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년이 6.29선언을 이끌어낸 6월 항쟁 25주년이라고 한다.이미 많은 사람들에게는 역사의 한페이지 속으로 들어간 사건이지만 당시를 겪었던 사람들,특히 군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려고 거리로 뛰쳐 나간 이들에겐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민주화 운동의 커다란 분수령중 하나인 6월 항쟁은 경제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운 삶속에 빠진 현대인들한테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의 자유와 인권 및 민주주의의 달콤한 과살이 당시에 숨셨던 많은 이들의 희생의 결과임을 알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드는데 특히 이명박 정부들어 민주주의와 인권이 과거로 퇴보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6월 항쟁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6월 항쟁에 대해서는 이미 민주화측에서 여러가지 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딱딱한 역사서 비슷한 느낌이라 쉽게 읽히지 않는 편이고 또 발간된지 좀 지난 책들이 많은지라 쉽게 몰입되지 않는 편이다.근자에 나온 책중에서는 서중석 교수의 6월 항쟁이 있는데 이 책은 딱딱한 역사 연구서라가 보다는 우리가 자주보는 종합 월간지의 르포 기사와 같은 형식이라 보다 쉽게 6월 항쟁에 대해서 알수 있지만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부피를 보면 쉽게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6월 항쟁에 대해 보다 쉽게 알기를 희망하지만 복잡한 연구서를 읽기는 싫은 독자들에게 좋은 책이 있는데 최규석 작가기 지은 100℃ 란 책이다.
이 책은 6월 항쟁에 관한 복잡하고 어려운 연구 서적이 아니라 고지식한 대학생 영호가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광주민주항쟁에 대해 알게 되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겪으면서 진지하게 학생운동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언뜻보면 소설 같아 보이지만 만화다.그러다 보니 요즘 텍스트보다 미디어에 더 많이 노출된 젊은 층들에게 아마 더 6월 항쟁에 대해서 쉽게 이해할수 있게 만들어 줄 거란 생각이 든다.

100℃는 6월 항쟁이란 역사적 사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만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주제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그리고 이런 주제를 만화로 그리는 것도 사실 쉬운일이 아닌데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어야 하기에 웬만한 만화가들은 엄두를 못낼 작업이 아닌가 싶다.실제 작가 최규석 역시 “민주주의를 행사장 귀빈석에 앉은 분들 가슴에 달린 카네이션 같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 될까봐 선뜻 작업에 착수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규석 작가의 전작을 보았기에 이런 역사적 내용을 만화로 그리면서 독자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줄 수 있을거란 확신이 들었다.

최규석은 만화가라고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은 그닥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물론 100℃ 란 작품이 웹상에 게재되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이 낯설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최규석이란 작가를 100℃란 작품보다 이전에 알았다.한참 헌책방을 전전했을 무렵 어느 지하에 위치했던 헌책방에서 지나간 만화 잡지를 뒤적거리던중 거친 터치로 80년대의 인기 만화였던 아기 공룡 둘리의 어른 버전을 패러디한 만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아니 그 귀엽던 둘리와 그 친구들의 미래를 이처럼 서글프게 풍자한 작가가 과연 누군지 무척 궁금해 졌는데 후에 그 작가의 이름이 최규석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란 단편 만화책을 구입하면서 작가의 역량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최규석은 77년 생이니 6월 항쟁이 일어났던 87년에는 겨우 10 남짓한 어린이였고 작가의 말처럼 그는 지리산 산골 자락에서 자라났기에 6월 항쟁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그닥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그런 그가 비록 여러가지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서 알았다고는 하지만 마치 그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온 사람처럼 생생하게 만화로 그리면서 그 시대를 알지못하는 현재 젊은이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자못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 책 100℃는 정부의 반공 이데올로기에 충실히 감화되었던 어린 영호가 대학생이 되면서 서서히 학생 운동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독자들은 어려운 가정 환경속에서도 부모의 기대를 모으며 대학생이 된 영호가 이른바 운동권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통해서 대학생들이 당시 누리고 있던 기득권을 버리고 어떻게 운동권으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는지에 대해 알게된다.

<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닌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갈수 있는 대목인데 철저한 반공 교육으로 당시 국민학생들은 모두 반공 투사였다고 한다>

<당시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 들어간 대학에서 광주사건과 군사정부의 횡포에 대해 대자보등을 통해 알게 되면서 중 고교 시절에는 몰랐던 진실을 알고 영호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운동권 대학생들은 막걸리를 먹으면서 이처럼 군사정부의 만행에 분개하고 민주주의 투쟁에 나섰다고 한다>

이 책은 6월 항쟁의 역사적 내용들-예를 들면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들-을 분노와 울분으로 토해내기 보다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데 오히려 그런점이 이 책을 더 진실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어찌보면 불온 서적이라고 할 수 있다.대한민국 민주화의 커다란 분수령의 하나인 6월 항쟁을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다시금 인식시키고 그 당시의 대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끼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인권,민주주의를 당연시 여기는 젊은 세대들이 필히 읽어봐야 될 책이다.그리고 당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거리로 나섰던 수 많은 젊은이들-하지만 지금은 일상에 찌들어서 지쳐가는 가장이나 주부가 된 40대들이 다시금 읽어봐야 될 책이 아닌가 싶다.
이번 서울 시장 재선거에서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이며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정치권에 똑똑히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끓어.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라는 책 띠지의 말처럼 지금 현재도 우리 국민들은 끓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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