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5 Days 폭풍 속의 표류기 - 위기를 성공으로 이끄는 관계력의 5법칙
박상곤 지음 / 미래와경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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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배를 처음 탔을 때가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물에 너무 쉽게 폭 빠져버릴 정도로 어린 나이였다는 것 밖에는..
     C의 친구는 선장이었다.
     그래서 작은 배를 탈 기회가 있었다. 배는 멀리 멀리 바다로 향했고 나는 속이 보이지
     않는, 넘실대는 바다를 쳐다보는 것에 무척이나 도취되어 있었다.
     크고 작은 파도에 따라 배는 앞.뒤로 뒤뚱뒤뚱 거렸는데, 나는 거의 상체를 배 밖으로
     내민 채 손을 넣어 보았다. 그 거대한 바다의 피부를 어루만지는게 너무 행복했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수십대의 자동차까지 실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배를 타기도 했지만
     작은 배를 탈 때, 파도의 숨결에 따라 흔들리는 그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어 실망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다가 있다.
     그리고 그 넓은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배가 있다.
     각자의 배들은 잔잔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면서 멋진 항해를 하기도 하고,
     괴물같은 폭풍우 앞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끝없이 표류하기도 한다.
     폭풍우를 이겨내는 배는 더욱 더 단단해지고 근사해질 것이지만, 쉽게 포기해버린
     배는 산산조각나 고작 뗏목 수준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배는 바로 내 자신이다.
     내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어딘가 부서졌다면, 바닷물이 새어 들어오기 전에 어서 빨리 고쳐야 한다.
  

 

     이 책은,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의 내용을 적절히 발췌하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조화롭게 연결해준다. 어느 회사가 경영부실로 파산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래서 그 회사의 경영을 맡은 새로운 사장은 어떻게 하면 회사에 변화를 주어 다시
     일으켜 세울까, 직원들로 하여금 능동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바로 그 부실 회사의 사장으로 나오는 자는 '고든'으로 [15소년 표류기]에서 1대 리더를
     맡았던 소년이었고,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서 회사를 회생시켜주는 자는 '브리앙'으로써
     저 소년들의 표류기의 경험담을 토대로 위기에 빠진 직원들을 위해 특강을 해준다.
     물론, 실제로 '고든'과 '브리앙'이라는 사람은 없다.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리고 효과적인 내용 전달을 위해 저자가, 마치 표류했던 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문제 해결을 하는 것처럼 설정을 해놓았다. 

     책의 구성은?
     만족스럽다.
     회사 경영 뿐만 아니라 회사 생활에서 꼭 필요로 하는, 더 깊이 들어가 음미해보면 인생에
     대한 조언이 될 수 있는 5가지 원칙들을 유머러스한 많은 우화들과 함께 풀어내서 이해가
     쉽고 재밌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15소년 표류기] 소설에서 발췌한 어느 한 부분의 내용을 짤막하게 보여주고,
     2. '현재 회사에서 문제되는 부분들에 대한 토의 결과'를 직원들로 하여금 발표하게 한다.
     3. 그리고 나면 '브리앙'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재밌는 이야기들이나 유머 우화를 곁들인 특강. 

     좋은 리더가 되어 위에서 인정 받고 아래로부터는 존중 받고 싶은 사람, 회사를 멋지게 꾸려나가고 싶은
     CEO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거라 생각한다. 

     덕분에, 나는 '쥘 베른'의 소설들을 먹어야 할 때가 왔도다라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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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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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앞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놓여 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그만 즐거워져 버리는데, 그 감정을 느끼기까지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눈, 맛있는 것을 보다.
    망막 세포들이 어서 빨리 그 음식에 대한 정보를 보내야 한다고 시신경에게 알린다.
    시신경은 빛이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뇌의 시각 영역으로 돌진한다.
    그 곳에서 그들은 기억 저장 창고로 달려가, 그 정보가 무엇인지 방대한 자료를
    들추어내며 찾아낸다. 찾았다! 이것은 먹어본 적이 있는 음식이다. 해롭지 않다.
    맛있는 것이다. 코의 후각 신경도 이에 가세해서 더욱 더 부채질을 한다.
    이제 행동을 해도 된다. 팔과 손에 신호를 보내라. 입으로 넣어라!
    뇌의 가장 중심부, 쾌감 중추가 미친듯이 외친다.
    어서 먹어라! 어서 먹어라! 

    먹었다.
    맛있다. 쾌감 중추는 행복하다. 단 몇 초 뿐이지만. 

    맛있는 음식, 좋은 향기, 멋진 그림, 아름다운 음악, 자연에 대한 감탄, 책과 영화 등을
    통해 흡수하는 지식.정보에서 오는 놀라움과 감동 등등...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순간마다 '즐거움을 찾는 행위' 천지이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버는 것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이라고?
    체온을 보호해줄 옷과 살기 위해 먹는 것, 자기 위해 필요한 집이 있는 것 등의 원초적인
    갈망은, 모두 '뇌가 원하기 때문이다'. 
    몸이 얼고, 배가 등에 달라 붙을 정도로 영양 섭취를 못하는 상태가 되어도 원하지 않으면
    그냥 죽을 뿐이다. 뇌는 살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만족스럽게.
    그래서 단순히 영양섭취하는 수준을 벗어나 즐겁게 해줄 맛있는 것을 찾게 되고, 또 다른
    즐거움들을 찾느라 분주하다. 

    소설 속 인물, '사뮈엘 핀처'는 부인과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다 갑자기 죽었다.
    황홀경에 잔뜩 취한 표정으로. 경찰은 그가 오르가슴을 너무 심하게 느껴 심장 마비로
    쇼크사 했다고 사건을 일단락한다. 하지만 두 명의 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와 '이지도르
    카첸버그'는 그것이 타살일 것이라 믿고 사건의 전모를 풀어나간다.
    '사뮈엘 핀처'는 유명한 신경 학자이자 뛰어난 의사이며, 세계 체스 챔피언의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 컴퓨터 '딥 블루 IV'와의 대국에서 이겨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자이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사뮈엘 핀처'가 뇌의 쾌감 중추를 심하게 자극하는 바람에 뇌가 쇼크사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흔히들 우리가 알고 있는 심장의 쇼크사가 아니라, 뇌의 쇼크사.
    그러나 어떻게, 도대체 얼마만큼의 자극이 와야 뇌가 오르가슴을 느끼고 죽는가. 

    영화 [데몰리션맨]에서 '실버스타 스텔론'은 냉동인간이 되어 미래에서 깨어난다.
    그 미래에서 사람들은 육체적인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 머리에 헬멧같은 것을 쓰고 오로지 정신적
    으로 자극을 주고 받으며 쾌감을 느낄 뿐이다. 10년도 훨씬 전에 나온 이 영화는 약간의 힌트를
    주고 있는 셈이다. 뇌의 쾌감 중추만 만족시켜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죽을 정도의 쾌감을 느끼기란 쉽지가 않다.
    인간은, 아니 정확히는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생각을 하고 주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인식하고 수집
    하느라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도중에도 딴 생각을
    한다. 아까 샤워하고 나서 안경을 어디에 두었더라? 핸드폰 알람은 맞췄던가? 이 사람은 나를 정말로
    좋아하나? 등등. 도무지 그 놈의 뇌는 잠시도 쉬려고 하지를 않는다.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쾌감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은, 뇌에게는 불가능하다.
    애시당초 그 엄청나게 작은 부분(글쎄, 소설의 비유를 빌리자면 0.5mm 였던가?)이 뇌의 정확한 어디
    쯤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이렇게 '원해서'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은 즐겁다는 것이다.
    하하 호호 겉으로 웃어서 드러나는 즐거움은 아니야. 실제로 내 표정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딱 오해할
    만하거든. '진지한 걸' 하고 말이야. 하지만 나의 뇌는 흡족한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뜬 채 이렇게
    말하곤 하지. 

    [좋아, 이 정도면 되었어. 자, 이제 담배 한 대 피고...이런, 커피가 다 식어버렸잖아!
     그냥 양치질을 해야겠어. 가만, 내가 이걸 쓰기 전에 뭘 하려고 했더라?] 

    뇌는 끊엄없이, 멈추기를 모르는 것처럼 생각의 분수를 내뿜는 녀석이다.
    뇌를 자살하게 만들고 싶은가?
    그러면 아무것도 없는 방에, 볼 것도 들을 것도, 느낄 것도 없이 멍청한 상태로 계속 유지하면 된다.
    더 이상 정보를 얻을 게 없어지면 뇌는 시름시름 앓다가 스스로 죽어버릴 것이다.
    뇌는, 우리가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단지, '쾌감 중추가 즐거워지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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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의 계절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7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김영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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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소설의 배경 시대가 1793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없다.
    게다가 수줍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새침떼기 같이 생긴 소녀의 얼굴을 보면,
    '소녀,소년들의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1793년의 황열병' 이라는 원제목을 '열병의 계절'이라고 바꾼 것이 결정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치, '사랑앓이의 계절'처럼 보이지 않는가)

    '황열병으로 가족과 터전을 잃은 소녀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라는 뒷표지에
    써있는 내용이 없었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무려 217년 전의 배경을 하고 있는 소설의 표지에 저런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는
    표지라니. 센스꽝이잖아. -_- 

    내용은 재밌었다. (그럼에도 별사탕을 2개만 박는 인색함을 보인 것은 나의 뇌를 자극
    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5,000명의 영혼을 거두어 갔지만 그 병을
    이긴 자들이 어떻게 그 악몽같던 시간을 버티어 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청진기나 체온계도 없던, 의학이 아주 열악했던 시절이었으니 전염병이 어떻게 퍼지는지도
    몰랐던 순진한 사람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병을 몰아내려고 했었다.
    그 황열병을 옮기는 주범이 '어느 밀림의 암컷 모기'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들은 쉴 새 없이
    자신들 주변을 앵앵거리는 모기들을 피하거나 필사적으로 죽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어쨌든, 걸리면 엄청난 고열에 시달리다가 검은 피를 토하고 단시간에 죽는 그 무서운 병은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눈다. 자신이 피해볼까봐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외면하는 부류와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을 돕는 '영웅적인' 부류이다. 

    신종 플루가 기승을 부릴 때,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재채기를 하거나 기침을 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향해 욕을 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뭐라고 했다고 한다. 코가 간지러워서 그랬는지
    비염이라서 그랬는지 다른 이유를 따지기도 전에 '나에게 위협하는 병원균' 취급을 했다.
    목숨과 달려 있는 병이었으니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 황열병을 옮길까봐, 필라델피아 사람들이 자신들의 도시로 오는 것에 총을 들고서
    막는 타도시 사람들을 보았을 때는 측은하기도 했다. 

    지금의 인간은 천적이 없다. 유일한 것이라곤 바이러스와 자연재해, 그리고 전쟁이다. 
    지금 세대의 인류 역사를 보면 많은 전염병들과 자연재해들은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인간 솎아내기' 작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연의 모든 생물은 자기 위치에서
    모두 적당한 개체 수를 유지한다. 천적에 의해서. 인간은 도대체 적당한 선이란 것이 없다.
    개체 수가 너무나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다른 생물들과 지구에 위협적일 정도로.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 '솎아내기' 작업은 인류의 의학과 문명을 더욱 더 발전시키는
    동기가 된다.  그리고 인간들 수가 더욱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전쟁은 인간들 스스로 벌이는 짓이다.
    나는 가끔 이해가 안되곤 했었다. '신은 왜 저렇게 무식한 짓거리에 침묵을 하는가'
    신이 있다면 영토전쟁은 그렇다쳐도 종교전쟁은 도저히 눈뜨고 봐줄만한 일이 아니잖아?
    그건 그것대로 인간의 개체 수 줄이기 작업이 아닌가 싶다.
    상당히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어울리지 않게, 재난을 당한 인류에 대한 영화나 책 등을 보면서 '희생적인 몇몇의
    인간들' 덕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동물이나 자연 등에 헌신하는 인간을
    보면 마구 껴안고 사랑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그들은 확실히 사랑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이나 지구가 아무리 심하게 '인간 솎아내기' 작업을 한다 해도 나는 침묵을
    지킨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종이 더 빨리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을 싫어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하루종일 사고치는 강아지를 심하게 혼내고 나서도 그 귀여운 표정으로 다가오면 어쩔 수 없이
    안아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분명, 추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생물이기도 하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음악, 문학, 예술 등 너무나 많은 작품들을 보고 미워할 자가 어디 있나) 

    소설 속, 14살 소녀'매티'는 죽음과 굶주림을 겪고 나서 더 이상 '어린 여자애'가 아니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혼자 힘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하루 하루 힘차고 감사하게 살아가는 성숙한 사람이
    된 모습으로 끝인사를 보내온다.
    지금의 인류는 '어린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청소년 같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아니, 나는 그럴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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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1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책내용이 따로 노는 거군요.
열병의 계절이라는 제목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풍기고 싶었을까요?

L.SHIN 2010-01-15 19:25   좋아요 0 | URL
흠, 표지디자인 하는 사람이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보다는 '한 소녀의 성장기'에만 초점을
맞춘데서 그런 거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제임스 M.볼드윈 엮음, 장용운 옮김 / 경성라인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책 표지가 너무 유아틱하다고는 생각했었다.
    그래도, 내가 알고 있거나 혹은 대충만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들을
    새로운 마음으로 접하고 싶었다. 과거의 인물들 이야기에서 교훈과 깨달음과 재미를
    느끼고 싶었기에 망설임없이 책을 집어들었었다. 목차만 보고.(그게 실수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읽을 만 했다.
    아무래도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만든 책인 듯, 서술이 유치하거나 너무 단순했고
    대사는 간지러울 정도로 어색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무미건조하게(얻을 건 없었지만), 한 번 펼친 것이니까 끝까지 읽자 하고...
    책장을 넘겼다. 솔직히 말해 리뷰로 쓸 내용은 없었다. 떠오른 것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읽으면서 내 주변이나 혹은 알라디너들 중에 중학생 자녀가 있는 분에게
    책을 넘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딱 그 수준이었기에 알맞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런데, 그나마 있던 호감이 불쾌감과 경악함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그래서 굳이 리뷰를 쓸 필요가 없는 책인데도 이렇게 컴 앞에 앉아 있게 된 것이다! 

    문제의 부분은, [페네로페의 바느질]이라는 이야기의 대사들 속에 나오는 저속한 말이다.
    분명 이 책의 수준으로 보아 아이들이 읽을텐데. 대사 속에, 

    "저 거지 새끼는.." 

    "저 년은.." 

    도대체 이게 뭐야? 애시당초 어른을 위한, 입담이 걸죽한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도 아닌데,
    교양도서라는 것이 어떻게 저런 지저분한 말을 쓴다는 말인가.
    저자 제임스가 영문으로 어떻게 썼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옮겨 쓴 자가 국어국문
    학과 졸업 출신이 맞나? 생각이 있는 건가? 대사들이 들어 있는 상황들을 보았을 때, 굳이
    저렇게 천박한 표현을 쓸 필요가 없는데, 독자들의 연령에 맞춰 글을 편집할 능력이 없으면
    애초에 펜을 들지도 당당히 국문과 출신이라고 하지도 마라. 
    웃긴 것은, 다른 이야기들에는 저렇게 비교양적인 표현이 없다. 

    나 역시 욕을 할 줄 안다. 대부분 장난스레 하는 말일지라도, 나 역시 욕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이 봐야 할 책에 저런 대사를 넣지는 않을 것.

    처음으로,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애써 먹은 내용들을 다 토해내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분들은 당장 그만두길 원한다.
    어이가 뺨을 후려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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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02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딱 두 줄만 나와서 앞뒤 정황은 모르지만, 님이 흥분하시는 걸 보면 분명 번역을 잘못했군요.
흥미 위주의 책이라 해도 대사 순화는 필요할 듯...제목 잘 기억했다가 손에 잡혀도 안 볼게요~그럼 됐죠?^^

L.SHIN 2010-01-02 18:16   좋아요 0 | URL
네.. 실은, 알라디너 분 중 줘야 한다면, 오기님한테 줘야겠다..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부분만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보낼까요? ㅎㅎ

순오기 2010-01-03 11:09   좋아요 0 | URL
어머나 감사해라, 저를 생각해주셨다니~^^
하지만 울 막내가 이젠 청소년도서는 그만 보고 싶대요.ㅋㅋ
서평단이나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청소년 책이 넘치고 있어 멀미난대요.ㅜㅜ

L.SHIN 2010-01-03 18:42   좋아요 0 | URL
호음~ 그렇다면, 좀 더 수준 높은 책을...(음, 뭐가 있더라? 너무 많아서 어질,,@_@)

마녀고양이 2010-01-0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얼마전에 <금지된 지식>이라는 책을 읽다가 정말 분통 터졌다눈~ 개정판인데도 이렇다면 원래는 어떠했을지 걱정되더군요. 교수님이 역자인데, 감사글에 나오는 대학원생을 시킨 티가 팍팍 나더라구요. 딱 이쁘게 직역된 책이었습니다. 엘신님, 해피 뉴이어~

L.SHIN 2010-01-03 08:42   좋아요 0 | URL
직역을 의역할 줄 몰랐나 보군요. 이긍..
마고님도 해피 뉴이어~^^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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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신이라 믿고 있는 두 살 반짜리 아기가 있다.
    그녀는 두 살이 될 때까지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식물 아기'였다.
    파이프였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그 외의 것은 하지 않는, 눈은 있지만 시선은 없는 - 존재하지만 살아 있지 않은 -
    인형같은 아기.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분노에 차서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울면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걷고, 뛰고, 말하고, 세상을 탐구하는 과정 동안 자신이 너무나
    너그러운 신이라서 어른 인간들에게 맞춰서 성장해 간다고 했다. 

    "나는 모든 언어를 다 안다. 하지만 지금, 완벽한 문장의 어려운 말을 하면
     분명 아빠와 엄마는 놀랄 거야. 그들이 가장 기뻐할 만한 단어가 뭘까?"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엄마'를 첫 번째 단어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살이가 시작되었고, 사랑을 알고 죽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3살 전에 있었던 일 중, 기억나는 것은 1살 때 뿐이다.
    나는 어떤 성당 같은 곳 안의 거대한(그 때는 그게 참 거대한 널판찌로 보였다) 직사각형
    테이블 위에 앉아 있었고, 어른 인간들이 주위에 몇 명인가 있었다.
    나와 동갑내기 한 명이 내 앞에 앉아 있었는데 우리는 빨간색 옷,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누가 빨간색이었는지 누가 파란색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그 당시에 있었던 어른들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의 아이가 내 옷깃을, 정확히는 멱살을 잡아 당겼다.
    그래서 나도 그 아이의 멱살을 잡았다. 우리는 서로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어대었었다. 

    나는 3살 전에 내가 신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나는 종종 옷장 위로 올라가서 종일 놀거나, 놀이터에서도 높은 곳 만을
    올라가려 했고, 지금도 나무를 보면 올라가려고 아둥바둥 한다.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이 자꾸만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하늘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우리 모두는,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어쩌면 아주 어린 영아기 때 모두 신이었는지 모른다.
    아니 '지상의 생물'로 태어나기 전에 모두 신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어쩐 이유인지) 생물로 태어나 자라면서 주어진 모습 그대로 그 생물이 되어간다.
    거기서 다시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물로 살고난 다음에 다시 신이 되던가, 아니면 다시 또 미개한 생물로 태어나던가.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생물들이 티 없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자기 중심적이고 세상을
    탐구하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기들을 보며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본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는 아닐까. 

    3살 전의 모든 신들은 어른들이 웃는 걸 보고 따라 웃는 게 아니다.
    상대방을 위해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사실, 귀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은 늘 미개한 존재들에 대해 관대하다. 그리고 영리하다.
    자라면서 우매해지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긴 하지만. 

    또 다시 궁금해진다.
    인간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물론, 아멜리가 그렇게 깊고 사색적이며 철학적인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솔직히 읽는 내내 지루했다. 그래도 오기가 생겨서 꾸역꾸역 책장을 넘기기는 했지만.
    왜, 그녀가 '천재 작가'로 프랑스에서 추앙 받는지 여전히 의문스러울 뿐이다.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 소재나 포커스가, 서술하는 방식이 고리타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이한' '유별난' '뛰어난' '대단한' 이라는 미사어구를 쓸 정도는 아닌데.
    이로써, 지난 번 다른 책을 읽으며 들었던 그녀에 대한 의문은 해결.
    이제, 아멜리의 책은 이걸로 끝.
    더 이상 다른 책을 읽을 정도의 매력은 없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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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3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말리는데 결국 하셨군요 ㅎㅎㅎ

L.SHIN 2010-01-01 09: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미 그 전에 주문해놔서리..-_-
역시, 휘모리님 말대로 '한 권 뿐이었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