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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각관의 살인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평점 :
1990년대 중반에 서울 문화사에서 ○○관 살인 사건이란 책 6권을 번역해서 출판한 적이 있었다.
6권의 작품은 십각관,수차관,미로관,인형관,시계관,흑묘관 살인사건인데 판매가 부진해서인지 어느샌가 서점에서 사라지고 지하철 재고서점등에서 2~3천원에 팔리다가 소리 소문 없이 절판되었는데 이 책을 읽은 추리 소설 독자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고 ○○관 살인 사건이란 책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많은 추리 팬들이 절판된 이 시리즈를 찾고자 헌책방을 전전하게 만들던 전설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독자들이 헌책방을 찾아 전전하게 만들던 ○○관 살인 사건 시리즈는 국내 출간 당시에는 좀 생소했지만 당시 일본 미스터리계의 주류였던 사회파 리얼리즘 스타일의 변격 미스터리에 반기를 들고, 추리문학 고전기의 본격 미스터리로 돌아가고자 했던 '신본격 운동'의 효시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이다.
고전 추리물을 두루 섭렵한 미스터리 마니아 아야츠지 유키토는 '트릭'에 집중한 초기 엘러리 퀸 작품들을 자신의 이상적인 모델로 삼아, '독자와의 두뇌 게임'에 충실한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일본 미스터리계의 대안으로 떠올랐는데 이후 일본에선 신 본격 추리 소설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국내에서도 이들 작품들이 다수 번역되어 출간되게 된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상당히 특색이 있는 책인데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수수께끼의 건축가가 일본 곳곳에 만들어 놓은 독특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다른 어느 작가에서 보지 못한 매우 특이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십각관 살인사건의 내용을 요약하면 일곱 명의 미스터리 연구회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일주일 예정으로 반년 전, 수수께끼의 건축가 '나카무라 세이지'와 그의 부인, 고용인 부부 등이 처참하게 살해된 츠노시마라는 무인도로 여행을 떠난다.대학생들은 '십각관(十角館)'숙소에서 생활하는데 십각관의 중앙 홀 테이블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표지판이 발견되고 일행이 한명씩 살해된다는 내용이다.
십각관 살인 사건은 사회파 추리 소설에 어찌보면 짓눌려 있던 본격 추리 소설에 대한 작가의 향수와 오마주가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데 우선 7명의 추리 동호회 대학생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30~40년대 본격 황금 추리 소설의 대작가들인 앨러리 퀸,존 딕슨 카,모리스 르블랑등의 이름을 별명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외딴 섬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살해되는 것은 바로 저 유명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십각관 살인사건은 외딴섬이란 크리스티의 작풍을 빌려왔지만 섬안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는 달리 살인이 일어나는 섬과 육지가 교차 편집되는 점이 약간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 살인 사건이 비록 일본내에서 신 본격 추리소설의 부흥을 알린 작품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이 작품이 본격 추리 소설로서 독자들한테 공정한가 한가 하는 의문은 드는데 그 사실을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말 할 수는 없지만 아마 30~40년대 서구에서 이 작품이 나왔다면 아마도 아주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을 내용이다.
그리고 십각관 살인 사건은 결론적으로 완전 범죄로 끝을 맺는데-뭐 맨 마지막에 범인이 자수 비스므레한 것을 한다-,이 관시리즈를 통틀어 탐정 역할을 하는 인물인 시마다가 이 책에선 전혀 탐정 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
십각관 살인은 관이란 건물을 배경으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참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 본격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필히 한번쯤은 읽어야 될 작품이다.
참고로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는 모두 7권인데 국내에는 십각관,시계관이 재간되고 암흑관만이 처음 번역되었다.나머지 4권도 재간 소문이 들렸었는데 판매가 부진해서인지 아직까지 출간되지 않았는데 어서 번역되었으면 한다.
Good:일본 신 본격 추리의 출발을 알린 전설적인 작품
Bad:독자에게 불 공정한 관속의 트릭
Me:관 시리즈 7권을 다 구매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