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씨, 출근하세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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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씨 출근하세요는 제목이 심상치 않은 책이다.제목만 보면 무슨 인문서적이나 경제서적 혹은 사회 고발을 다른 책이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이 책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다.

아니 누가 어린이 책에 비정규직가 같은 무거운 주제의 책을 썼나 봤더니 2008년 일제고사를 반대하던 교사들이 해직되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어 뜻있는 어린이책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더작가에서 펴낸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뜻있는 작가들의 모임이기에 이런 좋은 책이 나오는구나 하는 감탄의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은 계약직, 일용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뜻하는 말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자 그늘이라고 할수 있다.

비정규직은 임금을 적게 주고, 해고를 쉽게 하기 위해 등장했기에 정규직과 다르게 임금이나 복지에서 차별대우를 받으면서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이상 일할 수 없는 불안고용을 느끼면서 살아갈수 밖에 없는 처지로 그러다보니 신문지상에 많이 나오듯이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 철폐를 주장하면 고공농성을 벌이거나 데모를 벌이지만 노동시장 유연화와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토하는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해결 방안이 쉽사리 도출되지 않는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이처럼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인데다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라 그 내용이나 주제가 사실 묵직해서 어린이가 알기에는 좀 부적절하단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흔히 어린이들은 밝고 맑은 것만 알아야 한다고 어른들은 착각하기에 이런 어린이 도서는 어린이들한테 읽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IMF와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의 비정규직은 860만명이라는 막대한 숫자로 늘어났기에 이른바 비정규직 부모를 둔 아이들이 있는 가정도 최소 몇백만 가구가 되고 자신의 부모들이 비 정규직이라고 알게 모르게 눈치채고 있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에 어린이들한테 무조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것도 옳지 않단 생각이 든다.

비록 알게 모르게 어린이들도 개콘의 갑을 컴퍼니를 보이듯이 자신의 아빠나 엄마가 언제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들도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어야 될지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을 은연중에 눈치채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비정규직씨 출근하세요?의 저자들인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더작가)는 비 정규직 문제를 우회없이 돌 직구로 정면승부를 한다.다만 어린이들에게 비 정규직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만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게 지금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책 안에 있는 재미있는 일러스트들이 무거운 주제를 다소 경감시켜 준단 생각이 든다.

101호 운동회가 열렸다를 보면 간병인인 할머니와 방송작가인 이모,시간 강사인 엄마의 직업을 아이의 그림일기로 보여주면서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운동회에서 어떤 활약을 벌일지 아이의 시각에서 재미있게 그려준다.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자신보다 큰 환자를 돌보느라 힘들고 그래서 제때 밥조차 먹지 못하는 간병인의 어려움과 비정규직이라 손녀딸의 운동회도 가지 못함을,밤샘작업하고도 느닷없이 잘려 일없이 몇 달을 버티는 방송작가의 고달픔을 비정기직 시간 강사의 서글픔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주 현실감있게 그려줌으로써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서울의 어느 평범한 서민 지역에 위치해 있음직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각 세대별 사람들의 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책 표지의 다세대 주택 그림과 그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마치 우리네 삶의 한 부분을 들여다 보는 느낌을 준다.

비정규직씨 출근하세요?는 한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일곱 가족의 이야기다.

101 : 운동회가 열렸다

102 : 빨간 딱지

201 : 이모를 위한 마술피리

202 : 브라보, 마이 패밀리

301 : 별스런 쫌스런 지구별 보고서

강대희네 : 일단, 걷고 나서 하이킥

옥탑방 : 미미 씨는 작업 중

 

책속의 다세대 주택에 사는 서민들의 직업은 간병인, 시간 강사, 계약직 방송작가, 마트 계산원, 편의점 알바 청소년, 화물 노동자, 계약직 공무원으로 모두 다양하지만 이들의 삶은 화려하고 멋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초라하고 비루하지도 않다.만약 그들의 삶을 초라하게 그린다면 그런 직업을 가진 아이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비 정규직 직업을 가진 아빠 엄마들은 비록 어렵고 힘든 직장 생활이지만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서 그 일이 힘들거나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하루 하루 성실하게 일하는 못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 중에는 하하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네하고 웃을 아이도 있을테지만 이 책을 읽고 오히려 움츠러들고 자신감을 잃을 아이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개인적으론 하루빨리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뺴앗을지 모르는 비정규직 부모들의 일자리가 하루빨리 안정적인 정규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다 같이 함께 사는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부모에 따라 여러가지면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아이들까지 받게 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이 하루빨리 베스트셀러가 되길 바란다.사실 이 책은 어린이 책인데다 비정규직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기에 쉽게 잘 팔린 것 같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인세는 전액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에 기부한다고 하니 우리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에서 이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야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비 정규직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할 때 우리나라 비정규 문제의 해결의 첫 발을 떼지 않을까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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