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라딘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5년 3월부터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다지 많이 읽는 편은 못되고, 한 권 한 권 사모으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다. 그 전 줄곧 이용했던 것은 시중의 서점과 리브로였다. 그러던 차에 알라딘을 알게되었고, 2005년 3월 첫거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줄곧 이용하고 있다. 최근 플래티넘 회원에까지 이르렀으니, 나름 알라딘 주요 고객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내가 이런 것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과의 첫 만남 이후 줄곧 알라딘을 이용하게 된 것은, 낮은 가격과 상대적으로 빠른 배송, 그리고 배송 상태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알라딘의 이 독서가들의 서재때문이기도 하다. 알라딘의 개인서재는 참으로 좋은 점이 많다. 많은 이들이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알라딘은 굉장히 폭넓은 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충분히 이런 것들을 자랑할만 하고, 나로써도 가급적이면 알라딘을 이용하자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책들을 알라딘에서 사왔다. 어느새 나도 알라딘의 한 가족이 된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옥의 티라고나 할까? 아니면 치명적 오류라고나 할까? 하얗게 잘 다려놓은 와이셔츠의 김치 국물 한방울은 굉장히 돋보이기 나름이고, 그 사람이 아무리 깔끔했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해 치명적 이미지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백로가 노는 곳에서 까마귀는 그야말로 돋보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돋보임은 얼굴 찌푸림과 함께이겠지만.

  나는 2005년 3월 이후 20여차례 알라딘과 거래해왔다. 1년 5개월간 거래액은 아마도 200여만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한다. 자랑은 아니다. 17개월간이니 그간 1달에 1번 이상 알라딘에서 주문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그 횟수는 더 늘어났다. 이렇게 거래가 늘어날 수록 기대는 더욱 커지는 법이다. 거기에서 많은 거래에서 오는 알라딘에 대한 신뢰의 축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신뢰는 단 한 번의 오점으로 일거에 누너지는 모래위의 쌓은 성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여차례의 거래에서 나는 4번의 교환요청을 하게 되었다. 산술적으로 5번의 1번은 교환을 요청해야 했다는 것인데, 이는 20%의 확률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굉장히 높은 수치다. 이것에 대해 알라딘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환요청의 사유는 모두 제품상태 불량이다. 잘 읽다가 텅빈 백지의 페이지가 나타나거나, 갑자기가 10여페이지를 건너뛴다거나, 제본이 이그러져 있다거나, 페이지가 접혀져 있는 상태로 제본이 되어 있다거나. 이러한 것들은 나를 굉장히 불유쾌, 불쾌하게 만든다. 신뢰도 마이너스, 모래위의 쌓은 성이되는 순간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상품질의 저하를 전제하고 있는 것인가? 배송이 빠르다는 것은 제품상태의 불량에 대한 보상적 차원인가? 알라딘 서재를 꼼꼼히 운영하는 것은 제품상태의 철저한 확인을 불가능하게 만드는가? 물어보고 싶다.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가격은 저렴해야 하기에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내세울 장점이 못된다. 제품의 상태가 불량할진데 배송이 빠르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제품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하면서 알라딘 서재를 어떻게 꼼꼼히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말한다. 알라딘은 일차적으로 서점이다. 책을 파는 곳이라는 얘기다. 책을 파는 곳답게 책에 대한, 책의 상태에 대한 철저한 책임감을 가져주길 바란다. 나는 책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책의 상태를 매우 꼼꼼히 살펴보는 사람이다. 시중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은 내 스스로 책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기에 이런 걱정을 할 필요는 적어진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사는 책은 전적으로 책을 파는 회사에 대해 신뢰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알라딘이 나에게 이런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나는 무척 실망하고 있다. 교환율이 거래당 20%에 달한다는 것은, 이것은 어디까지는 나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만, 알라딘이 인터넷 서점의 주인공으로 서기에는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가격, 배송, 커뮤니티 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어디까지나 서점에서는 책이다. 책이 확실해야 가격도 배송도, 폭넓은 커뮤니티도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갈에 지나지 않다. 알라딘의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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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6-08-3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쓴 글이라, 다소 오해를 살만했던 것 같습니다. 장문의 답글을 읽고보니, 다소 걸리는 표현들이 있네요. 조금 해명을 하자면, "제작상 하자 상품을 입수해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수준낮은 매도의 뜻은 전혀 아니었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나 또한 알라딘을 아끼고 사랑하는 알라디너의 한 사람으로써, 알라딘이 보다 나은 인터넷 서점으로써 발전해 가길 바라는 뜻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음을 분명 천명합니다. 오해의 소지가 분명히 있었음을 인정하며, 위의 표현들은 상품에 대한 알라딘의 보다 책임있고 철저한 관리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런 글을 쓰는 동시에 또한 새로운 상품을 주문하고 있는 나를 볼 때 알라딘은 저에게 무척 소중한 것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관심이 모이고 쌓일 때 알라딘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때로는 관심과 격려, 때로는 질책으로 나타나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독한女心 2006-08-3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30회중 2번 교환했습니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서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책 살땐 디게 꼼꼼하게 따져서 보잖아요. 티 하나 있어도 딴거 고르고.. 온라인에서는 차곡 차곡 순서대로 판매하다 보니 그런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알라딘은 다른곳처럼 교환이나 환불에 인색하지 않아서 좋아요. 방금 교환 신청한게 하나 있는데 4분만에 답변이 완료되는 신속함!!!-_-깜짝 놀랬다는.. 알라딘은 온라인 서점이지만 친절함은 바로 앞에 손님을 보고 대하듯이 해서 좋아요!! ^^ 저는 비록 실수는 있지만 계속 알라딘 이용할께에요..
 

야밤에 나는 감행했다. 무엇을? 빚을 지고 야밤을 틈타 도주하는 야밤도주는 아니다. 울산행. 언젠가 한번쯤 가보리라던 울산을 향해 감행한 것이다. 울산에는 참 그리운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12시 버스를 타려고 밤 11시쯤 집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 탔다. 택시기사분께 물었다. "울산엘 가면 뭘 봐야될까요?" 시원스럽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니 울산하면 딱히 떠오르는 그 무엇은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이런 노래가 생각이 난다. 

"동해나 울산은 잣나무 그늘
경개도 좋지만 인심도 좋구요
큰애기 마음은 열두폭치마
실백잣 얹어서 전복쌈일세
에헤에야 동해나 울산은 좋기도 하지

울산의 아가씨 거동좀 보소
임오실 문전에 쌍초롱 달고요
삽살개 재놓고 문밖에 서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린다네
에헤에야 울산의 아가씨 유정도 하지" -울산아가씨

이 노래는 민요다.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국악인 김영임씨의 목소리로 들으면 참 구수하면서도 애절하다. 이 노래를 찬찬히보니, 울산에 대한 정보도 참 많다. 우선 '잣나무'가 좋은가 보다. 그러니 잣도 자셔야겠다. 바닷가이니 전복도 좋단다. 혹시나 울산의 특산물이 잣과 전복인가? "실백잣 얹어서 전복쌈"을 먹어야 겠다. 사람 인심도 좋다니 듬뿍듬뿍 많이도 줄테지.

바닷가라서 그런지 울산의 노래들은 여인들의 애닲은 이별이야기들이 주테마인듯 싶다. 어느 항구도시나 이런 이별노래 쯤은 다 가지고 있기는 하다. 위의 민요에서도 떠나 임을 그리는 울산아가씨의 마음이 참 '유정'도 하다.


운무를 품에안고 / 사랑찾는 무룡산아 /산딸기 머루다래 / 따다주던 그손길

앵두같은 내입술에 / 그이름 새겨놓고 / 꿈을 찾아 / 떠난 사람아

둘이서 거닐던 / 태화강변엔 / 대나무 숲들은 / 그대로인데

어느곳에 정을두고 / 나를 잊었나 / 나를 나를 잊었나

돌아온단 그약속에 / 내청춘이 시든다 / 까치들이 울어주니 / 님 오시려나
아 울산아리랑

석양을 품에안고 / 사랑찾는 문수산아 / 산딸기 머루다래 /따다주던 그손길

배꽃같은 내가슴에 / 그리움 물들이고 / 꿈을 찾아 / 떠난 사람아

둘이서 거닐던 / 정자 바닷가 / 하얀파도는 그대로인데 / 어느곳에 정을두고
나를 잊었나 / 나를 나를 잊었나

돌아온단 그약속에 / 내청춘이 시든다 / 까치들이 울어주니 / 님 오시려나
아 울산아리랑  (울산아리랑, 작사 오은정, 작곡 김정일, 노래 오은정)

아~ 애절하다. 그런데 여기에도 참 좋은 울산정보가 있다. 무룡산, 태화강변, 대나무 숲, 문수산, 정자 바닷가. 그러고 보니 태화강변은 전에 들어 본 적이 있는 듯하다. 이 노래는 민요풍의 트로트로 오은정이란 가수가 불렀다. 나름대로 구성지고 간드러지게 잘 불러냈다.

말이 나온 김에, 가수 김상희가 불렀 나름 히트한 노래가 있다. <울산 큰애기>란 노래인데, 이 제목은 맨 위에서 말한 <울산아가씨>도 간혹 <울산큰애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찌보면 이 노래들이 비슷한 연원을 가지고 있지 싶다. 김상희의 이 노래에서는 울산에 대한 정보는 울산이 경상도 소속이라는 정보 정도이다. 그런데 울산에 김상희의 울산큰애기 노래비가 있단다.

자! 이만하면 울산에 대한 정보는 많이 얻은 듯 하다. 12시차를 타고 왔더니 4시가 좀 넘어 도착을 했다. 인천에서는 고속버스는 없고 시외버스만 있어 6시간이 걸린단다. 그런데 막차여서 이리저리 걸치지 않고 직행을 해서 4시간밖에 안 걸렸다. 새벽에 도착하고 보니 어딜 갈 수도 없고 해서 찜질방을 찾아 보았다. 앗 그런데, 울산의 관문이랄 수 있는 울산터미널의 주변은 기대이하였다. 여기저기 남성휴게실 아니면, 안마시술소, 술집, 성인오락실, 뭐 무슨 유리방이라는 것만 있다. 찜질방을 열심히 찾아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고, 잠시 사우나에 갔다가 지금은 근처 PC방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기대를 크게 품었지만 첫 대면은 실격이다. 그런데, 울산기행은 이제부터이니 "동해나 울산은~" 이래서 좋은 것이여! 그것을 찾아 오늘 하루 햇볕에 살을 태우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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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 인하대 강연 ― 문학과 역사현실


 
 

  우리 소설문학의 큰 산봉우리라 할 수 있는 작가 조정래 선생이 지난 24일 인하대를 찾았다. 인하대학교 중등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하는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교양강좌의 하나로 그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조정래 선생은 2시간여의 강연에서 자신의 문학 인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지금까지의 삶과 문학을 총정리 했다.

  우선 선생이 문학을 하게 되기까지의 인생이야기로 시작했다. 어린 학창시절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많은 상들을 휩쓸면서 그는 문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단다. 그런데 선생이 말하길,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당시 자신이 상을 탄 글짓기 대회의 대부분의 주제는 ‘반공’이었다며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선생의 강연은 시종일관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강연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묵직하게 자리 잡은 문학 인생의 연륜에서 나오는 커다란 선생의 가르침을 담고 있었다. 그것을 직접 현장에서 듣게 된 사실은 지금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선생이 대학시절 문학을 시작하기는 시에서부터였다. 문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시에 도전을 하고, 시가 안 되면 소설에 도전하고, 그도 저도 아닌 사람들이 비평을 한다는 문학하는 사람들이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선생을 초청하는데 큰 역할을 한 평론가 김명인 교수를 가리켰다. 일거에 청중들의 폭소가 터진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선생은 시를 쓰다가는 안 되어 한 등급(?) 낮은 소설을 쓰게 되었단다. 대학을 졸업하면서도 등단이 되질 않았고, 어떻게 하다 보니 학교교사를 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선생 자신의 말로는 등단이 안 돼, 먼저 등단한 부인을 꿰 찼단다.

  뒤 늦게 선생이 등단을 하고 여러 편의 소설을 써 내던 어느 때에, 이제는 중견의 소설가라고 할 수 있을 때에, 그에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에 세월이 흘러도 남을 수 있는 것은 몇 편이나 될까. 선생은 그러면서 단호히 말한다. 단 한 편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그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남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써야겠다고 다짐을 했단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되는 것은 바로 대하소설 󰡔태백산맥󰡕이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명멸했다. 그렇게 사라져간 작가들의 작품 중에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것은 얼마나 될 것인가? 작가 조정래는 그렇게 명멸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선생은 자신의 작품이 남기 위해서는 무엇을 써야하는가를 궁구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작가 조정래는 자신이 말해야 할 그 무엇으로 찾아낸 것은 바로 빨갱이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반공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남한 사회는 지극히 왜곡적으로 그들을 치장했다. 그들의 이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1990년대까지도 성행했던 반공 포스터 그리기와 글짓기다. 아이들이 그려냈던 반공포스터에서 붉게 칠해진, 때론 뿔이 달린 악마로, 불을 내뿜는 화마로 그려졌다. 글짓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반인간적 폐륜까지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것이 이 ‘빨갱이’들이었다. 작가 조정래는 이래가지고는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악마와도 같은 ‘빨갱이’들과 어떻게 하나가 되고 한 민족이 되며, 삶을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겠는가? 거기에 조정래가 말해야 할 것이 분명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작가들의 의무와도 같은 이 말을 어떤 작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비평가들도 이러한 문제들을 암시하는데 그쳤다. 왜냐하면, 그랬다가는 바로 저 남산 밑으로 끌려가 치도곤을 당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태백산맥󰡕으로 인해 작가 조정래는 고발을 당했다. 그것은 그가 이미 예견하고 있었던 순서였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야 무혐의 판결을 받아서, 강연을 듣고 있는 청중들은 다행이란다. 그렇지 않았으면 선생의 강연을 들으러 모인 모든 사람들이 공조자가 되지 않았겠는가.

  작가는 이 대작을 통해 “그들도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소설의 장면과 상황과 대화와 행동 속에 그려 담았다고 한다. 그들도 분명히 뜨거운 사랑을 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역사 현실을 말하면서도 그 안에 한갓 남녀의 정사를 비중 있게 그려 넣은 것은 그러한 의도였다. 거기에 작가는 수도 없이 가로를 치고 얘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인간적인가?”, “이들이 어떻게 악마인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지 않은가?” 이런 말들을 가로를 치고 달아놓고 싶었단다. 하지만 그것은 비평가들의 몫이기에 참은 것이다.

  조정래 선생은 많은 문학의 정의 중에서도 문학의 역사적 시대적 반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가의 역할을 “후세의 선생이요, 이 시대의 산소”와 같다야 한다고 역설했다. 후세를 인도하고 가르칠 선생의 역할은 이전의 위대한 작가들이 하겠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는 적어도 이 시대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작가 조정래는 적어도 이 시대의 산소의 역할을 해냈다. 이 시대가 억압당하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을 그때에 그는 그 숨 막히는 현실에 산소를 뿜어내었던 것이다.

  선생은 󰡔태백산맥󰡕 이후 오히려 더 방대한 분량의 󰡔아리랑󰡕을 펴냈다. 이 작품은 그동안 역사연구자들이 말했어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 아무도 그 시대를 연구하고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이 나섰다. 그는 말한다. 역사가들 덕에 󰡔아리랑󰡕을 쓸 수 있었다고. 이 작품을 쓰기위해 선생은 아직 수교를 맺지 않고 있던, 당시에는 적국이라고 할 수 있었던 중국에 들어간다. 중국의 연변에 가서 다양한 취재를 하고, 생생한 증언을 듣고 와서 󰡔아리랑󰡕을 써 낸 것이다. 당시 중국에 가기는 매우 어려웠단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 선생 덕에 간신히 중국을 나가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어서 펴낸 것은 󰡔한강󰡕이다. 이제 누구도 말하지 못했던 것 중에, 남은 것은 전쟁 이후였다. 전쟁 이후의 남한 사회의 모습들, 문제들을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작품들을 끊임없이 쏟아낸 그에게는 작가의 의무로써 이 사회에 무엇인가 말해져야할 말해지지 않을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한 도전해야만 했다. 그것은 때로, 아니 시종일관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던 작업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날 수는 없었다.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선생은 최근 󰡔인간연습󰡕을 펴내며 그간의 작업들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희생자, 그는 이 연습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모색을 시도’했고, 그러면서 바로 “인간답게 살고자”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그간의 작업들의 종착점인 것이다. 북한의 이데올로기나 남한의 이데올로기나 어디까지 인간답게 살고자 한 연습에 지나지 않았겠는가? 그것은 시대와 사회와 민족과 인간의 아픔을 나았고, 때로 기쁨도 있었고, 행복과 슬픔도 교차해야 했다. 그러나 선생은 말한다. 아직 끝이 아니라고.

  선생은 이 책이 끝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 50권의 출판 계약을 맺어 놓았단다. 그것은 손자들을 보면서 느꼈다. 올바른 우리 전래동화를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남의 자신의 생의 마지막은 ‘통일문학’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대략 통일의 시기를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때를 대비해 이제는 ‘통일문학’을 내놓아야하지 않겠는가! 라고 반문하며, 그는 지금부터 그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그가 통일을 보지 못하고 죽더라도 유언으로라도 남겨 통일이 되면 자신이 써놓았던 ‘통일문학’을 책으로 내어 놓겠단다. 참으로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강연 후 조정래 선생(가운데)과 왼쪽에서 두 번째 김영 교수(인하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 국어교육과 교수), 조정래 선생 오른쪽으로 김명인 교수(문학평론가 ․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김석회 교수(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상과 같이 조정래 선생의 인하대학교 강연을 정리했지만, 사실 뒤죽박죽이다. 실제 선생의 강연 속에 문학에 대한 선생의 성찰과 각오, 그리고 삶과 현실과 역사에 대한 인식들은 강한 전류처럼 전해졌고, 그러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선생의 입담에 시종일관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제 기대한다. 조정래 선생의 통일문학을 빨리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사실을 고백하면, 나는 선생의 대하소설들을 아직 제대로 읽지 못했다. 마지막에 이 사실을 고백하며 선생에 대한 죄송스러움에 감히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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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6-08-01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인간연습 독후감 쓰고 다른 분들 독후감 읽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멜기세덱님은 인하대 교직원이신지요? 전 뉴질랜드 사는 백수입니다. 부럽습니다. 언젠가 조선생님 강연 들을 기회 있으면 꼭 가 보고 싶었는데 님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현장의 열기를 느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대하소설 3부작 제대로 읽어 보세요. 강추입니다. 독자가 소설에서 바라는 즐거움들을 모두 만끽시켜 주는 3부작이죠.

멜기세덱 2006-08-0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직원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요. 그냥 조교로 있습니다. 조정래 선생님을 직접 뵙고 싸인까지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강연도 너무 감명깊었습니다. 좋은 기회였던거 같아요. 저는 책 읽는 데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것이 지론인데, 대하소설, 그것도 3부작을 읽겠다는 것에는 조금 가리게 되네요. 그래도 꼭 빠지고 싶은 마음 간절히 있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뉴질랜드 사시는 백수"가 전 왜 더 부럽죠? ㅎㅎ
 

  내일은 제33회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 <공인급수> 시험일입니다.

  내일 비가 올까봐 좀 걱정이네요. 비가 오면 아무래도 더욱 복잡해 질듯합니다. 지난주 <교육급수> 시험때도 비가 올까봐 걱정했었는데, 그날은 다행이 비가 안 오더군요.

  그래도 내일은 <공인급수>라 중고등학생들이나 대학생들이 많아 보다 수월하게 시험이 진행될 듯 싶습니다. 내일 시험 치르시는 분들은 모두모두 잘 보셔서 다들 합격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인천 인하대학교 고사장에서 시험보시는 분들은 조금 일찍 오시는 것은 좋을 것 같습니다. 시험 장소는 5호관 서쪽 강의실입니다. 5서 라고 부르기도 하죠. 5서를 찾으시거나 서호관을 찾아 오시면 되겠습니다. 당일 안내표지와 진행요원이 배치되어 있을 것입니다.

  시험시간 10전에는 입실하셔야 하므로, 30분 전에 오셔서 고사장과 고사실을 확인하시고 여유있게 입실하셔서 시험을 준비하시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아무튼 내일 시험 보시는 분들은 모두들 잘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내일 <공인급수>는 2급, 3급, 준3급 이상 3개 급수에 대해 시험이 치뤄집니다. 1급은 1급 지정 고사장에서만 치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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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50주년의 역량을 총집결해 <20세기 한국소설> 전 50권을 완간해냈다. 경하할 만한 일이기에, 난 이 소식을 접하고 창비 홈피로 직행했다. 창비에서는 이 역작의 완간을 기념하여 무려 40% 할인 가격에 예약판매하고 있었다. 약간의 고민끝에 나는 예약을 했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예약을 할 때에는 약간의 지름신의 도움이 필요했다. 40% 할인이라고 하지만 20만원을 넘는 가격의 책을 단번에 사 제끼는 결단은 지름신의 강림이 있으셔야 손쉽다. 그런데 예약판매는 어디까지나 예약이었기에, 아직 값을 지불하지는 않았다. 이 지름신은 강림하셔서 예약만을 잉태하시고 돌아가셨다.

  값을 치뤘으면야 에고 어쩔 수 없지하고 기쁜 마음에 책 받아볼 생각만으로 기다렸으련만, 예약판매의 이면에는 나에게 망설임이 숨어 있었다. 취소할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 하지만 나는 끝끝내 기다려 왔고, 마침내 이루어 냈다. 대단하지 않은가? ㅎㅎ

  창비에서 몇번의 연락이 왔다. 완간기념으로 모 홈쇼핑에서 방송판매를 한단다. 그러니 거기서 사시라 이거다. 귀찮기도 하고 해서 그냥은 안 파느냐 했다. 그냥도 파는데, 홈쇼핑에서 사면 10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는 설명. 그럼 나중에 결정해서 하겠다고 하고는 이 홈쇼핑 방송을 기다렸다.

  수요일 오전 8시 15분 방송. 드디어 이 날이다. 홈쇼핑 방송을 보니 이 또한 지름신의 강림을 불러내기에 충분한 제의였던가. 사정없이 전화기를 들었다. 아하! 이 홈쇼핑의 무서움을 느꼈으니, 번호를 몇 개, 아니 몇 십개 누르니 내 돈 나가는 걱정없이 이 역작을 구입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숫자를 누르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내 돈 나가는 소리가 신용카드를 지값에 넣는 순간에 스스슥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지름신은 그렇게 강림하셔서 내게 아픔을 남기신다. 자칫 이번을 계기로 홈쇼핑에 중독되기가 십상이지 싶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하리.

  아마도 지름신의 제단은 저 홈쇼핑이었던가 보다. 저 호스티스들은 지름신의 사제던가? ㅎㅎ

  20여만원이 아깝다는 생각은 역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에는 책을 받아보고 기뻐하고 뿌듯할 내가 그려진다. 기다려진다. 책을 받아볼 그 날이.

  책 50권을 잘 꽂아 놓을 전용책장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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