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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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이는 예술가를 처음 접한다. 영화감독, 포크 아티스트, 작가, 만화가. 자신을 재료로 글을 쓴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수입을 공개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학교에서 근로기준법 등을 의무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을 갖든 노동법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연봉 얘기도 잘 안 한다. 프리랜서는 더 답답할 것 같다. 

미국의 긱 이코노미가 부상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노동 착취가 더 강화되는게 아닌가 싶다. 작가는 1월 총수입이 42만원, 2월은 96만 원이라고 한다. 뮤지션, 영상 제작자, 감독, 작가, 만화가로 일하면서 버는 돈이다. 

2016년 10월 정규 2집 신의 놀이가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수상했다. 놀랍게도 상금이 없다고 한다. 돈, 명예, 재미 2 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은 것이 원칙이라 한다. 그래서 한국대중음악상 상패를 경매에 붙였다. 이후 상금이 추가됐을 지 궁금하다. 예술가들의 현실적 고민까지 어루만져주는 상이었으면 좋겠다. 일본 활동이 한 해 총 수입의 40%라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공연 수입이 뚝 끊기자 놀랍게도 보험 설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당당히 '금융예술인'으로 타이틀을 하나 얻게 되었다. 


나이 들어서도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10대부터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 부럽다. <나처한 클래식 수업>에서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도 능력이라고 보았다. 예술인들에게는 그런 DNA가 있나 보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연극부에 들어갔다. 저자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여러 번 받았고, 삽화도 종종 그렸다. 


내가 속하지 않은 사회에 대해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여성 영화 감독이 드문 업계. 음악회, 배우 등 여성이 많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데, 영화계에는 여전히 남녀차별이 심한 것 같다. 작가가 본인을 지켜며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응원한다. 나도 덕분에 힘을 얻는다.


이랑 신의 놀이: https://youtu.be/t6gDp9IsBgw

하우스 보광 식구인 더즌이의 투병일기: https://brunch.co.kr/@leedozin#articles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 https://soundcloud.com/alibaba30s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어 달라. 그래서 우리의 생명과 당신의 생명을 구하라.

잡지 고료는 15~20만원 , 특강 출연료 30만 원
해나 개즈비 스탠드 업 코미디 나의 이야기 Nan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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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1 세미콜론 코믹스
아오노 슌주 글.그림,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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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B급 감성은 진짜 나와 안 맞다. 이것도 겨우 읽었다.

그냥 40대 아저씨가, 15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예비 만화가 지망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아빠와 딸과 같이 산다. 아버지는 아들을 계속 무시?하고(걱정이 더 크겠지만), 아들은 전혀 믿음이 안가고 알바를 한다. 20대 자식 뻘되는 청년들과. 딸은 유흥업소 나간 걸 아빠에게 들키고 난 뒤 안 다닌다.

2권은 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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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 서촌 옥상화가 김미경의 내 소중한 것들에 대하여
김미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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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노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라.

평생직장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다양한 재능이 있고, 나이와 환경과 경험에 따라 자신의 관심사와 역량도 변한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의 나나 20년 전의 나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20년 뒤의 나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저자는 기자로 비영리단체의 사무총장으로 뉴욕에서는 한국문화원에서 일했다. 지금은 전업화가다. 

개인적으로 예술가 중에서 그림을 하는 사람과 음악을 하는 사람은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 그림쪽이 더 좋긴 하지만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저자는 주변에 화가가 많은 것 같다. 가족 중에서 화가도 있고, 남편도 뒤늦게 화가가 되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저자가 10시간 이상씩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난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내 안에 표현하고 싶은게 많지 않은걸까?

그림을 그리면 뭘 느낄까? 솔비씨도 우울하고 힘들 때 그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만큼 치유효과가 있나 보다.


저자의 전 책 <서촌 오후 4시>를 읽었다. 이번 책은 그 때 읽었던 내용이 조금 겹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현재 근황도 나온다. 타투한 이야기, 거리에서 춤 추는 이야기. 참 자유롭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이 더 좋은 것 같다. 굳이 두 권 중 하나를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의 꽃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나도 올해 코로나19로 옥상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그러면서 채종부터 채집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해봤다. 식물이 정말 위대하다. 그 작은 씨앗에서 어떻게 싹이 나는지. 왜 저자가 꽃에 황홀해 하는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렇게 자기 동네에 동네를 사랑하는 화가가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할 것 같다.

이런 화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동네가 사랑하는 화가, 동네를 사랑하는 화가.


그림 속에 나를 숨겨놓았다, 세상에 낭비되는 시간은 없다.


화려한 색깔의 색종이를 가위로 이리저리 잘라 오려 붙이는 앙리 마티스의 독특한 작품은 나이 들고 몸이 아파 붓 들기가 힘들어진 그가 고육지책으로 생각해낸 작업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72살에 그림을 그리기 미국 국민 화가 모지스 할머니도 관절염 때문에 늘 하던 바느질을 할 수 없어 처음 붓을 들었다던가? - P52

I still hide you in my poetry
늘 마음속으로는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렸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다른 공간에서 딸과 떨어져 살게 되자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엄마라는 사실을 망각하자 인간으로서의 욕망이 사정없이 치밀고 올라왔다. 직장 다닐 때는 주말 내내, 직장을 그만두고는 하루 종일 낮밤 없이 오직 그림만 생각하고, 그림만 그리며, 그림만 꿈꾸며 몇 년을 살았다. - P69

그림에 비해 글이 훨씬 친절한 것 같아요. 글쓰기도 혼자 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돋도록 열심히 노력하잖아요? 그림은 보는 사람이 알아 듣든지 말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는 식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림은 뭐랄까 이기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외로워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나도 점점 더 외로워졌다. 그림은 외로움의 예술이다. 그림 감상은 내 속의 외로움과 네 속의 외로움이 조용히 만나 어루만져주고, 손잡아주는 일 같기도 하다. 서로의 마음속 외로움을 알아차린 것 같은 찰랑찰랑한 느낌. - P74

뉴욕에 7년 살 때 그림을 거의 그리지 못했다. 떠난 지 4년 만인 지난 2016년, 뉴욕 할 때와는 달리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어 다시 뉴욕을 찾았다. 뉴욕은 정말 그리고 싶은 것 ‘천지삐까리‘였다.
익숙해진 맘으로 사랑할 수 없듯이 익숙해진 눈으로는 그릴 수 없다. 익숙해진 사랑, 시든 사랑은 마냥 붙들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동네 최고 터줏대감이지만 텃세 부리지 않는 나무. 잘생겼다고 생색내지 않는 나무. 계절마다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옷을 갈아입는 나무, 해가 바뀔 때마다 더 멋있어지는 나무. 나무를 자꾸 그리면서 이 나무를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느티나무가 나를 이 동네로 부른 것 같다. 어느 날 지나는 길에 나무를 꼭 안으면서 속삭였다.
나무야 사랑해! 나를 여기로 불러줘서! 너를 자꾸 그려줄게! - P108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서울농학교 안 언덕배기, 인왕산 동쪽 자락, 그의 그림 ‘한양전경‘이 그려졌다는 바로 그 자리에 앉아 며칠 동안 신한양전경을 그렸다. 한양전경이 그려진 해는 1740년.
세상에 낭비되는 시간은 없다.
북한강변 문호리리버마켓 정은혜 화가

어떻게 춤을 이렇게 멋대로, 함부로, 잘 추느냐고요? 제 의식을 무의식을 묶고 있던 억압의 끈들을 하나씩 풀어줬더니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춤은 제가 자유로워지는 만큼 추어지는 것 같아요. 딱 그만큼이요. 제 그림도 그만큼씩 그렇게 자꾸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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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오후 4시 - 서촌에서 시작한 새로운 인생
김미경 지음 / 마음산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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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옥상화가' 김미경을 알게 되었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8년 한겨레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5년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일했다. 2012년 한국에 돌아와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화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사무총장을 사표내고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멋진 노년이다.


저자는 화가의 꿈을 좇을 용기를 브루클린에서의 경험이라 회고한다. 미국에서 당당하게 사는 화가들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보니 오랫동안 저자는 그림의 꿈을 놓치지 않았다. 한겨레 기자 시절, 미술 동아리에도 들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참여연대에서 그림 수업도 들었다.


지금 어르신들 보면, 정말 좋아하는 취미가 없다는 데에 안타까웠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했고, 그러다보니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노는 것도 해본 사람이나 한다고. 그렇게 50평생 살지 않은 분들은 놀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림 그리는 것이 논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참여연대에서 그림 수업을 들었었고, 전시회도 했었다. 

그림은 노가다다.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김미경 화가의 그림에는 서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

저자의 전시가 보고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더니 올해 6월에로 이미 지나갔다. 


http://rooftopartist.com


내년에는 꼭 전시회를 보러 가고 싶다. 이렇게 나이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행복을 좇아 가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어디에 돈을 쓰는 지 알면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 지 안다던데 나도 그림이나 만들기에 돈을 꾸준히 쓰는 거 보면 저자와 같은 부류인 것 같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산 것 같다.

여전히 주변을 보면 뭘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 모두 조직에서 부여한 직함이 아닌, 자기 스스로 부여한 직함을 달고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나는 내 명함에 뭐라고 쓸 것인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딱 두가지다. 첫째, 직장 일 말고 하루 종일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것. 둘째, 가난하게 살 결심을 할 것. (24쪽)


배민정 샘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 미국 샌프란싯코의 예술대학에서 회화 공부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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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아주 보통의 글쓰기 1
김미희 지음 / 글항아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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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진지한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가끔씩 슬픈 책을 읽고 싶게 된다.

저자는 남편을 신장암으로 먼저 보내야했다. 40살에 남편이 떠났으니 딱 지금 내 나이다.

상상이 안 된다, 이 나이에 죽는다는 것을. 그것도 척추로 암이 전이돼서 고통스럽게 죽는다는 것을. 

우리 아버지도 내가 27살에 갑자기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 그때는 죽음이 뭔지도 잘 몰랐다.

너무 갑자기 돌아가셔서 솔직히 3년 동안 실감이 안 났다. 

왜 전통적으로 삼 년 상을 치루는지 그때 알았다. 3년까지는 정말 아버지가 어디 여행간 것만 같았다. 곧 다시 돌아올 것처럼.

하지만 3년이 지나니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뇌는 그런 면에서 대단한 것 같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일까?


아들이 아니었으면 세상과 고립되었을 것 같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사별 후 우울이 오래간다. 억지로라도 세상과 소통해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다행히 저자는 글과 그림으로 세상과 지금까지 소통하고 있다.

그림책도 곧 나온다고 하니, 꼭 사서 봐야겠다.


우리 엄마도 유방암 1기로 수술받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지금은 10년을 전이 없이 잘 계신다. 하지만 완치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여전히 불안하다. 아버지의 죽음 때문에 나도 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현실에 충실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 클리볼드 - 아들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고통 대신 머리 모양 같은 사소한 것에 신경을 쏟아 고통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한번에 받아들이기에 너무 큰 고통은 처음에는 다른 사소한 감정으로 대체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짜 고통이 된다. 이별의 슬픔도 그렇다. 처음에 실감하지 못했던 이별이 한참 뒤에야 되어 나를 울게한다. - P53

그림책 서점 : 꽃 잠: 죽음과 삶에 대한 그림책 이야기
엄혜숙, 담담 그림책 워크숍
아메바피쉬, 가면소년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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