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독서노트 쯤 한 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지 단 한 번도 그 비슷한 걸 해본 노릇이 없다.

워낙에 꼼꼼스런 성격이 못 되다보니, 그런 종류의 것에 영 둔감하게 작동하나보다. 나의 단점이다.

굳이 이런걸 단점이라고 꼬집기는 좀 뭐하다.

얼마전 알리딘 서재에서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몇 권인가를 설문한 적이 있다.(아직도 하나,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남 못지 않게(알라딘의 대다수 주요 서재폐인 분들께는 적잖이 못 미치지만서두) 2006년 한 해 열심히 책을 읽었기에 이 설문에 당당히 응해보려고, 한 해동안 내가 몇 권이나 읽었는지 가늠해 보려 했는데, 이건 영~ 올해 읽었는지, 작년에 읽었는지 영 감이 안 잡히고, 읽고는 책장 어딘가에 쳐박아둬서 찾기도 힘들고, 도대체 셈이 제대로 되지가 않는거다.

그나마 리뷰에 몇 권 올린 것들을 기준삼아, 대강을 정리해 보니, 한 7~80권 되는 듯하다. 누구는 100권을 읽었느니, 200권도 웃습다느니 하시지만, 내가 볼 때 나에게는 이것도 좀 했구나 싶다. 그리 뿌듯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심 2006년 한 해 동안 한 100권은 읽었으면 싶었는데, 그게 맘대로 잘 되지 못했다. 한 해 동안 100권을 읽는다는게, 따지자면 3일에 한 권을 읽는다는 얘긴데(내가 읽은 것 중엔 시집 같은 얇은 종류의 책이 있는가 하면, 500쪽이 넘는 두꺼운 종류의 책들도 있다. 그러니깐 평균잡아 한 3~400쪽 짜리 책들을 읽은 듯 싶다. 평균은 좀 낮아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렇다고 한 해 읽은 시집은 채 10권이 되질 않는다.) 이게 나한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워낙에 정독(?)을 하는 성격이라(사실 좋게 말해 정독이지, 하는 짓이나 책읽는 속도나 느려터지긴 매일반이다. 이것도 내 단점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지간한 책은 며칠을 잡아먹어야 완독이 가능하다. 요즘들어 빨라진 탓에 80권 정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2007년에는 독서일기나 독서노트 까지는 못 쓰더라도 책계부(冊計簿)를 한 번 써보실 작정이다.(이넘의 작정이란 것이 매반 년초의 작심삼일이 되는 것이 통상인데, 내가 또 요런 장점은 내세울 만한 것이, 한 번 작정한 노릇은 어지간히 밀고간다는 거다. 작심 한달은 기본이라고 본다.ㅎㅎ)

얼마전 구입한 도서에 이벤트로(그 책은 아마 <4천만의 국어책>이던가 그랬다.) 쬐끄만 다이어리 비슷한 것을 받았다. 그렇다고 내가 다이어리 기록하는 성격 못된다. 이걸 나둬봤자 양중에 쓰레기 된다. 그래서 그놈을 활용하면 딱이겠다 싶어, 당장에(2007년 황금돼지 날아온 첫날) 책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내가 600년 만에 날아온다던 황금돼지를 맞이한 첫날 무엇을 했느냐 하면, 집에서 뻔드러지게 주무시다가, 잠에 지쳐 무작정 교보문고 인천점을 찾아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라 쉬는 날이어서, 고 쪼~옴 옆에 있는 영풍문고엘 갔다. 가서 책 3권을 모셔왔다 이거다.

그래서 2007년 1월 1일자 책계부를 썼다.

앞부분엔 그날 읽기 시작한 책, 다 읽은 책을 날자에 맞게 기록하고, 뒷부분 메모란에는 책구입내용을 적어 넣기로 했다.(사실 겸사겸사 2006년 한해 구입한 책이 얼마나 될까를 셈해보려 했는데, 그것도 만만찮았다. 워낙에 지름신이 강림을 밥자시듯이 하셔서 말이다. 어림잡아 한 300권 되나보다.)

책계부 첫 기록은 다음과 같다.

2007년 1월 1일

 서평단 모집에 딱걸려서 받은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를 읽고 서평을 쓰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은 서평단에 걸린게 또 하나 있어서 고게 배달되면 읽어야겠기에, 고 사이 간단하게 읽어낼 꺼리를 찾다가 주워든 것이다. 졸지에 내 책계부 첫페이지를 장식하는 영광을 얻으셨으니, 서머싯 몸이 몸을 부르르 떨 일이지 않은가? ㅎㅎ

 

 

책계부의 또다른 첫 기록은 다음과 같다.

2007년 1월 1일 도서 구입 내역 영풍문고 인천점

 

 

 

 

<현대시 교육론> 14,000원 계속 눈여겨 오다가 큰맘먹고 샀다. 이런 종류의 책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이 책은 그 가격에 비해 좀 얇팍해서 쉽게 계산대에 올려놓기가 뭐했었다. 황금돼지가 날아왔기에 한 번 쐈다.

<한자놀이 이야기> 12,000원 평소 한자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제대로 아는 건 많지 않다. 한자를 보다 재밌게 하는게 한자놀이, 그중에서도 파자놀이다. 이 책은 파자놀이에 대해 재밌게 소개하고 있기에 냉큼 집어들었다.

<단군, 만들어진 신화> 13.000원 최근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란 책을 읽고 고조선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었던 와중에 이번 서점 행차에서 발견했다. 이 저자의 시각은 조금 다른듯 싶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느게 다른지, 그 다른 목소리도 들어보고 싶다. 하긴, 아직까지 어느것 하나 해결되어진 것이 없는 논란이 고조선에 대한 것 아닌가. 무엇보다 이 책이 그간 고조선사의 여러가지 논의들을 정리하고 있다기에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사실 책계부에는 책이름과 가격만을 적었을 따름이다.

책계부를 적으면서 제일 기대하는 것은 2007년 한 해는 보다 자극받아서 100권 돌파의 작은 목표를 달성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잘 돼야 할텐데.....ㅎㅎ(조금 어려운 노릇이 올 한 해는 내 본업을 위한 공부에 집중해 보자는 맘을 요전에 먹어놔서, 뜻대로 독서가 되기는 애당초 힘들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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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1-0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홧팅. 제가 하고 있는 목록작업에 가격만 적어넣으면 되는건가요? 그럼 책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지 알 수 있겠어요.

해리포터7 2007-01-0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를 달과 6펜스로 시작하셨다니 예상하기에 아마 작년보다 더욱 열정적인 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멜기세덱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 2007-01-0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님들은 책상에 세워두는 달력에 책 제목 적어놓으면서 책계부 쓰시더라구요. 그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요. 칸이 넓잖아요. 전 다이어리 얇은 것을 애용해요. 들고 다니기에 무겁지 않은 것으로요. 6^^

멜기세덱 2007-01-03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투자한다라고 하죠 뭐. 아무래도 '쏟아붇는다'는 표현은 우리 알라디너의 용법이 아닐거 같아요.ㅋㅋ 홧팅! 감사합니다. 아프락사스님 올 한 해 저보다 꼭 하나씩 더 행복하세요...ㅎㅎ 참고로 전, 올해 무쟈게 행복할 생각이랍니다..ㅋㅋ
해리포터7님> "더욱 열정적인 해"라! 예전에 저도 그림을 좀 그려보고 싶긴 했었는데요..ㅎㅎ 아직 내 나이 30이 못되는데, 왠지 '열정'을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아볼 수가 없으니 원! 해리포터의 모든 행복의 마법이 님에게로 통하시기 바랍니다.
마노아님> 앗하 달력이 있었군요. 지금 제 탁상달력을 보니 조막만해서 적기가 애매하네요..ㅎㅎ 마노아님 올 한 해 황금돼지를 수백마리 잡으시길 기원합니닷!

marine 2007-01-0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과 6펜스, 저도 꼭 읽고 싶은 책이예요

2007-01-05 1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7-01-07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마린 님> 다소 지루한 감을 느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재밌게 읽히더군요...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속삭이신 님> 감사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책계부가 좀 부족한 감이 있죠. 교육적으로 좀 효과를 생각하신다면, 책계부보다는 독서일기 비슷하게 가는 게 좋을 듯 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