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시골 수의사가 마주한 숨들에 대한 기록
허은주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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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의 일상이 궁금하면 보기를 권한다. 동물 병원을 거쳐가는 생명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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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사랑한 순간들 - 헤세가 본 삶, 사람 그리고 그가 스쳐 지나간 곳들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 엮음.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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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이라는 제목이지만, 헤세를 사랑한 사람이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헤세(1877-1962)는 원래 성직자가 되려고 했었다. 말년에는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수채화를 그리며 조용히 살았다. 말년에 살던 루가노는 부활절 휴가 때 외지인 관광객(특히 베를린 사람들) 때문에 괴로웠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10년 전에 스위스 루가노로 갔었다. 그때 헤세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헤세 박물관에 갔을 텐데....이렇게 루가노로 다시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헤세 우울증이 심했다고 한다. 결혼을 세 번했는데 그다지 행복한 결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헤세가 다른 곳에 발표한 여행기나 수필 등을 모아놓았다.

 

1912-3년 헤세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도 여행을 갔었다. 지금은 여행이 쉽지만 19세기에 해외로 여행 간 이야기는 늘 신기하다. 특히 대륙을 넘는 여행은. 팔렘방에서 조그만 쪽배를 탔는데 갑자기 원숭이 무리가 나타나서 여행을 방해했다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백 여 마리가 넘는 원숭이를 피해 말레이 가이드를 따라갔다. 그 당이  팔렘방에는 인도네시아인 보다 말레이인이 가이드로 활동했나 보다. 


싱가포르 여행지에서 헤세가 빌고 싶은 소원은 '건강, 나와 동행할 젊고 아륻다운 애인, 그리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만 달러의 여유 자금'이라고 했다. 아마 애인이라고 한 것은 같이 여행할 동행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아니었을까? 물론 혼자 여행도 좋지만, 그때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여행벗이 최고다. 헤세는 싱가포르에서 인도인 상점, 중국인 상점, 일본인 상점, 자바와 타밀인의 상점을 간다. 아시아 여행에서 헤세가 떠오르는 것은 '야자수들이 우거진 페낭의 해변, 흰 모래 사장, 어부의 노란색 움막들, 말레이 주와 해변 도시에서 보이는 파랗게 조명이 반짝이는 중국인 거리, 인도네시아 리아우 군도에 구릉처럼 펼쳐진 수많은 섬들, 원시림의 원숭이 떼, 그리고 악어들이 득실대는 수마트라의 강, 누와라 엘리아 고지의 기억, 소코트라 섬 시나이 산맥, 이집트 수에즈 운하, 칼라브리아 남쪽 끝.' 하지만 그의 기억 속에 각인된 것은 '평범하고 가난함 사람들의 실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유럽과 다른 아시아의 시간 개념에 대한 예시도 재미있다. 일 때문만이 아니라 순례를 하기 위해서도 아시아인들은 여행이 일상이다. 헤세는 주로 연구해 왔고 최대의 존경을 품은 인종은 인도인과 중국인이라고 한다. 둘다 정신과 예술 문화의 창조자라고 봤다. 


헤세가 왜 그렇게 자연을 찬양하는지, 동양 철학에 빠졌는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청소년기에 방황할 때 자연을 보며 깨달았다고 한다. 사물은 각각 저마다 독특하게 아름답다고. 이런 깨달음을 청소년기 때 하다는 게 대단하다.


헤세가 살던 당시에도 교육은 긴장과 경쟁을 이상적인 삶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자신을 방랑자로 지칭하는 헤세. 자연을 사랑하며 철학을 사랑하며 자유롭게 살았다.


 '우리 방랑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모든 길이 결국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던가.' 



그밖에는 온 세상이 침묵이었다. 계솔 자라나면서 두텁게 뒤엉킨 나무들이 서로의 안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 때 내는 호흡소리 말고는 그 어떤 다른 소리도 없었다. ---모두들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채, 경이로운 풍경을 놀란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 성급하게 밤이 내렸다. - P72

설사 수백 톤의 바닷물을 집으로 실어 간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바다가 아닐 것이다. - P81

지난 몇 달간 내가 체험한 엄청난 경험들은 여전히 신선하고도 생생하게 내 감각을 장악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내가 보고들은 것들을 찬찬히 생각해 보면, 사실 정말로 ‘이국적‘인 면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경험은 이국적이라기보다는 순수하게 인간적인 본성의 발견이었다. 외국의 낯선 모습 때문이 아니라 내 본성과의 동질성, 그리고 인류 전체 본성과의 동질성을 발견했으므로 나에게 소중하고 좋은 인상으로 남았던 것이다. - P83

그 모든 광채를 합한다 해도, 내가 인도인, 말레이인, 중국인 그리고 일본인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감정, 모든 인간을 서로 연결하며 하나로 묶어 주는 강렬한 감정만큼 사랑스럽고 소중하지는 않으리라. - P89

그토록 많은 아시아인들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인도, 인도차이나와 동남아시아, 중국 대다수 지방 사람들은 우리 유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긴 여행을 다닌다. 신분이 낮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이틀, 사흘, 엿새, 열흘 정도의 여행은 전혀 특별한 것이 없다. ---싱가포르 항구에서 짐을 들어 주는 쿨리들은 중국 한커우 출신들이다. 페낭이나 쿠알라룸푸르에서 당신이 수영복이나 복대를 사게 되는 작은 가게의 상인들은 고향이 베이징이다. ---유럽의 농부가 자신이 수확한 감자나 사과를 인근 대도시에 내다 팔려면 세 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런데 말레이 섬의 원주민은 쪽배에 타란 목재나 약간의 목화를 싣고 나흘, 엿새 경우에 따라서는 열흘이나 원시림의 강물을 거슬러 가장 가까운 항구 도시로 간다. 잠비(남부 수마트라)의 작은 마을 팔레이앙에서 일하는 중국인 요리사는 상하이에 살고 있는 자신의 가족을 자주 만나러 간다고 했다! - P91

인도의 정신문화가 경건하면서도 풍부한 영혼을 담고 있다면, 중국 사상의 경향은 실제적 삶의 지혜, 즉 국가 통치와 가족 생활의 규범에 치중하는 편이다. 모든 이가 행복해지는 훌륭하고 성공적인 통치의 비결은 무엇인가. 노자. 선불교. ....한때 가장 평화로우며 반군국주의 정신이 가장 드높았던 민족인 중국인이 이제는 가장 끔찍하며 가장 무자비한 민족이 되어 버렸다. 그들은 성스러운 티베트를 야만적으로 짓밟아 정복했고, 인도를 포함한 이웃 나라들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나는 혼자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소망하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햇빛에 온몸이 빨갛게 익도록 내버려 둘 뿐이다. 익을 대로 익어서 성숙해지기를 열망할 뿐이다. 나는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날 준비 또한 되어 있다.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 P99

국경만큼 악의적인 것은 없으며 국경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국경은 그 자체로 대포 혹은 전쟁 지휘관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고 광기가 지배하게 되면 국경은 소중해진다. 심지어 신성한 것으로 변한다. ----그들의 미덕을 모방해 보려다가 나는 생의 절반을 탕진했다. 나는 내가 아닌 것이 되려고 했다.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으면서도 시민의 삶 또한 차지하고 싶어 했다. 예술가이자 환상의 숭배자가 되기를 원했으면서도 덕망의 삶, 안주의 삶을 누리려고 했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스스로가 농민이 아닌 유목민인 것을 깨달았다.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는 자임을 깨달았다. 나와 같은 방랑자, 그 중에서도 완전한 방랑자는 아마도 향수를 앓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향을 그리워한다. 나는 기쁨을 향휴하듯이 그리움을 향유한다. - P101

루가노라는 작은 도시 안에 베를린 전 주민의 4분의 1이 취리히 전 주민의 3ㅜㄴ의 1이 프랑크푸르트와 슈누트가르트 주민의 5분의 1이 몰려들었다. ...욕조에서 세 명이 엉켜서 잠ㅇ르 자는가 하면 사과나무 위에서 자기도 한다. ...돈과 산업, 기술이라는 현대 정신은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신비로웠던 자연 풍경을 순식간에장악해 버리고, 이곳 풍경을 오래 전에 발견하고 긴 시간 동안 사랑해 오던 우리 같은 이 고장의 오랜 벗들은, 모두 때려눞히고 근절해야 할 불편한 구세대에 속하게 된다. 부활절 휴가를 루가노에서 보내는 것이 요즘의 유행.

훌륭한 책은 멸종하지 않는다. 수백권이나 되는 책들을 처분한 다음인데도 정말 사랑하고 반드시 소장하고 싶은 멋진 책들이 상당수 남아 있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이 책들을 모두 삐걱거리는 책장 여기저기에 억지로 끼워 넣는 수밖에. - P107

나는 정원에 서서 오래도록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깨달은 것은, 각각의 사물들은 모두 저마다 독특하게 아름다우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명을 향유하고, 저마다 고유한 화려함과 광채를 내뿜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꽃을 사랑했고, 시인의 시를 음미하듯이 꽃을 음미했습니다. ...내 세계 그 어디에도 죽어 있는 것, 텅 비어 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 다시는 그때처럼 강렬하고 지속적인 감각으로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그때와 같이 세계를 경험하는 것, 그런 감각을 다시 한 번 느끼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지금의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행복입니다. - P155

방랑벽과 떠돌이 생활의 상당 부분이 곧 사랑이며 성애이다. 여행의 낭만은 절반에 모험에 대한 기대이며, 나머지 절반은 성애의 욕구를 다른 방식으로 해소해 보려는 무의식적 충동이다. 우리 방랑자는 사랑의 욕망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사랑을 피워 올리는 일에 익숙하며, 원래는 여인에게 바쳐야 할 사랑을 마을과 산, 호수와 계곡에, 길가의 아이들에게, 다리 아래의 걸인에게, 풀을 뜨는 소에게, 새에게 그리고 나비에게 놀이하듯 나누어 주는 것에 익숙하다. 우리는 사랑을 대상으로부터 분리해 낸다. 우리는 사랑 자체만 있으면 충분하다. - P170

그림 그릴 준비를 할 때 가장 가슴이 두근거리고 희열이 넘치는 작업은, 팔레트의 칸이란 칸마다 신선한 기쁨으로 반짝거리는 새 물감을 짜서 채우는 일이다. 행복을 주는 코발트블루, 웃고 있는 주홍, 레몬처럼 연한 노랑, 그리고 투명한 겨자 색으로. - P211

사실 시인은 대개 상상력이 매우 빈약하다. 그래서 나 역시 뉴스 기사를 읽자마자, 나로서는 한 번도 상상 못할 경지임이 분명한 사건들이 실제 세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 일어난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감탄해 버렸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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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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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오티움>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바로 피아노가 작가의 오티움이다. 취미라고 하지만, 영혼을 충만하게 하고, 더 알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게 바로 오티움이다. 


저자의 전작인 <퇴사하겠습니다><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을 읽고 차곡차곡 준비해서 50세 퇴사한 게 부러웠다.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것도 흥미로웠고. 저자는 어렸을 때 배웠던 피아노를 53세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단골이었던 카페에서 잡지 <쇼팽> 출판사의 회장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회장은 저자에게 연재를 요청하고, 저자는 원고료 대신 카페에 있는 피아노에서 연습을 하게 해주고 피아노 선생님을 붙여주면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힘들지만 피아노를 배우면서 저자는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다. 유튜브로 열심히 피아노 곡을 연구하고, 작곡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가락에 통증도 오지만 극복하고 발표회에도 나간다. 


저자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연주는 더욱 깊게 듣는 행위이고 곡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힘을 빼며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피아노 연주 자체를 즐기는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비록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은 생각은 안들지만 언젠가는 현악기를 연주하고 싶다. 기왕이면 해금이나 바이올린. 주변 지인들과 밴드도 결성해서 함께 연주회를 하면 좋겠다. 


어른의 피아노는 어린이의 피아노와 달리 본인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연습하게 된다고 한다. 아래서 나이드는게 좋아진다.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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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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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작가는 처음 접한다. 문화심리학자로 인생 상반기를 살고 하반기는 화가로 살고 있다. 50살에 돌연 미술을 배운다며 일본 유학을 갔다고 한다. 2018년에 여수 여자도의 미역창고를 개조해서 작업실로 활용하고 있다. 미역창고란 아름다운 힘으로 창조적 생각을 한다라는 뜻이다. 


저자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이 '군대, 독일 유학, 교수생활, 일본 유학'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힘이 드는 줄 몰랐다가 지나고 나니 어떻게 견뎠는지 신기하다고 한다.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우리 어머니도 항암 치료를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하셨다. 

어렸을 때 꿈이었던 화가를 50대에 하고 있는 저자를 응원하고 싶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자는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인간에게 자신만의 방이 필요하다. 저자는 독일의 '슈필라움'이 여유 공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말에는 없는 단어라고 한다. 


저자는 매우 유쾌한 사람인 것 같다. 본인의 외모에 엄청 자신감이 있고, 솔직하게 이성에 대한 관심도 표한다. 그런 면에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몇 군데 있다. 성별에 따른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령 여자들이 화장대가 있다고 하는데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여자들은 화장대보다 책상이 더 중요하다. 


친한 친구의 죽음을 서술할 때 가슴이 아팠다. 나이 들어서 가장 힘들 때가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친한 친구가 한두명씩 사라질 때일 것 같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자주 연락하고 봐야겠다. 


이렇게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더 많으면 좋겠다. 나도 나이들어서 조용한 시골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좋은 이웃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


귀현이는 뒤늦게 캠핑장을 하면서 ‘인생의 직업‘이라고 즐거워하다가 간암이 발견되어 느닷없이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이야기다. 내가 쓴 모든 책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친구다. ‘내 친구 귀현이‘가 내 모난 성격을 중간에서 다 걸러주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가 떠난 후, 형편없는 내 인간관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 P48

문학에서 프루스트를 비롯해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등이 유사한 방식으로 인간 의식 작동 구조를 응용해 소설을 썼다.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날아다니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의 고리를 의식할 수 있는 ‘자기 성찰‘에 인간 창조성의 본질이 있다. - P52

중요한 결정일수록 서글프다. 혼자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난 유학 초기에 도시락을 까먹으며 내린 그 결정만큼이나 고독한 결정을 했다. 2018년 초, 충동적으로 구입한 여수 남쪽 섬의 미역창고를 내 작업실로 개조하기로 한 것이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야 하는 작업실 이름을 폼 나게 지었다. 미역창고.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 - P56

사용가치라는 질적 가치와 교환가치라는 양적가치 사이의 모순이다. ...이 나이에도 사용가치가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하고, 추상적 교환가치에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면 인생을 아주 잘못 산 거다. 추구하는 삶의 내용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에 대해서는 심리학적으로 더욱 간단히 정리했다.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해야 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닐 로스 교수)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 가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잘못되었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얼마든지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쉽게 정당화되지 않는다. 한 일에 대한 후회는 내가 한 행동, 그 단 한가지 변인만 생각하면 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그 일을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변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P61

사회는 ‘담론적‘이어야 하고, 삶은 ‘단언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불안하지 않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문학과 예술이 단언적이라면 학문은 담론적이다.
탈맥락화는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자기 성찰, 메타 인지, 추상.

A유형 - 1950년대 후반 미국 심장 전문의 마이어 프리드먼.
유난히 성격 급하고 아주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자주 내며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들. 강한 성취욕, 정확성,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인간.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타인들에 비해 일곱 배가 높음.
분노와 심장 질환의 관계
남의 말을 자주 중간에 끊는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순서 주고받기. 놀이, 우르르 까꿍.
순서를 빼앗기 ㄴ상대방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 P105

미니멀리즘이란 무조건 줄이는 게 아니다. 나쁜 것을 줄이는 거다.
나쁜 것이 분명해야 그것을 제거할 용기와 능력도 생기는 것이다. 나쁜 것이 막연하니 그저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참고 견딘다고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스스로 아주 구체적으로 애쓰지 않으면 좋은 삶은 결코 오지 않는다. 아무도 내 행복이나 기분 따위에는 관심 없기 때문이다. - P115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 - 정점-종점 규칙. 지난 일을 평가할 때 가장 좋았던 일과 가장 마지막 일이 그 경험 내용을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 P118

불안과 공포야말로 인간 문화와 예술의 기원.무한한 시간과 공간의 공포도 문화의 힘으로 극복되었다. 시간은 반복되늰 것으로 여김으로써 통제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올해 망했다면 내년에 잘하면 되는 것이다.
무한한 공간의 공포도 좌표를 만들어 극복했다. 해 뜨는 오리엔트 즉 동쪽을 기준으로 하면 무한한 공간이 정리되는 오리엔테이션이 일어난다. 정원을 만들고, 사원을 짓고, 탑을 세우는 것과 같은 공간 정리의 건축한다는 행위와 문화적 소양을 갖춘다는 교양의 독일어 어원은 같다. 교양이 있어야 혼란스럽지 않고, 불안하지 않게 되는 거다.
불안한 사회일수록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예술적 체험이 탈출구다. - P144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꿔야 한다.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
설단 현상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프란츠 리스트 콩솔리시옹 바흐 아리오소 생상스 백조

비현실적 낙관주의 - 과도한 자기애 슈만 안단테 칸타빌레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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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 아프간 난민과 함께한 울산의 1년
김영화 지음 / 메멘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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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프간의 텔레반의 위협 속에서 한국 정부는 391명의 특별기여자를 한국으로 이송하는 '미라클 작전'을 수행했다. 이들은 인천으로 들어와 2개월, 진천이나 여수에서 4개월을 보낸 뒤 전국으로 이주되었다. 이 중 현대 중공업에서 29명을 채용하면서 157명이 울산에 정착하게 되었다. 


2022년 3월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첫 등교를 하게 된다. 초반에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거셌다. 당시 노옥희 교육감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 교육'을 내걸어 직접 아이들과 등교 했다. 교육감의 전폭적 지지와 학부모와 학교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한아름반을 만들고, 전문 상담 교사, 한국어 강사, 교육활동지원사, 또래 도우미 등을 지원했다. 초반에 난민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교육감의 노력으로 반대 여론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교육감은 2022년 12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가짜 뉴스 중 하나가 외국인이 오면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국내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의 절반 수준이고 전체 범죄자 중 외국인 범죄자는 1-2퍼센트 밖에 안 된다. 

울산의 아프가니스탄 가족들의 정착은 한국 사회가 어떻게 이주민과 공존할 것인지 그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복지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한국 정부의 다문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 보다는 이주 배경 가정이라고 용어를 바꾸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이주민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 이주민을 주민으로 포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015년 시리아 내전 이후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유입했고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독일의 메르텔 총리는 '증오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해 달라'고 말했다. 

두려움이 정치 활동을 위한 지침이 될 수는 없다. 아무 목표도 없이 겁만 주면서 우리의 결속력을 깨려는 이들이 우리 삶의 방식을 파괴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우리가 부른 것은 노동력인데, 온 것은 사람이었다.' 스위스 작가 막스 프리슈의 시구다. 


이주민을 노동력이 아닌, 사람으로 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난민 정착과 적응을 위한 공적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울산 동구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육청, 학교, 현대중공업, 다문화센터, 통역사, 지역 주민 등 한국인 30여 명을 인터뷰한 이 책은 좋은 교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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