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지음, 형성백 옮김 / 부키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990년대 이후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주창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주의는 이제 막 선진국들의 뒤를 밟아 경제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후발개도국들에 대해 관세인하 또는 철폐, 비관세 무역 장벽의 철폐를 통해 자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자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다. 그러나 그간 20여년간의 경제 현상을 돌이켜볼 때 이는 허구였음이 드러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미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경제 발전과 성장의 과정을 구가해온 선진국들의 권고가 오히려 개도국들이 스스로 성장했던 기간보다 형편없는 성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전도유망한 한국의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는 세계의 선진국 국가, 개도국 국가 들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과연 자유주의와 보호주의가 경제발전의 단계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있고, 선진국 국가들은 어떤 정책을 통해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 실증적이고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증명해간다. 역설적이고 배반적이게도 선진국들은 자국의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초기에는 각종 관세 특혜 및 세금 혜택, 연구 자금 지급, 재정 투용자 등의 갖가지 방법으로 통해서 보호주의를 취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한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통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뒤에야 비로소 자유 경쟁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후발개도국들에 대해 최저임금의 규정, 사회복지제도의 마련,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 환경 친화적 생산 기술과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 또한 자신들이 지금의 개도국과 같은 경제 성장 단계에서는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의 개도국 수준보다도 더욱 열악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성인 남성에 대한 보통선거권 제도가 확립된 것은 1965년도였다는 사실에서 보듯이 인종과 경제적 신분에 따른 엄청난 차별이 존재해왔으며 그것은 지금도 미국 사회의 평등과 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유한책임제도와 파산법, 공시제도와 회계감사제도의 도입 역시 개도국에 비해 너무나도 늦게 정착되었음을 역사적 자료는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왜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경제 성장 시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산업, 무역, 기술 정책들을 지금의 후진국들에게는 반대로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19세기의 영국의 자유무역주의와 그 밖의 프랑스, 독일의 이에 대응한 보호무역주의를 보면 이는 명백해진다. 자유무역주의는 자신의 경쟁력있는 산업을 바탕으로 타국의 산업을 쇠퇴, 몰락시켜서 자국의 경쟁력있는 산업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이에 각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에 꼭 필요한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너무나도 합당하며 자연스러운 정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선진국들이 주창하는 자유무역주의는 자신들에게 경쟁력있는 산업의 세계 지배를 통해 결국 후발 선진국들이 자신들과 같은 경제 대국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함에 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루과이라운드와 WTO체제를 통한 자유무역주의는 미국의 농업과 서비스업 등 자국의 경쟁력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으며 미국의 경쟁력이 약한 반도체나 전자분야에 대해선 직 간접적으로 보호무역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선진국의 논리에 편승하여 우리 산업의 알맹이들을 다 내어주는 어리석은 행보를 거듭하면 안되겠다.

  물론 저자도 말하듯 이러한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과 사회보장제도의 마련, 경제 성장의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개도국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과 반대로 5년에서 10년의 짧은 유예기간을 두고 힘에 의해 강요될 때 그것의 취지가 제대로 살려질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식의 좋지 못한 의도를 배경으로 깔고 있을 때에는 무조건 편승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저자는 경제학자로서 지금의 선진국에서 주창하는 자유 무역 주의에 대한 의도를 고찰하여 그 허구성을 지적한 소임을 다하였다. 여기서 앞으로의 세계 경제에 대한 고민은 남겨진 우리 인류의 몫이다. 우리는 지금 자유 경쟁 이라고 하는 사다리 경제 체제에서 먼저 오른 선진국들이 뒤따라 올라오는 후발국들이 매달려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구조의 경제를 산다. 이제 지구는 자원의 약탈과 환경 파괴로 이제까지의 성장 방식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의 경제 체제는 필연적으로 전쟁과 학살, 음모와 지배야욕으로 인간의 마음마저 이기심으로 물들여왔다. 비로소 이제 우리들은 물어야 할 때이다. 과연 사다리 경제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하고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