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했으면 성과를 내라
류랑도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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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작년 여름, 강남의 어느 회사에서 잠깐 일했을 때 일이다.
    사내식당을 둘 정도로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 매일, '오늘은 뭘 먹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처음엔 논현동 먹자 골목의 이곳 저곳을 가거나 강남역까지 이어져 있는 번화가 속에
    숨겨져 있는 맛집을 찾아 다니는 것이 재밌었다.
    그러나 아무리 맛있게 한다 한들 매일 먹으면 질린다. 너무 잘 챙겨 먹으니까 살은 살대로 찐다.
    게다가 일이 바빠서 야근은 거의 매일이었다. 일찍 퇴근하는게 9시였으니까.
    그러다보니 점심은 물론이고, 저녁도 사 먹어야 하는데, 그게 정말이지 점점 귀찮은 거다.
    경영수업 한답시고, 명색이 '이사'로 앉아 있는 내가 직원이고 간부고 음식 사준 적도 많다.
    사주는게 문제가 아니라, 도대체 오늘은 뭘 먹을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이 가볍게 한 마디 던졌다. 

    "나, 짜파게티 잘 하는데~" 

    "아하하하,정말요?" 

    우리는 다들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어넘겼다. 그리고는 '초간단'이라는 이유로 단골 메뉴로 자리
    잡은 '김밥 + 컵라면'으로 떼웠다. 어쩔 땐 샌드위치와 우유이기도 했지만.
    그런데, 며칠 후, 본사에 잠깐 갔다 들어온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사장님이 사무실에서 짜파게티를 끓이고 있었다!
    각 부서 사무실이고 응접실이고 온통 짜파게티 냄새가 진동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빨리 와요, 지금 다 됐어요!" 

    "으잉..?" 

    세상에, 한 솥 끓이셨다. 아니, 잘 한다고 하더니, 정말 할 줄이야. 사장님....명색이 사장인데..ㅜ_ㅡ
    그렇게 드시고 싶었으면 해달라고 말을 하지...아,놔.
    나는 벙 쪄서 멍청히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나를 잡아 끌어다가 의자에 앉혔다.
    뭐라고 대꾸할 새도 없이 나는 짜파게티를 먹어야만 했다. 직원들이 맛있게 먹으니 사장님은 신났다. 

 

    이 책에서, '상사는 사실 피자를 먹고 싶어한다'라는 부제목의 내용이 들어 있다.
    그 말 속에는 상사가 지금 어떤 원츠(wants)와 니즈(needs)를 포함해서 말하고 있는지 행간의 뜻을
    파악해서 일을 해야 좋은 성과를 내며 동시에 '일 잘 하는' 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조언해준다.
    그 외에도, 내가 말하고 싶어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이, 그리고 이해되기 쉬운 문장으로 써 있는지
    나는 밑줄 긋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었다.
    자기계발서를 처음 읽는 사람이야 어떤 걸 던져줘도 다 감명스럽겠지만, 나처럼 20대 초반부터 많은
    계발서와 성공에세이,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봐온 사람에게는 웬만해선 어떤 계발서도 입맛을
    다실 정도의 책은 없다. 이미 식상해져버릴 정도로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에서 얻은 것들이 많기에.
    그런 나에게 오랜만에 '정말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나서 실로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현재 무역부를 두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장이 있다.
    30대 초반에 연 70억을 벌었던 그가 또 한 번 크게 벌일려고 작정이다. 그는 성실하고 정직하며 일에
    대한 열정도 좋고, 직원들 복리후생은 물론 월급 외 성과급도 막 퍼주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사장'이다.
    그런 그가, 나보다 나이가 9살이나 많은 그가 허구헌날 나한테 잔소리 듣는 이유, 바로 진정한 리더로써의
    '경영 마인드' 부재 때문이다. 착하기만 해서는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없다. 돈만 많이 벌어서는 성공이라
    말할 수 없다는게 내 지론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존경을 받고, 월급이고 성과급이고 아무 때나 막 퍼주는
    인심 좋은 사장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섬김'을 받는, 그리고 때로는 정신적 지주가 되어줄 수도 있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만드는게 나의 목표이다. 한 때, 내가 너무 신경을 써서 가슴에 통증이 올 정도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친구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몇 달에 걸쳐 내 잔소리에 내성이
    생기긴 했어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에게 이 책을 사오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읽고나서 건네주며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가슴에 담으라고 했었다.
    지난번에 권해준 [카네기 인간관계론]만큼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 믿으며- 

    어떤 책이든, 100% 나에게 영양을 공급해주진 못 한다. 어떤 것은 얻고 어떤 것은 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이 책은 말단 사원이든 중간 간부든 임원이든 경영자이든! 누구에게나 100% 든든한 영양소가 될
    것이라 감히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구성과 내용면에서 탄탄하다.
    친구가 내게 늘 하는 말이, '아주 가슴을 후려치는 직설적인 화법의 잔소리'라고 핀잔을 종종 주는데
    이 책의 화자 또한 직설적으로 독자의 가슴에 침을 놔줄 것이다. 독침이 아닌, 건강침으로. 

    회사에서 인정받고 빨리 성공하고 싶은 자들은 당장 이 책을 읽어라. 그리고 실천에 옮겨라.
    지긋지긋하고 재미없고 우울했던 날들에 조금씩 햇살이 비춰질 것이다. 

    이 땅의 성실한 일꾼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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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17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장님 정말 멋진 분이세요.^^ 직원들한테 짜파게티를 해 주시다니..너무 멋져요!^^

L.SHIN 2010-03-17 0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인간적인 면에서는, 좋죠. 그러나 'CEO'로써는 탈락입니다.-_-
인간은 본능적으로 카리스마 있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편하고 가족같은' 상사를 좋아할지 몰라요, 그러나 장기간 보았을 때 결국 사람들이 곁에 남고
싶어하는 것은 '편한 상사'가 아니라 '자신을 이끌어줄 리더쉽 있는 상사'이거든요.^^

마녀고양이 2010-03-17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런이런. 엘신님과 자기 경영서라. 이렇게 안 떠올려지는 궁합이? ㅋㄷㅋㄷ
요즘 <성격의 탄생>이란 책에 푹 빠져있는데, 거기 보면 친화력이 낮은 사람이 성공한답니다. 주장대로 밀고 나가고, 아니다 싶은 것은 단칼에 자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이코패스도 친화력이 무지 낮다고 합니다. 우리는 노를 잘 저어 가야할 듯 합니다~

L.SHIN 2010-03-17 09: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서재에서만 봐온 제 모습으로는 연결이 안 되죠? ^^;
실제 사회에서는 아주 칼 같은 사람입니다.(웃음)

성공자와 사이코패스와의 '친화력'만 보면 비슷할 수 있죠. 그러나 그 한 가지만 보고 '둘이 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무'와 '종이'가 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상당한 무리가 있습니다만.
게다가 성공자는 자신의 주관과 실천력, 혹은 결단력이 강한 것이지 친화력이 낮은 것이 아닙니다.
사회는, 능력 뿐만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도 중요하니까요. 아시죠? ^^

마녀고양이 2010-03-17 09:32   좋아요 0 | URL
조금더 토를 달자면, 사이코패스는 성실성 측면에서 엉망이라 할 수 있죠.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 합니다. 그러나 성공자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제어할 줄 안다는 점이죠. 그렇다고해서 성공자의 도덕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는겁니다. 대인 관계는 외향성 쪽에 가깝구요,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친화력이 높은 사람은 남의 아픔에 민감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그런데 과연 성공한 CEO가 원만한 대인 관계를 갖고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

L.SHIN 2010-03-17 09:49   좋아요 0 | URL
아아~ 마녀님, 설명을 어쩜 이렇게 잘 하는지, 나중에 나, 공짜 강의 해줘요, 응? ^^

그런데, 마녀님, 현실은 책 속과 다르답니다.
실제로 친화력도 강한 사람인데 성공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못 믿으시겠다면, 내가 증명해드리겠습니다.(웃음) 아,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죠.ㅋㅋ

마녀고양이 2010-03-17 10:20   좋아요 0 | URL
꼭 증명을 해주세요,, 아셨죠?
그런데 문제는 엘신님이 <친화력이 있는 분이냐 아니냐>군요~ 히죽~

L.SHIN 2010-03-17 10:23   좋아요 0 | URL
그건 걱정 안 해도 됩니다.

stella.K 2010-03-1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파게티 이야기는 엘신님 이야긴 줄 알았슴다.
그래서 재작년이면 어쩌면 엘신님을 길가다 만났을 수도 있겠구나 상상했었는데...ㅎ

L.SHIN 2010-03-17 13:52   좋아요 0 | URL
엥? 제 경험담 맞는데요 ㅎㅎ 책 내용으로 착각하셨나봐요 ^^;
그 때는 정장 반듯하게 입고 머리도 뒤로 올백해서, 아마도 지금 모습 상상하셨다면,
글쎄요, 이래도 절 만난 적 있으세요? 응? ㅎㅎㅎ

stella.K 2010-03-17 15:48   좋아요 0 | URL
앗, 이런...난 뭘 읽은 것이란 말인가?ㅜ.ㅠ

Tomek 2010-03-19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생활 너무 힘들어요. 일 말고 다른 것까지 감안하고 행동해야하니... 결혼 생활하고 흡사한 것 같아요.(응?) 앞으로 일을 하게 되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구해야 할 듯 해요. ^.^;

L.SHIN 2010-03-19 09:57   좋아요 0 | URL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어요, 토메님.
지금 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올라가야 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라도 괜찮다면) 토메님을
위해 기꺼이 상담해 드리고, 격려 하고, 응원 할게요.
그러니까 힘내요, 응?

Tomek 2010-03-22 09:56   좋아요 0 | URL
꺄오~ L.SHIN님 고맙습니다. ^.^:
 
위대한 개츠비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4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황성식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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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5월의 어느 날 밤, 자전거를 타고 N을 데리러 방송국에 갔었다.
    뒷자석에 앉은 N은 내게 한 마디 내뱉었었다. 

    "M.H가 죽었대. 자기 집에서. 5월 2일날."
    "그래?" 

    하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밟고 있는 폐달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유난히 고요했던 도로에는 그 죽음을 추모라도 하듯 노란 불빛을 은은하게 빛내던 가로등들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M.H가 어느 해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었다.
    나름대로 멋지게 준비했었을 그 파티장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에는 각자의 약속으로 바쁘다는 것을 잊어버린 그의 실수였다. 

    "다시는 파티를 열지 않을 거야." 

    꽤나 충격적이었던 듯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그의 장례식에는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찾아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의 나이 아직 30대 중반이었을 때 일이다.
    그리고 사후 3년이나 되어서야 나는 그가 남긴 예술과 사랑에 빠졌었다.
    그리고 꽤 오랫동안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자살'이냐 '타살'이냐 혹은 '사고사'냐 등등
    온갖 루머가 나돌았다. 나는 자살이었을 확률에 70%를 걸고 있다. 그 때나 지금에나.
 

  

 

 

 

    도대체 '개츠비'가 누구길래? 왜 그렇게 유명한가? 피츠제럴드에게는 미안하지만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읽는 내내 '도대체 왜 이 정도(수준)의 책이 높게 평가 되어지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흔하고 흔해빠진 1920년대의 부유층 젊은 사람들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
    아닌가. 단순히 '개츠비'가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를 가지고 멋지게 사는 것 만으로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118페이지에 도달하기까지 나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려야만 했다.
    게다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거기에 어린이 책에나 실을 법한 촌스런 삽화까지!
    (그러나 나중에는 그 삽화들 보는 재미에 빠지고 말았다...) 

    119페이지부터 오기스런 궁금증이 생겼다. '개츠비가 왜 위대한지'에 대하여.
    그리고 드디어, 152페이지에서 나는 더할나위 없는 재미를 느끼고 말았다.
    355페이지,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해서는 비로소 나는 맛있게 먹은 책을 내려놓고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개츠비'는 매 토요일마다 성대한 파티를 연다.
     초대받았든 그렇지 않든 매번 수 백명의 사람들이 그의 대저택에 와서는 칵테일을 마시며 춤을 추고
    웃고 떠들며 놀다가 가곤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정작 집 주인인 '개츠비'의 얼굴조차 모르면서.
    한 마디로 돈 지랄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던 그의 화려한 파티가 단 몇 문장으로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해서' 라는 순수한 열애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지난 6월의 그 밤, 개츠비가 갈망하듯 바라보고 있던 것은 단지 별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런 목적도 없는 화려함 속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한 인간으로 내게 다시 나타났다. 
  조던이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그는 당신이 데이지를 집으로 초대한 날, 자신도 초대해줄 수 있는지 알고 싶어해요." 

  그의 소망이 너무나 소박한 것에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그는 7년이나 기다린 끝에 대저택을 샀고,
  그곳으로 모여드는 하루살이들에게 빛을 나누어 주었다. 정작 그 자신은 어느 날 오후 남의 집 정원으로
  '초대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면서 말이다. 

 

 
   

     그는 일부러 사랑하는 그녀가 살고 있는 저택의 강 건너편에 대저택을 샀고, 매 토요일마다 파티를 열었다.
     그 시대 부유층 사람들이 대게 그러듯 '사교계 문화의 하나'일 뿐인 파티에 참석하러 그녀가 올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오지 않았고, 결국 조던 베이커라는 여성을 통해 바로 옆집에 살고 있던
     ('나'라는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 닉 캐러웨이에게 저런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7년이나 참고 기다릴 수 있다니!
    그것도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버린 그녀를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다니.
    그는 그녀의 집으로부터 바로 지척에 살고 있음에도 스스로 다가서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순수한 사랑에 빠져
    있었다. 아니, 사실 자연스럽게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는 '거리'가 없었기에 그는 매번 파티를 열었던 걸지도.
    친구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닉에게 도움을 청할 정도로 그는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집 수영장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지만, 명예롭지 못한 오명을 쓴
    죽음은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쓸쓸한 장례식을 만들었다.
    M.H와 달리 그는 늘 성공적으로 파티를 했으나 사랑하던 그녀마저 없는 초라한 장례식을 치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늘 모두에게 사랑받고 조명받기는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해소되지 않는 지독한 외로움에 몸부림 치는 삶. 

    평론가들은 그가 가식과 허영, 신의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순수한 이상을 품었다는 이유로 그에 '위대한'
    이라는 미사어구를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소설이 1920년대, 대공황 전의 '로스트 제너레이션' 사회상을
    제대로 풍미했다는 것에는 공감을 하나, 과연 사랑과 이상에 빠져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 '위대'라는
    호칭을 붙여줄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물론, '위대한' 이라는 미사어구는 소설 속 화자인 '닉'이 처음으로 붙여준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순수한 사랑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에, 자신의 테라스에서 강 건너 사랑하는 그녀의 저택을 바라보는 개츠비의
    뒷모습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스타더스트>에서,  지구에 떨어지면서 금발의 여인이 된 '별'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의 온갖 추한 모습을 보면 질려버리죠. 하지만 그들이 사랑할 때는, 오 세상에-
     우주에서 그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어요." 

    나는 과연, 내가 사랑했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개츠비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점점 흐려진다 해도,
    순간의 환상처럼 지나갔던 그 소중한 감정들 하나 하나를 가슴에 별처럼 박아서 기억할테니까. 

   
 

   

 "우리 오늘 오후엔 뭘 하죠?'  

  데이지가 외쳤다. 

  "그리고 내일은요?  앞으로 30년 동안은 뭘 할 거죠?"
  "제발 별나게 굴지 좀 마세요." 

  조던이 말했다. 

  "가을이 오고 날씨도 선선해지면, 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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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2-22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츠비 드디어 다 드셨군요.^^
리뷰 정말 잘 쓰십니다. 전 리뷰 잘 쓰시는 분들 보면 마냥 부러워요~
개츠비는 다 드셨고 오늘은 뭘 드실지...ㅎㅎ

L.SHIN 2010-02-22 11:44   좋아요 0 | URL
네, 다행히도 드디어 다 먹었습니다.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니까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웃음)
오늘은, [천재들의 뇌를 열다]를 먹을 생각입니다만.^^

메르헨 2010-02-2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이 지루해서 원...이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했었던 기억이...

L.SHIN 2010-02-22 11: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처음이 고비인 거 같습니다.
다들 그 지루함 때문에 중간에 손을 놔버리는 건 아닌지..^^;
1/3 지나고 나서부터는 볼만 하던데요.

무해한모리군 2010-02-2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끝까지 읽고서 그래서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ㅎㅎㅎ

L.SHIN 2010-02-22 14:50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혹은 때에 따라 건드려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다르니까요 ^^
지금은 시시했던 책이 언젠가는 감탄으로 바뀌기도 하니까.
하지만 한 번 좋았던 책이 나중에 시시해지는 건 없는 거 같습니다.(웃음)

마녀고양이 2010-02-22 14:52   좋아요 0 | URL
저두 휘모리님과 똑같은 생각했어요.. 서양에서는 극찬하는 작품인데, 별 감흥이.. ㅡㅡ;; 제 생각에는 이 소설이 미국 그 시대에는 새로운 방향 제시를 하는 작품이었으나, 우리에게는 무엇인가 안 맞는듯 합니다.

L.SHIN 2010-02-22 15:00   좋아요 0 | URL
한국의 1900년대 초의 사회상을 그렸어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호응이 좋지만, 정작 서구 사람들한테는 낯설기만 한..
게다가, 솔직히 [위대한 개츠비]는 문학적으로 그다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 문장들이니까,
두 분의 느낌이 어떠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2010-02-22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2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02-2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예쁘군요.^^

L.SHIN 2010-02-22 20:05   좋아요 0 | URL
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 비해 표지가 산뜻합니다.^^
 
15소년 표류기 비룡소 클래식 15
쥘 베른 지음, 레옹 브네 그림,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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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과 1,2시간 만에 하늘이 회색으로 변하고 폭우가 내리며 잔잔히, 실크처럼 부드럽게 흐르던
    물들이 콰콰콰콱 하고 성난 것처럼 흰 물결을 일으키며 내달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1986년, 많은 어른들과 어린이들과 함께 나는 어느 계곡의 하류쯤의 깊지 않는 물가에서 놀고
    있었다. 조용히 흐르는 물은 햇살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있었고 애,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웃음
    소리를 내며 초 여름의 느긋함을 즐기고 있었다. 물가 근처의 자갈밭에서는 이런저런 요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물 속에서 놀 수 있도록 물길 한 가운데의 큰 바위 위에
    앉혀 주었다. 물살은 그 바위를 쓰다듬듯이 넘어가곤 했는데, 물의 속도나 강도가 세지 않아서
    7,8살 미만의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 있어도 휩쓸릴 걱정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자연의 어머니는 너무나 다정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갑자기 후두두둑 떨어지는 강한 빗줄기에 사람들은 당황하여 우왕좌왕 하였고, 물길 한 가운데서
    놀던 아이들을 황급히 안전지대로 옮기기에 바빴다. 그러나 나의 보호자들은 아무도 몰랐다.
    나 혼자만 물길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는 것을. 나는 기다렸다.
    빗속에서 한참을. 물은 불어나 힘이 더욱 세졌고, 폭우 속에서 나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떨었다.
    아무도 와주지 않았다. 너무나 충격이었다. 모두들 거대한 천막 속으로 들어갔는데, 나만 혼자
    덩그러니 물 한 가운데에 있었다. 나는 이대로 떠내려가는 걸까. 여름비가 이렇게 차가웠던가.
    물이 무서운게 아니었다. 나라는 존재를 잊었다는 것이 슬펐다. 

    나는 울부짖었다.
    살려달라고 외친게 아니라, 내가 여기 있다고 울부짖었다.
    내가 여기 있다고! 나는 아직 여기 있다고! 

    한참 후에 모르는 남자가 달려왔다. 그리고는 나를 안고 물길 속에서 빗속에서 달렸다.
    그래, 그는 달렸을 것이다. 물 속에서 허우적허우적, 빗속에서 탈바닥탈바닥.
    내가 무사히 천막 안에 들어왔을 때야 비로소 보호자들은 나만 혼자 물 속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울고 있던 나를 달래주고 그제서야 챙겨주었지만, 나는 이미 5분 전에 그 물길 속에
    떠내려 가버렸다. 나는 상처입은 마음을 안고 하염없이 물살과 함께 떠내려가고 있었다. 

 

 

    1860년 2월15일, 프랑스인, 미국인, 영국인, 흑인으로 구성된 15명의 소년들은 자신들이 망망대해에서
    폭풍우, 거대한 파도와 싸우며 표류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른 한 명 없이.
    배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나이 많은 축의 소년 1명과 견습선원 흑인 소년 1명 뿐이었다.
    거친 파도와 매몰찬 폭풍우가 매정한가? 바다는 조그만 먼지 하나가 자신의 피부에 붙어 있다고 생각할
    뿐, 그 배에 어린 아이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줄 몰랐을 것이다.
    아니, 바다는 인간이 뭔지나 알까? 

    그들은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바다의 거대한 힘에 배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버텨내야만 했다. 1860년 3월 9일, 표류한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간다.
    항해를 하려고 했던 배이기에 식량은 충분히 있어서 굶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배 안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무인도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냥을 했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안전하고 따뜻한 동굴을 찾았다.
    그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언제가 뉴질랜드로 돌아가 가족들의 품에 안기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오클랜드 시에서 가장 좋은 학교인 체어먼 기숙학교로 돌아갔을 때 뒤떨어진 학습을
    놓칠세라 틈틈히 공부하는 의연함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과연 혼자였어도 그랬을 수 있을까?
    아마, 진작에 바다 위에서 죽지 않았을까. 

 

    내가 만약 그 때, 거친 물살을 가르고 물가로 가려고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너무 작았고 물살은 강했다.
    '죽음'이란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나는 그저 저 멀리 떠내려가면 다시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하리란
    것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혼자 힘으로 물길을 걸을 용기가 없었다.
    물은 바다로 흘렀다가 다시 기체화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그 때 떠내려 갔던 나의 마음은 바다속 깊이 잠겨졌는지 다시는 내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 메마른 땅 위에서 아직도 표류중이다.
    14~16살 사이에, 나는 [섬]이라는 시를 만난 적이 있다.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그런 내용이었다. 어쩌면 내 마음을 그리도 잘 표현했는지!
    그러나 나와 사람들 사이에 섬은 없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줄도 몰랐다.
    10대와 20대에 나는 너무나 많은 파도를 맞았다. 그 어떤 파도도 받아들였다.
    가만히 서 있는 암초라면 그 파도들에 맞고 맞아서 닳아 없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는 판자라면 좀 낫지 않을까.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표류할지언정 나라는 존재가 닳아 없어
    지지는 않을테니까. 소금물에 잔뜩 쩔어져 숨이 탁탁 막혔다가도 맑은 비가 내리면 또 갈증을 해소하고,
    때로는 따가운 태양 아래 나와 있을 수도 있으니. 가끔씩 바람이 나를 쓰다듬어줄 때는 또 어떻고. 

    그런데 자꾸 어디에선가 외쳐온다.
    이래선 안 된다고. 이렇게 영원히 표류할 수는 없다고. 

    차라리 바다의 일부가 되자. 세상에 파묻히자. 그래서 어딘가 깊숙히 박혀있을 마음을 찾아내자.
    그리고 저 15소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돌아갈 곳으로 향하자고.
    없으면 만들자고.  

     
                                                                              2009. 4. 10, 산책길에서, 떠날 때를 기다리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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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7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2-17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소년 표류기 같은 모험 소설에서 이런 예쁜 리뷰도 가능한거였군요... 흐미. 엘신님 글쓰기 능력에 감탄 중~ 난 이 소설 읽으면서 그저 먹을거 마련하는 장면만 인상 깊던데.. 나두 먹고 싶다 함시롱~ ㅎㅎ

L.SHIN 2010-02-17 14:4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그...저도 쓰면서 '이건 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뭐 어때, 리뷰란 원래 주관적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썼습니다만.^^;

2010-02-17 1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2-1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리뷰에요. 15소년 표류기를 다시 보고 싶네요.
유년의 상처는 아프지만...그렇게 상처받고 또 아물면서 자라니까요.

L.SHIN 2010-02-17 19:29   좋아요 0 | URL
네, 아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우유의 역습 - 당신이 몰랐던 우유에 관한 거짓말 그리고 선전
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우연히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15년째 우유만 먹고 사는 할머니를
    보았었다. 일반 우유보다 밀도가 낮은 거였는데, 어쨌거나 할머니는 우유만으로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냉장고에는 200㎖ 우유팩이 한 가득 들어 있었다.
    왜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 이유는 완전히 잊어버렸고, '그게 가능하구나!' 하고 감탄했던
    것만 기억난다. 

    그 이후로, 우연히 지하철에서 모 우유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114가지의 영양소를 가진 완전식품 - 우유' 뭐, 이런 거였다.
    그 때, 나는 '15년째 우유만 먹어도 살 수 있다'를 몸소 보여준 할머니의 사례가 떠오르면서,
    '아하, 역시 그래서 그랬군'하고 멋대로 납득해버렸다. 

    꼭 그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어릴 때 부터 직접.간접적으로 '세뇌'되어진 우유에 대한
    장점 및 호감도는 이미 뇌 속에 꽉 박혀 있었던 터라 평소에 나 역시 밥 대신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우유 = 칼슘 

    누구나 이 공식이 머리속에 박혀 있을 것이다. 다른 영양소는 둘째치고라도.
    의사는 물론이고 일반인들 중에 저 공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저지방 우유'를 찾기까지 하고, 골다공증에 걸린 사람들은 '고칼슘 우유'를 비싼 값에
    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들 두뇌 발달에 좋다고 'DHA 함유 우유'까지 나왔으니.
    마트에 가면 우유의 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눈이 핑- 돌 지경이다. 

    나는 한 번도 우유가 건강에 해로울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세뇌 교육'의 승리다.
    가끔 저녁에 찬 우유를 먹으면 소화 불량이 되곤 했는데도 그저, '원래 저녁엔 위장의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는 쓸데없는 지식이 그것을 합리화 시켜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다.
    S가 '찬 우유는 소화가 안 돼' 라면서 굳이 우유을 머그컵에 따라놓고 상온에서 온도를 높인 다음
    마실 때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N도 '소화 불량'이라는 이유로 우유를 잘 마시지 않았는데
    한 번도 주의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럴 것이 우유 업계에서는 너무나 눈치가 빨라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소화가 잘 되는 우유'까지 내놓으며 안심(?)시키지 않았던가. 

    우유가 몸에 좋은 영양소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하게 섭취할 경우 오히려 몸에 독이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우유 제조사는 없다.
오히려, 프랑스 및 서구에서는 하루 2,3개의 유제품(우유, 버터,
    요구르트 등)을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그 결과 오히려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으므로 인해 우유에
    대한 맹신적인 믿음에 경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 센세이션을 일으킨 대표적인 책 중 하나가 바로
    [우유의 역습]이다. 거기다 어쩌다가 우리가 '우유는 칼슘의 대왕' 이라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
    는지, 어떻게 식품 영양군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해서 모든 학교는 물론 의사, 기업의 구내식당
    영양사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그 이면엔 유럽 및 미국의 낙농업계와 우유 제조사의 치밀하고도 철저한 로비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경악할 것이다. 특히, 사람들 의식 속에 뿌리 깊게 우유에 대한 절대적인 호감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 수 십년 이상 교묘하게 사회적 활동을 한 것을 알게 되면.
 

    물론, 서양에 비해 동양에서는 유제품을 그리 많이 먹지 않으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자류나 다 만들어져 나오는 식품퓨의 첨가물을 한 번 보라. 우유가 안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다. 좋다, 그런 소량의 양까지 계산하면 피곤하니까 관둔다 치더라도, 한국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하루 우유 섭취량으로 500 ~1,000㎖ 권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그것은 상당한 양이다. 근거 있는 과학자 및 의학자의 결과다라고 그들은 우기겠지만, 몸한테 물어나
    봤나? '너 정말 이 만큼 필요하니?"
    책에서 언급했던대로 우유를 먹지 않던 시대에서는 그럼 인류가 모두 골다공증으로 뼈가 으스러져
    죽었단 말인가? 우유가 이렇게 대중화 되기까지 200년도 되지 않았다.
    우유가 맛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물처럼 '매일의 절대적인 필수 섭취물'인지는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나 역시 우유를 무척 좋아한다. (어릴 때 의무적으로 마시라고 매일 학교에서 줄 때는 가끔씩 몰래 길거리에
    패대기를 친 적은 있지만...-_-) 그러나 '칼슘 섭취를 위해서는 우유 뿐이야'든가, '우유는 완전 식품'이라고
    함부로 떠들지 않게 되었다.  채소나 과일에서도 얼마든지 칼슘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우유 따위 송아지한테나 주라지!'하고 싫어하게 되지는 않겠지만(그 고소한 맛을 어찌 버려....;;),
    전처럼 우유를 떠받들지는 않게 될 것이다. 

    뭐든지 과하면 안 하느니 못하다.
    적당한 것이 좋다.  

    "우리는 모두 젖소의 자식이야?" 하고 더 이상 농담을 못하게 된 것은 좀 아쉽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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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2-16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우유를 즐겨 마셨는데 요즘은 별로에요.
가끔씩 마실 때는 우유를 약간 데워서 먹어요.^^
태그글 보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ㅋ

L.SHIN 2010-02-16 11:17   좋아요 1 | URL
저도 가끔은 데워 먹습니다. 코코아를 두 스푼 타서..^^
아, 태그글, 제대로 싼 거 같습니까? ㅋㅋㅋ

후애(厚愛) 2010-02-16 12:58   좋아요 1 | URL
저도 코코아를 좋아하는데 엘신님도 좋아하시는군요.^^
넵~~ ㅋㅋㅋ

마녀고양이 2010-02-16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두 이건 나쁘다 저건 나쁘다는 책과 고발 프로가 많아서,, 저는 그냥 다 포기해버렸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주어지는대로 대충 먹습니다. 단, 땅바닥에 떨어진건 안 먹습니다. 흐..

L.SHIN 2010-02-16 11:1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소리가 오히려 스트레스 줄 거 같아서, 뭐든지 적당한 선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아, 전 가끔 땅에 떨어진 것도 먹어요. (길바닥은 아니지만..-_- ㅋ)

2010-02-16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2-16 15:16   좋아요 1 | URL
흐하하하핫, 유럽에서도 이 책 때문에 낙농업계의 로비가 더 심해졌는데 한국이라고 그냥
넘어가겠습니까. 뻔히 들여다보이는 그 행동에 웃음만 나오는군요.
저는 우유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더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역시 뒷공작에 의해 우리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말이에요.
 
매란방
첸 카이거 감독, 여명 외 출연 / 쌈지아이비젼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1994년 봄이었을 것이다.
    N이 어느  날, [패왕별희] VIDEO를 보자고 했다.
    그 당시 N은 나처럼 한국나이로 16살 밖에 안 되었었다.
    그런데 N은 어떻게 그런, 나이에 비해 수준 높은 영화를 빌려와서 날 끌여들였을까?
    단순히 '경극'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그 당시만 해도 '경극'이란 단어도, 그게 무엇인지도 몰랐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시아 역사나 문화에 대해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지와 같은 무지한 수준이었다. 

    1,2편에 나누어져 있는 길고 긴~ 영화를 꼼짝없이 봐야 했다.
    영화 내용은, 나에게 상당히 충격적이고 신선한 '신세계'였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분장과 의상을 입은 경극 배우들이 요상한 소리로 노래 같은 음율을 앵앵
    거리는 것이 신기했다. 여자역을 하는 남자배우를 안으려는 고위 관료, 일본군의 점령 아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렸다. 

    그 후로, 한 동안은 N과 함께 나는 말할 때마다 경극 배우처럼 흉내내서 앵앵 거리는 말투로
    말하는 것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중국어라고는 '니 하오'와 '쎼쎼' 밖에 모르는 주제에 그 당시
    유행하던 중국노래 '첨밀밀'을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외우는 괴력(?)을 발휘했었다. 

    언젠가는 중국 본토에서 경극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귀로 직접 들으리라 결심했건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잊혀져 가고 있을 때, 어제 두 번째로
    경극을 '만났다'. 바로, [매란방]이다.  

   

    중국 발음으로는 '메이란팡' 정도 될까..(긁적)
    실존했던 인물을 가지고 만든 영화라서 그런지, 아니면 과거 어릴 때 '경극의 참미(美)'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것을 되찾으려고 했던 건지... 나는 공부하는 것처럼 열심히 봤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엔 내게 있어 경극은
    아직도 어려운 과목이기에. 

    [패왕별희]가 '두 경극 배우의 삶'과 '일본군의 점령하에 놓인 당시 중국의 상황'이라는 2개의
    플롯을 보여주는, 약간은 무거운 느낌의 깊이 있는 영화라면,
    [메란방]은 한 사람의 삶과 '경극인의 명예나 가치'를 이야기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보기에 더 쉬운 편이다. 같은 감독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경극에 대해서도, 중국의 오랜 역사가 담겨 있는 문화에 대해서도 아는게 하나 없어...
    감히 무어라고 리뷰를 쓸 수가 없다.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나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사진 몇 장과 함께 그냥 짤막한 사담만 남긴다. 

 

   
     경극은 서민은 물론이고 부유층도 즐겼던 문화다. 그들이 열광했던 것은 단순히 저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그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내는 이야기들은 중국인들의 역사와 삶과 희로애락이 가득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없던 시절에는 경극이 바로 그들의 영화이자 드라마였으며, 오페라였고
     고된 삶을 떠나 정신적 유희와 감성적인 유희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는지도 모른다.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예를 갖출 줄 알았던.
     지금처럼 TV쇼에서 방청객들로 하여금 억지웃음을 만들어내는 조잡한 것이 아닌,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찬미했던 그 아름다움이 있는 공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부러웠다.   

 

   
    장쯔이는 '맹소동'이라는 남자역을, 여명은 '매란방'이라는 여자역을 하면서 서로의 성별을 뒤집은
    또 하나의 '자신'을 보여준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 많은 것을 담았겠지만
    내가 느꼈던 것은 2가지다. 하나는,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양상, 즉 직업적으로나 가정에서의 역할적
    으로나 남.녀의 위치가 바뀌거나 서로 자신의 영역을 내주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현상을 빗댄 것은 아닐까. 

    그리고 본래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성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누구나 자신 안에 여자와 남자를 함께 지니고 있다. 대체적으로 생물학적인 호르몬 분비와 사회적인 교육
    때문에 자신의 외모와 걸맞는 성별에 치중해서 살기는 하지만, 간혹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이 느끼는 쪽에
    더 치중하는, 그야말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좀 더 솔직한 부류가 나오기도 한다.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좀 더 강한 쪽의 남성성 혹은 여성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의 인간상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고, 나는 저 장면을 보며 떠올렸다.    
    '매란방'은 여자의 감정으로, '맹소동'은 남자의 감정으로 신체와 상관없는 성별로 서로를 좋아했던 것 같다.

    

 

   

    실제 인물인 '매란방'이었던 '원화'라는 남자.
    그는 저 소년 시절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경극배우로써 품위와 자존감을 지켜왔다.
    [패왕별희]에서 '별희'역을 맡은 배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패왕'역의 남자를 지켜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군 앞에서 공연을 하며 한 배우로써 중국인으로써 자신을 버렸지만,
    '매란방'은 강압적인 일본군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므로 인해 경극인으로써의 자신과
    중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래서 해방 후에, 자국민으로부터 '배신자'라는 경멸를 받으며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던 [패왕별희]의 '패왕'이나 '별희'같은 불명예는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매란방'은 중국 최초로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아시아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는데 성공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할 만 하다. 

    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신의 신념대로 밀고 나가는 인간을 제일 좋아하며, 존경한다.
    문자로써 비유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목에 칼이 들어왔어도' 굴하지 않았던 '매란방'.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느니 기꺼이 무사답게 적의 손에 죽겠노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려 했던 삼국지의 '조조'와 같은 용기로 '매란방'은 일본 점령이라는 추운
    겨울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꽃 같은 존재다.  

    그리고 그는 본인의 의사든 아니든간에, 후세에 이름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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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2-0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란방의 실제인물 원화군요. 약간 이준기 닮은 느낌이네요.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보여요.
전 이 영화 보며 매란방의 아내로 나왔던 그 여배우의 연기가 가슴 아프더군요.
장쯔이는 '게이샤'에서보다 좋아보였구요.
그땐 좀 정신없이 봤는데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에요.

L.SHIN 2010-02-08 11:45   좋아요 0 | URL
네, 아내로 나왔던, 그 분은 헌신적이고 이해심이 많고 교양있는 여성으로 나왔죠.
전 원래부터 중국 발음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번 영화에서 인물들이 조용하고 점잖은, 그리고 너무나
이쁜 발음으로 중국어를 할 때는 '내 반드시 나중에 중국어를 마스터 할..' 이라고..다짐했답니다.^^;
[게이샤]는 아직 안 봤습니다. 흥미가 당기긴 했지만, 뭐랄까, '게이샤'는 일본인이 해야..하는
쓸데없는 고집이 있어서 말이죠. 영화의 작품성을 배제하고 말이에요.(웃음)

메르헨 2010-02-0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페이퍼 보니까 또 땡기네요.
패왕별희 이후 한동안 우울했던 기억이...^^

L.SHIN 2010-02-08 11:46   좋아요 0 | URL
저도 [패왕별희]가 상당히 인상적이라서 오랫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영화죠.
이 리뷰를 쓰면서 [패왕별희]를 10대의 눈이 아닌 지금의 눈으로 다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자하(紫霞) 2010-02-0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왕별희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는...
참고로 중문과출신임^^;

L.SHIN 2010-02-09 21:13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오오옷-!!!!
그 어려운 중국어를 하신다는 말입니까! 말입니까! (덥썩)
우리, 친하게 지내요. 우후후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