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기술 - 인류학자가 바라본 만남과 헤어짐의 열 가지 풍경
프랑코 라 세클라 지음, 임왕준 옮김, 조영 그림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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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을 할 때 사람들은 상대방을 자신의 이상형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상대방이 가진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좋게 본다.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특별함이 상대방에게 부여되고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자신에게도 특별함이 부여된다. 사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랑의 사건이 자신에게만은 아주 특별하고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믿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의 머리칼 하나, 그의 미소 한 점, 그의 표정 하나도 나에겐 특별해진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일반적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해서 사랑은 시작되고 관계의 망은 점점 더 촘촘해져간다. 그들의 관계로부터 시작된 파생된 관계들의 구조가 쌓아올려지고 그것은 이제 둘만으로서는 허물 수 없는 또 다른 관계망으로 이어져간다. 이렇게 우리에게 있어 사랑의 시작은 너무나도 큰 의미를 가지고 중요한 인생사로서 자리매김되어진다. 만난지 백일을 기억하고 생일에는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보다 발전해가는 관계에서 서로에게 심리적인 만족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등 누군가가 늘 내 곁에 있다는 생각에 편안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특별함과 편안함과 그 모든 사랑의 기억도 두 사람의 이별 앞에서는 갑자기 무시되어지고 만다. 그만이 가졌던 특별한 미소와 행동은 속물적인 어느 남자의 것과 전혀 다를 바 없어지고 그 특별함과 아름다움을 느꼈던 나의 내면의 빛은 퇴색되어버리고 그런 감정과 그런 마음을 가진 나조차도 부정되어버린다. 이미 복잡하게 짜여졌던 여러 가지의 관계망들이 커다란 가위에 의해서 싹둑 잘리게 된다. 그럼으로써 그 특별하고 아름답고 길었던 만남의 과정과는 정반대로 일순간에 모든 것이 과거 속으로 던져지게 되고 사랑의 기억은 증오와 미움으로 급속하게 변화된다.

  우리들은 왜 이런 이별을 하는 것일까? 문화 인류학자로서 그는 이별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이별에도 사회적 관계망을 훼손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둘의 관계에 대해서 서로가 돌아보고 멀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그들과 그들을 둘러싼 공동체가 모두 체험하도록 하는 문화도 존재함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이별의 상실감을 두려워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고 돌아서서 남이 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이별의 방식이다. 이별이 자신에게 상처만 남겼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사랑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가졌던 자신의 삶의 행복과 성숙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 좋은 기억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그럴 필요가 어디 있는가? 내가 조금이라도 스쳐지나갔던 내 사랑했던 사람들, 남자와 여자 그 모든 사람들이 비록 좋지 않은 기억으로 멀어져갔다 하더라도 그 모든 사람들은 나를 성숙케했다.

  이 책은 목차를 보고는 좋은 책이라는 느낌에 기대감이 있었지만 막상 책을 들고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별 특별한 내용없이 단조롭고 지루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번역에 문제가 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떠나보내는 나의 이별의 방식마저 나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만남과 이별의 너무 상이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는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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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11-04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그 사랑과 이별 이야기랍니까?
아유, 지겨워요
근데 그 지겨운 이야기에 매달려있는 우리들 모습이 귀엽죠?
이젠 새로운 만남을 의도하지 않으니 이별도 없을 것 같은 제 삶의 여정에
지겨운 새로운 이야기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까 봅니다.
그게 무얼까 따져보니 지겨운 책이었어요
지겨운 책, 그럼에도 또 책이나 읽을 궁상을 떠는^^

달팽이 2005-11-0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너무나도 남녀관계에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사는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정말 지겨워요...
그러나 그 성격을 좀 바꾸고 그 대상을 좀 넓힐 때 우리는 세상 모든 것에서 새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끼죠...
여우님이 송아지가 태어나고 자라는 것을 애정으로 지켜볼 때나...
이렇게 면식도 없는 내 서재를 관심으로 기웃거리실 때에나...
나 또한 그 흔적이 있나 없나 설레임으로 또 하루를 맞이할 때에나...
여우님 서재를 통해 새로운 책 하나 만날 때에나...^^

비로그인 2005-11-0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위기를 깨고 저도 한 마디 하고 가지 않을 수가 없군요.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말씀이 마음속으로 쏙~ 들어와 버렸어요. 책은 평이하게 접하셨으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내시는 달팽이님의 시각이 놀랍네요. 잘 읽고 갑니다..

글샘 2005-11-04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의 기술 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 책을 만났더래도, 안 읽을 뻔 했는데, 달팽이님 덕분에 좋은 리뷰로 대신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읽은 어떤 책에서, 마음보다 '마음씨'가 중요하단 글을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사라질 수 있어도, 그 마음씨는 영원히 남고,
'씨'가 되어 다시 싹튼다는 이야기를요...
이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우리 모두 남남이 되어 헤어지고 잊혀지는 것이 이별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에 '마음씨'를 심어 놓고 헤어지는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사는 건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달팽이 2005-11-0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렇듯 표현은 달라도 뜻을 나눌 수 있는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순간 순간 우리는 마음씨를 심습니다.
순간 순간 우리는 마음을 돌이켜야 합니다.
씨앗이 좋은 결실로 돌아오는 현실적인 시간은 얼마가 걸리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결실로 돌아옴을 믿는 믿음...
그리고 그것을 보는 마음의 눈...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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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90년대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주창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주의는 이제 막 선진국들의 뒤를 밟아 경제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후발개도국들에 대해 관세인하 또는 철폐, 비관세 무역 장벽의 철폐를 통해 자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자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다. 그러나 그간 20여년간의 경제 현상을 돌이켜볼 때 이는 허구였음이 드러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미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경제 발전과 성장의 과정을 구가해온 선진국들의 권고가 오히려 개도국들이 스스로 성장했던 기간보다 형편없는 성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전도유망한 한국의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는 세계의 선진국 국가, 개도국 국가 들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과연 자유주의와 보호주의가 경제발전의 단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있고, 선진국 국가들은 어떤 정책을 통해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실증적이고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증명해간다. 역설적이고 배반적이게도 선진국들은 자국의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초기에는 각종 관세 특혜 및 세금 혜택, 연구 자금 지급, 재정 투용자 등의 갖가지 방법으로 통해서 보호주의를 취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한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자유 경쟁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후발개도국들에 대해 최저임금의 규정, 사회복지제도의 마련,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 환경 친화적 생산 기술과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 또한 자신들이 지금의 개도국과 같은 경제 성장 단계에서는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개도국 수준보다도 더욱 열악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성인 남성에 대한 보통선거권 제도가 확립된 것은 1965년도였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인종과 경제적 신분에 따른 엄청난 차별이 존재해왔으며 그것은 지금도 미국 사회의 평등과 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유한책임제도와 파산법, 공시제도와 회계감사제도의 도입 역시 개도국에 비해 너무나도 늦게 정착되었음을 역사적 자료는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왜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경제 성장 시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산업, 무역, 기술 정책들을 지금의 후진국들에게는 반대로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19세기의 영국의 자유무역주의와 그 밖의 프랑스, 독일의 이에 대응한 보호무역주의를 보면 이는 명백해진다. 자유무역주의는 자신의 경쟁력있는 산업을 바탕으로 타국의 산업을 쇠퇴, 몰락시켜서 자국의 경쟁력있는 산업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이에 각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에 꼭 필요한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너무나도 합당하며 자연스러운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선진국들이 주창하는 자유무역주의는 자신들에게 경쟁력있는 산업의 세계 지배를 통해 결국 후발 선진국들이 자신들과 같은 경제 대국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함에 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루과이라운드와 WTO체제를 통한 자유무역주의는 미국의 농업과 서비스업 등 자국의 경쟁력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쟁력이 약한 반도체나 전자분야에 대해선 직 간접적으로 보호무역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선진국의 논리에 편승하여 우리 산업의 알맹이들을 다 내어주는 어리석은 행보를 거듭하면 안되겠다.

  물론 저자도 말하듯 이러한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과 사회보장제도의 마련, 경제 성장의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개도국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과 반대로 5년에서 10년의 짧은 유예기간을 두고 힘에 의해 강요될 때 그것의 취지가 제대로 살려질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식의 좋지 못한 의도를 배경으로 깔고 있을 때에는 무조건 편승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저자는 경제학자로서 지금의 선진국에서 주창하는 자유 무역 주의에 대한 의도를 고찰하여 그 허구성을 지적한 소임을 다하였다. 여기서 앞으로의 세계 경제에 대한 고민은 남겨진 우리 인류의 몫이다. 우리는 지금 자유 경쟁 이라고 하는 사다리 경제 체제에서 먼저 오른 선진국들이 뒤따라 올라오는 후발국들이 매달려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구조의 경제를 산다. 이제 지구는 자원의 약탈과 환경 파괴로 이제까지의 성장 방식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의 경제 체제는 필연적으로 전쟁과 학살, 음모와 지배야욕으로 인간의 마음마저 이기심으로 물들여왔다. 비로소 이제 우리들은 물어야 할 때이다. 과연 사다리 경제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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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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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김 정부에 이어진 노무현 정부에서도 신자유주의 경제의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개념의 혼란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것은 정부규제 완화 및 시장 기능의 회복이라는 경제적인 면과 자신의 능력에 따른 경제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적인 면이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주제에 대한 답을 내려보기 위해 전도유망한 젊은 두 경제학자가 만났다.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교수가 말지 이종태 편집장과 나눈 한국경제와 그것을 둘러싼 정치, 이데올로기 현상에 대한 과감하고도 시원한 말들이 우리들의 혼란에 시원한 질서같은 것을 부여해준다.

  우선 그들은 현대 세계 경제의 큰 특징을 "금융자본의 지배"로 본다. 그것이 경제 현상에 있어서 "주주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현상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세계 경제는 그 발전 정도에 따라 국가와 경제 주체들에게 요구하는 정책과 행동을 달리 하였다. 초기 자본주의에서는 시장 기구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시장 경제를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했으나 대공황을 전후로 해서는 경제의 공공적 성격을 위해 국가의 개입을 필요로 하였다.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태도도 나뉜다. 기존의 국가의 경제 개입이 가진 문제점이 많아지면 규제를 완화하여 시장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게끔 하여야 하고 전체 경제가 공공부문에서의 공공선의 필요를 요구한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원칙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경제 발전은 그것이 박정희 시대의 정치 인식과 더불어 혼합되어 어지럽게 잘못 인식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민주주의에 있어서의 비판이 박정희식의 경제 개발에 대한 비판과 함께 뭉뚱그려 인식되어온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담자들은 후발국에서 경제 성장을 추진한 여러 나라와 그 나라의 상황, 조건을 고려한 바탕하에 박정희식 경제 개발은 한국적 상황에서 불가피한 점이 있었고 또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것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여 현재의 경제 현실로 연결시키고 있다. 아직 경제 대국으로 선진국에 진입한 것이 아닌 우리 나라는 경제의 안정화 단계로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주주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극복없이 국가 개입 감소와 시장 기능에 맡겨버리라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임을 경고한다. 그것은 우리 경제를 더욱 위험으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문제점들만 양산할 것이라고 한다. 우선 주주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져 장기적인 R&D 투자를 게을리 하게 하고, 노동자의 복지와 인권을 더욱 도외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기업보다는 외국 주주들이 소유한 기업이 이윤이 없을 때 아무런 죄책감이나 주저함없이 경영자나 노동자를 해고할 것이고 때에 따라선 자금을 모두 회수해서 떠나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역사에서 보았듯이 시장 기능 자체도 문제점이 있음을 대공황을 통해서 보았고 그 기구를 운영하는 인간의 의지와 선택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의 압박과 세계 경제 환경의 압박이 요소 비용의 감소와 노동력 절감, 복지 비용의 삭감으로만 이어진다면 우리 후손들을 무엇을 먹고 살아가게 될 것인가? 대담자들은 북유럽과 유럽, 미국과 라틴 아메리카, 일본과 중국 아시아 등의 세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 분석을 통하여 현실적이면서도 가능한 대안들에 대해 모색한다. 어쨌거나 현실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따른 문제점이 너무 은폐, 왜곡된 점이 많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의 혼선을 정리해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어떤 경제 현상이나 주의, 정책도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그 상황 인식을 방해하는 집단이나 계급의 이해관계들이 먼저 반영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를 바로 방향잡고 우리 후손들에게 좋은 경제적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 내가 타인과 더불어 공존해야 한다는 마음의 열림이 필요하다. 어느 계급, 계층을 떠나 이러한 전체적 인식과 열린 마음만이 비로소 산적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실마리가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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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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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으로 해결하면 바보다."는 말이 있습니다. 법의 접근이 변호사의 고용과 소송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가진 것과 인맥이 없는 서민으로서는 왠만한 불편과 손해는 차라리 감수하고 넘어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낫다는 의미입니다. 법학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본법을 보았고, 그래도 육법에 대해 한 두 권씩의 책을 통해 훑어보았던 저의 경우라 하더라도 될 수 있으면 법률적인 문제로까지 비화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법률적인 판단과 서비스가 특권화되어 많은 돈과 권력의 베일에 가려져 있어 서민들이 접근하기엔 너무나도 먼 거리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작 억울한 일을 당해도, 경제적, 사회적인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빼앗기고 더욱 손해보고 더욱 설움당하며 살아야 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법률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국가와 가진 자들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자기 자신만이라도 보호하고자 했던 욕구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임을 고백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90년대 이후에 들어오면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주택임대차 보호법을 위주로 해서 많은 입법과정을 거침으로써 우리들에게 주어진 민법상, 형법상, 헌법상의 권리들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지 못함으로써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활에서 빈번히 생기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저 개인적인 경우도 주택임대차로 힘든 상황을 치를 뻔 하였지만 이리 저리 알아보고 찾아본 결과 스스로 간단한 법원절차를 마칠 수 있었고, 임대 반환금을 다행히도 쉽게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법조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아주 특권적인 지위에 놓여져 있었던만큼 그와 관련된 법의 악용과 횡포가 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생활을 짧게 한 경력을 가진 그가 미국에서의 생활을 통하여 알게 된 미국 헌법의 근본정신과 법조문에 비추어 한국의 헌법의 문제점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단지 우리가 법을 피해서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주어진 우리들의 권리를 알고 제대로 행사하는 것이 우리들을 보다 행복합으로 안내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스스로도 법률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정당한 기본적인 상식수준도 낮추게 되는 것입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의 증가가 결국은 특권화된 법률가들의 권리를 해체시키고 보다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법률서비스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척박하고 황폐한 법치국가인 한국의 법의 미래도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법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근본적인 힘은 국민들의 법의식 수준에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주어진 헌법상의 권리도 국가의 공권력을 통해서 무수하게 무시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힘없는 개인들이요 시민들이었습니다. 기본권의 제한을 법률로서 그것도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적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아무런 절차와 근거를 가지지 않고 간단하게 무시되어 온 것입니다.

  백 명의 죄인을 잡는 것 보다 한 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한 헌법의 정신임에도 불구하고 법을 아는 법률가들에 의해 악용되어 온 것이 더욱 많은 실정입니다. 역사 속에 묻혀진 우리들의 잃어버린 헌법적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될 수 있으면 멀리하려 했던 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우리들의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는 의지가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만 안전하겠다는 이기심을 넘어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고 합리적인 풍토로 만들어 법의 근본정신이 지배하는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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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10-1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지만 님은 책 전반부에 걸친 총체적인 해석을 하셨군요^^
이건 사담=>부산에 갔지만 일정을 땡기는 바람에 님에게 연락을 못 드렸구요
대영 시네마 앞에서 님도 찾을 수 없었어요^^
몰운대...결국 못 갔군요. 아쉬운게 많았던 부산여행이었습니다.

달팽이 2005-10-11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여우님의 부산 나들이가 모텔과 분주한 일로만 채워지지 않았기를..^^
 
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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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던 때가 생각난다. 사회과학의 기초학문으로 사회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통과의례로 생각했던 경제학을 좀 더 공부해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주류경제학보다는 주로 경제사나 경제철학 학설사 부분이 보다 관심이 많았다. 경제학자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시대나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바뀌고 이론화되는지에 대해 보다 눈길이 갔다.

  하지만 대학원에서 주류경제학인 미시, 거시, 개량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숫자와 수식에 빠져 정작 왜 수학을 풀고 있는지 이것이 가진 경제적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잊고 있을 때가 많았다. 복잡한 수학이나 선형회귀분석 등의 기법들을 사용하지 않고서 순전히 사고를 요하는 분야인 학설사부분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책을 잡고 첫 페이지를 읽어나가면서부터 나는 이 책이 '괴짜'딱지가 붙은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이 책이 주류경제학의 주된 주제인 수요, 공급, 노동시장, 금융시장, 통화, 환율 등의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미시적인 사회현상 어느 주제에나 천착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서술 방법도 수학과 도식으로부터 해방되어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게끔 표와 설명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의 장점은 기존의 경제학체계내에서는 명백하게 밝힐 수 없었던 사회현상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날카로운면서도 정확한 분석을 했다는 점이고 그것이 정밀한 통계자료를 자의적인 해석이나 왜곡없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조작과정을 통해 주어진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외생변수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고려를 했고 따라서 표본집단과 비교집단을 선정하는 방법과 기술이 아주 뛰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정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고 그것은 교과서적인 경제학의 이론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자신의 직관과 상상력으로 채워나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그의 방법도 과학적인 방법을 따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들에 대한 설명을 해내지 못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주어진 정보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얼마나 상반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가를 언론이나 정치인들을 통해 충분히 보아오지 않았는가? 따라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의 왜곡과 자의적인 해석을 떠나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도출된 정보로서 현상 뒤에 내재한 원인들을 밝혀내고 있다는 점에서 실추된 경제학의 권위를 복원하고 앞으로의 사회연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회에서의 범죄율의 하락은 낙태와 상관이 있고, 자녀의 학교 성적은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와 상관관계가 있다, 특히 집에 책이 많은 학생들이 학업성적이 높은 경우가 많이 나타났다는 점과 스모선수와 교사들도 승패나 성적을 조작한다는 사실은 그에게서 검증된 새로운 사실들이다. 결국 우리는 의심해야 하고 물어야 한다. 우리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고정관념을 가지는 일들에 대해....그래서 고정관념이 가진 자리를 비워둔 다음 그 자리를 상상력과 주어진 정보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다루는 방법들로 채워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사회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잘못된 생각으로부터 우리들의 삶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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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0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