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0대 위인이란 동요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한국인들은 위인 역시도 줄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그런데 이처럼 역대 위인에 대한 투표는 해방 이후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일제 치하에서도 실시되었다고 하는데 처음으로 한국의 위인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진 것은 1921년 천도교 잡지 개벽라고 하는군요.
1921년 천도교 종합 잡지 《개벽(開闢)》이 실시한 ‘조선 10대 위인 투표’는 한국 역사상 최초의 대중적 위인 앙케이트 조사이자, 당시 지식인과 식자층이 바라본 한국사 영웅들의 지형도를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잡지 개벽>
3·1 운동 이후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기획된 이 투표는 1921년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총 10개 부문에서 각각 1위로 선정된 인물들이 '조선 10대 위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 부문 | 선정 위인 | 오늘날의 관점과의 차이 및 특징 |
|---|
| 정치 | 이이 (율곡) | 세종대왕이 아닌 율곡 이이가 선정됨. 사상가보다는 사회 개혁을 부르짖은 경세가로서의 면모가 높이 평가받음. |
| 군사 | 이순신 |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음 (을지문덕이 치열하게 경합). |
| 사상 | 이황 (퇴계) | 조선 성리학의 대가로서 민족의 정신적 지주로 인정받음. |
| 종교 | 최제우 (수운) | 원효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함. 《개벽》이 천도교(동학) 계열 잡지였기에 독자층의 종교적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 |
| 사회개선 | 유길준 | 서구 문물을 소개한 《서유견문》의 저자로, 근대화와 사회 개혁의 상징으로 호출됨. |
| 과학 | 서경덕 (화담) | 오늘날에는 철학자로 주로 알지만, 당시에는 유물론적 주기론(기론)의 대가로서 '과학적 탐구자'로 인식됨. |
| 산업 | 문익점 | 목화씨를 들여와 민중의 의생활을 혁신한 경제적 공로를 높이 평가받음. |
| 문학 | 최치원 | 통일신라 시대 천재 문장가로서 한국 문학의 시조 격으로 추앙받음. |
| 교육 | 최충 | 고려 시대 사학(9재 학당)을 일으킨 '해동공자'로서 교육 부문 최고로 꼽힘. |
| 예술 | 솔거 | 김홍도나 신윤복 같은 조선 화가들을 제치고, 전설적인 신라의 화가 솔거가 선정됨. |
*참고로 2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정치 부분 2위- 을파소
군사 부문 2위-근소한 차이로 을지문덕이 2위임
사상 부문 2위 -100표이상 득점자 없음
종교 부문 2위 -원효
사회개선 부문 2위-100표 이상 득점자 없음
과학 부문 2위-근소한 표차이로 정약용이 2위
산업 부문 2위-홀간(?)
문학 부문 2위-연암 박지원
교육 부문 2위-100표 이상 득점자 없음
예술 부문 2위-담징
1921년 조선의 위인투표를 보면 현재완 사뭇 다른 시각임을 알 수 있지요.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세종대왕이 순위에 없다는 점이 가장 파격적인데 이는 일제강점기 초기로 접어들면서 조선 왕조의 실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위지만 고구려 장군 을지문덕과 재상 을파소가 등장하는데 이는 신채호 등 민족주의 사학자들이 국권 피탈기부터 고구려의 강인한 대외 항쟁 역사를 강조하며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려 했던 '역사 대중화 운동'의 결과물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일제시대 개벽의 조선의 10대 위인 투표의 의의는 3.1운동 이후 일제의 무단통치 직후였지만 수천 명의 식자층 개벽 독자들이 적극 참여한 것은, "우리 역사에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위대한 인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고 결속하려는 뜨거운 민족적 열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벽》사는 이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1922년, 주필 이돈화의 집필로 각 위인들의 상세한 전기를 담은 《조선지위인(朝鮮之偉人)》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민족주의 교육 자료로 널리 보급했습니다.
만약 10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을 빛낸 10개 분야 위인을 뽑는다면 아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그 만큼 시대가 변했고 또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기 떄문이죠.
만일 100년뒤에 다시 이런 투표가 이루어 진다면 과연 한국을 빛낸 10개분야 위인에는 누가 뽑힐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