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의 노인 사건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63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지음, 이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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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의 노인 사건집은 국내에서 70년대 동서 추리문고에서 나온이후 절판되었다고 2003년 동서 DMB로 재간된 것이 유일할 정도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탐정인데 이름도 없어 통칭 구석의 노인으로 불리우는 이 정체 불명의 탐정은 빨강 별꽃으로 유명한 헝가리 출신인 오르트 남작부인이 창조한 캐릭터로 초창기 안락 의자 탐정중의 한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셜록 홈즈 시리즈의 거대한 인기에 기대어 탄생한 당시의 다른 많은 탐정들처럼 불쑥 나타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스트랜드 매거진> 실린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가 크게 히트해서 인기가 많았던 1900년쯤 셜록홈즈의 최신작 선전 포스터를 보고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오르치는 셜록 홈즈의 포스터에서 자신만의 탐정을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셜록 홈즈를 전혀 연상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런던의 스트랜드 노포크가에 있는 작은 찻집〈ABC 숍〉에서 치즈 케이크를 베어 물며 밀크를 훌쩍거리고 있는 정체 불명의 괴인물을 창조했는데 이름/출신/연령/경력/직업 등은 모두 불명이라고 하는 추리 소설사에 매우 드문 탐정을 창조하게 된다.

셜록 홈즈와 대결하기 위해서 당시 독특한 캐릭터의 많은 탐정들이 창조되었지만 이름마저 없는 이 구석이 노인의 외모는 비쩍 마른 풍모, 훌렁 벗겨진 머리에 얼마없는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자태, 푸른 눈동자에 각진 안경, 실 끝을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리며 복잡한 매듭을 만들고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등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음울한 구석이 있는 호감이 전혀 가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이 소설의 화자인 젊은 여기자 폴리 버튼은 노인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노인의 풍모는 아무리 젊쟎은 사람이라도 그만 웃음이 나올 것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폴리는 마음속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창백하고 이토록 바싹 여의고,이다지도 우수운 엷은 빗깔의 머리털을 가진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그는 상당히 벗어져올라간 정수리에 엷은 빗깔의 머리털을 얌전히 빗어 붙이고 무척 수줍고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손에 쥔 끈을 줄곧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펜쳐치거리의 수수께끼중에서)

구석의 노인 시리즈의 이야기 패턴은 항상 동일한데 구석의 노인은 ABC 숍에서 만난 <이브닝 옵저버>의 기자 폴리 버튼-그녀는 큰컵에 든 커피(3펜스),버터를 곁들인롤빵(2펜스),소 혓바닥 요리 한접시(6펜스)먹는 재미로 ABC숍에 들린다-에게 들은 대충 들은 미해결 사건을 설명하고 그걸 해결한다는 것으로 노인은 얼마전까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그러나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들려주고는 자신의 추리를 여기자에게 들려 준다는 것이다.

구석의 노인은 한가지 버릇은 폴리 버튼에게 사건의 진상에 대한 자신의 추리를 설명하기 시작하면,포켓에서 한 개의 끈을 꺼내,앙상하게 뼈밖에 없는 손가락으로 복잡한 매듭을 묶다가 사건의 진상을 풀면 다시 매듭을 풀어 버린다.
물론 구석의 노인이 지목한 사람이 정말 범인인지의 여부는 알수 없는데 왜냐하면 노인이 여기자 폴리 사이의 단순한 이야기일뿐 다른 탐정들처럼 범인을 경찰에 지목하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단지 폴리 버튼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구석의 노인이 말한 추리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보인다-뭐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만한 실력이 없어 개인적으로 좀 거시기 하다-라고 생각하며 노인의 지목한 인물이 범인이 아닐까하고 부지불식간에 생각할 따름이다.

구석의 노인은 이처럼 음울하고 괴팍한 노인으로 설정되어 있다보니 당시의 명탐정인 홈즈나 브라운 신부와 같은 다른 명탐정들과는 달리 진리추구나 정의를 위해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안티 탐정으로 그려지는데 화자인 여기자 폴리가 왜 경찰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멍청한 경찰이 풀지 못하는 복잡 괴기한 사건의 진상을 푸는 것을 즐길 뿐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구석의 노인 사건집의 마지막 작품인 구석의 노인 마지막 사건에서 작가는 이 노인이 살인자임을 암시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노인의 정체가 셜록 홈즈의 모리아티 교수와 같은 범죄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심어준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런 노인의 캐릭터가 작가인 오르치가 일정 기간만 추리 소설을 쓰기 위한 복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그녀가 자신의 작품중에서 모험 소설인 빨강 별꽃에 비해 구석의 노인은 1~2번 언급한 점에서 알 수가 있다고 여겨진다.

구석의 노인을 흔히 안락의자 탐정의 대표적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많은데 아마도 항상 ABC숍에 안자 화자와 이야기를 하기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의뢰인이 사건을 맡기기전에는 사건에 대해 독자와 마찬가지로 백지상태인 셜록 홈즈와 같은 다른 탐정과는 달리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노인은 폴리에게 이야기 하기전에 신문에 난 사건의 검시심문 에 참석하는등 사방 팔방으로 조사를 벌이기에 실제로 안락 의자 탐정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생각이다.

셜록 홈즈와 비슷한 시기에 활약하던 구석의 노인의 사건집에 등장하는 트릭들은 대부분 현재 독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무릎을 탁치며 감탄할 만한 것들은 없다고 여겨진다.구석의 노인의 사건집은 단편이기에 대개의 트릭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편견에 뿌리를 두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살인을 통해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범인이며 알리바이를 조금 비틀어보면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작품을 읽는 또다른 재미는 당시 영국의 범죄 소설의 전형과도 같은 불행한 결혼 생활과 가족 재산의 불공정한 배분등과 같은 그 시대의 모습이나 지하철의 살해에서 등장하는 초기 지하철과 같은 당시의 사회상을 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단편이다 보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독특한 노인의 캐릭터와 추론 방법 등이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인데 나머지 2편의 단편집-참고로 구석의 노인의 사건집은 일본에서 번역된 것을 중역한 것인데 3편의 단편집중에서 이거 저거를 임의로 선택해서 번역한 작품집이다-도 국내에서 번역되길 희망해 보지만 워낙 국내 추리 독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탐정이라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Good:세상에 유래가 없는 이름없는 명탐정의 첫 등장
Bad:탐정이 범인??
Me:나머지 단편들도 국내에 출간되려나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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