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초록 - 어쩌면 나의 40대에 대한 이야기
노석미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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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미 화가의 그림책을 전에 본 적은 있지만, 에세이는 처음 접했다.

30대에 양평의 산골에 집을 지으며 귀촌생활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비혼 여성으로 혼자, 화가로 시골에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도시, 특히 서울에서 벗어나 전원 생활을 하는 것이 꿈이다. 

제주도는 너무 관광객이 많고, 통영이나 강릉, 경주처럼 적당히 시골이면서 서울의 복잡함과 매연이 없어서 내가 살고 싶은 후보지 중 하나다.


노석미 작가가 진솔하게 10년 넘게 귀촌생활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농촌의 인간 관계, 이름으로 불리기보다는 직업이나 누구 엄마, 할머니, 이모 등 관계로 규정되는 사회.

자신을 '갤러리노'라고 불린 사연, 현재는 미쓰노로 불린다고 한다.


아무래도 도시처럼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다 보니까 소수자로 어려움도 토로한다.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 잡초를 가꾸지 않아서 이웃이 직접 잡초를 뽑은 일화, 동물을 무조건 적으로 여기는 태도 등. 

다행히 조금씩 이웃이 변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서 희망적이다.


저자가 텃밭을 가꾸는 태도도 나와 비슷하다. 나도 이것저것 다양하게 가꾸는 것이 더 좋다. 작물뿐만 아니라 이쁜 꽃들도 많이 심고 싶다. 


중간 중간 작가의 삽화도 눈을 맑게 해준다.


땅에 가서 땅을 디뎌보세요. 그리고 느껴보세요. 뭔가 느낌이 올 거예요. 그럼 돼요. 그 때 그 느낌이 바로 그 땅의 느낌이에요. 전 땅을 직접 보지 않고 땅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기도 당하는 거예요. - P27

예술가는 항상 감정 상태가 평화로운 가요?
예술을 하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가요?
뭔가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일은 행복할 거 같아요.

가난은 선. 가난을 섬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발적 가난.
사람이 언제 아름답다고 느끼세요?

결혼을 안 하는 이유?
희생 정신 부족.
혼자 안 살아 봤잖아요? 결혼 생활 유지하다니 참 대단해요. 힘들지 않으세요?
혼자 사는 게 더 쉬워요. 여럿이 사는 게 더 힘들다.

집이라는 게 언젠가부터 재산으로만 매겨진 지 오래되었다. 집은 쓰임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는 사람과 함께 숨쉬고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집이 아니던가. 그리고 사는 사람과 함께 숨쉬고 같이 낡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전세나 월세를 살아도 사는 동안은 그 사람이 대가를 지불하고 사는 그의 집이 아닌가. 계속 집주인 건물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 어떤 집에서 사느냐는 삶의 질과 몹시 관련이 있다. 값비싼 집에서 집을 모시고 사는 것이 질 높은 삶은 아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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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집 1 - 개정증보판 장애공감 1318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김은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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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감동적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실재하는 사이타마 현 오오미야 시 농중복장애 공동작업장 이야기다. 장애를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사회가 얼른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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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에서 암과 만나다 - 암과학자의 항암 일지
김규원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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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2장은 저자의 개인적인 항암 일기라 매우 흥미로웠다. 저자는 2006년 처음에 암 진단을 받았다. 그것도 코 안에 악성미분화암으로 수술보다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저자가 진단받은 암은 분화도가 매우 낮은 미분화 상태고 분열 속도마 매우 빨라 혈관을 통한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암 덩어리의 일부에는 괴사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암은 희귀하기 때문에 그 치료법이 잘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도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유서를 쓰고, 특히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눈물이 났다. 다행히 3차 치료까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2010년 1차 재발, 2012년 2차 재발로 방사선 치료, 2015년 괴사 시작, 2018년까지 성형수술. 이 당시 저자는 종양내과, 이비인후과, 방사선종양학과, 성형외과 등 여러 전문과를 가야했고, 어떤 때는 하루에 병원만 세 군데에 가기도 했다. 
객관적으로 암세포를 관찰하는 과학자에서 암환자인 당사자로서 느끼는 감정, 어려움 등을 진솔하게 적고 있어 더 감동적이었다. 소시민들의 에세이는 많이 읽었지만, 이렇게 전문직에 있는 사람의 투항 이야기는 처음이라 더 인상적이었다. 

3,4장은 항암제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라 조금 어렵다. 나처럼 과학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넘겨도 될 것 같다.
다만 항암제의 역사를 크게 3 단계로 나뉜다고 한다. 고전적 항암제는 대량살상 폭탄의 단계, 정밀미사일탄과 같은 표적 항암제, 그리고 최근의 분자표적 항암제로 발전했다. 1850년 중반 피르호에 의해 암이 과학의 영역에 들어섰지만 MRI나 CT 같은 현대적 영상 장비들이 없어서 그 증식의 결과물만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세포 분열의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적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항암제로 쓸 수 있는 세포 증식 억제제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나마 백혈구세포들의 증식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암종이었으므로 초기 항암제 개발의 핵심 연구 모델로 활용되었다. 백혈병의 발암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의 개수가 8~12개로 다른 고형암종 (유방암 33개, 위암 53개, 폐암 147~163개)보다 그 숫자가 훨씬 적다. 그래서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항암제들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130쪽)


나날이 항암제가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에 반갑다. 아직도 암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른다. 언젠가는 그 비밀이 풀리기를 기원한다.

암세포도 사실 내 몸의 세포다. 외부에서 침입해 온 전혀 다른 세포가 아니라 바로 내 몸의 세포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생존 거처인 내 몸을 파괴하면서까지 왜 생존하려고 할까? 내 몸의 정상 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각자 자기 맡은 바 역할을 하면서 내 몸이라는 다세포 생명체를 유지하는 데 이 암세포는 독자적으로 행동을 한다. 마치 박테리아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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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 여덟 해 동안 만난 일곱 의사와의 좌충우돌 현재진행형 우울증 치료기
전지현 지음, 순두부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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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울증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실제로 우을증 걸린 당사자는 '뇌의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무지한 사람들이 내 뱉는 말들, "진맥을 해봐도 나쁜 곳이 없네. 건강하기만 하구먼 왜 아프다고 해요?" "지금 애는 그나마 약 먹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는 엄마한테 자라는 게 더 행복할걸요?" "나랑 같이 교회 가자. 가서 목사님 말씀 듣고 봉사도 하고 그러면 우울증 같은 건 바로 싹 낫는다."

차라리 일반인이 하는 말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의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하다니? 진짜 한 마디 하고 싶다. 저자는 소심해서 실제로 쏘아 붙이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좋은 의사들을 만나서 다행이다. 


당뇨나 고혈압을 생각해보세요. 평생 약을 먹는다는 게 이상한가요? 약을 먹어도 치료되지 않는다며 병원을 거부하나요? 아니면 병을 숨기나요? 오래 먹어도 괜찮다는게 입증된 약들이에요. 비타민 드신다고 생각하세요. 몸에 좋다는 건 다들 고민 없이 잘 챙겨들 먹잖아요.


저자의 말처럼 정신과 후기가 없는 것은 완치가 어렵기 떄문일 것이다. 당뇨병, 고혈압 등에 대한 후기가 없듯이...

우울즈은 다리가 부러졌을 때와 다르다고 한다. 누구도 선뜻 부축해 주거나 배려하지 않는다. 스스로 서야 한다. 제때 병원에 가고 약을 잘 챙겨 먹으면서 지극 정성을 다해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167쪽)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우울증 가볍게 생각하지 맙시다. 

환자 노릇은 병원에서만 먹힌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솔직히 좀 섭섭했다. 오만가지 약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우울증에 걸렸껀, 자세만 잘못 잡아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디스크에 걸렸건 친구를 만날 땐 친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상담과 처방은 의사에게, 간호는 간호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부탁하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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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5호
브로드컬리 편집부 지음 / 브로드컬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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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티사하고 식당, 서점, 카페, 디저트숍, 책바를 연 사람들 이야기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르페셰미뇽. 퇴사하고 프랑스에 2년 유학가고 만든 디저트숍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같아 궁금하다. 오히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외향적일 것 같은데, 인터뷰를 읽다보면 오히려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영업을 하는 것 같다. 사색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열다봐야 하는 사람들. 

현재 오혜 서점 빼고는 다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기회 되면 꼭 가봐야지. 이런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담당하게 조직생활과 자영업을 비교해준다.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퇴사하기 전에 꼭 읽어봐야할 필독서!

회사 다닐 때 요리가 취미였다. 퇴근하면 요리하는 게 하루의 낙이었다. 근데 요즘엔 집에서 요리를 거의 안하고 있다. 집에 가면 피곤해서 잠만 잔다. 다만 이게 아쉬운 일일까? 이제는 요리를 상상하며 퇴근을 기다리지 않는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요리한다. 온종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그걸로 돈도 벌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피드백도 돌아온다. 취미로 즐겼냐, 일로 즐기냐 문제지, 요리하는 즐거움엔 변함이 없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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