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오후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를 찾았다. 'KB국민은행 2007 한국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제3, 4, 5국과 고객 초청 프로기사 지도다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한국바둑리그에 대해 소개하면, 이번이 제3회(혹은 4회)째로 후원기업(8개팀)들이 상위권 프로기사와 선발전을 거친 기사들을 드래프트로 뽑아 팀을 구성하여 야구나 축구의 프로리그처럼 운영하는 대회이다. 작년(혹은 제작년)부터는 다양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각 연고지(후원기업들이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역)를 방문하여 대국현장을 공개하고 지도다면기 행사들을 개최하는 투어형식의 이벤트를 열고 있는데, 나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이 투어들을 따라다녔다.
올해는 지방투어 총 4곳을 돌아다녔다. 먼저 지난 여름 1박 2일 일정으로 인터넷 동호회 사람들과 청주(충북 투어)엘 내려갔는데, 그때는 고근태 사범(2006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중국 최강으로 꼽히는 구리9단을 꺽고 한중천원전에서 우승하는 등(당시까지 구리9단이 3연패(혹은 4연패) 중이었는데 혜성같이 등장한 고근태 프로가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고근태 프로는 요즘도 잘 나가서 한국 프로기사 랭킹 상위권에 올라있다.)과 지도 대국을 두는 행운을 얻었다. 이어서 수원투어에선 하호정 3단과 5점에 두어 이기기도 했고, 서울투어에서는 송폭풍 송태곤 8단과 역시 5점에 두었지만 무참히 졌다. 그리고 오늘, 오늘은 최강의 기대주로 꼽히는 백홍석 사범과 두었지만 역시 무참히 패, 지금까지 나의 투어 성적은 총 4전 1승 3패가 되겠다.
조금 옆으로 샌 감이 있는데, 한국바둑리그나 이 투어 행사 등 바둑이 살아남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분히 고무적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즐겨보는 바둑TV도 다양한 형식의 시도를 통해 바둑을 보다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정말 몸부림,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다. 바둑이 올림픽에 한 종목으로 채택되고 스포츠로서 인정받는 상황이지만 역시나 바둑 인구는 줄고 있고 젊은 층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이는 무척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바둑계의 노력이 고무적이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어쩌면 이것이 기존의 바둑 팬들만의 행사 혹은 축제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보다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긴다. 이를테면 어느 광고에서 쇼를 하라면서 바둑 대국 중 옆에서 훌라우프를 돌리는 것처럼, 획기적인 발상 말이다. 하여간 그런 것이 없고서는 바둑이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바둑리그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받기 위해서는 지역 연고제를 정착시키고 각 팀별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야구나 축구처럼 프로기사를 각 팀들이 연봉을 주고 계약하는 방식들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바둑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다.
** 오늘 투어 일정이 끝나고 동호회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다소 시간이 여유가 있어, 서울 온 김에 광화문의 교보문고엘 들렀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서울구경 삼아 가는 곳이 이 교보문고다. 서울 지리에 감감한 나로서는 그나마 이 교보문고만은 이제 잘 찾아다닌다. 교보문고엘 들러 한 시간 쯤 책 구경하고, 몇 권을 사들고 내가 사는 인천으로 돌아왔다.
인천행 지하철을 타고 나는 주안역에서 내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안역에서 내려 역사를 거쳐 나오려는데, 역사 안에 넓직한 공간의 서점이 들어선 것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서점엘 들어가 평소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눈에 띄는 대로 손에 집어 들었다. 녹생평론사에서 나온 『간디의 물레』(김종철 저),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 산문집), 『삶은 기적이다』(웬델 베리 저, 박경미 역)와 『진보의 역설』(그레그 이스터브록 저, 박정숙 역, 에코리브르), 『무례한 복음』(김경재 外 저, 산책자, 2007)을 사버렸다.
서점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판국에 역사 안에 비교적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서점이 들어섰다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 반가운 마음으로, 나 아니면 잘 안 사갈 것 같은 책들 위주로 골라서 산 것이다. 교보문고에서도 한 보따리를 사가지고 있는 길이었는데도 말이다. 책들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고 사장님께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너무 반갑다고,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그리고 카드를 내놓았지만, 내일이 오픈이라 아직 카드가 안 된단다. 지갑을 열어 탈탈 털어 겨우 현금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인하대 주변엔 얼마전 서점들이 전무하게 됐다. 98년엔 2~3군데 서점이 있었는데(헌책방은 제외하고) 근래에 그중 하나 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러던 서점이 이내 인하대학교의 구내서점으로 입주하고는 인하대 주변엔 서점이 죄다 없어진 것이다.(헌책방은 한 곳 있지만, 대부분 대학교재들을 팔 뿐이다.) 대학가에 변변찮은 서점 하나 없다는 사실은 못내 불만 스럽다. 인천 시내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서점이라고는 버스를 타고 주안엘 나가야 2군데 정도 있다. 그리고 인천 터미널 근처에 인천 교보문고가 몇 년 전에 들어섰을 뿐이다. 인천이 이 모양이니 매번 전국에서 애들 성적이 꼴찌인게 당연한 것 같다.
*** 돈을 얼마나 모아야 할까? 내 나이 한 50쯤 되면, 그때는 더더욱 서점을 보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내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즈음 되서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작은 서점이나 하나 운영하면서 책이나 읽고 소일 하면서 지내고 싶다. 그런데 얼마나 있어야 서점을 차릴 수 있을까? 그리고 책 잘 안팔려도 먹고 살면서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얼마나 될까? 얼마면 되냐고? 근데, 이대로 가다간 얼마나 나발이고 그때까지 땡전 한 푼 모으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 맘 같아서는 나중에 나한테 서점 하나 차려준다는 여자 있으면 눈 딱 감고 장가들 수도 있을거 같다. 그럴 능력 있는 여자가 나 같은 것 데려갈 리는 만무하고, 지금부터라도 나중에 서점하나 차려서 먹고 놀 만큼의 돈을 차근차근 모아야 할 듯 싶다. 재테크 관련 책을 읽어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