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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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신이라 믿고 있는 두 살 반짜리 아기가 있다.
    그녀는 두 살이 될 때까지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식물 아기'였다.
    파이프였다. 먹고 싸고, 먹고 싸고, 먹고 싸고.
    그 외의 것은 하지 않는, 눈은 있지만 시선은 없는 - 존재하지만 살아 있지 않은 -
    인형같은 아기.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분노에 차서 고래고래 악을 지르며 울면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걷고, 뛰고, 말하고, 세상을 탐구하는 과정 동안 자신이 너무나
    너그러운 신이라서 어른 인간들에게 맞춰서 성장해 간다고 했다. 

    "나는 모든 언어를 다 안다. 하지만 지금, 완벽한 문장의 어려운 말을 하면
     분명 아빠와 엄마는 놀랄 거야. 그들이 가장 기뻐할 만한 단어가 뭘까?"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엄마'를 첫 번째 단어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살이가 시작되었고, 사랑을 알고 죽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3살 전에 있었던 일 중, 기억나는 것은 1살 때 뿐이다.
    나는 어떤 성당 같은 곳 안의 거대한(그 때는 그게 참 거대한 널판찌로 보였다) 직사각형
    테이블 위에 앉아 있었고, 어른 인간들이 주위에 몇 명인가 있었다.
    나와 동갑내기 한 명이 내 앞에 앉아 있었는데 우리는 빨간색 옷,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누가 빨간색이었는지 누가 파란색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그 당시에 있었던 어른들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의 아이가 내 옷깃을, 정확히는 멱살을 잡아 당겼다.
    그래서 나도 그 아이의 멱살을 잡았다. 우리는 서로의 멱살을 잡고 앞.뒤로 흔들어대었었다. 

    나는 3살 전에 내가 신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나는 종종 옷장 위로 올라가서 종일 놀거나, 놀이터에서도 높은 곳 만을
    올라가려 했고, 지금도 나무를 보면 올라가려고 아둥바둥 한다. 

    어디에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누군가 그랬다.
    아이들이 자꾸만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하늘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우리 모두는,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어쩌면 아주 어린 영아기 때 모두 신이었는지 모른다.
    아니 '지상의 생물'로 태어나기 전에 모두 신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어쩐 이유인지) 생물로 태어나 자라면서 주어진 모습 그대로 그 생물이 되어간다.
    거기서 다시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물로 살고난 다음에 다시 신이 되던가, 아니면 다시 또 미개한 생물로 태어나던가.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생물들이 티 없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자기 중심적이고 세상을
    탐구하는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아기들을 보며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본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돌아가고 싶어서는 아닐까. 

    3살 전의 모든 신들은 어른들이 웃는 걸 보고 따라 웃는 게 아니다.
    상대방을 위해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사실, 귀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은 늘 미개한 존재들에 대해 관대하다. 그리고 영리하다.
    자라면서 우매해지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긴 하지만. 

    또 다시 궁금해진다.
    인간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물론, 아멜리가 그렇게 깊고 사색적이며 철학적인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솔직히 읽는 내내 지루했다. 그래도 오기가 생겨서 꾸역꾸역 책장을 넘기기는 했지만.
    왜, 그녀가 '천재 작가'로 프랑스에서 추앙 받는지 여전히 의문스러울 뿐이다.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 소재나 포커스가, 서술하는 방식이 고리타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이한' '유별난' '뛰어난' '대단한' 이라는 미사어구를 쓸 정도는 아닌데.
    이로써, 지난 번 다른 책을 읽으며 들었던 그녀에 대한 의문은 해결.
    이제, 아멜리의 책은 이걸로 끝.
    더 이상 다른 책을 읽을 정도의 매력은 없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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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3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말리는데 결국 하셨군요 ㅎㅎㅎ

L.SHIN 2010-01-01 09:0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미 그 전에 주문해놔서리..-_-
역시, 휘모리님 말대로 '한 권 뿐이었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