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몸이 안좋아서 밤에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종합병원 응급실은 워낙 비싸 웬만하면 안가려고 했지만 ㅎㅎ 몸이 아프니 어쩔수가 없네요ㅜ.

 

응급실에 있으니 옆 칸에서 의사(아마도 인터이나 레지던트겠죠)와 웬 남자가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들립니다.무슨 일인가 해서 귀를 기울여보니 돌도 채 넘기지 않은 아이가 워낙 열이 높으니 아이를 당장 입원시켜야 된다는 의사와 해열제만 처방해 달라는 애기 아빠와의 실갱이더군요.

의사는 아이가 갓난아이인데다 고열이어서 상태가 위중하니 바로 입원시켜야 된다고 하는데 얼마전 뉴스에도 나왔지만 이번 독감은 워낙 독해서 고열과 통증 및 구토를 유발해 재작년에 유행하던 신종 플루못지 않게 위험하기에 독한 타미플루를 처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기 아빠는 해열제만 처방해 주면 내일 오전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는 터라 의사는 결국 보호자에게 모든 사항-아이상태와 입원 권유-를 했으니 추후 안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병원측에 책임이 없다는 서명을 한다면 해열제 처방을 하겠다고 하더군요.그러면서도 내일 오전 일찍 꼭 병원에 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말합니다.

옆에서 보니 갓난 아이는 아파선지 마구 울구있고 아가 엄마는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니 참 안됬단 생각이 듭니다.

 

왜 이들 부부는 아이가 아픔에도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집으로 가겠다고 할까요?

그건 아무래도 병원비의 부담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아시다시피 종합 병원 응급실 비용은 엑스레이 몇장찍고 좀 검사만 해도 후딱 십만원이 넘어갑니다.그런데 만일 병원에 며칠만 입원한다면 그 비용이 만만치 않겠죠.

얼핏봐도 아기 엄마 아빠는 그닥 부유해 보이지 않은데 아마 병원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나 봅니다.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가겠다고 하니 말이죠.정말 돈 없으면 아프지도 말아야 된다는 말이 가슴속에 와 닿습니다.

 

건강 보험이 적자라고 자꾸 의료 보험비를 올린다고 많은 이들이 불만을 터트리는데 이런 분들을 보면 그나마 있는 사람들이 좀더 건강 보험료를 올려야 되지 않나 싶더군요(뭐 물론 투명한 의료체계가 갖추어저야 된다는 전제조건하에서죠.워낙 의료 비리가 많으니까요)

그나마 다행히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종합 병원 응급실도 포괄 수가제가 적용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비용 부담을 좀 덜 느끼면서 이용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아파도 돈 걱정떄문에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넘 서글픈 일이지요.

그 갓난 아이가 많이 낫아졌는지 궁금해 집니다.어서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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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2-1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카스피님. 응급실 가셨었군요!!! 지금은 좀 괜찮으신가요? 별 일이 아니어야 할텐데요. 좌우지간 건강이 최고에요. ㅠ_ㅠ
저도 지난해 여름에 종합병원에서 입원, 수술 받았었는데요. 나름 직장인으로 수입이 있고 수술할 거란 걸 염두에 두고 여윳돈을 조금 모아놓았는데도 그 후 몇 달은 힘들었어요. -_ㅠ;;;;
애기 키우는 젊은 부부라면 빤한 살림에 갑작스럽게 입원하라면 철렁했겠어요. ㅠ_ㅠ 아기가 어떤지 걱정되네요. 건강해졌길 기도해야겠어요.
카스피님도 건강 유의하세요. ^^

카스피 2012-02-16 19:25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그냥 몸이 좀 안좋았는데 다행히 약좀 먹으니 낫더군요^^

신지 2012-02-1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가겠다고 하다니 ... 부모로서 그게 가능하려면 ... ㅠㅠ
이런 걸 볼때마다 김훈의 말을 공감하게 돼요. 돈을 경시하고 잔인한 현실을 무시하는 이상적인 말들이 얼마나 철없는 것인지. 카스피님 들려주신 사연 짧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ㅠㅠ

카스피 2012-02-16 23:0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야간 응급실 병원비가 만만치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어느 부모가 아픈 자식을 도로 집으로 데려가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요ㅜ.ㅜ 정말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현실이 넘 슬플뿐이지요.

재는재로 2012-02-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 응급실 대부분이 인턴들로 채워져 있고 의사들도 불친절해 아무리 아파도 웬만하면 안가고 말아요 진짜 아픈 사람이 무슨 ????인가

카스피 2012-02-16 23:10   좋아요 0 | URL
ㅎㅎ 되도록이면 야간 응급실을 안가는 것이 좋지만 한밤중에 아프면 정말 약도 없고 어쩔수 없이 거기라도 갈수밖에 없어요.대부분 전문의분들은 모두 밤에 쉬시니 응급실밖에 갈수 없지요.

saint236 2012-02-1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년전 애가 하도 아파서 신종플루인가 싶어서 삼성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대기 시간이 몇 시간이 되더라고요. 기다리다가 없는 병도 생기겠다 싶어서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초조하게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데 아내와 둘이 안절부절...결국 신종플루여서 타미플루를 먹고 한동안 고생했습니다. 아이 아빠의 마음이 어떤지 공감이 되네요.

카스피 2012-02-17 17:25   좋아요 0 | URL
네,저도 삼성 의료원을 가보았지만 정말 응급실에 대기하시는 분이 많더군요.
문제는 응급실을 갗준 대형 병원이 몇군데 안되 야간 응급실이 항시 분빈다는 거죠.응급실이 있는 중형병원이 곳곳에 있어야 되는데 일반인들이 대형 병원만 선호하다보니 모두 도산해서 문을 닫았지요.
일정 규모의 중형 병원이 생기지 않는한 이런 문제는 계속될거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