 시집에서 ‘가을‘과 ‘저녁‘은 동의어이다
허수경 시인에게 기억은 완벽히 복원할 수 없는 불가능-시간과 동의어일 것이다. 죽음의 시간으로 가는 동안 우리들의 기억들은 모여 살며 언제든 불쑥 나타난다. 누구에게든.
˝내가 하지 않으면 내 기억을 가진 쥐가 당신에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내 손을 잡아줄래요? ˝(「내 손을 잡아줄래요?」)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한국 최초의 문묘와 교육 기능을 행한 교동향교, 한국 최초의 방직공장과 노동운동,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한옥 성당, 평화 전망대까지 품고 있는 강화에서 이런 생각은 퍽 어울린다.

빙하기의 역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얼어붙은 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내 속의 할머니가 물었다, 어디에 있었어?
내 속의 아주머니가 물었다, 무심하게 살지 그랬니?
내 속의 아가씨가 물었다, 연애를 세기말처럼 하기도 했어?
내 속의 계집애가 물었다, 파꽃처럼 아린 나비를 보러 시베리아로 간 적도 있었니?
내 속의 고아가 물었다, 어디 슬펐어?


그는 답했다, 노래하는 것들이 떠났어
그것들, 철새였거든 그 노래가 철새였거든
그러자 심장이 아팠어 한밤중에 쓰러졌고
하하하, 붉은 십자가를 가진 차 한 대가 왔어
소년처럼 갈 곳이 없어서
병원이 있던 자리에는 죽은 사람보다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붙들고 있었던 손들이 더 많대요 뼈만 남은 손을 감싸며 흐느끼던 손요


왜 나는 너에게 그 사이에 아무 기별을 넣지 못했을까?


인간이란 언제나 기별의 기척일 뿐이라서
누구에게든
누구를 위해서든


하지만
무언가, 언젠가, 있던 자리라는 건, 정말 고요한 연 같구나 중얼거리는 말을 다 들어주니


빙하기의 역에서
무언가, 언젠가, 있었던 자리의 얼음 위에서
우리는 오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처럼
아이의 시간 속에서만 살고 싶은 것처럼 어린 낙과처럼
그리고 눈보라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악수를 나누었다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내 속의 신생아가 물었다, 언제 다시 만나?
네 속의 노인이 답했다, 꽃다발을 든 네 입술이 어떤 사랑에 정직해질 때면
내 속의 태아는 답했다,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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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3-20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알고싶다 1068회 죽음을 부른 실습 - 열아홉 연쇄사망 미스터리]를 보고...
이 방송 보고 특성화고, 마이스터교 가려던 학생은 생각이 많을 거 같다.
가축을 길러 팔아 치우듯 학생들을 사회에 내보내는 사육장 시스템.
실습을 그만 두고 싶어도 체벌에, 벌점에, 모욕에... 갈 곳 없는 사회의 단면을 절감하고 결국 자살하는 아이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곳곳이 썩은 이 사회... 곳곳에서 무수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나는 이 손들이 서로를 통과하길 바랐다

차라리 적대시하길 바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는 더욱 분명히 그리고 있었다

그곳은 내 마음의 세계가 아니라 線의 세계였다

현실 속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림은 다만 나를 스쳐 지나가는 기차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이 기차를 타고 오래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하지만

나는 곧 내릴 역이 임박한 걸 감지한다

 

 

 

 Bonobo - Break Apart

 

 


 

"사실 그래. 그러고 보면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게 없네."
"그렇지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기쁨을 주는 동시에 슬픔과 불안도 안겨 준다고 생각하네."
"그건 어째서?"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한때 뿐이거든. 나중에 늙어서 죽기 마련이야. 또 그 까닭에 사람들은 아름다운 소녀를 보면 사랑하게 되는 걸세. 만일 아름다움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처음에는 매혹되지만 나중에는 대수롭게 생각되지 않을 걸세. 언제나 볼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렇지만 연약하고 변모하는 것에 대하여는 언제나 기쁨과 비애를 동시에 느끼게 마련이 아니겠나?"
"그렇긴 해."
"그러기에 나는 밤 하늘에 오르는 불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는 줄 아네. 어두운 밤에 치솟는 푸른 불꽃은 가장 휘황찬란할 무렵에 작은 혼선을 그리면서 꺼져버리거든. 그때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히 기쁨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게 마련이지. 기쁨과 불안은 이렇게 서로 짝지어 다니면서 그것이 순간적일수록 더욱 아름다운 것일세. 그렇지 않나?"
"그렇긴 해. 허지만 어떤 경우에나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을 거야."
"그래?"
"말하자면 두 사람이 서로 뜻이 맞아 결혼을 한다거나, 또는 두 사람이 서로 우정을 느껴 사귀는 경우를 생각해 보세. 그것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라네."
크눌프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검은 속눈썹을 깜박이며 생각에 잠기는 듯한 얼굴로 이와 같이 말했다.
"그건 옳은 소리야. 그러나 그것 역시 어떤 경우나 마찬가지로 한 번은 끝장이 나기 마련이지. 세상에는 사랑이나 우정을 짓밟아버리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야 물론이지. 그러나 그 재앙이 닥쳐오지 않으면 모르거든."
"그런데 이건 알다가도 모르겠네. 안 그런가? 나는 여태까지 연애를 두 번 했네. 모두 진정한 사랑이네. 두 경우 다 죽으면 죽었지 영원히 변치 않을 줄 알았는데 모두 깨어졌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피둥피둥 살아있거든. 그리고 고향엔 친구가 한 사람 있네. 평생토록 우정이 변치 않을 줄 알았는데 서로 헤어진 지가 벌써 오래되었네."
크눌프는 말이 없었다. 나는 할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아직 나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슬픔을 맛보지 못했다. 따라서 사람이 아무리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더라도 그 사이에는 언제나 깊은 골짜기가 가로놓여 있어 시시각각으로 애정의 가교(假橋)로 왕래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친구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그중에서 불꽃 이야기가 가장 감명 깊었다. 그것은 내가 직접 여러 번 체험했기 때문이다. 하늘 높이 치솟는 매력에 가득 찬 불꽃ㅡ, 솟아오르기가 무섭게 곧 꺼져버리는 그 광경은, 아름다울수록 빨리 사라진다. 모든 인간관계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이 점에 대해서 크눌프에게 말했다. 크눌프는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응, 그래"하고 대꾸할 뿐이었다. 드디어 그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별로 보람이 없네. 인간이란 생각에 따라서 행동한다기보다 오히려 마음내키는 대로 자기 길을 가고 있는 거라네. 그리고 우정이나 연애 같은 것은 내가 깊이 생각한 것과 같을 걸세. 결국 인간은 각기 자기의 세계를 갖고 있네. 타인의 침범을 불허(不許)한단 말이야. 사람이 죽는 경우도 예외일 수 없지. 사람에 따라서 하루, 한 달, 혹은 일년쯤 울고 불고 하겠지. 그러나 결국 다 잊고 말거든. 그리하여 죽은 사람만이 관 속에서 고향도 친지도 없는 젊은 직공처럼 혼자 누워있기 마련이 아니겠나."
"이 사람아, 그 기분 나쁜 소린 집어치우게. 우리는 ‘인생은 결국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종종 말해 오지 않았나. ‘악하고 원수가 되는 대신에 착하고 친절을 베풀면 그만큼 보람이 있는 인생이다‘라고. 만일 지금 자네 말을 긍정한다면, 사람은 도둑질을 하든 살인을 하든 똑같이 된단 말이야."
"아니지. 그건 이야기가 다르네. 자네가 만일 사람을 만나는 대로 무조건 쳐 죽여 보게. 그리고 노랑 나비에게 독이 든 나비가 되라고 호통을 쳐 보게. 자네는 남의 조소거리가 될 걸세."
"그런 의미에서 한 말은 아닐세. 그러나 모든 것이 다 허망하다면 올바르고 성실하게 산다는 것이 무슨 의의가 있겠나. 황색도 청색도 결국은 다 사라지고 선도 악도 속절없다면 세상엔 선하고 값진 것이 있을 수 있겠나 말일세. 인간은 누구나 숲 속의 짐승들처럼 본능 그대로 살아가도 무방하지 않겠나."
크눌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어떻다고 할까? 필경 자네 말이 옳을 걸세. 모든 일들이 우리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부질없이 그 점에 대하여 고민하는 모양일세. 그러나 일이 그렇게 외부의 힘에 의해 이루어졌을 경우에도 죄가 성립될 수 있거든. 우선 나 자신이 그것을 긍정하니 말일세. 그리고 선을 행하면 마음이 편하고 양심이 흐뭇해하는 것을 보니 선은 역시 올바른 것임은 사실이야."
나는 그의 표정에서 이런 이야기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때때로 철학적 사색을 하며, 어떤 인생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중단하는 것이었다. 나는 한때 그가 나의 미숙한 답변이나 항변에 싫증이 나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자기 멋대로 사색하다가 지식과 말로 이룰 수 없는 경지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많은 책, 특히 톨스토이의 것을 많이 읽었는데, 진리와 궤변을 분명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는 그것을 긍정하였다. 그는 영리한 어린이가 어른에 대하여 탓하듯 학자를 경멸하였다. 즉 학자들이 자기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별로 두드러지게 옳은 일을 하지도 않으며, 그들의 지적 기교를 총동원해도 수수께끼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더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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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비로소 나는 고향집 앞에 서 있으면서도 부모 형제와 친구들을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네. 그리하여 나는 실망과 비애와 수치를 동시에 느끼게 되었네. 그렇다고 새삼 그들에게 돌아갈 수도 없었네. 그때는 이미 꿈에서 깨어났으니 말일세." 크눌프는 말을 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영혼을 갖고 있지.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영혼과는 완전히 구분되네. 사람은 둘이서 같이 걸어갈 수도 있고, 말할 수 있으며,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지만, 두 영혼은 마치 꽃과 같아서 각각 어느 일정한 곳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가까이할 수 없네. 가까이하려면 뿌리를 뽑아야 할 테니 그게 어디 될 말인가. 그러므로 꽃은 그 향기나 씨앗으로 가까이 접근할 수 있네. 그러나 그것은 꽃이 하는 일이 아니고 바람이 하는 일이지. 바람은 마음대로 내왕할 수 있으니 말이야" 하며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내가 방금 이야기한 꿈도 이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을 걸세. 나는 헨리에트나 리자베트에 대해 못할 짓을 한 것은 아니지. 하지만 한동안 사랑하면서 내 소유로 만들려고 한 까닭에 나한테 그렇게 비슷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나타난 것일세. 그 모습은 이미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어. 나는 부모에 대해서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네. 부모는 나를 아들로, 나아가서는 자기의 분신으로 생각할 걸세. 그러나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겐 결국 이해할 수 없는 남일세. 이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영혼을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부모에 대한 나의 이런 태도를 내 청춘이나 혹은 변덕스러운 마음의 소치로 돌릴 수도 있을 걸세. 그런 경우라도 부모는 나를 끔찍이 사랑할 걸세. 그러나 아버지는 자식에게 눈과 코뿐만 아니라 이성(理性)까지도 물려줄 수 있지만, 영혼은 물려줄 수 없는 걸세. 영혼이란 사람마다 새로 제공해 주는 거라네."


ㅡ헤르만 헤세 <크눌프> 2장 크눌프의 추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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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13 02:06   좋아요 2 | URL
북플로 쓰면 밑줄긋기 제한이 없어요. 단 서재에서 밑줄긋기 고칠 때는 제한 걸리기 때문에 처음 쓸 때 수정할 거 없게 써야 하죠.
고객센터에 서재에도 밑줄긋기 제한 없애 달라고 문의는 넣었는데 어찌 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2017-03-13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13 02:08   좋아요 2 | URL
예전에 옮겨 적었던 게 아직도 퍽 와닿으니 제가 성장을 안한 건가, 헤르만 헤세가 참 잘 썼나 헷갈리는데 아무래도 후자겠죠. 그간 공부 제법 했는데ㅎ!

북프리쿠키 2017-03-13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이라고 해야할까요
글도 멋집니다^^;

AgalmA 2017-03-13 09:01   좋아요 2 | URL
어젯밤에 알폰스 무하 그림들 보며 나는 한참 멀었어 눈물을 닦았다는ㅜㅜ....
 

유시민 작가의 중요한 지적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잘못만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잘못할 것이라는 판단도 포함된 것‘

그 말은 지금 내게도 사무치게 다가왔다. 나도 앞으로 알게 모르게 많은 잘못을 할 것이다. 타인과 나, 모두를 위한 적절한 대응, 적절한 반성 그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다.

박근혜 씨는 오늘 바로 청와대를 나가지 않았다. 증거 인멸 등이 의심되는 자신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긴 하겠으나 적절한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여 주지 않았다. 타인을 배제하는 몰염치는 늘 박근혜 씨의 특징이었다. 염치 종결자! 개인적 불행으로 인한 성격 형성인 걸 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나. 정치의 의미를 오로지 권력 쟁취로만 본 사람. 이 한 사람, 이 사람을 중심으로 모이는 사람들을 볼 때 인간에 대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볼 수 있는지...

오늘 박사모 모임의 탄핵 인용 반대 집회 속에 2명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듣고 안타까웠다. 박근혜 씨로 인해 허무하게 끝까지 죽어나가는 사람들.... 정말 이렇게까지 가야 할 만한 사람인가, 당신이.



즐거운 축제 장일 거라 생각한 내일 토요일, 박근혜는 청와대를 당장 나가라! 촛불집회로 또 나가야 하는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 왠지 계속 가야 할 거란 예상은 했지만 이유가 이런 것일 줄이야; 어휴....



유시민 작가 헌법 대변도 재밌었음ㅎ


대선 전 개헌 논의에 대해서...

‘ 대통령 개인의 잘못이었지 헌법이 문제가 있어서 이 사태가 일어났습니까? 내가 헌법이라면 주먹 쥐고 억울하다고 나올 거 같습니다.‘


ㅋㅋㅋ 상대 진영을 난감하고 딱하게 바라보는 박주민 의원과 유시민 작가 표정도 정말 ㅋㅜ)
분노하고 웃고, 이게 정치지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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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3-10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헌재 판결이 개인에 대한 논의뿐이라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새월호에 대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무혐의를 준 듯 한 판결에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AgalmA 2017-03-10 22:41   좋아요 0 | URL
네, 박주민 의원이 강하게 지적한 문제점이었죠.

yureka01 2017-03-11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형사적인 문제는 끝까지 파헤쳐야죠..

AgalmA 2017-03-11 05:16   좋아요 2 | URL
온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이 정도 바뀌니 그것도 참 어찌 될 지... 끝나도 끝난 게 아닌 이 무한 고통ㅎ;
 

 

의자는 하나의 물음표 같다. 거기 앉을 때 나는 쉼표가 된다.


1일 1그림을 그릴 때마다 이 좋은 걸 나는 왜 꾸준히 하지 않았는가 자책한다. 물론 그림이 맘에 들었을 때나 하는 여유로운 소리다.
한국 전통문양들은 아름다운 게 꽤 많다. 루브르 박물관 그림들보다 왜 많이 알려지지 않는지에 대해 생활 깊숙이 스며든 사대주의라고 해야 하나요. 시스템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요... 오늘 그림에는 모란문과 국화문을 응용해 봤다.
어쨌든 오늘 그림은 다 그리고 보니 내일 박 길라임 씨가 원하는 컨셉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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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10 00:08   좋아요 1 | URL
자유방임으로 놔두면 너무 나태해져서 약간의 강제가 필요한 거 같더라고요. 특히나 저 같이 게으른 사람에겐ㅎ;

서니데이 2017-03-10 0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프린트가 다양한 타일이 많아요. 집의 현관에 시공된 것 보면 예쁘더라구요.^^

AgalmA 2017-03-10 00:40   좋아요 2 | URL
사진은 서울 시내 커피집 바닥인데 벽면엔 자개농 문짝으로 벽 전체를 장식해 놓았죠^^ 벽 자체가 액자인 듯이~ 예전 생각나 문 열고 싶어지기도 하고요ㅎㅎ
모던한 것도 좋지만 크로스오버 잘된 장식도 멋지죠^^

단발머리 2017-03-10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하.... 첫번재 사진은 커피집 바닥이군요. 저도 근사하다 생각중이었어요.

아래 그림은 오늘 중요한 결정을 맞게 될 박 길라임씨에게 정말 잘 어울리네요.
Agalma님의 1일 1그림의 주인공이 되다니, 박 길라임씨 영광인줄 알아야 할 텐데요,
오늘 날이 날인지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AgalmA 2017-03-10 12:22   좋아요 1 | URL
굉장히 오래된 건물이라 저 바닥 타일은 예전 것입니다. 멋스러움이 절로 묻어나는 시간을 거쳐서 더 그렇겠지만 요즘의 치밀한 디자인보다 이상하게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건 왤까 늘 생각하게 됩니다.
탄핵 인용! 우리 모두 고생 많았어요ㅜㅜ!!

겨울호랑이 2017-03-10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의 ‘모란‘과 ‘국화‘의 숨겨진 의미가 있는데, 제가 못 찾는 듯 합니다..^^: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께서는 무슨 꽃이 주어진 것인가요?

AgalmA 2017-03-10 12:52   좋아요 1 | URL
다 그리고 박 길라임 씨 생각을 한 거지 그리기 전에 박 길라임 씨를 생각한 건 아녔어요^^;
하지만 모이게 된 것들을 해석하는 재미 차원에서 보자면...
모란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향기가 없죠. 그래서 그 꽃말로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상황에선 ‘부귀 영화‘가 가장 어울리는 듯ㅎ
국화의 꽃말은 ‘청순, 고결, 평화, 정조‘가 있습니다.
두 꽃 다 ‘성실‘이 포함되는데, 어떻게 성실하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죠. 나쁘게만 성실했던 박 길라임 씨의 최후에도 어울리는 듯ㅎ; 우리는 평화를 얻고ㅎ;

겨울호랑이 2017-03-10 15:17   좋아요 1 | URL
^^: 그럼 Agalma 님의 작품은˝ ‘탄핵심판‘은 앞으로 청순하고 고결하게 성실하게 살라는 국민의 선물˝이라는 의미가 되겠네요..ㅋ

AgalmA 2017-03-10 13:15   좋아요 1 | URL
음...일단 감옥에서 성실히 좀 사시고 나머지 생은 알아서 성실히.....ㅎ;;

2017-03-10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0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0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카,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절망감에 빠졌어. 식욕이 내게 힘이 되어주지 못한 건 오래지. 오래된 생존의 습관. 맹렬한 이빨들. 가축과 다를 게 뭐람. 당신은 ˝절망˝이란 그런 것이 아니라 하지.

 
˝진정한 절망이란 자신의 목표를 당장 그리고 영원히 지나쳐버린 그런 것˝

보일러도 고쳐서 집도 엄청 따뜻한데 나는 절망이란 사치의 집에서 떨고 있는 셈이군. ˝나는 왜 내 안에 머물지 않는 것일까?˝

당신은 무슨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어? 음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글에만 몰두했다고 말하면 어쩐지 슬플 거 같아. 당신 일기장 보기가 두려워지잖아. 공연장은 자주 갔던 거 같아. 당신 일기의 첫 장은 무희 에두아르도바에게 치르다시를 또 춰 달라고 요청한다.
˝지금 함께 가자˝라고 말하는 춤
˝지금 함께 가자˝라고 말하는 이미지
멋진 발들
멋진 발들
˝허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당신 꿈도 들여다보고 당신 편지도 들여다보고 이 세계 참 웃기지. 이 상상의 질서 체계 속에서 우린 소란스럽고 그녀, 그, 그들을 증오해. 도대체 뭘 찾겠다는 건지. 단지 뭘 찾았다고 떠들고 싶은 건지 모르지. 무료하니까 허망하니까.



최초의 기록이 회계라는 건 인간을 설명한다. 소유는 우리의 존재 증명.
노래가 되지 못한다면 모두 지워져도 좋아, 나는.
빵을 한 입 또 베어 물고. 식었어. 괜찮아. 이런 건 아무것도 아냐. 벽에 붙어 있던 오래된 테이프를 뜯었다. 보일러를 껐다. 무언가 굴러가는 소리가 밤을 울린다.

 




Khalid - 8TEEN


But I think I‘ll be okay

I‘ll be okay

Let‘s do all the stupid shit that young kids do

It‘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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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3-07 0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태운(?) 빵 한조각 ㅡ 봄몸살이 무기력증처럼 와서 기운이 안나는 중인데 어쩐지 나른한 느낌의 글을 읽으니 어쨌든 힘을 내야 할 것 같네요 .
모처럼 이 새벽에 이웃이 세탁기를 돌리는 소릴 듣고 있어요 . ㅎㅎㅎ ( 사실 그렇게 느껴지는 코고는 소리!)
봄 기운은 전염성 강함 지수를 별표로 해놔야함~^^

AgalmA 2017-03-07 14:33   좋아요 1 | URL
세탁기형 코골이ㅎ
계절이 바뀌어가는 걸 느껴서 일까요? 기분이 영 우왕좌왕입니다. 언제는 평탄했는가 하면....

[그장소] 2017-03-08 03:24   좋아요 1 | URL
아아~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 ~^^ 이거 안심되는걸요? 저도 우왕좌왕 중 ~^^

겨울호랑이 2017-03-07 1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카프카를 아직 읽지를 못했지만, (슬프게도, 카프카 뿐 아니라 읽지 않은 작품이 훨씬 많지요ㅜㅜ) Agalma님께서 좋아하는 작가라는 것은 알고 갑니다.ㅋ

AgalmA 2017-03-07 14:35   좋아요 2 | URL
문학 좀 안 읽는다고 겨울호랑이님 인기가 사그라들진 않을 겁니다ㅎ 문학 안 읽고도 그 정도 지덕체 갖추고 계시니 더 놀라움ㅎㅎ

겨울호랑이 2017-03-07 14:46   좋아요 1 | URL
이런... 인기라니요....모르는 분들이 보면 연예인인줄 알겠네요..ㅋ 그저 좋게 봐주시는 것에 감사할 뿐이지요. 개인적으로 Agalma님을 비롯해서 몇몇 분들께서 쓰신 리뷰를 보면 많이 감탄합니다. 다른 이들의 이론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글들을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그에 비하면 아직 저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지요..ㅋㅋ

AgalmA 2017-03-07 14:54   좋아요 2 | URL
이기적 유전자 육아 버전 글쓰신 분이 왠 겸손을ㅎㅎ
걸음마로 변장하고 계시지 마시죠ㅎ~
겨울호랑이님의 착실 정리도 따라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죠^^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는 일이니.
저는 필 꽂히는 대로 쓰는 터라 좀 부끄러운 부분이 많죠^^a 다른 이에게 전달하는 목적보다 제 생각을 들여다보는 목적이 더 강해서...

겨울호랑이 2017-03-07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의식에 흐름‘에 따라 글쓰는 것은 아무나 하고 싶다고 되는 것 아니지요...피카소의 그림을 아무나 그릴 수 없지만, 피카소가 보이는 사물을 표현하지 못한 것은 아닌 것을 보더라도, 물처럼 자유롭게 글쓰는 것은 ‘물아일체‘의 경지에서 쓰는 글이라고 사료됩니다..ㅋ

AgalmA 2017-03-07 15:00   좋아요 2 | URL
항복(-0-)/ 뭔진 모르지만 제가 잘못했습니다ㅋ

겨울호랑이 2017-03-07 15:03   좋아요 2 | URL
Agalma님, 항상 좋은 글과 그림, 음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Agalma님과 좋은 이웃분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행복합니다.^^: (박근혜만 아니면 더없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