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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정호승 글, 박항률 그림 / 열림원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로는 삶의 의미에 대해 묻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복잡한 생각은 걷어치우고 다만 삶은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이가 든 어른일수록 마음은 더욱 굳어져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감동이 마음 속으로 스며들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에서 발견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호승 시인은 늘 쉽고도 간결한 언어로서 우리들의 마음을 울립니다.
'동고동락'삶은 늘 고락이 함께 합니다.
항아리의 삶에서도, 밀물과 썰물도, 선인장 이야기도 손거울, 물과 불에서도....
늘 우리는 삶의 행복과 아름다움만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참다운 행복과 아름다움이란 삶의 고통과 좌절과 시련마저도 감싸안는 것입니다.
그것이 참다운 사랑입니다.
그것마저도 감싸안을 수 있는 진정한 내가 내 가슴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우리가 잃어버린 반쪽의 날개를 찾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 반쪽의 날개를 찾아야만 비로소 우리는 날 수 있습니다. 비로소 우리는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경계를 넘어 타인과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그것들과 하나되는 것입니다.
항아리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져 있습니다.
볼품없고,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항아리
그 옆에는 항아리를 만든 소년이 있습니다.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자신의 첫 작품을 어쩌지 못하는 표정으로....
항아리는 그래도 멋진 삶을 꿈꿉니다.
하지만 오줌통이 되어 오랜 시간을 견디면서
항아리는 늘 자신이 참된 소용으로 쓰일날을 기다립니다.
인생은 기다림입니다.
그 전에 인생은 자신의 소용됨으로 기뻐함입니다.
비록 오줌통으로 쓰일지라도
그것이 이루어내는 일들이 있음을 아는 보람입니다.
그 숱한 세월을 걸쳐 사원의 종소리를 받아내는 천년의 항아리로 거듭남입니다.
어쩌면 인생은 거듭남을 위한 시련과 기다림과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가슴을 열어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걸맞는 그림들이 더욱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서재지인의 삶이 이 그림 속에 담겨져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