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책들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 많은 것을 모두 다 읽을 수 없다는 것과, 또한 모두 다 읽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 내가 꼭 읽어야 할 책들과, 내가 읽으면 참 좋은 책들도 부지기수라는 사실이다. 이런 책들이 죄다 내 눈에 나타나 나 좀 읽어주소 할 리 만무하기에, 나는 그간 내 삶에 중대한 지적 심적 역할을 감당해 주었을지도 모를 많은 책들을 그저 바람 속으로 날려보냈을 것이다.
이 이벤트를 통해서 더욱 그런 사실을 절감했다. 곳곳에 내 손과 눈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책들이 있었던가 하면, 하마터면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세상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내 사랑해야할 책들이 있었다.
이 이벤트를 마감하며 갈무리해 두는 것은 내게 추천되어진 책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불경일지 모른다. 내 최소한의 의무는 그것들을 읽어내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어쩌면 병역의 의무 보다도 더욱 신성한 의무일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신성한 의무는 최소한 그 의무 이행에 최대한으로 보상을 해 줄 것임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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