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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7 - 팔도 냉면 여행기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개인적으로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한식 일식 중식등등 어느것 하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인데 솔직히 돈이 없어서 외식은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그러다 보니 몇 년전부터 인터넷에서 즐겨 찾는 곳이 있으니 유명한 맛집 관련 파워 블르거들의 글을 보는 것이다.그분들의 써 놓은 글과 사진이 얼마나 실감나고 맛갈스러운지 언제가 한번은 저길 꼭 한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늘상 하게된다.
사실 한국인들은 먹는것에 대한 식탐을 부리는 것을 예전에는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한때 국내 TV프로그램이 일본 방송의 카피 투성이였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철수와 미미의 청춘 스케치로 유명한 이규형 감독은 90년대 중반 일본에 유학을 하면서 일본 TV방송에서 음식이나 맛집관련 프로그램이 많은 것을 보고 국내 PD들에게 아이디어로 소개시켜주었는데 아니 추잡스럽게 어떻게 음식을 방송에 내보내냐고 일언지하에 거절 당했다는 일화를 자신의 책에서 소개한바 있다.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세대도 바뀌면서 음식에 관련 인식이 바뀌어 지면서 요즘 좀 알려졌다 싶은 블로그들은 대게 음식/요리/맛집관련이 아니면 주로 연예관련일 정도다.
이처럼 일본의 경우 예전부터 음식에 관련 관심이 높아선지-그래설까 국내에는 단 하나도 없다고알려진 프랑스의 미쉘린 가이드의 별 3개짜리 음식점이 프랑스보다 일본이 더 많다고 한다-만화에서 까지 요리를 주제로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주제도 다양해서 단순히 음식이나 요리가 아닌,초밥(초밥왕),이태리 요리전문(밤비노),칵테일 (바텐더),와인(신의 물방울)등등 세부적을 디테일한 요리관련 만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수 많은 요리 관련 만화중에서도 거의 100권에 육박하거나 넘긴 책이 바로 아빠는 요리사와 맛의 달인이 있다.아빠는 요리사가 일본 가정 음식에 레시피를 소개한다면 맛의 달인은 일본 요리뿐 아니라 한국,중국요리등 전세계 요리를 소개하는 책으로 음식/요리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음식과 관련된 만화책은 전무 했다고 보면 되는데 우리나리의 대표적인 만화가중의 한분인 허영만 화백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음식/요리와 관련된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으니 바로 식객이다.식객은 2002년 9월 2일부터 2008년 12월 17일까지 총 116개의 이야기가 1438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고, 쿡 인터넷존에서 연재를 진행하다가 2010년 3월 9일 연재를 종료하였으니 근 9년에 걸친 연재 만화로 단행본은 총 27권으로 완결되었고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허영만 화백은 27권 완간 간담회에서 “요즈음은 돈만 내면 아무 때나 제철에 상관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음식이 귀한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항상 밥상을 꼼꼼히 따져보는데 음식 쓰레기가 너무 나온다”며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했다. “결국, 이 말은 제철 음식을 먹자는 이야기다. 거기서부터 ‘식객’ 연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리고‘식객’은 만화임에도 음식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칼싸움하는 만화는 손이 베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칼을 날카롭게 그려야 한다”며 “음식 만화는 식욕을 북돋아야 하는데 그림은 한계가 있어 직접 찍은 사진을 사용하게 됐다”라고 말한바 있는데 이 말속에서 식객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들어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허영만 화백은 9년간 식객을 그리면서 실제 많은 음식점과 사람을 만나면서 그들의 생기어린 모습을 만화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는데 그 덕분인지 국내에서 만화는 대게 대여점에서 빌린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면서 100만부 이상이나 팔리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식객은 어느 면으로 보나 한국 만화사의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수있다.대다수 국내 만화가 대여점용으로 풀리는 것이 보통인데 직접 독자와 서점에서 대면하는 국내 만화로는 아마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나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이들 만화의 경우 대부분 독자층이 한정되어있다는 약점이 있는 반면 식객의 독자층은 남녀 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 커다란 차이라고 생각된다.
이처럼 식객은 국내 음식/요리 만화의 독보적인 존재로 올라섰는데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둔운 면이 있듯이 식객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식객의 에피소드는 135화인데 3년의 취재 과정과 약 9년의 집필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허영만 화백이 음식이나 요리와 관련된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기에 취재과정에서 음식점등의 이야기에 많이 경도됬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는 편이다.몇 편인지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하○관이란 유명한 곰탕집이 나오는데 꽤 오래전에 아는분을 따라 지금은 철거된 을지로의 하○관을 간적이 있었다.곰탕 국물이 매우 진하면서도 상당히 맛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곰탕에 날 계란을 풀어서 먹는 노인분들이 많으셨다.들어보니 예전에는 고기가 귀해서 이처럼 날 계란으로 단백질을 보충했다고 한다.거기다가 직원이 손님에게 묻지도 않고 주전자에 있는 깍두기 국물을 부어주는 것도 특이했다.
아무튼 상당히 고소한 국물맛에 개인적으로 몇번 더 찾아 간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느낀점이 오래된 맛집이라 나름 분명히 맛이야 있지만 서비스는 참 개판이란 점이다.아마 이건 이 집만이 아니라 이른바 오래된 맛집이라면 대부분 그런 면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특 8천원때부터 갔었지만 현재는 특이 12,000원인데 솔직히 가격대비 상당히 낮은 점수를 개인적으로 줄 수 밖에 없다.하지만 허 화백의 경우 취재차 갔기에 이런 점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좀더 쥔장의 설명에 의존하지 말고 좀 더 객관적으로 취재하고 만화를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식객을 논하면서 빠질수 없는 책이 바로 맛의 달인이다.현재 국내에서 번역된 책만 104권이 되는데 얼마나 오래 연재를 했는지 1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그림체가 104권에서는 사뭇 달라질 정도다.솔직히 허영만 화백도 맛의 달인 못지 않게 장기 연재를 하면서 100권 이상의 단행본을 내주면 어땠을까 기대도 했지만 아무래도 일본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우리의 음식문화를 생각해 보면 이정도로 연재한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식객은 앞서 말한대로 온 가족이 즐겨볼 수 있는 유익하고 유일한 만화책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 음식문화와 맛에 대한 깊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므로 집집 마다 한질쯤은 갖다 놓으면 어떨까 싶은데 그럴러면 가격 부담이 넘 큰 것이 단점이다.
by caspi